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박물관이란 무엇인가, 그곳은 무엇을 하는 공간인가
박물관의 시작부터 그 변화 현장의 정중앙에서 던지는 질문
‘박물관’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수많은 유물과 유적이 유리 케이스 너머에 자리 잡고 있는 이미지? 또는 수많은 미술작품들이 벽면에 빼곡하게 걸린 곳? 좀더 나아가 전문 관계자들이 수많은 소장품들을 연구하고 관리하는 곳? 만일 그런 이미지만 떠오른다면, 오늘날 박물관의 역할을 다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언젠가부터 박물관은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다. 동시에 박물관의 역할은 기존의 역할의 범위를 뛰어넘어 새로워지고 다양해졌다. 앞에서 언급했듯 우리가 박물관이라는 공간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기존 박물관의 역할에 충실한 것들이다. 이미 18세기, 박물관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러한 이미지의 형성은 시작되었다. 이른바 고전적인 박물관은 얼마나 많은 소장품을 전시하고 보여주느냐에 따라 그 명성이 좌우되었다면 이제 박물관은 수많은 소장품을 어떤 이야기와 주제 속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그 명성과 권위가 좌우된다. 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온갖 종류의 것을 한 공간 안에 모아놓았던 것에서 벗어나 각각의 특색에 맞게 전문적인 내용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박물관도 이미 허다하게 등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존의 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소장품이었다면 이제 박물관은 공간을 구성하는 가장 직접적인 요소, 즉 건물과 소장품의 관계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가에까지 관심의 대상이 훨씬 구체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박물관의 기원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그것은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는가. 나아가 어떤 지향점을 향해 변화하고 있는가. 『박물관의 탄생』(Musee et Museologie)‘은 바로 그 질문과 대답을 동시에 갖춘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도미니크 풀로 교수는 프랑스 파리1대학 팡테옹-소르본에서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저명한 역사학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 역사학술연구위원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박물관과 문화유산 관련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하면서 다수의 논문과 저작을 발표해왔고, 그의 연구 업적은 국제적으로 널리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아주 오랫동안 박물관의 기원과 그 변화 과정에 주목해온 그는 결과론적인 현재의 현상을 바깥에서 관찰하는 학자라기보다 박물관 역할이 변화하는 현장의 중심에 박물관과 더불어 함께 서 있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저작 『박물관의 탄생』을 통해 과연 박물관이란 어디에서 출발하여 지금 어디에 와 있고, 그 변화를 이끄는 힘은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는지, 나아가 오늘날 박물관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아주 원론적이면서 동시에 도전적인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이 질문은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의 일상 속에 익숙한 공간으로 등장한 박물관의 유래와 탄생을 원점에서부터 이해하게 해주고, 나아가 그동안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박물관의 역할 변화,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박물관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까지를 간명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아우르게 해준다. 더군다나 그것이 박물관의 대명사로 꼽히는, 역사의 첫 출발선이라 할 수 있는 유럽 프랑스 파리의 정중앙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점도 신뢰를 보탠다.
18세기 박물관의 기원부터 21세기 오늘날, 그리고 이후까지
국가와 시대를 넘나든 박물관 역사와 그 변화에 관한 문화사적 조망
애초 박물관의 소장품은 대부분 왕가와 군주들, 그리고 부르주아의 컬렉션이었다. 이러한 소장품들은 비슷한 계급끼리 서로서로 보여주다가 일정한 규제 하에 대중에게 점차 공개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소유주의 뜻이 절대적이던 시절도 끝이 났다. 이것이 근대적 박물관 시대의 출발점이다. 측근이나 특별대우 손님들로만 이루어진 소우주를 벗어나 제작자, 평론가를 비롯한 예술품 전문가층과 이들의 제자들, 나아가 여행 중인 귀족들이 점차 그 대중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중은 지금의 대중은 아니었다.
박물관이 참된 대중에게 그 문을 연 것은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였다. 프랑스는 국립박물관을 설립했고, 박물관에 입장할 권리는 시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되었다. 이는 당시 스스로에 관한 정체성과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시민 스스로의 필요성이 대두한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나 18세기 대중에게 박물관은 낯설고 불편한 공간이었고 일상 속으로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19세기에 접어들자 박물관은 이제 한 국가나 공동체의 상징과 같은 곳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영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곳곳에 박물관이 등장했고, 각 나라마다 해당 국가의 정체성에 맞는 공간과 소장품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이 당시 등장한 각 나라의 박물관은 해당 국가와 도시 박물관의 원형이 되었다. 박물관은 유럽 대륙을 벗어나 미국에도 등장했다. 1858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미국 박물관의 출발선이었다.
각 박물관의 모든 소장품은 그 공동체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었다. 소장품은 반드시 진품이어야 했고, 공공의 소유여야 했으며 다른 공동체, 다른 국가의 것보다 우월해야 했다. 좀더 역사적이고 좀더 가치가 있는 유물을 확보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나아가 이제 소장품을 보러 오는 대중들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아직까지 박물관은 완벽한 정돈과 완벽한 우아함의 본보기들을 저속하고 무질서한 대중에게 보여주는 곳이었으나 명실상부 국민을 위한 공간으로 천명이 되었다.
