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세계 문화를, 결국은 우리를 이해하는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첫걸음
일상에서 만나는 세계 문화
“문화는 드러내는 것보다 감추는 것이 훨씬 더 많으며 더구나 묘한 것은 그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감춰진 바를 가장 모른다는 점이다. 나는 여러 해 동안 문화를 연구하면서 정말로 중요한 일은 외국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게 됐다.”
- 에드워드 홀(문화인류학자)
이 관점에서 보면 한국학의 불모지는 역설적으로 한국이다. 그러니 우리가 몰랐던 세계 문화를 살피는 일은 사실 세계라는 거울로 우리의 얼굴을 제대로 비춰보는 일일 것이다. 당연한 듯 생각했지만 그들과 다른 우리의 모습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한국이 세계 지역연구의 중심
한국의 특수성 중 하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외의존도다. 2012년 4월 한국은행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외의존도는 96.9퍼센트에 이른다. 미국과 일본의 대외의존도가 20퍼센트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예컨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퍼센트포인트만 떨어져도 바로 우리의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받는다. 이런 특성을 지닌 나라이니 우리는 밖을 바라보고 살 수밖에 없다.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 즉 한국이 세계 지역연구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다른 나라들과의 교류와 소통에 모든 걸 걸어야 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도 바로 세계 지역연구다.
또한 최근 전 세계적인 한류 콘텐츠의 확산, 다문화가정과 해외 관광객의 지속적인 증가 등도 세계의 여러 문화권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여태껏 하던 대로 무턱대고 선진국만 바라보고 쫓아갈 게 아니라 한국과 우리와 연관 있는 여러 나라가 어떻게 다른지 철저히 공부하면서 밖을 바라봐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책은 세계 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의 산물
강준만 교수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필요성을 바탕으로 세계 문화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한 관심의 결과가 『세계 문화의 겉과 속』, 『세계문화사전』, 『세계문화전쟁』, 『세계의 대중매체』, 『미국사 산책』(전 17권), 『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 『자동차와 민주주의』 등으로 나타났고, 부분적으로 다룬 책까지 합하면 수십여 권에 이른다.
세계 지역연구 가운데서도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은 그는 이번엔 이 일을 학생들과 같이 해보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가능한 한 자신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관련 리포트를 쓰도록 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시도의 산물이다.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생활화인 셈이다. 강준만 교수는 학생들의 리포트를 추려서 편집자를 자처했다. 학생들은 한번 쓰면 그만일 리포트를 여러 차례 고쳐 써야했고, 강준만은 더 많은 내용을 넣기 위해 인정사정없이 손을 봐서 그럴듯한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입문서’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노파심에 한마디 한다.
“내 평소 지론이지만,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에 가장 감수성이 발달한 시기는 20대다. 이 책의 많은 필자들이 20대의 학부생이라고 해서 행여 낮춰 보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말씀이다. 매년 외국을 나가는 우리 관광객의 수가 1,000만 명을 넘는다. 20대 젊은이들 가운데 외국 물 안 먹은 이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각자의 체험을 근거로 한 ‘세계 문화 산책’이되, 예민한 감수성과 더불어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해보고자 애를 썼다.”(10쪽)
학생들이 본, 우리가 몰랐던 세계 문화
이처럼 학생들이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우리가 몰랐던 세계 문화’를 소개한다. 한국에 안주해 우리끼리만 살았으면 모르고 지냈을 법한 외국과의 다른 점을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편안하게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필리핀 여행에서 여장을 한 동성애자의 유혹을 받은 경험과 트랜스젠더에게 헌팅당해 키스까지 한 친구에 관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통해 한국과 동남아시아의 성적 소수자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가 하면(「왜 한국인은 동성애에 적대적인가」, 100쪽), 몇 달 정도 미국에 다녀온 친구를 만나 그 친구의 튜브톱 원피스 패션에 나도 모르게 “어이쿠, 옷이 화끈하네”라고 민망해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다리 노출에 관대한 우리 문화와 반대로 가슴 노출에 너그러운 서양 문화를 탐구한다(「왜 한국 여성은 하의 실종ㆍ기저귀 패션에 강한가」, 127쪽). 또 미국에서 한 학기 동안 교환 학생으로 지내면서 외국 친구들에게 자주 듣던 “한국 사람들은 왜 커플룩을 입어?”라는 질문과 한국의 미국인 유학생 마커스와 나눈 인터뷰(“커플룩 자체는 귀여워. 그런데 미국에서 그렇게 하고 다니면 저질이라는 거지.” 149쪽) 같은 다른 시선을 통해 한국과 외국의 커플 문화 차이를 인식한다(「왜 한국인은 커플룩을 좋아하나」, 148쪽). 그리고 호주를 여행할 때 명소를 배경으로 한국인이라면 당연한 통과의례인 셀카 인증샷을 찍는데 거기서 만난 브라질 친구가 혼자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사진 찍어드릴까요?”라고 물었던 사소한 에피소드도 훌륭한 비교 문화 체험이 될 수 있다(「왜 한국은 셀카 공화국이 되었나」, 195쪽).
