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역사의 기초: 구조-의지-우연의 균형 잡기
이 책은 먼저 역사공부의 기초이면서도 그간 충분히 이야기되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사건의 구성요소로서 구조-의지-우연의 관계를 탐색한다. 모든 사건이 발생하는 바탕인 객관적 구조(타고난 조건), 역사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이기에 매 사건마다 자연스럽게 개입되는 인간의 자유의지, 서로 원인이나 목적이 다른 둘 이상의 행위(사건)가 만남으로써 발생하는 우연. 역사의 모든 사실·사건은 이 세 가지 요소가 합쳐져 발생한다. 따라서 역사 탐구의 기본은 구조-의지-우연을 두루 살피는 일이며, 저자는 셋 중 하나라도 소홀히 보는 것은 역사 탐구자로서 직무유기라고 말한다.
예컨대 저자는 사도세자의 비극을 두고 분분해온 설(노론-소론 당쟁설, 왕-세자간 권력투쟁설, 영조 성격이상설 등)들은 대개 ‘세습왕정’이라는 당대의 구조를 놓쳐서 생긴 오해라고 지적한다. 한편 ‘나치독일’이라는 구조 위에서 유대인 학살을 수행한 아이히만 같은 이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선 인간의 자유의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워털루전투의 승패와 그에 결부된 19세기 유럽사는 전투 전날 쏟아진 ‘비’라는 우연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또한 저자는 구조-의지-우연 가운데 어느 하나만 중시하는 기계적 결정론을 경계한다. 아우슈비츠의 유대인에게 왜 저항이나 탈출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 오늘날 한국의 청년세대에게 왜 더 노력하지 않느냐고 타박하는 것은 그들이 처한 구조를 무시한 데서 나오는 오류다. ‘클레오파트라의 코’에 관한 경구는 역사의 맥락을 무시한 채 우연이 차지하는 역할을 지나치게 부각시킴으로써 이집트 멸망-로마 제국화의 역사를 가십으로 전락시킨 경우다.
구조, 의지, 우연이라는 세 요소 중 어느 하나에 대한 설명이나 고려가 빠진다면 분명히 오류에 빠집니다. 이런 사건에 대한 이해는 당연히 내 인생을 깊게 해줍니다. 내 인생은 끊임없는 사건의 연속이기 때문이고, 그것이 나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역사의 쓸모이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알면서도 잘 못하는 것이 또한 사람입니다. 이 세 요소가 모든 사건에 내재해 있다고 알면서도 막상 어떤 사태에 부딪히면 한 요소로 설명하고 그쳐버립니다. 이래서 역사를 좋아하는 것만으로 안 됩니다. 학습이 필요하고, 안목이 필요합니다. (75~76쪽)
사맹(史盲)을 낳는 역사학의 편견들
어떤 ‘관점’은 사물과 사건을 이해하는 편리한 도구이면서도 때때로 편견이 되어 사실을 왜곡하곤 한다. 역사를 보는 관점 역시 마찬가지로 저자는 현대역사학이 그간 많은 성과를 거두긴 했으나 적잖은 편견을 통해 사람들을 사맹으로 만들어왔음을 비판한다. 아마 독자들 가운데서도 이 책을 따라가며 자신의 역사관에 그런 편견이 묻어 있음을 깨닫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근대와 전근대를 나누고 근대를 ‘좋은 것’ ‘달성해야 할 목표점’으로 삼고 거기서 벗어난 것은 폄훼하는 근대주의가 대표적인 예다. 책에 따르면 근대의 빛나는 성취와 별개로 이런 이분법·목적론적 역사관이야말로 우리의 시야를 좁히는 주범이다. 이런 편견은 역사 이슈 전반에 스며 있고, 진영을 가리지도 않는다. 현재를 합리적이라고 전제하고서 현재의 관점으로 과거의 사실을 해석하는 현재주의 역시 역사학이 곧잘 범하는 시대착오의 오류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실학이 사상적 조류로서 실체나 일관성이 불분명함에도 현재적(근대적) 관점의 비판 대상인 조선 후기 성리학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실학이요 실학자로 규정하는 것 역시 현재주의가 만들어낸 대표적 오류로 지적하며, 이런 유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역사에 우열은 없다: ‘작은 역사’의 재발견
이 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문제의식은 역사에는 우열이 없다는 것이다. 흔히 ‘큰 역사’(국가사·거대사)만이 역사적이고 ‘작은 역사’(일상을 비롯한 인간의 구체적 경험)는 별 볼 일 없이 여기는 것은 착각이라는 말이다. 6·25전란은 열세 살 소녀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맨발로 피난 갔던 경험에서, 21세기 한국사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최저임금도 안 되는 시급으로 알바를 뛰어야 하는 친구의 하루하루에서 생생히 드러난다. 저자는 이렇듯 수많은 작은 역사, 즉 인간의 구체적 경험에서 드러나지 않는 큰 역사는 실체 없는 유령일 뿐이라고 꼬집는다. 나아가 이런 작은 역사에 주목해야 하는 남다른 이유를 덧붙인다.
