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이 책은 세 개의 주제로 나뉘어 있다. 먼저 제1장은 동아시아 압축근대의 형성과정과 그 특징을 한국, 중국, 대만을 중심으로 개괄하고 있다. 그리고 제2장에서 7장까지는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진행된 압축 성장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사회변화의 양상을 부문별로 다룬 글들로 묶여 있다. 그리고 제8장과 제9장은 일기 자료를 통해서 나타나는 근대성의 양상을 검토하고 있다.
제1장은 동아시아 압축근대의 형성과정과 특징을 개관하고 있다. 이 글은 동아시아의 근대화과정과 동아시아인들의 근대 경험을 분석하면서 서구적 근대성 경험과의 차이를 밝히고 있다. 미국 중심의 세계체제 재편이 이루어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아시아의 국가주도형 근대화전략을 검토한다. 저자는 동아시아 압축성장의 특징을 1) 미국 시장을 발판으로 한 산업화, 2) 국가주도의 수출주도형 성장전략, 3) 군사형 계획경제의 실행, 4) 서구 모방형 근대화전략 5) 강력한 정경유착 등으로 요약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대만의 적극적 수출 지원체계, 중국의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국가 지원체계 확립 등은 아시아의 근대성이 서구적 경로와 다른 특징을 지니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즉 아시아의 (압축)근대는 아시아적 특성을 기반으로 서구적 요소를 수용하는, 양자의 융합과 재구성을 통한 문화적 혼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2장은 한국의 근대화전략의 특징을 수출산업 확대를 위한 대기업 지원과 국민동원체제로 규정하고, 그 추진에 따른 한국의 농업·농촌사회의 변화와 사회 전반의 정치사회적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먼저 농촌사회 변화의 특징은, 농산물가격 안정을 위한 농업 희생과 농산물 개방정책으로 인하여 농민의 상업농으로의 전환, 농산물 가격 폭락 및 불안정화, 농촌의 공동화 및 고령화 등으로 설명된다. 특히 1970년대의 새마을사업은 농촌사회의 자율적 조직들을 해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 농촌사회 및 농민 개개인에 대한 국가의 지배를 강화시켰다. 결국 농촌사회가 국민동원체제 속으로 흡수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정치사회적으로 반공, 수출경제, 국민총화 등의 구호로 독재체제를 강화해감으로써, 인권과 민주를 부차적 가치로 치부함으로써, 시민사회의 성장을 가로막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도 주장한다.
제3장은 근대화시기 한국 과학기술의 변화를 주제로 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근대화과정에 대한 분석이 대부분 경제 성장에 맞추어져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 과학기술의 발전사에 주목하여 한국의 압축성장 과정을 조명하고 있다. 이 글은 해방 이후 1980년대까지 국가주도적 과학기술 발전정책의 추진과정을 인적, 물리적 인프라와 과학기술의 이념적, 사상적 바탕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 글은 해방 직후의 열악한 과학기술 인프라 속에서 과학기술의 성장을 가능케 한 동력은 과학기술 인력의 국가 재건과 탈식민주의의 열망에 있었다고 본다. 이후 전쟁과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국방을 위한 과학의 이념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주도한 동력이 되었으며, 1960년대 이후 수출산업의 성장이 추진되던 시기에 경제번영을 위한 과학기술발전이라는 목표가 국가의 과학기술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의 배경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서구 선진국의 경우 대학의 연구활동이 먼저 시작되고 정부 출연 연구소가 뒤늦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정부 주도의 연구체제가 먼저 등장하여 기업과 대학의 연구활동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제4장은 압축성장기 이후 서비스사회로 이전하는 특성을 보이는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거시적 사회구조 변화와 세대내 계급이동의 특성을 분석하고 있다. 사회구조의 변화는 개인의 삶의 기회에 영향을 미치는 바, 직업경력 또는 노동경력을 활용하여 지구화 경향에 따른 노동시장의 유연화 과정에서 세대 내의 계급이동을 살펴봄으로써, 개인의 삶의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배열분석방법을 통하여 계급이동의 패턴을 분석한 그의 연구에 따르면, 농민층의 직업이동성이 높아지고 전문가, 숙련 및 반숙련 노동자층의 지속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베이비부머 이후 세대, 이른바 X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서비스계급이 증가하고, 농민층과 미숙련 육체노동과 자영업자층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이들 집단에서 계급궤적의 지속성과 안정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이 특징적이다. 또한 여성의 경우 상당수가 결혼, 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과정으로서의 계급분석에 방점을 두는 계급궤적 연구는 계급적 정서나 가치관, 태도, 정체성 및 계급행동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한다.
