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세상일이란 계획이나 합리적 판단보다 우연이나 사소한 오해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 같다. 더욱이 그 일이 나쁜 일이라면 십중팔구 우연과 오해 때문이다. 그때 그곳에 있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이 시비를 걸지 않았더라면, 내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모든 사건사고는 대개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일어난다. 어느 날 민기에게 생긴 일도 그렇다. 민기가 그때 졸고 있지 않았더라면, 경수의 야구공이 졸고 있는 민기에게 날아오지 않았더라면, 민기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민기와 경수가 함께 교실 청소를 하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그리고 그랬더라면 둘이 방과 후 학교 앞에서 시간을 보낼 일도 없었을 테고, 또 둘이 함께 문구점 앞에서 게임을 하지 않았더라면, 문구점 할아버지가 누명을 씌우지 않았더라면, 둘이 그냥 잠자코 끌려갔더라면……졸지에 도망자가 되는 일이란 없었을 것이다. 결단코!
『도망자들의 비밀』은 뜻하지 않게 범죄를 저지르고(라고 생각하고) 도망자가 되어 버린 두 아이가 벌이는 1박 2일의 탈출기다. 탈출이라니, 어디로부터? 정확히 말하면 민기와 경수도 잘 모른다. 사소한 시비 끝에 문구점 할아버지가 다쳤다고 생각하고는 무작정 사건 현장에서 도망친 참이니까. 둘은 집이나 공원, 학교 등을 빙빙 맴돌지만 선뜻 잘못을 빌거나 어른들의 도움을 구하려고 하지 않는다. 경찰이 잡으러 올지도 모르고, 경찰에 잡히면 감옥에 갈지도 모르고, 어린아이들이라서 감옥에 안 간다면 부모님이 대신 감옥에 갈지 모른다. 어쨌든 모르는 것투성이이긴 하지만 상황이 극도로 안 좋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민기와 경수가 도망자로서 겪는 고초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하루 종일 배를 곯지 않나, 학교 다목적실에서 한뎃잠을 자지 않나, 불량 중학생들에게 흠씬 얻어맞고 소중한 야구공을 뺏기지 않나, 종로에서 시위대에 휩쓸렸다가 부상을 당하지 않나……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모든 일은 제자리에
대부분의 시간 동안 불안해하고 걱정하긴 하지만, 이틀 동안 벌어지는 민기와 경수의 모험은 기본적으로 두 명의 짝패가 등장하는 ‘버디무비’를 닮아 있다. 같은 일을 겪으면서 서로를 의지하고 도와주고, 그 와중에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민기와 경수. 서로를 못마땅해하고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기 일쑤였던 민기와 경수는 차츰 속을 터놓고 친구가 되어간다. 그 1박 2일 동안 민기에겐 경수밖에 없고 경수에겐 민기밖에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처럼 누군가와 같은 배를 탔다는 느낌, 특별한 결속의 느낌은 형편이 좋을 때라면 결코 느끼지 못할 종류의 것들이다. 오죽하면 낯선 노숙자 아저씨한테까지 친밀감을 느꼈을까?(퍽 다행스럽게도 노숙자 ‘진짜 박찬호’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민기와 경수가 도망자가 되기까지 모든 일이 불운과 실수, 오해로부터 비롯된 것은 사실이지만, 둘이 절친한 친구가 되고 색다른 경험을 하고 끝내 무사히 귀환한 걸 보면 운이 좋았다고도 할 만하다. 문구점 할아버지는 멀쩡히 생존중이고, 문구점 앞에 쳐놓았던 폴리스라인(이라고 생각했던 줄)은 알고 보니 도로공사를 위한 것이었다. 게다가 부모님이나 선생님도 반가운 나머지 크게 화를 내거나 꾸중을 하지는 않는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안도의 한숨, 그리고 배시시 새어나오는 웃음. 민기와 경수가 이후에도 쭈욱 ‘베프’로 지내게 될 것은 말하나마나다. 어쨌거나 둘 사이에는 도망자들만의 비밀이 있으니까.
