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20세기 이야기’는 20세기 100년을 10년 단위로 끊어 전 10권으로 기획된 20세기 100년사다. 이번에 발간된 1980년대는 1960년대·1970년대에 이어 5개월만에 세상에 나온 3번째 책이다. 나머지 연대도 2014년 말까지 모두 발간될 예정이다. 사실상 탈고 상태의 원고는 2만2000장(200자 원고지)이다. 로마인이야기(전15권)의 한국어판 2만1000장보다 많은 분량이다. ‘20세기 이야기’는 문화, 예술, 스포츠, 과학, 학문, 사상, 정치, 경제, 사회, 전쟁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20세기 100년 동안 국내·외에서 일어난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모든 것을 망라했다. 각종 사건·사실·인물들의 의미, 발단, 원인, 업적, 전개과정 등을 군살이나 군더더기 없이 항목마다 3~6페이지 정도로 압축·요약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저자의 균형 감각이다. 진보와 보수 어느 한쪽 편에 치우치지 않고 양쪽의 주의·주장을 균형있게 종합하고 조명했다. 그렇다고 기계적인 균형에 집착하거나 양비론을 펴지는 않았다. ‘20세기 이야기’는 딱딱한 역사서가 아니다. 사람과 세상의 이야기이며 하나하나가 문화사, 예술사, 생활사, 과학사, 경제사, 정치·사회사다. 소소한 뒷 이야기를 읽는 맛도 쏠쏠하다.
1980년대는 권위주의 통치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이에 저항하는 젊은이들의 뜨거운 피가 10년 내내 분출하다가 마침내 구각을 깨뜨리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쟁취한 우리 역사의 중대한 분수령이었다. 그 혼란 속에서도 문화는 꽃을 피웠다. 백남준(비디오 아트), 조수미(성악), 정명훈(지휘), 홍신자(무용) 등이 각기 다른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박노해의 시집 ‘노동의 새벽’, 고은의 연작시 ‘만인보’가 우리 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 백남준 작 ‘굿모닝 미스터 오웰’ 퍼포먼스 위성중계 (1984년)
‘비디오 아트’가 입체파의 피카소나 기하학적 추상의 몬드리안처럼 뚜렷한 자기 지분을 갖고 미술사에 당당히 등재되었다는 점에서 비디오 아트의 등장은 20세기 미술사의 중요한 분수령이기도 했다.…백남준을 세계적인 전위예술가로 우뚝 솟게 해준 것은 1984년 1월 1일 뉴욕과 파리를 실시간으로 잇는 위성중계 퍼포먼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었다. 퍼포먼스의 의도는 “텔레비전이 독재자의 명령을 하달하는 정치적인 도구로 기능할 것이라는 조지 오웰의 예언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세계는 그때까지 어떤 예술가도 감히 상상하지 못한 예술의 경지에 경탄했다.
* 조정래 ‘태백산맥’ 연재 (1983년)
이런 방대한 작업을 가능케 한 동력은 조정래의 성실성이다. 그에겐 예술가들에게 흔히 보이는 방탕한 기질이 없다. 주색잡기를 일절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시간이 아까워 사람도 만나지 않는다. 술 마시는 시간조차 그에겐 낭비다. 이런 그를 가리켜 아내는 “100년에 한 명 태어날까 말까 한, 무색무취한 사람”이라고 놀리고, 지인들은 “에피소드가 없는 것이 에피소드인 작가”라고 불렀다.
대중문화적으로는 컬러TV 방송(1980년)의 시작과 함께 조용필, 김혜자, 이주일, 강수연 등이 각기 다른 재주를 뽐내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연극에서는 윤석화와 임영웅이 활약하고 바둑에서는 조치훈과 조훈현이 일본과 세계 바둑계를 호령했다. 김수정과 허영만은 만화의 지평을 넓혔다.
* 조용필 1집 앨범 ‘창밖의 여자’ 발매 (1980년)
‘창밖의 여자’는 발매 즉시 조용필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돌아와요…’까지 수록된 그 앨범 한 장에서 ‘창밖의 여자’는 물론 ‘단발머리’, ‘한오백년’, ‘대전블루스’ 등 무려 7곡이 히트를 치는 이변이 일어났다. ‘창밖의 여자’는 TV·라디오 할 것 없이 인기순위 1위를 달렸고 연말 각 방송사의 가요대상을 휩쓸었다.… 조용필이 10년 이상 갈고닦아온 모든 음악적 기량을 선보인 것이 바로 ‘창밖의 여자’(앨범)였던 것이다.
* 김혜자와 드라마 ‘전원일기’ (1980년)
김혜자의 연기를 보다 보면 연기가 아니라 마치 현실 속의 삶을 보는 것처럼 천연덕스럽다. 이런 김혜자를 가리켜 드라마 작가 김정수는 “입신의 경지에 이른 연기 9단”이라고 했다.…김혜자는 ‘전원일기’의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였다. ‘전원일기’에 출연하면서 ‘가장 한국적인 어머니’, ‘국민 어머니’라는 평을 듣긴 했으나 김혜자 자신은 그런 말들로 인해 자신의 연기 폭이 규정되는 것 같아 답답할 때가 많았다.
스포츠에서는 프로야구 출범(1982년), 한국청소년축구 세계 4강 달성(1983년), 서울아시아경기대회·서울올림픽 개막 등이 세계 스포츠계에서 차지하는 우리의 스포츠 위상을 높여주고, 이만기(씨름), 선동열·최동원(프로야구), 장정구(권투), 김수녕(양궁) 등이 국내외 무대에서 맹활약했다. 이 중에서도 서울올림픽은 단군 이래 국내에서 치른 최고·최대 행사였다.
* 서울올림픽 개막 (1988년)
전 세계 기자들이 대거 한국에 몰려온 것은 한국 역사상 서울올림픽 때가 세 번째였다. 앞선 두 경우는 1904년의 러일전쟁과 1950년의 한국전쟁이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한국의 이미지는 전쟁으로 인한 폐허와 가난의 모습으로 비쳤다. 1970~1980년대 대한민국의 모습은 화염병에 불타는 경찰버스, 다연발 최루탄 발사기의 위력적인 모습, 자욱한 최루탄 연기 속에서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대학생들의 모습으로 세계에 각인되어 있었다. 이런 장면에 익숙해 있던 외국인에게 10월 2일 폐막할 때까지의 2주간은 충격 그 자체였다.