제5장은 최근 20여 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중국의 고도성장시기를 검토하면서, 중국사회에서 나타나는 압축근대성의 특징을 분석하고 있다. 그는 먼저 서구에서 이른바 ‘중국식 발전모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을 소개하면서, 그것과는 별도로 (또는 그와 연관되면서) 중국 내에서 나타나는 ‘압축근대성’ 논의의 특징과 쟁점을 연구사적으로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어 1980년대 이후 중국의 압축성장이 가능케 한 동력을 성장주의 국가의 리더십과 개혁개방정책, 민간경제의 활성화와 확장 등으로 규정하고 설명한 다음, 그 결과로 나타나는 중국 압축근대성의 특징을 약화된 사회연대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시장화의 결과로 사회적 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사회적 연대가 와해되고 있고, 사회 갈등과 부정부패가 증가하고 있다. 한편 압축적으로 진행된 경제성장의 이면에 문화발전의 지체현상이 나타나고 있음도 지적하는데, 시장의 확대와 문화 개방 속에서 여전한 이데올로기의 과잉과 사상통제 등이 국가 담론과 국민 담론 사이의 괴리를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제6장은 1950년대 중반부터 약 20년간 진행된 일본의 고도성장 시기에 나타난 일본의 사회변화를 고찰하고 있다. 이글은 일본의 고도성장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그 결과로 나타난 사회 및 생활세계의 변화, 즉 고도성장의 문화적 맥락을 추적하고 있다. 패전 이후 ‘내수 확대형 경제성장’으로 전후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일본은 이 과정에서 형성된 신중간층을 중심으로 ‘고도대중소비사회’를 실현하게 되었다. 이 현상을 패전 이후 억제되었던 욕망이 이 시기에 이르러 폭발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승전국인 미국의 문화와 문명에 대한 질시와 선망이 일본의 중산층의 생활양식 속으로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이식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 1973년 석유위기로 일본의 고도성장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일본 경제가 재구조화 국면에 직면하게 되면서, 일본사회는 사회적 관계의 단절과 정치적 무관심 등을 특징으로 하는 ‘픽션의 세계’에서 새로운 욕망을 추구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제 7장은 중국의 압축성장과정에서 나타난 주요한 사회현상 중의 하나인 농민공을 분석한 것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중국 농촌인구의 대도시권으로의 이주현상은 근대화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것이 농민의 도시이주를 통제하는 중국의 독특한 호구제도와 결합하면서 농민공이라는 중국식의 압축근대 현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 농민공의 삶은 도시의 불법거주자라는 신분으로 인한 복지서비스 혜택으로부터의 배제, 저임금과 고용불안정성으로 인한 생계문제, 그리고 농민공에 대한 도시주민들의 부정적, 배타적 태도로 인한 고립 등의 상태에 놓여 있다.
