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미국 지자체의 90%는 5년 이내에 파산할 운명이다!
2012년 10월. 메이저리그 시합이 한창이던 디트로이트 시의 타이거즈 구장 입구에서 이런 전단지가 배포되었다.
주의! 디트로이트에는 자기책임하에 들어오세요.
디트로이트는 미국 제일의 폭력도시입니다.
디트로이트는 미국에서 살인 건수가 제일 많은 곳입니다.
디트로이트 시경(市警)은 인력부족입니다.
인력부족으로 12시간 교대로 일하고… 경찰은 피로에 지치고 고달픕니다.
디트로이트 시경의 임금은 미국 최저인데, 시는 거기에서 10%를 더 절감하려고 합니다.
배포하는 사람들은 디트로이트 시의 현역 경찰들이었다.
디트로이트는 2000년부터 2010년에 이르는 동안 주민의 4분의 1이 교외 혹은 다른 주로 도망쳐버린 도시다. 재정파탄에 의한 세출삭감으로,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는 공공부문을 폐쇄해서 학교나 소방서, 경찰 등의 서비스를 연이어 중단시켰다.
이런 현상은 미시간 주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지자체에서 일어나고 있다. 2010년 7월에는 역시 재정난에 허덕이던 오리건 주의 지자체가 유지비 부족을 이유로 교도소를 폐쇄했다. 그 바람에 이미 경찰들이 대거 해고된 도시에 아직 형기를 마치지 않은 죄수들이 활보하게 되었고, 그에 대한 공포 때문에 주 밖으로 도망치듯 이주하는 주민들이 급증했다.
한때는 아름답게 빛나는 도시였던 디트로이트는 자동차산업의 중심지로, 1950년대에는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었다. 전성기엔 185만 명이던 인구도,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거나 안전을 찾아 도시를 떠나는 주민이 급증한 결과 지금은 71만 명으로 감소했다. 빈곤율과 흉악범죄 발생율은 미국 통틀어 1위, 실업률은 50%에 달한다.
실업확대와 산업유출로 시의 재정이 압박을 받자 디트로이트 시는 대출에 대출을 거듭한 결과, 장기채무가 세입의 10배인 140억 달러에 달한다. 2012년 7월에는 인구 30만의 도시 캘리포니아 주 스토크톤의 재정 역시 거액의 채무를 끌어안은 채 파탄이 났다. 하지만 디트로이트나 스토크톤의 예는 지금의 미국에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극단의 민영화, 그 끝을 보여주는 미국의 충격적 현실!
디트로이트처럼 재정위기에 처한 주(州)들은 비상사태관리법에 의해 ‘비상재정관리관’을 임명한다. 비상재정관리관은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를 대신해 재정 재건을 위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게 된다. 관리관은 채무를 줄이고 재무상태를 조정할 목적으로 지자체의 자산매각, 노동조합과 맺은 노사계약 무효화, 공무원 해고, 공공서비스 민영화 등을 주민들의 의사는 일절 타진하지 않고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첫번째 타깃은 비효율적인 경영으로 재정을 압박하는 공립학교를 해체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차터스쿨(Charter School, 영리학교)이 차지하게 된다. 그 결과 비싼 수업료를 낼 수 있을 만큼의 경제력과 일정 이상의 학력이 요구되는 차터스쿨의 높은 문턱 앞에서 교육난민이 된 아이들이 길거리에 넘쳐난다.
소방서, 경찰, 공원 등의 공공서비스도 여지없이 무너진다. 비상재정관리관의 판단기준은 어디까지나 목표 수치를 달성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비용삭감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미시간 주의 폰티액의 경우, 비용 삭감을 이유로 시경을 해체한 뒤 인접한 오클랜드 군의 보안청에 폰티액 시내의 경비 업무를 위탁했고, 소방서는 아예 폐쇄해 버렸다. 경찰이 사라진 지금, 마을 주민들은 저녁만 되면 무서워서 외출을 할 수 없고, 불이 나면 이웃 도시에서 소방차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동물원이나 미술관, 공원, 도서관 등의 공공서비스는 폐지되었으며, 청소업자나 상하수도는 민영화되었다.
