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문명의 통로 실크로드, 육지를 넘어 바다에 눈뜨다!
2013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역작”이라는 평을 들으며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한 『실크로드 사전』의 후속작이 출간됐다. 이번에는 해상 실크로드에 관한 지식을 엄선한 『해상 실크로드 사전』이다. 문명교류학자 정수일이 어휘가 아닌 사건을 풀이한 방대한 사전(事典)임은 지난번과 동일하다.
실크로드에서 특별히 ‘해상’을 따로 다룬 것은 먼저 학술적인 의의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정치·경제적으로 해상 교통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도 작용했다. 이 책은 그동안 온갖 설만 분분하던 해상 실크로드 개념을 학문적으로 정립하고, 지정학적으로 해양에 열려 있는 우리 실정에 맞게 바다에 관한 필수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해상 실크로드에 관한 유일한 사전편찬국이었던 일본의 저술을 분량이나 내용 면에서 월등히 압도한다.
『해상 실크로드 사전』과 보조를 맞춰 『실크로드 도록: 해로편』도 함께 선보인다. ‘육로편’ 도록에 이어 실크로드를 시각적으로 쉽고 간명하게 정리해준다. 사전과 도록이 동시 출간됨으로써 텍스트와 이미지가 서로를 실증적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상 실크로드 사전』
해상 실크로드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
흔히 실크로드라 하면 비단이 오고 간 사막길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실크로드를 단순한 물자교역로가 아니라 문명교류의 통로로서 이해한다면 그 범위는 훨씬 더 넓어진다. 넓은 범위의 실크로드는 오아시스로, 초원로, 해로를 망라한다. 그중에서도 해로는 오랫동안 중요도에 비해 덜 주목받았다. 해로를 실크로드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우선 논쟁의 대상이었다. 『해상 실크로드 사전』은 이러한 문제상황을 인식하고 해상 실크로드 개념을 재고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편저자 정수일은 해상 실크로드 개념을 정립하지 않으면 “실크로드와 그에 바탕한 문명교류 연구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해상 실크로드의 가치는 비단 학계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 변화한 국제 정세도 해상 실크로드의 위상을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2013년 10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중국 동남부에서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으로 이어지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건설할 것을 제안했다. 2014년 11월에는 중국 정부에서 400억달러를 출자해 실크로드 기금을 만들겠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해상 실크로드 은행을 설립하는 데 최소 50억위안(한화 약 9000억원)의 자본금을 출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해로를 실크로드로 인정하지도 않았다. 때문에 중국이 해상을 중심으로 한 ‘신(新)실크로드’ 구상에 이처럼 열을 올리는 의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중국은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로, 그리고 중국-동남아시아-인도양-아프리카를 잇는 해로를 통해 중국 중심으로 세계 정치와 경제 구도를 재편하려 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들어오는 원유의 90퍼센트가 이 해로를 통한다는 점에서 해상 진출은 중국의 가장 중요한 전력과제로 떠올랐다. 해로 연안국들도 중국에 기대어 부수적인 이익을 얻고자 신실크로드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패권을 경계하는 세계 각지에서는 이제 해상 실크로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반도의 경우 실크로드의 동쪽 끝이라 할 수 있는 경주가 중국 중심 실크로드 사관에서 흔히 배제되었듯이, 신실크로드 구상에서도 소외될 개연성이 있다. 천여년 전 통일신라시대 장보고는 청해진을 통해 당-신라-일본으로 이어지는 삼각구도를 형성했고, 이는 동아시아가 아랍-무슬림들과 교류하는 거점이 되었다. 고대의 해상 실크로드는 어느 한 국가나 세력이 독점한 길이 아니었다. 만일 독점이 이루어졌다면 세계 문명이 지금처럼 교류를 통해 인류 공동의 물적·지적 유산을 꽃피우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지닌 한 우리가 앞장서 해상 실크로드에 대한 새롭고 바른 이해를 도모해야 한다. 『해상 실크로드 사전』은 이에 마땅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우리에게 필수적인 해양 지식
반도라는 지정학적 조건을 가진 우리에게 해양국은 숙명이다. 우리는 바다에 둘러싸여 살아가며,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가까운 일본 대마도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해양 지식은 우리의 기본 소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양에 관해 아는 바가 너무 적고 무관심하다. 공신력 있는 해양 사전이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해양 교육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면에서 『해상 실크로드 사전』은 해양에 관한 기본지식을 전달해주는 실용성을 갖추고 있다.
