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는 사극 속에서 반복되는 군사사와 무예사 오류를 지적한 책이다. 고증 오류를 지적하고 실제 있었을 모습과 상황을 제안하며, 사극의 고증 문제를 극복할 방법을 제시한다. 활과 환도, 당파처럼 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만큼 잘못 그려지고 있는 무기류부터 갑옷과 투구의 모습과 착용법, 전투마와 마구, 전술과 지휘 체계, 조선 군사들의 훈련 모습과 전투 시 움직임까지 무예사와 군사사에 관련해 폭넓게 고증했다. 단순히 역사서와 그림 등 사료를 보고 복원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말을 타고 활을 쏘면서 현실적으로 고증해낸 결과다. 이를 통해 당대 무예사나 군사사 고증의 현실적 이유와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해본다.
역사 왜곡의 주범은 사극 속 고증 오류
10년 전쯤 MBC에서 [주몽]이 방송될 때, 고구려를 세운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송일국”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만큼 사극은 사람들의 역사 지식이나 역사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E. H. 카의 유명한 말처럼 역사는 끊임없이 소환되고 재해석되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사극은 과거를 현재에 불러내는 가장 큰 장이다. [주몽]의 경우 최고 시청률이 51.9퍼센트에 달했고, [허준]이나 [태조 왕건] 같은 경우는 시청률이 60퍼센트가 넘기도 했다. 국민 절반 이상이 지켜보는 역사 매체라는 점에서 사극은 단순한 오락성 드라마 이상의 위치를 가진다.
문제는 사극의 영향력에 비해 고증은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데 있다. 실제 그 시대와 상황에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당연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정규 교육 이후 역사 공부에 손을 놓았거나, 아직 역사 지식이 부족한 시청자들은 잘못된 정보를 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한마디로 사극에 속게 된다.
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무기 중 하나가 삼지창처럼 생긴 당파다. 사극을 통해서만 당파를 접한 사람들의 눈에는 대단치 않은 무기로 보이지만, 당파는 임진왜란 이후 명나라를 통해 들어온 무기로, 담력이 강한 병사들만 사용한 특수 무기였다. 그런데 사극에 아무런 기준 없이 등장하면서 민속촌이나 역사 관련 테마파크 등에서 문지기나 포졸들도 당파를 들고 다니게 되었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당파를 조선군의 보편적인 무기로 인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 손에 칼을 들고 말을 달린다?
역사 고증의 핵심은 ‘왜?’와 ‘실제로 그 시대에 가능했을까?’이다. 사극 속 전투 장면은 늘 박진감이 넘친다. 여기저기에서 창칼이 난무하고 그 사이를 주인공이 멋지게 뚫고 나가 전투를 벌인다. 그런데 전쟁터에 있는 어떤 사람도 제대로 된 군장을 갖추지 않고 있다. 칼이면 칼 한 자루, 창이면 창 한 자루, 조총이면 조총 한 자루가 전부다. 심지어 조총병은 탄환을 넣는 탄띠도 없고 화약을 담는 약통도 없이 맨몸으로 조총만 들고 나간다. 보급의 기본인 개인 수통이나 비상식량도 없다. 예나 지금이나 전투는 단시간에 끝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전투 중에도 목이 마르면 물을 마셔야 하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사극에서는 화려한 전투 장면에만 집중한 나머지, 기본 중의 기본마저도 모조리 삭제된 채 흘러가 버린다. 군사들이 기본적인 무장조차도 갖추지 않고 전투에 임하니 당연히 이야기가 끼어들 틈이 없다. 오로지 피가 낭자하고 화염이 가득한 살육의 현장으로 표현될 뿐이다.
