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19세기부터 시작된 황인종 패러다임, ‘황색’의 기원과 범주를 묻다
대체 얼마나 노래야 황인종이 될 수 있는가?
동아시아인을 카테고리화한 ‘황인종’ 개념의 탄생
2015년 초, 운영체제인 iOS 8.3을 배포한 애플은 ‘황인종 논란’에 휩싸였다. 이모티콘에도 인종 다양성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여러 가지 피부색을 지정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하필 이모티콘의 기본값이 노란색이라 단무지처럼 샛노란 피부색이 탄생한 것이다. 아시아인들은 즉각 불쾌감을 표시했다.
“우리는 노랗다.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샛노랗지는 않다!”
우리는 흔히 스스로 ‘노란 피부’를 가진 ‘황인종’이라 칭한다. 그럼 황인종은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뜻하는 걸까? 우리와 같은 ‘몽고족’ 동북아시아? 아니면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동 지역 서남아시아까지? 이누이트와 아메리카 원주민은? 남미인과 남태평양 섬 원주민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황인종의 탄생』의 저자 마이클 키벅은 ‘황인종’이라는 단어의 생성부터 확산, 변이, 재생산, 정립 및 전파 과정을 동서양의 다양한 문헌 속 용례를 통해 차근차근 되짚어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황인종’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서구 중심적이고 자의적인지를 파헤친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주 단순하다.
“황인종? 그런 건 원래부터 없다!”
18세기 ‘백색 동아시아인’에서 19세기 ‘황색 몽골로이드’로
얼렁뚱땅 정해진 황색이 ‘과학’의 이름으로 ‘실제 피부색’이 되다
스스로 ‘황인종’이라 규정하는 우리에게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 하나. 유럽의 대항해시대 초기까지, 그러니까 약 4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동아시아인은 늘 ‘백인’으로 묘사되었다! 중국을 방문한 포르투갈 상인은 중국인이 “우리처럼 백인이다”라고 여행기를 남겼고 또 다른 관료는 “백인이며 풍채가 좋다”라고 썼다. “백인이며 옷은 독일인, 신발은 프랑스인 같았다”라고 전한 사람도 있다. 일본인을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로 “백인”이라는 단어부터 튀어나왔다. 동아시아인에게 ‘황색’이 덧입혀진 건 18세기 분류학이 발전하면서 부터다.
백색, 흑색, 밝은 색, 어두운 색, 햇볕에 그을린 색, 잿빛, 담황색, 황갈색, 암갈색, 진갈색, 적갈색, 올리브색. 18세기까지 동아시아인의 피부색을 표현하던 극단적이고 다양한 언어는 19세기에 이르러 ‘황색’으로 수렴되는데, 그 배경에는 자연과학이 있다. 1735년 생물분류학의 아버지 린네는 『자연의 체계』를 펴내며 인종을 총 네 가지(유럽인, 아메리카인, 아시아인, 아프리카인)로 분류했다. 초판에서 아시아인의 피부색은 ‘어두운 색(fuscus)’이라 표현되었지만(이는 백인보다는 ‘색이 진하다’는 뜻이다) 10판에 이르자 ‘fuscus''가 돌연 ‘luridus''로 바뀌었다. 이 단어는 ‘황색’이라는 뜻과 함께 ‘병색, 창백한, 죽은 듯한, 섬뜩한’이라는 뜻이 있는 ‘중립적이지 않은’ 단어였다. 저자는 이때 이미 편견이 존재했다고 해석한다.
‘황인종’이라는 단어가 확산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역시 블루멘바흐다. 독일의 해부학자인 그는 1795년 『인류 고유의 다양성에 대하여』 2판을 내면서 인종적 범주의 신상품, 즉 ‘몽고인종’이라는 새로운 인종 범주를 발명해냈다. 중국을 혐오하며 두려워하던 유럽인들에게 칭기즈칸을 떠올리게 하는 ‘몽고인종’ 명명은 직관적으로 납득되었으며 빠른 속도로 퍼졌다. 이후 인류학이 발전하면서 점차 ‘황색’과 ‘몽고인종’이 결합했고, 그 결과 ‘황색 몽골로이드’가 탄생한다.