마지막의 제8장과 제9장은 각각 『아포일기』와 『창평일기』를 중심으로 근대화에 따른 한국농촌사회의 생활세계 변화를 살펴본다. 먼저 제8장은 연구팀이 2014년부터 2년간의 작업을 거쳐 출간한 『아포일기』의 내용을 바탕으로 농민들의 생활세계에서의 근대 경험을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여가문화가 상업화에 노출됨으로써 나타나는 관광활동을 분석하면서 농민층의 노동과 여가에 대한 인식의 일단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관광 경험을 통해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문화를 소비하면서도 소비와 쾌락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도덕적 규범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농민의 태도를 압축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양가성의 개념틀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는 농민층의 관광경험이 여가에 관한 개인의 합리적, 주체적 인식의 결과로서가 아니라 여가의 급속한 시장화의 결과로 나타난 것일 뿐 아니라, 마을공동체의 의례적인 연대 활동의 한 양상으로 진행된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즉 근대적 시장화의 결과인 한편 전근대적 공동체의례라는 모순적 상황의 결과로 나타난 여가문화는 한국농촌에서 태생적으로 양면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제9장은 연구팀의 첫 공동작업 성과물인 『창평일기』를 중심으로 농촌사회의 돈거래 관행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창평일기』 속에 나타난 돈거래 관행이 고리사채에서 점차 농협의 공금융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검토하면서, 농촌사회에서의 전통성과 근대성이 이분법적으로 구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양자 사이의 변화가 단선적으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즉 전통적인 사채거래관계에서도 신용평가를 위한 공동체적 기제들이 마련되어 있었으며, 근대적 공금융에도 마을사회의 전통적 사회관계를 활용한 상호보증과 담보제도가 주요한 거래관행으로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돈거래를 하는 농민들 스스로가 사채거래와 농협과의 거래를 관행적으로 인식하고 실천하고 있었음을 확인함으로써, 농촌사회의 신용체계가 전통적 관행과 근대적 제도의 복합적 뒤섞임을 통해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작가 소개
편저 : 이정덕
고고문화인류학 전공, 현 전북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이자 쌀 삶 문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미국 City Univ. of New York, Graduate School에서 ''의미와 권력에 있어서 투쟁과 질서''로 박사학위(문화인류학전공) 를 받았다. 공저로는 <전북의 축제]>,<[전북의 생활문화 100년>,<전주의 문화정체>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문화해석을 넘어'', ''문화투쟁'', ''Globalization and Recent Changes to Daily Life in the Republic of Korea'', ''What is Korean Culture, Anyway?'' 등 다수가 있다.
편저 : 이성호
동국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전북대학교 SSK ?압축근대와 개인기록연구단? 전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로 노동과 빈곤 등을 주제로 지역사회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 『전북지역 민주노조운동과 노동자의 일상』(공저), 『전북지역 민주노조 운동의 전환과 모색』(공저) 등과 ?반공국가 형성과 지역사회의 변화? 등의 논문이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1장 동아시아 압축근대의 형성- 이정덕·김예찬
1. 들어가는 말
2. 동아시아 부상에 대한 설명틀
