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새카맣고 불룩불룩한 김밥 벽
짭조름한 땀을 흘리는 거대한 어묵들
와글와글 천둥처럼 끓어 넘치는 떡볶이 국물
가만, 나 지금 분식이 된 거야?
내 저주가 나한테 걸리다니!
“선명한 캐릭터와 다음 장면을 궁금하게 하는 이야기의 힘”
제1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대상 수상작
“저학년 동화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세계에 대한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작품은 이를 정확히 수행하고 있다.” _심사평 중에서
제1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에서 심사위원들의 열렬한 호응을 받으며 대상을 수상한 『해든 분식』이 출간되었다.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은 2023년 새롭게 제정된 공모전으로, 1999년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의 첫 공모가 시작된 후 25년만에 분리된 저학년 동화 공모전이다. 문학동네는 『긴긴밤』 『5번 레인』 『삼백이의 칠일장』 『쿵푸 아니고 똥푸』 등 어린이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수상작을 배출해 오며 한국아동문학의 한 축을 담당해 왔다. 그동안 ‘어린이문학상’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장르적 발전을 수용하기 어려울 만큼 다채로워진 한국아동문학의 현실을 반영하여, 저학년 독자의 특성에 집중한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이 출범되었다. 첫 공모에 투고된 278편 중에서 “어느 연령대보다 책 읽기와 이야기의 즐거움을 가장 크게 향유하는 저학년 독자들에게 큰 선물이 되어 줄 작품”이라는 찬사와 함께, 동화다운 낙관과 긍정의 힘을 갖춘 동지아 작가의 『해든 분식』이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초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내 이름은 강정인, 별명은 닭강정
해든 분식 사장님의 둘째 딸!
해밀초등학교 2학년 1반, 곱슬머리에 빨간 테 안경을 쓴 강정인은 해든 분식의 둘째 딸이다. 비가 오다 말다 하는 어느 장마철 오후, 정인이의 우산이 사라진다. 정은 언니가 유치하다며 물려준 오렌지색 땡땡이 우산, 같은 반 김반찬이 줘도 안 쓴다고 한 우산이다. 정인이는 김반찬을 범인으로 의심하며 우산에 저주를 걸어 버린다. “그 우산 펴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으로 변한다!” 그런데 저주에 걸린 건 김반찬이 아니라 강정인?! 지난 일요일, 눈물의 생일 파티 이후 이제는 쳐다보기도 싫어진 바로 그것으로 변신해 버리고 만다.
아홉 살, 인생 최대의 위기를 만나다
“나는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망설였다.
그러다 좀 웃겨서 일단 웃기로 했다.”
변신해서 보는 해든 분식의 풍경은 새롭다. 단골손님이 하나둘 오고, 오늘따라 엄마가 왠지 덤을 많이 주는 거 같고……. 늘 분식집 제일 안쪽 테이블에서 수학 문제집을 풀거나 받아쓰기 연습을 했던 정인이는 일하는 엄마의 모습을 처음으로 가까이에서 보게 된다. 정은 언니, 김반찬과 김반찬네 엄마, 단짝 지안이와 소미도 분식점에 모여드니 변신한 사실을 잊은 채 반가움을 느끼기도 한다. 많고 많은 것 중 하필 분식으로 변신하다니, 분식집 딸로서는 최악이라 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위기 속에서도 낙관을 잃지 않고 순간순간을 즐길 줄도 아는 정인이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며 다음에는 어떤 이야기를 이어나갈지 궁금하게 만든다. 몇 번의 먹힐 뻔한 위기를 겨우 넘기고, 자기가 없는 해든 분식에서 듣는 자기 이야기에 뾰족하게 곤두섰던 마음이 점점 몽글몽글해지는 정인이. 한편, 당장 조리대에서 뛰쳐나가 분식집 둘째 딸 강정인으로 돌아가야 할 억울한 상황에 빠지는데…….
내 기분은 달콤꿀맛 반, 매콤눈물맛 반
“세계에 대한 안정감과 가족에 대한 믿음”을 잘 그려냈다는 평을 받은 『해든 분식』은 변신 판타지의 재미, 쫄깃한 긴장감의 반전을 품으면서도 자신만의 자리에서 해맑게 자라는 아이의 성장을 떡튀순 세트처럼 빈틈없이 골고루 담아낸 책이다. 좋아하는 친구들을 생일 파티에 초대해 잘 대접하고 싶은 마음, 사랑하지만 내 마음처럼 움직여 주지 않는 가족에 대한 서운함, 성격과 취향은 달라도 마음은 잘 통하는 단짝 친구들과의 우정, 친구인지 원수인지 헷갈리지만 서로 일상에 빼놓을 수 없게 된 이성친구와의 별별 사건까지. 와글와글한 일상 속에서 정인이는 다양한 감정을 맛보며 모락모락 자라난다.