역사를 국가사·거대사로만 가르치는 사회에서 정치권력의 역사 개입은 피할 수는 없되 막아내야 하는 횡포다. 저자는 정파적 이해로 점철된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의 낯 뜨거운 지지에도 불구하고 채택률 0.01%의 수모를 겪은 것은 그들이 마음대로 재단한 역사가 유령이며, 동시에 눈에 띄지 않을 뿐 작은 역사들이 생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이야기한다. 권력은 아예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며 밀어붙이고 있지만 작은 역사는 여전히 그에 맞서는 가장 확실한 방부제요 댐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역사의 어엿한 주연임에도 엑스트라 취급을 받아온 ‘작은 역사’의 부흥을 위해 저자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부터 역사공부를 시작해보자고 권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이른바 ‘임상역사학’은 ‘나의 역사 쓰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역사로 남기는 것이다. 역사공부는 과거를 되새기는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일기·수기·자서전·회고록·구술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의 오늘을 기록하는 데서 출발하며, 그럼으로써 큰 역사에 가려져 있던 비(非)역사들이 비로소 역사의 영역으로 복권된다는 것이다.
역사공부의 힘
이 책은 이렇게 역사학의 편견을 벗기고 우리가 관심 밖에 있던 역사의 영역을 보여주면서 역사에 새롭게 눈 뜨게끔 한다. 이 책이 전하는 구조-의지-우연을 두루 고려한, 이분법 등 각종 편견에서 자유로운, 그리고 나의 오늘로부터 시작하는 역사공부의 목적은 분명하다. 나의 인생을 풍부하고 지혜롭게 만들어, 난세에는 어려움을 견디는 힘을 주고, 치세에는 평화를 즐기며 유지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요컨대 역사공부는 자기-이해의 출발이며 소통-공감의 첫걸음이다.
사실史實은 늘 구멍이 뚫려 있고, 사람의 눈은 다릅니다. 자료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상황을 합리적으로 추론하여 공감할 수 있는 진실을 찾아나가는 지루하며 재미있고 때로는 숭고한 여정, 그것 이상으로 역사를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니, 그것이야말로 역사의 존재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래서 역사공부는 연대의 삶, 공감의 삶, 배려의 삶을 확장시키는 토대라고 굳게 믿습니다. (237쪽)
▣ 작가 소개
저 : 오항녕
吳恒寧
성리학 등 사상사와 기억에 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역사학자이다.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조선시대 사관제도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곡서당(태동고전연구소)에서 사서삼경 등 한학을 공부했다. 태동고전연구소,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한학과 사료 공부를 하였고, 고려대와 전주대 연구 교수를 거쳐 충북대학교 우암연구소, 인천사연구소, 한국고전문화연구원 등에서 연구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는 지금은 전주대학교 인문대학 언어문화학부 교수이다.