3. 서구 패권 하의 동아시아
4. 동아시아의 압축성장
5. 동아시아의 압축근대
6. 나가는 말
2장 한국의 압축성장과 사회변화-이정덕·소순열
1. 서론
2. 한국의 압축성장
3. 압축성장과 사회변화
4. 결론
3장 한국 과학기술의 압축적 성장과 공공연구기관-문만용
1. 한국과학자들의 ‘탈식민주의 갈망’
2. 한국전쟁과 냉전: 국방부 과학연구소와 원자력연구소
3. 베트남전쟁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탄생: 한국과학기술연구소
4. 국가안보와 국방연구: 국방과학연구소
5. 연구단지 건설과 KIST 모델의 재생산
6. 정부출연연구기관 재편성과 첨단산업 육성: 한국전자통신연구소
7. 맺음말
4장 압축성장기 이후 한국의 사회구조변화와 세대내 계급이동- 남춘호
1. 서론
2. 세대내 경력이동 연구와 계급궤적
3. 연구방법 및 분석자료
4. 계급궤적의 배열분석
5. 결론
5장 중국의 압축성장, 약화된 사회연대, 지체된 문화발전-朴光星
1. 들어가며
2. 세계사에 유례없는 중국의 압축적 경제성장
3. 압축적 경제성장과 약화된 사회연대
4. 압축된 경제성장과 지체된 문화발전
5. 나오며
6장 고도성장 하에서의 일본의 ‘고도대중소비사회’의 형성- 임경택
1. 서론: 소비사회에 주목하는 이유
2. 숫자로 본 일본의 ‘고도성장’
3. ‘고도성장’의 배경과 기제
4. “욕망자연주의”와 “고도대중소비사회”의 형성
5. 결론: ‘고도성장’의 종언과 “픽션”의 추구
7장 중국의 압축성장과 농민공의 형성-이정덕·이태훈·朴光星
1. 서론
2. 호구제도와 농민공
3. 농민공의 생활상
8장 농민의 근대적 관광경험: 『아포일기』를 중심으로-손현주·유승환
1. 머리말
2. 근대성, 관광, 그리고 양가성
3. 『아포일기』와 권순덕
4. 근대적 관광 경험에 대한 분석
5. 맺음말
9장 농촌 신용체계의 전통성과 근대성: 『창평일기』를 중심으로-이성호·안승택
1. 사채에서 공금융으로: ‘전통적인 것’에서 ‘근대적인 것’으로의 전환?
2. 창인리, 최내우 그리고 『창평일기
3. 1970∼80년대 농촌 채무의 일반적 특징
4. 농촌사회의 금전거래 관행
5. 공금융 공급 증가와 농촌 신용체계의 변용 및 변화
6. 맺음말
색인/ 필자소개
이 책은 세 개의 주제로 나뉘어 있다. 먼저 제1장은 동아시아 압축근대의 형성과정과 그 특징을 한국, 중국, 대만을 중심으로 개괄하고 있다. 그리고 제2장에서 7장까지는 한국과 일본, 중국에서 진행된 압축 성장의 결과로서 나타나는 사회변화의 양상을 부문별로 다룬 글들로 묶여 있다. 그리고 제8장과 제9장은 일기 자료를 통해서 나타나는 근대성의 양상을 검토하고 있다.
제1장은 동아시아 압축근대의 형성과정과 특징을 개관하고 있다. 이 글은 동아시아의 근대화과정과 동아시아인들의 근대 경험을 분석하면서 서구적 근대성 경험과의 차이를 밝히고 있다. 미국 중심의 세계체제 재편이 이루어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아시아의 국가주도형 근대화전략을 검토한다. 저자는 동아시아 압축성장의 특징을 1) 미국 시장을 발판으로 한 산업화, 2) 국가주도의 수출주도형 성장전략, 3) 군사형 계획경제의 실행, 4) 서구 모방형 근대화전략 5) 강력한 정경유착 등으로 요약하고 있다. 특히 한국과 대만의 적극적 수출 지원체계, 중국의 보다 적극적이고 직접적인 국가 지원체계 확립 등은 아시아의 근대성이 서구적 경로와 다른 특징을 지니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즉 아시아의 (압축)근대는 아시아적 특성을 기반으로 서구적 요소를 수용하는, 양자의 융합과 재구성을 통한 문화적 혼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제2장은 한국의 근대화전략의 특징을 수출산업 확대를 위한 대기업 지원과 국민동원체제로 규정하고, 그 추진에 따른 한국의 농업·농촌사회의 변화와 사회 전반의 정치사회적 변화를 살펴보고 있다. 먼저 농촌사회 변화의 특징은, 농산물가격 안정을 위한 농업 희생과 농산물 개방정책으로 인하여 농민의 상업농으로의 전환, 농산물 가격 폭락 및 불안정화, 농촌의 공동화 및 고령화 등으로 설명된다. 특히 1970년대의 새마을사업은 농촌사회의 자율적 조직들을 해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여, 농촌사회 및 농민 개개인에 대한 국가의 지배를 강화시켰다. 결국 농촌사회가 국민동원체제 속으로 흡수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는 것이다. 한편 정치사회적으로 반공, 수출경제, 국민총화 등의 구호로 독재체제를 강화해감으로써, 인권과 민주를 부차적 가치로 치부함으로써, 시민사회의 성장을 가로막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점도 주장한다.
