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서서히 지구에 다가오는 위험,
그중에서도 오존층 파괴를 다룬 이야기
우리는 늘 햇빛을 받으며 살아간다. 평소에 햇빛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햇빛을 받으면서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건 ‘오존층’ 덕분이다. 오존층은 태양에서 나오는 자외선을 흡수하여 지구 생물들을 방어막처럼 보호해 준다. 만약 오존층이 부족하면, 사람의 건강이 나빠지고, 기후가 변하며, 동식물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 한때 남극의 오존층이 파괴되는 문제가 위기로 떠오른 적이 있다. 다행히 1987년 몬트리올 의정서를 통해 오존층 파괴의 주요 원인 물질이 세계적으로 생산 중단되면서, 오존층이 조금씩 회복되는 듯했다.
하지만 요즘, 남극의 오존층이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니라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오존층의 회복을 더디게 하는 또 다른 어떤 물질을 우리가 지구에 내뿜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오존층이 곧 회복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오존층이 언제쯤 완전히 회복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오늘날 오존층 파괴 문제 외에도 환경에 관한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들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분명한 건, 우리가 노력한다면 환경이 조금이나마 나아질 것이고, 우리가 노력을 게을리한다면 환경이 나아지다가도 언제든지 도로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순미 작가는 여러 환경 문제 가운데서도 오존층 파괴가 나타나는 머지않은 미래를 가정하여, 도시에서 시골로 전학을 온 주인공 루아가 강렬한 햇빛의 자외선에 피해를 겪으며 재난에 맞서는 이야기를 써냈다. 루아는 동생의 원인 모를 피부병 때문에 살게 된 시골 동네를 살펴보다가 문득문득 이상한 점들을 느낀다. 꽃과 벌, 나비가 보이지 않는 일이며, 씨앗이 움트지 않는 일 등 심상치 않은 징조는, 어느새 루아 동생의 피부병이 악화되고 비슷한 증상의 환자가 늘어나는 일, 식량이 감소하고 주민들이 다투는 일 등 사람의 생존과 직접 연관되는 문제로 삽시간에 번져 간다. 이 책의 주인공과 다름없이 도시 생활에 익숙한 우리에게, 어느 날 갑자기 환경파괴로 인한 재난에 맞닥뜨리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는 동화다.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 보면 어떨까요. 달라지는 자연과 환경의 신호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지구의 방어벽은 우리가 함께 지켜 낼 수 있을 거예요.”라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 곁의 생명이 정말 안전하게 잘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록새록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내가 무엇을 먹고, 입고, 쓰는지, 이런 나의 행동이 지구에 어떤 영향으로 돌아오는지를 생각하고 해결책을 찾아서 지금, 바로,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걸 느끼게 될 것이다.
편리함과 불편함 사이,
그 어딘가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미래
“사람들은 왜 멈추지 않을까?”
“우리는 어떤 어려움도 맞서 싸울 수 있어.
넌 도망쳐, 난 이겨 낼 테니까.”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동네 곳곳에서, 주인공 루아는 저마다 다른 각도로 세상을 보는 다양한 인물들과 얽히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루아가 학교에서 만나는 같은 또래의 친구 중 민호와 금빛 스니커즈가 있다. 민호는 루아와 마찬가지로 피부 질환을 앓는 동생을 돌보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닥친 재난을 해결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아이다. 금빛 스니커즈는 화려한 겉모습을 뽐내며 상대방을 겉모습으로 판단하는 아이다. 예쁘고 세련된 것을 추구하는 금빛 스니커즈와 환경을 우선시하는 민호는 사사건건 부딪치기 일쑤다.
한편, 동네에 떠도는 흉흉한 소문의 주인공 ‘회색 유령’이 루아의 집안에 찾아오며 루아는 유령의 정체를 알게 된다. 유령의 정체인 할아버지는 사실 식물학자로서 지구가 자외선을 막아낼 능력을 잃었다는 사실을 일찍이 눈치채고, 위기를 헤쳐 나갈 방법을 찾아 왔다. 동네 사람들에게 ‘첨단’이 붙은 기술을 사용한 새로운 건물만 자꾸 짓지 말고, 자연과 공존할 수 있으며 자외선으로부터 안전할 집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는 인물이다.
