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를 보라 -1920년대 경성의 밑바닥 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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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아카마 기후
출판사항아모르문디, 발행일:2016/02/15
형태사항p.334 국판:23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92448352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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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발로 그려낸 1920년대 경성 하층민에 대한 세밀화

“도시는 두 가지 상반된 얼굴을 갖는다. 한편에는 우뚝 솟은 건물들, 차량과 인파로 붐비는 거리, 쇼윈도를 장식한 최신 유행의 상품들, 거리를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볼거리가 넘치는 화사한 도시의 얼굴이 있다. 그것은 자연을 극복하고 이룩한 인공낙원, 곧 ‘모던’의 상징이다. 그러나 뒷골목이나 산동네, 다리 밑으로 대표되는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은 빈곤과 굶주림, 범죄, 유혹과 타락 같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사람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빈부의 차이는 있을 테고 돈으로 사고 파는 쾌락과 만족의 뒷면에는 상품화된 노동과 성의 비참함이 있겠지만, 도시에서는 빛이 선명한 만큼 그늘도 더욱 짙다.” - 역자 서문 중에서

책의 발굴 과정

2007년 여름, 국립중앙도서관에서는 1945년 이전 한국 관련 자료를 정리?해제하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들 자료는 일제강점기 일본인들에 의해 작성되어 조선총독부의 검열을 거쳐 발간된 문헌들을 비롯하여, 당시 식민지 조선을 지배했던 일본인들의 편향된 관심과 시각 아래 쓰여졌다는 한계가 있으나 광복 이전 한국 사회를 이해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들이다. 그중 특이한 제목이 붙은 단행본 한 권이 한국학중앙연구원 서호철 교수의 눈에 띄었다. 이 책의 원저인 『대지를 보라』(大地を見ろ, - 變裝探訪記, 아카마 기후 著, 대륙공동출판사)가 그것이다. 특히 ‘변장탐방기’라는 부제가 눈길을 끌었다.

이렇게 서고에 묻힌 채 망각 속으로 사라졌던 1920년대 경성의 뒷골목 풍경은 90여 년의 시간이 지난 후 비로소 우리 앞에 펼쳐지게 된다. 서호철 교수는 이 책과 함께 『토막민의 생활·위생』, 『조선 무산계급의 연구』, 『조선부락조사보고』 등 조선총독부 내무부나 경성부 사회국에서 발행한 조사보고서도 함께 발굴해 해제 작업을 진행하였다. 식민지의 공식 통치기구에서는 주로 공문서와 통계 자료를 통해 조선 사회를 실상을 파악하고자 했다. 『경성신문』에 재직했던 아카마 기후라는 일본인 민간 기자의 손으로 쓰여진 『대지를 보라』는 1920년대 작성된 아마도 유일한 르포르타주로서, 식민지 경성의 하층민들의 실제 삶을 들여다보기 위해 문제가 일어나는 현장과 사람들 속으로 직접 들어가 취재한 생생한 이야기가 담긴 특별한 자료이다.

“모던 경성의 어두운 면을 파헤친 하층사회 르포르타주는 그렇게 냉담하고 메마른 행정통계와 대비되는 뜨거운 육성과 한숨, 땀과 때로는 피 냄새가 밴 기록이기도 하다. 물론 그 뜨겁고 축축함이 반드시 도시 빈민의 처지에 대한 동정이나 사회적 냉대에 대한 분노인 것은 아니다. 그것은 또한 신기하고 낯선, 추하고 야한 세계를 들여다보고 싶은 관음증(觀淫症)의 산물이기도 했다. 많은 경우 도시 하층사회 르포르타주는 저널리즘의 일부이거나 부산물이다.” - 역자 서문 중에서

식민지 근대 도시 경성의 뒷골목에 대한 잠입취재기

1910년대 초에 도한(渡韓)한 ‘내지인(內地人)’ 기자 아카마 기후는 본격적으로 근대 도시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한 식민지 수도 경성의 이면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가 도시의 어두운 그늘과 뒷골목에 접근한 방식은 ‘내지’ 일본에서 한차례 유행을 휩쓸고 지나간 ‘잠입 취재’로, 원저의 부제에 적어둔 바와 같은 ‘변장 탐방’이었다. 그렇다면 다소간 황색 저널리즘의 냄새도 노골적으로 풍기는 주간지 『경성신문』의 기자 아카마 기후가 집중한 근대 경성의 뒷골목 풍경은 어떠했을까? 변장을 한 저자는 청소부로 분장해 똥 푸는 조선인 인부에게 작업 요령을 얻어듣기도 하고, 하루 70관(262.5㎏)의 쓰레기 청소를 위해 ‘구루마’를 끌고 명동부터 남산까지 담당 구역을 배회하며 최하급 노동자의 생활을 경험하기도 한다. 육체노동이라곤 해본 적이 없어 반나절 만에 포기하기도 하지만, 넝마주의 패거리의 소굴에 잠입하거나 영등포 교도소의 일본인 출소자를 미행하여 그들의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직업적 문필가가 작성한 하층사회 취재기라는 점에서 저자의 묘사는 세밀화에 가깝다.