* 선동열·최동원 맞대결 (1987년)
그 동안의 맞대결에서 1승 1패를 기록한 두 선수는 1987년 5월 16일, 우리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이자 ‘마지막 승부’를 펼쳤다. 두 선수는 투구수 100개를 넘긴 상황에서도 15회까지 마운드를 지켰으나 4시간 56분 동안의 혈투에도 승부가 나지 않아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한 야구팬의 말처럼 “신이 한국 야구를 위해 내린 선물” 이후 두 선수는 한 번도 맞대결을 벌이지 않았다.
정치·사회적으로는 군사정권의 강압 속에서도 6·10민주화 투쟁으로 힘을 결집해 마침내 6·29 선언(1987년)을 끌어냈으며 경제적으로는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혼란 속에서도 선진국과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원유가 하락, 국제금리 인하, 달러화 약세가 몰고 온 ‘3저 현상’ 덕에 이뤄진 대한민국 사상 첫 국제무역수지 흑자(1986년)는 오랫동안 외채 망국론에 시달려온 우리 경제에 숨통을 틔워주고 활력을 불어넣었다.
* 6월 민주 항쟁 (1987년)
그 해 1월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4?13 호헌조치 이후 국민의 분노는 폭발 일보 직전이었다. 누군가 이 폭발물에 불을 붙여야 했으나 야당과 재야는 방법면에서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범국민연대 구성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던 5월 18일, 정의구현사제단의 김승훈 신부가 명동성당에서 ‘박종철 사건이 조작되었다’고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했다.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표출하는 기폭제였고, 빨리 불을 붙이라는 역사의 명령이었다.
분노와 좌절, 저항 속에 20대 시절을 보낸 386세대의 등장, 해결책을 종북에서 찾으려 한 주사파의 태동, 분단의 장벽을 직접 뛰어넘으려는 황석영·문익환·임수경의 잇따른 방북, 오랜 세월 억눌려 지내온 노동자의 대폭발, 해방 후 냉전의 질곡에서 벗어나 새로운 외교 지형도를 그린 동구권 수교 등도 1980년대를 대표하는 키워드였다.
* 임수경 방북 (1989년)
평양축전에서 임수경은 영웅이었고 ‘통일의 꽃’이었다. 그녀의 당찬 언행은 남과 북 모두에 충격과 흥분과 감동을 던져주었다. 북한 사람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임수경에게 열광했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가 북녘 곳곳에 울려 퍼졌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않은 결과가 나타나 북한 당국을 곤혹스럽게 했다. 맑고 해사한 얼굴에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나타나 거침없이 말을 하고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는 임수경은 그동안 북한 사람들이 생각했던 미 제국주의에 신음하며 헐벗고 굶주리는 그런 동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은 역설이었다.
삼성반도체의 64KD램 개발(1983년), TDX-1 교환기 개통(1986년), 이찬진의 한글 개발(1989년) 등은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초석이 되었으며, 한강종합개발(1982~1986년), 리비아대수로 공사(1983년), 63빌딩 준공(1985년), 분당·일산 신도시 건설(1989년) 등은 우리 건축·토목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해보이고 삶의 질을 높여주었다.
* 삼성반도체의 64K D램 개발 (1983년)
이병철 회장은 고심 끝에 ‘반도체 올인’을 결심했다. 자칫 그룹의 명운까지 좌우할 모험이었으나 결심을 하기까지에는 이건희 당시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이런 점에서 본격적인 반도체 시장 진출은 이병철의 마지막 작품이자 이건희의 첫 작품이었다.…1983년 11월 7일 마침내 자체 기술로 양질의 64K D램 칩을 얻는 개가를 올렸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일에 이어 세계 3번째로 VLSI 생산국이 되었고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10년에서 3~4년으로 단축했다.
북한의 도발은 여전했다. 버마 아웅산 폭발 사건(1983년), 김현희의 KAL기 폭파 사건(1987년) 등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소련은 KAL 007기를 격추(1983년)해 269명의 생명을 차디찬 사할린 바닷 속으로 수장시켰다.
* 김현희 KAL 858기 폭파 (1987년)
서울 도착 후 8일이 지난 12월 23일 오후 5시경, 김현희가 갑자기 옆의 여자 수사관에게 우리말로 “언니 미안해”라고 말하고는 울먹였다. 마유미가 김현희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김현희는 이후 범행 일체를 순순히 자백했다. 1972년 11월 우리 측 남북조절위 대표들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장기영 대표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당시 중학교 1학년생이 자신이라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국제적으로 1980년대를 상징하는 대표 키워드는 PC의 대중화와 전에 없던 치명적인 질병의 등장이다. IBM PC(1981년)와 스티브 잡스의 매킨토시 컴퓨터(1984년)는 인류의 삶에 결정적인 변화를 불러온 혁명이었다. 에이즈(1981년)와 인간 광우병(1982년)은 인류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주었다.
* IBM PC 등장 (1981년)
진짜 승자는 IBM PC가 출시될 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MS와 인텔이었다. IBM 호환기종이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인텔과 MS는 성장한 반면 IBM은 추락한 것이다. 결국 재주는 IBM이 부리고 돈은 MS와 인텔이 버는 격이었다.
* 에이지 최초 보고 (1981년)
환자의 혈액을 검사하자 놀랍게도 외부의 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면역 담당 ‘헬퍼 T’ 세포가 하나도 없었다. ‘현대판 흑사병’, ‘현대판 천형(天刑)’으로 불리는 에이즈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의사들은 이 희한한 증상이 동성애자들에게서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해 병명을 ‘게이암’ 혹은 ‘GRID(게이관련면역결핍증)’라고 명명했다.
대중문화도 활짝 꽃을 피웠다. ‘뮤지컬 제작의 귀재’ 캐머런 매킨토시가 뮤지컬 ‘캣츠’(1980년)를 처음 선보이고 마이클 잭슨(1982년)과 마돈나(1983년)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스티븐 스필버그(1982년)가 영화 거장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특히 미국에서는 방송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변화가 있었다. 테드 터너가 1980년 CNN 방송을 시작하고 1981년 MTV가 개국했으며 오프라 윈프리(1986년)가 미국의 시청자를 감동시켰다.
