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문화재와 세계문화유산, 역사의 진실은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기려야 하는가
2012년 설립되어 문화재 환수를 전담하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2015년 10월 현재, 국외에 소재한 우리 문화재 현황은 총 20개국에 걸쳐 16만 342점에 이른다. 그중에는 약탈당한 것도 있고 공식/비공식 절차를 통해 매매된 것도 있다. 일본이 6만 7,708점으로 전체의 42%를 갖고 있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일본으로부터 1,400여 점을 반환받은 이후 되돌려받은 국보급 문화재는 2006년 ‘조선왕조실록’과 2011년 ‘조선왕실의궤’ 등에 불과하다. 2011년 5월 프랑스국립도서관으로부터 반환받은 ‘직지’는 해당 국가에 있지 않은데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유일한 예라고 한다. 영국 왕립박물관에 있는 ‘세종대왕 측우기’, 일본 덴리(天理) 대학 중앙도서관에 있는 ‘몽유도원도’, 일본 어딘가에 있을 ‘다보탑 돌사자’ 3점, 도쿄박물관에서 용도를 몰라 뒤집힌 채 보관되었던 ‘금산사향로’ 등 아직 우리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문화재가 너무 많다.
2015년 7월 5일 일본의 하시마 섬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일본 근대산업을 일군 하시마 섬의 탄광에는 산업 역군으로 참여한 일본인 말고도 조선인 다수가 강제 징용되어 제대로 입지도 먹지도 못한 채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그런 까닭에 ‘지옥섬’으로 불렸다. 그런데 등재 이유에 조선인이 ‘강제 징용되었다’는 사실은 철저히 은폐되었다. ‘등재 취소’ 움직임이 이는 등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것은 두 달여가 지나 TV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생존자의 입을 통해 알려지면서부터이다. 이렇듯 문화재와 문화유산에 대한 왜곡도 심각한 상황이다.
도둑맞은 파르테논, 어디에서 누구의 손으로 지켜야 하는가
《파르테논 마블스, 조각난 문화유산》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이 어떻게 쪼개져 그리스와 영국 두 나라에서 보관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리스가 요청하는데도 왜 오랫동안 반환되지 않는지의 전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먼저 인류가 파르테논에 저지른 만행을 역사적으로 살펴보고([역사 속의 파르테논]), ‘보존’이라는 미명에 숨겨진 인간의 탐욕으로 이루어진 약탈과 훼손 과정을 연대기순으로 훑어본다. 그리고 영국으로 대표되는 반환하지 않으려는 입장과 그에 대한 변명, 이에 맞서 인류 유산을 온전히 지키려는 그리스의 입장을 논쟁 중심으로 탐사한다([엘긴 마블스]). 마지막으로 현재 그리스 아크로폴리스에서 4대 신전이 복원되고 있는 과정([아크로폴리스 유적 복원 사업])도 다룬다.
저자들은 모두 일관되게 파르테논의 반환과 환수, 보수, 재결합 과정이 필요한 데는 윤리적, 법적, 미학적,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마치 한 편의 역사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긴박하고 촘촘하다. 대표 저자 히친스가 인용한 여러 서신, 회의록, 문학 작품과 그의 해설을 쫓다보면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한눈에 그려진다. 때로는 저자와 함께 분노하고 때로는 저자처럼 냉철하게 이 책의 주제에 다가갈 수 있다. 이로써 문화와 문화유산이란 무엇이며, 이것들을 지킨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어판에는 이미지 70여 컷을 추가했다.
2500년 동안 파르테논이 겪어온 수난
2500년 전, 민주주의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 페리클레스와 천재 조각가 페이디아스에 의해 건설된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 파르테논. 3세기경의 대화재로 내부 일부가 손실되었고, 그 뒤 기독교 교회, 아테네 그리스정교회의 대성당, 가톨릭교회, 이슬람 모스크로 쓰이며 건축 요소가 추가되거나 뜯겼다. 모리시니가 주둔한 동안 포격으로 지붕이 날아가고 나치의 신질서를 상징하는 만卍 자 깃발이 펄럭이는 등 신성모독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신전을 가장 심각하게 약탈하고 훼손한 사람은 투르크 주재 영국 대사 엘긴이다. 그는 대리석 조각 일부를 톱으로 잘라 영국으로 가져가 빚을 갚기 위해 정부에 팔았고 그 조각들은 현재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는 파르테논 절반에 해당한다.