『조선왕조실록』『추안급국안』등 역사기록과 성리학 등 사상사, 인간의 기억과 시간을 주제로 연구하는 한편,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에서 고전 강좌와 역사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사관제도성립사』『조선초기 성리학과 역사학』, 조선시대 연구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역사교육」에 연재했던 글을 다듬어 낸 『조선의 힘』,『역사에서 찾는 지도자의 자격』 ,『밀양 인디언, 역사가 말할 때』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004
프롤로그 나로부터의 역사 011
1부 내 발길이 만드는 역사
01 시간과 사건 019
어떤 사건: 기말고사 / 사건에 대한 이야기 / 존재의 시간성: 변화=유한성=무상 / 죽음의 역사성 / 사건의 계열성
02 조건: 오늘도 또 내일도 033
조건, 의지, 그리고 우연 / 구조주의 입문 / 역사학의 구조주의 / 역사학은 원래 유물론이다 /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 / 기계적 결정론은 사이비 / ‘사도세자 사건’에 대한 오해들 / 비극의 원인: 세습왕정이라는 ‘구조’
03 의지: 하면 된다 054
스스로를 결정할 수 있는 힘 / 이봉주 선수와 나는 조건이 다르다 /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 ‘생각 없음’의 죄
04 우연: 아쉬운 이유 065
우연과 임의성 / 빅토르 위고의 워털루 전투 / 19세기의 돌쩌귀 / 나폴레옹의 자리는 없다
2부 역사의 영역
01 인간의 조건, 역사 079
일기 쓰기는 역사 쓰기다 / 시로 읽는 역사 / 한글도 못 읽는다 / 아카이빙의 세계 / 이야기의 경계
02 역사 사이의 괴리 101
국사: 편협해진 역사 / 스테레오 역사학과
03 진보사관의 함정 107
‘대문자 역사’와 진보사관 / 초야권(初夜權) 소문 / 진보사관이란 / 식민지 트라우마 / ‘우리’와 ‘저들’의 이분법
3부 기억, 기록, 그리고 시간의 존재
01 기억과 망각의 이중주 125
사라지는 기억 / 매번 달라지는 기억 / 기억의 망각과 왜곡 / 기억 변형 실험: 오류와 왜곡
02 사실과 해석 137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자 해석의 기록 / 벽초의 『임꺽정』: 반(反)봉건 투사? / 사관의 기록과 사평 / 사실과 해석에 대한 무지 / 역사의 대칭성이란? / 객관성이라는 소용돌이 / E.H. 카의 그늘 / 해석 이전에 관심이 있다 / 저장기억, 기능기억
03 역사성이란 무엇인가 165
‘역사적’이라는 말 / 과거시험과 고등고시 / 같은 농사도 시대에 따라 다르다 / 시대착오의 오류 / 역사의 단위는 오로지 100년?
04 재미있는 이야기, 역사 180
궁금해 하는 사람들 / 〈300〉의 기원 / 그들의 편견 / 품위 있는 페르시아인 / 줄거리 있는 이야기
4부 오해와 이해의 갈림길
01 정치와 역사의 긴장 199
서글픈 논쟁 / 우리를 갈라놓는 자들 / 패싸움 프레임
02 역사수정주의 207
에펠탑보다 중요한 것 / 역사수정주의의 위험 / 승패가 아니라 비극 / 냉소의 첫 걸음
03 생산적 역사의 현장 217
삶을 지키면서 망자를 기억하기 / 산 자의 책무, 역사학자의 책무 / 아버지의 슬픔 / 젊은 피들의 노트 / 역사라는 자생력 / 임상역사학: ‘자기 역사 쓰기’에서 시작되는 역사학
에필로그 역사의 힘 236
註 240
찾아보기 244
역사의 기초: 구조-의지-우연의 균형 잡기
이 책은 먼저 역사공부의 기초이면서도 그간 충분히 이야기되지 않았던 역사적 사실·사건의 구성요소로서 구조-의지-우연의 관계를 탐색한다. 모든 사건이 발생하는 바탕인 객관적 구조(타고난 조건), 역사는 사람이 만들어가는 이야기이기에 매 사건마다 자연스럽게 개입되는 인간의 자유의지, 서로 원인이나 목적이 다른 둘 이상의 행위(사건)가 만남으로써 발생하는 우연. 역사의 모든 사실·사건은 이 세 가지 요소가 합쳐져 발생한다. 따라서 역사 탐구의 기본은 구조-의지-우연을 두루 살피는 일이며, 저자는 셋 중 하나라도 소홀히 보는 것은 역사 탐구자로서 직무유기라고 말한다.