주민들의 고통은 아랑곳없는 이런 방식의 재정 삭감은 은행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게 되고, 재정관리관은 엄청난 보수를 챙기고 유유히 도시를 떠난다. 파산한 지자체에 대한 은행의 방침은 마치 채무초과국에 대해 IMF가 실시하는 내용과 너무나 비슷하다. 양측 모두 상대방의 재건보다는 공공부문을 아주 싼값에 매각시켜 단기간에 기업의 수익을 최대로 올려주고, 최종적으로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자체 파산’을 투자가들은 뜨거운 기대를 안고 기다리고 있다.
“정치와 매스컴도 사버려라!”
1980년대부터 가속화된 규제완화와 민영화, 수직통합, 정부와 기업 간의 회전문인사, ALEC, 그리고 시민연합 판결 등 일련의 움직임들이 미국을 ‘통치정치’로부터 ‘금권정치’로 바꾸어놓았다. 과점화로 인해 거대화된 다국적기업은 입법부를 등에 업고 선거와 매스미디어를 매수함으로써 더더욱 효율적으로 그 규모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정치기부금의 내역을 보면 확실히 당선 후의 정책과 정확히 결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2008년 오바마 측에 기부금을 낸 목록 중 상위를 차지한 것은 대형 금융기관이다. AIG가 받은 공적자금 중에서 절반을 가져간, AIG의 대주주이며 최대 채권자인 골드만삭스는 오바마의 기부금 출처 목록 중 제2위에 해당한다.
회전문인사도 매년 돌아가는 횟수가 늘고 있다. 정부관계자들이 선거기부금의 거물급 스폰서인 은행, 증권회사, 보험회사, 부동산회사 등의 로비스트로 전직하는 한편, 업계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각료로 지명된다. 금융업계만 그런 게 아니다. 군수산업에 대한 대가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아프가니스탄에 미군 파병을 늘렸으며, 임기 중 줄곧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병했다. 의료산업복합체에는 민간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오바마케어를 도입했고, 교육산업에는 차터스쿨과 교육비즈니스 추진 정책, 식품산업복합체에는 몬산토보호법 등 정말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거대 다국적기업과 정부 간의 회전문인사는 이제 워싱턴에서 상식이 되었고, 해를 거듭할수록 문이 돌아가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기업에 의한 금권정치는 이제는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금액의 선거기부금이 승패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대통령이나 주의회 의원의 정책까지 지배한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보지 못하고 있다. 선거 당시 받은 금액이 크면 클수록, 기부금의 출처인 산업계의 의향에 반하는 순간 다음 선거에서 다시는 이길 수 없게 된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선거 중 어떤 공약을 내세웠든, 스폰서의 의향에 맞지 않으면 상하 양원의 승인을 얻을 수도 없다. 정치가도 매스컴도 매수되고 있는 지금, 미국의 민주주의는 몇 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대규모 정치쇼가 되어버렸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검은 자본의 실체!
2011년 12월 14일. 오바마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의 미군기지에서 수많은 군인들을 앞에 두고 이라크전쟁 종결에 대한 연설을 했다. 대통령은 이라크전쟁에 관여한 모든 병사들을 격려한 후 힘찬 목소리로 이렇게 선언했다.
“이라크는 완전한 나라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독립적인 주권국가가 된 이라크를 뒤에 남겨두었습니다. 미국은 특별한 공적을 거둔 것입니다.”
하지만 8년에 걸친 이라크 침공이 종결을 고한 후 뚜껑을 열어보니 주권을 잡은 것은 이라크 국민이 아니라 다국적기업이었다. 현재 이라크는 다국적기업들 사이에서 ‘꿈의 땅’이라고 불린다.