희대의 도굴꾼, 어리석은 인간의 탐욕, 부하의 부지런한 근성이 부른 또 다른 수난
엘긴이 투르크 술탄으로부터 받은 칙령은 “‘우상들의 성전’ 현장에서 조각의 모형을 뜨고, 스케치를 할 수 있고, 신전 주변에서 파편을 발굴할 수 있고, ‘글자나 형상이 새겨진 돌 조각’을 떼어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60쪽)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엘긴이 고용한 루시에리는 본뜨고 스케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20년간 조각을 뜯어내 영국으로 날랐다. 톱으로 대리석을 뜯어내다 두 토막을 내기도 하고, 나르기 너무 큰 조각은 일부러 잘라냈다. 조각을 싣고 영국으로 향하던 멘토르호가 바다로 침몰해 일부 조각을 영원히 잃었다. 이 대리석 조각들로 집을 꾸미려던 엘긴은 파산해 영국 재무부와 흥정을 시작했다. 과연 칙령은 정확히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가, 엘긴은 대사의 특권과 지위를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는가, 정말 이 일에 6만 2,440파운드나 들었는가, 영국 정부는 얼마에 구입하는 게 합당한가… 진짜 주인은 따로 있는데 도굴꾼과 장물아비의 흥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보존과 반환, 환수를 둘러싼 뿌리 깊은 진부한 논쟁, 그 역사
보존과 반환의 입장은 역사적으로 날선 공방을 펼쳐왔다. 보존을 주장하는 입장은 현대의 그리스인은 진짜 그리스인이 아니며, 대기오염이 심하고 보존 능력이 떨어지는 그리스보다 영국이 더 안전하고 온전히 보존할 수 있고, 파르테논 조각을 반환하면 영국의 박물관과 갤러리가 텅 빌 것이므로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는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반환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에 맞선 반환 입장은 파르테논이 곧 그리스이며, 그리스의 것이므로 파르테논은 그리스에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 저자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파르테논을 둘러싸고 벌어진, 의회를 포함한 영국 내 논쟁의 역사에서 그리스에 ‘반환하자’는 주장은 일관되었던 반면, 영국에 ‘보유하자’는 주장은 그때그때 다른 논거를 늘어놓으며 일관되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대략 6가지로 압축된 명제의 몇 가지 또는 전부를 돌아가며 썼다는 것이다(189~190쪽). 이에 대해 네이딘 고디머는 [서문]에서 “음침한 변명”이라고 일축했다(21쪽). 히친스는 영국의 바이런, 토머스 하디, 존 키츠, 그리스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인용해 이 세계문화유산의 가치를 복원한다. 어쩌면 저자의 말대로 “우리가 보유하고 있으니 우리 것”이라는 쩨쩨한 고집을 버릴 수 있는 길은 ‘법령 하나’ 만들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일지도 모른다. 문화유산을 환수하고 복원하는 일은 단지 유형의 가치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을 보유한 인류의 에토스와 역사, 종교, 신화, 도덕성, 국민성을 복원하는 일이다. ‘문화유산을 되찾아 지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볼 시점이다.
▣ 작가 소개
저 : 크리스토퍼 히친스
Christopher Eric Hitchens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영미 언론 선정 100대 지식인(그중 5위)에 오른 세계적인 정치학자 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레넌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글의 문학성까지 인정받고 있는 작가이다. 2005년 가을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와 영국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가 함께 실시한 ‘100대 공적 지식인’ 독자 투표에서 5위에 올랐다. 2만여 명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 결과, 1위가 노엄 촘스키, 2위는 움베르토 에코, 3위 리처드 도킨스, 4위 바츨라프 하벨, 그리고 5위가 히친스였다. 위르겐 하버마스는 7위, 앤서니 기든스는 39위였다.