사전 집필에는 문명교류학자 정수일 외에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김웅서, 최영호, 김윤배 박사가 참여했다. 정수일이 해상 실크로드에 관한 역사적인 내용을 주로 담당했다면, 다른 필진은 해양전문가로서 해양에 관한 흥미로운 지식을 보충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문명교류연구소 강윤봉 상임이사가 범지구적인 해로의 주요 거점(항구)들을 119개 표제어로 간명하게 서술했다. 각기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해상 실크로드라는 하나의 과녁에 초점을 맞춰 3합을 이루어낸” 결실인 셈이다.
사전의 실용적 특색에 맞게 총 621개의 표제어들은 단순히 어휘 풀이에 그치지 않고, 여러 사항에 관한 기본개념을 터득할 수 있도록 서술되었다. 이해를 돕기 위한 162장의 현장 사진자료도 함께 실렸다. 이 책이 지난해 『실크로드 사전』과 마찬가지로 사전(辭典)이 아닌 사전(事典)으로 기능할 수 있는 이유다.
지난한 두권의 사전 작업을 진두지휘한 정수일은 앞으로 한권의 사전을 더 예비하고 있다. 총 5148개의 표제어를 골라놓았다는 가칭 『문명교류 사전』이다. 유라시아에 많이 치우친 기존 연구를 보완해 북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까지 아우르는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 하니, 1998년 옥중 집필에서 시작된 그의 오랜 여정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기대해볼 만하다.
▣ 작가 소개
저 : 정수일
鄭守一
파란만장한 삶을 산 학자, 정수일 교수.그는 일제 강점기 연변의 가난한 유민의 아들로 태어나, 북경대학을 거쳐 중국 외교부에서 근무하며 중국의 엘리트로 거듭났다. 그러다가 자신의 뿌리를 찾아 북한으로 건너 가 평양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하게 된다. 그 후 평양대학교를 떠나 10년동안 튀니지,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지의 대학에서 이슬람을 전공한 교수로 활동해왔다가 1984년 그는 한국인이 아닌 아랍계 외국인의 신분으로 남한에 돌아온다. 그는 아랍계 외국인으로서 "무하마드 깐수"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이국스러운 외모와 완벽한 아랍어 구사로 한국에서 만난 아내조차 그를 아랍인으로 믿고 있었다.
1988년 단국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에 입학을 하였고, 1990년 〈신라와 아랍·이슬람제국관계사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취득후 단국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임용되어 강의 하였고, 많은 저술 활동 및 대외 활동을 하며, 한반도의 고대문명과 아시아와 이슬람간의 문명교류 등의 분야에서 활발한 학술 활동을 전개했지만, 그는 1996년 ‘정수일’이라는 이름의 북한공작원으로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되고 사형을 언도받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감옥에서 ‘문명교류학’이라는 그의 학문연구에 몰두했다. 사형이 선도되기 전, 그는 이미 국내 최고의 이슬람 전문가였지만, 감옥 안에서 그는 자신의 얽혀버린 삶을 반성하듯 더욱 더 연구에 매진하여 200자 원고지 2만5,000장 분량의 연구 초고를 완성했다.
그리고, 2000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정수일은 석방, 이후 2003년 4월 30일 특별사면 및 복권되었으며 5월 14일에 한국 국적을 취득하였다. 그는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를 통하여 자신의 할 일을 학문에 몰두하는 일이라고 다짐한다.“하나하나를 새로이 출발하고 새로이 쌓아간다는 심정과 자세로 과욕이나 성급함을 버리고 천릿길에 들어선 황소처럼 쉼 없이, 조금도 쉼 없이, 오로지 앞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할 것이오. ”현대사의 한국이 놓여있던 갈라짐과 분열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었던 학자는 사형수로서 독방에서 해왔던 것과 같이 쉼 없이 이슬람과 실크로드에 관한 책을 저술하고 있다. 어긋난 삶의 복원은 그가 추구하는 학문 속에서, 그 지식이 담긴 글 속에서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씰크로드학』, 『고대문명교류사』,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문명 교류사 연구』, 『이슬람 문명』『실크로드 사전』등이 있으며, 역주서로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등이 있다.
문명의 통로 실크로드, 육지를 넘어 바다에 눈뜨다!
2013년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역작”이라는 평을 들으며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한 『실크로드 사전』의 후속작이 출간됐다. 이번에는 해상 실크로드에 관한 지식을 엄선한 『해상 실크로드 사전』이다. 문명교류학자 정수일이 어휘가 아닌 사건을 풀이한 방대한 사전(事典)임은 지난번과 동일하다.