전투의 사실성이나 객관성보다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 멋진 화면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실제로 그 당시에는 있을 수 없는 일, 전투 현장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심지어는 사료를 들여다볼 필요도 없이, 논리적으로만 생각해봐도 말도 안 되는 일까지 벌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한 손에 칼을 들고 말을 타고 달려 나가는 주인공이다. 우선, 칼은 기병의 대표적인 무기가 아니었다. 전통 시대 기병은 적이 원거리에 있으면 활로, 근접해 있으면 창이나 마상월도, 혹은 마상편곤과 같은 무기로 공격했다. 환도는 지금으로 치면 권총과 같은 일종의 보조 무기였다. 게다가 환도는 띠돈이라는 360도 회전 가능한 고리에 달아 허리에 차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래야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극에서처럼 기병이 손에 칼을 들고 있으면 칼이나 칼집으로 말을 때리며 달리게 된다. 전투마가 칼집을 채찍으로 이해해 버리면, 기병이 칼을 뽑아 휘두르는 순간 말은 자신을 공격하는 것인 줄 알고 거부 반응을 보이게 된다. 그러면 낙마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심지어 사극에 나오는 말들은 과거 사용된 중마형의 전투마가 아니라, 17세기 이후 영국에서 교배해 만든 경마용 서러브레드다. 서러브레드는 발목이 얇고 성격이 급해 전투에 부적합할 뿐 아니라, 쇠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편자를 신은 경주마가 초원을 달리면 곡선 구간에서 예외 없이 미끄러지게 된다. 또한 돌격해 나가는 주인공을 보면 투구를 쓰지 않거나, 쓰더라도 드림을 묶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전투 시 가장 중심적으로 보호해야 할 신체 부위는 목과 머리다. 머리를 다치면 안 되는 것은 물론 얼굴에는 시각 기능을 담당하는 눈이 있고, 목동맥은 신체의 주요 동맥 중 적에게 가장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아무 전술 없이 달려 나가면 뒤따라오는 보병들과 속도 차이가 나서 본대가 분열되고 만다. 무기에 관한 고민, 전투마와 무장에 대한 고민은 물론 아무런 전술적 고려도 없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선조들의 자존심을 깔아뭉개는 사극
사극을 통해 자리 잡은 우리 머릿속의 역사에 대한 이미지는 너무 오래되고 비체계적인 경우가 많다. 불과 몇백 년 전의 군대와 전쟁이라고 해도 군사 개개인의 무예 실력에만 의존하는 단순한 전쟁을 떠올리곤 한다. 수천 년 전부터 고도로 훈련되고 조직화된 군대를 운용해온 것이 사실임에도 사극에서는 개개인의 용맹을 드러내기 바쁘다. 잘못 만들어진 전통 시대 군사와 전쟁에 대한 모습은 텔레비전 사극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어 거의 고착된 상태다.
조선 후기에는 검계(劍契)라는 폭력 조직이 있었다. 요즘으로 치면 조직폭력배와 같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이들도 오(伍)와 열(列), 즉 대형을 맞춰 싸우는 훈련을 했다. 전통 시대 군사로 선발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오와 열을 맞추어 이동하는 것이었다. 오와 열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다양한 진법을 구상할 수 없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순신의 학익진도 오와 열을 맞추지 않고는 구사할 수 없다. 그런데 사극에서 보이는 모습대로라면 이순신은 전술 전략도 없이 불나방처럼 적진에 뛰어드는 장수가 될 것이고, 그의 군사들은 조직폭력배보다 못한 오합지졸이 될 것이다. 영웅적인 주인공, 화려한 화면에 집중한 나머지 우리 선조들을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광화문 이순신 장군은 중국식 갑옷을 입고 있다
서울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은 호국과 충효, 항일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위인의 대표 조각상이다. 그런데 그런 이순신 장군이 입고 있는 것은 중국식 견박형 갑옷이다. 갑옷은 시기마다 형태와 재질이 바뀌어왔다. 그래서 어떤 갑옷을 본다면 어느 나라, 어느 시기의 것인지 가늠할 수 있고 군대와 국가를 상징하는 깃발처럼 국가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갑옷뿐 아니라 한 손에 든 칼로 땅을 짚고 있는 자세도 잘못되어 있다. 잘못 고증된 우리나라 사극처럼 이순신 장군 동상도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어깨에 한 겹이 더해진 견박형 갑옷은 지금도 조선시대 사극에서 대표적인 장수들의 갑옷으로 등장하고 있다. 잘못 고증된 갑옷이 문제되는 다른 이유는, 제작 비용 때문이다. 갑옷은 제작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한 번 만든 갑옷은 계속 반복해서 사용된다. 잘못 고증된 갑옷도 무차별적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영화 [청풍명월](2003)에서 주인공이 입었던 잘못된 갑옷이 아무런 수정 없이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에 등장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잘못된 갑옷이 대중의 인식에 박히고, 고증 문제에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나중에는 이순신이 일본도를 들고 나라를 지켰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사극의 고증 오류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들
