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혁신과 협동으로 만들어온 모든 몸의 역사, 의학사
『어린이 의학도를 위한 놀라운 의학사』는 4,000년 전 쐐기문자로 쓰인 최초의 처방전부터 로봇으로 수술하는 현대까지, 아픔과 질병을 치료하기 위한 사람들의 도전과 협동의 역사를 풍부한 색채와 다채로운 표현이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보는 책이다. 우리 몸과 여러 질병의 원리부터 현대 의학 체계가 만들어지는 과정, 그리고 MRI, 인공사지, 장기이식 등 첨단 의료의 현재와 주요 인물 이야기 등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어린이 의학도를 위한 놀라운 의학사』는 고대의 치료와 인체, 약의 원리와 대량 생산, 통증과 감염, 팬데믹과 의료 전문가와 전쟁, 미래 의학 등 큰 주제를 35개로 세분하여 동서양을 넘나드는 다채롭고 풍부한 의학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16세기 페루 원주민이 말라리아 약을 알고 있었고, 18세기 일본 의사가 최초로 마취제를 이용한 수술을 했다. 3D 프린터와 유전자 지도를 이용한 개인 맞춤 처방, 우주에서의 의학 실험이 행해지는 요즘, 10세기에 쓴 약초에서 슈퍼 항생제의 단서를 찾고 있다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연결이라는 역사적 상상력을 자극한다.
책의 또 다른 특징은 놀랄 정도로 아름다운 그림이다. 판화를 전공한 작가 닉 테일러는 페이지마다 독특한 기법과 구도, 풍부한 색채의 매력적인 그림을 펼쳐 놓는다. 인체 구조와 장비의 원리 등을 정확하게 그린 그림, 편지와 옛 그림 등 사료, 시체 장사와 독을 이용한 살인 등 역사 속 사건을 극화한 만화 등 다양한 형식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병원을 비롯한 현대 의료 체계가 자리잡기까지 무균법을 시행한 조지프 리스터, 크리미아 전장에서 병원의 체계를 세우고 간호 학교를 만든 나이팅게일과 메리 시콜, 성차별을 극복한 최초의 여성 의사들 등 수많은 이들의 혁신을 위한 노력이 있었다. 더불어 이 책은 의학사는 의료진과 환자, 과학자와 돌본 사람 등 모든 사람들이 협동으로 일구어 온 역사라는 것을 설득력 있게 들려준다. 일부 전문가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것이 아니라, 더 평등한 의료를 이루기 위해 우리 모두가 우리 몸과 의학에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모든 사람, 모든 몸의 역사, 의학사
엑스레이, MRI는커녕 청진기도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병을 치료했을까? 『어린이 의학도를 위한 놀라운 의학사』는 여러 문화권의 전통부터 살펴본다. 몸의 특정 부위와 질병이 별, 달, 행성의 위치와 관련되어 있다고 믿은 옛 사람들은 치료를 위해 밤하늘을 살폈다. 각 문화권마다 치유를 위해 섬기는 신이 따로 있었으며, 중세 유럽인들은 왕에게 병을 다스릴 힘이 있다고 믿기도 했다. 물론 인간이 믿음의 힘에만 기댄 것은 아니다. 수술은 고대 로마 때도 시행되었는데, 당시에도 오늘날과 굉장히 유사한 수술 도구가 활용되었다. 사람들은 약용 식물의 효능을 연구하고 광물과 금속으로 실험을 거듭하여 약을 제조했으며, 그 지식을 부지런히 구술로, 그림으로 후대에 전수했다.
『어린이 의학도를 위한 놀라운 의학사』가 들려주는 18세기 전후, 인간의 몸에 대한 인식은 과학 기술의 발전에 발맞춰 변화하기 시작하고 그에 따라 질병에 맞서는 힘도 커지는 과정은 극적이다. 엑스선과 MRI의 개발 덕분에 살을 가르지 않고도 인체 내부를 보는 게 가능해지고, 현미경의 발달로 세포 수준이나 그보다 더 작은 수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게 되면서 질병의 원인을 더 정확히 파악하게 되었다. 손을 씻는 것만으로 세균 감염을 막아 산모의 사망률이 크게 낮아졌다. 또한 일본 의사가 최초로 개발했으며, 이후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여러 의사가 경합한 결과 탄생한 마취제로 인해 더 다양한 종류의 수술을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백신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을 페스트, 천연두, 홍역 등에서 구했다. 공중 보건이라는 개념이 생기고, 의료 전문가를 양성하고 병원을 만드는 과정도 흥미로울 것이다.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많다. 인간이 질병에 맞서듯, 질병 또한 인간에 맞서고, 대도시에 모여 살게 된 환경, 또 기후 변화에 따라 새로운 질병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가령, 박테리아가 페니실린과 다른 항생제에 내성을 지니게 되면서 과학자들은 기존 항생제를 대체할 약품을 찾고 있다. 각종 만성질환에 대한 대처법도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코로나 팬데믹에 대한 세계적인 협력과 대응의 효과와 한계가 말해 주는 바, 특정 지역이나 국가가 의료적 혜택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도록 국제적 협력을 넓히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은 고대에서 현대까지 사람들이 이룬 의학적 성취와 앞으로 남은 숙제를 알 수 있게 해 준다.
의학 발전의 결정적 순간들을 만나다
모든 역사에는 분기점이 되는 사건이 있다. 의사와 간호사, 약사 등 전문가가 상주하는 병원이 생기고 진단과 수술, 처방 등으로 치료하는 현대적인 체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어린이 의학도를 위한 놀라운 의학사』에서 들려주는 의학사의 전환, 혁신의 순간을 짚어 보자.