이런 재미난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결코 허투루 넘기지 못할 차이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수많은 병원에 다녔지만 정신병원에 가볼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아픔을 견딘 자신의 경험과, 프랑스 유학 당시 우울하다는 말에 이 아플 때 치과에 가보라고 하는 것처럼 정신과 상담을 권유받은 후배의 경험담을 비교하면서 우리나라의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과 실태를 정리한다(「왜 한국인은 정신과 상담을 두려워하나」, 280쪽).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 학생은, 우리처럼 유교의 영향을 받아 교사에게 예의 바르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꺼려하고 소극적인 중국 학생들과, 자신이 받은 시험 점수도 못마땅하다고 선생님에게 항의하지만 ‘강남스타일’의 패러디 뮤직비디오 ‘전주스타일’을 만들 정도로 적극적인 미국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통해 문화의 차이가 창의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한국 학생과 외국 학생은 어떻게 다른가」, 327쪽).
결국은 한국을 이해하는 24가지 물음
이런 사례들이 나온 본문 출처를 살펴보면 제목이 대개 ‘왜 한국~’으로 시작한다. 이 책의 24가지 장 제목의 대다수도 위와 비슷하게 ‘왜 한국~’으로 시작한다. 세계 문화를 말한다면서 제목에 한국을 넣은 건 왜일까? 이에 관해서는 강준만의 다음과 같은 말을 들어보자.
“독자들께선 이 책이 ‘우리가 몰랐던 세계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면서 왜 실린 글들의 제목이 대부분 ‘왜 한국~’으로 시작하느냐고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설명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남의 집에 놀러가서 그 집안이 어떤지 평가하기 위해선 반드시 준거점이 있어야 한다. 그 준거점이 바로 ‘우리 집’이다. 우리 집을 잘 모르면서 남의 집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 위한 전제는 자기 자신, 즉 자기 문화를 잘 이해하는 기반 위에서 자기 문화와의 비교 분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연구인 동시에 한국학 연구인 셈이다.”(9쪽)
▣ 작가 소개
저 : 강준만
한국 사회에서 ''유별나다''라는 평가를 받는 얼마 안되는 지식인 중의 한명. 사실 한국 사회에서 지식인에게 ''유별나다''는 평가는 흠이 되지는 않을 지는 몰라도 듣기에 좋은 소리는 아니다. 모름지기 지식인이라면 ''젊어서는 관직에 나아가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물러나서는 후학 양성에 힘쓰는'' 선비와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 아직도 지배적인 한국 사회에서 강준만은 ''유별난'' 지식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강준만은 그런 소리들에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하다. 끊임없이 글을 쓰고 입바른 소리를 누구에게나, 그리고 어느 세력에게나 퍼부어대며 책을 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유별나다''는 사람은 강준만의 입바른 소리가 성가신 사람들에게서 나왔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식인이라면 겸손하고 자신의 의견을 직선적이고 감각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논리적이고 냉철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지식인 상에서 강준만은 완전히 반대쪽 극에 서있다. 강준만의 문체는 매우 직선적이고 도발적이라는 점에서 읽는 이를 통쾌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그리고 강준만에 제기하는 문제 또한 그의 문체를 닮아 있다. 왜냐하면 강준만이 문제삼는 부분은 많은 부분이 한국 사회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준만의 비판은 더욱 전투적이고 신랄할 수 밖에 없다. 지역주의와 연고주의, 학벌 중심 주의, 비합리주의 등의 요소는 현재의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것들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한국 사회에 있어서 일종의 행동 규칙으로 정착된 면이 있다. ''좋은 것이 좋다''라는 말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강준만의 비판은 바로 그러한 ''은밀한 합의''를 불편하게 만드는 면을 가지고있다. 그런 점에서 강준만이 제기하는 문제들은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그의 문체와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점들은 강준만의 비판의 근거로 사용되어 왔다. 너무나 직선적인 문체가 오히려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나아가서는 문제 제기 자체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까지도 동의 의사를 표현하기에 부담스럽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공격적이 방식은 논리와 합리성에서 벗어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강준만의 대답은?