사극 고증 오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사극이 자꾸 고증을 무시하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르로 변해가는 이유는 시청률 때문이므로, 시청률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 사전 제작이 필요하다. 소위 ‘쪽 대본’으로는 제대로 된 고증이 불가능하다. 셋째, 시대별·영역별 자문회의 상설화가 필요하다. 일회용 자문회의가 아니라 언제든 필요한 사람은 소속 방송국에 상관없이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상설 자문회의가 있어야 한다. 넷째, 아카이브 구축이 필요하고, 다섯째, 조연출의 전문화가 필요하다. 이들이 방송의 ‘디테일’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미술과 소도구의 체계적 제작과 관리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지금 방송국 소품실에 쌓여 있는 엉터리 무기와 갑옷 대신 제대로 만든 소도구들로 소품실을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계와 시청자의 비판이 있어야 한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시청자가 많아질수록 사극의 역사 왜곡은 사라질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최형국
중앙대학교 대학원 역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무예사와 전쟁사 연구를 통해 조선후기 군사 신호체계 연구, 조선후기 기병 마상무예의 전술적 특성 등 다양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와 더불어 친절한 조선사(2007, 미루나무)와 같은 교양 역사서를 통해 일반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역사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푸진 삶이 좋다며 가난한 풍물패 상쇠를 마다하지 않았고, 잊혀버렸던 조선의 마상무예를 복원했으며, (사)무예24기보존회 시범단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무예24기연구소를 운영하며 무예시범과 연구를 함께하는 문무겸전의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오직 마음속에 ''무인''이라는 두 글자를 짙게 써내려가며, 한 손에는 칼 그리고 나머지 한 손에는 펜을 들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젊은 실학자이다.
▣ 주요 목차
저자의 말: 역사는 미래를 보는 거울이다
들아가는 말: 무예사와 군사사 고증은 생존의 문제
1부 조선 무인의 무기 사용법
도와 검은 무엇이 다른가
환도는 허리에 차고 다녔다
당파는 찌르는 무기가 아니다
장창은 단 한 번만 찌른다
조총과 화포 쏘기
활은 어떻게 쐈을까?
불화살과 포탄
2부 조선 무인은 무엇을 입고 전쟁에 나갔을까?
투구를 쓰지 않는 무인은 없다
누가, 어떤 갑옷을 입었나
군장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나
활과 화살은 어떻게 가지고 다녔을까?
화살 깃의 수에도 이유가 있다
등자와 채찍의 한계
경마용 말과 영국식 안장
기병은 어떻게 훈련했을까?
3부 조선 장수는 어떻게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을까?
대장의 일기토는 일어날 수 없다
전투의 오와 열이 승패를 가른다
깃발과 악기, 화포로 전투를 지휘했다
활은 언제, 어떻게 쏘았나
불과 바람을 다스려야 전투가 된다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척후병의 활약
야간 기습에는 어떻게 대비했을까?
무기는 권력이자 전투력
나가는 말: 역사물 고증 오류를 해결하기 위한 7가지 대안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는 사극 속에서 반복되는 군사사와 무예사 오류를 지적한 책이다. 고증 오류를 지적하고 실제 있었을 모습과 상황을 제안하며, 사극의 고증 문제를 극복할 방법을 제시한다. 활과 환도, 당파처럼 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만큼 잘못 그려지고 있는 무기류부터 갑옷과 투구의 모습과 착용법, 전투마와 마구, 전술과 지휘 체계, 조선 군사들의 훈련 모습과 전투 시 움직임까지 무예사와 군사사에 관련해 폭넓게 고증했다. 단순히 역사서와 그림 등 사료를 보고 복원하는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말을 타고 활을 쏘면서 현실적으로 고증해낸 결과다. 이를 통해 당대 무예사나 군사사 고증의 현실적 이유와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해본다.