2009년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인 『나는 뻐꾸기다』를 통해 어른과 아이의 특별한 우정에 대해 이야기했던 작가 김혜연은 이번 『도망자들의 비밀』을 통해 남자아이들만의 우정을 유쾌하고도 조심스럽게 그려내 보인다. 민기와 경수는 둘 다 미숙하고 연약하지만 소년 특유의 과대망상과 용기, 믿음을 지니고 있어 이 둘과 여정을 함께하다 보면 어쩐지 모든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은 낙천적 태도를 갖게 된다. 뭐,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가는 식은 아니지만 몰래 학교 담을 넘고, 지하철 게이트를 뛰어넘고, ‘효순이·미선이’를 위한 시위대에 섞여드는 정도의 모험과 일탈이라면 해 볼 만하달까. 덕분에 ‘절친’이 생기고 ‘진짜 박찬호’의 사인이 담긴 야구공을 갖게 된다면야. 과연 이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문구점 할아버지는 정말 크게 다친 걸까, 민기의 아빠는 정말 회사를 그만두시는 걸까, 박찬호 아저씨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등등 여러 가지 물음표를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히힛, 하고 웃을 수 있는 유쾌하고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 작가 소개
글 : 김혜연
동화를 쓰면서부터 잊고 있던 어릴 적 기억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나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이 기억들이 대체 어디 있다 나오는 건지 몹시 궁금해하고 있는 중이다. 기억의 창고에서 보물을 발견하길 기대하며 게으른 글쓰기를 하고 있다. 안데르센 그림자상 특별상과 황금도깨비상을 받았고, 지은 책으로 『나는 뻐꾸기다』 『꽃밥』이 있다.
그림 : 배현정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그동안 『초콜릿 터치』 『생각 중이다』 『꽃밥』 『집에 안 들어감』등에 그림을 그렸다. 매일 여행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서, 그날의 여행을 www.fouroclock.net에 그림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세상일이란 계획이나 합리적 판단보다 우연이나 사소한 오해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 것 같다. 더욱이 그 일이 나쁜 일이라면 십중팔구 우연과 오해 때문이다. 그때 그곳에 있지 않았더라면, 그 사람이 시비를 걸지 않았더라면, 내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모든 사건사고는 대개 이런 과정을 거쳐서 일어난다. 어느 날 민기에게 생긴 일도 그렇다. 민기가 그때 졸고 있지 않았더라면, 경수의 야구공이 졸고 있는 민기에게 날아오지 않았더라면, 민기가 조금만 참았더라면…… 민기와 경수가 함께 교실 청소를 하는 일은 없었을 테니까. 그리고 그랬더라면 둘이 방과 후 학교 앞에서 시간을 보낼 일도 없었을 테고, 또 둘이 함께 문구점 앞에서 게임을 하지 않았더라면, 문구점 할아버지가 누명을 씌우지 않았더라면, 둘이 그냥 잠자코 끌려갔더라면……졸지에 도망자가 되는 일이란 없었을 것이다. 결단코!