미국은 ‘100개의 명령’(100 Order)이라는 법률을 통해 이라크의 경제와 산업을 해체했다. 국영기업 중 200개를 순식간에 민영화시키고 외자계 기업에게는 100% 주식소유와 40년간의 영업권을 넘겨주었다. 오너가 외국법인으로 바뀌면 종업원의 노동조건은 ‘글로벌시장에서 가격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폭 하락한다. 이렇게 해서 급속히 확대된 이익은 단 한 푼도 이라크 국내에 남아 있지 않는다. 외국기업이 이라크 내에서 얻은 이익의 일부를 정부에 환원한다는 통상 규정이 철폐되어 모든 이익이 국외로 송금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외자계 기업의 참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40%였던 법인세를 15%로 삭감하고, 이라크를 출입하는 물자에 부과하는 관세, 수입세, 로열티 등도 모두 폐지했다. 그로 인해 이라크 내로 다량의 외국제품이 유입되었으며, 오래지 않아 이라크 국내산업을 하나둘 파탄으로 몰고 갔는데, 이런 상황은 이라크 국민들에게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은행과 매스컴의 주식이 최대 50%까지 개방된 탓에 금융과 정보를 외자계 기업이 확실히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미국 국민조차도 이라크의 상황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수많은 상품이 즐비한 이라크 국내의 영상이 “자유를 얻어 부흥하는 이라크” 같은 긍정적 이미지의 자막과 함께 미디어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일본 ‘정치/사회 분야’ 최장기 베스트셀러 ''빈곤대국 아메리카'' 시리즈의 완결편
2008년에 발표되어 일본과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에 충격을 안겨주었던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의 츠츠미 미카가 ''빈곤대국 아메리카'' 시리즈의 완결편 ''주식회사 빈곤대국 아메리카''로 다시 돌아왔다.
뉴욕시립대학 대학원에서 국제관계론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노무라증권에 근무하던 중 현장에서 9?11 테러를 경험한 츠츠미 미카는 이후 급격하게 변해가는 미국의 충격적 실상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그려내고 있다.
부시 정권 8년이 끝나고 오바마 정권 2기에 접어든 현재 막대해진 적자를 끌어안고 급기야 재정의 벼랑에 서 있는 미국. 하지만 최근 몇십년간 착실히 준비단계를 거쳐 이 나라의 권력구조를 뿌리째 변질시키고 있는 또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있다. 그것은 지금 바야흐로 국경을 넘어 서서히 속도를 올리며 세계를 잠식하려 하고 있다.
새로운 무대로 발을 뻗는 주식회사 빈곤대국 미국이 그 뒤를 쫓는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나라들의 가까운 미래를 거울처럼 비춰주고, 기로에 선 우리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를 던져주고 있다.
▣ 작가 소개
저자 : 츠츠미 미카 (Mika Tsutsumi)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뉴욕주립대학을 거쳐 뉴욕시립대학 대학원에서 국제관계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유엔여성개발기금(UNIFEM),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뉴욕 지국원을 거쳐 미국 노무라증권에 근무하던 중 9?11 테러를 경험했다. 이후 저널리스트로서 각종 미디어를 통해 꾸준한 집필과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2006년 《보도가 가르쳐주지 않는 미국의 약자혁명》으로 일본저널리스트 회의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출간된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는 일본에서만 30만 부가 넘는 판매와 더불어 제56회 ‘일본 에세이스트 클럽상’, ‘2009 신서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출간된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 2》와 이 시리즈의 완결편인 《주식회사 빈곤대국 아메리카》 역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라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외의 저서로는 《그라운드 제로가 준 희망》, 《사회의 진실을 발견하는 방법》, 《정부는 반드시 거짓말을 한다》 등이 있다.
