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부부에게 사랑법을 묻다 (2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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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정창권
출판사항푸른역사, 발행일:2015/03/01
형태사항p.285 국판:22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91156120384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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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조선시대 부부 사이는 어떠했을까?
성리학이 개개인의 삶을 얽어매던 시절, 성리학은 여성에게 결코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조선시대 부부관계는 ‘삼종지도三從之道’, ‘부창부수夫唱婦隨’, ‘내외內外’ 등 아내가 남편에게 순종하는 모습이 연상된다. 하지만 조선시대 관련 자료들을 들여다보면 그러한 통념이 깨진다.
평소 조선인의 삶을 이야기로 풀어 세상에 알려오는 일에 천착해 온 저자 정찬권 교수(고려대학교)가 이번엔 양성평등의 입장에서 부부관계가 돈독했던 열 쌍의 사례를 통해 그에 조선시대 부부의 ‘깨는’ 모습을 자세히 살폈다. 조선 중기의 이황, 유희춘, 원이 엄마 부부, 조선 후기의 이광사, 박지원, 서유본, 심노숭, 김삼의당, 강정일당, 김정희 부부 등의 다양한 일화들을 토대로 이들과의 인터뷰를 시도해 재미있고 생생하게 그들의 부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우리는 조선시대 부부관계에 대해 잘못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조선은 유교 사회로 부부관계가 대단히 남성 중심적이고 권위적이며, 심지어 폭력적이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죠. 하지만 조선시대 부부들은 예禮를 중시하는 유교의 가르침에 따라 늘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했습니다. 그리고 부부간 소통을 매우 중시해서 평소에 도 끊임없이 시나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마음을 나누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그들은 의외로 자연스럽게 사랑을 표현하며 다정다감한 부부생활을 했습니다. 그리하여 결국 지우知友, 곧 나를 알아주는 친구요, 더 나아가 서로를 키워 주는 ‘인생 동료’가 되고자 했습니다.
─[프롤로그] 중에서


자네가 그리워 편지를 쓰다
이 책은 ‘남귀여가혼男歸女家婚’이라는 말로 조선 초기 혼인 풍습에 대해 풀어간다. 남귀여가혼이란 남자, 즉 신랑이 여가, 처가에 들어가 사는 방식으로 혼인하는 것은 말하니 흔히 장가丈家를 간다는 말이다. 조선 초기만 해도 혼인을 하면 남자가 처가에 가서 사는 혼인, 즉 장가를 갔지, 여자가 시가에 들어와 사는, 시집을 가는 것이 아니었다.
이 책은 원이 엄마의 편지를 소개한다. 이 편지는 1998년 경북 안동시 정상동 기슭에 있는 무덤에서 발굴된 원이 엄마의 편지로 아들 원이를 두고 서른한 살에 요절한 남편 이응태(1556~1586)에게 쓴 것이다. 남편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드러낸 원이 엄마의 편지가 발견되자 420년이 지나서도 큰 울림으로 퍼져갔다. 원이 엄마의 사연은 장편 소설의 모티브가 되었고 오페라, 대중가요의 소재가 되고 있다.
저자는 이 편지에서 ‘자네’라는 단어와 어투에 주목한다. 원이 엄마는 남편을 가리켜 자네라는 말을 사용했고 문장을 끝맺는 어투도 친구에게 말하듯 ‘-소’, ‘-네’라고 하였다. ‘자네’는 오늘날 아랫사람을 지칭할 때 쓰는 호칭이며, ‘-소’도 최소한 동등한 처지에서 쓰는 어투다. 또한 “이보소! 남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라고 하니, 남편 이응태가 “둘이 머리가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요즘 부부들도 쉽게 하기 힘든 애정 표정이다.

