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동아시아의 분단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깊이 있는 사상적 모색
동아시아는 격동 중이다. 분쟁의 화약고가 되고 있는 센카쿠 열도와 독도의 영토 문제, 해를 거듭하며 반복되는 일본 역사교과서 논란, 감정의 골이 깊은 일본과 과거 식민지 국가들 간의 갈등, 한반도와 주변 국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북한의 핵실험.
과연 우리는 격동하는 동아시아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 동아시아 사회가 직면한 위기와 갈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동아시아의 문제 상황 속에서 건설적 과제를 도출해낼 사상적 단초는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가.
동아시아 문제가 또다시 중요한 화두로 부각된 지금, 중국의 대표적 지식인과 한국의 젊은 연구자가 동아시아의 ‘분단체제’를 넘어선 연대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사상적 모색을 시도한 책이 주목된다.
『사상을 잇다』는 쑨거와 윤여일의 대담집으로, 문화와 세대의 차이를 극복하여 사상의 번역을 기도한다. 대담의 내용은 ‘동아시아 시좌’만이 아니라 ‘새로운 인식론’, ‘맥락의 전환’, ‘역사 속의 현재’ 등의 문제를 아우르고 있다. 둘은 가르침-배움의 독특한 대담 형식을 취함으로써, 오늘날 분절된 동아시아 관계 속에서 사상 교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공저자인 쑨거는 동아시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중국, 일본, 한반도 사이에는 일종의 ‘분단체제’가 존재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뿌리 깊은 단절을 극복하는 것이 오늘날 자신의 사상적 과제임을 두 책을 통해 밝히고 있다.
쑨거는 이 책과 함께 출간된 그의 선집 『사상이 살아가는 법』에서 그 뿌리 깊은 단절은 이미 조공시대의 ‘중심-주변’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한다.
그것은 분명히 한국과 북한 사이의 분단과는 다르지만, 어떤 의도적 단절이 있었다고는 말할 수 있다. 이 단절의 현대판이 바로 냉전이며, 냉전구조가 동아시아에서 성립할 수 있었던 뿌리 깊은 역사적 기반은 오히려 조공시대의 ‘중심-주변’ 구조였다. 중심이었던 중국은 근대 이후 ‘근대화’의 위상에서 주변화되었다. 주변화 과정은 냉전 이데올로기와 합류해 중국 사회는 한국 사회나 일본 사회로부터 더욱 멀어져갔다. (『사상이 살아가는 법』, 8쪽)
저자는 국가가 나선다고 이와 같은 단절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이 단절은 “문화의 벽”에서 발생하여 역사적 과정 속에서 재생산되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절을 극복하려면 국가 단위의 발상을 해체해야 할 뿐 아니라 국가 간의 경계에 얽매이지도 않지만 그것을 경시하지도 않는 인식론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그 과제를 위해 저자가 치열하게 사색하며 고투한 흔적을 담고 있다. 중국문학 연구자로서 일본 사상사에 천착하고, 이제 한국 사회로 새롭게 시선을 돌리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저자는 다양한 문화권으로부터 진정한 ‘동아시아 사상’을 일궈낼 수 있는 계기를 추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구 중심의 아카데미즘을 넘어 ‘동아시아 원리’ 찾기
『사상을 잇다』와 함께 출간된 『사상이 살아가는 법』는 이 책의 역자이자 편자이기도 한 윤여일이 쑨거의 논문과 평론을 모은 뒤 4부로 나눠 담은 것이다. 이 선집의 ‘상황적 사고’, ‘중국과 일본 사이’, ‘현재 속의 역사’, ‘동아시아라는 사유공간’이라는 네 개의 주제를 토대로 저자들은 역사와 현실의 문제를 파고들며 새로운 ‘동아시아의 원리’를 모색한다.
