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혹시 잊지 않고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시간이 있나요?
길모퉁이의 작은 가게,
‘시간을 굽는 빵집’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만약 ‘시간을 굽는 빵집’에 방문한다면,
여러분은 어떤 시간을 빵으로 굽고 싶은가요?
어느 한적한 동네의 길모퉁이에 있을 법한 작은 가게, ‘시간을 굽는 빵집’에서는 오늘도 달콤하고 향기로운 냄새가 솔솔 새어 나옵니다. 이 황홀한 냄새에 끌려 만길이는 자기도 모르게 빵집 안으로 성큼 걸어 들어가고 말았어요. 주머니에 동전 하나 없다는 사실도 깜빡 잊고 말이에요.
그냥 평범한 빵집 같아 보이지만 사실 ‘시간을 굽는 빵집’은 아주 특별한 곳입니다. 이곳에서는 아무 빵이나 사 먹을 수 없어요. 내가 오래오래 간직하고 싶은 시간을 직접 반죽해서 나만의 빵으로 구워 먹는 ‘개인 맞춤형 빵집’이니까요.
만길이는 얼떨결에 주방까지 들어가 제빵사 아저씨를 도와 빵을 만들게 됩니다. 제빵사 아저씨도 그 도움에 보답하고자 만길이에게 빵으로 굽고 싶은 시간이 있는지 물어보지요. 원하는 시간을 언제든 맛볼 수 있도록 노릇노릇 맛있는 빵으로 구워 주겠다고요. 하지만 만길이는 아저씨의 물음에 쉽게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렸어요.
왜냐면 오늘은 친구와 싸워서 반성문을 열 장이나 쓰고, 좋아하는 지율이도 만길이에게 쌀쌀맞았던, 덜렁거리는 신발 뒤축 같은 날이었거든요. 그렇다고 살면서 열 살 인생,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한 날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요. 그날부터 만길이는 어떤 ‘나만의 빵’을 만들까 고민하며 매일매일 ‘시간을 굽는 빵집’에 드나들게 됩니다.
함박눈 가득 팡도르, 꼴찌 안녕 다쿠아즈, 짜릿한 첫 골 슛 도넛,
이 빠진 날의 옥수수 스콘, 두근두근 짝사랑 케이크…….
‘시간을 굽는 빵집’에서는 원하는 모든 빵을 맛볼 수 있어요!
여러 가지 사연을 가진 의뢰인들이 빵을 만들기 위해 ‘시간을 굽는 빵집’에 방문했습니다.
처음 골대에 슛을 넣은 의뢰인은 그 짜릿함을 오래도록 기억하기 위해 첫 골 슛 도넛을 만들었고, 사랑하는 강아지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낸 의뢰인은 함께했던 행복한 추억을 잊지 않기 위해 개뼈다귀 카스텔라를 만들었고, 처음으로 아빠가 된 의뢰인은 잠자리 날개처럼 파르르 심장이 떨렸던 순간을 생각하며 아이를 사랑하고자 초승달 빵을 만들었지요.
하지만 모든 의뢰인이 가슴 설레고 기뻤던 시간만을 빵으로 구운 건 아니었습니다. 수치스럽고 치욕스러운 순간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복수하기 위해 한 의뢰인은 핏빛 복수의 마카롱을 만들기도 했지요.
행복한 시간을 떠올리는 수많은 의뢰인을 보며, 그리고 가슴 아픈 시간을 잊지 않고 계속 곱씹으며 자신을 갉아 먹는 의뢰인을 보며 만길은 자신이 만들고 싶은 빵이 무엇인지 서서히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아저씨에게 새로운 빵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합니다.
과연 만길이가 오랜 고민 끝에 만들게 된,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는 ‘시간을 굽는 빵집’의 ‘새로운 메뉴’는 무엇일까요?
나의 시간을 좀 더 소중하게 여긴다면
순간순간이 정말 행복할 거예요!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은 시간을 빵으로 굽는다는 즐겁고 재미있는 이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무심히 흘려보냈던 그동안의 시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그 소중함을 느껴 보자는 의도가 담겨 있어요.
사실 책의 주인공인 만길이와 우리는 별반 다르지 않을지도 몰라요. 누군가 시간을 구워 준다고 하면 어떤 시간을 구워야 할지, 굽고 싶은 시간이 있기는 한 건지 막상 대답하기 쉽지만은 않을 테니까요. 그만큼 우리는 소중한 시간을 그저 가만히 흘려보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우리가 이렇게 보낸 따분한 하루는 누군가는 간절히 원했던 하루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너무나 당연하고 평범했던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하루하루 매시간 최선을 다해야 해요. 그렇다면 훨씬 더 가치 있고 행복한 매일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요?
이 책을 읽는 친구들이 우연히 ‘시간을 굽는 빵집’을 발견한다면 어떤 빵을 구우면 좋을지 고민하지 않고 단번에 대답할 수 있도록 소중하고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길 바랍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주현
그림책과 어린이책을 짓습니다. 매일 우하하하 목청껏 웃고 폴짝폴짝 뛰는 아이와 살고 있습니다.
아이 덕에 종종 욱신거리고, 자주 즐겁고, 때때로 욱하며 삽니다.
지은 책으로는 보림 창작그림책 공모전 수상작 『책 읽어 주는 고릴라』,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전 수상작 『최고의 서재를 찾아라』, 『시간의 책장』, 『책 너는 날』, 『사랑해, 아빠』, 『여우비빔밥』 등이 있습니다.
그린이 : 모예진
한 걸음 뒤에서 달리고 뛰어오르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모든 것에서 작은 틈새를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그런 일이 종종 있지』, 『어디로 가게』가 있고, 『핫-도그 팔아요』, 『내 여자 친구의 다리』, 『왁자지껄 바나나 패밀리』, 『햄릿과 나』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2015년과 2016년 연이어 볼로냐아동도서전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습니다.
목 차
싸움의 기술 … 8
시간을 굽는 빵집 … 12
첫 번째 의뢰인 (첫 슛이 터지던 짜릿한 시간, 짜릿한 첫 골 슛 도넛) … 20
개인기 발표하는 날 … 28
두 번째 의뢰인 (슬픔아 안녕, 개뼈다귀 카스텔라) … 42
세 번째 의뢰인 (처음 아빠, 손톱 모양 초승달 빵) … 49
네 번째 의뢰인 (복수의 시간, 핏빛 복수의 마카롱) … 61
후회의 맛 … 73
상상하는 그대로, 몽글몽글 상상빵 … 80
작가의 말 … 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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