그는 타고난 우상파괴자이자 탁월한 논쟁가로 1949년 4월 13일 영국에서 태어났다. 기독교(침례교-칼뱅주의)를 신봉하는 부계와 유대교를 신봉하는 모계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학교에서는 독실한 기독교도 교사로부터 훈육 받았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신에 대해 회의가 깊었고 어른이 되어 세계의 종교를 공부하면서부터는 특히 신(종교) 스스로가 품고 있는 ‘자기모순’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과 정치·경제를 전공. 대학 시절 트로츠키주의를 표방하는 국제사회주의자(IS) 그룹의 기관지 「국제사회주의」 통신원을 지내고, 졸업 후엔 런던의 좌파 주간지 「뉴 스테이츠먼」에 들어가 신랄한 위트와 가차 없는 논리로 현실 정치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지식인으로 활동했다. 베트남 전쟁 등 주요 국제전쟁 도발과 피노체트 정권 지원 등 정치 공작의 책임을 물어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전쟁범죄자·반인륜범죄자로 기소한 단행본을 펴내기도 했고, 가톨릭 교회 등을 비판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81년 미국으로 옮겨가 ‘좌파의 기함(旗艦)’을 자처하는 정치 주간지 「더 네이션」과 「배니티 페어」등 진보적이거나 자유주의적인 잡지 신문들에 기고하며 많은 책을 펴냈다. 뉴스쿨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했으며 기고와 방송 활동도 활발히 했다. 글을 쓰며 진보적 저널리스트로 평생을 살았다. 《신은 위대하지 않다》 《자비를 팔다》 등 몇몇 논쟁적 저서들로 인해 리처드 도킨스와 함께 세계적인 무신론자로 더욱 잘 알려져 있지만 종교를 비롯한 국가?민족, 인종, 사회질서 등 온갖 비이성적 논리에 의해 자행되는 전쟁과 폭력에 온몸으로 맞서 싸운 전투적 인본주의자였다. 다양한 토크쇼와 순회강연을 통해 신랄한 위트와 가차 없는 논리로 현실 비판의 힘을 보여준 그는 이 시대 가장 탁월한 논쟁가로 대중적인 인기도 얻었다. 2011년 12월 15일에 사망했다.
한국과 특별한 인연도 있는데 1985년 김대중 씨가 사실상의 망명지인 미국에서 돌아올 때 함께했던 미국인들 중엔 히친스도 있었다. 근년에 낸 저서에서도 그는 “김대중 씨가 서울의 공항에서 다시 붙잡혀 가던 순간에 그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아직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은 위대하지 않다』, 『토머스 페인의 ‘인간의 권리’』, 『토머스 제퍼슨』,『길고도 짧은 전쟁』, 『오웰의 승리』, 『헨리 키신저 재판』등이 있다.
역 : 김영배
한동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고든콘웰 신학대학원(Gordon-Conwell Theological Seminary)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와튼 KMA 스쿨(Wharton-KMA School),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에서 교육 및 연구 활동을 했다. 현재는 숭실대학교 입학사정관으로 재직 중이다. 국제정치, 사회, 교육 분야에 관한 책을 번역해왔으며 옮긴 책으로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 《정부를 팝니다》, 《식량 주권》 등이 있다.
역자 : 안희정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미술연구소에서 근무했으며 미술과 인문, 청소년 책을 기획 편집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그림이 보인다》, 《인류 우리 모두의 이야기》, 《나쁜 과학자들》이 있다.
▣ 주요 목차
네이딘 고디머 서문
크리스토퍼 히친스 서문
1. 역사 속의 파르테논 _ 로버트 브라우닝
2. 엘긴 마블스 _ 크리스토퍼 히친스
파르테논 마블스가 흩어진 두 곳
- 파르테논이 태어난 아크로폴리스
- 파르테논 반쪽이 옮겨간 영국의 블룸즈버리
첫 번째 취득, 엘긴이 파르테논을 뜯어내다
두 번째 취득, 엘긴이 파르테논을 팔아먹다
첫 번째 논쟁, 그리스로 돌려보내야 한다
두 번째 논쟁, 영국에 두는 게 더 낫다
소박한 제안
3. 아크로폴리스 유적 복원 사업 _ 차라람보스 보라스
부록 1 파르테논 마블스의 현재 위치
부록 2 1816년 하원 의회 의사록
부록 3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파르테논 갤러리
이미지 저작권 및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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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와 세계문화유산, 역사의 진실은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을 지키고 기려야 하는가
2012년 설립되어 문화재 환수를 전담하는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2015년 10월 현재, 국외에 소재한 우리 문화재 현황은 총 20개국에 걸쳐 16만 342점에 이른다. 그중에는 약탈당한 것도 있고 공식/비공식 절차를 통해 매매된 것도 있다. 일본이 6만 7,708점으로 전체의 42%를 갖고 있다. 1965년 한일협정으로 일본으로부터 1,400여 점을 반환받은 이후 되돌려받은 국보급 문화재는 2006년 ‘조선왕조실록’과 2011년 ‘조선왕실의궤’ 등에 불과하다. 2011년 5월 프랑스국립도서관으로부터 반환받은 ‘직지’는 해당 국가에 있지 않은데도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유일한 예라고 한다. 영국 왕립박물관에 있는 ‘세종대왕 측우기’, 일본 덴리(天理) 대학 중앙도서관에 있는 ‘몽유도원도’, 일본 어딘가에 있을 ‘다보탑 돌사자’ 3점, 도쿄박물관에서 용도를 몰라 뒤집힌 채 보관되었던 ‘금산사향로’ 등 아직 우리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문화재가 너무 많다.
