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20세기 대한민국,
그 찬란하고 참혹했던 시절에 대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야기!
-「혈의 누」의 작가 이인직은 이완용의 비서로 나라 팔아먹기에 앞장선 악질 매국노였다?
- 고종 황제는 베이징으로 망명을 시도했다?
- 경천사지십층석탑은 조각조각 해체되어 현해탄을 건너갔다가 돌아왔다?
- 독립군을 때려잡던 조선인 부대가 있었다?
- ‘요절한 천재’ 전혜린의 아버지가 백범 김구 암살을 지휘했다?
국사 교과서에 건조하게 한 줄로 나오는 케케묵은 사실의 나열이 아닌,
옛이야기처럼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한국 근현대사 이야기 28편.
일제 강점기에서 한국전쟁까지, 격동의 20세기 대한민국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펼쳐진다!
‘겉절이’ 현대사는 가라!
따뜻한 시선으로 돌아본 20세기 대한민국사
우리 현대사는 적어도 국사 수업 시간에는 ‘겉절이’ 신세다. 고조선부터 조선 시대까지는 상세하게 설명하면서도 정작 21세기를 사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현대사는 교과서 맨 뒷장에 부록이나 장식처럼 달랑 몇 페이지가 실려 있을 뿐, 연표를 그저 문장으로 풀어 놓은 느낌이 들 정도로 건조하기 짝이 없다.
당대와 가장 가까운 시대가 왜 이토록 푸대접을 받을까? 우리 현대사가 식민지화와 더불어 진행되고 이후의 분단과 전쟁이라는 진한 아픔과 이데올로기 싸움 등 핏빛 갈등으로 얼룩져 있고 그 여파가 오늘날까지 미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추천사를 쓴 역사저술가 박은봉의 말대로 “불편하다고 외면할 수 없는 것이 다름 아닌 근현대사”이다. 왜냐하면 “근현대사는 현재의 내 삶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이라는 공간과 시간을 만든 것이 바로 한국 근현대사”이기 때문이다.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끊임없는 논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툭툭 불거지는 ‘친일파’ 논란 역시 역사의식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문제 아닐까. 역사의식이 다른 어떤 때보다 중시되어야 할 지금, 기계적으로 외우고 편파적으로 배우는 역사가 아닌, 우리 근현대사를 민족주의와 휴머니즘이라는 따뜻한 시선으로 재구성한 재미있는 역사책이 나왔다.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는 제목 그대로 ‘숨어 있는’ 우리 역사 속에서 드라마틱한 에피소드와 파란만장한 인물들의 삶을 발굴하여 교양으로서의 깊이 있는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구한말과 대한민국 사이,
20세기를 뒤흔든 사건 속 28가지 이야기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는 국사 교과서가 알려주지 않는 현대사의 틈바구니, 내일을 살아야 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순간순간을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다. 얼핏 차례만 보면 가벼운 역사서 느낌을 받을지 모르지만 책에 실린 모든 내용은 수많은 작가들이 피땀 흘려 복원해낸 진중하고 생생한 사실들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우리는 국어 시간에 이인직의 신소설 「혈의 누」에 대해 ‘최초의 신소설’이라고만 배우며 이인직은 ‘최초의 신소설을 쓴 선각자’라고만 배운다. 그리고 이인직이 친일을 했다는 사실은 이력에서 스치듯 ‘친일파 논란이 있다’ 정도로 끝난다. 그런데 이인직은 어떤 친일을 했을까? 대부분의 문인들처럼 일본의 제국주의 행위를 찬양하거나 조선인이 전쟁에 동원되어야 한다고 선동하는 글을 썼을까?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는 이인직의 뜻밖의 친일 행적을 들려준다. ‘매국의 아이콘’ 이완용의 비서로 한일병합조약에서 실무자 역할을 한 사람이 이인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일본측 실무자를 만나서 매국의 구체적인 조건을 논의했고, 심지어 일본의 조건에 대해 ‘대단히 관대한 조건’이라며 좋아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우당 이회영이라는 사람에 대해 우리는 어느 정도의 정보를 갖고 있을까? 이회영이라는 이름 석 자조차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백사 이항복의 후손으로 당대 손꼽히는 명문가의 후손이었던 이회영은 나라가 강제병합당한 1910년 전 재산을 정리하여 만주로 망명했다. 독립운동이라는 거대한 명분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조선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고, 일제에 체포되어 고문사했다. 구한말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온몸으로 실천한 지식인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런 이회영의 독립운동 행적 가운데 미완에 그쳤지만 대단히 드라마틱한 사건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고종 황제를 베이징으로 망명시켜 망명정부를 세우자는 것이었다. 거사가 무르익어 갈 무렵 애석하게도 고종이 급서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만약 성공했다면 우리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가 바뀌었을 수도 있는 드라마틱한 순간의 발굴이다.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는 이처럼 “우리 역사를 뒤흔든 거대한 사건들과 그 사건의 주역인 생생한 인간 이야기”를 간결한 필치로, 생생하고 재미있게 기록하고 있다. 우리 역사 왜곡의 전초기지였던 조선사편수회의 정체, 99칸 임청각 마당이 싹둑 잘려나간 한 맺힌 사연, 경천사지십층석탑이 현해탄을 건너갔다 온 우여곡절, 백범 암살을 지휘한 전봉덕과 요절한 천재 전혜린의 관계 등 우리가 잘 몰랐던 28가지 사건과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를 복원한다. 연대를 중심에 두기는 했지만 사건과 관련된 인물을 나란히 두어 하나의 사건과 관련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복원될 수 있게 세심하게 배치했다.