이렇듯 자국이 보유한 우월한 소장품을 한곳에 모아 대중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던 박물관은 20세기 들어 주목할 만한 역할의 변화를 몇 가지 보여주었다. 우선 하나는 전쟁을 겪은 뒤 파시즘과 나치즘이 퍼지면서 박물관은 컬렉션과 학문을 이념적 목적 아래 두려 했으며 정치 체제를 선전하기 위한 도구(프로파간다)로 이용되기에 이른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가 전체주의 또는 자유주의 중 어떤 것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양상도 다양하게 드러났다. 아울러 박물관은 가지고 있던 것을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점차 찾아오는 관객의 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보관하는 박물관’에서 ‘보여주는 박물관’으로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박물관을 찾는 관객에게 편안한 관람과 동선을 제공하느냐는 박물관이 당면한 큰 고민 중 하나였고 이에 최적화된 공간의 구성을 건축가들에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소장품을 어떻게 보존하느냐가 박물관 설계에 가장 큰 과제였던 지난 세기와는 다른 차원의 고민은 건축가들의 새롭고 다양한 시도로 이어졌다. 20세기 들어 박물관이 보인 변화는 또 있다. 바로 과거의 유물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를 담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지식인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역사를 다름 아닌 대중에게 전달하는 공간으로 박물관이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전쟁과 이념의 대결을 거친 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함께 겪은 그 시간을 박제화시키지 않고 대중에게 고스란히 보여주려는 시도들이 곳곳에서 등장했다. 이로써 박물관은 어제의 자랑스런 유물만을 보여주던 공간에서 바로 오늘 역사의 현장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공간으로 그 역할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1세기에 접어들어 박물관의 변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박물관의 수는 세보기도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고 ‘기억’들이 세월에 묻혀 소멸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치의 충돌과 빠른 변화에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 안에서 컬렉션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고,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으며 공공문화 생산자로서의 첨병 역할도 기꺼이 수행하고 있다.
도미니크 풀로 교수는 수세기에 걸친 이러한 박물관 변화의 현상을 해당 국가의 상황과 문화 정책의 과정 속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그 변화의 방향이 어디로,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에 관한 관찰의 시선을 끊임없이 유지하고 있다. 그의 이런 시선은 독자로 하여금 박물관의 변화를 단순히 하나의 문화공간의 변화로만 대하지 않고 좀더 거시적인 시선으로, 문화적 현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도미니크 풀로 교수의 이러한 서술 방식을 통해 박물관은 하나의 문화공간을 넘어 18세기부터 오늘날까지 문화 전반의 지향점이 무엇을 향하여 있는지, 그 과정을 들여다보는 장치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박물관의 안과 밖, 제도부터 사람들,
전시 방식과 건물 설계의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아우른
박물관에 관한 종합적인 안내서
이 책은 내용의 흥미로움은 물론 구성상의 특징 역시 매력적이다. 박물관이라는 공간은 앞서 말했듯 유물을 잘 보존하고 그것에 대해 연구하는 기능과, 일련의 주제를 선정하고 대중들에게 잘 보여주는 기능의 서로 다른 역할을 복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박물관을 대상으로 하는 책답게 저자는 이 책의 구성에서도 단순한 사실과 정보를 연대기순으로 나열하는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다. 박물관의 기원부터 현재의 변화까지를 잘 보여주되 도식적이고 전형적인 시대순 구획에 갇히지 않고 좀더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주제의 선정과 서술의 방식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다소 전문적일 수 있는 내용의 책을 좀더 생동감 있게 접할 수 있게 한다.
다시 말해 박물관이라는 공간 내부의 고민을 다루면서 동시에 철저하게 하드웨어적인 공간의 구성과 설계의 문제를 함께 다루고, 유물 보관과 전시의 기획이라는 두 개의 중요한 행위 앞에서 박물관이라는 기관명 안에 가려진 숱한 큐레이터들의 고민과 구체적인 실험의 내용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언급한다. 또한 저자는 자칫 관념적으로 인식하기 쉬운 박물관이라는 공간이 엄연히 물성으로 존재하는 곳이며, 다름 아닌 사람이 일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 때문에 그는 역사 속의 박물관을 바라보는 것과 동시에 발을 딛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구체적인 공간의 물성, 즉 건물과 구조의 변화에도 시선을 안배한다. 또한 현장에서 변화를 이끌어온 사람들의 다양한 사례와 인력 구성의 변화까지를 촘촘하게 살피고 있는데, 이렇듯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따라 박물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어떻게 바뀌었는가에 관한 서술은 크지 않은 비중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로 하여금 훨씬 현실감 있게 텍스트를 이해하도록 하는 유의미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한국 독자를 위해 각별한 애정을 담은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배경과 전하려는 메시지를 충실하게 정리해 소개했다. 이러한 그의 애정의 배경에는 자신의 제자이면서 이 책을 한국에 소개한 번역자에 대한 배려가 존재한다. 번역자 역시 전공 분야의 스승이자 박물관학의 대가인 저자의 책을 한국에 소개하면서 각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작업했으며 정확한 의미의 전달을 위해 번역 작업을 진행하며 수시로 저자의 확인을 거쳐 원고를 완성했다.
또한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에 읽어두면 좋은 책의 목록을 따로 정리해두어 박물관에 관한 독서 지도(Map)를 제공하려 했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옮긴이 주를 상세하게 배치하고, 원서에는 없는 다양한 이미지 자료를 찾아 배치했다. 특히 책 앞의 화보에 배치된 컬러 이미지 중 프랭크 게리의 루이비통 미술관 이미지는 제작 직전 파리에서 촬영하여 추가했다. 이는 오늘날 박물관이 어떤 공간인가를 설명해주는 동시에 앞으로 이 공간이 어떻게 활용되는가를 관찰하는 것 역시 미래 박물관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는 의미 있는 사례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도미니크 풀로(Dominique Poulot)
1956년 프랑스 그르노블(Grenoble)에서 태어난 역사학자로, 파리 1대학 팡테옹-소르본의 미술사학과 교수이자 프랑스 역사학술연구위원회(Comite des travaux historiques et scientifiques)의 회장을 맡고 있다. 역사학자 특유의 날카로운 논리와 시대와 장소를 넘나드는 폭넓은 관심사, 그리고 방대한 저술활동 등으로 박물관과 문화유산 연구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널리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공부했으며, 프랑스대혁명의 문화적·지적 기원과 혁명 전후의 역사 인식을 다룬 박사 논문(「Passe en Revolution」)을 시작으로 『박물관, 국가, 문화유산』 (Musee, Nation, Patrimoine, 갈리마르, 1997), 『문화유산과 박물관』 (Patrimoine et Musee, 아셰트, 2001), 『18~21세기 서양 문화유산의 역사』 (Une histoire du patrimoine en Occident XVIIIe-XXIe siecle, 프랑스대학출판사, 2009) 등의 주요 저작을 펴낸 바 있다. 스스로를 뼛속까지 역사가이며 미술사적 ''감성''은 아직도 낯설다고 말하기도 하는 그는 제자들을 격없이 대하면서도 연구에 대해서는 늘 매서운 조언과 지적을 놓치지 않는 ‘좋은 선생’이다.