역자 : 김경인
조선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외국어전문학교에서 통?번역을 공부했다. 현재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문학을 전공하며 일한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 《즐거운 불편》, 《슬픈 미나마타》, 《돼지가 있는 교실》, 《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 《엔데의 유언》, 《아주 사적인 시간》, 《딸기를 으깨며》, 《목요조곡》 등 다수가 있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
제1장
주식회사 노예농장
그토록 꿈꾸던 퇴직생활이……
대출금의 함정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허수아비가 된 독점금지법
속 빈 강정, 식품안전심사
부활한 농노제
또 하나의 파문, 유전자변형 농산물
“이 실험결과는 폭탄이다!”
학회지에 잠입한 바이오기업 관계자
GM 식품과 원전에 공통되는 ‘안전 신화’
짓밟힌 주민투표
암호는 ‘말하지도 말고 묻지도 마라’
제2장
거대한 식품피라미드
수직통합 붐이 시작되다
식품업계와 월스트리트는 최강 콤비
업계 관계자로 꽉 찬 FDA
식품의 공업화로 풍요로워진 항생물질시장
‘유기농식품’이라는 꿈을 파는 기업
파산하는 소규모 유기농가
성냥갑 속 유기농 닭고기
이것은 SF가 아니라 현실이다, GM 연어
GM 종자를 방임한 ‘몬산토보호법’
FDA가 외국의 식품정책을 관리하다, 식품안전근대화법
제3장
GM 종자로 세계를 지배하다
자유화로 인해 사라진 중소농가
기업 참여로 무국적화되는 농업
다국적기업이 꿈꾸는 땅, 이라크
명령 81호
인도의 ‘하얀 금괴’
인도와 미국의 1%가 손을 잡다
수출용 GM 대두 농지로 탈바꿈한 아르헨티나
아이티의 피해지 부흥을 GM 종자로 지원하다
미국은 최강의 외교용 무기를 손에 넣었다
다른 나라의 식품까지 지배하는 NAFTA, FTA, TPP
EU의 GM 규제는 무너질 수 있다
제4장
분할판매되는 공공서비스
“미국 최고의 위험도시에 어서 오세요!”
미국 지자체의 90%는 5년 이내에 파산할 운명
증가하는 것은 저임금 서비스업뿐
공교육의 전면해체
소방서, 경찰, 공원이 사라지다
고용을 되살리는 마법의 지팡이, 노동권법
비상사태 선언한 디트로이트
민영화된 꿈의 도시
제5장
“정치와 매스컴도 사버려라!”
기업이 입법부를 사다
강력한 힘으로 주법을 쥐락펴락하는 ALEC
기업을 위한 모델법안
“이건 아이들이 아니라 교육비즈니스를 위한 법안이다”
‘이민배척법’으로 꽃피는 교도소산업
급기야 기업의 정치기금이 무제한으로
세계의 모든 부유층이 미국의 정책에 개입할 수 있다
선거란 효율적인 투자다
148만 건의 선거광고비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 방송국
기부금의 출처를 알면 당선 후의 정책을 알 수 있다
티파티 그늘에 가려진 스폰서
과격한 인물이 진짜 문제에서 눈을 돌리게 한다
과점화하는 매스컴과 소프트한 뉴스들
왜 대통령 공개토론에 제3당은 안 나오는가?
기업이 시민운동을 이용한다
에필로그
글로벌기업한테서 주권을 되찾자
기업은 모럴보다 손해와 이익으로 움직인다
대형은행에 예금자의 힘을 보여주자
1%보다 그것을 지지하는 시스템을 공격하라
마치며
약어 설명
미국 지자체의 90%는 5년 이내에 파산할 운명이다!
2012년 10월. 메이저리그 시합이 한창이던 디트로이트 시의 타이거즈 구장 입구에서 이런 전단지가 배포되었다.
주의! 디트로이트에는 자기책임하에 들어오세요.
디트로이트는 미국 제일의 폭력도시입니다.
