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다섯 식구가 따로 살게 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풍선 세 개》 후속작 ‘마음’을 다루는 다정한 그림책《풍선 다섯 개》!
작가 김양미의 첫 그림책 《풍선 세 개》(2011)는 엄마 아빠가 이혼을 결정하고, 둘째 아이의 시선에서 세 자매가 겪는 변화를 집 안의 공간과 아끼는 소품에 비유하여 담담히 표현했다. 출간 당시, 아이의 슬픔과 연민 등의 감정을 신선하고 독특한 시선으로 연출했다는 평을 받으며 큰 호응을 얻었다. 《풍선 다섯 개》는 《풍선 세 개》 출간 8년 만에 나오는 후속작으로, 부모의 이혼 과정에서 담지 못한 둘째 아이의 솔직한 심경, 이후 가족이 따로 살면서 겪는 복잡한 마음과 상처를 대면하고 풀어내는 과정을 다룬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깔끔하고 단순한 글과 그림 안에는 얽히고설킨 마음, 조밀한 사연, 애써 누르는 슬픔이 단단하게 표현돼 있다. 예상치 못한 이별과 슬픔을 맞은 이들의 충격과 상처를 공감하고 위로하고 다독이며 활력을 불어넣을 작품이다. 《풍선 세 개》를 접하지 못한 독자라도 《풍선 다섯 개》의 개별 감상이 가능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읽어도 좋다.
▣ 작품 특징
‣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아. 내려가기도 무섭고 여기에 있기도 떨려.”
- 피할 수 없는 이별, 찾아온 슬픔, 보이지 않는 상처를 그리다
엄마 아빠의 이혼으로 다섯 식구가 두 집으로 나뉘어 산다. 세 자매 중 언니와 막내는 엄마와, 둘째는 아빠와 둘이 산다. 평온한 듯 보이지만, 보이는 게 다는 아니다. 화자인 둘째는 낯선 환경을 맞닥뜨린 기분을 전학 간 첫날 1교시, 높디높은 정글짐 맨 꼭대기에 홀로 서 있는 모습으로 비유한다. 엄마 아빠가 두 집으로 나뉘어 살 거란 말에는 무시무시하고 거대한 괴물 혀 위에 홀로 서서 공포와 맞서는 충격을 느낀다. 작품은 평온한 일상 그 이면에 숨은 이별을 맞은 사람들의 슬픔과 상실감과 막막함, 두려움 등을 보여 주며 공감과 위로를 전한다. 동시에 깊어 가는 상처와 아픔, 갈등도 당연하다고 다독이듯, 시간이 흘러도 여전한 둘째의 마음에 주목한다. 둘째는 ‘상처투성이’로 비유되는 선인장 가시에 찔리고 나서야 상처 난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들여다본다. 이후, 김밥 도시락은커녕 딸의 소풍날인 것도 까맣게 잊은 아빠 앞에서 확실히 깨닫는다. 자신의 마음 서랍이 꽉꽉 차서 더는 아무것도 넣을 수 없다는 사실을. 어른의 선택으로 상처받고, 끝내는 스스로 방안을 찾는 아이의 모습은 애잔하면서 미덥다. 작품 속 화자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이 담긴 편지와 엽서를 아빠 엄마에게 부친다.
“엄마, 아빠는 우리 가족이 둘로 나뉘어 살 거란 말을 왜 이렇게 늦게 한 거야?”
“엄마, 언니, 막내랑 함께 산다고 졸라 보기나 할걸.” (…) - 본문 중에서
자신의 방식대로 불편함과 화를 드러내는 화자의 손길은 바람직하다. 참고 누르고 타인의 마음만 배려하는 것이 미덕은 아니니까. 갈등과 상처의 마음 서랍을 비우고 나면 또 다른 성난 마음들이 달려들지 모른다. 그러나 이미 한 번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보고, 새로운 활력과 대안을 경험한 사람은 두 번째, 세 번째 마음 서랍을 비우는 일도, 상처의 마음 서랍이 꽉 채워지기 전에 미리 버리는 일도 조금은 익숙해질 것이다. 마음속 상처와 슬픔을 한바탕 털어놓고, 아빠와의 거리도 좁히고 일상을 다시 찾는 둘째처럼 말이다.
