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유은실의 다섯 번째 책, 그리고 본격적인 첫 장편동화
2005년 등단 이후, 네 권의 책을 펴내면서 독자와 평론가들 사이에서 폭넓게 신뢰를 얻고 있는 유은실. 유은실은 지금 아동문학 문단에서 자신만의 브랜드 네임을 가진 몇 안 되는 작가로, 특히 단편동화에서 특유의 감성, 따뜻한 시선,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 삶의 단면을 하나하나 포착해 내는 데 남다른 장기를 발휘해 왔다. 그리고 유머와 감수성, 아이러니가 잘 어우러진 유은실의 단편동화는『만국기 소년』(창비, 2007)『멀쩡한 이유정』(푸른숲, 2008)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편, 같은 해에 출간된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창비, 2005)과『우리 집에 온 마고 할미』(바람의아이들, 2005) 역시 그해의 좋은 어린이책으로 나란히 손꼽힐 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유은실이 비교적 호흡이 긴 이야기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를 둘러싼 문학 체험에 일정 부분 기대고 있는『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은 구성면에서 볼 때 본격적인 장편이라기보다는 에피소드의 조합이 돋보이는 작품이었고, 신화적 상상력과 언어의 리듬이 돋보이는『우리 집에 온 마고 할미』는 장편이라고 하기에는 좀 짧은 이야기였다.
『마지막 이벤트』는 그동안 유은실이 보여준 위의 장기들이 전부 다 유감없이 발휘된 명실상부한 첫 장편동화이다. 유은실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죽음과 장례식을 경험하는 6학년 남자아이를 통해 엄격한 형식과 거추장스러운 절차로 가득한 장례식을 세심한 관찰과 특유의 화법으로 그려 보인다. 『마지막 이벤트』에서는 인물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살아 있고, 유머와 아이러니가 돋보이는 상황들이 끊임없이 펼쳐지는데,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것은 그곳이 장례식장임을 결코 잊지 않았다는 듯 차근차근 삶과 죽음에 대한 이해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그리하여『마지막 이벤트』는 별것 아닌 삶에서 특별함을 발견해내는, 유은실의 전작들이 이뤄낸 세계를 이어 나가는 동시에 확장하고 있다.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장례식에서 배웠다
아이들을 한사코 죽음의 곁에서 멀리 두려는 어른들 덕에 아이들이 경험하는 최초의 장례식은 대개 조부모님의 장례식이 되기 쉽다. 죽음이 무언지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누군가의 부재 때문에, 혹은 다른 가족들의 절절한 슬픔과 눈물 때문에, 혹은 생소하고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운 아이들.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밤을 세워 술을 마시고 화투를 치고 간혹 몸싸움까지 벌이는 이유는? 유족들의 정신을 쏙 빼놓아서 슬픔을 이기도록 하기 위해서! 하나의 삶이 끝을 맺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숙연하고 막막하고 가슴 저미는 일이지만 사실상 세상의 모든 장례식이 그렇게 숙연하지만은 않다.『마지막 이벤트』의 표시한 할아버지의 장례식 역시 슬프고 황당하고 웃긴 상황이 끊임없이 뒤섞인다. 그리고 영욱이가 모든 걸 아이다운 단순함과 순진함으로 바라보는 덕에 장례식은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아빠한테 늘상 ‘쓸모없는 놈’이라고 핀잔을 듣는 영욱이는 역시 아빠에게 무시를 당하는 할아버지하고 사이가 좋다. 위안이라고 해도 좋고 연대라고 해도 좋을, 할아버지와 영욱이의 관계는 어느 날 할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돌연 끝나 버린다. 그리고 할아버지 없이 치러지는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영욱이는 울다가 웃다가, 화내다가 부끄러워하다가, 할아버지 생각에 눈물을 흘리다가 자기 생각에 빠졌다가, 도무지 정신이 없다. 그렇지만 결국, 더 이상 할아버지는 없고, 할아버지 옆에서 자는 것도 그만이고, 할아버지의 검버섯을 보물 지도라고 상상하는 일도 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장례식은 주인공이 부재한 채로 치러지는 유일한 잔치이며, 삶의 온갖 비루하고 수치스러운 면면이 드러나는 한판 난장이기도 하다. 표시한 할아버지의 장례식은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황당하고 때로는 치사한 구석도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삶 또한 그렇지 않은가. 할아버지가 준비해 둔 특별한 이벤트는 남은 가족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지만, 거기에는 할아버지의 일평생과 후회와 용서가 담겨 있다. 한 사람은 떠나고 남은 사람들은 죽음을 통한 용서와 화해를 경험한 뒤, 새로운 삶으로 돌아갈 것이다. 결국 모든 장례식은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누군가는 떠나도 삶은 계속된다는 엄연한 사실을 들려주고 있으니까. 그리하여 부모들이 염려하는 것과 달리 아이들도 장례식에서 인생을 배운다. 배울 수밖에 없다.『마지막 이벤트』가 아동문학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아동문학이기 때문에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은 바로 거기에 있다.