역자 : 김한결
홍익대학교 예술학과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다 2006년 파리 1대학 팡테옹-소르본에 편입한 뒤, 중세 미술사 전공으로 15세기 플랑드르 회화에 등장하는 종교적 상징들에 관한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후 미술사에 관한 관심은 박물관사로 이어졌고, 이 책의 저자인 도미니크 풀로 교수의 지도를 받아 박물관 및 문화유산사 전공으로 석사 논문을 마치고 지금은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지도교수이자 박물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계적 학자인 도미니크 풀로의 책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이 오늘날 일상 속에서 수없이 마주치는 박물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계기를 갖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hangyul.kim@gmail.com
▣ 주요 목차
*책을 펴내며|지금, 박물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한국의 독자들에게|박물관의 역사, 그리고 나아갈 바에 관하여
1. 박물관이란 무엇인가
● 박물관에 대한 여러 정의
“박물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고대 그리스 뮤즈의 신전이다. 그 이미지를 떠올리면 박물관의 역할이 가장 잘 드러난다.”
박물관의 기원|ICOM, 박물관의 ‘의미’를 정의하다!|나라마다 같거나 다른 ‘박물관이란 무엇인가’|박물관 그리고 박물관학 ■PLUS DE LECTURE 1. 박물관에 관한 환상의 근원, 알렉산드리아 박물관 2. 진열장의 마술사, 조르주-앙리 리비에르
● 박물관이 하는 일, 해야 할 일
“박물관은 앞으로의 진로에 관한 고민이 한창이다. 그 고민 끝에 이루어지는 많은 변화의 목적은 이 공간과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이 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박물관과 소장품 보존의 관계|박물관의 전통적 역할, 분석과 연구|‘보관하는 박물관’에서 ‘보여주는 박물관’으로|박물관 변화의 바람직한 방향 ■PLUS DE LECTURE 세계의 박물관을 만든 전시 전문가들
2장 전통적 박물관과 새로운 박물관, 그 공간과 시간의 변화
● 역사박물관, ‘조국’ 탄생의 증언자에서 보편적 가치의 전달자로
“각 민족의 특정한 ‘기억’들로 가득했던 박물관은 이제 인류 전체의 보편적 가치의 판단을 따르고 추구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박물관과 학문의 결합, 자국사박물관|이전과 이후, 저곳과 이곳의 연결고리|아틀리에 박물관, 미래를 위한 기틀|역사박물관, 경제사*사회사*정신사를 아우르다|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의 애도와 화해|‘고향’박물관, 독일의 국가 형성에 이바지하다|민속학박물관과 인류학박물관의 미래 ■PLUS DE LECTURE 박물관이 품고 있는 역사의 풍경들
● 도시박물관, 도시의 기억을 공간에 담는 다양한 시도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시 박물관은 오래된 주택 한 채를 구입해 당시 사람들의 삶을 보여줬던 것부터 다양한 방식의 체험이 가능한 야외 박물관을 거쳐 이제는 주민들이 박물관의 능동적 주체로 나서는 에코뮤지엄까지 등장했다.”
기억 속 도시를 박물관으로|도시박물관의 험난한 앞날|삶의 양식을 보존하려는 움직임, 야외 박물관|에코뮤지엄의 황금시대 ■PLUS DE LECTURE 1. 문화유적에 관한 프리먼 틸든의 정의 2. 신조어 ‘무형문화유산’의 등장으로 인한 변화
3장 박물관의 탄생 그리고 그후
● 18세기, 탄생의 순간
“유명한 조각과 신축 박물관은 경비에 의해 삼엄하게 감시되고 있었다. 박물관의 진정한 이용자는 지식인과 예술인, 즉 소수의 특권층에 한정되어 있었다.”
갤러리, 단계적 배치 방법을 도입하다|지역마다 배치의 방식을 고민하다|여전히 대중에게는 불편한 곳
● 19세기, 국민을 위한 공간이 되다
“박물관은 완벽한 정돈과 완벽한 우아함의 본보기들을 문자 그대로 저속하고 무질서한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이제 박물관은 국민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이동과 교류의 결실로 탄생한 박물관 문화|유럽 곳곳에 등장한 대형 박물관|베를린과 독일권 국가들의 박물관|런던과 영국의 박물관|대륙 너머 미국에 등장한 대형 박물관
● 20세기, 전체주의와 자유의 공존
“20세기 초 유럽의 박물관은 대중을 향해 정치 체제를 선전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는 관람객 수를 박물관의 성공 혹은 실패를 가늠하는 명확한 척도로 활용했다.”
전체주의의 무게|미국의 박물관|관객의 수에 관심을 보이다|MoMA,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다| 유물의 보존만이 아닌 방문객을 만족시켜야 하는 건축가들|‘현재와 과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등장
4장 프랑스 박물관과 국가의 관계
● 예술, 박물관, 그리고 국가
“프랑스혁명을 거치면서 왕궁의 수집 취미의 결과물은 자유의 힘으로 다시 태어나 예술가들의 열정에 불을 붙이고, 국민을 깨우치며, 후대에 새로운 가르침을 전달하는 것이 되었다.”