역사 왜곡의 주범은 사극 속 고증 오류
10년 전쯤 MBC에서 [주몽]이 방송될 때, 고구려를 세운 사람이 누구냐는 질문에 “송일국”이라고 대답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그만큼 사극은 사람들의 역사 지식이나 역사관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역사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는 E. H. 카의 유명한 말처럼 역사는 끊임없이 소환되고 재해석되면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사극은 과거를 현재에 불러내는 가장 큰 장이다. [주몽]의 경우 최고 시청률이 51.9퍼센트에 달했고, [허준]이나 [태조 왕건] 같은 경우는 시청률이 60퍼센트가 넘기도 했다. 국민 절반 이상이 지켜보는 역사 매체라는 점에서 사극은 단순한 오락성 드라마 이상의 위치를 가진다.
문제는 사극의 영향력에 비해 고증은 지나치게 허술하다는 데 있다. 실제 그 시대와 상황에 있을 수 없는 일들이 당연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정규 교육 이후 역사 공부에 손을 놓았거나, 아직 역사 지식이 부족한 시청자들은 잘못된 정보를 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한마디로 사극에 속게 된다.
사극에 자주 등장하는 무기 중 하나가 삼지창처럼 생긴 당파다. 사극을 통해서만 당파를 접한 사람들의 눈에는 대단치 않은 무기로 보이지만, 당파는 임진왜란 이후 명나라를 통해 들어온 무기로, 담력이 강한 병사들만 사용한 특수 무기였다. 그런데 사극에 아무런 기준 없이 등장하면서 민속촌이나 역사 관련 테마파크 등에서 문지기나 포졸들도 당파를 들고 다니게 되었다. 그것을 보는 사람들이 당파를 조선군의 보편적인 무기로 인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한 손에 칼을 들고 말을 달린다?
역사 고증의 핵심은 ‘왜?’와 ‘실제로 그 시대에 가능했을까?’이다. 사극 속 전투 장면은 늘 박진감이 넘친다. 여기저기에서 창칼이 난무하고 그 사이를 주인공이 멋지게 뚫고 나가 전투를 벌인다. 그런데 전쟁터에 있는 어떤 사람도 제대로 된 군장을 갖추지 않고 있다. 칼이면 칼 한 자루, 창이면 창 한 자루, 조총이면 조총 한 자루가 전부다. 심지어 조총병은 탄환을 넣는 탄띠도 없고 화약을 담는 약통도 없이 맨몸으로 조총만 들고 나간다. 보급의 기본인 개인 수통이나 비상식량도 없다. 예나 지금이나 전투는 단시간에 끝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전투 중에도 목이 마르면 물을 마셔야 하고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 한다.
그런데 사극에서는 화려한 전투 장면에만 집중한 나머지, 기본 중의 기본마저도 모조리 삭제된 채 흘러가 버린다. 군사들이 기본적인 무장조차도 갖추지 않고 전투에 임하니 당연히 이야기가 끼어들 틈이 없다. 오로지 피가 낭자하고 화염이 가득한 살육의 현장으로 표현될 뿐이다.
전투의 사실성이나 객관성보다 극적 긴장감을 높이고 멋진 화면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 때문에 실제로 그 당시에는 있을 수 없는 일, 전투 현장에서는 벌어질 수 없는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심지어는 사료를 들여다볼 필요도 없이, 논리적으로만 생각해봐도 말도 안 되는 일까지 벌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한 손에 칼을 들고 말을 타고 달려 나가는 주인공이다. 우선, 칼은 기병의 대표적인 무기가 아니었다. 전통 시대 기병은 적이 원거리에 있으면 활로, 근접해 있으면 창이나 마상월도, 혹은 마상편곤과 같은 무기로 공격했다. 환도는 지금으로 치면 권총과 같은 일종의 보조 무기였다. 게다가 환도는 띠돈이라는 360도 회전 가능한 고리에 달아 허리에 차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래야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극에서처럼 기병이 손에 칼을 들고 있으면 칼이나 칼집으로 말을 때리며 달리게 된다. 전투마가 칼집을 채찍으로 이해해 버리면, 기병이 칼을 뽑아 휘두르는 순간 말은 자신을 공격하는 것인 줄 알고 거부 반응을 보이게 된다. 그러면 낙마하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도 있다.
