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조선 후기 사회 변화와 신분제의 붕괴
17세기~18세기 후반, 조선 사회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전쟁의 충격을 수습하는 시기였다. 명·청 교체와 함께 새롭게 재편된 동아시아의 국제 질서에 대응하는 한편, 전란 이후 불거진 여러 가지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했지만 기존의 성리학적 가치관으로는 변화하는 현실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변화의 물결을 맞닥뜨린 조선에서 가장 표면적으로 드러난 일은 신분제의 붕괴였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후 조선의 신분제는 큰 혼란을 겪는다. 신분은 높지만 경제적으로 가난한 양반이 등장하고 신분은 낮지만 부유한 평민이 등장하면서 신분을 사고파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데, 그 결과 양반의 수가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기현상이 초래되기도 했다. 양반층 내에서도 권력과 부가 일부 양반에게 집중되고 대다수 양반은 사회적·경제적으로 점차 몰락해 갔다.
박지원을 비롯한 조선의 실학자들은 이러한 시대 변화를 냉철하게 주시하고 있었다. 조선의 통치 이념인 성리학이 부질없는 이론 논쟁과 경직된 관념으로 사회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하지 못하자 그에 맞서 ‘실학’이라는 새로운 사상적, 실천적 학문의 흐름이 생겨났다. 실학자들은 사실에 기초하여 진리를 탐구하는 실사구시, 백성의 생활을 이롭고 풍요롭게 하는 이용후생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참된 학문이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되묻고 연구했다. 진정한 학문은 백성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어야 하고 당면한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했다. 박지원의 한문 단편 소설 〈양반전〉, 〈허생전〉, 〈예덕 선생전〉은 이러한 조선 사회의 변화를 배경으로 탄생했다.
새로운 시대를 새로운 형식으로 담아내다
박지원이 새롭게 변화하는 사회상을 포착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에 기초해 진리를 탐구하는 실사구시와, 백성의 삶을 실질적으로 이롭고 풍요롭게 한다는 이용후생의 가치관을 바탕으로 한 사상적 태도 덕분이었다. 청나라의 앞선 문물을 적극 받아들여 사회를 개혁하려는 북학파의 리더인 박지원의 눈에 조선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사회 지배 계층인 양반 사대부였다. 18세기 후반, 상품 화폐 경제의 발전과 도시의 융성, 중세 신분제 사회의 붕괴로 조선 사회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해야 하지만, 양반은 변화하는 현실을 외면하고 여전히 고루한 성리학적인 세계관에 사로잡혀 자신의 계급적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만 신경을 썼다. 하지만 유교적 인습과 허례허식에 갇힌 양반 사대부와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중간 계층이 등장하는데, 이들을 누구보다도 예민하게 포착한 이가 바로 박지원이었다.
박지원은 당시 성리학의 학문 풍토에서 하찮게 여겨졌던 신변잡기(패사소품)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여 소설과 산문으로 재탄생시킨다. 새로운 시대에 등장한 새로운 유형의 인물과 이야기들은 기존의 성리학적 세계관과 문체로는 제대로 담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박지원은 생생한 삶의 현장과 함께 자영농, 떠돌이, 거지, 역관, 똥지게꾼 등 양반 아닌 중인 이하 계층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담아냈다. 누구보다도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하며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일반 백성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삶의 자세와 가치관을 통해 박지원은 이들이 역사의 새로운 주역으로 등장할 것임을 누구보다도 먼저 포착해낸 것이다. 그는 삶의 현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이들의 삶을 통해 세상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를 앞서 내다보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지원 (원작)
