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아이들에게 들려 주고 싶은
자연과 삶 속에서 깨달은 따뜻한 이야기!
동심이 가득한 세계로 어린이들을 초대해 온 청개구리 출판사의 동시집 시리즈 <시 읽는 어린이> 137번째 도서 『하늘이 커졌다』가 출간되었다.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하고, 2018년에는 한새문학상을 수상하며 동화작가의 타이틀도 지니게 된 조윤주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이다.
시인은 58편의 작품들을 어린 독자들이 주제별로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4부로 나누어 실었다. 1부에서는 자연물과 계절에 관한 이야기를, 2부에서는 가족, 코로나, 공동체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3부에서는 요즘 현실에 대한 비판과 기성세대와 신세대의 달라진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4부에서는 우리 주변의 사물과 함께하는 놀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시인의 눈으로 포착한 작은 감동과 깨달음이 담긴 『하늘이 커졌다』 속으로 떠나보자.
온천천 연못가
아기 두꺼비
와글와글 와글와글
떼 지어 가네
엉금엉금 엉금엉금
아기 두꺼비
폴짝폴짝 폴짝폴짝
겁 없이 가네
자전거도 비잉빙
돌아서 가고
우리도 조심조심
살피며 걷자
작은 생명들의 행진
아기 두꺼비
꺼굴꺼굴 노랫소리
끊이지 않게
―「두꺼비 대이동 시기」전문
‘온천천’이라는 하천에서는 5월 초가 되면 기이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아기 두꺼비들이 연못에서 나와 뭍으로 향하는, 그야말로 두꺼비들이 대이동 하는 풍경이다. 하지만 요즘의 하천은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전거 도로와 산책로를 말끔히 포장해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곳의 아기 두꺼비들의 형편도 마찬가지라서 서식지로 이동하다가 ‘로드킬’ 당하기 일쑤다. 이러한 위험을 아는지 모르는지 “떼 지어” “겁 없이 가”는 모습을 보는 화자의 마음은 편치 않다. 그래서인지 3연에서 화자의 어조가 바뀐다. “~가네”라며 아기 두꺼비의 위험한 여정을 지켜보기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다치지 않게 “돌아서 가고” “살피며 걷자”며 목소리를 낸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작고 하찮은 존재일지 모르지만 화자의 눈에는 이 땅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생명이기 때문이다. 위태로운 이동이 아니라 위풍당당한 ‘행진’으로 바라보며 존중하는 화자의 시선이 미덥다. 이 작품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4행씩 4연으로 이루어진 데다가 ‘와글와글’ ‘폴짝폴짝’ ‘비잉빙’ ‘꺼굴꺼굴’ 같은 흉내내는 말을 넣어 어린 독자들이 낭송하기에도 좋다.
표제작인 「하늘이 커졌다」에서는 재건축하느라 무너뜨린 동네의 오래된 아파트를 떠올리며, 추억이 사라지는 건 아쉽지만 그로 인해 처음으로 “하늘이 잘 보인다.”라고 고백하는 화자가 있다. 인간이 쌓아올린 수많은 고층 건물로 인해 그동안 우리는 조각난 하늘만 올려다보고 있음을 새롭게 인식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하늘이 조각 난 데서 오는 아쉬움은 인간만이 겪는 게 아닐 것이다. 하늘을 나는 새 역시 더한 슬픔을 느끼지 않을까. 이 외에도 「꽃길 되고파」「매미 허물」「노랑 이불」 등 1부에서 보여지는 자연에 대한 시인의 따뜻한 마음은 “동네를 산책하다 만난 이웃 동물들과 눈을 맞추고 마음을 나누었”(「시인의 말」)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사지 않아도 되는 책/책 중에 가장 좋은 책”을 “우리 동네 산책(「닳지 않은 책」)이라고도 표현한 시인이니만큼 산책하면서 자주, 열심히 하던 습관이기도 할 것이다. 주변을 천천히 돌아보고 마음을 여는 것, 이것이 시인이 독자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이 외에도 「도미노 놀이」「공기놀이」「고누놀이」「실뜨기 놀이」처럼 어린이와 밀접한 놀이를 소재로 한 작품이나, 팬데믹과 관련된 「코로나 진단 검사」「휴업 식당」「네모 얼굴」「비대면 제사」「기지개」는 요즘 어린이들의 현실과 밀접해 어린 독자의 시선을 시선을 잡아끈다. 또한 「노 키즈 존」과 「닭들에게 물어봐」는 어린이를 사회적 약자로 배려하지 않고 타자화시키는 어른 사회에 대한 일침이 담겨 있어 어린 독자들에게 후련함을 맛보게 해줄 것이다. 해설을 쓴 박선미 시인의 말처럼 우리 사회에 팽배한 “약자를 배제하는 표현과 공간의 유행”이 씁쓸함을 안겨주곤 한다. 이러한 현실에서 시인은 모든 세대가 함께 아우러진 사회 꿈꾸기를 포기하지 않는다.