심지어 사극에 나오는 말들은 과거 사용된 중마형의 전투마가 아니라, 17세기 이후 영국에서 교배해 만든 경마용 서러브레드다. 서러브레드는 발목이 얇고 성격이 급해 전투에 부적합할 뿐 아니라, 쇠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편자를 신은 경주마가 초원을 달리면 곡선 구간에서 예외 없이 미끄러지게 된다. 또한 돌격해 나가는 주인공을 보면 투구를 쓰지 않거나, 쓰더라도 드림을 묶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다. 전투 시 가장 중심적으로 보호해야 할 신체 부위는 목과 머리다. 머리를 다치면 안 되는 것은 물론 얼굴에는 시각 기능을 담당하는 눈이 있고, 목동맥은 신체의 주요 동맥 중 적에게 가장 노출되기 쉽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렇게 아무 전술 없이 달려 나가면 뒤따라오는 보병들과 속도 차이가 나서 본대가 분열되고 만다. 무기에 관한 고민, 전투마와 무장에 대한 고민은 물론 아무런 전술적 고려도 없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선조들의 자존심을 깔아뭉개는 사극
사극을 통해 자리 잡은 우리 머릿속의 역사에 대한 이미지는 너무 오래되고 비체계적인 경우가 많다. 불과 몇백 년 전의 군대와 전쟁이라고 해도 군사 개개인의 무예 실력에만 의존하는 단순한 전쟁을 떠올리곤 한다. 수천 년 전부터 고도로 훈련되고 조직화된 군대를 운용해온 것이 사실임에도 사극에서는 개개인의 용맹을 드러내기 바쁘다. 잘못 만들어진 전통 시대 군사와 전쟁에 대한 모습은 텔레비전 사극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어 거의 고착된 상태다.
조선 후기에는 검계(劍契)라는 폭력 조직이 있었다. 요즘으로 치면 조직폭력배와 같은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심지어 이들도 오(伍)와 열(列), 즉 대형을 맞춰 싸우는 훈련을 했다. 전통 시대 군사로 선발되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오와 열을 맞추어 이동하는 것이었다. 오와 열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다양한 진법을 구상할 수 없다. 우리가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순신의 학익진도 오와 열을 맞추지 않고는 구사할 수 없다. 그런데 사극에서 보이는 모습대로라면 이순신은 전술 전략도 없이 불나방처럼 적진에 뛰어드는 장수가 될 것이고, 그의 군사들은 조직폭력배보다 못한 오합지졸이 될 것이다. 영웅적인 주인공, 화려한 화면에 집중한 나머지 우리 선조들을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광화문 이순신 장군은 중국식 갑옷을 입고 있다
서울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은 호국과 충효, 항일 등 다양한 의미를 담고 있는 우리나라 대표 위인의 대표 조각상이다. 그런데 그런 이순신 장군이 입고 있는 것은 중국식 견박형 갑옷이다. 갑옷은 시기마다 형태와 재질이 바뀌어왔다. 그래서 어떤 갑옷을 본다면 어느 나라, 어느 시기의 것인지 가늠할 수 있고 군대와 국가를 상징하는 깃발처럼 국가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질 수 있다. 갑옷뿐 아니라 한 손에 든 칼로 땅을 짚고 있는 자세도 잘못되어 있다. 잘못 고증된 우리나라 사극처럼 이순신 장군 동상도 ‘총체적 난국’인 셈이다.