『도망자들의 비밀』은 뜻하지 않게 범죄를 저지르고(라고 생각하고) 도망자가 되어 버린 두 아이가 벌이는 1박 2일의 탈출기다. 탈출이라니, 어디로부터? 정확히 말하면 민기와 경수도 잘 모른다. 사소한 시비 끝에 문구점 할아버지가 다쳤다고 생각하고는 무작정 사건 현장에서 도망친 참이니까. 둘은 집이나 공원, 학교 등을 빙빙 맴돌지만 선뜻 잘못을 빌거나 어른들의 도움을 구하려고 하지 않는다. 경찰이 잡으러 올지도 모르고, 경찰에 잡히면 감옥에 갈지도 모르고, 어린아이들이라서 감옥에 안 간다면 부모님이 대신 감옥에 갈지 모른다. 어쨌든 모르는 것투성이이긴 하지만 상황이 극도로 안 좋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더니 민기와 경수가 도망자로서 겪는 고초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하루 종일 배를 곯지 않나, 학교 다목적실에서 한뎃잠을 자지 않나, 불량 중학생들에게 흠씬 얻어맞고 소중한 야구공을 뺏기지 않나, 종로에서 시위대에 휩쓸렸다가 부상을 당하지 않나……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모든 일은 제자리에
대부분의 시간 동안 불안해하고 걱정하긴 하지만, 이틀 동안 벌어지는 민기와 경수의 모험은 기본적으로 두 명의 짝패가 등장하는 ‘버디무비’를 닮아 있다. 같은 일을 겪으면서 서로를 의지하고 도와주고, 그 와중에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민기와 경수. 서로를 못마땅해하고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거리기 일쑤였던 민기와 경수는 차츰 속을 터놓고 친구가 되어간다. 그 1박 2일 동안 민기에겐 경수밖에 없고 경수에겐 민기밖에 없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처럼 누군가와 같은 배를 탔다는 느낌, 특별한 결속의 느낌은 형편이 좋을 때라면 결코 느끼지 못할 종류의 것들이다. 오죽하면 낯선 노숙자 아저씨한테까지 친밀감을 느꼈을까?(퍽 다행스럽게도 노숙자 ‘진짜 박찬호’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민기와 경수가 도망자가 되기까지 모든 일이 불운과 실수, 오해로부터 비롯된 것은 사실이지만, 둘이 절친한 친구가 되고 색다른 경험을 하고 끝내 무사히 귀환한 걸 보면 운이 좋았다고도 할 만하다. 문구점 할아버지는 멀쩡히 생존중이고, 문구점 앞에 쳐놓았던 폴리스라인(이라고 생각했던 줄)은 알고 보니 도로공사를 위한 것이었다. 게다가 부모님이나 선생님도 반가운 나머지 크게 화를 내거나 꾸중을 하지는 않는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안도의 한숨, 그리고 배시시 새어나오는 웃음. 민기와 경수가 이후에도 쭈욱 ‘베프’로 지내게 될 것은 말하나마나다. 어쨌거나 둘 사이에는 도망자들만의 비밀이 있으니까.
2009년 황금도깨비상 수상작인 『나는 뻐꾸기다』를 통해 어른과 아이의 특별한 우정에 대해 이야기했던 작가 김혜연은 이번 『도망자들의 비밀』을 통해 남자아이들만의 우정을 유쾌하고도 조심스럽게 그려내 보인다. 민기와 경수는 둘 다 미숙하고 연약하지만 소년 특유의 과대망상과 용기, 믿음을 지니고 있어 이 둘과 여정을 함께하다 보면 어쩐지 모든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은 낙천적 태도를 갖게 된다. 뭐, 산을 넘고 바다를 건너가는 식은 아니지만 몰래 학교 담을 넘고, 지하철 게이트를 뛰어넘고, ‘효순이·미선이’를 위한 시위대에 섞여드는 정도의 모험과 일탈이라면 해 볼 만하달까. 덕분에 ‘절친’이 생기고 ‘진짜 박찬호’의 사인이 담긴 야구공을 갖게 된다면야. 과연 이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문구점 할아버지는 정말 크게 다친 걸까, 민기의 아빠는 정말 회사를 그만두시는 걸까, 박찬호 아저씨에게는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등등 여러 가지 물음표를 따라가다가 마지막에 히힛, 하고 웃을 수 있는 유쾌하고 흥미진진한 작품이다.
▣ 작가 소개
글 : 김혜연
동화를 쓰면서부터 잊고 있던 어릴 적 기억들이 새록새록 생각이 나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이 기억들이 대체 어디 있다 나오는 건지 몹시 궁금해하고 있는 중이다. 기억의 창고에서 보물을 발견하길 기대하며 게으른 글쓰기를 하고 있다. 안데르센 그림자상 특별상과 황금도깨비상을 받았고, 지은 책으로 『나는 뻐꾸기다』 『꽃밥』이 있다.
그림 : 배현정
1983년 서울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했다. 그동안 『초콜릿 터치』 『생각 중이다』 『꽃밥』 『집에 안 들어감』등에 그림을 그렸다. 매일 여행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서, 그날의 여행을 www.fouroclock.net에 그림과 사진으로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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