▣ 작가 소개
글 : 유은실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구구단은 초등학교 삼 학년 때, 오른손 왼손은 삼 학년 때, 좌향좌 우향우는 고등학교 때 깨쳤다. 책을 엄청 적게 읽는 어린 시절을 보내고 책을 엄청 많이 읽는 어린이 얘기를 써서 동화 작가가 되었다. 그런 내 앞에서 한 어린이가 ‘책을 많이 읽어야 이렇게 작가가 될 수 있어.’ 라고 잔소리 듣는 걸 보고 몹시 미안했다. 맛있는 거 먹을 때, 재미있는 책 읽을 때,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애쓰는 사람을 만났을 때 사람으로 태어난 보람을 찐하게 느낀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만국기 소년』을 책으로 내고, 『만국기 소년』으로 제 28회 한국어린이도서상을 받았다.
그림 : 양경희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전시와 책을 통해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과 재활용이 지구를 구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64의 비밀』, 『미노스』, 『내 꿈은 토끼』, 『달려라, 바퀴』, 『바람의 문』등의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렸다.
유은실의 다섯 번째 책, 그리고 본격적인 첫 장편동화
2005년 등단 이후, 네 권의 책을 펴내면서 독자와 평론가들 사이에서 폭넓게 신뢰를 얻고 있는 유은실. 유은실은 지금 아동문학 문단에서 자신만의 브랜드 네임을 가진 몇 안 되는 작가로, 특히 단편동화에서 특유의 감성, 따뜻한 시선, 열린 마음으로 아이들 삶의 단면을 하나하나 포착해 내는 데 남다른 장기를 발휘해 왔다. 그리고 유머와 감수성, 아이러니가 잘 어우러진 유은실의 단편동화는『만국기 소년』(창비, 2007)『멀쩡한 이유정』(푸른숲, 2008)를 통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편, 같은 해에 출간된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창비, 2005)과『우리 집에 온 마고 할미』(바람의아이들, 2005) 역시 그해의 좋은 어린이책으로 나란히 손꼽힐 만큼 좋은 평가를 받았는데, 유은실이 비교적 호흡이 긴 이야기에서도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를 둘러싼 문학 체험에 일정 부분 기대고 있는『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은 구성면에서 볼 때 본격적인 장편이라기보다는 에피소드의 조합이 돋보이는 작품이었고, 신화적 상상력과 언어의 리듬이 돋보이는『우리 집에 온 마고 할미』는 장편이라고 하기에는 좀 짧은 이야기였다.