디트로이트는 미국에서 살인 건수가 제일 많은 곳입니다.
디트로이트 시경(市警)은 인력부족입니다.
인력부족으로 12시간 교대로 일하고… 경찰은 피로에 지치고 고달픕니다.
디트로이트 시경의 임금은 미국 최저인데, 시는 거기에서 10%를 더 절감하려고 합니다.
배포하는 사람들은 디트로이트 시의 현역 경찰들이었다.
디트로이트는 2000년부터 2010년에 이르는 동안 주민의 4분의 1이 교외 혹은 다른 주로 도망쳐버린 도시다. 재정파탄에 의한 세출삭감으로,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는 공공부문을 폐쇄해서 학교나 소방서, 경찰 등의 서비스를 연이어 중단시켰다.
이런 현상은 미시간 주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의 지자체에서 일어나고 있다. 2010년 7월에는 역시 재정난에 허덕이던 오리건 주의 지자체가 유지비 부족을 이유로 교도소를 폐쇄했다. 그 바람에 이미 경찰들이 대거 해고된 도시에 아직 형기를 마치지 않은 죄수들이 활보하게 되었고, 그에 대한 공포 때문에 주 밖으로 도망치듯 이주하는 주민들이 급증했다.
한때는 아름답게 빛나는 도시였던 디트로이트는 자동차산업의 중심지로, 1950년대에는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었다. 전성기엔 185만 명이던 인구도, 공장이 해외로 이전하거나 안전을 찾아 도시를 떠나는 주민이 급증한 결과 지금은 71만 명으로 감소했다. 빈곤율과 흉악범죄 발생율은 미국 통틀어 1위, 실업률은 50%에 달한다.
실업확대와 산업유출로 시의 재정이 압박을 받자 디트로이트 시는 대출에 대출을 거듭한 결과, 장기채무가 세입의 10배인 140억 달러에 달한다. 2012년 7월에는 인구 30만의 도시 캘리포니아 주 스토크톤의 재정 역시 거액의 채무를 끌어안은 채 파탄이 났다. 하지만 디트로이트나 스토크톤의 예는 지금의 미국에서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극단의 민영화, 그 끝을 보여주는 미국의 충격적 현실!
디트로이트처럼 재정위기에 처한 주(州)들은 비상사태관리법에 의해 ‘비상재정관리관’을 임명한다. 비상재정관리관은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를 대신해 재정 재건을 위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게 된다. 관리관은 채무를 줄이고 재무상태를 조정할 목적으로 지자체의 자산매각, 노동조합과 맺은 노사계약 무효화, 공무원 해고, 공공서비스 민영화 등을 주민들의 의사는 일절 타진하지 않고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첫번째 타깃은 비효율적인 경영으로 재정을 압박하는 공립학교를 해체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자리를 차터스쿨(Charter School, 영리학교)이 차지하게 된다. 그 결과 비싼 수업료를 낼 수 있을 만큼의 경제력과 일정 이상의 학력이 요구되는 차터스쿨의 높은 문턱 앞에서 교육난민이 된 아이들이 길거리에 넘쳐난다.
소방서, 경찰, 공원 등의 공공서비스도 여지없이 무너진다. 비상재정관리관의 판단기준은 어디까지나 목표 수치를 달성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기 때문에 비용삭감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미시간 주의 폰티액의 경우, 비용 삭감을 이유로 시경을 해체한 뒤 인접한 오클랜드 군의 보안청에 폰티액 시내의 경비 업무를 위탁했고, 소방서는 아예 폐쇄해 버렸다. 경찰이 사라진 지금, 마을 주민들은 저녁만 되면 무서워서 외출을 할 수 없고, 불이 나면 이웃 도시에서 소방차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만 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동물원이나 미술관, 공원, 도서관 등의 공공서비스는 폐지되었으며, 청소업자나 상하수도는 민영화되었다.
