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아이들이 만나는 세상의 조각들-정승희 단편집 『눈으로 볼 수 없는 지도』
객관적으로 세상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 하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 따뜻하거나 살벌하거나 재미있거나 지리멸렬하다. 비관적인 사람의 눈에 세상은 무척이나 캄캄하고 축축한 동굴일 테지만 낙천적 세계관을 지닌 사람한테는 한번 덤벼볼 만한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지나치게 신중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세상의 어두운 면을 가리고자 애를 끓이고, 대책 없이 밝고 명랑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양지만 보라고 손가락질을 해댄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건 균형 감각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세상의 조각조각들을 짧고 인상적으로 표현한 단편동화는 아이들이 세상을 만나는 좋은 공부가 되기도 한다. 정승희의 단편집 『눈으로 볼 수 없는 지도』는 아이들이 그들 나름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슬퍼도 괜찮아, 우린 혼자가 아니니까
「나무와 슬리퍼 할아버지」와 「우리는 섬에서 살아」는 얼핏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이끌어내려는 듯 보인다. 「나무와 슬리퍼 할아버지」에서 아빠의 실직으로 곤란을 겪게 된 나무는 신문을 차지하기 위해 슬리퍼 할아버지와 신경전을 벌이고, 「우리는 섬에서 살아」의 은기와 억만이는 임대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불편을 겪는 것 때문에 화가 난다. 하지만 결국 나무는 할아버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은기와 억만이는 자신들이 오해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잘못을 바로잡게 된다. 이들 등장인물들 사이에는 알게 모르게 상호 존중과 이해가 가로놓여 있다. 그것은 그들이 똑같이 가난한 사람들이라서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게 마련인 소통에 대한 의지 때문이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은 굉장한 위로가 되는 법이니까. 이렇게 가난은 때로 누군가를 겉치레 없이 투명하게 내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아파도 괜찮아, 우린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
「다시 시작하는 내 인생」과 「소금기둥」, 「일곱 살짜리 우리 형」은 생명의 탄생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도록 이끄는 작품들이다. 난툼은 힘들고 짧은 생을 마치고 영혼의 강 너머에서 다음 생을 준비하고, 수지는 늦둥이 여동생 때문에 혼란스러워한다. 이 이야기들은 생명이 늘 축복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반면에 이제 막 태어난 아기를 지켜봐주고 아기로 인해 힘을 받게 될 가족이 있으므로 새로 태어나는 난툼이나 미숙아로 태어난 수지의 동생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일곱 살짜리 우리 형」에서 ‘나’는 가족 같은 애완동물 이구아나를 잃어버리고 나서야 오래 전 실종된 형의 존재를 비로소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 모두에게는 다른 사람을 어여삐 여기고 위해주고 싶은 착한 마음이 있는 것이다.
다 괜찮아, 우린 주저앉지 않아
그런가 하면 어린아이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마음의 힘을 응원하는 작품들도 있다. 표제작인 「눈으로 볼 수 없는 지도」에서는 마음속 상처가 때로는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중요한 동기가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장수하늘소에게 말 걸기」에서는 우연히 줍게 된 신형 핸드폰 때문에 갈등하는 아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한없이 약하고 어리숙해 보이지만 아이들 마음에는 저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가 자리 잡고 있어서 그들 나름의 길을 또박또박 걸어가리라는 믿음이 담겨 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지도』에 담긴 일곱 편의 이야기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한결같이 모든 일은 잘 될 거라고 말하는 믿음을 만날 수 있다. 이때 이 믿음은 허황된 낙관주의 때문도 아니고 건성으로 아무렇게나 내뱉은 대답도 아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살다 보면 순진한 믿음이 꽤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논리적이고 정확한 해결책이기보다는 위로와 응원이라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 작가 소개
글 : 정승희
중앙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쳤다. 「기다려, 엄마!」로 새벗문학상을, 마로니에 전국 여성백일장에서 「우리 동네 복덕방」으로 우수상을, 「우리는 섬에서 살아」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혼자 여행하는 것이 취미이고, 길 잃어버리기가 특기이다. 길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이 아주 잘 보인다. 쓴 책으로는 『손을 들면 흥이요, 발을 들면 멋이라』 『공주의 배냇저고리』(공저) 『알다가도 모를 일』이 있다.