『마지막 이벤트』는 그동안 유은실이 보여준 위의 장기들이 전부 다 유감없이 발휘된 명실상부한 첫 장편동화이다. 유은실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죽음과 장례식을 경험하는 6학년 남자아이를 통해 엄격한 형식과 거추장스러운 절차로 가득한 장례식을 세심한 관찰과 특유의 화법으로 그려 보인다. 『마지막 이벤트』에서는 인물 하나하나의 캐릭터가 살아 있고, 유머와 아이러니가 돋보이는 상황들이 끊임없이 펼쳐지는데, 무엇보다도 돋보이는 것은 그곳이 장례식장임을 결코 잊지 않았다는 듯 차근차근 삶과 죽음에 대한 이해로 나아간다는 점이다. 그리하여『마지막 이벤트』는 별것 아닌 삶에서 특별함을 발견해내는, 유은실의 전작들이 이뤄낸 세계를 이어 나가는 동시에 확장하고 있다.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장례식에서 배웠다
아이들을 한사코 죽음의 곁에서 멀리 두려는 어른들 덕에 아이들이 경험하는 최초의 장례식은 대개 조부모님의 장례식이 되기 쉽다. 죽음이 무언지 제대로 이해하기도 전에, 누군가의 부재 때문에, 혹은 다른 가족들의 절절한 슬픔과 눈물 때문에, 혹은 생소하고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운 아이들. 장례식장에서 사람들이 밤을 세워 술을 마시고 화투를 치고 간혹 몸싸움까지 벌이는 이유는? 유족들의 정신을 쏙 빼놓아서 슬픔을 이기도록 하기 위해서! 하나의 삶이 끝을 맺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숙연하고 막막하고 가슴 저미는 일이지만 사실상 세상의 모든 장례식이 그렇게 숙연하지만은 않다.『마지막 이벤트』의 표시한 할아버지의 장례식 역시 슬프고 황당하고 웃긴 상황이 끊임없이 뒤섞인다. 그리고 영욱이가 모든 걸 아이다운 단순함과 순진함으로 바라보는 덕에 장례식은 더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
아빠한테 늘상 ‘쓸모없는 놈’이라고 핀잔을 듣는 영욱이는 역시 아빠에게 무시를 당하는 할아버지하고 사이가 좋다. 위안이라고 해도 좋고 연대라고 해도 좋을, 할아버지와 영욱이의 관계는 어느 날 할아버지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돌연 끝나 버린다. 그리고 할아버지 없이 치러지는 할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영욱이는 울다가 웃다가, 화내다가 부끄러워하다가, 할아버지 생각에 눈물을 흘리다가 자기 생각에 빠졌다가, 도무지 정신이 없다. 그렇지만 결국, 더 이상 할아버지는 없고, 할아버지 옆에서 자는 것도 그만이고, 할아버지의 검버섯을 보물 지도라고 상상하는 일도 끝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는데…….
장례식은 주인공이 부재한 채로 치러지는 유일한 잔치이며, 삶의 온갖 비루하고 수치스러운 면면이 드러나는 한판 난장이기도 하다. 표시한 할아버지의 장례식은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황당하고 때로는 치사한 구석도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삶 또한 그렇지 않은가. 할아버지가 준비해 둔 특별한 이벤트는 남은 가족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지만, 거기에는 할아버지의 일평생과 후회와 용서가 담겨 있다. 한 사람은 떠나고 남은 사람들은 죽음을 통한 용서와 화해를 경험한 뒤, 새로운 삶으로 돌아갈 것이다. 결국 모든 장례식은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닐까? 누군가는 떠나도 삶은 계속된다는 엄연한 사실을 들려주고 있으니까. 그리하여 부모들이 염려하는 것과 달리 아이들도 장례식에서 인생을 배운다. 배울 수밖에 없다.『마지막 이벤트』가 아동문학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아동문학이기 때문에 도달할 수 있는 지점은 바로 거기에 있다.
▣ 작가 소개
글 : 유은실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구구단은 초등학교 삼 학년 때, 오른손 왼손은 삼 학년 때, 좌향좌 우향우는 고등학교 때 깨쳤다. 책을 엄청 적게 읽는 어린 시절을 보내고 책을 엄청 많이 읽는 어린이 얘기를 써서 동화 작가가 되었다. 그런 내 앞에서 한 어린이가 ‘책을 많이 읽어야 이렇게 작가가 될 수 있어.’ 라고 잔소리 듣는 걸 보고 몹시 미안했다. 맛있는 거 먹을 때, 재미있는 책 읽을 때,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애쓰는 사람을 만났을 때 사람으로 태어난 보람을 찐하게 느낀다.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우리 집에 온 마고할미』『만국기 소년』을 책으로 내고, 『만국기 소년』으로 제 28회 한국어린이도서상을 받았다.
그림 : 양경희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했다. 전시와 책을 통해 그림을 소개하고 있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과 재활용이 지구를 구하는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64의 비밀』, 『미노스』, 『내 꿈은 토끼』, 『달려라, 바퀴』, 『바람의 문』등의 어린이 책에 그림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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