주민들의 고통은 아랑곳없는 이런 방식의 재정 삭감은 은행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게 되고, 재정관리관은 엄청난 보수를 챙기고 유유히 도시를 떠난다. 파산한 지자체에 대한 은행의 방침은 마치 채무초과국에 대해 IMF가 실시하는 내용과 너무나 비슷하다. 양측 모두 상대방의 재건보다는 공공부문을 아주 싼값에 매각시켜 단기간에 기업의 수익을 최대로 올려주고, 최종적으로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자체 파산’을 투자가들은 뜨거운 기대를 안고 기다리고 있다.
“정치와 매스컴도 사버려라!”
1980년대부터 가속화된 규제완화와 민영화, 수직통합, 정부와 기업 간의 회전문인사, ALEC, 그리고 시민연합 판결 등 일련의 움직임들이 미국을 ‘통치정치’로부터 ‘금권정치’로 바꾸어놓았다. 과점화로 인해 거대화된 다국적기업은 입법부를 등에 업고 선거와 매스미디어를 매수함으로써 더더욱 효율적으로 그 규모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정치기부금의 내역을 보면 확실히 당선 후의 정책과 정확히 결부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2008년 오바마 측에 기부금을 낸 목록 중 상위를 차지한 것은 대형 금융기관이다. AIG가 받은 공적자금 중에서 절반을 가져간, AIG의 대주주이며 최대 채권자인 골드만삭스는 오바마의 기부금 출처 목록 중 제2위에 해당한다.
회전문인사도 매년 돌아가는 횟수가 늘고 있다. 정부관계자들이 선거기부금의 거물급 스폰서인 은행, 증권회사, 보험회사, 부동산회사 등의 로비스트로 전직하는 한편, 업계 출신 인사들이 줄줄이 각료로 지명된다. 금융업계만 그런 게 아니다. 군수산업에 대한 대가로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아프가니스탄에 미군 파병을 늘렸으며, 임기 중 줄곧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군대를 파병했다. 의료산업복합체에는 민간 의료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오바마케어를 도입했고, 교육산업에는 차터스쿨과 교육비즈니스 추진 정책, 식품산업복합체에는 몬산토보호법 등 정말 헤아릴 수 없을 지경이다. 거대 다국적기업과 정부 간의 회전문인사는 이제 워싱턴에서 상식이 되었고, 해를 거듭할수록 문이 돌아가는 빈도가 잦아지고 있다.
기업에 의한 금권정치는 이제는 공화당뿐만 아니라 민주당에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그리고 어마어마한 금액의 선거기부금이 승패뿐만 아니라 그 이후의 대통령이나 주의회 의원의 정책까지 지배한다는 사실을 국민들은 보지 못하고 있다. 선거 당시 받은 금액이 크면 클수록, 기부금의 출처인 산업계의 의향에 반하는 순간 다음 선거에서 다시는 이길 수 없게 된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선거 중 어떤 공약을 내세웠든, 스폰서의 의향에 맞지 않으면 상하 양원의 승인을 얻을 수도 없다. 정치가도 매스컴도 매수되고 있는 지금, 미국의 민주주의는 몇 년에 한 번씩 개최되는 대규모 정치쇼가 되어버렸다.
미국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검은 자본의 실체!
2011년 12월 14일. 오바마 대통령은 노스캐롤라이나의 미군기지에서 수많은 군인들을 앞에 두고 이라크전쟁 종결에 대한 연설을 했다. 대통령은 이라크전쟁에 관여한 모든 병사들을 격려한 후 힘찬 목소리로 이렇게 선언했다.
“이라크는 완전한 나라는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독립적인 주권국가가 된 이라크를 뒤에 남겨두었습니다. 미국은 특별한 공적을 거둔 것입니다.”
하지만 8년에 걸친 이라크 침공이 종결을 고한 후 뚜껑을 열어보니 주권을 잡은 것은 이라크 국민이 아니라 다국적기업이었다. 현재 이라크는 다국적기업들 사이에서 ‘꿈의 땅’이라고 불린다.