저자들은 최근 수십 년 동안 동아시아의 상황이 격랑을 거듭해 왔음에도 동아시아 연구자들은 여전히 기성의 서구지향적 이론에 기대어 동아시아를 대한다고 아프게 꼬집는다. 동아시아인의 지적 생산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진단인 것이다. 저자들은 중국의 아카데미즘이 처한 상황을 예로 들고 있는데, 중국 학계는 “겉보기에는 서구 지향적이지 않지만, 서구중심주의를 부정하는 형태로 서구 지향성을 노출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 상황에서 동아시아 연구는 원리성을 낳을 수 없다.
이러한 비판은 중국 학계뿐 아니라 일본과 한국의 아카데미즘이 처한 위기에도 유효하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저자들은 인류가 공유할 사상 원리의 하나로서 ‘동아시아 원리’를 가다듬어가는 과제를 스스로에게 부과하고 있다.
동아시아 사상 교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상을 잇다』
일본을 매개로 한 중국 학자와 한국 연구자의 대화
동아시아 사상의 교류는 어떻게 가능할까? 『사상을 잇다』는 쑨거와 윤여일의 공동 작품이다. 윤여일은 쑨거의 전작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을 번역하며 인연을 맺었고, 도쿄외국어대학에서 외국인 연구자 신분으로 체류하면서 쑨거의 수업에 참여했다. 『사상을 잇다』는 어느 중국인과 한국인이 일본에서 일본의 역사와 현실을 매개해 일본어로 진행한 네 차례의 대화를 모은 것이다.
『사상을 잇다』는 윤여일이 서문에 밝히고 있듯이 애초에 쑨거 선집의 부록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 인터뷰다. 따라서 『사상이 살아가는 법』과 구성상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은 문면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쑨거의 다양한 문제의식들을 생생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윤여일은 쑨거가 자신의 글에서 밝힌 내용들에 관해 진전된 이해를 요구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며 논의의 풍요로움을 이끌고 있다. 또한 한국적 상황을 가져와 쑨거의 문제의식에 대입시킴으로써 쑨거의 사고를 한국적 상황과 접목하고자 한 것도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이 대화는 사상의 번역을 위해 세 가지 원칙 위에서 진행되었다. 첫째, 기존의 이론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관성화된 사고양식을 해체할 물음을 함께 구성한다는 것이다. 둘째, 각자가 처한 현실에 천착하되 표층에 머물지 않고 깊이 파고들어 공통의 과제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셋째, 섣부른 공감을 꾀할 것이 아니라 고민의 번역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동아시아 사상의 교류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성별과 세대, 국적과 문화, 언어와 역사의 경험 모두가 다른 두 사람이 스승과 제자로서 만나 대화를 이어가고 사유의 교류를 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둘 사이에 ‘고민의 연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사상에는 국적이 없다”는 쑨거의 발언처럼, 그녀 또한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일본학자를 사상적 둔덕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다케우치 요시미는 열정적인 루쉰의 연구자였다. 루쉰으로부터 이어지는 동아시아 사상의 계보는 다케우치 요시미를 거쳐 쑨거로, 쑨거로부터 윤여일에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쑨거는 누구인가
국내 학계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는 쑨거는 현재 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본래의 전공은 중국문학으로 2000년 이전까지는 비교문학을 연구했고, 2000년 이후부터 분과학문의 벽을 넘어 일본에서 정치사상사를 연구하고 있다. 동시에 동아시아를 둘러싼 현실 사회의 문제를 주요 연구과제로 삼아왔다. 국내에는 중국 지식인 가운데 드문 동아시아 논자로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쑨거의 책은 이미 한국에서 두 권 출간된 바 있다. 『아시아라는 사유공간』(창비, 2003)은 동아시아를 지리적 실체가 아닌 문제의식의 지평에서 사고하려는 한국 사상계의 수요에 조응하며 주목을 받았고,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그린비, 2007)에서는 서구적 근대성을 초극하는 아시아주의를 찾으려 했던 일본의 사상가 다케우치 요시미로부터 서구 근대주의와 동아시아 국민국가와 민족주의를 뛰어넘는 역사철학을 끌어내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이 책은 이제 막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저자의 한국이라는 타자를 열어내고픈 바람을 오롯이 담고 있다.