* 마돈나 데뷔 앨범 ‘마돈나’ 발매 (1983년)
마돈나는 이른바 ‘섹스 논쟁’을 통해 성에 대한 억압, 남성 지배사회의 위선 등을 공박했지만 종국적으로 그가 노린 것은 금기 자체가 아니라 금기에 대한 도전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었다.…마돈나는 평소 마치 뇌가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곤 했다. 동사가 없는 문장을 말하고, 무식한 사람처럼 욕을 해댔으며, 마치 평생 동안 책이라고는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마돈나가 꾸민 고도의 연출일 뿐이었다.
스포츠에서는 에릭 하이든(1980년·빙상), 왕정치(1980년·야구), 칼 루이스(1984년·육상),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1984년·테니스), 세르게이 붑카(1985년·장대높이뛰기), 라인홀트 메스너(1986년·등산) 등이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인간의 한계에 도전했다. 문학에서는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1980년), 밀란 쿤데라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1984년)을 출간해 세계 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1989년)되고 국가 간의 전쟁과 침공이 멈추지 않았으며 각국 지도자의 부침이 빈번했다. 고르바초프의 등장(1985년)은 베를린 장벽 붕괴의 결정적인 신호탄이었다. 그에 앞서 레흐 바웬사의 폴란드 자유노조 결성(1980년), 소련의 반체제 운동가 안드레이 사하로프의 유배(1980년)가 공산주의의 종언에 영향을 미쳤다.
* 베를린 장벽 붕괴 (1989년)
이 ‘현대판 엑소더스’에 베를린 장벽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1961년 8월에 설치된 이래 28년 동안 동서독 주민을 갈라놓은 베를린 장벽이 마침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목나무처럼 쓰러진 것이다.
* 고르바초프 등장 (1985년)
국민은 최고 권력자인 당 서기장이 공장과 거리에 나타나 자신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데 놀랐고, 그가 쏟아낸 말이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내용이라는 데 더욱 놀랐다.…변화의 속도를 늦추거나 되돌리려는 사람들과 완전한 민주주의와 사기업을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 끼여 고르바초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1989년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처형되고 바츨라프 하벨이 체코의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은 공산 국가의 소멸을 알리는 상징적인 변화였다. 결국 동서독은 통일되고 소련은 74년만에 사라졌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주요 지도자가 역사 전면에 등장한 것도 1980년대였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가 1981년 같은 해에 취임하고 198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소련 공산당 서기장으로 선출되었다.
강대국의 무력 행사도 끊이지 않았다. 영국은 포클랜드 전쟁(1982년)에서 승리해 아르헨티나 국민으로 하여금 새삼 국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고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최약소국에 불과한 그레나다(1984년)와 파나마(1989년)를 일방적으로 침공했다. 미국은 팬암기 폭발(1988년) 사건을 전후해서도 리비아와 수차례 군사 충돌을 빚었다. 8년 동안 계속된 이란·이라크전(1980년)은 아랍 내 두 패권국가 독재자의 충돌이었다.
인도 보팔시 독가스 유출(1984년)과 소련 체르노빌 원전 화재(1986년)는 20세기의 대표적인 환경 참사였다. 독일 녹색당의 첫 연방의회 진출(1983년)과 중국 천안문 사태(1989년)도 국제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 체르노빌 원전 사고 (1986년)
주민들은 새벽잠을 깨고서야 간밤에 원전 4호기에서 폭발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으나 소련 정부의 별다른 발표가 없어 일상생활을 계속했다. 그러는 동안 방사성 물질은 소리 없이 주민들 몸속으로 파고들어 갔다.…체르노빌 사고는 소련 시민들로 하여금 체제에 대한 불신과 반체제 지향성을 품게 했다. 곧 비밀주의에 의한 정보의 결여, 관료주의로 인한 늑장 대처, 의료기술의 후진성과 의약품 부족 등이 봇물 터지듯 소련 언론에 고발되었다.
추천의 글
휴거와 지구 종말 소동, Y2K 공포, 밀레니엄과 새 천년의 꿈 등이 언제 있었나 싶게 10여 년이 훌쩍 지났다. 세기와 연대라는 게 인간이 임의대로 정해놓은 것이지만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고 연대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지나온 길을 더듬어보며 부푼 희망 속에 앞날을 설계한다.
‘20세기 이야기’는 인류의 현대사를 연대기로 풀어낸 책이다. 국내외 주요 사건의 전개와 함의를 꼼꼼히 기술해 시대순으로 엮었다. 20세기의 지식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지혜와 교훈을 안겨준다.
김정형과 함께 떠나는 현대사 여행은 즐겁고 유익하다. 그의 안내는 친절하고도 정확하다. 책만 읽고도 그가 방대한 자료 더미 속에서 사실 확인을 거듭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주요 사건을 엄선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지식을 자랑하지 않지만 지식을 사랑한다. 역사를 보는 관점이 뚜렷하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다. 이제 막 60년대와 70년대의 여행을 마쳤는데도 벌써부터 그와 함께 떠날 다른 연대의 여행이 기다려진다.
- 40대 남성 독자
1980년대에 태어난 나에게 1980년의 대한민국과 세계는 조선시대보다 낯설다. 학교 국사시간에 배우는 현대사 분량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 대다수의 사람들이 현대사보다는 조선시대를 더 잘 알 것이다. 최근의 사극 열풍 덕분에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그게 문제다. 조선사람과 함께 살지는 않지만 1980년을 보낸 사람들과는 함께 살고 있으니까. 1980년대뿐이 아니다. 2013년의 대한민국에는 일제시대를 겪은 어르신들과 2013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사실 조선시대 역사보다는 근현대사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러한 생각은 얼마전 대선이 끝나면서 절절히 깨달은 것이다. 대선후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회 이슈가 되던 그 시기 박근혜 후보의 ‘인혁당’ 언급이 큰 문제가 됐다. 그런데 사실 난 ‘인혁당 사건’이 뭔지 전혀 몰랐다. 대학을 나왔고 정치·사회에 나름 관심이 있고 신문과 뉴스고 빼먹지 않고 보는데도 몰랐다. ‘인혁당 사건’이 뭔지를 모르니 박근혜 후보의 발언이 왜 문제가 되는지 나 스스로 판단할 수 없었다. 물론 여러 언론에서 인혁당 사건이 무엇인지 왜 문제인지에 대해서 빠짐없이 짚어주고 판단해주었지만, 그건 언론의 판단이지 나의 판단이 아니었기에 답답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대략의 내용은 파악했지만, 인터넷 지식인 등에도 자신의 생각이 들어간 판단이 난무했고 또 인터넷 지식에 대한 믿음이 크지도 않았다. 급기야 나는 근현대사 강의 동영상까지 다운받아서 봤다. 대통령 후보의 역사인식이 문제라고 난리들인데 자세히 모른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동영상 강의들도 강사들의 생각에 따라 역사적 사건에 대한 판단이 치우친 경우가 많았다. 내가 판단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팩트만 알려주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했다.