인종 구분용 색상표부터 몽고눈과 몽고점 명명까지
백색성을 지키기 위한 근대 유럽의 필사적인 경계 짓기
한번 ‘황색’으로 명명되기 시작하자 그 후부터는 걷잡을 수 없는 ‘보고’가 쏟아졌다. 동아시아인은 실제로 ‘황색’이라는 증언이었다. 과학자들은 아이들 장난감 수준의 색상표와 색팽이로 동아시아인의 피부색을 측정한 다음 이들은 모두 ‘황색’이라 결론 내렸다. 물론 그들은 진지했을 것이다. 문제는 색팽이가 수렴하는 색상은 언제나 주황색이라는 점, 그리고 인간의 피부는 결국 주황색, 즉 갈색과 오렌지색의 변주라는 점이다. 이런 기준을 적용한다면 백인과 흑인 또한 황색으로 판별할 수 있다. 동아시아인의 ‘황색성’을 절대적 가설로 두고 진행한 실험은, 그저 정해진 결론을 향해 내달리는 고삐 풀린 말이었다. 유럽인들은 배타적 종족인 ‘황색 몽골로이드’라는 정의가 정치적으로 필요했을 뿐이다.
18~19세기 중국과 일본의 약진에 겁먹은 유럽은 자신들이 ‘우월한 백색인종’임을 내세우며 구분선을 긋기 시작했다. ‘백색’이라는 ‘순수한’ 색상은 그들의 자존심이었으며, 그 외의 피부색은 열등함의 증거였다. 이 시기 동아시아인은 ‘황색 몽골로이드’이란 키워드를 통해 구체적인 악으로 자리 잡았다. 몽고눈, 몽고점, 몽고증(다운증후군)은 몽고인이나 동아시아인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개한 황인종’의 것으로 이해되었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면 피부색과 인종, 그리고 중국을 위시한 황색의 위험성[黃禍] 개념이 하나로 합해지며 우생학을 앞세운 악질적 인종주의가 탄생한다. 결국 ‘황인종’이란 백인-황인-흑인이라는 인종주의적 위계질서의 잔재어인 것이다.
황인종은 정말 황색일까?
피부색으로 범주화, 위계화하는 폭력에서 벗어나기
이쯤에서 새롭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우리의 피부는, 그러니까 동아시아인의 피부는 정말로 황색일까? 어릴 때부터 ‘주입식’으로 배워왔으므로 당연히 황색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피부가 정말로 ‘노란색’일 수 있을까? 백인은 정말 하얀가? 흑인은 정말 검은가?
피부색으로 ‘인종’을 범주화할 수 있다는 발상은 실로 가시적이고 간편하다. 그리고 간편한 만큼 위험하다. 피부색으로 대표되는 인종 개념과 악의적 범주화가 우생학적 인종 학살로 이어진 과거를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다.
그간 백색부터 흑색에 이르기까지 애매하게 표현되던 동아시아인의 피부색이 “누가 봐도 황색”이 되기까지는 채 2세기도 걸리지 않았다. 가변적이고 기이하며 부적절한 명칭인 ‘황인종’은 시대 상황과 영합하며 지금까지 그 힘을 유지해왔다. 『황인종의 탄생』은 철저하게 서구의 입장에서 동아시아인을 혐오하고 두려워하며 구분 짓고 배척한 낱낱의 역사를 세심하게 기록한다. 그러나 이 책이 우리에게 일깨우는 바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피부색을 근거로 누군가를 혐오하고 배척하는 일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동남아 이주 노동자와 결혼 이주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지난 세기 ‘황인종’을 범주화하던 서구인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21세기 과학은 이미 “인종은 없다”라고 선언했다. 민족, 인종은 그저 사회적 개념일 뿐, 과학적으로 인류의 유전자는 인종과 관계없이 99.9%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간편한 ‘피부색 구분’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는 ‘종교 구분’과 ‘이민자 구분’까지 더해졌다. “너희는 나와 다르므로 차별받아도 돼”라는 이론이 무차별적으로 생산된다. 지난 세기의 피부색 구분은 이제 종교나 민족 등으로 형태를 바꾸어 확산 중이다. 왜 항상 누군가를 작위적 범주로 묶어 구분 짓고 배척해야 하는가. 차별과 배척의 기원을 알아내려면 부단하게 과거를 현재의 재판정에 세워야 한다. ‘황인종’은 그 키워드 중 하나다.
