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떠버리 솔솔이와 투덜이 퉁퉁이가 사는 냇가 이야기
예전에 냇가는 동네의 사랑방이었습니다. 어른들은 빨래를 하며 동네 사람을 만나고, 아이들은 멱 감고 미끄럼을 타며 노는 즐거운 놀이터였습니다. 그런 오래 된 냇가에 떠버리 솔솔이와 투덜이 퉁퉁이가 삽니다. 솔솔이는 엄청 시끄럽습니다. 아이들과 놀면서 온종일 떠들어대니까요. 반대로 퉁퉁이는 솔솔이 주위에서 떠들며 노는 아이들과 솔솔이 때문에 엄청 열 받습니다. 너무 시끄러우니까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퉁퉁이는 아이들과 즐겁게 노는 솔솔이가 부러웠을지 모릅니다. 솔솔이는 아이들 마음속의 천사와 말을 주고받을 줄 알고, 아이들은 천사가 들려주는 솔솔이 말을 알아듣고 몰려드니까요. 동네마다 유난히 아이들이 많이 모여 노는 나무 밑이 있습니다. 그건 그 나무가 이른 아침부터 우렁찬 목소리로 애들아! 애들아! 하고 아이들을 불러 모아서 그런 겁니다. 솔솔이처럼!
그렇게 하루하루를 신나고 즐겁게 지내던 솔솔이한테 아주 엄청난 일이 일어납니다. 동수네가 서울로 이사 가고, 그 집으로 염소 키우는 아저씨가 이사를 옵니다. 다섯 마리 염소는 뿔도 튼튼하고 힘이 아주 셉니다. 아저씨는 그 염소들은 솔솔이 몸통에 묶어놓습니다.
“저 염소들 때문에 몹시 나쁜 일이 생길지 몰라.”
솔솔이는 작년 가을에 감이 한 개도 안 열린 민규네 감나무를 떠올립니다. 그 감나무는 염소 세 마리가 매일 박치기하고, 이빨로 갉아 먹고 그런 탓에 봄이 되어도 파란 이파리조차 틔우지 못하고 깊은 잠에 빠졌습니다. 과연 솔솔이의 불길한 예감이 맞았을까요? 아니면 민규네 염소와 달리 아저씨가 키우는 다섯 마리 염소는 솔솔이의 새로운 친구가 되었을까요?
다섯 마리 염소와 솔솔이 이야기
염소들은 잠시도 가만있질 못합니다. 솔솔이 몸을 뿔로 마구 들이박거나 이빨로 껍질을 박박 갉으면서 놉니다. 틈만 나면 솔솔이 곁으로 모여들던 아이들도 더는 찾아오지 않습니다. 왔다가도 염소들이 싸놓은 똥을 보고 “우웩 똥!” 소리치며 도망칩니다. 솔솔이는 쉬지 않고 괴롭히는 염소들 때문에 몹시 괴로워합니다. 햇님과 구름이 힘을 합쳐 소낙비가 쏟아지게 합니다. 그러면 아저씨가 염소를 데려갈 줄 알았으니까요. 하지만 소용없습니다. 날이 갈수록 솔솔이는 기운을 잃어갑니다. 퉁퉁이가 아이들 마음속의 천사를 불러보라고 하지만 솔솔이는 고개를 젓습니다.
“소용없어. 이제 나는 기운이 없어서 애들을 부를 수도 없어. 애들 마음속의 천사를 부르려면 목소리가 아주 우렁차야 하거든.”
이제 솔솔이 건강은 눈에 띄게 나빠졌습니다. 급기야 뿌리 윗부분에 구멍이 뻥 뚫리고, 그곳으로 나쁜 벌레들이 우글거립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뒤, 솔솔이는 건강했을 때보다 더 바쁜 나날을 보냅니다. 말라 버린 나뭇가지와 솔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솔방울도 떨어뜨리고, 덜 마른 나뭇잎도 모두 떨어뜨립니다. 멀쩡한 까치집도 나뭇잎으로 덮어버립니다. 집을 짓겠다고 찾아온 떠돌이 까치도 매정하게 내쫓아버립니다. 솔솔이는 무엇을 위해서 그렇게 할까요?
