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리베카 솔닛이 쓰는 지금 시대의 동화!
깨어 있는 삶과 꿈꾸는 삶의 즐거움으로 가득한 이야기
내가 너의 이야기, 네가 나의 이야기가 될 때 우리가 짠 옷감은 오색으로 빛나면서 견고해질 것이다. 이 책의 새로운 시선은 아찔하고 날카로운 세계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켜 준다. 문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의 실로 직조된 노래처럼 유려하다. 길고 외로운 잠에서 깨어나 비로소 몸에 잘 맞는 든든한 옷을 입은 느낌이다. 오늘의 소녀들이여, 괴팍한 물레의 저주는 이제 잊어도 좋다.
왜 아이들에게 잠자는 이야기를 읽어 줄까. 리베카 솔닛은 자신의 질문에 대해 이 책으로 가장 절묘한 대답을 내놓았다. 이 책에는 깨어 있는 삶의 즐거움이 가득하다. 어린이를 잠잠히 재우려는 사람들 속에서 한 문장씩 소리 내어 읽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생긴다. 마법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으며 무언가를 오래 열심히 해야 이루어진다는 말은 우리를 새로운 마녀로 키울 것이다. 잠들지 않는 당신에게 아름다움 그 이상의 날들이 기다릴 것이라고 약속하는 책이다. 이 책이 발견한 새로운 방향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청량하다.―김지은(아동문학 평론가, 번역가)
가장 수동적인 공주가 펼쳐 내는 위대한 모험
우리를 깨어 있고 꿈꾸게 하는 동화
현시대 가장 주목받는 사상가 중 한 명인 리베카 솔닛의 두 번째 이야기책, 신선한 활력으로 가득한 『깨어 있는 숲속의 공주』가 출간되었다. 솔닛은 ‘잠자는 공주’의 수동성 때문에 동화 다시 쓰기의 대상에서, 그리고 페미니스트들의 재해석에서 외면되어 온 고전 동화를 활기 넘치는 모험의 이야기, 위기로 가득한 우리 시대에 필요한 삶과 예술의 윤리를 품은 이야기로 변신시킨다. 저자는 잠자는 공주 아이다의 자매, 즉 ‘깨어 있는’ 공주 마야를 또 다른 주인공으로 삼아, 다락방에 갇혀 살던 로체스터의 첫 아내를 주인공으로 『제인 에어』를 다시 쓴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처럼 이야기의 중심을 다른 인물로 옮기는 문학적 전통 위에서 새로운 서사를 펼쳐 낸다. 전작 『해방자 신데렐라』 속 신데렐라가 왕자와 결혼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포함해 왕자와 의붓 언니, 주변 사람들의 해방을 돕는 존재가 되듯, 잠자는 공주는 자신을 깨워 줄 왕자를 기다리며 잠만 자는 수동적 상태에서 탈피해 활동적인 꿈 생활을 경험하고, 직접 역경을 헤쳐 나간다.
이 책은 동화 다시 쓰기 실천의 탁월한 사례로, 젠더·인종·계급·문화적 차별과 소수자를 향한 편견을 담고 있는 많은 전래 동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한다. 예컨대 이 책에 등장하는 여왕과 공주는 민주국가에서 의식적 지위만을 갖는 여러 여왕과 공주 중 한 명이다. 또 공주 아이다는 왕자가 아닌 황금 사과 파수꾼 일을 하는 가난한 소년 아틀라스와 힘을 합쳐 100년간 잠들었던 탑에서 탈출한다. 그러나 개작된 이야기들이 오래 사랑받지는 못한 이유와 달리, 솔닛의 동화는 ‘정치적 올바름’뿐 아니라 문학적 아름다움을 풍부하게 갖추고 있다. 섬세한 묘사, 포근하고 활력적인 유머와 공감이 솔닛만의 문체를 따라 유려하게 흐른다. 그렇게 낡은 관념을 떨쳐 버린 옛이야기는 생생한 상징과 은유, 인물의 결연한 태도, 마법적 순간의 생기 등 그것이 간직한 고유한 미덕이 나아갈 수 있는 새롭고 의미 있는 방향을 보여 준다.