‣ “(…) 조금만 덜 좋고 싶었습니다.”
- 간단하게, 간단하지 않은 마음을 쓰고 그리다
“간단하게 간단하지 않은 마음을 쓰는 사람.” 작가 김양미를 가장 가까이서 본 친구의 말이다. <풍선> 시리즈와 딱 어울리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풍선 다섯 개》는 보이지 않는 ‘마음’을 다룬 그림책이다. 한 달에 한 번 언니와 동생이 집에 오는 날, 한 달에 한 번 엄마 집에 가는 날, 둘째의 마음은 어떨까. (언니와 막내는) “함께 놀고, 함께 잤습니다. 그리고 함께 갔습니다.” 작가는 이 단순한 문장 속에 많은 말을 건네는 것은 물론, 어지럽게 흩어진 장난감들 속에서도 휑뎅그렁한 방을 연출하여 씁쓸함을 극대화시킨다.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조금만 덜 좋고 싶었습니다”며 반어적으로 표현하지만, 그림에서는 엄마와 함께 목욕하며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슬픔’을 드러내 온전한 슬픔에 젖어들게 한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갔습니다.” 이 단순한 한 줄 문장과 보이지 않는 시간의 흐름은 엄마가 둘째를 만날 때마다 주는 손가락 인형들이 장식장에 하나둘씩 쌓이는 장면으로 대신한다. 작가의 섬세한 관찰력과 따뜻한 시선 그리고 오랜 숙고가 빚어낸 내공 깊은 장면들이다.
‣ “5 나누기 2는 5. 이게 우리 가족의 나눗셈입니다.”
- 저마다의 특수한 삶의 공식으로 다시 찾는 희망
한집에 다섯 식구가 살다가 두 집으로 나뉘어 살면, 셈법으로는 2.5명씩 나누어야 하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 화자인 둘째는 “5 나누기 2는 5”라는 자신만의 특수한 공식을 만들며, 벌어진 결과 안에서 상처를 다독이고, 나름의 새 공식을 만들며 희망을 다진다. 다섯 식구를 상징하는 파랑, 노랑, 빨강, 초록, 보라 풍선을 달고 소파에 앉아 편지를 읽는 둘째의 마지막 장면은 화면을 꽉 채운 희망으로 따뜻한 기운을 선사한다.
‣ 글을 보고, 그림을 읽는 매력
보통 글은 읽고, 그림은 본다고 말한다. 《풍선 다섯 개》는 반대로 글을 보고, 그림을 읽는 행위가 가능하다. 글, 그림 안에는 다양한 함의와 상징, 비유가 있어 저마다의 감상과 해석이 가능하다. 표지만 해도 그렇다. 화자인 둘째를 상징하는 ‘초록 풍선’이 문틈으로 날아간다. 혹자는 엄마를 상징하는 ‘보라 풍선’의 중심색인 보라색 방안에서 초록 풍선이 빠져나가는 그림을 두고 둘째가 엄마로부터의 분리, 독립, 이별을 받아들이는 메시지라고 해석한다. 정답은 없다. 장면마다 중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그림책, 《풍선 다섯 개》의 매력이다!
▣ 작품 내용
엄마 아빠가 이혼하고, 아빠와 단둘이 산 지 3년이 지났다. 그사이 아빠는 농구 심판에서 꽃집 주인이 되었고, 엄마는 빵 요리사가 되었다. 가족의 규칙대로 매월 한 번은 언니와 동생이 우리 집에서, 한 번은 내가 엄마 집에 가서 잔다. 아빠는 이제 나보다 식물이 100배 더 좋은지, 선인장에 푹 빠져 있다. 가끔 밤을 새우기도 한다. 언젠가부터 나는 선인장 가시를 부러뜨리기 시작했다. 열일곱 번째 가시에 찔린 날, 그제야 진짜 내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가 소개
1967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대학에서 국문학을 공부했다. 2000년 단편 동화 <멸치>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2006년 《찐찐군과 두빵두》로 제2회 마해송문학상을 받았다. 쓰고 그린 그림책 《풍선 세 개》, 《풍선 다섯 개》를 비롯해 동화 《오빠와 나》, 《털뭉치》, 《여름이와 가을이》, 《따로 또 삼총사》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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