18세기 지성사의 한 획을 긋는 사건이자, 문체반정의 핵심에 자리하게 된 '열하일기'를 통해 불후의 문장가로 조선의 역사에 남은 인물이다. 호는 연암(燕巖). 조선중기 학자로 어렸을때부터 매우 영민하였다고 한다. 1752년(영조 28) 혼인하였고 맹자를 중심으로 학문에 정진하였다. 이 당시의 국내정세는 홍국영이 세도를 잡아 벽파에 속했던 그의 생활은 어렵게 되고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게 되어 결국 황해도 금천 연암협으로 은거하게 되었는데 그의 아호가 연암으로 불려진 것도 이에 연유한다. 1780년(정조 4) 박명원이 청의 고종 70세 진하사절 정사로 북경을 갈 때 수행(1780년 6월 25일 출발, 10월27일 귀국)하여 압록강을 거쳐 북경·열하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이때의 견문을 정리하여 쓴 책이 《열하일기》이며, 이 속에는 그가 평소에 생각하던 이용후생에 대한 생각이 구체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특히 열하일기에서 강조된 것은 당시 중국 중심의 세계관 속에서 청나라의 번창한 문물을 받아들여 낙후한 조선의 현실을 개혁하고자 한 그의 노력을 집대성하고 있다. 그의 사상은 실학사상의 모태가 되었다
지은이 : 강민경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고전문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같은 대학에서 문학을 가르치며 동화를 쓰고 있다. 이른 새벽 글을 읽고 쓸 때, 아침 햇살 속에서 어린 친구들을 만날 때 행복하다. 그동안 《오합지졸 배구단 사자어금니》 《아드님, 진지 드세요》 《꿈꾸는 코끼리 디짜이》 등 여러 권의 책을 지었고, MBC창작동화공모전, 창비좋은어린이책 공모전, 한국안데르센상 등에서 수상했다.
우리 고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지호락(知好樂)’에서 활동한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지호락’은 어린이들이 고전의 재미와 의미를 알고, 좋아하고, 즐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고전을 발굴하고 글을 쓴다.
그린이 : 홍선주
책 속에 그림을 그리며 날마다 세상을 조금씩 알아 가고 있다.
《으랏차차 조선 실록 수호대》 《내 이름은 3번 시다》 《흑룡을 물리친 백두공주와 백 장수》 등에 그림을 그렸고, 그림책 《모두 모두 안녕하세요!》를 지었다.
목 차
◈ 국어 시간에 박지원 소설 읽기
1. 박지원은 어떤 사람인가요?
2. 〈양반전〉에서 부자와 양반은 왜 신분을 사고팔았을까요?
3. 군수가 제시한 매매 증서를 통해 무엇을 알 수 있나요?
4. 〈허생전〉에서 주인공 허생이 꿈꾼 세상은 어떤 곳일까요?
5. 허생이 이완에게 말한 세 가지 제안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6. 선귤자와 자목은 실존 인물일까요?
7. 박지원은 왜 똥지게 지는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을까요?
8. 박지원의 다른 글은 무엇이 있을까요?
◈ 양반전 : 신분을 사고파는 세상
-한 푼어치도 안 되는 그놈의 양반
-곡식으로 사들인 신분
-무엇이 진짜 양반인가
◈ 허생전 : 도둑이 모여 만든 참다운 세상
-만 냥을 거저 빌리다
-그 물건 다 내가 사겠소
-빈 섬에 터를 잡다
-도둑을 찾아가다
-백성에게 재물을 나눠 주다
-만 냥을 십만 냥으로 갚다
-나라를 위한 세 가지 제안
◈ 예덕 선생전 : 더러움 속에서 덕이 피어나는 세상
-진정한 친구를 사귀는 법
-도리를 지키며 사는 똥지게꾼
◈ 역사 시간에 박지원 소설 읽기
1. 박지원이 주장했던 실학은 어떤 사상인가요?
2. 조선 후기 신분제는 어떤 변화를 겪었나요?
3. 북학파와 실학사상은 어떤 관련이 있나요?
4. 매점매석이란 무엇일까요?
5. 매점매석으로 허생은 무엇을 하고자 했나요?
6. 예덕 선생이 살았다는 종본탑은 어디인가요?
◈ 독후활동지 : 박지원 소설 읽고 생각을 넓혀요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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