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바늘과 실로 그린 군주의 권력과 영예!
올올이 얽힌 의미와 상징을 읽다
수천 년을 군림해온 최고의 예복, 면복!
동아시아 신분사회에선 신분에 걸맞은 옷과 장식이 정해져 있었다. 황제나 왕도 제복(祭服), 조복(朝服), 상복(常服) 등 평상시에 입는 옷과 격식 있는 의례에 입는 옷이 예법으로 정해져 있었다. 수놓는 무늬 또한 마찬가지였다. 군주의 옷 중에 의례에만 착용했던 중요한 옷, 가장 높은 지위와 권위, 의미를 지녔던 옷이 ‘면복(冕服)’이다. 중국, 한국, 베트남 등 동아시아 문화권의 군주 및 군주 계승권자는 모두 면복을 입었으며 그 위에 특정 무늬를 새겼다. 신분사회의 정점에 있던 사람의 옷인 만큼 화려함과 의미가 농축되었고 이 과정에서 지도자의 권위는 물론, 그가 응당 지녀야 할 여러 자질도 투영했다. 즉, 면복은 동아시아 지도자의 권위와 자질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옷이다. 문학동네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의 열네번째 책 『면복―군주의 덕목을 옷으로 표현하다』는 상고시대부터 근대까지 수천 년간 군주 최고(最高) 예복으로 군림해온 면복의 구성과 상징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이를 통해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의 세계관 및 가치관을 소개한다.
면복의 구성과 그에 담긴 이야기
면복은 글자 그대로 풀면 ‘면관을 쓸 때 착용하는 복식’으로, 면은 면관, 복은 거기에 딸리는 여러 부속품을 말한다. 면복은 관모부터 신발까지 여러 구성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머리에 쓰는 면관, 몸 가리개의 용도로 쓰였던 폐슬(蔽膝), 하상(下裳, 하의에 해당), 상의(上衣), 그리고 그 사이에 입는 중단(中單), 허리띠의 종류인 대대(大帶)와 혁대(革帶), 바지, 버선, 석(?, 신발), 허리에 다는 패옥(佩玉), 손에 드는 규(圭), 목에 거는 방심곡령(方心曲領) 등 옷과 소품이 정해져 있으며 세부적인 모양과 색깔, 무늬 등은 착용자의 신분에 따라 달랐다. 황제와 왕의 면복이 다르고, 왕과 왕세손의 면복이 달랐다.
중요한 것은 모든 구성품이 각각의 의미가 있고, 지도자의 권위와 역할, 자질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모양과 숫자, 무늬 등은 임의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 음양오행을 비롯한 동양철학 및 당시의 세계관을 주도면밀히 반영한 것이다. 저자는 면복의 구성품에 담긴 의미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면복의 면관에는 열두 줄이 달려 있고 상하의에는 열두 무늬를 넣는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왜 하필 ‘열두’ 줄인지,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문화의 맥락에서 설명하고 있다.
*열두 줄, 열두 개의 구슬, 열두 무늬―왜 12일까
황제의 면관에는 열두 줄(12류)을 달고 각각 열두 개(12량)의 옥을 뀄다. 그리고 시대마다 차이가 있지만 상의와 하상을 통틀어 열두 무늬(12장문)를 새겼다. 12는 예로부터 하늘의 큰 수[大數]로 여겨졌다. 그러므로 황제의 지극한 권위를 표현할 때 ‘12’라는 숫자를 사용한 것이다.
*앞은 둥글고 뒤는 모난 이유
면관의 가장 윗부분에 오는 직사각형 판을 보면, 그냥 직사각형이 아니라 앞부분은 둥글고 뒷부분은 모난 것을 알 수 있다. 목에 거는 장식인 방심곡령 또한 목에 거는 윗부분은 둥글고 가슴에 닿게 하는 아랫부분은 모나다. 왜 이런 형태로 만든 것일까? 그것은 당시 사람들이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고, 이를 면복에 형상화하려 했기 때문이다.