최고로 멋진 여행을 꿈꾸는 솔솔이 이야기
봄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던 날, 퉁퉁이가 위험에 빠졌습니다. 얼었던 땅이 녹으면서 퉁퉁이 뿌리를 덮어준 흙이 무너지고 돌도 빠져나갔습니다. 솔솔이는 잔뜩 겁에 질린 퉁퉁이를 위로합니다.
“너무 걱정하지 마. 내가 도와줄 방법이 있을 거야.”
솔솔이는 그 약속을 지킵니다. 솔솔이 덕분에 당장이라도 물에 떠내려갈 것 같던 퉁퉁이 뿌리가 깊숙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매일 즐겁고 기분 좋았지만 오늘은 더 뿌듯한 날이야. 내가 너를 돕다니, 정말 최고로 멋진 날이야! 최고로 멋진 날!”
솔솔이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퉁퉁이한테 말합니다.
“착한 일을 하는 것은 아주 간단해. 네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 돼.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거나 떠돌이 새들에게 집을 짓게 해 준다거나 아이들이 그네를 타도 화를 안 낸다거나 정말 많아. 그렇게 하루하루를 힘차게 살면 돼. 그러면 넌 세상에서 가장 멋진 소나무가 되어 있을 거야.”
그렇게 솔솔이의 멋진 여행은 시작되었습니다. 솔솔이의 최고로 멋진 날! 새로이 시작된 솔솔이의 멋진 여행을 우리도 함께 응원해 줄까요?
■ 아이들 마음속에는 천사가 살고 있습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그 천사는 키도 크고 몸도 큽니다. 그렇지만 아이가 자라면 천사는 키도 점점 작아지고, 몸도 작아집니다. 아이한테 자기 키와 몸을 조금씩 덜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아이들은 솔솔이처럼 목소리가 우렁찬 나무들의 소리를 알아듣습니다. 마음속의 천사가 솔솔이 말을 알아듣고 아이한테 전해주어서입니다. 이 글을 읽다 보면 우리는 나무, 새, 구름, 햇님, 별님, 달님이 하는 말에 가만히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우린 그것들이 들려주는 말이 전혀 낯설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왜냐하면 아주 어린 시절, 날마다 들었던 소리였으니까요. 키와 몸이 자라느라 잠깐 잊고 살았던 마음속의 천사가 다시 나타나 그것들이 들려주는 말을 우리에게 전해주니까요.
이 작품은 자연이 들려주는 교향악 같은 느낌이 들게 합니다. 나무, 아이들, 새, 구름, 달님, 햇님, 별님…… 그것들은 제각각의 소리로 음악을 연주하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다 보면 우리는 그 제각각이 내는 아름다운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게 됩니다. 그러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의 말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북한산에 가면 두 그루 소나무가 있습니다. 허리 휜 소나무는 건강하지만 꼿꼿한 소나무는 죽은 나무입니다. 어느 여름날, 그 계곡에서 허리 휜 소나무가 내게 말을 건넸습니다.
“내 친구 솔솔이 이야기 좀 들어볼래?”
자, 그럼 우리도 친구, 아이들, 자연의 모든 것을 사랑했던 솔솔이의 이야기를 들어 볼까요? 그러면서 우리 마음속에 사는 천사가 들려주는 자연의 교향악을 감상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종은
'현대소설' 중편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후, 동화로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MBC 창작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선생님 동화 『가을을 파는 마법사』는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렸는데요. 『할머니 뱃속의 크레파스』, 『아빠 아빠 아빠』, 『초콜릿이 맛없던 날』, 『고양이가 물어 간 엄마』, 『아빠와 함께 춤을』 등 많은 동화를 쓰셨습니다.
그린이 : 홍태희
세종대학교와 프랑스 PARIS 8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했어요. 『그림으로 익히는 상형한자』 『논리력으로 익히는 지사한자』 『창의력으로 익히는 회의 형성한자』 등의 책에 그림을 그렸어요.
목 차
*아이들의 대장 솔솔이
*이사 가는 동수와 이사 온 염소들
*솔솔이를 괴롭히는 다섯 마리 염소들
*멋진 여행을 준비하는 솔솔이
*솔솔이의 최고로 멋진 날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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