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17세기 초반 작품이라고 알려진『전우치전』은 주인공 전우치가 부리는 갖가지 기기묘묘한 도술 때문에 매우 흥미진진한 고전소설로 손꼽힌다. 전우치는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여러 문헌에 이름도 田禹治, 全禹治, 田羽致 등 각각이고 그의 도술 및 행적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가 많다. 손오공처럼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제철도 아닌데 순식간에 나무를 키워 온갖 진기한 과일을 따오거나 그림 족자에서 미인이 나오게 재주를 부리기도 하고 중국을 무대로 도술을 펴고 나중에는 왕위에 오르기도 하는 등 무척이나 다양하다.
* 전우치가 부리는 도술의 의미
전우치는 15세기 말부터 16세기 초반까지 살았던 실존인물로 추정된다. 정통 역사책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그가 살았던 무렵부터 그의 뛰어난 재주와 도술에 대한 여러 가지 짤막한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전우치에 대한 문인들의 기록을 보면, 한마디로 재주는 있으되 시대를 잘못 만난 불운아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일반 민중이나 스스로 그와 처지가 같다고 생각한 일부 선비들은 전우치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들의 생각을 대신 드러냈다. 가령 전우치의 도술로써 못된 관리나 양반 들을 혼내면서 통쾌하게 세상을 조롱하고 풍자했을 것이다. 이렇게 전우치는 그가 실제로 어떤 도술을 부렸는지와는 상관없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신비로운 인물로 다시 창조되어 갔다.
전우치의 다양한 도술은 시대적 상황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당시 조선은 임진왜란, 정묘호란으로 나라가 혼란스럽고 민중의 살림살이가 아주 어려웠으며, 고려를 뒤엎고 조선을 세웠던 초기의 기백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기에 전우치의 도술을 통해 못된 무리를 벌하고 새로운 힘을 얻고자 하는 민중의 바람은 무척 간절해서 전우치의 도술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갈수록 다채로워지고 신묘해졌다. 이처럼『전우치전』에서 전우치의 힘과 도술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 당대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강한 신문관본『전우치전』
‘재미있다! 우리 고전’의『전우치전』은 신문관본 ‘전우치전’(육당 최남선이 운영하던 출판사 신문관新文館에서 1914년에 찍어낸 것)을 주요 대본으로 삼았다. 신문관본은 판각본인 경판 37장본을 대본으로 삼아 최남선이 직접 개작했다고 추측된다. 신문관본 ‘전우치전’의 특징은 왕실의 무능함과 관리들의 탐욕을 비판하는 등 사회비판 의식이 크게 반영되었다는 점과 도선(道仙)사상에 대한 기대를 직접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이다.
보통 주인공이 도술로 성공을 거둔 뒤 그 공로로 부귀영화를 누리는 결말을 갖춘 여느 영웅소설과 달리『전우치전』은 주인공 전우치가 자기 능력의 한계를 깨닫고 스승 서화담과 함께 더 깊은 도리를 찾기 위해 백두산으로 들어간다. 여기서 백두산은 단군사상을 한민족 고유의 사상으로 규정한 대종신리(大倧神理)를 밝히고자 하는 장소를 상징한다. 이는 신문관본 ‘전우치전’이 나오던 당시 식민지 상황에서 우리 민족의 자주성을 확인하고 정신적 뿌리를 찾으려는 노력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 오늘날의 판타지 동화에 버금가는 요소와 재미를 갖춰
당대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강한 신문관본 ‘전우치전’을 주요 대본으로 삼은 ‘재미있다! 우리 고전’의『전우치전』은 도적의 무리를 벌하거나 임금을 속여 황금 들보를 얻어내어 그것으로 쌀을 사서 가난한 백성에게 나눠주는 등 뛰어나고 재미난 도술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가운데, 그 밑바탕에는 우리 민족 고유의 사상을 찾아 새로운 힘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이 깔려 있다.
전우치가 도적의 무리에 맞서 싸우거나 갖가지 도술을 부리는 장면들은 오늘날의 판타지 동화에 버금가는 요소와 재미를 갖추고 있어 속도감 있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또한 우리 정치, 역사, 사회 등을 한번쯤 돌이켜볼 수 있을 만큼 깊이가 있어 우리 사회를 다양하게 볼 수 있는 시각을 키울 수 있다.
소설가 김남일은『전우치전』을 우리의 귀중한 판타지 작품이라고 말하면서, 이 책을 읽은 어린이와 청소년 들이 고전소설 속의 전우치를 21세기에 걸맞은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게 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고 있다. 전우치의 기상을 힘이 넘치는 선과 색으로 독특하게 표현해낸 윤보원의 그림도 읽는 즐거움을 한층 더해 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남일
소설가. 1957년 경기도 수원 출생.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네덜란드어를 전공했다.
1983년 『우리 세대의 문학』에 단편소설 「배리」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청년일기』, 『국경』, 『천재토끼 차상문』, 소설집 『일과 밥과 자유』, 『천하무적』, 『세상의 어떤 아침』, 『산을 내려가는 법』, 산문집 『염치와 수치』, 『수원을 걷는 건, 화성을 걷는 것이다』, 『책』 등을 펴냈고, 청소년 소설 『모래도시의 비밀』, 『골목이여, 안녕』, 평전 『민중신학자 안병무 평전』을 썼다. 이밖에 특히 아시아 문학과 신화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쓴 『백 개의 아시아』와 『꽃처럼 신화』 등이 있다.
전태일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제비꽃문학상 등을 수상하고 권정생 창작기금을 받았다.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과 ‘한국과 팔레스타인을 잇는 다리’, ‘아시아문화네트워크’에서 활동했다.
그린이 : 윤보원
대학에서 회화를 공부하고, 지금은 지리산 자락 섬진강이 흐르는 곳에 살면서 그림을 그립니다. 살아가면서 보고 느끼는 것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해 나가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분홍 보자기》, 《섬진강》, 《지하철 사람들 봉투에 담다》를 쓰고 그렸고,《불가사리》, 《전우치전》, 《으랏차차 도깨비죽》, 〈킁킁이가 간다!〉(모두 3권)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 차
고전의 재미 속으로 빠져 보자
우치, 여우에게서 비기를 얻다
항금 들보 소동
거만한 선비들
억울한 사람을 살리다
돈이 나오는 그림
선전관이 된 우치
도적 떼를 치다
역적으로 몰린 우치
왕연희에게 복수하다
신기한 족자
강림 도령의 등장
스승 서화담
태백산으로
어린이와 청소년이 읽는 작품 해설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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