‘살롱’의 유산|프랑스혁명과 박물관의 대응|“박물관은 그 자체로 배움의 터전이 되어야 한다”|“대중의 취향은 앎과 자유를 필요로 한다”|프랑스의 예술품 분배, 정치적 제스처이자 문명 과시의 수단
● 자율화의 움직임
“19세기 말에 들어서면서 예술과 국가 간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다시금 불거졌다. 자유를 주장하며 창작물에 대한 사회적 대접 혹은 후원 방식을 직접 정하려는 예술가의 수가 부쩍 많아졌다.”
살롱의 위기|살롱의 종말, 예술의 새로운 지평|다시, 예술과 국가의 관계에 의문이 불거지다
● 문화 정책의 기초를 세우다
“2002년 프랑스 박물관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문화재의 보존뿐만 아니라 교육과 보급의 임무, 박물관의 요금 정책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고 나아가 국가에 의해 인정된 박물관들이 서로 연합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앙드레 말로, 프랑스 문화부를 만들다|프랑스 문화 행정 체계의 발전|오늘날 프랑스 박물관의 위상 ■PLUS DE LECTURE 1. 문화 혁신의 빛과 그림자 2. 무형문화재, 프로젝트 지역과 문화 정책
5장 수없이 늘어나는 박물관의 지형
● 성장과 변화를 향한 대응
“오늘날 박물관의 수는 세보기도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성격도 다양해졌고 변화의 속도는 놀랄 만큼 빠르다. 이제 박물관은 ‘기억’들이 세월에 묻혀 소멸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치의 충돌과 빠른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해야만 한다.”
다변화된 성장|박물관의 변이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가치 충돌, 빠른 변화 앞에 선 박물관의 나아갈 바 ■PLUS DE LECTURE 예술가와 박물관
● 안과 밖의 변화
“이제 박물관의 수준을 좌우하는 것은 가지고 있는 소장품이 아니라 어떤 주제에 대한 독창적인 시각과 이를 표현하는 지적 역량이다. 이것은 학예사들의 전문성 확대로 이어졌고 이제는 박물관의 안내와 안전 유지를 담당하는 경비나 관리인들까지도 전문화되었다.”
컬렉션의 변화|‘따로 또 함께’하는 박물관학|‘생동’의 개념을 컬렉션 안으로|박물관의 목적, 문화 발전에서 사회 편입으로|박물관과 직업 ■PLUS DE LECTURE 1. 스위스 뇌샤텔 민족학박물관의 《카니발 박물관》 전 2. 예술과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박물관
● 마지막 신화, 새로운 신호
“박물관에 얽힌 마지막 신화는 앙드레 말로의 ‘상상의 박물관’이다. 새로운 통신 및 복제 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가상의 박물관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최근 박물관은 그 건축적 구현으로 스스로의 이미지를 드러낸다. 건축물로서의 박물관을 둘러싼 다양한 장치들은 박물관이 대규모 조직의 시대에 들어섰다는 새로운 신호이다.”
상상의 박물관|박물관 건축의 도약 ■PLUS DE LECTURE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프랑스의 박물관 프로젝트
6장 학문으로서의 박물관
● 박물관학의 핵심, ‘즐거움’과 ‘실용성’
“예술과 국가를 위한 학교가 되어 그 안에서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기초 지식을 배우고, 예술가들은 작업에 도움을 얻으며, 대중은 예술에 대한 올바른 첫인상을 받는 것. 여기에 ‘즐거움’과 ‘실용성’이라는 박물관의 핵심이 이미 언급되어 있다.”
‘호기심 캐비닛’의 유산|전문화의 움직임
● 오늘날의 박물관학
“20세기, 박물관학은 생성의 단계에 놓였다. 경험적이고 서술적인 단계를 거친 뒤 학문으로서 박물관의 성립 과정은 마치 시시포스에게 내려진 형벌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이제 박물관학은 ‘인간과 현실의 관계를 대신 보여주는 어떤 물체를 통해서만 주지할 수 있는 현실의 한 부분에 대한 분석’이라는 평을 듣기에 이르렀다.”