2015년 7월 5일 일본의 하시마 섬이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일본 근대산업을 일군 하시마 섬의 탄광에는 산업 역군으로 참여한 일본인 말고도 조선인 다수가 강제 징용되어 제대로 입지도 먹지도 못한 채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그런 까닭에 ‘지옥섬’으로 불렸다. 그런데 등재 이유에 조선인이 ‘강제 징용되었다’는 사실은 철저히 은폐되었다. ‘등재 취소’ 움직임이 이는 등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것은 두 달여가 지나 TV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생존자의 입을 통해 알려지면서부터이다. 이렇듯 문화재와 문화유산에 대한 왜곡도 심각한 상황이다.
도둑맞은 파르테논, 어디에서 누구의 손으로 지켜야 하는가
《파르테논 마블스, 조각난 문화유산》은 그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이 어떻게 쪼개져 그리스와 영국 두 나라에서 보관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리스가 요청하는데도 왜 오랫동안 반환되지 않는지의 전 과정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먼저 인류가 파르테논에 저지른 만행을 역사적으로 살펴보고([역사 속의 파르테논]), ‘보존’이라는 미명에 숨겨진 인간의 탐욕으로 이루어진 약탈과 훼손 과정을 연대기순으로 훑어본다. 그리고 영국으로 대표되는 반환하지 않으려는 입장과 그에 대한 변명, 이에 맞서 인류 유산을 온전히 지키려는 그리스의 입장을 논쟁 중심으로 탐사한다([엘긴 마블스]). 마지막으로 현재 그리스 아크로폴리스에서 4대 신전이 복원되고 있는 과정([아크로폴리스 유적 복원 사업])도 다룬다.
저자들은 모두 일관되게 파르테논의 반환과 환수, 보수, 재결합 과정이 필요한 데는 윤리적, 법적, 미학적, 정치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마치 한 편의 역사 추리소설을 읽는 것처럼 긴박하고 촘촘하다. 대표 저자 히친스가 인용한 여러 서신, 회의록, 문학 작품과 그의 해설을 쫓다보면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한눈에 그려진다. 때로는 저자와 함께 분노하고 때로는 저자처럼 냉철하게 이 책의 주제에 다가갈 수 있다. 이로써 문화와 문화유산이란 무엇이며, 이것들을 지킨다는 의미는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이해를 돕기 위해 한국어판에는 이미지 70여 컷을 추가했다.
2500년 동안 파르테논이 겪어온 수난
2500년 전, 민주주의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 페리클레스와 천재 조각가 페이디아스에 의해 건설된 인류 최고의 문화유산 파르테논. 3세기경의 대화재로 내부 일부가 손실되었고, 그 뒤 기독교 교회, 아테네 그리스정교회의 대성당, 가톨릭교회, 이슬람 모스크로 쓰이며 건축 요소가 추가되거나 뜯겼다. 모리시니가 주둔한 동안 포격으로 지붕이 날아가고 나치의 신질서를 상징하는 만卍 자 깃발이 펄럭이는 등 신성모독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이 신전을 가장 심각하게 약탈하고 훼손한 사람은 투르크 주재 영국 대사 엘긴이다. 그는 대리석 조각 일부를 톱으로 잘라 영국으로 가져가 빚을 갚기 위해 정부에 팔았고 그 조각들은 현재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이는 파르테논 절반에 해당한다.