"매달 원고지 600장 분량의 글쓰기 작업을 한다. 그래서 문장과 논리가 거친 게 사실이다. 그게 내 단점이자 한계다. 그러나 내 글쓰기의 목적은 독자들에게 교양이나 지식을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왕따」당할 각오를 하고 우리 사회의 성역과 금기에 도전하는 것, 그게 바로 내가 글쓰기를 계속하는 이유다"
지식인의 역할로 규정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사회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강준만은 ''지식인''이 되고자 하는, 한 사회과학자라 할 수 있다. 그는 또한 지식인의 사명이 바로 지식의 대중화에 있다고 여긴다. 굳이 대중이 지식을 생산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좀 더 쉽고 간편하게 지식을 유통하고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도 그러한 사명을 다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
2012년에는 ‘멘토 열풍’에 주목했다. 이어 2012년 시대정신은 ‘증오의 종언’이라고 선언하며, 증오의 정치가 정치의 주요 동력과 콘텐츠가 되고 시종일관 진영 논리의 포로가 돼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증오 시대를 끝낼 적임자로 안철수를 꼽았다. 그러나 2012년 대선은 결국 ‘증오의 굿판’이 되고 말았다. 국민의 절반을 절망시키는 정치 현실에서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강준만은 모든 비극은 ‘증오 상업주의’에서 비롯됐으며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나아가 한국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분열과 절망의 정치를 끝내고 소통과 화합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생활문화 사전』,『나의 정치학 사전』,『한국인을 위한 교양사전』,『세계문화 사전』,『선샤인 논술사전』,『대중문화의 겉과 속』(전3권),『한국인 코드』,『역사는 커뮤니케이션이다』,『글쓰기의 즐거움』,『대학생 글쓰기 특강』,『인간사색』,『한국 현대사 산책』(전18권) ,『한국 근대사 산책』『지방은 식민지다』, 『고종스타벅스에 가다』, 『입시전쟁 잔혹사』『대한민국 소통법』,『행복코드』『미국사 산책』,『세계문화전쟁』,『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안철수의 힘』, 『멘토의 시대』, 『강남 좌파』,『교양 영어 사전』, 『세계 문화의 겉과 속』외 다수가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문화는 불사조
1부 유머와 소통
왜 태국은 미소의 나라가 되었을까: 세계 각국의 유머 철학
유머 소통을 아십니까: 세계 각국의 유머 코드
유럽의 패권 경쟁은 영어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영어에서 차별받는 프랑스?네덜란드?스페인
왜 이탈리아인은 두 팔을 잡히면 말을 못하나: 서양인과 동양인의 제스처 문화
2부 성과 남녀 관계
왜 미국인은 섹스 스캔들에 집착하나: 정치인의 섹스 스캔들에 대한 문화적 차이
왜 한국 남성 관광객은 성인클럽에 열광하나: 세계 각국의 성인클럽 문화
왜 한국인은 동성애에 적대적인가: 한국·미국·필리핀의 게이 문화
북방 남자와 남방 남자는 어떻게 다른가: 중국 여자가 본 중국 남자 이야기
3부 패션의 사회학
왜 한국 여성은 하의 실종·기저귀 패션에 강한가: 한국과 미국의 노출 의상에 대한 인식 차이
왜 한국 주부는 밖에 나갈 때만 꾸미나: 한국 주부와 프랑스 주부의 꾸미기 문화
왜 한국인은 커플룩을 좋아하나: 미국·일본·중국·한국의 커플 문화
4부 라이프스타일과 취향
왜 월마트는 한국에서 실패했나: 다국적기업의 현지화 사례
왜 한국은 셀카 공화국이 되었나: 세계 각국의 셀카 문화
왜 미국의 해리 포터는 가벼울까: 미국·일본·한국의 독서 문화
5부 대중문화의 사회학