● 다시, 박물관이란 무엇인가
“박물관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박물관의 정책은 무엇을 목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는가. 박물관을 활용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박물관을 찾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물들의 사회적 삶의 연장|박물관 안에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박물관 안에서 만들어지는 공공 문화|문화의 정립|박물관을 다시 붐비게 하려면 ■PLUS DE LECTURE 1.《화성의 지구미술관》, 화성으로 우회하여 박물관의 역할을 표현하다 2. 문화의 위기와 불가능한 박물관
*결론|박물관의 나아갈 길
*옮긴이의 글|박물관의 새로운 탄생, 죽은 공간에서 살아 있는 공간으로
*더 읽으면 좋을 책
*참고문헌
*찾아보기
박물관이란 무엇인가, 그곳은 무엇을 하는 공간인가
박물관의 시작부터 그 변화 현장의 정중앙에서 던지는 질문
‘박물관’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것인가. 수많은 유물과 유적이 유리 케이스 너머에 자리 잡고 있는 이미지? 또는 수많은 미술작품들이 벽면에 빼곡하게 걸린 곳? 좀더 나아가 전문 관계자들이 수많은 소장품들을 연구하고 관리하는 곳? 만일 그런 이미지만 떠오른다면, 오늘날 박물관의 역할을 다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언젠가부터 박물관은 우리의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와 있다. 동시에 박물관의 역할은 기존의 역할의 범위를 뛰어넘어 새로워지고 다양해졌다. 앞에서 언급했듯 우리가 박물관이라는 공간을 생각할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기존 박물관의 역할에 충실한 것들이다. 이미 18세기, 박물관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 그러한 이미지의 형성은 시작되었다. 이른바 고전적인 박물관은 얼마나 많은 소장품을 전시하고 보여주느냐에 따라 그 명성이 좌우되었다면 이제 박물관은 수많은 소장품을 어떤 이야기와 주제 속에 배치하느냐에 따라 그 명성과 권위가 좌우된다. 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온갖 종류의 것을 한 공간 안에 모아놓았던 것에서 벗어나 각각의 특색에 맞게 전문적인 내용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박물관도 이미 허다하게 등장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기존의 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소장품이었다면 이제 박물관은 공간을 구성하는 가장 직접적인 요소, 즉 건물과 소장품의 관계가 어떻게 유기적으로 연결되는가에까지 관심의 대상이 훨씬 구체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박물관의 기원은 어디에서 비롯되고, 그것은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는가. 나아가 어떤 지향점을 향해 변화하고 있는가. 『박물관의 탄생』(Musee et Museologie)‘은 바로 그 질문과 대답을 동시에 갖춘 책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인 도미니크 풀로 교수는 프랑스 파리1대학 팡테옹-소르본에서 미술사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저명한 역사학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그는 프랑스 역사학술연구위원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박물관과 문화유산 관련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하면서 다수의 논문과 저작을 발표해왔고, 그의 연구 업적은 국제적으로 널리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아주 오랫동안 박물관의 기원과 그 변화 과정에 주목해온 그는 결과론적인 현재의 현상을 바깥에서 관찰하는 학자라기보다 박물관 역할이 변화하는 현장의 중심에 박물관과 더불어 함께 서 있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저작 『박물관의 탄생』을 통해 과연 박물관이란 어디에서 출발하여 지금 어디에 와 있고, 그 변화를 이끄는 힘은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는지, 나아가 오늘날 박물관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아주 원론적이면서 동시에 도전적인 질문을 독자들에게 던지고 있다. 이 질문은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의 일상 속에 익숙한 공간으로 등장한 박물관의 유래와 탄생을 원점에서부터 이해하게 해주고, 나아가 그동안 미처 헤아리지 못했던 박물관의 역할 변화,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박물관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까지를 간명하게, 그러나 분명하게 아우르게 해준다. 더군다나 그것이 박물관의 대명사로 꼽히는, 역사의 첫 출발선이라 할 수 있는 유럽 프랑스 파리의 정중앙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점도 신뢰를 보탠다.
18세기 박물관의 기원부터 21세기 오늘날, 그리고 이후까지
국가와 시대를 넘나든 박물관 역사와 그 변화에 관한 문화사적 조망
애초 박물관의 소장품은 대부분 왕가와 군주들, 그리고 부르주아의 컬렉션이었다. 이러한 소장품들은 비슷한 계급끼리 서로서로 보여주다가 일정한 규제 하에 대중에게 점차 공개되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소유주의 뜻이 절대적이던 시절도 끝이 났다. 이것이 근대적 박물관 시대의 출발점이다. 측근이나 특별대우 손님들로만 이루어진 소우주를 벗어나 제작자, 평론가를 비롯한 예술품 전문가층과 이들의 제자들, 나아가 여행 중인 귀족들이 점차 그 대중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대중은 지금의 대중은 아니었다.
박물관이 참된 대중에게 그 문을 연 것은 1789년 프랑스혁명 이후였다. 프랑스는 국립박물관을 설립했고, 박물관에 입장할 권리는 시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되었다. 이는 당시 스스로에 관한 정체성과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한다는 시민 스스로의 필요성이 대두한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그러나 18세기 대중에게 박물관은 낯설고 불편한 공간이었고 일상 속으로 들어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19세기에 접어들자 박물관은 이제 한 국가나 공동체의 상징과 같은 곳이 되었다. 자연스럽게 영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 곳곳에 박물관이 등장했고, 각 나라마다 해당 국가의 정체성에 맞는 공간과 소장품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 이 당시 등장한 각 나라의 박물관은 해당 국가와 도시 박물관의 원형이 되었다. 박물관은 유럽 대륙을 벗어나 미국에도 등장했다. 1858년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 미국 박물관의 출발선이었다.
각 박물관의 모든 소장품은 그 공동체를 대표하는 상징물이 되었다. 소장품은 반드시 진품이어야 했고, 공공의 소유여야 했으며 다른 공동체, 다른 국가의 것보다 우월해야 했다. 좀더 역사적이고 좀더 가치가 있는 유물을 확보하기 위한 보이지 않는 전쟁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진행되었다. 나아가 이제 소장품을 보러 오는 대중들에게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아직까지 박물관은 완벽한 정돈과 완벽한 우아함의 본보기들을 저속하고 무질서한 대중에게 보여주는 곳이었으나 명실상부 국민을 위한 공간으로 천명이 되었다.
