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우리의 삶은 어디에서 시작되었고 어디에서 끝나는가?
《새들의 세탁소》사실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매우 어려운 작품이다. 소재는 아주 단순하다. 새들은 날아야 한다. 어떤 새들은 아주 오랜 거리를 날아야 한다. 날지 못하는 새는 생명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새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날개이다.
날다 보면 날개는 늘어나고 또 어떤 때는 센 바람에 찢어지기도 한다. 사람이 아프면 병원에 가듯이 새들도 다치면 병원에 가야 한다. 그곳이 바로 〈새들의 세탁소〉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인형 마로이다. 마로는 시장에 숯을 내다 판다. 그를 만난 새장수가 고장난 몸을 고쳐주는 새들의 세탁소에 가라는 충고를 듣고 마로는 강을 건너 세탁소에 간다. 마로는 물고기 튀는 소리가 무척 차고 쓸쓸함을 느끼며, 강을 바라보며 자기도 강물처럼 마냥 흘러가고 싶어진다.
세탁소에서 마로는 세탁소 주인 노파로부터 자신이 어디에서 태어났는지를 듣는다. 동백꽃이 피면 복숭아뼈가 간지럽고, 바람이 불면 흔들리고 싶고, 저물어가는 강을 보면 흘러가고 싶었던 마로는 그곳에서 자신에 대해 하나둘 알기 시작한다.
마로는 촛농으로 호두에 들깨 두 알을 붙이고, 작은 두 개의 숨구멍을 낸 강낭콩을 그 아래에 붙여서 만들어졌다. 입술은 강에서 얻어 온 도톰한 어린 붕어의 입술이었다. 머리카락은 옥수수 잔 수염을 붙인 거였다. 그래서 머리카락은 겨울바람만 불면 푸석푸석 갈라졌다. 세탁소 노파는 마로를 만든 이가 무척이나 공을 들여 만들었다고 했다. 그렇지 않겠는가? 태어나는 모든 것은 그만큼의 공이 들여지지 않으면 태어나질 수 없다. 그것은 인간도 마찬가지이다.
우리은 그 생명의 부모를 잊고 지낸다. 노파는 말한다. “잊어버린 게 잘못은 아니란다. 잊어버렸다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사는 게 잘못이지.” 우리가 잊어버린 그 부모는 어머니이다. 우리는 자주 잊어버린 것조차 잊어버리고 산다. 하루하루가 바쁘다 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 우리는 그렇게 잊어버렸으나 어머니는 늘 우리 곁에 있다.
그렇게 공들여 만들어진 인간이나 마로나 새나 모두에게는 끝이 있다. 새들은 날개를 더 이상 고치지 못할 때 날지 못해 일생이 끝난다. 한 인생이 끝나면 그것은 흩어진다. 마로는 이렇게 말한다. “어머니가 끌어다 모아 얽어맨 나도 언젠가 때가 되면 다 허물어져 빈 들판에 흩어질 거란 것을. 그리고 먼 훗날 하얀 들깨 꽃으로 다시 피어나고, 저녁 강에서 어린 붕어가 되어 저무는 노을을 바라보다 잠이 들 거라는 것을.”
작가 소개
이사람
광영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이며, 활발하게 글을 쓰는 작가이다.
다양한 작품들을 한국어는 물론이고 영어, 중국어, 일어로 번안해 출간할 준비를 하고 있다.
2013년 《시산맥》에 「관절염」 외 4편으로 등단했다. 2015년 동양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르네의 편지』가 당선되었다. 2016년에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동시 『엄마 생각』가 당선되었다.
동시집으로 『아빠는 쿠쿠 기관사』가 있다.
(사)한국아동문학인협회 회원. 시 전문지 《시산맥》 사무국장. (사)한국작가회의 양주지부 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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