대중음악 차트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미국·영국·일본·한국의 대중음악 문화
왜 한국의 파파라치는 사진으로 돈을 벌 수 없나: 영국·미국·일본·한국의 파파라치 문화
왜 한국은 스몰 볼, 미국은 빅 볼인가: 한국·미국·일본의 야구 문화
6부 인간관계와 집단주의
왜 한국인은 정신과 상담을 두려워하나: 세계 각국의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
왜 한국인은 해장도 끼리끼리 하는가: 세계 각국의 해장 문화
왜 한국인은 판을 좋아하나: 퍼레이드 축제 문화와 판 축제 문화
7부 대학 문화와 소통
왜 한국에선 수업 시간에 질문하기가 어려운가: 한국과 프랑스의 토론 문화
한국 학생과 외국 학생은 어떻게 다른가: 한국어를 배우는 한국어학당에 비친 풍경
왜 한국에선 한 시간 알바로 커피도 못 사먹나: 한국·일본·네덜란드의 알바 문화
왜 한국의 대학 신문은 항상 위기인가: 세계 각국의 대학 신문 문화
세계 문화를, 결국은 우리를 이해하는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첫걸음
일상에서 만나는 세계 문화
“문화는 드러내는 것보다 감추는 것이 훨씬 더 많으며 더구나 묘한 것은 그 문화에 속한 사람들이 감춰진 바를 가장 모른다는 점이다. 나는 여러 해 동안 문화를 연구하면서 정말로 중요한 일은 외국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라는 점을 확신하게 됐다.”
- 에드워드 홀(문화인류학자)
이 관점에서 보면 한국학의 불모지는 역설적으로 한국이다. 그러니 우리가 몰랐던 세계 문화를 살피는 일은 사실 세계라는 거울로 우리의 얼굴을 제대로 비춰보는 일일 것이다. 당연한 듯 생각했지만 그들과 다른 우리의 모습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한국이 세계 지역연구의 중심
한국의 특수성 중 하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대외의존도다. 2012년 4월 한국은행과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대외의존도는 96.9퍼센트에 이른다. 미국과 일본의 대외의존도가 20퍼센트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다. 예컨대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1퍼센트포인트만 떨어져도 바로 우리의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받는다. 이런 특성을 지닌 나라이니 우리는 밖을 바라보고 살 수밖에 없다. 또 마땅히 그래야 한다. 즉 한국이 세계 지역연구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다른 나라들과의 교류와 소통에 모든 걸 걸어야 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한국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도 바로 세계 지역연구다.
또한 최근 전 세계적인 한류 콘텐츠의 확산, 다문화가정과 해외 관광객의 지속적인 증가 등도 세계의 여러 문화권을 이해해야 할 필요성을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니 여태껏 하던 대로 무턱대고 선진국만 바라보고 쫓아갈 게 아니라 한국과 우리와 연관 있는 여러 나라가 어떻게 다른지 철저히 공부하면서 밖을 바라봐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다.
이 책은 세계 문화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의 산물
강준만 교수는 오래전부터 이러한 필요성을 바탕으로 세계 문화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한 관심의 결과가 『세계 문화의 겉과 속』, 『세계문화사전』, 『세계문화전쟁』, 『세계의 대중매체』, 『미국사 산책』(전 17권), 『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 『자동차와 민주주의』 등으로 나타났고, 부분적으로 다룬 책까지 합하면 수십여 권에 이른다.