이렇듯 자국이 보유한 우월한 소장품을 한곳에 모아 대중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던 박물관은 20세기 들어 주목할 만한 역할의 변화를 몇 가지 보여주었다. 우선 하나는 전쟁을 겪은 뒤 파시즘과 나치즘이 퍼지면서 박물관은 컬렉션과 학문을 이념적 목적 아래 두려 했으며 정치 체제를 선전하기 위한 도구(프로파간다)로 이용되기에 이른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가 전체주의 또는 자유주의 중 어떤 것을 채택하느냐에 따라 양상도 다양하게 드러났다. 아울러 박물관은 가지고 있던 것을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점차 찾아오는 관객의 수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 ‘보관하는 박물관’에서 ‘보여주는 박물관’으로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박물관을 찾는 관객에게 편안한 관람과 동선을 제공하느냐는 박물관이 당면한 큰 고민 중 하나였고 이에 최적화된 공간의 구성을 건축가들에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소장품을 어떻게 보존하느냐가 박물관 설계에 가장 큰 과제였던 지난 세기와는 다른 차원의 고민은 건축가들의 새롭고 다양한 시도로 이어졌다. 20세기 들어 박물관이 보인 변화는 또 있다. 바로 과거의 유물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를 담아내기 시작한 것이다. 지식인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역사를 다름 아닌 대중에게 전달하는 공간으로 박물관이 활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전쟁과 이념의 대결을 거친 뒤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함께 겪은 그 시간을 박제화시키지 않고 대중에게 고스란히 보여주려는 시도들이 곳곳에서 등장했다. 이로써 박물관은 어제의 자랑스런 유물만을 보여주던 공간에서 바로 오늘 역사의 현장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공간으로 그 역할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1세기에 접어들어 박물관의 변화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박물관의 수는 세보기도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고 ‘기억’들이 세월에 묻혀 소멸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치의 충돌과 빠른 변화에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연장선 안에서 컬렉션의 성격도 달라지고 있고, 예술과 일상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으며 공공문화 생산자로서의 첨병 역할도 기꺼이 수행하고 있다.
도미니크 풀로 교수는 수세기에 걸친 이러한 박물관 변화의 현상을 해당 국가의 상황과 문화 정책의 과정 속에서만 바라보지 않고, 그 변화의 방향이 어디로, 무엇을 향하고 있는지에 관한 관찰의 시선을 끊임없이 유지하고 있다. 그의 이런 시선은 독자로 하여금 박물관의 변화를 단순히 하나의 문화공간의 변화로만 대하지 않고 좀더 거시적인 시선으로, 문화적 현상으로 조망할 수 있게 해준다. 도미니크 풀로 교수의 이러한 서술 방식을 통해 박물관은 하나의 문화공간을 넘어 18세기부터 오늘날까지 문화 전반의 지향점이 무엇을 향하여 있는지, 그 과정을 들여다보는 장치로 그 의미가 확장되었다고 할 수 있다.
박물관의 안과 밖, 제도부터 사람들,
전시 방식과 건물 설계의 변화까지 종합적으로 아우른
박물관에 관한 종합적인 안내서
이 책은 내용의 흥미로움은 물론 구성상의 특징 역시 매력적이다. 박물관이라는 공간은 앞서 말했듯 유물을 잘 보존하고 그것에 대해 연구하는 기능과, 일련의 주제를 선정하고 대중들에게 잘 보여주는 기능의 서로 다른 역할을 복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박물관을 대상으로 하는 책답게 저자는 이 책의 구성에서도 단순한 사실과 정보를 연대기순으로 나열하는 방식을 채택하지 않았다. 박물관의 기원부터 현재의 변화까지를 잘 보여주되 도식적이고 전형적인 시대순 구획에 갇히지 않고 좀더 포괄적이고 복합적인 주제의 선정과 서술의 방식으로 독자들로 하여금 다소 전문적일 수 있는 내용의 책을 좀더 생동감 있게 접할 수 있게 한다.
다시 말해 박물관이라는 공간 내부의 고민을 다루면서 동시에 철저하게 하드웨어적인 공간의 구성과 설계의 문제를 함께 다루고, 유물 보관과 전시의 기획이라는 두 개의 중요한 행위 앞에서 박물관이라는 기관명 안에 가려진 숱한 큐레이터들의 고민과 구체적인 실험의 내용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언급한다. 또한 저자는 자칫 관념적으로 인식하기 쉬운 박물관이라는 공간이 엄연히 물성으로 존재하는 곳이며, 다름 아닌 사람이 일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 때문에 그는 역사 속의 박물관을 바라보는 것과 동시에 발을 딛고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구체적인 공간의 물성, 즉 건물과 구조의 변화에도 시선을 안배한다. 또한 현장에서 변화를 이끌어온 사람들의 다양한 사례와 인력 구성의 변화까지를 촘촘하게 살피고 있는데, 이렇듯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따라 박물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어떻게 바뀌었는가에 관한 서술은 크지 않은 비중임에도 불구하고 독자로 하여금 훨씬 현실감 있게 텍스트를 이해하도록 하는 유의미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저자는 한국 독자를 위해 각별한 애정을 담은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이 책을 집필하게 된 배경과 전하려는 메시지를 충실하게 정리해 소개했다. 이러한 그의 애정의 배경에는 자신의 제자이면서 이 책을 한국에 소개한 번역자에 대한 배려가 존재한다. 번역자 역시 전공 분야의 스승이자 박물관학의 대가인 저자의 책을 한국에 소개하면서 각별한 사명감을 가지고 작업했으며 정확한 의미의 전달을 위해 번역 작업을 진행하며 수시로 저자의 확인을 거쳐 원고를 완성했다.
