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2013년 천강문학상을 수상하고, 2018년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은 이서영 시인이 첫 동시집『소문 잠재우기』를 펴냈다.
부산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부산 수정동 ‘산만디 마을’에서 어른과 어린이 친구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어른과 아이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읽으면 좋을 내용들을 담아냈다.
시인은 이 시집을 통하여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진솔한 모습과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친숙함을 잘 표현하고 있다. 가족 사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준다.
깁스
너한테는 졌다.
뼈가 붙었는지
궁금해서
아무리 두드려 봐도
통
통
통
통
말이 없다.
아이들은 아픈 것도 ‘벼슬이고 특권’이다. 보통 아이들은 자주 다친다. 아픔을 참아내고 지루한 치료 과정을 견디며 한 뼘씩 성장한다. 그리고 ‘얼마나 아파? 어디가 아파? 만져 봐도 돼?’ 같은 친구들의 관심을 받으며 살짝 뻐기기도 하고, 우정이라는 관계망을 확장해 나간다. 이 시를 읽으며 친구의 ‘깁스’에 썼던 낙서를 떠올려보면 재미있겠다.
유머 찾기
할아버지랑 나랑
머리 맞대고 유머 찾는다.
고희자 할머니가 빵 터질 거
현지 보조개가 쏙 들어갈 거
찾다가
우리가 먼저 웃는다.
희자
현지
이름만 불러도
웃음이 터진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사랑에 빠졌다. 할아버지의 연인은 고희자 할머니, 손자의 첫 사랑은 현지! 그래서 조손이 머리를 맞댔다. 여자 친구를 웃겨 주고 싶은 거다. 그런데 이 사랑은 어떻게 될까?
고 작은 게
몸살 난 할아버지
하루 종일 누워만 있는데
“어디 아프세요?”
고희자 할머니의 전화
손바닥보다 작은 게
할아버지를 벌떡 일으켰다.
할아버지의 사랑은 현재진행형이다. 이 시에 나타나듯이 할아버지의 마음이 열정적이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앞으로 조금씩 더 행복해진다. 결말이 궁금한 독자는『소문 잠재우기』제4부를 꼼꼼하게 읽어보길 바란다. 그러면 손자는?
하트가 무너진 날
운동장에서
현지를 기다리는데
혁이랑 현지랑
나란히
사이좋게 간다.
가방에 달린 토끼인형도
나란히
사이좋게 간다.
아직
현지에게 고백도 못했는데
하트가
투두둑
무너져 내린다.
안타깝다. 뜻대로 되지 않는 게 세상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찌해야 할까. 이 시집에 실린 동시「아빠 마음에 심은 꽃」으로 돌아가 보자. 이 시에서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희망이 없는 사람은 꽃씨를 심지 않는다고.
시인은 아이들의 마음을 섬세한 시선으로 읽어내고 있다. 시인의 동시들을 읽다보면 마음이 환해져 온다. 시인은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진솔한 모습과 더불어 할아버지 할머니와의 친숙함을 잘 표현하고 있으며 가족 간의 사랑과 소통이 희미해져가는 우리 시대에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고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서영
경남 함안에서 태어났으며 부산항이 한눈에 보이는
수정동 산만디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현재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으며,
동화를 읽고 동시를 쓰는 일이 가장 재밌는 일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2013년 천강문학상 아동문학부문 우수상을 받았고,
2018년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았습니다.
그림 : 김연주
부산 해운대에서 태어났으며 경기도 일산에서 좋아하는 야경과
하늘 중간에서 살고 있습니다.
현재 그림을 그리는 일과 그림책을 쓰고 그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머리로 그린 걸 손으로 꺼내고, 손으로 그린 걸 머리로 확장시키는
일들이 재미있습니다.
『자연의 이야기들』 『엄마의 시간』 『밤을 쫓는 아이』
『루크와 존 이야기』 『마르키타 공주를 구하라』 『냥이의 환상여행』
『내 친구 꼬꼬』 『아무도 모를걸』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 차
시인의 말 / 4
제1부
그냥 웃는다
그냥 웃는다 / 12
장난일까, 위로일까 / 14
소문 잠재우기 / 16
기분에 따라 / 18
비빔밥 교실 / 20
반별로 / 22
편지 / 23
깁스 / 24
좋은 점도 있어 / 25
아빠 마음에 심은 꽃 / 26
걱정인형 / 28
눈길 고정 / 30
새해 첫날 / 32
지금 나는 열한 살 / 33
제2부
이유가 있어
모야 / 36
핑계 / 37
통지표 받은 날 / 38
이유가 있어 / 41
형이 군대 간 날 / 42
엄마 생일에 / 43
모르면 / 45
왜 그러니 / 46
마이너스 손 / 47
자랑 캐내기 / 48
제3부
순복씨 잘 자요
할머니 구급차 타고 간 뒤 / 52
외할머니표 밥상 / 54
순복씨 잘 자요 / 56
이 말을 익히느라 / 58
이름처럼 / 59
검둥이가 걱정되어 / 60
할매 레스또랑 / 61
고마운 일 / 62
문패 / 64
현충일 / 65
민이네 의자 / 66
제4부
다 아는 비밀
다 아는 비밀 / 70
그 날부터 / 72
유머 찾기 / 73
꽃 들고 / 75
할아버지와 함께 쓴 버킷리스트 / 76
믿어도 될까 / 78
이상형 되기 / 79
고 작은 게 / 80
할아버지 자랑 / 81
하트가 무너진 날 / 83
시집을 읽고 / 84
작가소개 / 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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