미국은 ‘100개의 명령’(100 Order)이라는 법률을 통해 이라크의 경제와 산업을 해체했다. 국영기업 중 200개를 순식간에 민영화시키고 외자계 기업에게는 100% 주식소유와 40년간의 영업권을 넘겨주었다. 오너가 외국법인으로 바뀌면 종업원의 노동조건은 ‘글로벌시장에서 가격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폭 하락한다. 이렇게 해서 급속히 확대된 이익은 단 한 푼도 이라크 국내에 남아 있지 않는다. 외국기업이 이라크 내에서 얻은 이익의 일부를 정부에 환원한다는 통상 규정이 철폐되어 모든 이익이 국외로 송금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외자계 기업의 참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40%였던 법인세를 15%로 삭감하고, 이라크를 출입하는 물자에 부과하는 관세, 수입세, 로열티 등도 모두 폐지했다. 그로 인해 이라크 내로 다량의 외국제품이 유입되었으며, 오래지 않아 이라크 국내산업을 하나둘 파탄으로 몰고 갔는데, 이런 상황은 이라크 국민들에게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은행과 매스컴의 주식이 최대 50%까지 개방된 탓에 금융과 정보를 외자계 기업이 확실히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미국 국민조차도 이라크의 상황이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수많은 상품이 즐비한 이라크 국내의 영상이 “자유를 얻어 부흥하는 이라크” 같은 긍정적 이미지의 자막과 함께 미디어에서 흘러나오기 때문이다.
일본 ‘정치/사회 분야’ 최장기 베스트셀러 ''빈곤대국 아메리카'' 시리즈의 완결편
2008년에 발표되어 일본과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나라에 충격을 안겨주었던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의 츠츠미 미카가 ''빈곤대국 아메리카'' 시리즈의 완결편 ''주식회사 빈곤대국 아메리카''로 다시 돌아왔다.
뉴욕시립대학 대학원에서 국제관계론학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노무라증권에 근무하던 중 현장에서 9?11 테러를 경험한 츠츠미 미카는 이후 급격하게 변해가는 미국의 충격적 실상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그려내고 있다.
부시 정권 8년이 끝나고 오바마 정권 2기에 접어든 현재 막대해진 적자를 끌어안고 급기야 재정의 벼랑에 서 있는 미국. 하지만 최근 몇십년간 착실히 준비단계를 거쳐 이 나라의 권력구조를 뿌리째 변질시키고 있는 또 하나의 거대한 흐름이 있다. 그것은 지금 바야흐로 국경을 넘어 서서히 속도를 올리며 세계를 잠식하려 하고 있다.
새로운 무대로 발을 뻗는 주식회사 빈곤대국 미국이 그 뒤를 쫓는 일본이나 한국과 같은 나라들의 가까운 미래를 거울처럼 비춰주고, 기로에 선 우리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를 던져주고 있다.
▣ 작가 소개
저자 : 츠츠미 미카 (Mika Tsutsumi)
도쿄에서 태어났으며, 뉴욕주립대학을 거쳐 뉴욕시립대학 대학원에서 국제관계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유엔여성개발기금(UNIFEM), 앰네스티 인터내셔널 뉴욕 지국원을 거쳐 미국 노무라증권에 근무하던 중 9?11 테러를 경험했다. 이후 저널리스트로서 각종 미디어를 통해 꾸준한 집필과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2006년 《보도가 가르쳐주지 않는 미국의 약자혁명》으로 일본저널리스트 회의 신인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출간된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는 일본에서만 30만 부가 넘는 판매와 더불어 제56회 ‘일본 에세이스트 클럽상’, ‘2009 신서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이후 출간된 《르포 빈곤대국 아메리카 2》와 이 시리즈의 완결편인 《주식회사 빈곤대국 아메리카》 역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에 올라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외의 저서로는 《그라운드 제로가 준 희망》, 《사회의 진실을 발견하는 방법》, 《정부는 반드시 거짓말을 한다》 등이 있다.