제3장은 근대화시기 한국 과학기술의 변화를 주제로 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의 근대화과정에 대한 분석이 대부분 경제 성장에 맞추어져 있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 과학기술의 발전사에 주목하여 한국의 압축성장 과정을 조명하고 있다. 이 글은 해방 이후 1980년대까지 국가주도적 과학기술 발전정책의 추진과정을 인적, 물리적 인프라와 과학기술의 이념적, 사상적 바탕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 글은 해방 직후의 열악한 과학기술 인프라 속에서 과학기술의 성장을 가능케 한 동력은 과학기술 인력의 국가 재건과 탈식민주의의 열망에 있었다고 본다. 이후 전쟁과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국방을 위한 과학의 이념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주도한 동력이 되었으며, 1960년대 이후 수출산업의 성장이 추진되던 시기에 경제번영을 위한 과학기술발전이라는 목표가 국가의 과학기술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의 배경이 되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서구 선진국의 경우 대학의 연구활동이 먼저 시작되고 정부 출연 연구소가 뒤늦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정부 주도의 연구체제가 먼저 등장하여 기업과 대학의 연구활동을 이끌어내는 모습을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제4장은 압축성장기 이후 서비스사회로 이전하는 특성을 보이는 한국사회에서 나타나는 거시적 사회구조 변화와 세대내 계급이동의 특성을 분석하고 있다. 사회구조의 변화는 개인의 삶의 기회에 영향을 미치는 바, 직업경력 또는 노동경력을 활용하여 지구화 경향에 따른 노동시장의 유연화 과정에서 세대 내의 계급이동을 살펴봄으로써, 개인의 삶의 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배열분석방법을 통하여 계급이동의 패턴을 분석한 그의 연구에 따르면, 농민층의 직업이동성이 높아지고 전문가, 숙련 및 반숙련 노동자층의 지속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베이비부머 이후 세대, 이른바 X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서비스계급이 증가하고, 농민층과 미숙련 육체노동과 자영업자층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이들 집단에서 계급궤적의 지속성과 안정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이 특징적이다. 또한 여성의 경우 상당수가 결혼, 출산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과정으로서의 계급분석에 방점을 두는 계급궤적 연구는 계급적 정서나 가치관, 태도, 정체성 및 계급행동을 이해하는 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한다.
제5장은 최근 20여 년 동안 지속되고 있는 중국의 고도성장시기를 검토하면서, 중국사회에서 나타나는 압축근대성의 특징을 분석하고 있다. 그는 먼저 서구에서 이른바 ‘중국식 발전모델’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논쟁을 소개하면서, 그것과는 별도로 (또는 그와 연관되면서) 중국 내에서 나타나는 ‘압축근대성’ 논의의 특징과 쟁점을 연구사적으로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이어 1980년대 이후 중국의 압축성장이 가능케 한 동력을 성장주의 국가의 리더십과 개혁개방정책, 민간경제의 활성화와 확장 등으로 규정하고 설명한 다음, 그 결과로 나타나는 중국 압축근대성의 특징을 약화된 사회연대라고 지적하고 있다. 즉 시장화의 결과로 사회적 분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사회적 연대가 와해되고 있고, 사회 갈등과 부정부패가 증가하고 있다. 한편 압축적으로 진행된 경제성장의 이면에 문화발전의 지체현상이 나타나고 있음도 지적하는데, 시장의 확대와 문화 개방 속에서 여전한 이데올로기의 과잉과 사상통제 등이 국가 담론과 국민 담론 사이의 괴리를 가져오고 있다고 주장한다.