징검다리 앞에서
망설이는 나를
기다려 주었듯이
횡단보도 건너기
두려워하는 나를
손잡아 주었듯이
무인단말기 앞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망설이실 때
이제는 내가
도와줄 차례
―「함께 가는 길」전문
어린 나에게는 처음 징검다리와 횡단보도를 건널 때의 기억이 있다. 두려움 앞에서 건너기를 주저할 때 누군가는 나를 기다려주고, 손을 잡아주며 나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건 나보다 더 윗세대의 존재들이었다. 이제 시간이 많이 흐르고, 새로운 기술이 익숙한 일상을 어렵게 만드는 때가 되었다. 작은 가게에 들어가더라도 점원 대신 무인단말기가 반겨주는 경우가 많다. 젊은 사람들에게도 익숙치 않은 상황인데, 더 윗세대인 노인들에겐 얼마나 버거운 일일까. “이제는 내가/도와줄 차례”라는 화자의 말에서 “다른 세대를 대하는 태도”(해설)는 어떠해야 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조윤주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동시는 언제나 아이들의 시간과 함께 합니다.”라고 고백했다. 어린이의 기쁨과 고통까지 시인은 모두 세심히 들여다보고 동시로 풀어내었다. 시인의 마음이 독자들에게도 전해져 『하늘이 커졌다』를 통해 함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조윤주
경남 하동에서 태어나 자랐습니다. 2009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일기장」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부산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두 차례 받았습니다. 2015년 동시집 『시간을 담는 병』을 펴냈습니다. 2018년 동화 「새를 품은 허수아비」로 한새문학상을 수상했고 현재 명장도서관 디딤돌, 오른발왼발 작은 도서관에서 책 읽기, 그림책 읽기를 함께 하고 한국아동문학인협회, 부산아동문학인협회 회원, 해파랑동요문학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린이 : 이채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다가 지금은 하느님의 선물인 아들 승준이와 알콩달콩 살고 있습니다.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으며, 그린책으로는 『할머니 무릎 펴지는 날』 『두근두근 발표회』 등이 있습니다.
목 차
제1부 꽃길 되고파
꽃길 되고파 / 산 속 새우튀김 / 산딸나무 꽃 / 하늘이 커졌다 / 꽃기린 / 두꺼비 대이동 시기 / 옛 해운대역 / 풍선덩굴 / 자존심 / 옥수수 껍질을 벗기며 / 온천천 왜가리 / 매미 허물 / 사랑초 / 노랑 이불
제2부 닳지 않는 책
코로나 진단 검사 / 휴업 식당 / 네모 얼굴 / 비대면 제사 / 기지개 / 아빠 없는 날 / 우유 소화기 / 랜선 집들이 / 포스트 잇 / 쫓겨나는 병풍 / 찜질방에서 / 반찬 반창고 / 이웃사촌 나무들 / 양식장 / 닳지 않는 책
제3부 닭들에게 물어봐
도심 속 원두막 / 함께 가는 길 / 노 키즈 존 / 손가락 응원 / 닭들에게 물어봐 / 급식실 빈자리 / 열이 나는 친구 / 엄마 사랑 독차지 / 할아버지 러닝머신 / 자동 휴지통 / 맨홀 뚜껑 / 어떻게 달래 줬을까 / 택배로 오는 효자손 / 나는 그럴 수 없어
제4부 내 몸 속의 날개
서랍 정리 / 정리 / 심폐소생 / 연필 모종삽 / 변명 / 도미노 놀이 / 공기놀이 / 고누놀이 / 실뜨기 놀이 / 풀어지다 / 내 몸 속의 날개 / 후루룩 해가 꿀꺽 / 깜짝 변신이 필요하면 / 사과 껍질 / 달고나 가르침
재미있는 동시 이야기
함께 가는 길을 노래한 따스한 응원_박선미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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