백범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가
국사 교과서에서 삭제당한다?
대한민국이 수많은 역사의 질곡을 이겨내고 민주화와 경제 발전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성취를 이룩한 지금,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는 미래를 이끌 젊은 세대가 읽어야 할 역사책이다.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 할머니와 할아버지 세대가 얼마나 치열하게, 온몸으로 그 시대를 통과해 왔는지를 소설처럼 생생하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일본의 역사는 일본인들의 것이고, 미국의 역사는 미국인들의 것이듯이, 한국의 역사는 다른 어느 민족도 아닌 우리 한국인들의 것이다. 임시정부 주석인 백범 김구가 국사 교과서에서 삭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가 ‘테러리스트’로 기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세대의 책무다. 우리 역사를 우리가 기억하고 기록하여 후세에 전달하지 않으면 어느 누가 그 일을 대신해 주겠는가? 그런 면에서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는 오늘을 살아가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내일을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재미있게 읽어나가면서 우리 현대사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역사의식을 키우는 데 최고의 역사교양서가 되어줄 것이다.
추천의 말 / 박은봉(역사 저술가, 『한국사 편지』 저자)
이 책은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한국전쟁까지의 한국 근현대사를 인물 중심으로 써내려가고 있다. 자칫 복잡하고 딱딱하게 느껴지기 쉬운 그 시대의 역사를 저자는 사람 사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복원시켜 놓았다. 친일파와 독립운동가, 좌익과 우익, 빨치산과 토벌대장, 이런 식의 흑백논리로 양분 대립시키지 않고 당시의 상황 속에서 충실하게 인물을 그려내는 저자의 필치가 설득력이 있다. 기자만이 가질 수 있는 예리한 통찰과 명료한 서술은 읽는 이를 즐겁게 한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밑바닥에 시종 흐르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민족주의와 휴머니즘이 그의 사관이기에 그럴 것이다. 진정한 민족주의와 휴머니즘은 분리와 분열이 아니라 통합과 화해를 지향하니 말이다.