“은잔집은 불경기인 요즘도 하루 천 명 내외의 손님을 맞는다. 한 사람이 평균 30전어치 마시고 간다고 해도 하루 수입이 3백 원을 헤아린다. 약주나 막걸리(탁주) 한 잔에 소고기, 돼지고기, 생선 등 뭐라도 한 가지 안주를 끼워서 5전이니까 이익은 많지 않겠지만, 그래도 손님이 끝없이 들이닥치니까 은잔집은 성업 중이다. 스물대여섯이나 되었을까, 살결이 흰 이 집 여주인은 유난스러운 금반지에 손목에는 금시계까지 차고 있다.” - 3장 ‘술집의 활극’ 중에서(76쪽)

발로 그려낸 1920년대 경성 하층민의 세밀화

1부가 ‘변장 탐방’을 통한 잠입 취재기라고 한다면, 2부는 토막민과 거지 등 식민지 수도 경성의 도시빈민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이제 방문 취재를 통해 거지, 신기료장수, 토막민, 도축인부, 기둥서방 때문에 영락한 기생 등 경성의 하층민의 삶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한편, 나름의 원인 분석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자식은 거지노릇을 면하고 남들처럼 살게 하려고 손을 씻겨 봐도, 틀림없이 사흘도 못 가서 달아나버린다. 거지 생활이 그리워서 예전 살던 ‘고향’으로 돌아간 것이다. 거지를 위한답시고 거지 생활에서 벗어나게 하는 것은 죄다. 그런 짓은 하지 않는 게 좋다.

국가사회를 위해 그들을 보통 사람들 사이에 끼워 넣으려 한다면, 그들에게 ‘거지 생활의 괴로움’을 알게 해야 한다. 그러자면 ‘거지 박멸책’을 강구하는 것이 좋다. 거지에게 금품 대신 경계와 감시를 베푸는 것이다. 거지 생활을 힘들게 함으로써 특별히 구제의 손길을 베푸는 것 말고 다른 길은 없다. 경성에 있는 거지 중에는, 경성부에 고용된 쓰레기 청소부보다 수입이 많은 자도 있다. 하루에 1원 2, 30전씩이나 버는 자도 너댓 명 있다. - 11장 ‘거지 벼락부자’ 중에서(176쪽)

망각 속에서 되살려낸 재조선 일본인 하층사회의 모습

3부에서 저자는 식민지기 최대 75만 명에 달했던 재조선 일본인들 중 특히 하층민의 삶에 현미경을 들이댄다. 저자는 풍운의 꿈을 품고 식민지로 건너왔지만 하층민으로 전락한 재조선 일본인의 면면을 살핀다. 다양한 방법으로 장사하는 노점과 행상, 호객꾼(12장), 싸구려 조선인 여관에서 사는 사람들(13장), 경성에서만 30년을 살았다는 행상 반 거지 반인 명물 영감(14장), 노래를 부르며 구걸하는 장님 거지 노파(15장)의 이야기 등 식민지로 건너와서도 성공의 기회를 잡지 못한 하층 일본인들의 면면을 볼 수 있다.

노파가 부르는 야스기부시는 남편을 그리워하는 눈먼 새의 애처로운 마음을 노래하는 것이다. 그렇게 들어주는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 단 하나 외동딸뿐이라는 것이 가련하다. 자신은 거지가 되어 집도 없고 먹을 것도 없는 이런 지경에까지 영락했으면서, “남편은 불행한 남자였지요. 뼈 빠지게 일을 했지만, 단 하루도 즐기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하는 것은 얼마나 갸륵한 마음일까? 나는 노파를 위해 울어주고 싶었다. - 15장 ‘풍각쟁이’ 중에서(241쪽)

한편,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는 돈 되는 것은 무엇이든 상품으로 흡수하기 마련이었고, 그 과정에서 ‘여성들의 성’의 상품화는 식민지 경성에서도 어김없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30년대의 ‘자유연애’와 ‘신여성’ 담론이 수입되기 전인 1920년대에 이미 각양각색의 성 산업이 출현했다. 4부 ‘에로 경성의 팔리는 여자들’에서는 근대의 유흥, 성 산업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함께 여성이 전락하는 과정에 대한 조사보고가 이어진다.