▣ 작가 소개
저 : 윤여일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동경외국어대학의 외국인 연구자로 일본에서 체류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수유너머의 일원이었다. 『지식의 윤리성에 관한 다섯 편의 에세이』, 『사상의 번역』을 쓰고 『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 『촛불이 민주주의다』, 『세계의 사회주의자들』을 함께 썼으며 『다케우치 요시미 선집』1~2,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 『사상으로서의 3.11』, 『사회를 넘어선 사회학』을 우리말로 옮겼다.
저 : 쑨거
孫歌
1955년생. 지린 대학 중국언어문학부를 졸업하고 도쿄도립대학 법학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연구원이다. 일본의 도쿄 대학, 교토 대학, 히토츠바시 대학, 도쿄외국어대학, 타이완의 지통 대학, 미국의 워싱턴 대학,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대학, 한국의 연세대학교 등에서 객원교수로 체류했다.
중국어 저서로는 『구착집』求錯集, 『아시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주체 미산의 공간』主體彌散的空間, 『다케우치 요시미의 역설』竹內好的悖論, 『문학의 위치』文學的位置, 『역사적 순간을 파악하여 진입하다』把握進入歷史的瞬間, 『우리는 왜 동아시아를 말해야 하는가』를 발표하고, 일본어 저서로는 『아시아를 말한다는 딜레마』アジアを語ることのジレンマ,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 『역사의 교차점에 서서』를 발표하고, 한국어 저서로는 『아시아라는 사유공간』,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을 발표했다.
▣ 주요 목차
사상을 잇다
- 문화와 역사의 간극을 넘어선 대화
젊은이와 대화한다는 것
스승과 대화한다는 것
대화를 시작하다
첫 번째 대화: 상황적 사고
인식론을 사고해야 하는 이유 / 사건 속에서 사상의 자원을 건져내다 / 답이 아닌 물음을 만드는 법 / 개인의 물음과 공공적 물음 / 상황과 원리 / 사상과 이론 / 내부와 외부 /
서양의 지적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 콘텍스트로의 진입 / 말의 용법 / 현실정치와 역사감각 / 이론과 감정, 이론과 실천 / 누구를 향해 물음을 던질 것인가
두 번째 대화: 중국과 일본 사이
대화의 방식에 관해 / 모어문화로 진입하다 / 번역과 이문화 교류 / 타자를 왜 사고해야 하는가 / ‘지의 공동체’에서 드러난 것들 / 지식 세계에서의 위치 / 아즈마 시로 사건을 사고하다 / 동시대사의 상황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 인식하는 측의 모순 / 중국 인식에 관하여 / 유동성과 틈새 / 한국과 중국의 상호인식 / 탈식민과 탈마이너리티 / 조선(한국)이라는 시점
세 번째 대화: 역사로 진입하다
다케우치 요시미와의 만남 / 버림으로써 계승하다 / 아포리아를 아포리아로서 인식한다 / 역사에 진입하다 / 감정과 기억의 뒤얽힘 / 감정기억을 계승한다는 것 / 체험의 일반화 / 일본의 내셔널리즘 비판에 관하여 / 일본의 조건에서 사상의 계기를 찾는다 / 중국의 내셔널리즘 / 세대라는 사고의 요소 / 전통과 논쟁
네 번째 대화: 아시아라는 사유공간
동아시아 상상의 균열 / 동아시아라는 시좌 / 동아시아 연구 경향에 관하여 / 중심과 주변 / 비대칭성을 사고하다 / 감정상의 간극과 동아시아 시좌 / 동아시아 연대의 조건 / 동아시아라는 번역의 공간 / 번역의 윤리 / 인류를 위해 아시아를 원리화한다 / 동아시아 사상이 살아가는 법 / 동아시아론은 사상적 여정의 어디쯤인가
대화를 마치다
동아시아의 분단체제를 극복하기 위한 깊이 있는 사상적 모색
동아시아는 격동 중이다. 분쟁의 화약고가 되고 있는 센카쿠 열도와 독도의 영토 문제, 해를 거듭하며 반복되는 일본 역사교과서 논란, 감정의 골이 깊은 일본과 과거 식민지 국가들 간의 갈등, 한반도와 주변 국가들을 긴장시키고 있는 북한의 핵실험.