원고 파일을 열고는 단숨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었다. 그리고 맨 끝 문장을 읽고 났을 때는 나도 모르게 눈이 젖어 있었다. 다른 독자들도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 작가 소개
저자 : 임기상
1959년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CBS(기독교방송)에 입사하여 보도국 사회부를 시작으로 춘천 CBS 보도국장·사회부장, 부산 CBS 보도국장 등을 거쳐 현재는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다. 뒤틀리고 왜곡된 한국 현대사를 바로 알고 또한 바로잡아야만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CBS노컷뉴스」에 역사 칼럼 ‘임기상의 역사 산책’을 연재하고 있다. 역사란 개개인의 삶이 단단히 응축된 집합체라고 생각하며, 우리 현대사에서 숨겨지거나 삭제당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역사가 흔들리던 순간들을 발굴하여 세상 밖으로 내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 주요 목차
추천사
머리말
I. 뒤틀린 현대사 -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 vs 친일파
1. 신소설의 작가, 조선을 팔아먹다 - 매국노 이완용의 비서였던 이인직의 숨은 친일 행적
2. 고종 황제 망명 시도 사건 - 전 재산을 털어 항일 무장 투쟁에 나선 이회영 일가
3. 일본 갑부, 조선 호랑이 고기를 VIP에게 대접하다 - 한국 호랑이와 표범을 멸종시킨 일제의 또 하나의 만행
4. 축복받은 일본에 살어리랏다? - ‘뼛속까지 친일파’ 윤치호 등 친일파를 7명이나 배출한 윤씨 집안
5. 백발 노인의 의거, 조선을 뒤흔들다 - 조선총독에게 폭탄을 던지고 순국한 64세의 강우규 의사
6. 조선사편수회, 한국 고대사를 말아먹다 - 황국사관의 전초기지였던 조선사편수회와 이병도 등 식민사학자의 궤적
7. 식민사관의 세 가지 거짓말 - 조선총독부 사관의 터무니없는 주장과 식민사관의 정체
8. 조선의 아낙네, 일제의 심장에 총구를 겨누다 - ‘여자 안중근’이라 불린 독립운동가 남자현
9. 독립투사 고택의 마당에 철로를 깔아 맥을 끊어버려라 - 석주 이상룡, 식솔을 이끌고 항일 운동에 뛰어들다
10. 경천사지십층석탑, 산산이 해체되어 현해탄을 건너다 - 고려청자에서 「몽유도원도」까지, 우리 문화재 수난기
11. 독립군 때려 잡는 조선인 부대를 아십니까? - 치욕의 간도특설대, 그들의 면면을 밝힌다
12. “광복군,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 임시정부, 국내 진공을 계획했으나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무산되다
II.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 해방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1. “왜 유순했던 조선인들이 포악해졌을까?” - 반성 없는 일본, 패전 직후에 고관대작들은 재산 빼돌리기에 ‘혈안’
2. 그 남자가 평양으로 간 까닭은? - 해방 후 친일파가 득세한 세상, 광복군 부사령관은 평양을 선택하다
3. 서북청년회, 그 죄를 어찌할까? - 야만의 극치를 달린 서북청년회의 온갖 비행과 만행
4. 피는 피를 부른다 - 여순 사건, 죽고 죽이는 악순환의 길을 열다
5. 한낮의 반민특위 습격 사건 - 역사가 무너진 현장, 이승만은 어떻게 반민특위를 박살냈는가?
6. 전혜린의 아버지, 백범 김구 암살을 지휘하다 - 평생 양지만 쫓아다닌 친일파 전봉덕의 인생행로
7. 정의의 이름으로 - 김구 암살범 안두희, 애국시민 박기서에게 맞아 죽다
III. 이승만은 어떻게 한국 현대사를 짓밟았나 - 한국전쟁 발발에서 휴전까지
1. 비극의 도시 얄타, 분단과 내전을 잉태하다 - 해방 전후 숨가쁘게 돌아간 동아시아 정세
2. 남조선 침략은 OK, 소련군 참전은 NO - 스탈린, 북한과 중국을 미국과의 전쟁으로 떠밀다
3. 대한민국 국군 수뇌부, ‘숙취’ 중에 남침을 당하다 - 대통령은 낚시 중, 국방부 장관과 작전국장은 연락 두절
4. “대통령인 내가 사과를 왜 하나?” - 대통령은 야반도주, 고관대작들은 피난 경쟁
5. 무자비한 폭격, 지도에서 사라진 평양 - 미군의 폭격으로 불바다로 변한 북한
6. 중공군, 압록강을 건너다 - 소련의 공군 지원 확약 없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마오쩌둥
7. 빨치산, 그 주홍글씨 - 지금도 유령처럼 떠도는 ‘빨갱이’라는 손가락질
8. 한국의 체 게바라, 지리산에서 산화하다 - 인간적 공산주의자 이현상의 삶과 죽음
9. “죽은 뒤에도 빨갱이란 말입니까?” - 남한 빨치산 총사령관 이현상의 장례를 치른 차일혁 경무관
참고문헌
20세기 대한민국,
그 찬란하고 참혹했던 시절에 대한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야기!
-「혈의 누」의 작가 이인직은 이완용의 비서로 나라 팔아먹기에 앞장선 악질 매국노였다?
- 고종 황제는 베이징으로 망명을 시도했다?
- 경천사지십층석탑은 조각조각 해체되어 현해탄을 건너갔다가 돌아왔다?
- 독립군을 때려잡던 조선인 부대가 있었다?
