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혐오와 차별, 폭력 없는 세상을 꿈꾸며
다정한 마음과 따뜻한 위로가 담긴 여섯 편의 아름다운 이야기
계간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작가는 ‘단편동화의 정석’이라 불릴 만큼 특히 단편문학에서 탁월한 작품들을 발표해 왔다. 작가의 세 번째 동화집인 신작 『엄마가 개가 되었어요』 역시, 앞서 출간한 『네모 돼지』와 『제후의 선택』에 쏟아졌던 “단편이라는 장르의 특징”이 무엇인지 알고 쓴 “수작”, “세상을 새롭게 보게 하는 힘”이 있는 작품, “인간의 삶과 세계의 진실을 숙고”하게 하는 “감히 최고라고 할 만한 작품”이라는 상찬이 더 깊고 풍부하게 펼쳐진다. 표제작인 「엄마가 개가 되었어요」는 학교폭력 피해자로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아들과 아들을 지키려는 엄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온몸을 웅크린 채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것을 선택한 아들의 웅얼거림을 듣기 위한 엄마의 슬픔과 헌신, 용기를 그려낸 수작이다. 돌아가신 엄마를 그리워하는 아들과 아내를 떠나보낸 슬픔을 뒤로한 채 아들 곁을 지키고 있는 아빠의 비밀이 담긴 「초콜릿 샴푸」, 몸이 불편한 친구와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 「요즘 자꾸 까먹는 일」, 미래의 어느 날 자연과 인간의 공생을 선택한 이들이 펼쳐 보이는 한겨울 깊은 숲의 설경이 매혹적으로 그려지는 「사냥의 시대」, 섬에 버려진 개와 엄마와 헤어져 섬에 온 아이의 교감을 그린 「바틀비」,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통해 두려움에 맞서는 법을 배우고 끝내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하는 아이의 이야기 「산을 엎는 비틀거인」등 여섯 편의 동화에 담긴 공통적인 정서는 공감과 믿음의 힘이다.
투명한 자기성찰, 스스로 선택하는 성장의 방식
잔잔하게 밀려오는 벅찬 감동
상처투성이가 되어 고립과 침묵의 세계를 선택해 버린 아들을 지켜내기 위해 집을 나서는 엄마(「엄마가 개가 되었어요」)나 가족을 잃은 슬픔을 각자의 방식으로 이겨내고 있던 아버지와 아들(「초콜릿 샴푸」) 의 위태로워진 가족공동체는 결국 서로를 향한 믿음과 교감으로 더 굳게 존속된다. 이는 자연과 동물을 향한 애정과 연민이 담긴 작품들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섬에 버려진 개 ‘바틀비’와 엄마와 헤어져 할머니와 살기 위해 섬에 온 소년 해찬의 만남을 다룬 작품 「바틀비」는 허먼 멜빌의 단편소설인 「필경사 바틀비」를 떠오르게 하는 작품이다. 어떤 역경과 고난에도 도망갈 수 없는 삶이라는 굴레 속에서 ‘아무것도 안 하는 편을 택한’ 필경사 바틀비처럼 버려진 개 ‘바틀비’ 역시 깊은 절망감 속에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택한다.
바틀비는 이제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택했다. 더는 섬을 뛰어다니며 가족을 찾지도 않고, 울어 대지도 않기로 했다. 선착장과 가까운 곳이었다. 차와 사람들이 자주 다니는 길이었지만 아무것도 안 하기에 썩 괜찮은 곳이었다. 바틀비는 힘없이 고개를 바닥으로 떨구었다. (120쪽)
그런 바틀비에 자신을 투영시키고 동정과 연민의 감정 속에 기어이 함께 살아내고야 마는 쪽을 선택한 소년 해찬이나, 자연으로 돌아가 원시적 삶을 선택한 할아버지를 보면서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갈림길에 선 빈(「사냥의 시대」)을 보고 있으면 작가의 삶을 향한 긍정과 믿음, 작고 약한 것들에 대한 끝간 데 없는 애정이 마치 나를 향한 것인 양 다정한 위로가 되어 와 닿는다.
몸이 불편한 친구의 장애를 자꾸 까먹는 태하(「요즘 자꾸 까먹는 일」)나, 가정폭력의 두려움을 스스로 이겨내는 연우(「산을 엎는 비틀거인」)의 성장에도 공감과 믿음의 힘이 작용한다. 그리고 이들의 투명한 자기성찰은 가슴이 뻐근한 감동과 여운으로 이어진다.
글쓴이의 말에 쓴 작가의 바람대로 많은 것을 박탈당한 채 살고 있는 팬데믹 시대의 어린이들에게 이 책이 “엄마와 같은 위로를 담은 동화”로 가 닿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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