*상의에는 그림을 그리고 하의에는 수를 놓은 이유
면복을 보면 무늬를 넣을 때 상의에는 그림을 그리고, 하의에는 수를 놓았다. 왜 상의에는 수를 놓지 않고, 하의에는 그림을 그리지 않은 것일까? 상의는 위에 있으므로 음양(陰陽) 중 양(陽)에 해당한다. 그림은 가볍고 뜨는 것을 주관하기 때문에 그림과 양의 성질이 유사하다고 본 것이다. 반면 자수는 천을 찌르는데다 천에 실의 무게가 더해지므로 무거움과 깊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음양 중 음(陰)을 주관하는 하의에는 자수의 방식으로 무늬를 넣었다.
*붉은 신에 검정 술을 다는 이유
면복의 신발인 ‘석’은 붉은색이었다. 그러나 석에 다는 술은 검은색이었는데 이는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었다. 신발을 비롯하여 면복의 배색에는 음양오행의 원리를 반영했다. 즉 동서남북의 북쪽을 상징하는 적색(赤色)이 바탕이면 음양오행의 원리를 따라 반대편인 남쪽을 상징하는 흑색(黑色)을 써야 했던 것이다. 시대에 따라 변칙이 발생했으나 이는 배색의 기본 원리였다.
열두 무늬에 담긴 지도자의 이상과 자질
면복의 상의와 하상에는 열두 무늬를 넣었다. 이를 12장문(章文)이라 한다. 일(日), 월(月), 성신(星辰), 용(龍), 산(山), 화(火), 화충(華蟲), 종이(宗彛), 조(藻), 분미(粉米), 보(?), 불(?)이 그것이다. 12장문은 면복에서도 가장 특징적인 부분으로 동아시아의 세계관과 정치관이 잘 드러난다.
‘일’은 해를 표현한 것이다. ‘월’은 달을 표현한 것이다. 일과 월은 각각 양과 음을 상징한다. ‘성신’은 별이다. 성신은 땅의 만물을 상징한다. 해, 달, 별 이 셋은 광명을 비추어 어두움을 몰아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상상의 동물 ‘용’은 물을 대표한다. 용을 그릴 때는 반드시 물을 함께 그려야 한다고 여겼다. 조선시대에 용무늬는 왕만 쓸 수 있었다. 면복에 용을 그리는 것은 신묘한 변화를 취해 상황에 맞게 적절히 대처하는 것을 의미했다. ‘산’은 흙, 땅을 대표하는 것으로 앞서 말한 일, 월, 성신과 대응된다. 산 무늬는 백성이 우러러볼 수 있는 군주의 어짊[仁]을 뜻하는 동시에 백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화’는 불을 표현한 것으로 불은 오래전부터 생산력과 권력의 상징이었다. 화염은 항상 위를 향해 올라가므로 군주의 권력을 상징하기에 적합했다. ‘화충’은 꿩으로 다채로움을 나타낸다. 다채로운 문채가 군주의 인덕을 상징한다고 여겼다. ‘종이’는 제사에 사용하는 술잔인데 하나는 호랑이를 그리고 하나는 원숭이를 그린다. 호랑이의 용맹함과, 비가 오면 꼬리를 들어올려 코를 막아 콧속으로 빗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는 황금원숭이의 지혜로움을 표현한 것이다. ‘조’는 물풀로 군주의 깨끗함과 산뜻함을 상징한다. ‘분미’는 쌀 무늬로 쌀의 깨끗함을 상징하는 동시에 백성을 먹여 살린다는 의미를 띤다. 보는 도끼를 무늬로 표현한 것으로 국가 경영을 위한 단호한 결단력을 상징한다. 마지막 불 무늬는 사물을 형상화한 것이 아니라 관념에 의한 것인데 ‘기(己)’ 또는 ‘이(已)’ 자가 서로 등을 맞대고 있어 군주와 신하가 서로 거리를 두는 동시에 때로는 힘을 합쳐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상의 열두 무늬, 12장문은 오직 황제만이 전부 사용할 수 있었고 왕과 왕세자, 왕세손은 차등을 두어 일부를 사용했다. 12장문은 자연세계를 형상화한다. 또 인간세계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덕을 모두 겸비한 이상적 황제의 모습을 그린다. 하늘의 아들[天子]이자 자연세계와 인간세계의 주인인 군주는 두 세계의 질서를 책임져야 하는 지도자의 책무를 지니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지도자임을 항시 자각하고 경계하라
면복의 유래와 구성, 용례 등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많은 것이 동아시아의 세계관, 정치관 등과 촘촘히 연결돼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옛사람들이 지도자를 어떤 존재로 바라보았으며, 어떤 덕목을 기대했는지를 읽을 수 있다. 또한 세상이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는지에 대한 옛사람들의 사고방식 또한 엿볼 수 있다.