제6장은 1950년대 중반부터 약 20년간 진행된 일본의 고도성장 시기에 나타난 일본의 사회변화를 고찰하고 있다. 이글은 일본의 고도성장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그 결과로 나타난 사회 및 생활세계의 변화, 즉 고도성장의 문화적 맥락을 추적하고 있다. 패전 이후 ‘내수 확대형 경제성장’으로 전후의 혼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일본은 이 과정에서 형성된 신중간층을 중심으로 ‘고도대중소비사회’를 실현하게 되었다. 이 현상을 패전 이후 억제되었던 욕망이 이 시기에 이르러 폭발한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즉 승전국인 미국의 문화와 문명에 대한 질시와 선망이 일본의 중산층의 생활양식 속으로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이식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후 1973년 석유위기로 일본의 고도성장 시대가 막을 내리고, 일본 경제가 재구조화 국면에 직면하게 되면서, 일본사회는 사회적 관계의 단절과 정치적 무관심 등을 특징으로 하는 ‘픽션의 세계’에서 새로운 욕망을 추구하기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제 7장은 중국의 압축성장과정에서 나타난 주요한 사회현상 중의 하나인 농민공을 분석한 것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중국 농촌인구의 대도시권으로의 이주현상은 근대화과정에서 나타나는 전형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이것이 농민의 도시이주를 통제하는 중국의 독특한 호구제도와 결합하면서 농민공이라는 중국식의 압축근대 현상으로 드러나게 되었다. 그리고 이들 농민공의 삶은 도시의 불법거주자라는 신분으로 인한 복지서비스 혜택으로부터의 배제, 저임금과 고용불안정성으로 인한 생계문제, 그리고 농민공에 대한 도시주민들의 부정적, 배타적 태도로 인한 고립 등의 상태에 놓여 있다.
마지막의 제8장과 제9장은 각각 『아포일기』와 『창평일기』를 중심으로 근대화에 따른 한국농촌사회의 생활세계 변화를 살펴본다. 먼저 제8장은 연구팀이 2014년부터 2년간의 작업을 거쳐 출간한 『아포일기』의 내용을 바탕으로 농민들의 생활세계에서의 근대 경험을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여가문화가 상업화에 노출됨으로써 나타나는 관광활동을 분석하면서 농민층의 노동과 여가에 대한 인식의 일단을 살펴보고 있다. 특히 관광 경험을 통해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문화를 소비하면서도 소비와 쾌락에 대한 욕망을 드러내는 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도덕적 규범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농민의 태도를 압축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양가성의 개념틀로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는 농민층의 관광경험이 여가에 관한 개인의 합리적, 주체적 인식의 결과로서가 아니라 여가의 급속한 시장화의 결과로 나타난 것일 뿐 아니라, 마을공동체의 의례적인 연대 활동의 한 양상으로 진행된 때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즉 근대적 시장화의 결과인 한편 전근대적 공동체의례라는 모순적 상황의 결과로 나타난 여가문화는 한국농촌에서 태생적으로 양면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제9장은 연구팀의 첫 공동작업 성과물인 『창평일기』를 중심으로 농촌사회의 돈거래 관행변화를 추적하고 있다. 『창평일기』 속에 나타난 돈거래 관행이 고리사채에서 점차 농협의 공금융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검토하면서, 농촌사회에서의 전통성과 근대성이 이분법적으로 구분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양자 사이의 변화가 단선적으로 진행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있다. 즉 전통적인 사채거래관계에서도 신용평가를 위한 공동체적 기제들이 마련되어 있었으며, 근대적 공금융에도 마을사회의 전통적 사회관계를 활용한 상호보증과 담보제도가 주요한 거래관행으로 작동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돈거래를 하는 농민들 스스로가 사채거래와 농협과의 거래를 관행적으로 인식하고 실천하고 있었음을 확인함으로써, 농촌사회의 신용체계가 전통적 관행과 근대적 제도의 복합적 뒤섞임을 통해 전개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 작가 소개
편저 : 이정덕
고고문화인류학 전공, 현 전북대학교 인문대학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이자 쌀 삶 문명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미국 City Univ. of New York, Graduate School에서 ''의미와 권력에 있어서 투쟁과 질서''로 박사학위(문화인류학전공) 를 받았다. 공저로는 <전북의 축제]>,<[전북의 생활문화 100년>,<전주의 문화정체>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문화해석을 넘어'', ''문화투쟁'', ''Globalization and Recent Changes to Daily Life in the Republic of Korea'', ''What is Korean Culture, Anyway?'' 등 다수가 있다.