세계 지역연구 가운데서도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에 관심이 많은 그는 이번엔 이 일을 학생들과 같이 해보기로 결심하고, 자신의 강의를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가능한 한 자신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관련 리포트를 쓰도록 했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시도의 산물이다.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연구의 생활화인 셈이다. 강준만 교수는 학생들의 리포트를 추려서 편집자를 자처했다. 학생들은 한번 쓰면 그만일 리포트를 여러 차례 고쳐 써야했고, 강준만은 더 많은 내용을 넣기 위해 인정사정없이 손을 봐서 그럴듯한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입문서’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노파심에 한마디 한다.
“내 평소 지론이지만,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에 가장 감수성이 발달한 시기는 20대다. 이 책의 많은 필자들이 20대의 학부생이라고 해서 행여 낮춰 보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드리는 말씀이다. 매년 외국을 나가는 우리 관광객의 수가 1,000만 명을 넘는다. 20대 젊은이들 가운데 외국 물 안 먹은 이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각자의 체험을 근거로 한 ‘세계 문화 산책’이되, 예민한 감수성과 더불어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해보고자 애를 썼다.”(10쪽)
학생들이 본, 우리가 몰랐던 세계 문화
이처럼 학생들이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우리가 몰랐던 세계 문화’를 소개한다. 한국에 안주해 우리끼리만 살았으면 모르고 지냈을 법한 외국과의 다른 점을 학생들의 눈높이에서 편안하게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필리핀 여행에서 여장을 한 동성애자의 유혹을 받은 경험과 트랜스젠더에게 헌팅당해 키스까지 한 친구에 관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통해 한국과 동남아시아의 성적 소수자에 대한 태도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는가 하면(「왜 한국인은 동성애에 적대적인가」, 100쪽), 몇 달 정도 미국에 다녀온 친구를 만나 그 친구의 튜브톱 원피스 패션에 나도 모르게 “어이쿠, 옷이 화끈하네”라고 민망해한 경험담을 바탕으로 다리 노출에 관대한 우리 문화와 반대로 가슴 노출에 너그러운 서양 문화를 탐구한다(「왜 한국 여성은 하의 실종ㆍ기저귀 패션에 강한가」, 127쪽). 또 미국에서 한 학기 동안 교환 학생으로 지내면서 외국 친구들에게 자주 듣던 “한국 사람들은 왜 커플룩을 입어?”라는 질문과 한국의 미국인 유학생 마커스와 나눈 인터뷰(“커플룩 자체는 귀여워. 그런데 미국에서 그렇게 하고 다니면 저질이라는 거지.” 149쪽) 같은 다른 시선을 통해 한국과 외국의 커플 문화 차이를 인식한다(「왜 한국인은 커플룩을 좋아하나」, 148쪽). 그리고 호주를 여행할 때 명소를 배경으로 한국인이라면 당연한 통과의례인 셀카 인증샷을 찍는데 거기서 만난 브라질 친구가 혼자 사진을 찍는 것을 보고 “사진 찍어드릴까요?”라고 물었던 사소한 에피소드도 훌륭한 비교 문화 체험이 될 수 있다(「왜 한국은 셀카 공화국이 되었나」, 195쪽).
이런 재미난 에피소드뿐만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결코 허투루 넘기지 못할 차이에 대한 이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수많은 병원에 다녔지만 정신병원에 가볼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하고 아픔을 견딘 자신의 경험과, 프랑스 유학 당시 우울하다는 말에 이 아플 때 치과에 가보라고 하는 것처럼 정신과 상담을 권유받은 후배의 경험담을 비교하면서 우리나라의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과 실태를 정리한다(「왜 한국인은 정신과 상담을 두려워하나」, 280쪽).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한 학생은, 우리처럼 유교의 영향을 받아 교사에게 예의 바르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발표를 꺼려하고 소극적인 중국 학생들과, 자신이 받은 시험 점수도 못마땅하다고 선생님에게 항의하지만 ‘강남스타일’의 패러디 뮤직비디오 ‘전주스타일’을 만들 정도로 적극적인 미국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통해 문화의 차이가 창의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한국 학생과 외국 학생은 어떻게 다른가」, 327쪽).