면복은 실용적인 옷이 아니었다. 면복은 유교적 세계관과 가치관 및 군주관을 반영하는 각종 장식과 무늬로 가득했다. 당시의 지도자는 자신이 ‘하늘의 아들’ ‘백성의 부모’임을 알려주는 면복 앞에서 권위와 책임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면복은 권력자의 자세에 영향을 끼치는 경건한 옷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미시적인 눈으로 거시적 역사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최연우
한산모시의 고장 충남 서천이 고향이다. 고등학교때까지 모시 짜는 일을 보고 자라, 복식사 연구를 천생의 업(業)으로 생각한다. 상하이 둥화 대학(東華大學, 전 중국방직대학교)에서 「중국 역대 제왕 면복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단국대학교 전통복식연구소 연구원과 동양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단국대학교 대학원 전통의상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전통복식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왕실 및 황실, 관원 등 지배층의 복식에 관심이 많다. 단순히 형태를 들여다보는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긴 문화사를 읽고자 애쓴다. 관혼상제 등의 전통 의례에 착용한 예복을 주로 연구하며, 상장례 복식에 관한 연구성과로 주목을 받았다.
저서로 『대한제국―잊혀진 100년 전의 황제국』(공저) 등이 있고, 논문으로 「『대한예전大韓禮典』 복식제도 연구」「대한제국기 궁내부宮內府 대례복大禮服 연구」「전통상례 중 복復과 복의復衣의 조선적 변용」「출토복식出土服飾을 통해 본 조선시대 ‘불뉴不紐’의 변용」「석?에 적용된 회차?次와 수차繡次의 배색원칙」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006
1_ 전통시대 최고 예복, 면복 009
‘면복’이란 무엇인가? | 탄생과 전래 | 누가 입었나?
2_ 면복의 구성― 면복에 담긴 이야기와 상징 029
영광의 면류관 | 생식기 가리개에서 예복으로?폐슬, 하상, 상의, 중단 |
종이에 밀려난 인끈?수 | 동거에서 별거로?혁대와 대대 |
붉은색에 신을 향한 마음을 담다?바지와 버선 | 신코에 경계의 마음을 담다?석 |
소리로 마음을 다스리다?패옥 | 통치권의 상징?규 | 둥글게, 그리고 모나게?방심곡령
3_ 진정한 군주의 덕목― 12장 무늬 085
문질빈빈 | 무늬의 배치에 함유된 천지와 음양 | 배색에 함유된 천지와 오행 |
무늬에 담긴 의미?12장
①삼신: 일, 월, 성신 ②용 ③산 ④화충 ⑤화 ⑥종이 ⑦조 ⑧분미 ⑨보 ⑩불
4_ 군주와 함께한 영광의 순간 117
제례에서의 면복 | 책례에서의 면복 | 관례에서의 면복 | 혼례에서의 면복 |
등극의례에서의 면복 | 상례에서의 면복
5_ 진정한 지도자를 생각하며 177
주 185
참고문헌 190
키워드 속 키워드
1 면복의 보관 022 | 2 군주의 옷 025 | 3 출궁과 환궁의 차림 166 |
4 어디에서 면복을 갈아입나? 168 | 5 쌍동계와 공정책 172 |
6 혼을 유혹하는 옷, 면복 174
바늘과 실로 그린 군주의 권력과 영예!
올올이 얽힌 의미와 상징을 읽다
수천 년을 군림해온 최고의 예복, 면복!