예컨대 저자는 사도세자의 비극을 두고 분분해온 설(노론-소론 당쟁설, 왕-세자간 권력투쟁설, 영조 성격이상설 등)들은 대개 ‘세습왕정’이라는 당대의 구조를 놓쳐서 생긴 오해라고 지적한다. 한편 ‘나치독일’이라는 구조 위에서 유대인 학살을 수행한 아이히만 같은 이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선 인간의 자유의지를 이야기해야 한다. 워털루전투의 승패와 그에 결부된 19세기 유럽사는 전투 전날 쏟아진 ‘비’라는 우연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또한 저자는 구조-의지-우연 가운데 어느 하나만 중시하는 기계적 결정론을 경계한다. 아우슈비츠의 유대인에게 왜 저항이나 탈출을 하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 오늘날 한국의 청년세대에게 왜 더 노력하지 않느냐고 타박하는 것은 그들이 처한 구조를 무시한 데서 나오는 오류다. ‘클레오파트라의 코’에 관한 경구는 역사의 맥락을 무시한 채 우연이 차지하는 역할을 지나치게 부각시킴으로써 이집트 멸망-로마 제국화의 역사를 가십으로 전락시킨 경우다.
구조, 의지, 우연이라는 세 요소 중 어느 하나에 대한 설명이나 고려가 빠진다면 분명히 오류에 빠집니다. 이런 사건에 대한 이해는 당연히 내 인생을 깊게 해줍니다. 내 인생은 끊임없는 사건의 연속이기 때문이고, 그것이 나의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역사의 쓸모이며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알면서도 잘 못하는 것이 또한 사람입니다. 이 세 요소가 모든 사건에 내재해 있다고 알면서도 막상 어떤 사태에 부딪히면 한 요소로 설명하고 그쳐버립니다. 이래서 역사를 좋아하는 것만으로 안 됩니다. 학습이 필요하고, 안목이 필요합니다. (75~76쪽)
사맹(史盲)을 낳는 역사학의 편견들
어떤 ‘관점’은 사물과 사건을 이해하는 편리한 도구이면서도 때때로 편견이 되어 사실을 왜곡하곤 한다. 역사를 보는 관점 역시 마찬가지로 저자는 현대역사학이 그간 많은 성과를 거두긴 했으나 적잖은 편견을 통해 사람들을 사맹으로 만들어왔음을 비판한다. 아마 독자들 가운데서도 이 책을 따라가며 자신의 역사관에 그런 편견이 묻어 있음을 깨닫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근대와 전근대를 나누고 근대를 ‘좋은 것’ ‘달성해야 할 목표점’으로 삼고 거기서 벗어난 것은 폄훼하는 근대주의가 대표적인 예다. 책에 따르면 근대의 빛나는 성취와 별개로 이런 이분법·목적론적 역사관이야말로 우리의 시야를 좁히는 주범이다. 이런 편견은 역사 이슈 전반에 스며 있고, 진영을 가리지도 않는다. 현재를 합리적이라고 전제하고서 현재의 관점으로 과거의 사실을 해석하는 현재주의 역시 역사학이 곧잘 범하는 시대착오의 오류로 볼 수 있다. 저자는 실학이 사상적 조류로서 실체나 일관성이 불분명함에도 현재적(근대적) 관점의 비판 대상인 조선 후기 성리학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실학이요 실학자로 규정하는 것 역시 현재주의가 만들어낸 대표적 오류로 지적하며, 이런 유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역사에 우열은 없다: ‘작은 역사’의 재발견
이 책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문제의식은 역사에는 우열이 없다는 것이다. 흔히 ‘큰 역사’(국가사·거대사)만이 역사적이고 ‘작은 역사’(일상을 비롯한 인간의 구체적 경험)는 별 볼 일 없이 여기는 것은 착각이라는 말이다. 6·25전란은 열세 살 소녀가 서울에서 부산까지 맨발로 피난 갔던 경험에서, 21세기 한국사는 등록금을 벌기 위해 최저임금도 안 되는 시급으로 알바를 뛰어야 하는 친구의 하루하루에서 생생히 드러난다. 저자는 이렇듯 수많은 작은 역사, 즉 인간의 구체적 경험에서 드러나지 않는 큰 역사는 실체 없는 유령일 뿐이라고 꼬집는다. 나아가 이런 작은 역사에 주목해야 하는 남다른 이유를 덧붙인다.