나아가 이러한 작업은 위기의 시대에 옛이야기의 필요성을 여실히 깨닫게 한다. 솔닛은 “격변의 시대에 우리에게는 예전의 격렬한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리가 주로 읽고 써 온 리얼리즘 소설이란 근대 부르주아 사회의 개인주의에 의거해 있다. 그러나 근대적 인간 또는 휴머니즘 개념이 한계에 다다른 지금에는 다른 관점과 믿음, 이념이 요구된다. 즉 소설적 일상이 배제해 온 “경이, 초자연적인 것, 자연적인 것 등 인간이 아닌 것”을 불러내는 이야기가 긴요한 것이다.
또한 이 책은 그림책의 황금시대에 활동한 위대한 삽화가 아서 래컴이 그린 1920년작 『잠자는 숲속의 공주』의 오리지널 실루엣 일러스트를 새롭게 되살려 낸다. 솔닛이 래컴의 실루엣 일러스트를 활용한 이유는, 그것이 아름답고 매혹적일 뿐 아니라 백인 아닌 독자를 배제하는 ‘유럽적’인 그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책에서는 이런 일러스트를 선별하고 재배치해 그 장점과 탁월함을 극대화하는 일종의 삽화 다시 쓰기 역시 이루어진다. 또 일러스트의 부차적 요소이던 늑대, 새, 나팔꽃 등의 그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수많은 존재의 이야기가 얽혀 만들어 내는 세계를 시각적으로도 구현한다.
수많은 존재의 이야기가 이루는 숲으로의 초대
『깨어 있는 숲속의 공주』는 모든 존재의 이야기가 서로 얽혀 이루는 숲이 곧 삶이자 세계임을 아름답게 형상화한다. 달리 말해 이야기의 주인공을 넓혀 가는 이야기, 우리가 모두 이야기의 주인공임을 일깨우는 이야기다.
책은 잠자는 아이다와 “위대한 화가”로 성장하는 자매 마야, 그리고 러시아 민담 『불새』에서 착안한 소년 아틀라스를 모두 주인공으로 삼는데, 이 세 사람의 이야기는 만나고 겹쳐지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전개된다. 특히 한 페이지를 세 단으로 균등하게 나눠 세 사람이 동시에 이야기하는 장면을 표현한 대목에서는 세 사람의 이야기가 똑같이 중요할 뿐 아니라, 머리카락을 땋을 때처럼 세 가닥의 이야기가 얽혀 ‘더 많은 목소리와 가능성과 아름다움’이 담긴 이야기를 만든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100년 동안 자란 아이다의 길고 긴 머리카락을 잘라 문자 그대로 땋고 또 땋는 행위는 탑에 갇힌 아이다와 아틀라스의 탈출 방법이 되기도 한다.
한편 책의 화자는 요정, 인어, 불새, 지렁이, 생쥐, 나팔꽃 등의 다양한 비인간 존재들에게도 각자의 이야기가 있음을 끊임없이 환기한다. 물렛가락에 찔려 잠이 든 아이다 또한 꿈속에서 많은 존재의 “삶의 이야기를 자아” 낸다. 창작 방법 면에서도 이 책은 라틴아메리카의 킨세아녜라, 당나라 화가 오도현의 일화, 일본의 벚꽃 축제, 『천일야화』의 알라딘 등 여러 문화와 텍스트의 설정과 아이디어를 활용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엮어 내고 있다.
이 책은 이야기의 작은 요소에도 새로운 발견과 상상력과 희망을 살뜰하게 심어 놓는다. 통치하지 않는 여왕이 사는 궁은 일가의 소유물이 아니라 여러 가족이 같이 사는 아파트로 바뀐다. 마법은 흔히 생각하는 것과 달리 무언가를 아주 열심히 노력해서 무척 쉬워 보일 정도로 잘하게 될 때 이루어지는 것이다. 오랫동안 그림 실력을 갈고닦아 온 마야의 능력은 “마법이나 다를 바 없게” 되어 사람들을 구하고 세상에 아름다움을 불러온다.
