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시험이 끝났다. 하지만
시험 볼 때부터 저리던 증상은 없어지지 않았다.
뻣뻣하고 시린 느낌이 자꾸만 신경 쓰였다.
다음 날, 학교에서 아이들이 수군거렸다.
“쟤야? 커닝 대통령 최소희? 정말 양심 없게 생겼네.”
소희 손이 떨렸다.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이건 분명 누군가의 모함일 테니까.
시험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존재할 화두, 커닝!
우리는 경쟁자일까? 아니면, 친구일까?
시험 없는 학교, 시험 없는 세상을 꿈꿔 보지 않은 아이가 있을까? 또, 커닝의 유혹에 단 한 번도 빠지지 않은 아이가 있을까? 아이들의 학업 실력을 평가하는 ‘시험’과 시험에 따른 부정행위, ‘커닝’은 예나 지금이나 큰 사회적 화두다. 몇 년 전엔 서울 모 고등학교에서 부모가 자녀를 위해 시험지와 답안지를 유출한 사건이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고, 과거 조선 숙종 때는 답안지를 바꿔치기하는 부정행위 때문에 응시생들이 귀양을 가고 시험 자체가 무효가 된 적도 있었다. 대체 시험이 뭐기에 과거에도, 지금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이 작품 《익사이팅 67. 닝컨 시대》의 배경인 한 초등학교의 6학년 교실을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공허한 공부를 해 나가는 전교 1등 소희, 소희의 누명을 벗겨 주려 할수록 소희를 더욱 곤란에 빠뜨리는 단짝 지윤이, 그리고 소문을 내고 퍼뜨리는 선경이와 유미, 대한이 등 6학년 2반 아이들을 둘러싼 커닝 소문. 진실에 가까워질수록 더욱 생생해지는 아이들의 심리 변화와 팽팽한 긴장감이 돋보이는 작품 《익사이팅 67. 닝컨 시대》는 성적 스트레스와 공부에 대한 압박, 친구 관계 등으로 힘들어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시험과 공부, 친구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할 것이다.
커닝 사건으로 이리저리 얽힌 아이들의 심리와
시험의 중압감, 친구 관계의 의미를 섬세하게 다루면서
아이들의 현실적 고민을 날카롭게 짚어 낸 작품
이 책 《익사이팅 67. 닝컨 시대》는 6학년 2반 인물들의 심리 변화를 다채롭게 변주하고 반전을 영리하게 배치해 작품 마지막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지윤이와 소희라는 두 중심인물 외에도 6학년 2반의 담임인 향숙 샘과 임효준, 안선경, 한유미, 이대한, 소희 엄마 등 다양한 인물들의 등장은 소희의 커닝 여부를 끝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중요한 원동력이다.
주인공인 지윤이는 소희가 커닝했는지, 커닝하지 않았는지를 알게 되는 과정에서 ‘나는 왜 소희와 친구가 되었고, 나는 소희에게 어떤 친구였을까?’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며 처음으로 둘 사이를 되짚어 본다. 또 다른 주인공 소희 또한 잘 기억나지 않는 마지막 시험 날을 최대한 떠올리려 노력하면서 처음으로 ‘나는 엄마를 위해 공부한 걸까, 아니면 나를 위해 공부한 걸까?’라는 의문을 품는다.
3인칭 시점을 객관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지윤이와 소희의 심리를 깊이 있고 치밀하게 묘사한 정이립 작가의 노련한 필력은 독자들로 하여금 어느 한 인물에 치우침 없이, 두 주인공인 지윤이와 소희 모두를 공감하게 만든다. 동시에 ‘같이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은 나와 경쟁 관계일까, 아니면 친구 관계일까?’, ‘나는 왜 공부를 하는 걸까?’라는 물음까지도 자연스럽게 고민하도록 이끈다.
6학년 2반의 커닝 사건 진상이 조금씩 드러나자 향숙 샘이 선택한 것은 바로 ‘재시험’. 이 재시험의 마지막 문제는 시험이라는 강압적인 방식에서 탈피해 아이들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는 실제 커닝 사건을 겪은 교실에 적용해 봐도 좋을 법한 건강한 해결 방식이자, 시험의 의미를 돌이켜 보게 하는 장치일 것이다.
