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동물에 빗대어 사람살이 잘못을 꼬집는 이야기
《장끼전》은 본래 판소리의 한마당이었다가 다시 소설로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토끼전》, 《두껍전》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우화 소설이지요. 서로 다른 본이 150가지가 넘을 만큼 백성들 사랑을 많이 받은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장끼전》은 허세와 권위만을 좇는 그릇된 가부장의 모습을 꼬집습니다. 까투리의 말을 듣지 않고 고집을 피우다 끝내 죽음을 맞는 장끼와 장례식에 찾아와 무례하게 청혼을 일삼는 여러 수컷 새들이 그러하지요. 뿐만 아니라, 점잖은 체하며 자기 욕심을 채우려 드는 황새 대감을 통해 양반 사회의 위선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숱한 고난을 겪지만, 굴하지 않는 까투리의 모습과 견주면 그들의 그늘이 더욱 짙어 보입니다. 이처럼 《장끼전》은 우스꽝스러운 새들의 난장을 통해 여성에 대한 차별, 불평등한 신분제 같은 당시 사회의 문제점을 은근슬쩍 비판합니다. 어려움 앞에서도 당당하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까투리의 모습은 주체적인 여성과 백성들의 희망을 나타내지요.
《장끼전》의 마지막 부분은 본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릅니다. 까투리는 다시 혼인하기도 하고, 혼자 살기도 하고, 멀리 도망가 살기도 합니다. 아마 옛사람들도 까투리에 자신을 빗대 더 나은 삶은 어떤 것일지 고민했나 봅니다. 잘못을 돌아보고, 바른 변화를 꿈꾸게 하는 이야기가 어린이들에게 앞으로의 삶을 살아나가는 데 필요한 용기와 지혜를 줄 것입니다.
불행을 딛고 다시금 살아가는 꿋꿋한 이야기
《장끼전》 속 까투리의 삶은 어려움과 슬픔이 가득합니다. 추운 겨울날 먹을 것이 없어 쫄쫄 굶다가 깊은 산 곳곳을 헤매기도 하고, 사냥꾼과 사나운 짐승한테 남편과 자식을 잃기도 합니다. 또 자신의 슬픔은 헤아려 주지 않고, 자기 욕심만 앞세우며 청혼하는 수컷 새들에게 시달리기도 하지요. 불행은 마치 파도처럼 까투리에게 연이어 밀려듭니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포기할 것만 같은 순간에도 까투리는 삶을 놓지 않습니다. 천천히 숨을 고르고, 새롭게 나아갈 길을 돌아보지요. 자신을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수컷 새들에게 지혜로운 일침을 가하고, 그동안 살아온 삶이 자신과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먼 길을 떠나는 결단을 내리기도 합니다. 까투리가 겪는 숱한 고통에는 그 당시 백성들이 겪었던 아픔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은 까투리의 모습에서 현실의 벽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열어 가는 강인함과 용기를 배울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읽어도 재미있는 고전!
오랜 옛날부터 사람들은 이야기와 노래를 즐겼습니다. 많고 많은 이야기와 노래 가운데 여러 사람들 사랑을 듬뿍 받아 으뜸으로 꼽히는 것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옛사람이 만든 문학 작품의 대표 또는 본보기라고 할 만한 것이지요. 이런 것을 우리는 흔히 고전이라고 합니다. 나라마다 겨레마다 고전이 있습니다. 그래서 고전을 보면 곧 그 나라와 겨레의 삶과 생각을 엿볼 수 있지요. 옛사람들 삶과 생각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뿌리입니다. 따라서 고전을 읽는 것은 우리가 누구인가를 알아내는 첫걸음입니다. 우리가 마땅히 우리 고전을 알아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고전이라 하더라도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이야기입니다. 한편의 소설을 읽듯이 주인공이 이끌어 가는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주인공이 시련을 겪을 때는 같이 안타까워하고, 위기에서 벗어날 때는 함께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음을 놓게 됩니다. 주인공과 함께 울고, 웃고, 이것이 이야기가 가진 힘입니다. 아이들은 고전을 통해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을 알게 됩니다. 또한 우리의 뿌리를 알아 가는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완벽하게 입말로 되살려 쓴 우리 고전
서정오 선생님은 사십 년 넘게 부드럽고 아기자기한 우리 끝말을 살리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주고받는 자연스러운 입말로 옛이야기를 써 왔습니다. 지금은 좋은 옛이야기를 찾아내고 우리 말법에 맞게 다시 쓰는 일을 함께할 옛이야기 작가를 키우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고전은 대개 글로 전해집니다. 그런데 우리 고전에는 어려운 말이나 한문투 말이 많아서 오늘날 어린이들이 읽기에 쉽지가 않습니다. 이것을 알맞게 다듬고 매만져서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게 하는 일이 필요합니다. 이런 일은 중요하지만 만만치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이 고전 다시 쓰기에 ‘옛이야기 공부 모임’에서 서정오 선생님과 함께 공부하는 작가들이 나섰습니다.
