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웅전

지금 우리에게는 조금 낯설지만, <조웅전>은 조선시대에 완판, 경판, 안성판으로 간행되었을 뿐 아니라 그 출간 횟수도 많았던 고전소설이다. 즉 18,19세기에는 <홍길동전>이나 <춘향전> 못지않게 인기가 있었다는 뜻이다. 주인공 조웅이 고난을 이겨 내고, 황제 자리를 빼앗은 역적 이두병을 물리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조웅전>이 그토록 널리 읽혔던 까닭은 무엇일까?

주인공이 전쟁에서 영웅적 활약을 펼치는 군담소설의 구조 자체가 독자들의 흥미를 불러일으켰을 테고, 다른 고전소설에서는 보기 힘든 사랑 이야기-조웅과 장 소저가 당시의 관습과는 달리 자유연애를 한다는 점도 그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또한 정통성을 인정할 수 없는 정권과 싸워 이긴다는 설정이 당대의 정치 현실이나 권력층에 거부감을 지닌 독자들의 울분을 해소시켜 주기도 했을 것이다.

<조웅전>으로 대표되는 창작군담소설은 18세기 중엽 이후에 창작되기 시작했는데 등장인물이나 배경이 모두 허구로, 외적의 침입과 간신의 반란을 평정하는 가상의 전쟁을 중심 사건으로 다룬다. 주인공은 고난을 겪다가 스승에게 도술과 무예를 배워 위기에 처한 나라를 구한다. 그 공로로 높은 벼슬을 받아 부귀영화를 누리게 된다. <조웅전> 역시 이런 ‘영웅의 일대기’를 기본으로 하지만 대개의 군담소설과는 달리 주인공 조웅이 타고난 능력보다는 스스로의 노력과 의지로써 적대자와 맞서 싸울 수 있는 힘을 얻게 되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 이명랑은 여러 판본과 필사본 중에서 이야기가 상세하고 충실한 ‘완판 104장본’을 토대로, 조웅이 죽을 고비를 수없이 겪으면서도 적대자와 맞설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는 과정을 잘 살려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다시 썼다. 조웅이 월경 대사나 철관 도사 같은 스승을 만나 지혜와 병법을 배우는 과정, 서번의 장수나 이두병의 부하들과 맞서는 대결 장면이 실감나게 그려졌다. 특히 작품 후반부에서 등장하는 일대 이대 삼대 삼형제와의 대결은, 중국 동포인 그림작가 이강이 그린 광대한 스케일의 그림과 어우러져 긴박감이 넘친다.

지금 우리의 시각으로 보면 <조웅전>에는 충군의식과 중국 중심주의가 깔려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대중의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소설로서 널리 읽혔던 만큼, 그 시대 사람들에게 널리 퍼진 이념과 습속들이 잘 드러나 있다고 볼 수 있다. <조웅전>은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단지 흥미로운 읽을거리에 그치지 않고, 당시 사회를 바라보고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생각을 살펴보며, 요즘의 삶과 비교하여 생각할 거리와 이야깃거리를 찾을 수 있는 매개가 될 것이다.

지은이 :  이명랑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6세에 첫 장편 소설《꽃을 던지고 싶다》로 많은 독자와 평론가들의 주목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한 뒤 《삼오식당》, 《나의 이복형제들》, 《입술》, 《어느 휴양지에서》, 《천사의 세레나데》등의 작품을 출간했다. 이후 동화 《재판을 신청합니다》, 《나는 개구리의 형님》, 《할머니의 정원》, 《방과 후 운동장 교실》, 《작아진 균동이》를 비롯해 청소년 소설 《구라짱》, 《폴리스맨, 학교로 출동!》, 중학교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등을 발표하며 다양한 분야에 걸쳐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 문학 전문 글쓰기 아카데미 <문학하다>에서 소설 창작 강의를 하고 있으며, 작가와의 만남을 통해 수많은 청소년들과 소통 중이다. 청소년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 하는 작가, 청소년들의 마음을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작가로 손꼽히고 있다.

그린이 : 이강

1968년 중국 지린성에서 태어나 옌볜대학교에서 예술학을, 선양 루쉰 미술대학에서 중국화를 공부했습니다. 그린 책으로는 『청룡과 흑룡』 『어린이 역사인물백과』 『우리나라 대표 고전소설』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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