사실 내가 제대로 “아, 나 그 사건 잘 알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2000년 이후의 것들이다. 내가 살아온 1980년대와 1990년대도 잘 모르는데, 하물며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을 어떻게 알까. 누가 근현대사의 주요사건만 뽑아서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던중 완전히 보물을 발견했다. 내 생각 그대로 만든 책을 발견한 것이다. 정말 이 책을 발견하고 진심으로 너무 놀랐다. 시대별로 중요한 정치·사회적인 사건은 물론 대중문화까지 알아둬야 할 만한 시대의 사건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걸쳐서. 더욱 놀랍고 반가운 것은 책 내용이 팩트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적 사건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 판단은 거의 없다. 이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보니 너저분한 수사가 없어 문장도 간결해 쉽게 읽힌다. 사건 하나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지 않아서 지루하지도 않다.
- 30대 여성 독자
이 책은 근 현대 역사책이 아니다. 생생한 20세기 지식의 보고다. 누구에게나 들려줄 수 있는 화제거리의 창고다. 20세기 주역들의 무용담과 활약상이 담긴 보고서다. 대중을 울리고 웃긴 영화, 대중가요, 스포츠 주인공들의 활약상과 가십거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있다. 20세기를 끌고 간 최고 지성들의 사상과 문학도 알기 쉽게 요약?정리되어 있다.
혹독한 고난을 딛고 세계에 유례가 없는 압축 성장을 이룬 한국의 현대사는 얼룩진 과오와 함께 사실대로 기록되어 있다. 정치·경제·사회사도 윤색과 가감 없이 팩트 중심으로 정리되어 있고 세계의 흐름과 변화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책을 덮고 나니 수십 권의 인물 평전을 읽은 느낌이다. 두고두고 참고할 만 한 소장가치도 있다. 로마사, 삼국지 만큼 흥미진진하다. 공직자, 정치인, 언론인 등 여론 주도층이 읽는다면 정책과 논점과 대안을 발견할 것이다. 청소년들이 읽는다면 꿈이 구체화될 것이고 도전의욕이 다져질 것이다.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학생이 읽는다면 다양한 지식과 괜찮은 문장을 만날 것이다.
- 50대 남성 독자
▣ 작가 소개
저자 : 김정형
‘역사 속의 오늘’ 제목으로 조선일보(2002.12~2003.11)에 1년, 주간조선(2004.9~2006.8)에 2년 연재했다. CBS 라디오에서도 같은 이름으로 방송전파(2006.6~7)를 탔다. 저서 ‘역사 속의 오늘’(생각의나무, 전2권, 2005년)은 그 산물이다. 월간지 뉴스메이커에서도 ‘100년의 기록, 100년의 교훈’(2010.1~2011.12) 제목으로 2년 동안 연재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광고와 성균관대 도서관학과를 졸업했다. 조선일보 편집국 조사부로 입사해 현재는 독자센터에 근무하고 있다.
▣ 주요 목차
1980년
‘서울의 봄’과 5·17 계엄확대
5·18 광주민주화운동
전두환 대통령 취임
언론 통폐합과 언론인 대량 해직
불교계 ‘10·27 법난’
조용필 1집 앨범 ‘창밖의 여자’ 발매
김혜자와 드라마 ''전원일기''
이주일 TV 방송 데뷔
컬러TV 방송 시작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 당선
이란·이라크전 발발
-박스 /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
레흐 바웬사와 폴란드 자유노조 결성
테드 터너와 CNN 개국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출간
앨빈 토플러 ‘제3의 물결’ 출간
제러미 리프킨 ''엔트로피-새로운 세계관'' 출간
칼 세이건과 TV 다큐멘터리 ''코스모스'' 방송
안드레이 사하로프 소련 반 체제인사 유배
캐나다 퀘벡주의 분리 독립 운동
-박스 / 미국·캐나다 관계
에릭 하이든 동계올림픽 사상 첫 전 종목 석권
왕정치 세계 최다 홈런 수립
-요미우리 자이언츠 V9
1981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창립
성철 조계종 종정 추대
홍신자 ''래핑 스톤'' 무용단 창단
IBM PC 등장
-박스 / 게리 킬달
에이즈(AIDS) 최초 보고
-박스 / 에이즈 바이러스 최초 발견 논쟁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당선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 취임
뮤지컬 ''캣츠’와 캐머런 매킨토시
-박스 / 레 미제라블 / 오페라의 유령 / 미스 사이공
MTV 개국
다이애나 스펜서 ‘세기의 결혼’
세계 최초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발사
프랑스 고속철도 ‘테제베(TGV)’ 개통
-박스 / 신칸센
잭 웰치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 취임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출간
위르겐 하버마스 ‘의사소통 행위이론’ 출간
등소평, 모택동의 무오류성 공식 부정
1982년
야간 통행금지 37년 만에 해제
프로야구 출범
부산 미 문화원 방화
한강종합개발 착공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
마이클 잭슨 앨범 ‘스릴러’ 발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ET'' 개봉
스탠리 프루지너 인간 광우병의 감염 입자 ''프리온'' 단백질 발견
영국·아르헨티나 포클랜드 전쟁
존 나이스비트 ''메가트렌드'' 출간
1983년
삼성반도체 64K D램 개발
동아건설 리비아 대수로 공사 수주
김정룡 간염 백신 ''헤파박스-B'' 개발
KAL 007기 사할린 상공에서 피격
버마 아웅산 폭발사건
KBS TV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생방송
조정래 ''태백산맥'' 연재
''이규태 코너'' 조선일보에 연재
윤석화와 연극 ''신의 아그네스''
조치훈 일본 최초 ‘대삼관’ 달성
김수정 만화 ‘아기공룡 둘리’ 연재
이만기 제1회 천하장사 등극
-박스 / 김성률
한국 청소년축구 ‘세계 4강 신화’ 달성
강동석 16년 만의 귀국 연주회