희대의 도굴꾼, 어리석은 인간의 탐욕, 부하의 부지런한 근성이 부른 또 다른 수난
엘긴이 투르크 술탄으로부터 받은 칙령은 “‘우상들의 성전’ 현장에서 조각의 모형을 뜨고, 스케치를 할 수 있고, 신전 주변에서 파편을 발굴할 수 있고, ‘글자나 형상이 새겨진 돌 조각’을 떼어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60쪽)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엘긴이 고용한 루시에리는 본뜨고 스케치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20년간 조각을 뜯어내 영국으로 날랐다. 톱으로 대리석을 뜯어내다 두 토막을 내기도 하고, 나르기 너무 큰 조각은 일부러 잘라냈다. 조각을 싣고 영국으로 향하던 멘토르호가 바다로 침몰해 일부 조각을 영원히 잃었다. 이 대리석 조각들로 집을 꾸미려던 엘긴은 파산해 영국 재무부와 흥정을 시작했다. 과연 칙령은 정확히 무슨 내용을 담고 있는가, 엘긴은 대사의 특권과 지위를 사적인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았는가, 정말 이 일에 6만 2,440파운드나 들었는가, 영국 정부는 얼마에 구입하는 게 합당한가… 진짜 주인은 따로 있는데 도굴꾼과 장물아비의 흥정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보존과 반환, 환수를 둘러싼 뿌리 깊은 진부한 논쟁, 그 역사
보존과 반환의 입장은 역사적으로 날선 공방을 펼쳐왔다. 보존을 주장하는 입장은 현대의 그리스인은 진짜 그리스인이 아니며, 대기오염이 심하고 보존 능력이 떨어지는 그리스보다 영국이 더 안전하고 온전히 보존할 수 있고, 파르테논 조각을 반환하면 영국의 박물관과 갤러리가 텅 빌 것이므로 선례를 남기면 안 된다는 제국주의적 시각에서 반환을 거부하는 것이다. 이에 맞선 반환 입장은 파르테논이 곧 그리스이며, 그리스의 것이므로 파르테논은 그리스에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표 저자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파르테논을 둘러싸고 벌어진, 의회를 포함한 영국 내 논쟁의 역사에서 그리스에 ‘반환하자’는 주장은 일관되었던 반면, 영국에 ‘보유하자’는 주장은 그때그때 다른 논거를 늘어놓으며 일관되지 않았다고 분석한다. 대략 6가지로 압축된 명제의 몇 가지 또는 전부를 돌아가며 썼다는 것이다(189~190쪽). 이에 대해 네이딘 고디머는 [서문]에서 “음침한 변명”이라고 일축했다(21쪽). 히친스는 영국의 바이런, 토머스 하디, 존 키츠, 그리스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를 인용해 이 세계문화유산의 가치를 복원한다. 어쩌면 저자의 말대로 “우리가 보유하고 있으니 우리 것”이라는 쩨쩨한 고집을 버릴 수 있는 길은 ‘법령 하나’ 만들면 되는 아주 간단한 일일지도 모른다. 문화유산을 환수하고 복원하는 일은 단지 유형의 가치뿐만 아니라 문화유산을 보유한 인류의 에토스와 역사, 종교, 신화, 도덕성, 국민성을 복원하는 일이다. ‘문화유산을 되찾아 지키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겨볼 시점이다.
▣ 작가 소개
저 : 크리스토퍼 히친스
Christopher Eric Hitchens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영미 언론 선정 100대 지식인(그중 5위)에 오른 세계적인 정치학자 겸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레넌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글의 문학성까지 인정받고 있는 작가이다. 2005년 가을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와 영국 정치평론지 「프로스펙트」가 함께 실시한 ‘100대 공적 지식인’ 독자 투표에서 5위에 올랐다. 2만여 명이 참여한 온라인 투표 결과, 1위가 노엄 촘스키, 2위는 움베르토 에코, 3위 리처드 도킨스, 4위 바츨라프 하벨, 그리고 5위가 히친스였다. 위르겐 하버마스는 7위, 앤서니 기든스는 39위였다.