유령 할아버지의 대척점에는 ‘금빛 스니커즈’의 아빠가 있다. 금빛 스니커즈 아빠는 쾌적하고 편리한 최신 시설을 짓는 일을 업으로 삼고 있고, 재난이라는 위기를 이용해 마을 대책회의에 주도적으로 나서서 자신이 지을 건물을 홍보하며 돈 벌 궁리에 바쁘다. 인간은 계속 편리한 삶을 살아도 된다며, 아무리 재난이 일어나도 그 재난을 막는 기술만 적용한다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주장하는 인물이다.
아이들도 자연스레 유령 할아버지의 의견을 따르는 루아와 민호, 그리고 금빛 스니커즈 아빠의 편에 서는 금빛 스니커즈로 나뉘어 서로 대립된 의견을 주고받으며 갈등한다. 루아는 왜 사람들이 멈추지 못할까 생각하고, 반면 금빛 스니커즈는 루아에게 너나 도망치라고, 자기는 어떤 어려움도 맞서 이겨 낼 거라고 호언장담한다. 환경파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우리가 당장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과거처럼 최대한 자연에 친화적인 삶을 사는 것일까, 아니면 이대로 개발을 멈추지 않고 유해한 것을 차단하는 새로운 기술을 이용하는 삶을 사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대안이 있을까? 등장인물들이 내리는 선택을 지켜보며, 우리가 택할 미래를 자연스럽게 그려 보게 된다.
우리의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는
글과 그림의 조화
이 책에 글을 쓴 이순미 작가는 ‘KB국민은행 창작 동화 공모전’ 우수상을 시작으로, 대교 눈높이 아동 문학상, 푸른 문학상을 수상하며 우리 곁에 찾아온 동화작가이다. 그동안 출간된 전작들에 이어, 이번 장편 동화에도 주어진 환경을 주체적으로 바꿔 나가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또한,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저마다 개성과 주관이 뚜렷하고, 상황에 따라 입체적으로 바뀌기도 하기 때문에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든다. 덕분에 글을 읽는 어린이 독자들이 이야기에 몰입하는 재미를 보다 느끼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 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우리 주변의 익숙한 것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포착하는 이영환 작가의 그림이 더해져, 생생한 장면과 함께 글을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말라 비틀어진 나뭇가지, 쨍한 햇빛,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 장터의 사람들, 망토를 두르고 다니는 루아와 민호의 모습 등등. 익숙한 현실과 낯선 미래가 묘하게 겹친 장면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자면, 우리가 이미 겪고 있거나, 앞으로 겪을 법한 다양한 환경 문제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는 느낌이 든다. 우리가 만들어 갈 미래가 어떤 모습일지는 우리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 역시 절실히 깨닫게 된다.
책을 인쇄하는 데 필요한 잉크는 친환경 잉크가 사용되어, 환경에 대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도록 고려되었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이 책을 읽고 자신과 주변을 돌아보고, 서로 얘기를 나누기도 하며 뜻깊은 시간이 되기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만들어졌다. 이 책이 우리가 환경을 생각하며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일을 고민하고 한 걸음 더 내디뎌 실천에 옮기는 작은 계기가 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순미
대학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고, ‘KB국민은행 창작 동화 공모전’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2012년 대교 눈높이 아동 문학상, 2015년 제13회 푸른 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지은 책으로 《왁자지껄 바나나 패밀리》, 《재오비 수사대》, 《사과를 주세요》(공저)가 있습니다.
그린이 : 이영환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 중이며 주로 일상의 소소한 풍경을 담는 작업을 합니다. 사람들에게 잠시 휴식을 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습니다. 그림책 『두더지 아빠의 일요일』, 『외톨이 꼼』을 쓰고 그렸으며, 『151마리 몬스터의 숲.exe』, 『담을 넘은 아이』, 『고래를 타는 아이』, 『복도에서 그녀석을 만났다』, 『100년 후에도 읽고 싶은 한국명작동화 3』, 『우리 부부 괜찮은가요』, 『구스범스: 유령해변 편』, 『배가 된 도서관』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 차
나쁜 꿈
햇빛 단지와 회색 유령
느끼지 못한 사이
하늘에서 레이저를 쏴!
개미집
햇빛 전쟁
텅 빈 숲
생명의 문
환호하는 사람들
해가 된 마을
구름 나무
문을 닫는다
나비를 기다리는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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