역자 : 김경인
조선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외국어전문학교에서 통?번역을 공부했다. 현재 전남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본문학을 전공하며 일한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 《즐거운 불편》, 《슬픈 미나마타》, 《돼지가 있는 교실》, 《에콜로지와 평화의 교차점》, 《엔데의 유언》, 《아주 사적인 시간》, 《딸기를 으깨며》, 《목요조곡》 등 다수가 있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
제1장
주식회사 노예농장
그토록 꿈꾸던 퇴직생활이……
대출금의 함정
“더 많이, 더 효율적으로”
허수아비가 된 독점금지법
속 빈 강정, 식품안전심사
부활한 농노제
또 하나의 파문, 유전자변형 농산물
“이 실험결과는 폭탄이다!”
학회지에 잠입한 바이오기업 관계자
GM 식품과 원전에 공통되는 ‘안전 신화’
짓밟힌 주민투표
암호는 ‘말하지도 말고 묻지도 마라’
제2장
거대한 식품피라미드
수직통합 붐이 시작되다
식품업계와 월스트리트는 최강 콤비
업계 관계자로 꽉 찬 FDA
식품의 공업화로 풍요로워진 항생물질시장
‘유기농식품’이라는 꿈을 파는 기업
파산하는 소규모 유기농가
성냥갑 속 유기농 닭고기
이것은 SF가 아니라 현실이다, GM 연어
GM 종자를 방임한 ‘몬산토보호법’
FDA가 외국의 식품정책을 관리하다, 식품안전근대화법
제3장
GM 종자로 세계를 지배하다
자유화로 인해 사라진 중소농가
기업 참여로 무국적화되는 농업
다국적기업이 꿈꾸는 땅, 이라크
명령 81호
인도의 ‘하얀 금괴’
인도와 미국의 1%가 손을 잡다
수출용 GM 대두 농지로 탈바꿈한 아르헨티나
아이티의 피해지 부흥을 GM 종자로 지원하다
미국은 최강의 외교용 무기를 손에 넣었다
다른 나라의 식품까지 지배하는 NAFTA, FTA, TPP
EU의 GM 규제는 무너질 수 있다
제4장
분할판매되는 공공서비스
“미국 최고의 위험도시에 어서 오세요!”
미국 지자체의 90%는 5년 이내에 파산할 운명
증가하는 것은 저임금 서비스업뿐
공교육의 전면해체
소방서, 경찰, 공원이 사라지다
고용을 되살리는 마법의 지팡이, 노동권법
비상사태 선언한 디트로이트
민영화된 꿈의 도시
제5장
“정치와 매스컴도 사버려라!”
기업이 입법부를 사다
강력한 힘으로 주법을 쥐락펴락하는 ALEC
기업을 위한 모델법안
“이건 아이들이 아니라 교육비즈니스를 위한 법안이다”
‘이민배척법’으로 꽃피는 교도소산업
급기야 기업의 정치기금이 무제한으로
세계의 모든 부유층이 미국의 정책에 개입할 수 있다
선거란 효율적인 투자다
148만 건의 선거광고비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 방송국
기부금의 출처를 알면 당선 후의 정책을 알 수 있다
티파티 그늘에 가려진 스폰서
과격한 인물이 진짜 문제에서 눈을 돌리게 한다
과점화하는 매스컴과 소프트한 뉴스들
왜 대통령 공개토론에 제3당은 안 나오는가?
기업이 시민운동을 이용한다
에필로그
글로벌기업한테서 주권을 되찾자
기업은 모럴보다 손해와 이익으로 움직인다
대형은행에 예금자의 힘을 보여주자
1%보다 그것을 지지하는 시스템을 공격하라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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