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파락호’라 불리는 내 아버지, 김 참봉
난 그의 비밀을 알고 있다!
딱지가 만든 「일제강점기 아이들」은 우리의 역사, 그중에서도 구한말에서 1945년 해방까지 우리 민족의 수난 시기에 살았던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역사동화 시리즈이다. 평범하고 순수한 아이들의 삶조차 평범할 수 없었던 일제강점기, 그 혹독했던 시기를 온몸으로 살아낸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조선의 독립을 위해 한평생 ‘파락호’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쓴
독립운동가 김용환(金龍煥)
「일제강점기 아이들」 네 번째 책 『허수아비 김 참봉』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안동의 ‘파락호’ 김용환을 소재로 한 동화이다. 파락호란 재산이나 세력이 있는 집안의 자손으로서 집안의 재산을 몽땅 털어먹는 난봉꾼을 이르는 말이다.
일제 식민지 시절, 안동에서 노름꾼으로 이름을 날리던 김용환은 술과 노름에 빠진, 조선 천지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파락호였다. 노름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도박하느라, 아내가 애 낳는 줄도 몰랐다고 한다. 다시는 노름판에 얼씬도 안 하겠다고 아내 앞에서 다짐해놓고 다음날이면 땅문서를 들고 투기판으로 달려갔다. 오죽했으면 흥선대원군 이하응, 1930년대 형평사운동 투사였던 김남수와 함께 우리나라 근대 3대 파락호라고 불렸을까. 그렇게 그는 노름으로 종가와 집안 재산, 대대로 내려오던 전답 18만 평을 노름빚으로 몽땅 날렸다. 현시가로 약 200억 원에 달한다. 심지어 친정에 가서 장롱을 사오라고 시댁에서 외동딸에게 준 돈마저도 가로채 노름으로 탕진했다. 그 딸은 하는 수 없이 친정 할머니가 쓰던 헌 장롱을 가지고 울면서 시댁으로 갔다고 한다. 그리고 그 장롱은 재수 없는 귀신이 붙었다면 시댁 사람들에 의해 불태워졌다.
김용환은 경북 안동 일대에서 알아주는 명문가 의성 김씨 학봉종가의 장손이자, 학자였던 학봉 김성일의 13대손이었다. 퇴계 이황의 수제자였던 학봉은 임진왜란 때 관군을 이끌며 의병을 지원하다가 진주성에서 병사했다. 할아버지 김흥락 또한 을미사변이 일어났을 때 전국에서 처음으로 의병을 일으켰고, 제자와 문중을 총동원해서 의병활동을 독려했다. 이런 가문의 명예가 김용환으로 인해 한순간에 추락한 것이다.
이 책은 김용환이 한참 노름에 빠져 있던 때를 배경으로 한다. 부모를 잃은 주인공 아이, 창이는 김 참봉의 양자로 들어가기 위해 안동 월하종가로 온다. 그러나 종손인 김 참봉은 술과 노름에 빠져 조상 대대로 내려온 종갓집을 팔아먹질 않나, 일본인들에게 몰매를 맞질 않나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만 한다. 이 때문에 문중에서는 “집안 말아먹을 종손이 나왔다”고 혀를 찼고, 세상 사람들은 ‘파락호’, ‘변절자’라며 손가락질한다.
수모와 비웃음을 견디며 독립의 의지를 전하다
그러다가 창이는 우연한 계기로 김 참봉이 노름으로 탕진한 줄만 알았던 재산이 고스란히 만주 독립군에게 보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동안 참봉은 일제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사라진 재산의 행방을 묻는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철저히 노름꾼으로 위장해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평생 일가친척들은 물론이고 세상 사람들에게 파락호라고 손가락질 당하면서도, 외동딸에게 원망과 미움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이러한 사실을 숨긴 김 참봉. 그런 그가 사람들에게 욕먹는 것이 안타까워 창이가 모든 사실을 밝히자고 애원해도 김 참봉은 비밀로 해달라고 당부하며 숨을 거둔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행적을 숨긴 채 파락호로, 허수아비로 생을 마감하는 김 참봉의 모습은 가슴 먹먹한 울림과 여운을 남긴다.
사람들의 온갖 조롱과 멸시 속에서 막대한 재산도, 명문가의 종손이라는 명예도 버리고 죽는 순간까지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한 김용환. 그러나 그가 독립운동을 했다는 것은 돌아가신 지 한참 뒤에야 밝혀졌다. 누구나 나쁜 일은 감추고 살지만, 본인 스스로 애써 선행을 숨기기 위해 수모를 감수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김용환은 비밀리에 독립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스스로 굴욕을 겪는 고독한 삶을 살았다. 작가는 “선생의 고독한 의로움에 진실한 생기를 불어넣어, 그의 삶을 고귀하게 드러내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작가의 말처럼 책 속의 창이를 통해 우리는 김 참봉의 행적을 함께하며 그의 본모습을 알게 된다. 김 참봉, 아니 김용환의 삶은 일제 치하의 굴욕을 겪으면서도 안으로는 독립 의지를 꺾지 않았던 조국의 모습과 닮았다. 그리고 창이는 그 후손으로 자신의 길을 당당히 가고 있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기도 하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이들이 이런 창이의 마음으로 김용환을 기억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김용환의 헌신은 삼년상이 끝난 1948년에 하중환의 제문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고, 광복 59주년인 1995년, 건국훈장 애족장에 추서되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문주
2002년 『할머니, 사랑해요』로 문학사상사 장편동화 신인상을 수상한 후 꾸준히 동화를 쓰고 있습니다. 그동안 쓴 책으로 장편동화 『할아버지 와 키작은 도둑』, 『천사를 주셔서 감사해요』, 『오빠의 선물』, 『왕따 없는 교실』, 『똥 치우는 아이』, 『봉구뽕구봉규야』, 『사랑해요 순자 언니』, 『학 폭위 열리는 날』, 『바다로 간 깜이』, 『이 물고기 이름은 무엇인고』 등이 있습니다. 2019년 무예소설문학상대상 수상작인 『백제신검』을 비롯하여 『랑』, 『부여의자』 등의 장편역사소설을 썼습니다.
그린이 : 정수씨
세 고양이와 같이 살며 사부작거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언제나 양손 가득 사랑을 담아 주시던 할머니의 사랑처럼 따뜻한 마음이 전해지는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달빛 구슬의 주인』, 『그림으로 만나는 사계절 24절기』가 있습니다.
목 차
월하 종가
종갓집을 팔아먹고
시집가는 날
노름판에 몽둥이질
도둑이 들다
무궁화나무
사당에 숨어든 손님
허수아비 김 참봉
덕구 아재
울 아버지, 김 참봉
경성에 가다
창이야, 비밀이다
창이의 일기
작가의 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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