정이립 작가는 작품 후반부에 나오는 지윤이와 효준이의 대화를 통해 ‘지금껏 우리가 어떤 식으로 집단의 편을 가르고 오해와 편견을 재생산해왔는가’라는 묵직한 물음을 독자들에게 던진다. 뿐만 아니라 반전 요소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긴장감의 강약을 능숙하게 조절하고, 결말로 달려갈수록 모든 아이들이 ‘경쟁 관계’보다 ‘친구 관계’로 더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긍정적인 모습을 그려 작품을 읽는 재미와 의의 두 가지를 모두 만족시켰다.
화가 오승민은 특유의 힘 있는 터치와 공간을 넘나드는 시선으로 집중도를 높였고, 검은색과 푸른색을 주조색으로 사용해 기막히게 조화시켜 주인공들이 느끼는 커닝 사건의 중압감을 깊이 있게 담았다. 또한 심리 변화에 따른 인물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생생하게 그려 독자에게 등장인물들이 느끼는 고민과 슬픔을 온전히 전하고자 했다.
공부와 시험은 한 뼘 더 성장하기 위한
자발적인 준비
작품 《익사이팅 67. 닝컨 시대》에 담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커닝은 어느 한 사람의 잘못만이 아니라 여럿의 잘못이 한데 얽혀 있다’라는 것.
6학년 2반 아이들은 모두 커닝이 나쁜 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올 백(ALL 100)과 1등을 바라는 부모님, 1등을 부러워하는 친구들, 경쟁을 할 수밖에 없는 교육 시스템, 그리고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압박감으로 자기도 모르게 커닝에 손을 댄 것이다.
물론, 커닝은 잘못이다. 하지만 당사자만 반성하고 사과한다 해서,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 당사자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기대와 시선이 같이 변하지 않는 한, 아이들은 또다시 커닝 유혹에 넘어갈 수 있다. 이렇듯 주변 사람들도 커닝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순 없기에, 커닝과 부정행위는 한 사람이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커닝을 막기 위해 시험을 없앨 수는 없는 일. 그래서 이 작품은 커닝한 아이들이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고 밝히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이 어른들이 만든 ‘시험’이라는 제도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수용하고 건강하게 자랄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익사이팅 67. 닝컨 시대》를 통해, 시험은 그저 높은 성적을 받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한 뼘 더 성장하기 위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수단일 뿐임을 알고 아이들과 어른들, 이 사회에서 건강한 변화가 시작될 수 있기를 응원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정이립
‘동화 읽는 어른 모임’에서 동화를 읽고 동화를 좋아하게 되어, 2014년 〈어린이와 문학〉에 〈닝컨 시대〉가 추천되면서 등단했다. 담쟁이가 어우러진 느티나무 도서관 2층 창가를 좋아하고, 도서관 옥상에서 하늘 보기도 좋아하며 아무렇게나 편한 자세로 책 읽는 어린이를 좋아하고, 특히 자신의 책을 읽는 어린이를 보면 가슴이 뛰곤 한다. 지은 책으로 《1학년 3반 김송이입니다!》 《생쥐처럼》《방귀쟁이 할머니》 들이 있다.
그린이 : 오승민
대학에서 동양화를 공부한 뒤 따뜻한 감성을 품은 다양한 그림을 그렸습니다. 2004년 《꼭꼭 숨어라》로 한국 안데르센 그림자상과 국제 노마 콩쿠르에서 각각 가작을 수상했습니다. 《못생긴 아기 오리》로 BIB 브라티슬라바 비엔날레에 선정되었고, 《아깨비의 노래》로 2009년 볼로냐 국제 도서전 한국관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왕할아버지 오신 날》, 《후쿠시마의 눈물》, 《경국대전을 펼쳐라!》, 《오늘 피어난 애기똥풀꽃》, 《나는 안중근이다》, 《나의 독산동》 등 많은 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 차
1. 마지막 시험
2. 지옥 탈출
3. 커닝 대통령
4. 정글짐
5. 커닝 시대
6. 밤에도 우는 매미
7. 누명
8. 나무 인형
9. 같은 편, 다른 편?
10. 점수가 뭐라고
11. 계단
12. 소희가 사라졌다
13. 커닝 보고서
14. 하얀 실내화
15. 흔들리는 그네
16. 붕대 속 진실
17. 기다릴게
18. 미안해
19. 진짜 마지막 시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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