일하느라 바빠 우산 마중 한번 나와 주지 못하는 엄마에게 서운함을 느끼며 시작하는 이야기는 이해와 화해의 햇살을 비추며 끝을 맺는다. “먹는 경험의 즐거움과 세계에 대한 안정감이 결부된” 『해든 분식』은 아이들이 씩씩하게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때때로 찾아오는 위기 속에서도 긍정과 유머를 발견해 낼 수 있도록, 평소와 다른 자리에서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 볼 수 있도록, 자라나는 모든 존재들을 따뜻하게 격려해 줄 이야기이다.
“해가 드는 순간에 누군가의 성장이 있게 하려고, 발단의 배경에 비를 뿌려 보았지요. 그러자 우산 마중을 한 번도 못 받아 본 저의 어린 시절 기억이 따라와서 그 글을 끝까지 짓게 하였습니다. 여전히 여러 이유로 비를 맞고 다닐 어린이들의 응석을, 『해든 분식』이 받아 줄 수 있길 바랍니다.”
_작가의 말
모락모락 보글보글 감각을 자극하는
윤정주 화가의 ‘해든 분식’
30여년 넘게 어린이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림을 그리며 동화 읽는 즐거움을 선사해 온 윤정주 화가의 그림은 긴장을 차곡차곡 쌓아 나가며 변신의 박진감을 극대화하고, 어떤 장면에서도 주인공의 감정을 놓치지 않는다. 변신하고 나서도 독자들이 정인이를 단번에 알아볼 수 있게 표현한 센스 또한 탁월하다. 지면에 그려진 모든 것이 꿈틀꿈틀 생동하는 듯해 아이와 함께 상상을 펼치기에 좋은 장면들이 가득하다. 단단하고 정확한 동지아 작가의 문장, 그 위에 펼쳐진 생생하고 유쾌한 윤정주 화가의 그림이 독자들을 주인공의 감정선 그대로 막힘없이 결말까지 이끈다. 모락모락 따뜻한 김이 피어오르고 매콤달콤한 냄새 한껏 풍기는 해든 분식점에 온 듯, 이야기에 흠뻑 빠지는 경험을 선사할 책이다.
■ 심사평
“『해든 분식』의 장점은 자연스러움이다. 주인공 정인이가 스스로 건 주문에 걸려 닭강정이 되었다가 돌아오는 과정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다. 문장이 단단하고 정확하여 어린 독자들도 쉽게 상황을 이해할 수 있다. 인물의 건강함도 돋보인다.”
“1학년 어린이들은 학교에 오면 놀란다.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비해 모든 게 크기 때문이다. 교실도 크고, 화장실 변기도 크고, 운동장도 크다. 저학년 어린이들은 어른이 감각하는 것보다 세상을 훨씬 더 스펙터클하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만큼 불안감을 느끼기도 쉽다. 그래서 저학년 동화에서는 어린이들에게 세계에 대한 안정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 작품은 이를 정확히 수행하고 있다.”
“‘식도락’이란 말이 있는 것처럼 어른들도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지만 어린이들은 특히 먹는 걸 좋아한다. 답사 여행을 다녀온 다음 “어떤 게 가장 좋았어?” 질문받을 때 “휴게소에서 먹은 돈가스가 가장 좋았어.” 하는 게 저학년 어린이들이다.
음식도 경험과 결부되어 특정한 음식이 특정한 경험을 상기시킨다. 이 먹는 경험의 즐거움과 세계에 대한 안정감이 결부된 『해든 분식』은 어린이들이 씩씩하게 성장하는 데 밑거름이 될 이야기이다. 쫀득쫀득, 고소하고 달콤한 닭강정맛이 나는 이 『해든 분식』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으랴!”
_심사위원(안미란 유영진 임정자 천효정)
작가 소개
지은이 : 동지아
열 살 때 좋아했던 동화책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소중히 여기는 것이 많아서 글을 씁니다. 『해든 분식』으로 제1회 문학동네초승달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린이 : 윤정주
다양한 분야의 어린이책에 매력 넘치고 개성 있는 그림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림책 『꽁꽁꽁』 『열매의 오두막』 『악몽 도둑』 『꽁꽁꽁 아이스크림』 『꽁꽁꽁 캠핑』 『꽁꽁꽁 댕댕』 등을 쓰고 그렸으며, 『Z교시』 『콩이네 옆집이 수상하다!』 『대단하다 덜렁공주』 『시간 가게』 등 많은 어린이책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목 차
해가 안 뜨네 6
든든히 먹고 가 20
닭강정이라니 40
강해져라 강정인! 58
정말 벌써 가? 68
심사평 82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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