- ‘요절한 천재’ 전혜린의 아버지가 백범 김구 암살을 지휘했다?
국사 교과서에 건조하게 한 줄로 나오는 케케묵은 사실의 나열이 아닌,
옛이야기처럼 술술 읽히는 재미있는 한국 근현대사 이야기 28편.
일제 강점기에서 한국전쟁까지, 격동의 20세기 대한민국사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펼쳐진다!
‘겉절이’ 현대사는 가라!
따뜻한 시선으로 돌아본 20세기 대한민국사
우리 현대사는 적어도 국사 수업 시간에는 ‘겉절이’ 신세다. 고조선부터 조선 시대까지는 상세하게 설명하면서도 정작 21세기를 사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현대사는 교과서 맨 뒷장에 부록이나 장식처럼 달랑 몇 페이지가 실려 있을 뿐, 연표를 그저 문장으로 풀어 놓은 느낌이 들 정도로 건조하기 짝이 없다.
당대와 가장 가까운 시대가 왜 이토록 푸대접을 받을까? 우리 현대사가 식민지화와 더불어 진행되고 이후의 분단과 전쟁이라는 진한 아픔과 이데올로기 싸움 등 핏빛 갈등으로 얼룩져 있고 그 여파가 오늘날까지 미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추천사를 쓴 역사저술가 박은봉의 말대로 “불편하다고 외면할 수 없는 것이 다름 아닌 근현대사”이다. 왜냐하면 “근현대사는 현재의 내 삶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며, “지금 내가 살고 있는 21세기 대한민국이라는 공간과 시간을 만든 것이 바로 한국 근현대사”이기 때문이다.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끊임없는 논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툭툭 불거지는 ‘친일파’ 논란 역시 역사의식의 부재에서 비롯되는 문제 아닐까. 역사의식이 다른 어떤 때보다 중시되어야 할 지금, 기계적으로 외우고 편파적으로 배우는 역사가 아닌, 우리 근현대사를 민족주의와 휴머니즘이라는 따뜻한 시선으로 재구성한 재미있는 역사책이 나왔다.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는 제목 그대로 ‘숨어 있는’ 우리 역사 속에서 드라마틱한 에피소드와 파란만장한 인물들의 삶을 발굴하여 교양으로서의 깊이 있는 역사 이야기를 들려준다.
구한말과 대한민국 사이,
20세기를 뒤흔든 사건 속 28가지 이야기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는 국사 교과서가 알려주지 않는 현대사의 틈바구니, 내일을 살아야 할 우리가 기억해야 할 순간순간을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다. 얼핏 차례만 보면 가벼운 역사서 느낌을 받을지 모르지만 책에 실린 모든 내용은 수많은 작가들이 피땀 흘려 복원해낸 진중하고 생생한 사실들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우리는 국어 시간에 이인직의 신소설 「혈의 누」에 대해 ‘최초의 신소설’이라고만 배우며 이인직은 ‘최초의 신소설을 쓴 선각자’라고만 배운다. 그리고 이인직이 친일을 했다는 사실은 이력에서 스치듯 ‘친일파 논란이 있다’ 정도로 끝난다. 그런데 이인직은 어떤 친일을 했을까? 대부분의 문인들처럼 일본의 제국주의 행위를 찬양하거나 조선인이 전쟁에 동원되어야 한다고 선동하는 글을 썼을까?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는 이인직의 뜻밖의 친일 행적을 들려준다. ‘매국의 아이콘’ 이완용의 비서로 한일병합조약에서 실무자 역할을 한 사람이 이인직이라는 것이다. 그는 일본측 실무자를 만나서 매국의 구체적인 조건을 논의했고, 심지어 일본의 조건에 대해 ‘대단히 관대한 조건’이라며 좋아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보자. 우당 이회영이라는 사람에 대해 우리는 어느 정도의 정보를 갖고 있을까? 이회영이라는 이름 석 자조차 생소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백사 이항복의 후손으로 당대 손꼽히는 명문가의 후손이었던 이회영은 나라가 강제병합당한 1910년 전 재산을 정리하여 만주로 망명했다. 독립운동이라는 거대한 명분을 위해서였다. 그리고 조선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했고, 일제에 체포되어 고문사했다. 구한말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온몸으로 실천한 지식인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그런 이회영의 독립운동 행적 가운데 미완에 그쳤지만 대단히 드라마틱한 사건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고종 황제를 베이징으로 망명시켜 망명정부를 세우자는 것이었다. 거사가 무르익어 갈 무렵 애석하게도 고종이 급서하는 바람에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지만, 만약 성공했다면 우리 역사의 거대한 물줄기가 바뀌었을 수도 있는 드라마틱한 순간의 발굴이다.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는 이처럼 “우리 역사를 뒤흔든 거대한 사건들과 그 사건의 주역인 생생한 인간 이야기”를 간결한 필치로, 생생하고 재미있게 기록하고 있다. 우리 역사 왜곡의 전초기지였던 조선사편수회의 정체, 99칸 임청각 마당이 싹둑 잘려나간 한 맺힌 사연, 경천사지십층석탑이 현해탄을 건너갔다 온 우여곡절, 백범 암살을 지휘한 전봉덕과 요절한 천재 전혜린의 관계 등 우리가 잘 몰랐던 28가지 사건과 사람들 이야기를 통해 현대사를 복원한다. 연대를 중심에 두기는 했지만 사건과 관련된 인물을 나란히 두어 하나의 사건과 관련 인물들이 입체적으로 복원될 수 있게 세심하게 배치했다.