자네 항상 내게 이르되 “둘이 머리가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는 두고 자네 먼저 가시는가? 나와 자식은 누구에게 기대어 어 찌 살라 하고, 다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 자네는 나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 졌고, 나는 자네에게 마음을 어떻게 가졌던가? 함께 누우면 내 언제나 자네에게 이르되 “이보소! 남들도 우리처럼 서로 어여삐 여기고 사랑할까?” 어찌 그런 일을 생각하지 않고 나를 버리고 먼저 가시는가? 자네 여의고는 아무래도 나는 살 힘이 없네. 빨리 자네한테 가고자 하니 나를 데려가소.
─[영혼에게 보내는 두 통의 편지] 중에서


송덕봉이 남편에게 보낸 경고 편지
이 책은 또한 미암 유희춘과 그 부인 송덕봉을 소개한다. 미암 유희춘(1513~1577)은 11년간 기록한 《미암일기》를 남기고 홍문관 부제학을 지낸 학자였다. 그런데 그 부인 송덕봉 역시 문장가인 남편으로부터 “부인이 나에게 화답한 시가 매우 아릅답다”는 칭송을 받을 정도로 시를 잘 지었다.
송덕봉은 16세에 유희춘과 혼인하여 아들과 딸 한 명씩 낳았다. 유희춘은 관직에 머물다 1547년부터 1567년까지 20여 년간 함경도 종성과 충청도 은진에서 유배 생활을 하였다. 그 시절 부인이 집안 살림을 다하였다. 1567년 11월 다시 관직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1570년 어느 날 홀로 한양에 지내면서 3~4개월이나 여색을 가까이 하지 않은 일을 아내에게 은근히 자랑하는 편지를 써서 보냈다. 이를 본 송덕봉이 즉시 담양 집에서 답장을 보냈다.

엎드려 편지를 보니 갚기 어려운 은혜를 베푼 양하였는데 감사하기가 그지없소. 단 군자가 행실을 닦고 마음을 다스림은 성현의 밝은 가르침인데, 어찌 아녀자를 위해 힘쓴 일이겠소.…… 이로 본다면 당신은 아마도 겉으로 인의를 베푸는 척하는 폐단과 남이 알아주기를 서두르는 병폐가 있는 듯하오. 내가 가만히 살펴보니 의심스러움이 한량이 없소.…… 나는 옛날 당신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사방에 돌봐 주는 사람이 없고, 당 신은 만 리 밖에 있어 하늘을 향해 울부짖으며 슬퍼하기만 했소. 그래도 나 는 지성으로 예에 따라 장례를 치르면서 남에게 부끄럽지 않게 했는데, 곁 에 있는 사람들이 "묘를 쓰고 제사를 지냄이 비록 친자식이라도 이보다 더 할 순 없다!"라고 하였소.…… 원컨대 당신은 영원히 잡념을 끊고 기운을 보양하여 수명을 늘리도록 하 시오. 이것이 내가 밤낮으로 바라는 바이오. 나의 뜻을 이해하고 깊이 살피 기를 엎드려 바라오.
─[우린 친구 같은 부부였다] 중에서

아내의 편지를 받은 유희춘은 “부인의 말과 뜻이 다 좋아 탄복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부부사랑, 어떻게 할 것인가
앞의 예로 든 부부의 모습을 보면 그동안 조선시대에는 부부가 내외했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조선시대 부부들도 나름대로 멋진 사랑을 했다. 비록 현대 사람들처럼 겉으로 요란하고 떠들썩하지는 않았지만, 그들 역시 은근하면서도 깊은 사랑을 나누었다. 그렇다면 이 책이 말하는 조선시대 부부사랑의 비결은 무엇일까?
첫째,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해 주었다. 특히 겉으로만 조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진심으로 대하고자 했다. 예를 들어 퇴계 이황은 아내 권씨가 지적장애를 갖고 있었음에도 그 부족한 부분들을 품어주며 별다른 문제없이 잘 살아갔다. 또 강정일당의 남편 윤광연은 부인을 존중하는 차원을 넘어 한평생 자신의 스승으로 여기며 살았다.
둘째, 부부간의 소통을 매우 중시했다. 조선시대엔 교통이 발달하지 않아서 부부생활이 대단히 고정적이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조선시대 부부들도 수학이나 관직, 유배, 근친 등의 이유로 서로 떨어져 지내는 경우가 의외로 많았다. 그럼에도 이들의 사랑은 쉽게 식지 않았는데, 평소 시나 편지로 끊임없이 안부를 묻거나 사랑을 표현하며 서로 마음을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유희춘과 송덕봉, 김정희와 예안이씨 부부다.
셋째,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조선은 유교사회로 희로애락喜怒哀樂 등 인간의 본능적인 감정을 최대한 숨겨야 했던 것처럼 말한다. 특히 부부간의 애정표현은 더욱 금해야 했던 것처럼 말한다. 하지만 조선시대 부부들은 의외로 자연스럽게 사랑을 표현하며 다정다감한 부부생활을 했다. 심지어 부부간의 성문제에 있어서도 예상 외로 개방적이고 적극적이었다. 추사 김정희의 경우도 수많은 편지에서 “비록 집 밖에 나와 있어도 한결같이 당신을 생각한다”고 말하거나, “엎드려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 끝이 없다”라고 하는 등 적극적으로 사랑을 표현했다.
넷째, 부부는 가장 좋은 친구였다. 조선시대 부부들은 나를 알아주는 친구, 즉 지우知友요, 더 나아가 나를 키워주는 관계인 ‘인생 동료’가 되고자 했다. 이 책에서 인터뷰한 이빙허각과 서유본은 인생동료뿐 아니라 학문적 동료였다. 또 윤광연은 아내 강정일당을 부인이자 벗이요, 스승처럼 여기며 살았다. 그래서 아내의 사후 그 문집을 대대적으로 간행하기도 했다. 단언컨대 이러한 부부상은 21세기인 오늘날에도 결코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라 할 수 있다.
다섯째, 자식 사랑도 대단했다. 특히 조선 후기 남성들은 아내를 잃은 후에 그 사랑을 자식들에게 쏟곤 했다. 그래서 이 시기 부부사랑은 가족 사랑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조선 후기에 가족주의가 강화되었기 때문인 듯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문벌 사회의 도래로 집안이 중요해지면서 남성들도 이제 가족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이광사와 박지원을 인터뷰한다.