페트라 켈리와 독일 녹색당 첫 연방의회 진출
마돈나 데뷔 앨범 ‘마돈나'' 발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야당 지도자 피살
미국 그레나다 침공
1984년
백남준 작 ''굿모닝 미스터 오웰'' 퍼포먼스 위성중계
-박스 / 플럭서스
박노해 시집 ‘노동의 새벽’ 출간
문훈숙과 ''유니버설 발레단'' 창단
스티브 잡스 ‘매킨토시’ 컴퓨터 출시
교황청,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두 보프 신부 소환
초끈이론 제1혁명
리처드 스톨먼 ‘GNU 프로젝트’ 가동
인디라 간디 인도 총리 피살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출간
일리야 프리고진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출간
칼 루이스 올림픽 육상 4관왕
-박스 / 육상 100m 세계기록 변천사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74경기 연승
-박스 / 슈테피 그라프
인도 보팔시 독가스 유출 참사
1985년
온산 공해병 사태
사회구성체 논쟁
남북 이산가족 40년 만에 상봉
-박스 / 남북 이산가족 상봉사
민중미술과 ‘한국미술 20대의 힘전’
김근태 고문 폭로
임영웅과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63빌딩 개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선출
G5 ‘플라자 합의’… 일본 장기 불황의 씨앗
오쇼 라즈니쉬 미국서 추방
아프리카 기아와 ''Live Aid'' 콘서트
세르게이 붑카 장대높이뛰기 ‘마의 6m’ 뛰어넘어
-박스 / 옐레나 이신바예바
1986년
대한민국 사상 첫 국제무역수지 흑자
우리나라 첫 전전자교환기 ‘TDX-1’ 개통
화성 연쇄살인사건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고은 연작시 ‘만인보’ 연재
조수미 세계 무대 데뷔
서울 아시아경기대회 개막
소련 체르노빌 원전 화재
올로프 팔메 스웨덴 총리 피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축출
라인홀트 메스너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
오프라 윈프리 쇼 TV 방송 시작
이란·콘트라 사건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6월 민주 항쟁
-박스 / 이한열
노태우 6·29 선언
노동자 대투쟁
제9차 헌법개정과 역대 개헌
-박스 / 헌법 개정사 표
김영삼·김대중 대통령 후보 단일화 실패
노태우 대통령 당선
김현희 KAL 858기 폭파
안병직·이대근 ‘낙성대연구실’ 설립
-박스 / 식민지 수탈론과 식민지 근대화론
선동열·최동원 맞대결 무승부
허영만 만화 ''오! 한강'' 연재
-박스 / 만화작가 김세영
강수연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인 첫 여우주연상
-박스 / 한국 영화의 국제영화제 주요 수상 기록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
5공비리·광주특위 청문회
전두환 백담사 유폐
노무현 ‘5공 청문회 스타’ 부상
한겨레신문 창간
장정구 세계챔피언 15차 방어에 성공
김수녕 서울올림픽 양궁 2관왕
조동일 ''한국문학통사''(전5권) 완간
미 팬암기 폭발(로커비 사건)
미소라 히바리 마지막 콘서트 성황
스티븐 호킹 ''시간의 역사'' 출간
1989년
전교조 결성
문익환 목사 방북
임수경 방북
노태우의 7·7 선언과 동구권 수교
조훈현 제1회 응창기배 우승
정명훈 바스티유 오페라단 상임지휘자 취임
분당?일산 신도시 건설
경실련 창립과 서경석
이찬진 ''아래아한글'' 개발
평화의댐 완공과 논란
베를린 장벽 붕괴
중국 천안문 사태
바츨라프 하벨 체코 대통령 선출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처형
이매뉴얼 월러스틴 ''근대 세계체제'' 제3권 발간
미국 파나마 침공
‘20세기 이야기’는 20세기 100년을 10년 단위로 끊어 전 10권으로 기획된 20세기 100년사다. 이번에 발간된 1980년대는 1960년대·1970년대에 이어 5개월만에 세상에 나온 3번째 책이다. 나머지 연대도 2014년 말까지 모두 발간될 예정이다. 사실상 탈고 상태의 원고는 2만2000장(200자 원고지)이다. 로마인이야기(전15권)의 한국어판 2만1000장보다 많은 분량이다. ‘20세기 이야기’는 문화, 예술, 스포츠, 과학, 학문, 사상, 정치, 경제, 사회, 전쟁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20세기 100년 동안 국내·외에서 일어난 중요하고 의미가 있는 모든 것을 망라했다. 각종 사건·사실·인물들의 의미, 발단, 원인, 업적, 전개과정 등을 군살이나 군더더기 없이 항목마다 3~6페이지 정도로 압축·요약했다. 무엇보다 이 책의 장점은 저자의 균형 감각이다. 진보와 보수 어느 한쪽 편에 치우치지 않고 양쪽의 주의·주장을 균형있게 종합하고 조명했다. 그렇다고 기계적인 균형에 집착하거나 양비론을 펴지는 않았다. ‘20세기 이야기’는 딱딱한 역사서가 아니다. 사람과 세상의 이야기이며 하나하나가 문화사, 예술사, 생활사, 과학사, 경제사, 정치·사회사다. 소소한 뒷 이야기를 읽는 맛도 쏠쏠하다.
1980년대는 권위주의 통치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고, 이에 저항하는 젊은이들의 뜨거운 피가 10년 내내 분출하다가 마침내 구각을 깨뜨리고 진정한 민주주의를 쟁취한 우리 역사의 중대한 분수령이었다. 그 혼란 속에서도 문화는 꽃을 피웠다. 백남준(비디오 아트), 조수미(성악), 정명훈(지휘), 홍신자(무용) 등이 각기 다른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떨치고 조정래의 소설 ‘태백산맥’, 박노해의 시집 ‘노동의 새벽’, 고은의 연작시 ‘만인보’가 우리 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
* 백남준 작 ‘굿모닝 미스터 오웰’ 퍼포먼스 위성중계 (1984년)
‘비디오 아트’가 입체파의 피카소나 기하학적 추상의 몬드리안처럼 뚜렷한 자기 지분을 갖고 미술사에 당당히 등재되었다는 점에서 비디오 아트의 등장은 20세기 미술사의 중요한 분수령이기도 했다.…백남준을 세계적인 전위예술가로 우뚝 솟게 해준 것은 1984년 1월 1일 뉴욕과 파리를 실시간으로 잇는 위성중계 퍼포먼스 ‘굿모닝 미스터 오웰’이었다. 퍼포먼스의 의도는 “텔레비전이 독재자의 명령을 하달하는 정치적인 도구로 기능할 것이라는 조지 오웰의 예언을 부정”하는 것이었다. 세계는 그때까지 어떤 예술가도 감히 상상하지 못한 예술의 경지에 경탄했다.