“황인종 동아시아인이라는 관념이 서구인의 상상력을 완전히 점령한 때는 겨우 19세기 말이었다. 그것은 극동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던 위협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황화(黃禍)’라는 말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황색 피부는 지난 수세기 동안 서로 관련성이 있었던 요소들, 즉 황색 피부, 수차례에 걸친 ‘몽고인종’의 침략, 엄청난 수의 이 지역 출신들이 유령처럼 서구로 이주해 들어오는 현대적 상황 등을 하나로 묶어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였다. …… 19세기 말이 되면 상당수의 동아시아 이주민들이 서구 사회에 등장했고 그에 따라 이들을 인종화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대두되었다.” _본문에서
▣ 작가 소개
저자 : 마이클 키벅
Michael Keevak
타이완국립대학교 외국어학과 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섹슈얼 셰익스피어Sexual Shakespeare』, 『거짓된 아시아The Pretended Asian』, 『비석의 역사The Story of a Stele』가 있다.
역자 : 이효석
부산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지은 책으로 『헨리 제임스의 영미문화 비판: 근대에 대한 매슈 아널드적 비전』, 『민족의 언어와 이데올로기』(공저)가 있고, 옮긴 책으로는 『포스트모더니즘 백과사전』(공역)과 『하이재킹 아메리카』(공역), 『행복한 걷기』가 있다.
▣ 주요 목차
한국어판 서문
컬러 삽화
서문|너희는 더 이상 백인이 아니다: 19세기 황색성의 발명
1장|황인종이 되기 전의 동아시아인: 초기 기행문 및 선교 보고서에 나타난 동아시아인
2장|황색의 분류학: 린네, 블루멘바흐, 그리고 18세기 ‘몽고’족의 구성
3장|19세기 인류학과 ‘몽고인종’ 피부색의 측정
4장|19세기 의학과 동아시아인의 몸: 몽고눈, 몽고점, ‘몽고증’
5장|황화: ‘몽고인종’ 극동의 위협, 1895~1920
주
참고문헌
옮긴이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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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부터 시작된 황인종 패러다임, ‘황색’의 기원과 범주를 묻다
대체 얼마나 노래야 황인종이 될 수 있는가?
동아시아인을 카테고리화한 ‘황인종’ 개념의 탄생
2015년 초, 운영체제인 iOS 8.3을 배포한 애플은 ‘황인종 논란’에 휩싸였다. 이모티콘에도 인종 다양성을 부여하겠다는 취지로 여러 가지 피부색을 지정한 것까지는 좋았으나, 하필 이모티콘의 기본값이 노란색이라 단무지처럼 샛노란 피부색이 탄생한 것이다. 아시아인들은 즉각 불쾌감을 표시했다.
“우리는 노랗다. 그렇지만 그렇게까지 샛노랗지는 않다!”
우리는 흔히 스스로 ‘노란 피부’를 가진 ‘황인종’이라 칭한다. 그럼 황인종은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뜻하는 걸까? 우리와 같은 ‘몽고족’ 동북아시아? 아니면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동 지역 서남아시아까지? 이누이트와 아메리카 원주민은? 남미인과 남태평양 섬 원주민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정답’이 없기 때문이다!
『황인종의 탄생』의 저자 마이클 키벅은 ‘황인종’이라는 단어의 생성부터 확산, 변이, 재생산, 정립 및 전파 과정을 동서양의 다양한 문헌 속 용례를 통해 차근차근 되짚어나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황인종’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서구 중심적이고 자의적인지를 파헤친다.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아주 단순하다.
“황인종? 그런 건 원래부터 없다!”
18세기 ‘백색 동아시아인’에서 19세기 ‘황색 몽골로이드’로
얼렁뚱땅 정해진 황색이 ‘과학’의 이름으로 ‘실제 피부색’이 되다
스스로 ‘황인종’이라 규정하는 우리에게 참으로 놀라운 이야기 하나. 유럽의 대항해시대 초기까지, 그러니까 약 4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동아시아인은 늘 ‘백인’으로 묘사되었다! 중국을 방문한 포르투갈 상인은 중국인이 “우리처럼 백인이다”라고 여행기를 남겼고 또 다른 관료는 “백인이며 풍채가 좋다”라고 썼다. “백인이며 옷은 독일인, 신발은 프랑스인 같았다”라고 전한 사람도 있다. 일본인을 표현할 때도 마찬가지로 “백인”이라는 단어부터 튀어나왔다. 동아시아인에게 ‘황색’이 덧입혀진 건 18세기 분류학이 발전하면서 부터다.