결국은 한국을 이해하는 24가지 물음
이런 사례들이 나온 본문 출처를 살펴보면 제목이 대개 ‘왜 한국~’으로 시작한다. 이 책의 24가지 장 제목의 대다수도 위와 비슷하게 ‘왜 한국~’으로 시작한다. 세계 문화를 말한다면서 제목에 한국을 넣은 건 왜일까? 이에 관해서는 강준만의 다음과 같은 말을 들어보자.
“독자들께선 이 책이 ‘우리가 몰랐던 세계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겠다면서 왜 실린 글들의 제목이 대부분 ‘왜 한국~’으로 시작하느냐고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설명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다. 남의 집에 놀러가서 그 집안이 어떤지 평가하기 위해선 반드시 준거점이 있어야 한다. 그 준거점이 바로 ‘우리 집’이다. 우리 집을 잘 모르면서 남의 집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을 잘 하기 위한 전제는 자기 자신, 즉 자기 문화를 잘 이해하는 기반 위에서 자기 문화와의 비교 분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문화 간 커뮤니케이션 연구인 동시에 한국학 연구인 셈이다.”(9쪽)
▣ 작가 소개
저 : 강준만
한국 사회에서 ''유별나다''라는 평가를 받는 얼마 안되는 지식인 중의 한명. 사실 한국 사회에서 지식인에게 ''유별나다''는 평가는 흠이 되지는 않을 지는 몰라도 듣기에 좋은 소리는 아니다. 모름지기 지식인이라면 ''젊어서는 관직에 나아가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물러나서는 후학 양성에 힘쓰는'' 선비와 같아야 한다는 생각이 아직도 지배적인 한국 사회에서 강준만은 ''유별난'' 지식인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강준만은 그런 소리들에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하다. 끊임없이 글을 쓰고 입바른 소리를 누구에게나, 그리고 어느 세력에게나 퍼부어대며 책을 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유별나다''는 사람은 강준만의 입바른 소리가 성가신 사람들에게서 나왔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식인이라면 겸손하고 자신의 의견을 직선적이고 감각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논리적이고 냉철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지식인 상에서 강준만은 완전히 반대쪽 극에 서있다. 강준만의 문체는 매우 직선적이고 도발적이라는 점에서 읽는 이를 통쾌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그리고 강준만에 제기하는 문제 또한 그의 문체를 닮아 있다. 왜냐하면 강준만이 문제삼는 부분은 많은 부분이 한국 사회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강준만의 비판은 더욱 전투적이고 신랄할 수 밖에 없다. 지역주의와 연고주의, 학벌 중심 주의, 비합리주의 등의 요소는 현재의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것들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한국 사회에 있어서 일종의 행동 규칙으로 정착된 면이 있다. ''좋은 것이 좋다''라는 말은 바로 이러한 상황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강준만의 비판은 바로 그러한 ''은밀한 합의''를 불편하게 만드는 면을 가지고있다. 그런 점에서 강준만이 제기하는 문제들은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그의 문체와 맞닿아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점들은 강준만의 비판의 근거로 사용되어 왔다. 너무나 직선적인 문체가 오히려 설득력을 떨어뜨리고 나아가서는 문제 제기 자체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까지도 동의 의사를 표현하기에 부담스럽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너무 공격적이 방식은 논리와 합리성에서 벗어난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강준만의 대답은?
"매달 원고지 600장 분량의 글쓰기 작업을 한다. 그래서 문장과 논리가 거친 게 사실이다. 그게 내 단점이자 한계다. 그러나 내 글쓰기의 목적은 독자들에게 교양이나 지식을 제공하는 데 있지 않다. 「왕따」당할 각오를 하고 우리 사회의 성역과 금기에 도전하는 것, 그게 바로 내가 글쓰기를 계속하는 이유다"
지식인의 역할로 규정되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사회에 대한 합리적인 비판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강준만은 ''지식인''이 되고자 하는, 한 사회과학자라 할 수 있다. 그는 또한 지식인의 사명이 바로 지식의 대중화에 있다고 여긴다. 굳이 대중이 지식을 생산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더라도 좀 더 쉽고 간편하게 지식을 유통하고 소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오늘도 그러한 사명을 다하기 위해 글을 쓰고 있다.