과연 우리는 격동하는 동아시아를 어떻게 인식해야 하는가. 동아시아 사회가 직면한 위기와 갈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동아시아의 문제 상황 속에서 건설적 과제를 도출해낼 사상적 단초는 어떻게 마련할 수 있는가.
동아시아 문제가 또다시 중요한 화두로 부각된 지금, 중국의 대표적 지식인과 한국의 젊은 연구자가 동아시아의 ‘분단체제’를 넘어선 연대의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사상적 모색을 시도한 책이 주목된다.
『사상을 잇다』는 쑨거와 윤여일의 대담집으로, 문화와 세대의 차이를 극복하여 사상의 번역을 기도한다. 대담의 내용은 ‘동아시아 시좌’만이 아니라 ‘새로운 인식론’, ‘맥락의 전환’, ‘역사 속의 현재’ 등의 문제를 아우르고 있다. 둘은 가르침-배움의 독특한 대담 형식을 취함으로써, 오늘날 분절된 동아시아 관계 속에서 사상 교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의 공저자인 쑨거는 동아시아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중국, 일본, 한반도 사이에는 일종의 ‘분단체제’가 존재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그 뿌리 깊은 단절을 극복하는 것이 오늘날 자신의 사상적 과제임을 두 책을 통해 밝히고 있다.
쑨거는 이 책과 함께 출간된 그의 선집 『사상이 살아가는 법』에서 그 뿌리 깊은 단절은 이미 조공시대의 ‘중심-주변’ 구조에서 비롯된다고 진단한다.
그것은 분명히 한국과 북한 사이의 분단과는 다르지만, 어떤 의도적 단절이 있었다고는 말할 수 있다. 이 단절의 현대판이 바로 냉전이며, 냉전구조가 동아시아에서 성립할 수 있었던 뿌리 깊은 역사적 기반은 오히려 조공시대의 ‘중심-주변’ 구조였다. 중심이었던 중국은 근대 이후 ‘근대화’의 위상에서 주변화되었다. 주변화 과정은 냉전 이데올로기와 합류해 중국 사회는 한국 사회나 일본 사회로부터 더욱 멀어져갔다. (『사상이 살아가는 법』, 8쪽)
저자는 국가가 나선다고 이와 같은 단절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이 단절은 “문화의 벽”에서 발생하여 역사적 과정 속에서 재생산되어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절을 극복하려면 국가 단위의 발상을 해체해야 할 뿐 아니라 국가 간의 경계에 얽매이지도 않지만 그것을 경시하지도 않는 인식론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은 그 과제를 위해 저자가 치열하게 사색하며 고투한 흔적을 담고 있다. 중국문학 연구자로서 일본 사상사에 천착하고, 이제 한국 사회로 새롭게 시선을 돌리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이다. 저자는 다양한 문화권으로부터 진정한 ‘동아시아 사상’을 일궈낼 수 있는 계기를 추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서구 중심의 아카데미즘을 넘어 ‘동아시아 원리’ 찾기
『사상을 잇다』와 함께 출간된 『사상이 살아가는 법』는 이 책의 역자이자 편자이기도 한 윤여일이 쑨거의 논문과 평론을 모은 뒤 4부로 나눠 담은 것이다. 이 선집의 ‘상황적 사고’, ‘중국과 일본 사이’, ‘현재 속의 역사’, ‘동아시아라는 사유공간’이라는 네 개의 주제를 토대로 저자들은 역사와 현실의 문제를 파고들며 새로운 ‘동아시아의 원리’를 모색한다.
저자들은 최근 수십 년 동안 동아시아의 상황이 격랑을 거듭해 왔음에도 동아시아 연구자들은 여전히 기성의 서구지향적 이론에 기대어 동아시아를 대한다고 아프게 꼬집는다. 동아시아인의 지적 생산이 위기에 직면했다는 진단인 것이다. 저자들은 중국의 아카데미즘이 처한 상황을 예로 들고 있는데, 중국 학계는 “겉보기에는 서구 지향적이지 않지만, 서구중심주의를 부정하는 형태로 서구 지향성을 노출하고 있다.” 이러한 지적 상황에서 동아시아 연구는 원리성을 낳을 수 없다.