또한 이 책을 읽기 전과 읽은 후에 읽어두면 좋은 책의 목록을 따로 정리해두어 박물관에 관한 독서 지도(Map)를 제공하려 했으며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옮긴이 주를 상세하게 배치하고, 원서에는 없는 다양한 이미지 자료를 찾아 배치했다. 특히 책 앞의 화보에 배치된 컬러 이미지 중 프랭크 게리의 루이비통 미술관 이미지는 제작 직전 파리에서 촬영하여 추가했다. 이는 오늘날 박물관이 어떤 공간인가를 설명해주는 동시에 앞으로 이 공간이 어떻게 활용되는가를 관찰하는 것 역시 미래 박물관의 변화 과정을 지켜보는 의미 있는 사례가 될 것이라는 이유에서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도미니크 풀로(Dominique Poulot)
1956년 프랑스 그르노블(Grenoble)에서 태어난 역사학자로, 파리 1대학 팡테옹-소르본의 미술사학과 교수이자 프랑스 역사학술연구위원회(Comite des travaux historiques et scientifiques)의 회장을 맡고 있다. 역사학자 특유의 날카로운 논리와 시대와 장소를 넘나드는 폭넓은 관심사, 그리고 방대한 저술활동 등으로 박물관과 문화유산 연구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널리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에서 공부했으며, 프랑스대혁명의 문화적·지적 기원과 혁명 전후의 역사 인식을 다룬 박사 논문(「Passe en Revolution」)을 시작으로 『박물관, 국가, 문화유산』 (Musee, Nation, Patrimoine, 갈리마르, 1997), 『문화유산과 박물관』 (Patrimoine et Musee, 아셰트, 2001), 『18~21세기 서양 문화유산의 역사』 (Une histoire du patrimoine en Occident XVIIIe-XXIe siecle, 프랑스대학출판사, 2009) 등의 주요 저작을 펴낸 바 있다. 스스로를 뼛속까지 역사가이며 미술사적 ''감성''은 아직도 낯설다고 말하기도 하는 그는 제자들을 격없이 대하면서도 연구에 대해서는 늘 매서운 조언과 지적을 놓치지 않는 ‘좋은 선생’이다.
역자 : 김한결
홍익대학교 예술학과에서 미술사를 공부하다 2006년 파리 1대학 팡테옹-소르본에 편입한 뒤, 중세 미술사 전공으로 15세기 플랑드르 회화에 등장하는 종교적 상징들에 관한 주제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후 미술사에 관한 관심은 박물관사로 이어졌고, 이 책의 저자인 도미니크 풀로 교수의 지도를 받아 박물관 및 문화유산사 전공으로 석사 논문을 마치고 지금은 박사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지도교수이자 박물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세계적 학자인 도미니크 풀로의 책을 통해 한국의 독자들이 오늘날 일상 속에서 수없이 마주치는 박물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계기를 갖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hangyul.kim@gmail.com
▣ 주요 목차
*책을 펴내며|지금, 박물관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한국의 독자들에게|박물관의 역사, 그리고 나아갈 바에 관하여
1. 박물관이란 무엇인가
● 박물관에 대한 여러 정의
“박물관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이미지는 고대 그리스 뮤즈의 신전이다. 그 이미지를 떠올리면 박물관의 역할이 가장 잘 드러난다.”
박물관의 기원|ICOM, 박물관의 ‘의미’를 정의하다!|나라마다 같거나 다른 ‘박물관이란 무엇인가’|박물관 그리고 박물관학 ■PLUS DE LECTURE 1. 박물관에 관한 환상의 근원, 알렉산드리아 박물관 2. 진열장의 마술사, 조르주-앙리 리비에르
● 박물관이 하는 일, 해야 할 일
“박물관은 앞으로의 진로에 관한 고민이 한창이다. 그 고민 끝에 이루어지는 많은 변화의 목적은 이 공간과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이 문화의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박물관과 소장품 보존의 관계|박물관의 전통적 역할, 분석과 연구|‘보관하는 박물관’에서 ‘보여주는 박물관’으로|박물관 변화의 바람직한 방향 ■PLUS DE LECTURE 세계의 박물관을 만든 전시 전문가들
2장 전통적 박물관과 새로운 박물관, 그 공간과 시간의 변화
● 역사박물관, ‘조국’ 탄생의 증언자에서 보편적 가치의 전달자로
“각 민족의 특정한 ‘기억’들로 가득했던 박물관은 이제 인류 전체의 보편적 가치의 판단을 따르고 추구하는 쪽으로 변화하고 있다.”
박물관과 학문의 결합, 자국사박물관|이전과 이후, 저곳과 이곳의 연결고리|아틀리에 박물관, 미래를 위한 기틀|역사박물관, 경제사*사회사*정신사를 아우르다|홀로코스트 박물관에서의 애도와 화해|‘고향’박물관, 독일의 국가 형성에 이바지하다|민속학박물관과 인류학박물관의 미래 ■PLUS DE LECTURE 박물관이 품고 있는 역사의 풍경들
● 도시박물관, 도시의 기억을 공간에 담는 다양한 시도
“지역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도시 박물관은 오래된 주택 한 채를 구입해 당시 사람들의 삶을 보여줬던 것부터 다양한 방식의 체험이 가능한 야외 박물관을 거쳐 이제는 주민들이 박물관의 능동적 주체로 나서는 에코뮤지엄까지 등장했다.”
기억 속 도시를 박물관으로|도시박물관의 험난한 앞날|삶의 양식을 보존하려는 움직임, 야외 박물관|에코뮤지엄의 황금시대 ■PLUS DE LECTURE 1. 문화유적에 관한 프리먼 틸든의 정의 2. 신조어 ‘무형문화유산’의 등장으로 인한 변화
3장 박물관의 탄생 그리고 그후
● 18세기, 탄생의 순간
“유명한 조각과 신축 박물관은 경비에 의해 삼엄하게 감시되고 있었다. 박물관의 진정한 이용자는 지식인과 예술인, 즉 소수의 특권층에 한정되어 있었다.”
갤러리, 단계적 배치 방법을 도입하다|지역마다 배치의 방식을 고민하다|여전히 대중에게는 불편한 곳
● 19세기, 국민을 위한 공간이 되다
“박물관은 완벽한 정돈과 완벽한 우아함의 본보기들을 문자 그대로 저속하고 무질서한 대중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어쨌거나 이제 박물관은 국민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이동과 교류의 결실로 탄생한 박물관 문화|유럽 곳곳에 등장한 대형 박물관|베를린과 독일권 국가들의 박물관|런던과 영국의 박물관|대륙 너머 미국에 등장한 대형 박물관
● 20세기, 전체주의와 자유의 공존
“20세기 초 유럽의 박물관은 대중을 향해 정치 체제를 선전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되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서는 관람객 수를 박물관의 성공 혹은 실패를 가늠하는 명확한 척도로 활용했다.”