역사를 국가사·거대사로만 가르치는 사회에서 정치권력의 역사 개입은 피할 수는 없되 막아내야 하는 횡포다. 저자는 정파적 이해로 점철된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정부여당과 보수언론의 낯 뜨거운 지지에도 불구하고 채택률 0.01%의 수모를 겪은 것은 그들이 마음대로 재단한 역사가 유령이며, 동시에 눈에 띄지 않을 뿐 작은 역사들이 생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이야기한다. 권력은 아예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며 밀어붙이고 있지만 작은 역사는 여전히 그에 맞서는 가장 확실한 방부제요 댐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역사의 어엿한 주연임에도 엑스트라 취급을 받아온 ‘작은 역사’의 부흥을 위해 저자는 우리 자신의 이야기로부터 역사공부를 시작해보자고 권한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이른바 ‘임상역사학’은 ‘나의 역사 쓰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역사로 남기는 것이다. 역사공부는 과거를 되새기는 데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일기·수기·자서전·회고록·구술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의 오늘을 기록하는 데서 출발하며, 그럼으로써 큰 역사에 가려져 있던 비(非)역사들이 비로소 역사의 영역으로 복권된다는 것이다.
역사공부의 힘
이 책은 이렇게 역사학의 편견을 벗기고 우리가 관심 밖에 있던 역사의 영역을 보여주면서 역사에 새롭게 눈 뜨게끔 한다. 이 책이 전하는 구조-의지-우연을 두루 고려한, 이분법 등 각종 편견에서 자유로운, 그리고 나의 오늘로부터 시작하는 역사공부의 목적은 분명하다. 나의 인생을 풍부하고 지혜롭게 만들어, 난세에는 어려움을 견디는 힘을 주고, 치세에는 평화를 즐기며 유지하는 힘을 키우는 것이다. 요컨대 역사공부는 자기-이해의 출발이며 소통-공감의 첫걸음이다.
사실史實은 늘 구멍이 뚫려 있고, 사람의 눈은 다릅니다. 자료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상황을 합리적으로 추론하여 공감할 수 있는 진실을 찾아나가는 지루하며 재미있고 때로는 숭고한 여정, 그것 이상으로 역사를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니, 그것이야말로 역사의 존재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이래서 역사공부는 연대의 삶, 공감의 삶, 배려의 삶을 확장시키는 토대라고 굳게 믿습니다. (237쪽)
▣ 작가 소개
저 : 오항녕
吳恒寧
성리학 등 사상사와 기억에 관한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역사학자이다.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조선시대 사관제도를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지곡서당(태동고전연구소)에서 사서삼경 등 한학을 공부했다. 태동고전연구소, 국사편찬위원회에서 한학과 사료 공부를 하였고, 고려대와 전주대 연구 교수를 거쳐 충북대학교 우암연구소, 인천사연구소, 한국고전문화연구원 등에서 연구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현재는 지금은 전주대학교 인문대학 언어문화학부 교수이다.