이러한 비판은 중국 학계뿐 아니라 일본과 한국의 아카데미즘이 처한 위기에도 유효하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저자들은 인류가 공유할 사상 원리의 하나로서 ‘동아시아 원리’를 가다듬어가는 과제를 스스로에게 부과하고 있다.
동아시아 사상 교류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상을 잇다』
일본을 매개로 한 중국 학자와 한국 연구자의 대화
동아시아 사상의 교류는 어떻게 가능할까? 『사상을 잇다』는 쑨거와 윤여일의 공동 작품이다. 윤여일은 쑨거의 전작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을 번역하며 인연을 맺었고, 도쿄외국어대학에서 외국인 연구자 신분으로 체류하면서 쑨거의 수업에 참여했다. 『사상을 잇다』는 어느 중국인과 한국인이 일본에서 일본의 역사와 현실을 매개해 일본어로 진행한 네 차례의 대화를 모은 것이다.
『사상을 잇다』는 윤여일이 서문에 밝히고 있듯이 애초에 쑨거 선집의 부록을 염두에 두고 진행된 인터뷰다. 따라서 『사상이 살아가는 법』과 구성상 병행하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은 문면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았던 쑨거의 다양한 문제의식들을 생생하게 포착해내고 있다. 윤여일은 쑨거가 자신의 글에서 밝힌 내용들에 관해 진전된 이해를 요구하고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며 논의의 풍요로움을 이끌고 있다. 또한 한국적 상황을 가져와 쑨거의 문제의식에 대입시킴으로써 쑨거의 사고를 한국적 상황과 접목하고자 한 것도 이 책의 또 다른 특징이다.
이 대화는 사상의 번역을 위해 세 가지 원칙 위에서 진행되었다. 첫째, 기존의 이론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관성화된 사고양식을 해체할 물음을 함께 구성한다는 것이다. 둘째, 각자가 처한 현실에 천착하되 표층에 머물지 않고 깊이 파고들어 공통의 과제를 발견한다는 것이다. 셋째, 섣부른 공감을 꾀할 것이 아니라 고민의 번역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동아시아 사상의 교류가 어떻게 가능한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성별과 세대, 국적과 문화, 언어와 역사의 경험 모두가 다른 두 사람이 스승과 제자로서 만나 대화를 이어가고 사유의 교류를 열어갈 수 있었던 것은 둘 사이에 ‘고민의 연대’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사상에는 국적이 없다”는 쑨거의 발언처럼, 그녀 또한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일본학자를 사상적 둔덕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다케우치 요시미는 열정적인 루쉰의 연구자였다. 루쉰으로부터 이어지는 동아시아 사상의 계보는 다케우치 요시미를 거쳐 쑨거로, 쑨거로부터 윤여일에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쑨거는 누구인가
국내 학계에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고 있는 쑨거는 현재 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본래의 전공은 중국문학으로 2000년 이전까지는 비교문학을 연구했고, 2000년 이후부터 분과학문의 벽을 넘어 일본에서 정치사상사를 연구하고 있다. 동시에 동아시아를 둘러싼 현실 사회의 문제를 주요 연구과제로 삼아왔다. 국내에는 중국 지식인 가운데 드문 동아시아 논자로 소개되어 있기도 하다.
쑨거의 책은 이미 한국에서 두 권 출간된 바 있다. 『아시아라는 사유공간』(창비, 2003)은 동아시아를 지리적 실체가 아닌 문제의식의 지평에서 사고하려는 한국 사상계의 수요에 조응하며 주목을 받았고,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그린비, 2007)에서는 서구적 근대성을 초극하는 아시아주의를 찾으려 했던 일본의 사상가 다케우치 요시미로부터 서구 근대주의와 동아시아 국민국가와 민족주의를 뛰어넘는 역사철학을 끌어내려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이 책은 이제 막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저자의 한국이라는 타자를 열어내고픈 바람을 오롯이 담고 있다.