전체주의의 무게|미국의 박물관|관객의 수에 관심을 보이다|MoMA,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다| 유물의 보존만이 아닌 방문객을 만족시켜야 하는 건축가들|‘현재와 과거에 대한 새로운 시각’의 등장
4장 프랑스 박물관과 국가의 관계
● 예술, 박물관, 그리고 국가
“프랑스혁명을 거치면서 왕궁의 수집 취미의 결과물은 자유의 힘으로 다시 태어나 예술가들의 열정에 불을 붙이고, 국민을 깨우치며, 후대에 새로운 가르침을 전달하는 것이 되었다.”
‘살롱’의 유산|프랑스혁명과 박물관의 대응|“박물관은 그 자체로 배움의 터전이 되어야 한다”|“대중의 취향은 앎과 자유를 필요로 한다”|프랑스의 예술품 분배, 정치적 제스처이자 문명 과시의 수단
● 자율화의 움직임
“19세기 말에 들어서면서 예술과 국가 간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다시금 불거졌다. 자유를 주장하며 창작물에 대한 사회적 대접 혹은 후원 방식을 직접 정하려는 예술가의 수가 부쩍 많아졌다.”
살롱의 위기|살롱의 종말, 예술의 새로운 지평|다시, 예술과 국가의 관계에 의문이 불거지다
● 문화 정책의 기초를 세우다
“2002년 프랑스 박물관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은 문화재의 보존뿐만 아니라 교육과 보급의 임무, 박물관의 요금 정책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고 나아가 국가에 의해 인정된 박물관들이 서로 연합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앙드레 말로, 프랑스 문화부를 만들다|프랑스 문화 행정 체계의 발전|오늘날 프랑스 박물관의 위상 ■PLUS DE LECTURE 1. 문화 혁신의 빛과 그림자 2. 무형문화재, 프로젝트 지역과 문화 정책
5장 수없이 늘어나는 박물관의 지형
● 성장과 변화를 향한 대응
“오늘날 박물관의 수는 세보기도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성격도 다양해졌고 변화의 속도는 놀랄 만큼 빠르다. 이제 박물관은 ‘기억’들이 세월에 묻혀 소멸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가치의 충돌과 빠른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해야만 한다.”
다변화된 성장|박물관의 변이를 바라보는 여러 관점|가치 충돌, 빠른 변화 앞에 선 박물관의 나아갈 바 ■PLUS DE LECTURE 예술가와 박물관
● 안과 밖의 변화
“이제 박물관의 수준을 좌우하는 것은 가지고 있는 소장품이 아니라 어떤 주제에 대한 독창적인 시각과 이를 표현하는 지적 역량이다. 이것은 학예사들의 전문성 확대로 이어졌고 이제는 박물관의 안내와 안전 유지를 담당하는 경비나 관리인들까지도 전문화되었다.”
컬렉션의 변화|‘따로 또 함께’하는 박물관학|‘생동’의 개념을 컬렉션 안으로|박물관의 목적, 문화 발전에서 사회 편입으로|박물관과 직업 ■PLUS DE LECTURE 1. 스위스 뇌샤텔 민족학박물관의 《카니발 박물관》 전 2. 예술과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박물관
● 마지막 신화, 새로운 신호
“박물관에 얽힌 마지막 신화는 앙드레 말로의 ‘상상의 박물관’이다. 새로운 통신 및 복제 기술의 발전에 힘입은 가상의 박물관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최근 박물관은 그 건축적 구현으로 스스로의 이미지를 드러낸다. 건축물로서의 박물관을 둘러싼 다양한 장치들은 박물관이 대규모 조직의 시대에 들어섰다는 새로운 신호이다.”
상상의 박물관|박물관 건축의 도약 ■PLUS DE LECTURE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과 프랑스의 박물관 프로젝트
6장 학문으로서의 박물관
● 박물관학의 핵심, ‘즐거움’과 ‘실용성’
“예술과 국가를 위한 학교가 되어 그 안에서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이 기초 지식을 배우고, 예술가들은 작업에 도움을 얻으며, 대중은 예술에 대한 올바른 첫인상을 받는 것. 여기에 ‘즐거움’과 ‘실용성’이라는 박물관의 핵심이 이미 언급되어 있다.”
‘호기심 캐비닛’의 유산|전문화의 움직임
● 오늘날의 박물관학
“20세기, 박물관학은 생성의 단계에 놓였다. 경험적이고 서술적인 단계를 거친 뒤 학문으로서 박물관의 성립 과정은 마치 시시포스에게 내려진 형벌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이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이제 박물관학은 ‘인간과 현실의 관계를 대신 보여주는 어떤 물체를 통해서만 주지할 수 있는 현실의 한 부분에 대한 분석’이라는 평을 듣기에 이르렀다.”
● 다시, 박물관이란 무엇인가
“박물관은 무엇으로 구성되는가. 박물관의 정책은 무엇을 목적으로 만들어져야 하는가. 박물관을 활용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를 갖는가. 그리고 사람들로 하여금 박물관을 찾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사물들의 사회적 삶의 연장|박물관 안에서 변하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박물관 안에서 만들어지는 공공 문화|문화의 정립|박물관을 다시 붐비게 하려면 ■PLUS DE LECTURE 1.《화성의 지구미술관》, 화성으로 우회하여 박물관의 역할을 표현하다 2. 문화의 위기와 불가능한 박물관
*결론|박물관의 나아갈 길
*옮긴이의 글|박물관의 새로운 탄생, 죽은 공간에서 살아 있는 공간으로
*더 읽으면 좋을 책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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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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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