솔닛의 동화는 자연과 돌봄이 끝없이 착취당해 한계에 처한 시대, 기후변화와 대멸종의 위기에 처한 인류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전한다. 인간과 비인간을 아울러 존재들의 ‘얽힘’에 대한 강조는 위기와 혼란의 시기에 절실히 요구되는 목소리다. 시대착오적이고 인간 중심적인 서사를 걷어 낸 옛이야기는 우리가 마주한 문제와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데 도움을 줄 “아주 오래되었으면서도 아주 현대적인 도구”를 제공한다. 아이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옛이야기를 읽고 또 고쳐 써야 할 이유를 분명히 깨닫게 하는 책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리베카 솔닛
예술평론과 문화비평을 비롯한 다양한 저술로 주목받는 작가이자 역사가이며, 1980년대부터 환경·반핵·인권운동에 열렬히 동참한 활동가이기도 합니다. 국내에 소개된 『멀고도 가까운』 『걷기의 인문학』 『길 잃기 안내서』 『마음의 발걸음』 『오웰의 장미』 『야만의 꿈들』 『그림자의 강』 『이 폐허를 응시하라』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여자들은 자꾸 같은 질문을 받는다』 등을 포함해 스무 권 이상의 책을 썼습니다.
그린이 : 아서 래컴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 활동한 영국의 삽화가이다. 12자녀 중 한 명으로 런던 중산층 가정에서 출생하였다. 열여덟 살 되던 해 웨스트민스터 화재보험회사에서 하급 사무원으로 근무하며 램버스 예술학교에서 파트타임으로 공부하였고, 사무원 일을 그만두고 1893년부터는 《웨스트민스터 버짓》에서 기자 및 삽화가로 근무하였다. 1903년 이디스 스타키와 결혼하였으며, 1908년 딸 바버라를 낳았다. 1906년에는 밀라노 국제전시회에서 금메달을 수상하였으며, 1911년 바르셀로나 국제전시회에서도 역시 금메달을 수상하였다. 1914년에는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에 그의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아서 래컴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시작된 아동서적의 황금기 동안 동화와 판타지 문학을 위한 독특하면서도 잊히지 않는 이미지들을 창조했다. 1900년 『그림 동화집』 삽화를 맡게 되었고, 이 책의 성공으로 전문 삽화가 반열에 올랐다. 1905년에는 『립 밴 윙클』 삽화를 맡으며 에드워드 시대 최고의 삽화가로 명성을 굳혔다. J. M. 배리의 『켄싱턴 공원의 피터 팬』과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등 90여 편의 책에 삽화를 그리는 동시에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과 같은 성인을 위한 삽화 작업도 했는데 이 작품들은 비평적, 상업적으로 최고 성공작에 속한다. 1927년 출판과 함께한 뉴욕 전시회에서는 열광적 환호를 받았다. 만년에 완성한 케네스 그레이엄의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은 래컴이 깊은 애착을 가졌던 작품이다.
알브레히트 뒤러, 조지 크룩생크, 존 테니얼, 오브리 비어즐리에게 영향을 받은 그는 확실한 선, 부드러운 색조, 서로 얽힌 나뭇가지와 거품이 일어나는 파도, 구불구불한 덩굴, 의인화된 나무들 같은 정교한 배경 속에 도깨비와 님프, 거인과 악령, 바다용과 요정들이 가득한 신비한 세계를 창조했다. 래컴은 동시대는 물론 후대 삽화가들에게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특히 디즈니 스튜디오의 만화영화 〈백설공주〉에는 그의 양식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것이 분명한 장면들이 다수 담겨 있다. 래컴은 1939년 『버드나무에 부는 바람』을 완성한 지 몇 주 만에 암으로 사망했는데, 그의 마지막 그림은 두더지와 물쥐가 소풍을 가기 위해 보트에 짐을 싣는 장면이다.
옮긴이 : 홍한별
글을 읽고 쓰고 옮기면서 살려고 합니다. 옮긴 책으로 『해방자 신데렐라』 『노 본스』 『클라라와 태양』 『온 컬러』 『도시를 걷는 여자들』 『하틀랜드』 『우먼월드』 『먹보 여왕』 『밀크맨』 『달빛 마신 소녀』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나는 불안과 함께 살아간다』 『바다 사이 등대』 『몬스터 콜스』 『가든 파티』 등이 있습니다. 『밀크맨』으로 제14회 유영번역상을 수상했습니다. 『아무튼, 사전』을 썼고 『돌봄과 작업』과 『우리는 아름답게 어긋나지』 등을 함께 썼습니다.
목 차
아이다, 잠자는 공주
마야, 깨어 있는 공주
아틀라스, 아돌아왔어
작가의 말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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