편저 : 이성호
동국대학교 사회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현재 전북대학교 SSK ?압축근대와 개인기록연구단? 전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주로 노동과 빈곤 등을 주제로 지역사회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주요 저서로 『전북지역 민주노조운동과 노동자의 일상』(공저), 『전북지역 민주노조 운동의 전환과 모색』(공저) 등과 ?반공국가 형성과 지역사회의 변화? 등의 논문이 있다.
▣ 주요 목차
서문
1장 동아시아 압축근대의 형성- 이정덕·김예찬
1. 들어가는 말
2. 동아시아 부상에 대한 설명틀
3. 서구 패권 하의 동아시아
4. 동아시아의 압축성장
5. 동아시아의 압축근대
6. 나가는 말
2장 한국의 압축성장과 사회변화-이정덕·소순열
1. 서론
2. 한국의 압축성장
3. 압축성장과 사회변화
4. 결론
3장 한국 과학기술의 압축적 성장과 공공연구기관-문만용
1. 한국과학자들의 ‘탈식민주의 갈망’
2. 한국전쟁과 냉전: 국방부 과학연구소와 원자력연구소
3. 베트남전쟁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의 탄생: 한국과학기술연구소
4. 국가안보와 국방연구: 국방과학연구소
5. 연구단지 건설과 KIST 모델의 재생산
6. 정부출연연구기관 재편성과 첨단산업 육성: 한국전자통신연구소
7. 맺음말
4장 압축성장기 이후 한국의 사회구조변화와 세대내 계급이동- 남춘호
1. 서론
2. 세대내 경력이동 연구와 계급궤적
3. 연구방법 및 분석자료
4. 계급궤적의 배열분석
5. 결론
5장 중국의 압축성장, 약화된 사회연대, 지체된 문화발전-朴光星
1. 들어가며
2. 세계사에 유례없는 중국의 압축적 경제성장
3. 압축적 경제성장과 약화된 사회연대
4. 압축된 경제성장과 지체된 문화발전
5. 나오며
6장 고도성장 하에서의 일본의 ‘고도대중소비사회’의 형성- 임경택
1. 서론: 소비사회에 주목하는 이유
2. 숫자로 본 일본의 ‘고도성장’
3. ‘고도성장’의 배경과 기제
4. “욕망자연주의”와 “고도대중소비사회”의 형성
5. 결론: ‘고도성장’의 종언과 “픽션”의 추구
7장 중국의 압축성장과 농민공의 형성-이정덕·이태훈·朴光星
1. 서론
2. 호구제도와 농민공
3. 농민공의 생활상
8장 농민의 근대적 관광경험: 『아포일기』를 중심으로-손현주·유승환
1. 머리말
2. 근대성, 관광, 그리고 양가성
3. 『아포일기』와 권순덕
4. 근대적 관광 경험에 대한 분석
5. 맺음말
9장 농촌 신용체계의 전통성과 근대성: 『창평일기』를 중심으로-이성호·안승택
1. 사채에서 공금융으로: ‘전통적인 것’에서 ‘근대적인 것’으로의 전환?
2. 창인리, 최내우 그리고 『창평일기
3. 1970∼80년대 농촌 채무의 일반적 특징
4. 농촌사회의 금전거래 관행
5. 공금융 공급 증가와 농촌 신용체계의 변용 및 변화
6. 맺음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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