2012년에는 ‘멘토 열풍’에 주목했다. 이어 2012년 시대정신은 ‘증오의 종언’이라고 선언하며, 증오의 정치가 정치의 주요 동력과 콘텐츠가 되고 시종일관 진영 논리의 포로가 돼 정치 혐오를 부추기는 증오 시대를 끝낼 적임자로 안철수를 꼽았다. 그러나 2012년 대선은 결국 ‘증오의 굿판’이 되고 말았다. 국민의 절반을 절망시키는 정치 현실에서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강준만은 모든 비극은 ‘증오 상업주의’에서 비롯됐으며 이런 현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나아가 한국 정치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분열과 절망의 정치를 끝내고 소통과 화합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생활문화 사전』,『나의 정치학 사전』,『한국인을 위한 교양사전』,『세계문화 사전』,『선샤인 논술사전』,『대중문화의 겉과 속』(전3권),『한국인 코드』,『역사는 커뮤니케이션이다』,『글쓰기의 즐거움』,『대학생 글쓰기 특강』,『인간사색』,『한국 현대사 산책』(전18권) ,『한국 근대사 산책』『지방은 식민지다』, 『고종스타벅스에 가다』, 『입시전쟁 잔혹사』『대한민국 소통법』,『행복코드』『미국사 산책』,『세계문화전쟁』,『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특별한 나라 대한민국』, 『안철수의 힘』, 『멘토의 시대』, 『강남 좌파』,『교양 영어 사전』, 『세계 문화의 겉과 속』외 다수가 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문화는 불사조
1부 유머와 소통
왜 태국은 미소의 나라가 되었을까: 세계 각국의 유머 철학
유머 소통을 아십니까: 세계 각국의 유머 코드
유럽의 패권 경쟁은 영어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영어에서 차별받는 프랑스?네덜란드?스페인
왜 이탈리아인은 두 팔을 잡히면 말을 못하나: 서양인과 동양인의 제스처 문화
2부 성과 남녀 관계
왜 미국인은 섹스 스캔들에 집착하나: 정치인의 섹스 스캔들에 대한 문화적 차이
왜 한국 남성 관광객은 성인클럽에 열광하나: 세계 각국의 성인클럽 문화
왜 한국인은 동성애에 적대적인가: 한국·미국·필리핀의 게이 문화
북방 남자와 남방 남자는 어떻게 다른가: 중국 여자가 본 중국 남자 이야기
3부 패션의 사회학
왜 한국 여성은 하의 실종·기저귀 패션에 강한가: 한국과 미국의 노출 의상에 대한 인식 차이
왜 한국 주부는 밖에 나갈 때만 꾸미나: 한국 주부와 프랑스 주부의 꾸미기 문화
왜 한국인은 커플룩을 좋아하나: 미국·일본·중국·한국의 커플 문화
4부 라이프스타일과 취향
왜 월마트는 한국에서 실패했나: 다국적기업의 현지화 사례
왜 한국은 셀카 공화국이 되었나: 세계 각국의 셀카 문화
왜 미국의 해리 포터는 가벼울까: 미국·일본·한국의 독서 문화
5부 대중문화의 사회학
대중음악 차트는 무엇을 말해주는가: 미국·영국·일본·한국의 대중음악 문화
왜 한국의 파파라치는 사진으로 돈을 벌 수 없나: 영국·미국·일본·한국의 파파라치 문화
왜 한국은 스몰 볼, 미국은 빅 볼인가: 한국·미국·일본의 야구 문화
6부 인간관계와 집단주의
왜 한국인은 정신과 상담을 두려워하나: 세계 각국의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
왜 한국인은 해장도 끼리끼리 하는가: 세계 각국의 해장 문화
왜 한국인은 판을 좋아하나: 퍼레이드 축제 문화와 판 축제 문화
7부 대학 문화와 소통
왜 한국에선 수업 시간에 질문하기가 어려운가: 한국과 프랑스의 토론 문화
한국 학생과 외국 학생은 어떻게 다른가: 한국어를 배우는 한국어학당에 비친 풍경
왜 한국에선 한 시간 알바로 커피도 못 사먹나: 한국·일본·네덜란드의 알바 문화
왜 한국의 대학 신문은 항상 위기인가: 세계 각국의 대학 신문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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