그는 타고난 우상파괴자이자 탁월한 논쟁가로 1949년 4월 13일 영국에서 태어났다. 기독교(침례교-칼뱅주의)를 신봉하는 부계와 유대교를 신봉하는 모계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학교에서는 독실한 기독교도 교사로부터 훈육 받았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신에 대해 회의가 깊었고 어른이 되어 세계의 종교를 공부하면서부터는 특히 신(종교) 스스로가 품고 있는 ‘자기모순’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과 정치·경제를 전공. 대학 시절 트로츠키주의를 표방하는 국제사회주의자(IS) 그룹의 기관지 「국제사회주의」 통신원을 지내고, 졸업 후엔 런던의 좌파 주간지 「뉴 스테이츠먼」에 들어가 신랄한 위트와 가차 없는 논리로 현실 정치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지식인으로 활동했다. 베트남 전쟁 등 주요 국제전쟁 도발과 피노체트 정권 지원 등 정치 공작의 책임을 물어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전쟁범죄자·반인륜범죄자로 기소한 단행본을 펴내기도 했고, 가톨릭 교회 등을 비판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는 81년 미국으로 옮겨가 ‘좌파의 기함(旗艦)’을 자처하는 정치 주간지 「더 네이션」과 「배니티 페어」등 진보적이거나 자유주의적인 잡지 신문들에 기고하며 많은 책을 펴냈다. 뉴스쿨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했으며 기고와 방송 활동도 활발히 했다. 글을 쓰며 진보적 저널리스트로 평생을 살았다. 《신은 위대하지 않다》 《자비를 팔다》 등 몇몇 논쟁적 저서들로 인해 리처드 도킨스와 함께 세계적인 무신론자로 더욱 잘 알려져 있지만 종교를 비롯한 국가?민족, 인종, 사회질서 등 온갖 비이성적 논리에 의해 자행되는 전쟁과 폭력에 온몸으로 맞서 싸운 전투적 인본주의자였다. 다양한 토크쇼와 순회강연을 통해 신랄한 위트와 가차 없는 논리로 현실 비판의 힘을 보여준 그는 이 시대 가장 탁월한 논쟁가로 대중적인 인기도 얻었다. 2011년 12월 15일에 사망했다.
한국과 특별한 인연도 있는데 1985년 김대중 씨가 사실상의 망명지인 미국에서 돌아올 때 함께했던 미국인들 중엔 히친스도 있었다. 근년에 낸 저서에서도 그는 “김대중 씨가 서울의 공항에서 다시 붙잡혀 가던 순간에 그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아직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은 위대하지 않다』, 『토머스 페인의 ‘인간의 권리’』, 『토머스 제퍼슨』,『길고도 짧은 전쟁』, 『오웰의 승리』, 『헨리 키신저 재판』등이 있다.
역 : 김영배
한동대학교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고든콘웰 신학대학원(Gordon-Conwell Theological Seminary)에서 교육학을 전공했다. 일민국제관계연구원, 와튼 KMA 스쿨(Wharton-KMA School),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에서 교육 및 연구 활동을 했다. 현재는 숭실대학교 입학사정관으로 재직 중이다. 국제정치, 사회, 교육 분야에 관한 책을 번역해왔으며 옮긴 책으로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 《정부를 팝니다》, 《식량 주권》 등이 있다.
역자 : 안희정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이화여자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미술연구소에서 근무했으며 미술과 인문, 청소년 책을 기획 편집 번역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그림이 보인다》, 《인류 우리 모두의 이야기》, 《나쁜 과학자들》이 있다.
▣ 주요 목차
네이딘 고디머 서문
크리스토퍼 히친스 서문
1. 역사 속의 파르테논 _ 로버트 브라우닝
2. 엘긴 마블스 _ 크리스토퍼 히친스
파르테논 마블스가 흩어진 두 곳
- 파르테논이 태어난 아크로폴리스
- 파르테논 반쪽이 옮겨간 영국의 블룸즈버리
첫 번째 취득, 엘긴이 파르테논을 뜯어내다
두 번째 취득, 엘긴이 파르테논을 팔아먹다
첫 번째 논쟁, 그리스로 돌려보내야 한다
두 번째 논쟁, 영국에 두는 게 더 낫다
소박한 제안
3. 아크로폴리스 유적 복원 사업 _ 차라람보스 보라스
부록 1 파르테논 마블스의 현재 위치
부록 2 1816년 하원 의회 의사록
부록 3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파르테논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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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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