* 조정래 ‘태백산맥’ 연재 (1983년)
이런 방대한 작업을 가능케 한 동력은 조정래의 성실성이다. 그에겐 예술가들에게 흔히 보이는 방탕한 기질이 없다. 주색잡기를 일절 하지 않는 것은 물론 시간이 아까워 사람도 만나지 않는다. 술 마시는 시간조차 그에겐 낭비다. 이런 그를 가리켜 아내는 “100년에 한 명 태어날까 말까 한, 무색무취한 사람”이라고 놀리고, 지인들은 “에피소드가 없는 것이 에피소드인 작가”라고 불렀다.
대중문화적으로는 컬러TV 방송(1980년)의 시작과 함께 조용필, 김혜자, 이주일, 강수연 등이 각기 다른 재주를 뽐내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연극에서는 윤석화와 임영웅이 활약하고 바둑에서는 조치훈과 조훈현이 일본과 세계 바둑계를 호령했다. 김수정과 허영만은 만화의 지평을 넓혔다.
* 조용필 1집 앨범 ‘창밖의 여자’ 발매 (1980년)
‘창밖의 여자’는 발매 즉시 조용필 선풍을 불러일으켰다. ‘돌아와요…’까지 수록된 그 앨범 한 장에서 ‘창밖의 여자’는 물론 ‘단발머리’, ‘한오백년’, ‘대전블루스’ 등 무려 7곡이 히트를 치는 이변이 일어났다. ‘창밖의 여자’는 TV·라디오 할 것 없이 인기순위 1위를 달렸고 연말 각 방송사의 가요대상을 휩쓸었다.… 조용필이 10년 이상 갈고닦아온 모든 음악적 기량을 선보인 것이 바로 ‘창밖의 여자’(앨범)였던 것이다.
* 김혜자와 드라마 ‘전원일기’ (1980년)
김혜자의 연기를 보다 보면 연기가 아니라 마치 현실 속의 삶을 보는 것처럼 천연덕스럽다. 이런 김혜자를 가리켜 드라마 작가 김정수는 “입신의 경지에 이른 연기 9단”이라고 했다.…김혜자는 ‘전원일기’의 수혜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였다. ‘전원일기’에 출연하면서 ‘가장 한국적인 어머니’, ‘국민 어머니’라는 평을 듣긴 했으나 김혜자 자신은 그런 말들로 인해 자신의 연기 폭이 규정되는 것 같아 답답할 때가 많았다.
스포츠에서는 프로야구 출범(1982년), 한국청소년축구 세계 4강 달성(1983년), 서울아시아경기대회·서울올림픽 개막 등이 세계 스포츠계에서 차지하는 우리의 스포츠 위상을 높여주고, 이만기(씨름), 선동열·최동원(프로야구), 장정구(권투), 김수녕(양궁) 등이 국내외 무대에서 맹활약했다. 이 중에서도 서울올림픽은 단군 이래 국내에서 치른 최고·최대 행사였다.
* 서울올림픽 개막 (1988년)
전 세계 기자들이 대거 한국에 몰려온 것은 한국 역사상 서울올림픽 때가 세 번째였다. 앞선 두 경우는 1904년의 러일전쟁과 1950년의 한국전쟁이었다. 이 때문에 오랫동안 한국의 이미지는 전쟁으로 인한 폐허와 가난의 모습으로 비쳤다. 1970~1980년대 대한민국의 모습은 화염병에 불타는 경찰버스, 다연발 최루탄 발사기의 위력적인 모습, 자욱한 최루탄 연기 속에서 돌과 화염병을 던지는 대학생들의 모습으로 세계에 각인되어 있었다. 이런 장면에 익숙해 있던 외국인에게 10월 2일 폐막할 때까지의 2주간은 충격 그 자체였다.
* 선동열·최동원 맞대결 (1987년)
그 동안의 맞대결에서 1승 1패를 기록한 두 선수는 1987년 5월 16일, 우리 프로야구사에 길이 남을 명승부이자 ‘마지막 승부’를 펼쳤다. 두 선수는 투구수 100개를 넘긴 상황에서도 15회까지 마운드를 지켰으나 4시간 56분 동안의 혈투에도 승부가 나지 않아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한 야구팬의 말처럼 “신이 한국 야구를 위해 내린 선물” 이후 두 선수는 한 번도 맞대결을 벌이지 않았다.
정치·사회적으로는 군사정권의 강압 속에서도 6·10민주화 투쟁으로 힘을 결집해 마침내 6·29 선언(1987년)을 끌어냈으며 경제적으로는 최루탄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혼란 속에서도 선진국과의 거리를 좁혀나갔다. 원유가 하락, 국제금리 인하, 달러화 약세가 몰고 온 ‘3저 현상’ 덕에 이뤄진 대한민국 사상 첫 국제무역수지 흑자(1986년)는 오랫동안 외채 망국론에 시달려온 우리 경제에 숨통을 틔워주고 활력을 불어넣었다.
* 6월 민주 항쟁 (1987년)
그 해 1월의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4?13 호헌조치 이후 국민의 분노는 폭발 일보 직전이었다. 누군가 이 폭발물에 불을 붙여야 했으나 야당과 재야는 방법면에서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범국민연대 구성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던 5월 18일, 정의구현사제단의 김승훈 신부가 명동성당에서 ‘박종철 사건이 조작되었다’고 충격적인 내용을 폭로했다.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표출하는 기폭제였고, 빨리 불을 붙이라는 역사의 명령이었다.
분노와 좌절, 저항 속에 20대 시절을 보낸 386세대의 등장, 해결책을 종북에서 찾으려 한 주사파의 태동, 분단의 장벽을 직접 뛰어넘으려는 황석영·문익환·임수경의 잇따른 방북, 오랜 세월 억눌려 지내온 노동자의 대폭발, 해방 후 냉전의 질곡에서 벗어나 새로운 외교 지형도를 그린 동구권 수교 등도 1980년대를 대표하는 키워드였다.