『조선왕조실록』『추안급국안』등 역사기록과 성리학 등 사상사, 인간의 기억과 시간을 주제로 연구하는 한편, 연구공동체 ‘수유+너머’에서 고전 강좌와 역사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저서로 『한국사관제도성립사』『조선초기 성리학과 역사학』, 조선시대 연구에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역사교육」에 연재했던 글을 다듬어 낸 『조선의 힘』,『역사에서 찾는 지도자의 자격』 ,『밀양 인디언, 역사가 말할 때』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004
프롤로그 나로부터의 역사 011
1부 내 발길이 만드는 역사
01 시간과 사건 019
어떤 사건: 기말고사 / 사건에 대한 이야기 / 존재의 시간성: 변화=유한성=무상 / 죽음의 역사성 / 사건의 계열성
02 조건: 오늘도 또 내일도 033
조건, 의지, 그리고 우연 / 구조주의 입문 / 역사학의 구조주의 / 역사학은 원래 유물론이다 / 끝이 아니라 시작일 뿐 / 기계적 결정론은 사이비 / ‘사도세자 사건’에 대한 오해들 / 비극의 원인: 세습왕정이라는 ‘구조’
03 의지: 하면 된다 054
스스로를 결정할 수 있는 힘 / 이봉주 선수와 나는 조건이 다르다 /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 ‘생각 없음’의 죄
04 우연: 아쉬운 이유 065
우연과 임의성 / 빅토르 위고의 워털루 전투 / 19세기의 돌쩌귀 / 나폴레옹의 자리는 없다
2부 역사의 영역
01 인간의 조건, 역사 079
일기 쓰기는 역사 쓰기다 / 시로 읽는 역사 / 한글도 못 읽는다 / 아카이빙의 세계 / 이야기의 경계
02 역사 사이의 괴리 101
국사: 편협해진 역사 / 스테레오 역사학과
03 진보사관의 함정 107
‘대문자 역사’와 진보사관 / 초야권(初夜權) 소문 / 진보사관이란 / 식민지 트라우마 / ‘우리’와 ‘저들’의 이분법
3부 기억, 기록, 그리고 시간의 존재
01 기억과 망각의 이중주 125
사라지는 기억 / 매번 달라지는 기억 / 기억의 망각과 왜곡 / 기억 변형 실험: 오류와 왜곡
02 사실과 해석 137
역사는 사실의 기록이자 해석의 기록 / 벽초의 『임꺽정』: 반(反)봉건 투사? / 사관의 기록과 사평 / 사실과 해석에 대한 무지 / 역사의 대칭성이란? / 객관성이라는 소용돌이 / E.H. 카의 그늘 / 해석 이전에 관심이 있다 / 저장기억, 기능기억
03 역사성이란 무엇인가 165
‘역사적’이라는 말 / 과거시험과 고등고시 / 같은 농사도 시대에 따라 다르다 / 시대착오의 오류 / 역사의 단위는 오로지 100년?
04 재미있는 이야기, 역사 180
궁금해 하는 사람들 / 〈300〉의 기원 / 그들의 편견 / 품위 있는 페르시아인 / 줄거리 있는 이야기
4부 오해와 이해의 갈림길
01 정치와 역사의 긴장 199
서글픈 논쟁 / 우리를 갈라놓는 자들 / 패싸움 프레임
02 역사수정주의 207
에펠탑보다 중요한 것 / 역사수정주의의 위험 / 승패가 아니라 비극 / 냉소의 첫 걸음
03 생산적 역사의 현장 217
삶을 지키면서 망자를 기억하기 / 산 자의 책무, 역사학자의 책무 / 아버지의 슬픔 / 젊은 피들의 노트 / 역사라는 자생력 / 임상역사학: ‘자기 역사 쓰기’에서 시작되는 역사학
에필로그 역사의 힘 236
註 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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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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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