백색, 흑색, 밝은 색, 어두운 색, 햇볕에 그을린 색, 잿빛, 담황색, 황갈색, 암갈색, 진갈색, 적갈색, 올리브색. 18세기까지 동아시아인의 피부색을 표현하던 극단적이고 다양한 언어는 19세기에 이르러 ‘황색’으로 수렴되는데, 그 배경에는 자연과학이 있다. 1735년 생물분류학의 아버지 린네는 『자연의 체계』를 펴내며 인종을 총 네 가지(유럽인, 아메리카인, 아시아인, 아프리카인)로 분류했다. 초판에서 아시아인의 피부색은 ‘어두운 색(fuscus)’이라 표현되었지만(이는 백인보다는 ‘색이 진하다’는 뜻이다) 10판에 이르자 ‘fuscus''가 돌연 ‘luridus''로 바뀌었다. 이 단어는 ‘황색’이라는 뜻과 함께 ‘병색, 창백한, 죽은 듯한, 섬뜩한’이라는 뜻이 있는 ‘중립적이지 않은’ 단어였다. 저자는 이때 이미 편견이 존재했다고 해석한다.
‘황인종’이라는 단어가 확산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 건 역시 블루멘바흐다. 독일의 해부학자인 그는 1795년 『인류 고유의 다양성에 대하여』 2판을 내면서 인종적 범주의 신상품, 즉 ‘몽고인종’이라는 새로운 인종 범주를 발명해냈다. 중국을 혐오하며 두려워하던 유럽인들에게 칭기즈칸을 떠올리게 하는 ‘몽고인종’ 명명은 직관적으로 납득되었으며 빠른 속도로 퍼졌다. 이후 인류학이 발전하면서 점차 ‘황색’과 ‘몽고인종’이 결합했고, 그 결과 ‘황색 몽골로이드’가 탄생한다.
인종 구분용 색상표부터 몽고눈과 몽고점 명명까지
백색성을 지키기 위한 근대 유럽의 필사적인 경계 짓기
한번 ‘황색’으로 명명되기 시작하자 그 후부터는 걷잡을 수 없는 ‘보고’가 쏟아졌다. 동아시아인은 실제로 ‘황색’이라는 증언이었다. 과학자들은 아이들 장난감 수준의 색상표와 색팽이로 동아시아인의 피부색을 측정한 다음 이들은 모두 ‘황색’이라 결론 내렸다. 물론 그들은 진지했을 것이다. 문제는 색팽이가 수렴하는 색상은 언제나 주황색이라는 점, 그리고 인간의 피부는 결국 주황색, 즉 갈색과 오렌지색의 변주라는 점이다. 이런 기준을 적용한다면 백인과 흑인 또한 황색으로 판별할 수 있다. 동아시아인의 ‘황색성’을 절대적 가설로 두고 진행한 실험은, 그저 정해진 결론을 향해 내달리는 고삐 풀린 말이었다. 유럽인들은 배타적 종족인 ‘황색 몽골로이드’라는 정의가 정치적으로 필요했을 뿐이다.
18~19세기 중국과 일본의 약진에 겁먹은 유럽은 자신들이 ‘우월한 백색인종’임을 내세우며 구분선을 긋기 시작했다. ‘백색’이라는 ‘순수한’ 색상은 그들의 자존심이었으며, 그 외의 피부색은 열등함의 증거였다. 이 시기 동아시아인은 ‘황색 몽골로이드’이란 키워드를 통해 구체적인 악으로 자리 잡았다. 몽고눈, 몽고점, 몽고증(다운증후군)은 몽고인이나 동아시아인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개한 황인종’의 것으로 이해되었다. 19세기 후반에 이르면 피부색과 인종, 그리고 중국을 위시한 황색의 위험성[黃禍] 개념이 하나로 합해지며 우생학을 앞세운 악질적 인종주의가 탄생한다. 결국 ‘황인종’이란 백인-황인-흑인이라는 인종주의적 위계질서의 잔재어인 것이다.
황인종은 정말 황색일까?
