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이 사건은 어린이 프로파일러가 맡겠습니다!”
약자인 어린이가 약자 혐오 범죄자와 맞서는 아름다운 역전!
장래 희망이 프로파일러인 나하나는 아이들이 정성껏 만든 눈사람을 발로 퍽퍽 차서 망가뜨리고, 길고양이를 학대하는 누군가를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인싸’가 아닌 ‘아싸’인 송바키타, 이서준 두 친구와 함께 범죄자를 쫓게 된다. 송바키타는 프랑스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남들과 조금 다른 외모를 가진 아이이고, 이서준은 조용하고 자신을 내세우는 데 서툰 아이이다. 활달하고 자기표현에 능한 아이들이 주목받기 마련인 교실에서 바키타와 서준이는 존재감이 없다. 주인공 나하나도 과거의 어떤 사건으로 인해 존재감이 없는 아이가 된 지 오래이다. 작가는 이 세 명의 아이가 약자 혐오 범죄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서서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당당해지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그려 낸다. 교실에서는 좀처럼 존재감이 없던 세 아이가 범죄 사건의 실마리를 찾고 범죄자를 쫓으면서 자신의 재능이나 가치를 자연스레 드러내는 순간이 아주 멋지다.
무엇보다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가 약자를 혐오하는 이에게 저항하고 당당히 맞선다는 설정은 그 자체로 그동안 쌓아온 자신의 세계관을 한방에 무너뜨리는 진한 감동을 준다. 차별받는 존재가 저항하는 존재가 되는 일은 자연스럽고 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순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보통 인간은 차별받으면 주눅 들고, 차별이 심하면 심할수록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검열을 더 강도 높게 하기 미련이다. 그러라고 하는 게 차별인 것이니까. 그런데 나하나, 송바키타, 이서준은 그러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이 세 아이는 기적 같은 존재이고, 어린이 독자는 이 작품을 통해 그런 경이로운 존재를 만나게 된다.
또한 이 세 아이가 지키려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길고양이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자유와 평등, 연대 같은 인류가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키고자 했던 아름다운 가치라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사회에서는 어리다는 이유로 약자이고, 교실에서는 활달하고 자기표현에 능하지 않다는 이유로 존재감 없는, 소위 말하는 ‘아싸’인 세 어린이가 약자 혐오 범죄자와 당당하게 맞서는 아름다운 역전을 만나 본다.
약자가 없어야 강자가 없다!
우리가 몰랐던 감정에 이름을 붙여 주는 문장과 서사로
‘약자 혐오’라는 미묘한 문제를 선명히 드러내다
『13의 얼굴』에는 다양한 차별과 편견을 보여주면서도 어린이 독자가 감정이입할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가가득하다. 차별, 편견, 부당함을 좀처럼 그냥 넘기지 못하는 주인공 나하나, 프랑스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서 태어나 눈에 띄는 외모로 어릴 때부터 사람들의 편견 어린 시선을 받지만 자존감을 잃지 않는 송바키타, 교실에서는 말이 없고 조용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서준, 그리고 어린이를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하지 않고 한결같이 존중과 배려로 대하는 노리 카페 사장 한평안까지. 모든 캐릭터가 저마다의 서사와 입체적인 형상을 갖고 있어 이야기가 풍성하다. 특히 ‘아이들의 즐거움과 안전을 위한 키즈존’인 ‘노리 카페’를 운영하는 한평안 사장은 금지, 제한, 압력을 행사하는 데 익숙해져 버린 어른들이 어린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만드는 흔치 않은 캐릭터이다. 작가는 한평안 사장 캐릭터를 통해 어린이에게 압력과 강요를 행사해 이룬 것은 어릴 때 잠시 영향을 줄 수는 있으나 지속적인 힘을 발휘하지 못하며, 오히려 어린이가 현실에 나쁘게 적응하는 태도를 기르는 데 일조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약자를 혐오하는 잔혹한 범죄를 다루되 잔혹한 장면을 묘사하는 데 치중하지 않고, 어린이들이 범죄자를 찾고 추격하고 응징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 작가의 시선 또한 인상 깊다. 자칫 자극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포인트에서, 작가는 잠시 호흡을 고른다. 그리고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것 이면의 무엇을 봐야 하는지를 조용하고 단호한 목소리로 전한다. 현실에서 차별, 편견이 깃든 약자 혐오를 드러내 놓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는 늘 미묘하게 작동한다. 이에 약자 혐오를 당하는 당사자조차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본인이 당한 일을 말로 설명하지 못하며, 오히려 모든 문제를 자신의 탓으로 여겨 괴로워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기존의 언어로 자신이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설명하는 것에 서툰 어린이들은 특히 더 그러하다. ‘노키즈존’ 카페나 식당에서 입장을 거부당할 때, 묘하게 기분이 나쁘지만 왜 그런 느낌이 드는 것인지 자신의 언어로 설명하기 어려워하는 어린이들을 우리는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다. 어린이들이 이 작품을 읽고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면, 그건 작가가 우리가 몰랐던 감정에 이름을 붙여 주는 문장과 서사로 문제를 선명히 드러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말과 글로 표현하기 어렵지만, 반드시 표현되어야만 하는 것을, 끝내 표현해 낸 작가의 필력이 대단하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지금 동화가 걸어가고 있는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권위적인 양육자와 주변 어른, 그리고 소극적이고 순종적인 어린이 캐릭터는 어디에도 없다. ‘나다움’을 지키며 새롭게 관계를 맺은 친구와 주변 어른들로 인해 작품 속 어린이들의 일상은 달라지고, 이를 보는 독자들은 ‘나도 나답게 모두와 행복하게 지낼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여러분은 세상에서 뭐가 제일 무서운가요? 저는 ‘제가 모르는 것’이 무섭습니다.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고 예방할 수 없는 것들이요. 그래서 저는 두렵지만 어둠 속에 있는 것, 잘 보이지 않는 것, 누군가는 감추려고만 하는 것들도 알아나가려 해요. 가로등 불빛 아래서 수첩에 무언가를 적고 있는 하나처럼요. (작가의 말 중에서)
두려움이 우리 어린이들의 미래를 압도하지 않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이 어린이들에게 온전히 가 닿기를 바란다.
작가 소개
목 차
- 3월의 함박눈
- 우리들의 눈사람
- 흐릿한 뒷모습
- 다시 만난 아이들
- 이상한 애 옆에 이상한 애 앞에 이상한 애
- 다시 현장으로
- 고양이 학대범
- 아이들만 들어갈 수 있는 카페
- 응원 메시지
- 13을 찾아서
- ‘21’ 그리고 ‘리’
- B를 쫓아서
- 13의 얼굴
- 불꽃파르페를 먹다
- 작가의 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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