*tldls12@hanmail.net
아이들이 만나는 세상의 조각들-정승희 단편집 『눈으로 볼 수 없는 지도』
객관적으로 세상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존재한다. 하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 따뜻하거나 살벌하거나 재미있거나 지리멸렬하다. 비관적인 사람의 눈에 세상은 무척이나 캄캄하고 축축한 동굴일 테지만 낙천적 세계관을 지닌 사람한테는 한번 덤벼볼 만한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지나치게 신중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세상의 어두운 면을 가리고자 애를 끓이고, 대책 없이 밝고 명랑한 어른들은 아이들에게 반짝반짝 빛나는 양지만 보라고 손가락질을 해댄다. 하지만 정말 필요한 건 균형 감각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세상의 조각조각들을 짧고 인상적으로 표현한 단편동화는 아이들이 세상을 만나는 좋은 공부가 되기도 한다. 정승희의 단편집 『눈으로 볼 수 없는 지도』는 아이들이 그들 나름대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모습을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슬퍼도 괜찮아, 우린 혼자가 아니니까
「나무와 슬리퍼 할아버지」와 「우리는 섬에서 살아」는 얼핏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이끌어내려는 듯 보인다. 「나무와 슬리퍼 할아버지」에서 아빠의 실직으로 곤란을 겪게 된 나무는 신문을 차지하기 위해 슬리퍼 할아버지와 신경전을 벌이고, 「우리는 섬에서 살아」의 은기와 억만이는 임대아파트에 산다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불편을 겪는 것 때문에 화가 난다. 하지만 결국 나무는 할아버지를 이해하고 공감하며, 은기와 억만이는 자신들이 오해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잘못을 바로잡게 된다. 이들 등장인물들 사이에는 알게 모르게 상호 존중과 이해가 가로놓여 있다. 그것은 그들이 똑같이 가난한 사람들이라서가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게 마련인 소통에 대한 의지 때문이다.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것은 굉장한 위로가 되는 법이니까. 이렇게 가난은 때로 누군가를 겉치레 없이 투명하게 내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아파도 괜찮아, 우린 이렇게 살아 있으니까
「다시 시작하는 내 인생」과 「소금기둥」, 「일곱 살짜리 우리 형」은 생명의 탄생과 가족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도록 이끄는 작품들이다. 난툼은 힘들고 짧은 생을 마치고 영혼의 강 너머에서 다음 생을 준비하고, 수지는 늦둥이 여동생 때문에 혼란스러워한다. 이 이야기들은 생명이 늘 축복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반면에 이제 막 태어난 아기를 지켜봐주고 아기로 인해 힘을 받게 될 가족이 있으므로 새로 태어나는 난툼이나 미숙아로 태어난 수지의 동생이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일곱 살짜리 우리 형」에서 ‘나’는 가족 같은 애완동물 이구아나를 잃어버리고 나서야 오래 전 실종된 형의 존재를 비로소 마음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우리 모두에게는 다른 사람을 어여삐 여기고 위해주고 싶은 착한 마음이 있는 것이다.
다 괜찮아, 우린 주저앉지 않아
그런가 하면 어린아이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마음의 힘을 응원하는 작품들도 있다. 표제작인 「눈으로 볼 수 없는 지도」에서는 마음속 상처가 때로는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중요한 동기가 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장수하늘소에게 말 걸기」에서는 우연히 줍게 된 신형 핸드폰 때문에 갈등하는 아이가 스스로의 힘으로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한없이 약하고 어리숙해 보이지만 아이들 마음에는 저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도가 자리 잡고 있어서 그들 나름의 길을 또박또박 걸어가리라는 믿음이 담겨 있다.
『눈으로 볼 수 없는 지도』에 담긴 일곱 편의 이야기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지만 우리는 그곳에서 한결같이 모든 일은 잘 될 거라고 말하는 믿음을 만날 수 있다. 이때 이 믿음은 허황된 낙관주의 때문도 아니고 건성으로 아무렇게나 내뱉은 대답도 아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살다 보면 순진한 믿음이 꽤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논리적이고 정확한 해결책이기보다는 위로와 응원이라는 것도 우리는 잘 알고 있는 것이다.
▣ 작가 소개
글 : 정승희
중앙대학교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오랫동안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쳤다. 「기다려, 엄마!」로 새벗문학상을, 마로니에 전국 여성백일장에서 「우리 동네 복덕방」으로 우수상을, 「우리는 섬에서 살아」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을 받았다. 혼자 여행하는 것이 취미이고, 길 잃어버리기가 특기이다. 길을 잃어버리면 모든 것이 아주 잘 보인다. 쓴 책으로는 『손을 들면 흥이요, 발을 들면 멋이라』 『공주의 배냇저고리』(공저) 『알다가도 모를 일』이 있다.
*tldls1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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