* 임수경 방북 (1989년)
평양축전에서 임수경은 영웅이었고 ‘통일의 꽃’이었다. 그녀의 당찬 언행은 남과 북 모두에 충격과 흥분과 감동을 던져주었다. 북한 사람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임수경에게 열광했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가 북녘 곳곳에 울려 퍼졌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않은 결과가 나타나 북한 당국을 곤혹스럽게 했다. 맑고 해사한 얼굴에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나타나 거침없이 말을 하고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는 임수경은 그동안 북한 사람들이 생각했던 미 제국주의에 신음하며 헐벗고 굶주리는 그런 동포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것은 역설이었다.
삼성반도체의 64KD램 개발(1983년), TDX-1 교환기 개통(1986년), 이찬진의 한글 개발(1989년) 등은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발돋움하는데 초석이 되었으며, 한강종합개발(1982~1986년), 리비아대수로 공사(1983년), 63빌딩 준공(1985년), 분당·일산 신도시 건설(1989년) 등은 우리 건축·토목 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해보이고 삶의 질을 높여주었다.
* 삼성반도체의 64K D램 개발 (1983년)
이병철 회장은 고심 끝에 ‘반도체 올인’을 결심했다. 자칫 그룹의 명운까지 좌우할 모험이었으나 결심을 하기까지에는 이건희 당시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이런 점에서 본격적인 반도체 시장 진출은 이병철의 마지막 작품이자 이건희의 첫 작품이었다.…1983년 11월 7일 마침내 자체 기술로 양질의 64K D램 칩을 얻는 개가를 올렸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미?일에 이어 세계 3번째로 VLSI 생산국이 되었고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10년에서 3~4년으로 단축했다.
북한의 도발은 여전했다. 버마 아웅산 폭발 사건(1983년), 김현희의 KAL기 폭파 사건(1987년) 등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소련은 KAL 007기를 격추(1983년)해 269명의 생명을 차디찬 사할린 바닷 속으로 수장시켰다.
* 김현희 KAL 858기 폭파 (1987년)
서울 도착 후 8일이 지난 12월 23일 오후 5시경, 김현희가 갑자기 옆의 여자 수사관에게 우리말로 “언니 미안해”라고 말하고는 울먹였다. 마유미가 김현희로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김현희는 이후 범행 일체를 순순히 자백했다. 1972년 11월 우리 측 남북조절위 대표들이 평양을 방문했을 때 장기영 대표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당시 중학교 1학년생이 자신이라는 사실도 알려주었다.
국제적으로 1980년대를 상징하는 대표 키워드는 PC의 대중화와 전에 없던 치명적인 질병의 등장이다. IBM PC(1981년)와 스티브 잡스의 매킨토시 컴퓨터(1984년)는 인류의 삶에 결정적인 변화를 불러온 혁명이었다. 에이즈(1981년)와 인간 광우병(1982년)은 인류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주었다.
* IBM PC 등장 (1981년)
진짜 승자는 IBM PC가 출시될 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MS와 인텔이었다. IBM 호환기종이 많이 팔리면 팔릴수록 인텔과 MS는 성장한 반면 IBM은 추락한 것이다. 결국 재주는 IBM이 부리고 돈은 MS와 인텔이 버는 격이었다.
* 에이지 최초 보고 (1981년)
환자의 혈액을 검사하자 놀랍게도 외부의 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면역 담당 ‘헬퍼 T’ 세포가 하나도 없었다. ‘현대판 흑사병’, ‘현대판 천형(天刑)’으로 불리는 에이즈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의사들은 이 희한한 증상이 동성애자들에게서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해 병명을 ‘게이암’ 혹은 ‘GRID(게이관련면역결핍증)’라고 명명했다.
대중문화도 활짝 꽃을 피웠다. ‘뮤지컬 제작의 귀재’ 캐머런 매킨토시가 뮤지컬 ‘캣츠’(1980년)를 처음 선보이고 마이클 잭슨(1982년)과 마돈나(1983년)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으며 스티븐 스필버그(1982년)가 영화 거장으로 확고히 자리를 잡았다. 특히 미국에서는 방송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큰 변화가 있었다. 테드 터너가 1980년 CNN 방송을 시작하고 1981년 MTV가 개국했으며 오프라 윈프리(1986년)가 미국의 시청자를 감동시켰다.
* 마돈나 데뷔 앨범 ‘마돈나’ 발매 (1983년)
마돈나는 이른바 ‘섹스 논쟁’을 통해 성에 대한 억압, 남성 지배사회의 위선 등을 공박했지만 종국적으로 그가 노린 것은 금기 자체가 아니라 금기에 대한 도전을 활용한 마케팅 전략이었다.…마돈나는 평소 마치 뇌가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곤 했다. 동사가 없는 문장을 말하고, 무식한 사람처럼 욕을 해댔으며, 마치 평생 동안 책이라고는 한 권도 읽지 않은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마돈나가 꾸민 고도의 연출일 뿐이었다.
스포츠에서는 에릭 하이든(1980년·빙상), 왕정치(1980년·야구), 칼 루이스(1984년·육상),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1984년·테니스), 세르게이 붑카(1985년·장대높이뛰기), 라인홀트 메스너(1986년·등산) 등이 각기 다른 분야에서 인간의 한계에 도전했다. 문학에서는 움베르토 에코가 ‘장미의 이름’(1980년), 밀란 쿤데라가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1984년)을 출간해 세계 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1989년)되고 국가 간의 전쟁과 침공이 멈추지 않았으며 각국 지도자의 부침이 빈번했다. 고르바초프의 등장(1985년)은 베를린 장벽 붕괴의 결정적인 신호탄이었다. 그에 앞서 레흐 바웬사의 폴란드 자유노조 결성(1980년), 소련의 반체제 운동가 안드레이 사하로프의 유배(1980년)가 공산주의의 종언에 영향을 미쳤다.
* 베를린 장벽 붕괴 (1989년)
이 ‘현대판 엑소더스’에 베를린 장벽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1961년 8월에 설치된 이래 28년 동안 동서독 주민을 갈라놓은 베를린 장벽이 마침내 제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고목나무처럼 쓰러진 것이다.