백범 김구 선생과 안중근 의사가
국사 교과서에서 삭제당한다?
대한민국이 수많은 역사의 질곡을 이겨내고 민주화와 경제 발전이라는 두 가지 거대한 성취를 이룩한 지금,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는 미래를 이끌 젊은 세대가 읽어야 할 역사책이다. 우리 어머니와 아버지, 할머니와 할아버지 세대가 얼마나 치열하게, 온몸으로 그 시대를 통과해 왔는지를 소설처럼 생생하게 들려주기 때문이다.
일본의 역사는 일본인들의 것이고, 미국의 역사는 미국인들의 것이듯이, 한국의 역사는 다른 어느 민족도 아닌 우리 한국인들의 것이다. 임시정부 주석인 백범 김구가 국사 교과서에서 삭제되지 않도록 하는 것,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안중근 의사가 ‘테러리스트’로 기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우리 세대의 책무다. 우리 역사를 우리가 기억하고 기록하여 후세에 전달하지 않으면 어느 누가 그 일을 대신해 주겠는가? 그런 면에서 『숨어 있는 한국 현대사』는 오늘을 살아가는 일반인뿐만 아니라 내일을 이끌어갈 청소년들이 재미있게 읽어나가면서 우리 현대사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역사의식을 키우는 데 최고의 역사교양서가 되어줄 것이다.
추천의 말 / 박은봉(역사 저술가, 『한국사 편지』 저자)
이 책은 일제 강점기부터 해방, 한국전쟁까지의 한국 근현대사를 인물 중심으로 써내려가고 있다. 자칫 복잡하고 딱딱하게 느껴지기 쉬운 그 시대의 역사를 저자는 사람 사는 역동적인 공간으로 복원시켜 놓았다. 친일파와 독립운동가, 좌익과 우익, 빨치산과 토벌대장, 이런 식의 흑백논리로 양분 대립시키지 않고 당시의 상황 속에서 충실하게 인물을 그려내는 저자의 필치가 설득력이 있다. 기자만이 가질 수 있는 예리한 통찰과 명료한 서술은 읽는 이를 즐겁게 한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밑바닥에 시종 흐르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다. 저자가 머리말에서 밝혔듯이, 민족주의와 휴머니즘이 그의 사관이기에 그럴 것이다. 진정한 민족주의와 휴머니즘은 분리와 분열이 아니라 통합과 화해를 지향하니 말이다.