▣ 작가 소개
저 : 윤여일
고려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후 동경외국어대학의 외국인 연구자로 일본에서 체류했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수유너머의 일원이었다. 『지식의 윤리성에 관한 다섯 편의 에세이』, 『사상의 번역』을 쓰고 『후쿠시마에서 부는 바람』, 『촛불이 민주주의다』, 『세계의 사회주의자들』을 함께 썼으며 『다케우치 요시미 선집』1~2,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 『사상으로서의 3.11』, 『사회를 넘어선 사회학』을 우리말로 옮겼다.
저 : 쑨거
孫歌
1955년생. 지린 대학 중국언어문학부를 졸업하고 도쿄도립대학 법학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사회과학원 문학연구소 연구원이다. 일본의 도쿄 대학, 교토 대학, 히토츠바시 대학, 도쿄외국어대학, 타이완의 지통 대학, 미국의 워싱턴 대학, 독일의 하이델베르크 대학, 한국의 연세대학교 등에서 객원교수로 체류했다.
중국어 저서로는 『구착집』求錯集, 『아시아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주체 미산의 공간』主體彌散的空間, 『다케우치 요시미의 역설』竹內好的悖論, 『문학의 위치』文學的位置, 『역사적 순간을 파악하여 진입하다』把握進入歷史的瞬間, 『우리는 왜 동아시아를 말해야 하는가』를 발표하고, 일본어 저서로는 『아시아를 말한다는 딜레마』アジアを語ることのジレンマ,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 『역사의 교차점에 서서』를 발표하고, 한국어 저서로는 『아시아라는 사유공간』, 『다케우치 요시미라는 물음』을 발표했다.
▣ 주요 목차
사상을 잇다
- 문화와 역사의 간극을 넘어선 대화
젊은이와 대화한다는 것
스승과 대화한다는 것
대화를 시작하다
첫 번째 대화: 상황적 사고
인식론을 사고해야 하는 이유 / 사건 속에서 사상의 자원을 건져내다 / 답이 아닌 물음을 만드는 법 / 개인의 물음과 공공적 물음 / 상황과 원리 / 사상과 이론 / 내부와 외부 /
서양의 지적 자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 콘텍스트로의 진입 / 말의 용법 / 현실정치와 역사감각 / 이론과 감정, 이론과 실천 / 누구를 향해 물음을 던질 것인가
두 번째 대화: 중국과 일본 사이
대화의 방식에 관해 / 모어문화로 진입하다 / 번역과 이문화 교류 / 타자를 왜 사고해야 하는가 / ‘지의 공동체’에서 드러난 것들 / 지식 세계에서의 위치 / 아즈마 시로 사건을 사고하다 / 동시대사의 상황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 인식하는 측의 모순 / 중국 인식에 관하여 / 유동성과 틈새 / 한국과 중국의 상호인식 / 탈식민과 탈마이너리티 / 조선(한국)이라는 시점
세 번째 대화: 역사로 진입하다
다케우치 요시미와의 만남 / 버림으로써 계승하다 / 아포리아를 아포리아로서 인식한다 / 역사에 진입하다 / 감정과 기억의 뒤얽힘 / 감정기억을 계승한다는 것 / 체험의 일반화 / 일본의 내셔널리즘 비판에 관하여 / 일본의 조건에서 사상의 계기를 찾는다 / 중국의 내셔널리즘 / 세대라는 사고의 요소 / 전통과 논쟁
네 번째 대화: 아시아라는 사유공간
동아시아 상상의 균열 / 동아시아라는 시좌 / 동아시아 연구 경향에 관하여 / 중심과 주변 / 비대칭성을 사고하다 / 감정상의 간극과 동아시아 시좌 / 동아시아 연대의 조건 / 동아시아라는 번역의 공간 / 번역의 윤리 / 인류를 위해 아시아를 원리화한다 / 동아시아 사상이 살아가는 법 / 동아시아론은 사상적 여정의 어디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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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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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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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