인문학의 상상력을 회복하라
이 책은 조선 부부의 사랑법을 인터뷰 형식의 독특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풀어놓고 있다. 어찌 보면 황당한 설정일 수도 있지만, 그로 인해 당시 사람들의 실제 모습이나 생활, 공간, 철학 등을 생생하고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이다. 또 기존의 단조로운 설명형 서술 방식보다 훨씬 다양하고 깊이 있는 전달 방식이라 하겠다.
저자는 이와 같은 서술 방식을 ‘인문학의 상상력을 회복’하기한 시도라고 한다. 인문학의 본질은 상상과 창조라는 것이다. 반면 우리 인문학은 여전히 조선시대 유학자들처럼 눈에 보이는 현실적 수준에만 빠져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시도를 계기로 앞으로 우리 인문학도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여 획기적인 소재 찾기와 독특한 글쓰기 방식을 구사하여 독자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이 책의 부부 이야기는, 제약은 더 있었겠지만 오늘날 부부들의 모습과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다. 그 부분에서 오늘날 우리는 부부관계의 지향성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 작가 소개

저자 : 정창권
고려대학교 및 동대학원 국문과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현재 고려대학교 교양교직부 초빙교수, 국립한글박물관 콘텐츠 자문위원, 서울시 스토리텔링 자문위원을 맡고 있으며, 주로 여성사, 장애인사, 하층민사 등 역사 속 소외계층을 연구하고 널리 알리는 데 힘쓰고 있다. 대표 저서로 《홀로 벼슬하며 그대를 생각하노라》, 《향랑, 산유화로 지다》,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 《꽃으로 피기보다 새가 되어 날아가리》, 《역사 속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 《기이한 책장수 조신선》, 《거리의 이야기꾼 전기수》, 《포도대장 장붕익, 검계를 소탕하다》, 《한쪽 눈의 괴짜화가 최북》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역사 인터뷰로 듣는 조선시대 부부사랑 이야기
과연 군자다운 남편이었다_이황·안동권씨
우린 친구 같은 부부였다_유희춘·송덕봉
영혼에게 보내는 두 통의 편지_이응태·원이 엄마
조선의 매 맞는 남자들
어찌 그리 허무하게 가시는고_이광사·문화유씨
지조 있는 남자_박지원·전주이씨
금슬 좋은 학자 부부_서유본·이빙허각
조선 선비의 눈물_심노숭·전주이씨
천생연분의 운명_하욱·김삼의당
아내는 나의 멘토였다_윤광연·강정일당
추사의 한글 편지_김정희·예안이씨
에필로그: 부부란 무엇으로 사는가
참고문헌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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