첫 번째는 바로 루이 파스퇴르의 세균 이론이다. 파스퇴르는 무엇이 포도주와 우유를 상하게 하는지 연구하다가 세균 또는 미생물이 몸에 침입하여 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알아냈으며, 이 발견은 무수히 많은 의학적 혁신을 낳았다. 대표적인 것이 외과의 조지프 리스터가 도입한 무균법이다. 수술 도구를 소독하고 손을 씻고, 상처에 석탄산을 적신 붕대를 덮는 등 무균법을 도입한 덕분에 수술을 견디고 살아남는 환자의 수가 극적으로 늘어났다. 수술 방법도 한층 다양해졌다. 세균 이론 덕분에 병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항생제 등 약을 개발할 수도 있게 되었다.
다음으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 바로 백신의 개발이다. 본래 웨일스, 튀르키예, 인도 등지에서는 오래 전부터 소량의 천연두 고름을 주입해 의도적으로 감염을 시켜 천연두를 예방하는 접종법이 성행했다고 한다. 18세기 초에 메리 워틀리 몬터규가 이를 유럽에 소개했다. 몬터규 부인의 편지글이 이 과정을 생생하게 들려준다.
한편 접종법을 연구하던 에드워드 제너는 여러 실험 끝에 우두를 접종받은 사람도 천연두에 면역된다는 사실을 증명했고, ‘백신’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인간의 면역계가 적합한 항체를 생산할 수 있게 하여 질병을 예방하는 방법은 천연두뿐만 아니라 소아마비, 말라리아 등 다른 전염병에도 폭넓게 적용되어 효과를 냈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신속한 백신 개발이 가능했던 이유도 잘 설명해 준다.
다음으로 꼭 짚어야 할 순간이 전쟁이다. 크리미아전쟁을 비롯해 20세기에 이어진 큰 전쟁들로 무수히 많은 사람을 죽거나 다쳤다. 인구 이동 속도를 높여 전염병이 확산되기도 쉬웠다. 이 참혹한 전쟁은 새로운 치료제나 치료법을 신속하게 개발하는 계기가 되었다. 제1차 세계 대전 이후 늘어난 상이군인을 위해 인공사지 제작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으며, 제2차 세계 대전에서 부상당한 병사들을 긴급하게 치료할 필요가 생기면서 미국 정부가 나서 페니실린을 대량 생산했다. 베트남 전쟁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처음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 앰뷸런스나 응급 구호팀, 의료 헬기 등도 전쟁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전쟁의 참상 속에서 혁신이 이뤄졌다는 것은 너무나 역설적이다. 이 희생에 대해, 또 지금 벌어지는 전쟁의 의미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
모두에 의한, 모두를 위한 의학사
지금까지 의학사는 주로 소수의 뛰어난 과학자와 특히 백인 의사들의 업적 위주로 서술되어 왔다. 『어린이 의학도를 위한 놀라운 의학사』는 이들의 활약상을 꼼꼼하게 다루는 동시에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이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어 역사가 다채롭고 풍부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다.
대표적인 사람이 헨리에타 랙스이다. 1951년,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에서 암에 걸린 랙스의 종양에서 채취한 표본은 번식을 거듭해, 소아마비 백신 개발, 인간 유전체 연구 등에 활용되며 눈부신 의학적 성과의 기초가 되었다. 그런데 이는 랙스나 그 가족은 전혀 모르는 사이에 이루어진 일이었다. 반세기가 지난 뒤, 세계보건기구가 뒤늦게 랙스의 공헌을 인정하면서 환자가 의학 발전에 미친 영향이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랙스의 세포는 의료 윤리, 치료 시 환자가 알아야 하고 동의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리를 확립하는 데에도 기여한 것이다. 사체 해부나 동물 실험도 엄격한 규정을 따라야 한다.
헬리코박터 박테리아를 삼켜 자신의 이론을 증명한 의사, 카테터를 자신의 심장에 직접 삽입한 포르스만 등 의학 발전을 위해 기꺼이 자기 몸을 내놓은 여러 의사들은 혁신에 큰 기여를 했다. 이 책은 의사가 새로운 의술을 펼칠 수 있도록 기회를 준 환자들의 역할도 결정적이라고 말한다. 에드워드 제너에게 우두 접종을 받은 8살 소년 제임스 핍스와 인슐린 주사를 맞은 첫 당뇨 환자 레너드 톰슨은 백신과 당뇨 치료법의 발전에 절대적인 기여를 한 셈이다. 세계 최초로 심장 이식 수술에 도전한 루이스 워시칸스키의 용기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어린이 의학도를 위한 놀라운 의학사』는 이들의 희생을 되짚어볼 뿐만 아니라, 그러한 희생을 토대로 일궈진 의학적 성과가 전 세계에 골고루 나눠질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자고 말한다. 미래 의료의 핵심 질문 중 하나는 의료 전문가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자신과 서로의 몸, 사회의 건강을 돌보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브라이오니 허드슨
박물관 큐레이터이자 역사학자로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대중 의약품』, 『런던대학교 약학부』 등 의학 책을 여러 권 썼어요.
그린이 : 닉 테일러
영국 노팅엄셔에 사는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아티스트예요. 판화를 전공했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작업에 관심이 많아요.
옮긴이 : 신동경
서울대학교 독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공부했어요. 지금은 과학책을 읽으며 느낀 즐거움과 감동을 어린이들에게 전하는 글을 쓰며 지내지요. 옮긴 책으로는 『백신은 똑똑해』, 『유전자는 왜 그럴까?』, 『나는 오늘도 파리를 관찰합니다』, 『우리 집을 정글로』 등이 있어요.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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