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종이는 많이 쓰고 많이 버린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21세기 사무실에서는 더 이상 종이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그의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무실로 컴퓨터가 보급되면서 손으로 작성해야 했던 일을 컴퓨터로 쉽게 작성할 수 있었고, 프린터, 복사기 등 출력 장비의 성능이 좋아지자 쉽게 문서를 뽑는 일이 가능해졌다. 기술의 발달로 외려 사무실에서는 종이 사용이 늘어난 것이다. 문서뿐만 아니라 택배 상자, 포장지, 화장지 등 다양한 용도로 종이는 쓰이고 있다. 값싸고 편리하지만 그만큼 많이 만들고 버려진다. 때문에 환경 오염도 심각해지고 있다. 종이를 만들기 위해 숱한 나무가 베어지고, 숲이 사라졌다. 종이가 만들어지고 썩는 동안 온실가스도 배출되어 지구 온난화를 가중시킨다. 어떻게 해서 종이는 이토록 많이 쓰이고 있는 걸까? 미래에는 디지털을 이용해서 종이 사용을 줄이고 환경 오염도 막을 수 있을까?
종이를 타고 전해진 인류의 기억
종이는 수천 년 동안 전 인류의 역사, 과학, 예술을 기록하고 기록을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다. 문자가 생기고, 후대에게 지식과 지혜를 전해 주고 싶었던 인류는 기록할 수 있는 재료를 찾기 시작했다. 고대인들은 점토 판, 동물 뼈, 죽간, 파피루스, 양피지 등을 활용해 기록을 남겼다. 하지만 잘 부서지거나 문자를 새기기 어렵고, 부피가 크거나 만드는 데 많은 비용이 들어서 기록을 남기는 재료로 전 세계에 퍼지기에는 마땅치 않았다.
1세기경, 중국에서 만들어진 종이는 달랐다. 글쓰기에 적합했을 뿐만 아니라 만들기 쉽고 얇고 가볍고 부피도 작았다. 무역이나 전쟁을 통해 중국의 종이를 접한 서구에서도 차츰차츰 기록을 남길 재료로 종이를 사용했다.
15세기 구텐베르크가 인쇄기를 발명하고 금속활자를 이용해 종이에 인쇄를 하기 시작하면서, 역사는 큰 변화를 겪었다. 16세기 교회는 인쇄기로 찍은 수많은 면죄부를 사람들에게 팔았고, 마르틴 루터가 교회를 비판하는 전단지도 인쇄기로 찍어 유럽 전체에 퍼질 수 있었다. 종이와 인쇄기가 없었다면 종교 개혁은 한참 후에나 벌어질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18세기 프랑스에서는 계몽 사상가들의 책이나 금서가 된 풍자 소설을 읽은 대중들이 사회 불평등에 대한 불만을 품었고, 이를 계기로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다. 19세기 미국에서도 남북 전쟁의 도화선 역할을 한 책이 있었다. 해리엇 스토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 밀리언셀러가 되면서 남북 갈등은 심화되었고, 남북 전쟁 이후 흑인들이 노예의 신분을 벗어날 수 있었다.
다 빈치의 6,000장의 노트도, 에디슨의 500만 쪽의 노트도 모두 종이 위에 쓰였다. 뉴턴도 선대 과학자들이 남긴 책을 통해 자신의 이론을 확립할 수 있었다. 종이에 담긴 과거의 지식과 지혜가 시간을 거슬러 후대에 전해진 덕분에 과학과 기술, 산업이 발달할 수 있었다.
종이는 깨끗하지 않다!
종이는 하얄수록 깨끗해 보인다. 하지만 종이는 하얄수록 깨끗하지 않다. 나무를 재료로 종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나무를 갈아 물에 끓여 펄프를 만든다. 처음 펄프는 어두운 갈색 빛을 띠는데, 표백 공정을 거쳐 펄프는 하얗게 된다. 문제는 표백제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유해 물질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때 발생하는 폐수를 정화 처리하지 않고 강이나 호수로 흘러보내면 물은 심각하게 오염된다. 실제로 제지 공장과 펄프 공장에서 내보낸 폐수로 인해 1997년에는 바이칼 호수의 물범이 1만 마리, 2005년 칠레의 크루세스 강의 검은목고니가 5000여 마리 떼죽음을 당했다.