피부색으로 범주화, 위계화하는 폭력에서 벗어나기
이쯤에서 새롭게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우리의 피부는, 그러니까 동아시아인의 피부는 정말로 황색일까? 어릴 때부터 ‘주입식’으로 배워왔으므로 당연히 황색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피부가 정말로 ‘노란색’일 수 있을까? 백인은 정말 하얀가? 흑인은 정말 검은가?
피부색으로 ‘인종’을 범주화할 수 있다는 발상은 실로 가시적이고 간편하다. 그리고 간편한 만큼 위험하다. 피부색으로 대표되는 인종 개념과 악의적 범주화가 우생학적 인종 학살로 이어진 과거를 떠올리면 쉽게 알 수 있다.
그간 백색부터 흑색에 이르기까지 애매하게 표현되던 동아시아인의 피부색이 “누가 봐도 황색”이 되기까지는 채 2세기도 걸리지 않았다. 가변적이고 기이하며 부적절한 명칭인 ‘황인종’은 시대 상황과 영합하며 지금까지 그 힘을 유지해왔다. 『황인종의 탄생』은 철저하게 서구의 입장에서 동아시아인을 혐오하고 두려워하며 구분 짓고 배척한 낱낱의 역사를 세심하게 기록한다. 그러나 이 책이 우리에게 일깨우는 바는 이것이 다가 아니다. 피부색을 근거로 누군가를 혐오하고 배척하는 일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벌어지고 있으니 말이다. 동남아 이주 노동자와 결혼 이주민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지난 세기 ‘황인종’을 범주화하던 서구인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21세기 과학은 이미 “인종은 없다”라고 선언했다. 민족, 인종은 그저 사회적 개념일 뿐, 과학적으로 인류의 유전자는 인종과 관계없이 99.9%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간편한 ‘피부색 구분’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제는 ‘종교 구분’과 ‘이민자 구분’까지 더해졌다. “너희는 나와 다르므로 차별받아도 돼”라는 이론이 무차별적으로 생산된다. 지난 세기의 피부색 구분은 이제 종교나 민족 등으로 형태를 바꾸어 확산 중이다. 왜 항상 누군가를 작위적 범주로 묶어 구분 짓고 배척해야 하는가. 차별과 배척의 기원을 알아내려면 부단하게 과거를 현재의 재판정에 세워야 한다. ‘황인종’은 그 키워드 중 하나다.
“황인종 동아시아인이라는 관념이 서구인의 상상력을 완전히 점령한 때는 겨우 19세기 말이었다. 그것은 극동 사람들이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던 위협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낸 ‘황화(黃禍)’라는 말을 통해 구체화되었다. 황색 피부는 지난 수세기 동안 서로 관련성이 있었던 요소들, 즉 황색 피부, 수차례에 걸친 ‘몽고인종’의 침략, 엄청난 수의 이 지역 출신들이 유령처럼 서구로 이주해 들어오는 현대적 상황 등을 하나로 묶어서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요소였다. …… 19세기 말이 되면 상당수의 동아시아 이주민들이 서구 사회에 등장했고 그에 따라 이들을 인종화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대두되었다.” _본문에서
▣ 작가 소개
저자 : 마이클 키벅
Michael Keevak
타이완국립대학교 외국어학과 교수이다. 지은 책으로 『섹슈얼 셰익스피어Sexual Shakespeare』, 『거짓된 아시아The Pretended Asian』, 『비석의 역사The Story of a Stele』가 있다.
역자 : 이효석
부산대학교와 고려대학교에서 수학했다. 지은 책으로 『헨리 제임스의 영미문화 비판: 근대에 대한 매슈 아널드적 비전』, 『민족의 언어와 이데올로기』(공저)가 있고, 옮긴 책으로는 『포스트모더니즘 백과사전』(공역)과 『하이재킹 아메리카』(공역), 『행복한 걷기』가 있다.
▣ 주요 목차
한국어판 서문
컬러 삽화
서문|너희는 더 이상 백인이 아니다: 19세기 황색성의 발명
1장|황인종이 되기 전의 동아시아인: 초기 기행문 및 선교 보고서에 나타난 동아시아인
2장|황색의 분류학: 린네, 블루멘바흐, 그리고 18세기 ‘몽고’족의 구성
3장|19세기 인류학과 ‘몽고인종’ 피부색의 측정
4장|19세기 의학과 동아시아인의 몸: 몽고눈, 몽고점, ‘몽고증’
5장|황화: ‘몽고인종’ 극동의 위협, 1895~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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