실크로드에서 특별히 ‘해상’을 따로 다룬 것은 먼저 학술적인 의의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최근 국제사회에서 정치·경제적으로 해상 교통로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도 작용했다. 이 책은 그동안 온갖 설만 분분하던 해상 실크로드 개념을 학문적으로 정립하고, 지정학적으로 해양에 열려 있는 우리 실정에 맞게 바다에 관한 필수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해상 실크로드에 관한 유일한 사전편찬국이었던 일본의 저술을 분량이나 내용 면에서 월등히 압도한다.
『해상 실크로드 사전』과 보조를 맞춰 『실크로드 도록: 해로편』도 함께 선보인다. ‘육로편’ 도록에 이어 실크로드를 시각적으로 쉽고 간명하게 정리해준다. 사전과 도록이 동시 출간됨으로써 텍스트와 이미지가 서로를 실증적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상 실크로드 사전』
해상 실크로드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
흔히 실크로드라 하면 비단이 오고 간 사막길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실크로드를 단순한 물자교역로가 아니라 문명교류의 통로로서 이해한다면 그 범위는 훨씬 더 넓어진다. 넓은 범위의 실크로드는 오아시스로, 초원로, 해로를 망라한다. 그중에서도 해로는 오랫동안 중요도에 비해 덜 주목받았다. 해로를 실크로드에 포함시킬 수 있는지 여부가 우선 논쟁의 대상이었다. 『해상 실크로드 사전』은 이러한 문제상황을 인식하고 해상 실크로드 개념을 재고하는 데 목표를 두었다. 편저자 정수일은 해상 실크로드 개념을 정립하지 않으면 “실크로드와 그에 바탕한 문명교류 연구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해상 실크로드의 가치는 비단 학계 안에만 머물지 않는다. 최근 변화한 국제 정세도 해상 실크로드의 위상을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다. 2013년 10월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중국 동남부에서 동남아시아와 서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으로 이어지는 21세기 해상 실크로드를 건설할 것을 제안했다. 2014년 11월에는 중국 정부에서 400억달러를 출자해 실크로드 기금을 만들겠다고 공식 발표했으며, 얼마 지나지 않아 해상 실크로드 은행을 설립하는 데 최소 50억위안(한화 약 9000억원)의 자본금을 출자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해로를 실크로드로 인정하지도 않았다. 때문에 중국이 해상을 중심으로 한 ‘신(新)실크로드’ 구상에 이처럼 열을 올리는 의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중국은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잇는 육로, 그리고 중국-동남아시아-인도양-아프리카를 잇는 해로를 통해 중국 중심으로 세계 정치와 경제 구도를 재편하려 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들어오는 원유의 90퍼센트가 이 해로를 통한다는 점에서 해상 진출은 중국의 가장 중요한 전력과제로 떠올랐다. 해로 연안국들도 중국에 기대어 부수적인 이익을 얻고자 신실크로드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의 패권을 경계하는 세계 각지에서는 이제 해상 실크로드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한반도의 경우 실크로드의 동쪽 끝이라 할 수 있는 경주가 중국 중심 실크로드 사관에서 흔히 배제되었듯이, 신실크로드 구상에서도 소외될 개연성이 있다. 천여년 전 통일신라시대 장보고는 청해진을 통해 당-신라-일본으로 이어지는 삼각구도를 형성했고, 이는 동아시아가 아랍-무슬림들과 교류하는 거점이 되었다. 고대의 해상 실크로드는 어느 한 국가나 세력이 독점한 길이 아니었다. 만일 독점이 이루어졌다면 세계 문명이 지금처럼 교류를 통해 인류 공동의 물적·지적 유산을 꽃피우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지닌 한 우리가 앞장서 해상 실크로드에 대한 새롭고 바른 이해를 도모해야 한다. 『해상 실크로드 사전』은 이에 마땅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우리에게 필수적인 해양 지식
반도라는 지정학적 조건을 가진 우리에게 해양국은 숙명이다. 우리는 바다에 둘러싸여 살아가며,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가까운 일본 대마도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로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해양 지식은 우리의 기본 소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해양에 관해 아는 바가 너무 적고 무관심하다. 공신력 있는 해양 사전이나,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해양 교육도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 면에서 『해상 실크로드 사전』은 해양에 관한 기본지식을 전달해주는 실용성을 갖추고 있다.