종이의 재료로 나무를 사용한 건 불과 200년이 안 됐지만, 전 세계의 천연 숲은 기하급수적으로 사라졌다. 세계 최대 규모의 펄프 공장이 있는 인도네시아 리아우 주의 경우, 1980년대 78%를 차지했던 숲이 2005년에는 33%로 줄어들었다. 사라진 천연 숲의 자리에는 제지 산업을 위한 인공 숲이 들어섰고, 나무 농장이 된 인공 숲에서는 동물들이 쫓겨났다.
숲이 사라지는 건 비단 오래된 나무들이 잘리는 문제에 그치지 않았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나무들이 베어지고, 인공 숲을 만들기 위해 땅을 불태우면서 지구 온난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게다가 종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도, 종이가 땅속에서 썩는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OECD에 따르면, 제지 산업은 화학 산업과 철강 산업의 뒤를 이어 온실가스 배출량이 3위인 산업이다.
디지털이 종이를 대체하면 환경 오염은 줄어들까?
종이가 담당했던 기록과 전파의 역할은 점점 디지털에게 넘어가고 있다. 종이의 역할이 바뀌어 포장지 등의 생산은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인쇄용지의 사용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현재는 포장지 등의 사용량으로 인해 전체 종이 사용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지만, 혹시 디지털이 빠른 속도로 기록과 전파의 역할을 전담하면서 인쇄용지가 싹 사라진다면 환경 오염도 줄어들지는 않을까?
하지만 디지털 기기도 환경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디지털 기술이 발달할수록 점점 스마트폰과 같은 디지털 기기의 교체 시기도 빨라지고, 쓰레기가 된 디지털 기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양의 중금속과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
게다가 디지털 사회에서는 디지털 문맹 등 사회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종이를 통해 기록물을 보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디지털 기기를 통해 기록물을 보는 건 디지털 기기를 마련하고 사용할 줄 알아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사회에서 디지털도, 종이도 결국 어떻게 사용하느냐가 우리의 몫으로 남는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송지혜
부산대학교에서 분자생물학과 일어일문학을, 고려대학교 대학원에서 과학언론학을 공부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일하다 현재는 어린이를 위한 과학 책을 만들고 쓰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제1회 밀크 T 창작동화 공모전에서 과학 동화 부문 은상을 수상했습니다. 옮긴 책으로 <알기 쉬운 원소도감>, 지은 책으로 <자연을 담은 색, 색이 만든 세상>이 있고, 함께 지은 책으로 <초등교과서 어휘 능력 12000> 시리즈와 <수근수근 수수께끼 속닥속닥 속담퀴즈> 시리즈가 있습니다.
옮긴이 : 김성영
어린 시절, 그림을 그릴 때면 토성은 어떤 곳일까 하고 상상하곤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른이 되어 그림을 그릴 때면 어린 시절에 늘 상상했던 토성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부디 토성에서 그려서 보낸 저의 그림이 지구에서 미래를 꿈꾸는 여러분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주었으면 합니다. 그린 책으로 <평면도형이 운동장으로 나왔다!>, <세 개의 마술 밧줄>, <예수님과 세례 요한>(전자책) 등이 있습니다.
목 차
디지털이 종이를 삼킨 세상이란 어떤 세상일까?
많이 만들고, 쓰고, 버리는 종이
과거와 현재, 종이는 지금도 변신 중
사무실에서 종이는 사라질 거야
택배 상자 열면 종이, 그 종이 열면 또 종이
생각을 더더더_재해 현장에 세워진 종이 집
인류의 지식과 지혜를 담는 그릇
알타미라 동굴 벽화와 함무라비 법전이 하는 말
드디어 종이가 나타났다!
기록 위에 세워진 역사
종이 위에 맺은 약속
다 빈치와 에디슨의 특별한 노트
생각을 더더더_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종이, 한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전달자
누구나 읽을 수 없는 책
구텐베르크 인쇄기와 종이가 만나다
면죄부와 종교 개혁
책, 혁명의 불씨가 되다
우주의 중심이 바뀌다
신문은 힘이 세다
생각을 더더더_한국에서 탄생한 최초의 금속 활자
종이, 이렇게 써도 괜찮을까?
나무에서 태어나는 종이
사라진 숲, 사라지는 생물들
하얀 종이 뒤의 검은 진실
종이 때문에 지구가 뜨거워!
다시 쓰면 어떨까?
똥과 돌, 종이가 되어라!
생각을 더더더_나무들의 어머니, 왕가리 마타이
디지털 시대의 종이
백과사전을 집어 삼킨 컴퓨터
종이 없는 세상이 올까?
생각을 더더더_종이 없는 세상에서 소외되는 사람들
지구 온도를 올리는 주범은 종이도 디지털도 아닌, 바로 나!
참고문헌 및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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