동아시아 신분사회에선 신분에 걸맞은 옷과 장식이 정해져 있었다. 황제나 왕도 제복(祭服), 조복(朝服), 상복(常服) 등 평상시에 입는 옷과 격식 있는 의례에 입는 옷이 예법으로 정해져 있었다. 수놓는 무늬 또한 마찬가지였다. 군주의 옷 중에 의례에만 착용했던 중요한 옷, 가장 높은 지위와 권위, 의미를 지녔던 옷이 ‘면복(冕服)’이다. 중국, 한국, 베트남 등 동아시아 문화권의 군주 및 군주 계승권자는 모두 면복을 입었으며 그 위에 특정 무늬를 새겼다. 신분사회의 정점에 있던 사람의 옷인 만큼 화려함과 의미가 농축되었고 이 과정에서 지도자의 권위는 물론, 그가 응당 지녀야 할 여러 자질도 투영했다. 즉, 면복은 동아시아 지도자의 권위와 자질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옷이다. 문학동네 ‘키워드 한국문화’ 시리즈의 열네번째 책 『면복―군주의 덕목을 옷으로 표현하다』는 상고시대부터 근대까지 수천 년간 군주 최고(最高) 예복으로 군림해온 면복의 구성과 상징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이를 통해 동아시아 유교 문화권의 세계관 및 가치관을 소개한다.
면복의 구성과 그에 담긴 이야기
면복은 글자 그대로 풀면 ‘면관을 쓸 때 착용하는 복식’으로, 면은 면관, 복은 거기에 딸리는 여러 부속품을 말한다. 면복은 관모부터 신발까지 여러 구성품으로 이루어져 있다. 머리에 쓰는 면관, 몸 가리개의 용도로 쓰였던 폐슬(蔽膝), 하상(下裳, 하의에 해당), 상의(上衣), 그리고 그 사이에 입는 중단(中單), 허리띠의 종류인 대대(大帶)와 혁대(革帶), 바지, 버선, 석(?, 신발), 허리에 다는 패옥(佩玉), 손에 드는 규(圭), 목에 거는 방심곡령(方心曲領) 등 옷과 소품이 정해져 있으며 세부적인 모양과 색깔, 무늬 등은 착용자의 신분에 따라 달랐다. 황제와 왕의 면복이 다르고, 왕과 왕세손의 면복이 달랐다.
중요한 것은 모든 구성품이 각각의 의미가 있고, 지도자의 권위와 역할, 자질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다. 또한 모양과 숫자, 무늬 등은 임의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 음양오행을 비롯한 동양철학 및 당시의 세계관을 주도면밀히 반영한 것이다. 저자는 면복의 구성품에 담긴 의미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면복의 면관에는 열두 줄이 달려 있고 상하의에는 열두 무늬를 넣는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왜 하필 ‘열두’ 줄인지,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 문화의 맥락에서 설명하고 있다.
*열두 줄, 열두 개의 구슬, 열두 무늬―왜 12일까
황제의 면관에는 열두 줄(12류)을 달고 각각 열두 개(12량)의 옥을 뀄다. 그리고 시대마다 차이가 있지만 상의와 하상을 통틀어 열두 무늬(12장문)를 새겼다. 12는 예로부터 하늘의 큰 수[大數]로 여겨졌다. 그러므로 황제의 지극한 권위를 표현할 때 ‘12’라는 숫자를 사용한 것이다.
*앞은 둥글고 뒤는 모난 이유
면관의 가장 윗부분에 오는 직사각형 판을 보면, 그냥 직사각형이 아니라 앞부분은 둥글고 뒷부분은 모난 것을 알 수 있다. 목에 거는 장식인 방심곡령 또한 목에 거는 윗부분은 둥글고 가슴에 닿게 하는 아랫부분은 모나다. 왜 이런 형태로 만든 것일까? 그것은 당시 사람들이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고, 이를 면복에 형상화하려 했기 때문이다.