근대의 지층에 묻힌 채 망각된 식민지 수도 경성의 뒷골목을 발굴하다

이 책의 또 다른 가치는 역자인 서호철 교수의 꼼꼼한 해제와 주석을 통해 90여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생생한 모습으로 되살아난 당대의 사회상이다. 역자는 저자의 동선과 저자가 묘사해 놓은 당시의 풍경과 대화 속에 등장하는 사건, 생활용품, 생활상과 복식, 청소부에게 건네는 담배 한 개비까지도 세세한 고증과 해제를 제공함으로써 당대의 생활사(生活史)를 세밀하게 복원해 낸다. 역자는 이를 위해, 식민지기의 신문기사와 문학작품 속에 묘사된 생활상을 날줄로 삼고 경성부와 총독부가 만들어낸 행정통계에서 드러난 사회상을 씨줄 삼아 일면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는 원 저자의 글을 입체적으로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 작가 소개

저자 : 아카마 기후
赤間騎風
본명은 아카마 죠타로. ‘바람을 탄다’는 의미인 ‘기후 騎風’는 호나 별명인 듯하다. 1886년경 일본 규슈 후쿠오카현의 히사무라에서 태어났고, 1910년대 초에 조선으로 건너왔다. 일본의 대륙 침략을 측면에서 지원했던 국수주의 단체 흑룡회(黑龍會)의 회원으로, 야오야기 쓰나타로가 경영했던 주간지 『경성신문』을 비롯한 여러 신문사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1910년대 말이나 20년대 초에는 몇 년 동안 만주에 가 있으면서 마적들과 접촉하기도 했으며, 그런 경험을 토대로 『마적 무리에서』(1924)라는 책을 썼다. 이 책은 이후 『만주 마적』(1928), 『마적 이야기』(1932) 등으로 이름과 출판사를 바꾸며 거듭 간행된다. 만주에서도 창춘에서 일본어신문 지국을 경영하는 등 언론계에 몸을 담았지만, 그의 만주행은 흑룡회의 대륙 진출 활동의 일부이기도 했다. 1925년에는 역시 일본의 몽골 침략을 예상하며 흑룡회 회원들끼리 몽골 탐험을 다녀오기도 했는데, 그 뒤로 그의 행적은 알 수 없다.

역자 : 서호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역사사회학/사회사를 전공했고, 대한제국기와 식민지기의 호적과 주민등록 제도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사회사학회의 학술지 『사회와 역사』의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식민지기 중앙과 지방의 통치기구, 거주·여행의 증명, 도량형과 측정·계량의 역사 등이다.
저서로 『식민권력과 통계』(박명규 공저, 서울대출판부, 2003)가 있고, 『시마 상, 한국 길을 걷다』(일조각, 2013), 『연애결혼은 무엇을 가져왔는가?』(소화, 2013) 등의 책을 옮겼다.

▣ 주요 목차

역자 서문
서언 : 이마무라 라엔

1부 경성 하층사회의 변장 탐방기
해제: 도시 하층에 대한 다양한 조사·기록과 ‘변장 탐방기’
1 청소부가 되어 보다
2 넝마주이
3 술집의 활극
4 출소자의 행방

2부 토막민과 거지: 조선인 하층민의 삶
해제: 식민지기의 도시빈민과 ‘토막민’
5 거지 아이 조노마
6 신기료
7 박 서방의 말
8 땅꾼과 거지 여자
9 토막민
10 도축인부
11 거지 벼락부자

3부 조선숙의 일본인들: 재조선 일본인 하층사회
해제: 재조선 일본인의 다양한 스펙트럼
12 노점꾼
13 선인숙
14 밑바닥의 명물 영감
15 풍각쟁이

4부 에로 경성의 팔리는 여자들
해제: 공창과 사창, 밀매음: 예기·창기·작부에서 카페 여급까지
16 내지인 창기의 생활
17 조선인 창기
18 갈보집: 조선인 밀창부
19 음식점의 고용녀: 작부
20 카페 여급
21 수상한 여자
22 청요리와 밀회

역자 후기
참고문헌
부록: 식민지기 경성의 정과 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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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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