사전 집필에는 문명교류학자 정수일 외에도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김웅서, 최영호, 김윤배 박사가 참여했다. 정수일이 해상 실크로드에 관한 역사적인 내용을 주로 담당했다면, 다른 필진은 해양전문가로서 해양에 관한 흥미로운 지식을 보충했다. 여기에 더해 한국문명교류연구소 강윤봉 상임이사가 범지구적인 해로의 주요 거점(항구)들을 119개 표제어로 간명하게 서술했다. 각기 다른 분야의 연구자들이 “해상 실크로드라는 하나의 과녁에 초점을 맞춰 3합을 이루어낸” 결실인 셈이다.
사전의 실용적 특색에 맞게 총 621개의 표제어들은 단순히 어휘 풀이에 그치지 않고, 여러 사항에 관한 기본개념을 터득할 수 있도록 서술되었다. 이해를 돕기 위한 162장의 현장 사진자료도 함께 실렸다. 이 책이 지난해 『실크로드 사전』과 마찬가지로 사전(辭典)이 아닌 사전(事典)으로 기능할 수 있는 이유다.
지난한 두권의 사전 작업을 진두지휘한 정수일은 앞으로 한권의 사전을 더 예비하고 있다. 총 5148개의 표제어를 골라놓았다는 가칭 『문명교류 사전』이다. 유라시아에 많이 치우친 기존 연구를 보완해 북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까지 아우르는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 하니, 1998년 옥중 집필에서 시작된 그의 오랜 여정이 어떻게 매듭지어질지 기대해볼 만하다.
▣ 작가 소개
저 : 정수일
鄭守一
파란만장한 삶을 산 학자, 정수일 교수.그는 일제 강점기 연변의 가난한 유민의 아들로 태어나, 북경대학을 거쳐 중국 외교부에서 근무하며 중국의 엘리트로 거듭났다. 그러다가 자신의 뿌리를 찾아 북한으로 건너 가 평양대학교의 교수로 재직하게 된다. 그 후 평양대학교를 떠나 10년동안 튀니지,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지의 대학에서 이슬람을 전공한 교수로 활동해왔다가 1984년 그는 한국인이 아닌 아랍계 외국인의 신분으로 남한에 돌아온다. 그는 아랍계 외국인으로서 "무하마드 깐수"라는 이름을 사용했고 이국스러운 외모와 완벽한 아랍어 구사로 한국에서 만난 아내조차 그를 아랍인으로 믿고 있었다.
1988년 단국대학교 대학원 사학과 박사과정에 입학을 하였고, 1990년 〈신라와 아랍·이슬람제국관계사연구〉라는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취득후 단국대학교에서 초빙교수로 임용되어 강의 하였고, 많은 저술 활동 및 대외 활동을 하며, 한반도의 고대문명과 아시아와 이슬람간의 문명교류 등의 분야에서 활발한 학술 활동을 전개했지만, 그는 1996년 ‘정수일’이라는 이름의 북한공작원으로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되고 사형을 언도받는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고 감옥에서 ‘문명교류학’이라는 그의 학문연구에 몰두했다. 사형이 선도되기 전, 그는 이미 국내 최고의 이슬람 전문가였지만, 감옥 안에서 그는 자신의 얽혀버린 삶을 반성하듯 더욱 더 연구에 매진하여 200자 원고지 2만5,000장 분량의 연구 초고를 완성했다.
그리고, 2000년 8월 광복절 특사로 정수일은 석방, 이후 2003년 4월 30일 특별사면 및 복권되었으며 5월 14일에 한국 국적을 취득하였다. 그는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를 통하여 자신의 할 일을 학문에 몰두하는 일이라고 다짐한다.“하나하나를 새로이 출발하고 새로이 쌓아간다는 심정과 자세로 과욕이나 성급함을 버리고 천릿길에 들어선 황소처럼 쉼 없이, 조금도 쉼 없이, 오로지 앞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야 할 것이오. ”현대사의 한국이 놓여있던 갈라짐과 분열의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었던 학자는 사형수로서 독방에서 해왔던 것과 같이 쉼 없이 이슬람과 실크로드에 관한 책을 저술하고 있다. 어긋난 삶의 복원은 그가 추구하는 학문 속에서, 그 지식이 담긴 글 속에서 서서히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문명교류연구소 소장으로 있으며, 저서로는 『씰크로드학』, 『고대문명교류사』,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문명 교류사 연구』, 『이슬람 문명』『실크로드 사전』등이 있으며, 역주서로는 『혜초의 왕오천축국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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