*상의에는 그림을 그리고 하의에는 수를 놓은 이유
면복을 보면 무늬를 넣을 때 상의에는 그림을 그리고, 하의에는 수를 놓았다. 왜 상의에는 수를 놓지 않고, 하의에는 그림을 그리지 않은 것일까? 상의는 위에 있으므로 음양(陰陽) 중 양(陽)에 해당한다. 그림은 가볍고 뜨는 것을 주관하기 때문에 그림과 양의 성질이 유사하다고 본 것이다. 반면 자수는 천을 찌르는데다 천에 실의 무게가 더해지므로 무거움과 깊음을 의미한다. 그래서 음양 중 음(陰)을 주관하는 하의에는 자수의 방식으로 무늬를 넣었다.
*붉은 신에 검정 술을 다는 이유
면복의 신발인 ‘석’은 붉은색이었다. 그러나 석에 다는 술은 검은색이었는데 이는 임의로 정한 것이 아니었다. 신발을 비롯하여 면복의 배색에는 음양오행의 원리를 반영했다. 즉 동서남북의 북쪽을 상징하는 적색(赤色)이 바탕이면 음양오행의 원리를 따라 반대편인 남쪽을 상징하는 흑색(黑色)을 써야 했던 것이다. 시대에 따라 변칙이 발생했으나 이는 배색의 기본 원리였다.
열두 무늬에 담긴 지도자의 이상과 자질
면복의 상의와 하상에는 열두 무늬를 넣었다. 이를 12장문(章文)이라 한다. 일(日), 월(月), 성신(星辰), 용(龍), 산(山), 화(火), 화충(華蟲), 종이(宗彛), 조(藻), 분미(粉米), 보(?), 불(?)이 그것이다. 12장문은 면복에서도 가장 특징적인 부분으로 동아시아의 세계관과 정치관이 잘 드러난다.
‘일’은 해를 표현한 것이다. ‘월’은 달을 표현한 것이다. 일과 월은 각각 양과 음을 상징한다. ‘성신’은 별이다. 성신은 땅의 만물을 상징한다. 해, 달, 별 이 셋은 광명을 비추어 어두움을 몰아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상상의 동물 ‘용’은 물을 대표한다. 용을 그릴 때는 반드시 물을 함께 그려야 한다고 여겼다. 조선시대에 용무늬는 왕만 쓸 수 있었다. 면복에 용을 그리는 것은 신묘한 변화를 취해 상황에 맞게 적절히 대처하는 것을 의미했다. ‘산’은 흙, 땅을 대표하는 것으로 앞서 말한 일, 월, 성신과 대응된다. 산 무늬는 백성이 우러러볼 수 있는 군주의 어짊[仁]을 뜻하는 동시에 백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화’는 불을 표현한 것으로 불은 오래전부터 생산력과 권력의 상징이었다. 화염은 항상 위를 향해 올라가므로 군주의 권력을 상징하기에 적합했다. ‘화충’은 꿩으로 다채로움을 나타낸다. 다채로운 문채가 군주의 인덕을 상징한다고 여겼다. ‘종이’는 제사에 사용하는 술잔인데 하나는 호랑이를 그리고 하나는 원숭이를 그린다. 호랑이의 용맹함과, 비가 오면 꼬리를 들어올려 코를 막아 콧속으로 빗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는 황금원숭이의 지혜로움을 표현한 것이다. ‘조’는 물풀로 군주의 깨끗함과 산뜻함을 상징한다. ‘분미’는 쌀 무늬로 쌀의 깨끗함을 상징하는 동시에 백성을 먹여 살린다는 의미를 띤다. 보는 도끼를 무늬로 표현한 것으로 국가 경영을 위한 단호한 결단력을 상징한다. 마지막 불 무늬는 사물을 형상화한 것이 아니라 관념에 의한 것인데 ‘기(己)’ 또는 ‘이(已)’ 자가 서로 등을 맞대고 있어 군주와 신하가 서로 거리를 두는 동시에 때로는 힘을 합쳐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이상의 열두 무늬, 12장문은 오직 황제만이 전부 사용할 수 있었고 왕과 왕세자, 왕세손은 차등을 두어 일부를 사용했다. 12장문은 자연세계를 형상화한다. 또 인간세계를 다스리는 데 필요한 덕을 모두 겸비한 이상적 황제의 모습을 그린다. 하늘의 아들[天子]이자 자연세계와 인간세계의 주인인 군주는 두 세계의 질서를 책임져야 하는 지도자의 책무를 지니고 있음을 말하는 것이다.