작가들은 먼저 각각의 고전을, 그 바탕이 되는 원본부터 꼼꼼히 살펴서 기둥본을 정하고 얼개를 짰습니다. 그런 다음에 쉬운 입말로 다듬어 썼습니다. 마치 재미난 옛이야기를 듣는 느낌이 들도록, 감칠맛 나는 말맛을 살려 쓰는 데 힘을 쏟았습니다. 큰 줄거리와 이야기 안에 담긴 생각은 충분히 살리면서도, 곁가지를 보태거나 빼거나 바꾸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더 재미있게 만들려고 애썼습니다. 앙상한 이야기에는 살을 붙이고, 어수선한 곳은 조금 추려 내기도 했습니다. 고전은 전해지는 과정에서 조금씩 모양이 달라지며 여러 다른 본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런 것까지 생각한 결과입니다.
이렇게 완벽하게 입말을 되살려 쓴 고전을 읽다 보면, 마치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바로 옆에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처럼 말맛이 살아 있어 글이 술술 읽힙니다. 또한 문장이 담백하면서도 구성지게 쓰여 지루할 틈 없이 재미나게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게다가 쉽고 깨끗한 우리 말 표현이 잘 살아 있어 우리 말 교과서로써도 모자람이 없습니다.
이야기의 매력을 한껏 살린 익살스러운 그림
고집스럽고 어리석은 장끼, 잘난 척만 해대는 까마귀와 부엉이, 자기밖에 모르는 물오리, 허세 가득한 황새, 그리고 이런 틈바구니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는 지혜로운 까투리까지, 《장끼전》 속 인물들은 저마다 개성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이들이 어울려 빚어내는 난장은 이야기의 주제를 재미있게 전하지요.
화가는 이러한 해학적인 풍경을 둥글둥글하고 정다운 그림으로 표현했습니다. 사람과 동물의 특성을 모두 갖고 있는 등장인물의 모습을 어색함 없이 그려냈습니다. 동물의 탈을 쓴 풍자의 세계를 매력적으로 펼쳐 보이지요. 또 표정과 행동이 살아 있어 인물들의 감정을 더욱 절절하게 전하고, 글 너머의 이야기까지 상상해 보게 합니다. 글과 어우러진 그림이 이야기의 매력을 한껏 살리며 까투리의 여정을 더욱 돋보이게 합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종현
출판사에서 오랫동안 편집자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세밀화 도감과 그림책, 옛이야기 글을 씁니다. 조선 시대 정약전 선생님이 펴낸 《자산어보》에 나오는 창대라는 사람을 본보기 삼아 장편 만화 <바다 아이 창대>(모두 3권)를 썼습니다. 《곡식 채소 나들이도감》, 《약초 도감-세밀화로 그린 보리 큰도감》에도 글을 썼습니다.
서정오 선생님과 함께 ‘옛이야기 쓰기 교실’에서 옛이야기를 공부했습니다. 입말로 전해 온 옛이야기를 글로 다듬어 다시 쓰고, 고쳐 쓰고, 새로 써서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일에도 힘을 쏟고 있습니다. ‘옛이야기 공부 모임’을 이어 나가며 《무서운 옛이야기》, 《꾀보 바보 옛이야기》, 《꿀단지 복단지 옛이야기》를 함께 썼습니다.
그린이 : 윤보원
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하고, 지금은 지리산 자락 섬진강이 흐르는 곳에 살면서 그림을 그립니다. 살아가면서 보고 느끼는 것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해 나가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분홍 보자기》, 《섬진강》, 《지하철 사람들 봉투에 담다》를 쓰고 그렸고,《불가사리》, 《전우치전》, 《으랏차차 도깨비죽》, 〈킁킁이가 간다!〉(모두 3권)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 차
들어가는 말
머리말
콩 한 섬 빌리러 산을 넘는다
그 콩 참 소담하다
제발 그 콩 먹지 말아요
이내 신세 불쌍하다
이 세상 으뜸가는 사냥꾼 아니오
온갖 새들이 모여 장례를 치르는구나
겉만 시커먼 게 아니라
어디를 봐서 네가 어른이냐
내 신세 참으로 가엾구나
속이 검기로는 까마귀 못지않구나
그게 어찌 당신 탓입니까
얼마나 잘 사나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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