원고 파일을 열고는 단숨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었다. 그리고 맨 끝 문장을 읽고 났을 때는 나도 모르게 눈이 젖어 있었다. 다른 독자들도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 작가 소개
저자 : 임기상
1959년 대전에서 태어나 대전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CBS(기독교방송)에 입사하여 보도국 사회부를 시작으로 춘천 CBS 보도국장·사회부장, 부산 CBS 보도국장 등을 거쳐 현재는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다. 뒤틀리고 왜곡된 한국 현대사를 바로 알고 또한 바로잡아야만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CBS노컷뉴스」에 역사 칼럼 ‘임기상의 역사 산책’을 연재하고 있다. 역사란 개개인의 삶이 단단히 응축된 집합체라고 생각하며, 우리 현대사에서 숨겨지거나 삭제당했던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역사가 흔들리던 순간들을 발굴하여 세상 밖으로 내보내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 주요 목차
추천사
머리말
I. 뒤틀린 현대사 -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가 vs 친일파
1. 신소설의 작가, 조선을 팔아먹다 - 매국노 이완용의 비서였던 이인직의 숨은 친일 행적
2. 고종 황제 망명 시도 사건 - 전 재산을 털어 항일 무장 투쟁에 나선 이회영 일가
3. 일본 갑부, 조선 호랑이 고기를 VIP에게 대접하다 - 한국 호랑이와 표범을 멸종시킨 일제의 또 하나의 만행
4. 축복받은 일본에 살어리랏다? - ‘뼛속까지 친일파’ 윤치호 등 친일파를 7명이나 배출한 윤씨 집안
5. 백발 노인의 의거, 조선을 뒤흔들다 - 조선총독에게 폭탄을 던지고 순국한 64세의 강우규 의사
6. 조선사편수회, 한국 고대사를 말아먹다 - 황국사관의 전초기지였던 조선사편수회와 이병도 등 식민사학자의 궤적
7. 식민사관의 세 가지 거짓말 - 조선총독부 사관의 터무니없는 주장과 식민사관의 정체
8. 조선의 아낙네, 일제의 심장에 총구를 겨누다 - ‘여자 안중근’이라 불린 독립운동가 남자현
9. 독립투사 고택의 마당에 철로를 깔아 맥을 끊어버려라 - 석주 이상룡, 식솔을 이끌고 항일 운동에 뛰어들다
10. 경천사지십층석탑, 산산이 해체되어 현해탄을 건너다 - 고려청자에서 「몽유도원도」까지, 우리 문화재 수난기
11. 독립군 때려 잡는 조선인 부대를 아십니까? - 치욕의 간도특설대, 그들의 면면을 밝힌다
12. “광복군,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 임시정부, 국내 진공을 계획했으나 일본의 무조건 항복으로 무산되다
II. 흙 다시 만져보자, 바닷물도 춤을 춘다 - 해방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1. “왜 유순했던 조선인들이 포악해졌을까?” - 반성 없는 일본, 패전 직후에 고관대작들은 재산 빼돌리기에 ‘혈안’
2. 그 남자가 평양으로 간 까닭은? - 해방 후 친일파가 득세한 세상, 광복군 부사령관은 평양을 선택하다
3. 서북청년회, 그 죄를 어찌할까? - 야만의 극치를 달린 서북청년회의 온갖 비행과 만행
4. 피는 피를 부른다 - 여순 사건, 죽고 죽이는 악순환의 길을 열다
5. 한낮의 반민특위 습격 사건 - 역사가 무너진 현장, 이승만은 어떻게 반민특위를 박살냈는가?
6. 전혜린의 아버지, 백범 김구 암살을 지휘하다 - 평생 양지만 쫓아다닌 친일파 전봉덕의 인생행로
7. 정의의 이름으로 - 김구 암살범 안두희, 애국시민 박기서에게 맞아 죽다
III. 이승만은 어떻게 한국 현대사를 짓밟았나 - 한국전쟁 발발에서 휴전까지
1. 비극의 도시 얄타, 분단과 내전을 잉태하다 - 해방 전후 숨가쁘게 돌아간 동아시아 정세
2. 남조선 침략은 OK, 소련군 참전은 NO - 스탈린, 북한과 중국을 미국과의 전쟁으로 떠밀다
3. 대한민국 국군 수뇌부, ‘숙취’ 중에 남침을 당하다 - 대통령은 낚시 중, 국방부 장관과 작전국장은 연락 두절
4. “대통령인 내가 사과를 왜 하나?” - 대통령은 야반도주, 고관대작들은 피난 경쟁
5. 무자비한 폭격, 지도에서 사라진 평양 - 미군의 폭격으로 불바다로 변한 북한
6. 중공군, 압록강을 건너다 - 소련의 공군 지원 확약 없이 한국전쟁에 참전한 마오쩌둥
7. 빨치산, 그 주홍글씨 - 지금도 유령처럼 떠도는 ‘빨갱이’라는 손가락질
8. 한국의 체 게바라, 지리산에서 산화하다 - 인간적 공산주의자 이현상의 삶과 죽음
9. “죽은 뒤에도 빨갱이란 말입니까?” - 남한 빨치산 총사령관 이현상의 장례를 치른 차일혁 경무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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