지도자임을 항시 자각하고 경계하라
면복의 유래와 구성, 용례 등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많은 것이 동아시아의 세계관, 정치관 등과 촘촘히 연결돼 있음을 깨닫게 된다. 옛사람들이 지도자를 어떤 존재로 바라보았으며, 어떤 덕목을 기대했는지를 읽을 수 있다. 또한 세상이 어떻게 구성되고 운영되는지에 대한 옛사람들의 사고방식 또한 엿볼 수 있다.
면복은 실용적인 옷이 아니었다. 면복은 유교적 세계관과 가치관 및 군주관을 반영하는 각종 장식과 무늬로 가득했다. 당시의 지도자는 자신이 ‘하늘의 아들’ ‘백성의 부모’임을 알려주는 면복 앞에서 권위와 책임을 동시에 느꼈을 것이다. 면복은 권력자의 자세에 영향을 끼치는 경건한 옷이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미시적인 눈으로 거시적 역사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최연우
한산모시의 고장 충남 서천이 고향이다. 고등학교때까지 모시 짜는 일을 보고 자라, 복식사 연구를 천생의 업(業)으로 생각한다. 상하이 둥화 대학(東華大學, 전 중국방직대학교)에서 「중국 역대 제왕 면복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단국대학교 전통복식연구소 연구원과 동양학연구소 연구교수를 거쳐 현재 단국대학교 대학원 전통의상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전통복식연구소장을 겸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왕실 및 황실, 관원 등 지배층의 복식에 관심이 많다. 단순히 형태를 들여다보는 것을 넘어 그 안에 담긴 문화사를 읽고자 애쓴다. 관혼상제 등의 전통 의례에 착용한 예복을 주로 연구하며, 상장례 복식에 관한 연구성과로 주목을 받았다.
저서로 『대한제국―잊혀진 100년 전의 황제국』(공저) 등이 있고, 논문으로 「『대한예전大韓禮典』 복식제도 연구」「대한제국기 궁내부宮內府 대례복大禮服 연구」「전통상례 중 복復과 복의復衣의 조선적 변용」「출토복식出土服飾을 통해 본 조선시대 ‘불뉴不紐’의 변용」「석?에 적용된 회차?次와 수차繡次의 배색원칙」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006
1_ 전통시대 최고 예복, 면복 009
‘면복’이란 무엇인가? | 탄생과 전래 | 누가 입었나?
2_ 면복의 구성― 면복에 담긴 이야기와 상징 029
영광의 면류관 | 생식기 가리개에서 예복으로?폐슬, 하상, 상의, 중단 |
종이에 밀려난 인끈?수 | 동거에서 별거로?혁대와 대대 |
붉은색에 신을 향한 마음을 담다?바지와 버선 | 신코에 경계의 마음을 담다?석 |
소리로 마음을 다스리다?패옥 | 통치권의 상징?규 | 둥글게, 그리고 모나게?방심곡령
3_ 진정한 군주의 덕목― 12장 무늬 085
문질빈빈 | 무늬의 배치에 함유된 천지와 음양 | 배색에 함유된 천지와 오행 |
무늬에 담긴 의미?12장
①삼신: 일, 월, 성신 ②용 ③산 ④화충 ⑤화 ⑥종이 ⑦조 ⑧분미 ⑨보 ⑩불
4_ 군주와 함께한 영광의 순간 117
제례에서의 면복 | 책례에서의 면복 | 관례에서의 면복 | 혼례에서의 면복 |
등극의례에서의 면복 | 상례에서의 면복
5_ 진정한 지도자를 생각하며 177
주 185
참고문헌 190
키워드 속 키워드
1 면복의 보관 022 | 2 군주의 옷 025 | 3 출궁과 환궁의 차림 166 |
4 어디에서 면복을 갈아입나? 168 | 5 쌍동계와 공정책 172 |
6 혼을 유혹하는 옷, 면복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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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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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