책 소개
1994년 제2회 눈높이아동문학상을 수상하고, 동시집 『즐거운 모험』을 펴냈던 양재홍이 오랜만에 새 동시집 『세상에서 제일 좋은 말』을 ‘섬아이’에서 출간한다. 그림 동시집 『너도 나도 숟갈 들고 어서 오너라』가 초등학교 4학년 국어책에 실리기도 한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더욱 ‘간결하고 단순해지려고’ 애쓰고 있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말
이 세상
많고 많은 말 중에
딱 하나만 고르라면
놀아라!
하나는
좀 섭섭하니
또 하나 더 뽑으라면
더 놀아라!
온 식구가 둘러앉아 이 시를 함께 읽고 얘길 나누어 보면 좋겠다. 밤하늘엔 별들이 많듯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은 말들이 있는가. 그 중에 제일 좋은 하나를 고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좋은 말’을 떠올리고 찾는 일이 동시 쓰는 일에 버금가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도 어른이나 아이들에게 제일 좋고, 꼭 필요한 말은 ‘놀아라!’가 아닐는지.
선생님이 살짝 미워질 때 선생님이 살짝 좋아질 때
고깟 보슬비 방학에
보슬보슬 내린다고 생일이 콕 박힌
아이들 쏙쏙 골라내서
오늘 체육은 방학 앞두고
교실에서 이론 공부하자며 다함께 잔치 열어주실 때
환하게 웃으실 때
두 시를 비교하며 읽으면 재미있겠다. 여러분은 어느 교실로 들어가고 싶은가. 『세상에서 제일 좋은 말』의 제3부에는 선생님 얘기가 많이 나오니 한번 눈여겨보면 좋겠다. 특히 동시 「만우절」은 꼭 챙겨봐야 한다. 웃음을 잃어버린 사람은 웃음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양재홍이 새 동시집 『세상에서 제일 좋은 말』에서 공을 들인 부분은 웃음이다. 짓궂은 ‘해학’을 곳곳에 숨겨 놓았다. 동시 「세뱃돈을 지켜라」,「알고도 깜박 속아주기」,「코끼리 엉덩이를 걷어찬 하루살이」를 보면 안다. 이런 시들을 읽었는데도 웃음이 나지 않으면 한마디로 어딘가 ‘고장난’ 사람이다. 둥글넓적한 코끼리 엉덩이를 걷어차서 석 달 동안 주저앉게 만들었다는 세계 최고의 허풍쟁이 하루살이를 한번 만나보시라.
등
-나도 좀 봐줘
손가락이 닿지 않는 자리
가려움으로
가끔 투정을 부려보지만
언제나
얼굴만 신경 쓰는 사람들은
하루하루
무거운 짐을 지고
묵묵히 참아내는 등을
깜박 잊고 살지.
아무리 잘난 사람도
든든한 등이 없다면
하룻밤도 편한 잠자리에
누울 수 없다는 걸 잊고 살지.
『세상에서 제일 좋은 말』의 제일 마지막에 실린 동시다. 시인은 왜 ‘등’을 그 자리에 앉혔을까. 여기서 말하는 ‘등’은 무엇일까? 책장을 덮으며 곰곰이 생각해 볼 일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양재홍
물이 맑고 달기로 소문난 예천에서 나고 자랐다.
추계예술대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다.
1994년 문화일보 문예 공모에서 동시 ‘하늘소’가 뽑혔고,
같은 해 제2회 눈높이아동문학상을 받았다.
동시집 『즐거운 모험』, 『양재홍 동시선집』
그림책 『너도나도 숟갈 들고 어서 오너라』, 『우리 집 막걸리』
등을 출간했다.
그림 : 손호경
글과 그림을 같이 작업하는 글그림 작가이며
직접 쓰고 그린 작품으로는 『우포늪엔 공룡똥구멍이 있다』,
『꾸물꼬물 지렁이를 키워봐』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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