어깨에 한 겹이 더해진 견박형 갑옷은 지금도 조선시대 사극에서 대표적인 장수들의 갑옷으로 등장하고 있다. 잘못 고증된 갑옷이 문제되는 다른 이유는, 제작 비용 때문이다. 갑옷은 제작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한 번 만든 갑옷은 계속 반복해서 사용된다. 잘못 고증된 갑옷도 무차별적으로 재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영화 [청풍명월](2003)에서 주인공이 입었던 잘못된 갑옷이 아무런 수정 없이 [광해, 왕이 된 남자](2012)에 등장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잘못된 갑옷이 대중의 인식에 박히고, 고증 문제에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나중에는 이순신이 일본도를 들고 나라를 지켰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사극의 고증 오류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들
사극 고증 오류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저자는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사극이 자꾸 고증을 무시하고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장르로 변해가는 이유는 시청률 때문이므로, 시청률 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둘째, 사전 제작이 필요하다. 소위 ‘쪽 대본’으로는 제대로 된 고증이 불가능하다. 셋째, 시대별·영역별 자문회의 상설화가 필요하다. 일회용 자문회의가 아니라 언제든 필요한 사람은 소속 방송국에 상관없이 자문을 받을 수 있는 상설 자문회의가 있어야 한다. 넷째, 아카이브 구축이 필요하고, 다섯째, 조연출의 전문화가 필요하다. 이들이 방송의 ‘디테일’을 책임지기 때문이다. 미술과 소도구의 체계적 제작과 관리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지금 방송국 소품실에 쌓여 있는 엉터리 무기와 갑옷 대신 제대로 만든 소도구들로 소품실을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학계와 시청자의 비판이 있어야 한다.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 시청자가 많아질수록 사극의 역사 왜곡은 사라질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최형국
중앙대학교 대학원 역사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무예사와 전쟁사 연구를 통해 조선후기 군사 신호체계 연구, 조선후기 기병 마상무예의 전술적 특성 등 다양한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와 더불어 친절한 조선사(2007, 미루나무)와 같은 교양 역사서를 통해 일반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역사읽기를 시도하고 있다. 푸진 삶이 좋다며 가난한 풍물패 상쇠를 마다하지 않았고, 잊혀버렸던 조선의 마상무예를 복원했으며, (사)무예24기보존회 시범단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무예24기연구소를 운영하며 무예시범과 연구를 함께하는 문무겸전의 치열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오직 마음속에 ''무인''이라는 두 글자를 짙게 써내려가며, 한 손에는 칼 그리고 나머지 한 손에는 펜을 들고 살아가는 이 시대의 젊은 실학자이다.
▣ 주요 목차
저자의 말: 역사는 미래를 보는 거울이다
들아가는 말: 무예사와 군사사 고증은 생존의 문제
1부 조선 무인의 무기 사용법
도와 검은 무엇이 다른가
환도는 허리에 차고 다녔다
당파는 찌르는 무기가 아니다
장창은 단 한 번만 찌른다
조총과 화포 쏘기
활은 어떻게 쐈을까?
불화살과 포탄
2부 조선 무인은 무엇을 입고 전쟁에 나갔을까?
투구를 쓰지 않는 무인은 없다
누가, 어떤 갑옷을 입었나
군장에는 무엇이 들어 있었나
활과 화살은 어떻게 가지고 다녔을까?
화살 깃의 수에도 이유가 있다
등자와 채찍의 한계
경마용 말과 영국식 안장
기병은 어떻게 훈련했을까?
3부 조선 장수는 어떻게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을까?
대장의 일기토는 일어날 수 없다
전투의 오와 열이 승패를 가른다
깃발과 악기, 화포로 전투를 지휘했다
활은 언제, 어떻게 쏘았나
불과 바람을 다스려야 전투가 된다
전투를 승리로 이끄는 척후병의 활약
야간 기습에는 어떻게 대비했을까?
무기는 권력이자 전투력
나가는 말: 역사물 고증 오류를 해결하기 위한 7가지 대안
01. 반품기한
- 단순 변심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 신청
- 상품 불량/오배송인 경우 : 상품 수령 후 3개월 이내, 혹은 그 사실을 알게 된 이후 30일 이내 반품 신청 가능
02. 반품 배송비
반품사유 | 반품 배송비 부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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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변심 | 고객 부담이며, 최초 배송비를 포함해 왕복 배송비가 발생합니다. 또한, 도서/산간지역이거나 설치 상품을 반품하는 경우에는 배송비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
고객 부담이 아닙니다. |
03. 배송상태에 따른 환불안내
진행 상태 | 결제완료 | 상품준비중 | 배송지시/배송중/배송완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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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태 | 주문 내역 확인 전 | 상품 발송 준비 중 | 상품이 택배사로 이미 발송 됨 |
환불 | 즉시환불 | 구매취소 의사전달 → 발송중지 → 환불 | 반품회수 → 반품상품 확인 → 환불 |
04. 취소방법
- 결제완료 또는 배송상품은 1:1 문의에 취소신청해 주셔야 합니다.
- 특정 상품의 경우 취소 수수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05. 환불시점
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
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
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