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학생 한 명이 모자라서 학교 문을 닫아야 한다고?
새 학기가 시작되기 3일 전, 서쪽 끝 자그마한 양들의 섬에서는 개학 준비가 한창이다. 선생님은 바닷바람에 망가진 학교 외벽을 새로 칠하고, 학생들은 필요한 준비물을 사기 위해 육지 마을로 향하는 배에 오른다. 섬마을이 바쁘게 움직이는 그 시각, 교육부 장관님은 새로운 교육 방침을 발표한다. ‘교육부 재정을 마련하기 위해 학생 수가 30명이 되지 않는 학급은 모두 폐쇄하겠다.’라고!
양마을 학교는 그야말로 비상사태에 놓였다. 학교도 하나, 학급도 하나뿐인 이 섬마을의 학생은 올해 신입생을 포함해서 29명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학생 한 명을 구해 오지 않으면 학교는 문을 닫고, 학생들은 육지의 기숙 학교로 옮겨야 한다. 이런 사정을 이야기해 봐도 담당 장학사는 요지부동, 고민에 빠진 마을 이장님과 이장님의 딸 잔느는 양 ‘뱅상’을 입학시켜 모자란 학생 수를 채우기로 결정한다.
양이 신입생으로 입학했다는 기상천외한 소식이 퍼지자 온 나라가 들썩거리며 양들의 섬을 주목하고, 교육부 장관은 직접 문제를 해결하고자 씩씩거리며 양들의 섬으로 향한다. 말이 안 되는 정책에 말이 안 되는 대응이 더해져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 되어 버린 기가 막힌 상황! 과연 잔느와 마을 사람들은 장관님의 마음을 돌려 폐교 위기에 처한 학교를 구할 수 있을까?
시골의 작은 학교가 사라지는 무겁고 안타까운 현실을 유머러스하게 담아낸 《학교를 구한 양의 놀라운 이야기》는 프랑스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때로는 상황을 냉정하게 분석해 설명하고, 때로는 정에 호소하며, 때로는 협박과 놀림(?)도 서슴지 않는 마을 주민들의 상황이 웃기면서도 짠한, 그야말로 ‘웃픈’이야기이다.
하지만 이들의 황당무계한 행동마저 공감이 되는 건, 이 모습이 남의 일만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우리나라의 현실이 떠오른다. 해남의 서정 분교나 제주의 더럭 분교처럼 폐교 위기에서 벗어난 기적 같은 이야기도 생각난다. 이와 같이 이 책은 독자들 스스로가 학교의 진정한 주인임을 깨닫고, ‘같은 상황에 놓인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를 고민하게 한다.
이해와 소통,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무적의 힘
이야기 곳곳에 또 다른 현실이 숨어 있다. 책 속에서 장관님은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갑자기 교육 방침을 정하고, 곳곳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통보하며, 현장에 나간 관계자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또한 “학교가 문을 닫으면 가장 먼저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은 아이들”이라는 저자의 말처럼 교육 현장의 중심에는 아이들이 있어야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규칙을 만들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늘 소외되곤 한다. 이야기 속에서도 아이들은 가장 늦게 상황을 알게 되고,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역할이 크지 않다. 우리나라라고 별반 다를 것 같지 않은 이런 모습들은 리얼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저자는 이 모든 상황을 통해 ‘소통’이 사라진 현실의 문제를 풍자한다. 만약 새로운 교육 방침을 정할 때 사람들의 의견을 먼저 들었다면 어땠을까? 반대의 목소리가 나왔을 때 귀를 기울였다면? 현장의 목소리를 누군가 전달해 논의를 거쳤으면 어땠을까?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 끝에 답이 있다.
그동안 갖고 있던 장관님의 선입관이 사라지는 순간, 이해와 대화의 물꼬가 트인다. 높고 단단하기만 했던 불통의 벽에 금이 가고, 톡 치면 무너질 만큼 말랑말랑한 마음이 된다.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문제에도 탈출구는 있는 법. 이 책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소통이 풀리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장 큰 열쇠임을 전한다. 또한‘나’가 아닌 ‘남’을 먼저 생각할 때, 그리고 한쪽이 아닌 서로가 함께 노력할 때 진정한 이해와 소통이 이루어지고 문제 해결을 위한 진정한 한걸음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토마 제르보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어요. 《학교를 구한 양의 놀라운 이야기》는 작가가 쓴 첫 번째 동화예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이야기를 글로 쓰며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신나게 여행을 했다고 하네요.
그린이 : 폴린 케르루
프랑스 캉페르에서 태어났어요. 파리에서 그래픽을 공부한 뒤 프라하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지금은 런던에서 예술 디렉터로 일하고 있답니다. 이 책에 그림을 그리면서 그림 작가로서 품었던 첫사랑의 느낌을 되찾았다고 해요.
옮긴이 : 곽노경
프랑스 소르본 대학에서 불어학 박사 학위를 받았어요. 지금은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프랑스어를 가르치면서 어린이와 청소년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답니다. 그동안 옮긴 책으로는 《키아바의 미소》, 《홍당무》, 《지옥학교》, 《마틴과 로자》, 《수상한 우체통》, 《Wi-Fi 지니》 등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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