* 고르바초프 등장 (1985년)
국민은 최고 권력자인 당 서기장이 공장과 거리에 나타나 자신들과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는 데 놀랐고, 그가 쏟아낸 말이 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내용이라는 데 더욱 놀랐다.…변화의 속도를 늦추거나 되돌리려는 사람들과 완전한 민주주의와 사기업을 추구하는 사람들 사이에 끼여 고르바초프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흘러가는 상황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1989년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처형되고 바츨라프 하벨이 체코의 대통령으로 선출된 것은 공산 국가의 소멸을 알리는 상징적인 변화였다. 결국 동서독은 통일되고 소련은 74년만에 사라졌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주요 지도자가 역사 전면에 등장한 것도 1980년대였다.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프랑스의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 모하마드 총리가 1981년 같은 해에 취임하고 1985년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소련 공산당 서기장으로 선출되었다.
강대국의 무력 행사도 끊이지 않았다. 영국은 포클랜드 전쟁(1982년)에서 승리해 아르헨티나 국민으로 하여금 새삼 국력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고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최약소국에 불과한 그레나다(1984년)와 파나마(1989년)를 일방적으로 침공했다. 미국은 팬암기 폭발(1988년) 사건을 전후해서도 리비아와 수차례 군사 충돌을 빚었다. 8년 동안 계속된 이란·이라크전(1980년)은 아랍 내 두 패권국가 독재자의 충돌이었다.
인도 보팔시 독가스 유출(1984년)과 소련 체르노빌 원전 화재(1986년)는 20세기의 대표적인 환경 참사였다. 독일 녹색당의 첫 연방의회 진출(1983년)과 중국 천안문 사태(1989년)도 국제적으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 체르노빌 원전 사고 (1986년)
주민들은 새벽잠을 깨고서야 간밤에 원전 4호기에서 폭발사고가 있었다는 것을 알았으나 소련 정부의 별다른 발표가 없어 일상생활을 계속했다. 그러는 동안 방사성 물질은 소리 없이 주민들 몸속으로 파고들어 갔다.…체르노빌 사고는 소련 시민들로 하여금 체제에 대한 불신과 반체제 지향성을 품게 했다. 곧 비밀주의에 의한 정보의 결여, 관료주의로 인한 늑장 대처, 의료기술의 후진성과 의약품 부족 등이 봇물 터지듯 소련 언론에 고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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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거와 지구 종말 소동, Y2K 공포, 밀레니엄과 새 천년의 꿈 등이 언제 있었나 싶게 10여 년이 훌쩍 지났다. 세기와 연대라는 게 인간이 임의대로 정해놓은 것이지만 새로운 세기가 시작되고 연대가 바뀔 때마다 사람들은 지나온 길을 더듬어보며 부푼 희망 속에 앞날을 설계한다.
‘20세기 이야기’는 인류의 현대사를 연대기로 풀어낸 책이다. 국내외 주요 사건의 전개와 함의를 꼼꼼히 기술해 시대순으로 엮었다. 20세기의 지식은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 지혜와 교훈을 안겨준다.
김정형과 함께 떠나는 현대사 여행은 즐겁고 유익하다. 그의 안내는 친절하고도 정확하다. 책만 읽고도 그가 방대한 자료 더미 속에서 사실 확인을 거듭하고 냉정한 시선으로 주요 사건을 엄선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지식을 자랑하지 않지만 지식을 사랑한다. 역사를 보는 관점이 뚜렷하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는다. 이제 막 60년대와 70년대의 여행을 마쳤는데도 벌써부터 그와 함께 떠날 다른 연대의 여행이 기다려진다.
- 40대 남성 독자
1980년대에 태어난 나에게 1980년의 대한민국과 세계는 조선시대보다 낯설다. 학교 국사시간에 배우는 현대사 분량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나를 비롯 대다수의 사람들이 현대사보다는 조선시대를 더 잘 알 것이다. 최근의 사극 열풍 덕분에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그게 문제다. 조선사람과 함께 살지는 않지만 1980년을 보낸 사람들과는 함께 살고 있으니까. 1980년대뿐이 아니다. 2013년의 대한민국에는 일제시대를 겪은 어르신들과 2013년에 태어난 아이들이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사실 조선시대 역사보다는 근현대사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러한 생각은 얼마전 대선이 끝나면서 절절히 깨달은 것이다. 대선후보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회 이슈가 되던 그 시기 박근혜 후보의 ‘인혁당’ 언급이 큰 문제가 됐다. 그런데 사실 난 ‘인혁당 사건’이 뭔지 전혀 몰랐다. 대학을 나왔고 정치·사회에 나름 관심이 있고 신문과 뉴스고 빼먹지 않고 보는데도 몰랐다. ‘인혁당 사건’이 뭔지를 모르니 박근혜 후보의 발언이 왜 문제가 되는지 나 스스로 판단할 수 없었다. 물론 여러 언론에서 인혁당 사건이 무엇인지 왜 문제인지에 대해서 빠짐없이 짚어주고 판단해주었지만, 그건 언론의 판단이지 나의 판단이 아니었기에 답답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대략의 내용은 파악했지만, 인터넷 지식인 등에도 자신의 생각이 들어간 판단이 난무했고 또 인터넷 지식에 대한 믿음이 크지도 않았다. 급기야 나는 근현대사 강의 동영상까지 다운받아서 봤다. 대통령 후보의 역사인식이 문제라고 난리들인데 자세히 모른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동영상 강의들도 강사들의 생각에 따라 역사적 사건에 대한 판단이 치우친 경우가 많았다. 내가 판단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팩트만 알려주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했다.
사실 내가 제대로 “아, 나 그 사건 잘 알아”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은 2000년 이후의 것들이다. 내가 살아온 1980년대와 1990년대도 잘 모르는데, 하물며 태어나지도 않은 시절을 어떻게 알까. 누가 근현대사의 주요사건만 뽑아서 알려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던중 완전히 보물을 발견했다. 내 생각 그대로 만든 책을 발견한 것이다. 정말 이 책을 발견하고 진심으로 너무 놀랐다. 시대별로 중요한 정치·사회적인 사건은 물론 대중문화까지 알아둬야 할 만한 시대의 사건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에 걸쳐서. 더욱 놀랍고 반가운 것은 책 내용이 팩트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대적 사건에 대한 저자의 개인적 판단은 거의 없다. 이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보니 너저분한 수사가 없어 문장도 간결해 쉽게 읽힌다. 사건 하나에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지 않아서 지루하지도 않다.
- 30대 여성 독자
이 책은 근 현대 역사책이 아니다. 생생한 20세기 지식의 보고다. 누구에게나 들려줄 수 있는 화제거리의 창고다. 20세기 주역들의 무용담과 활약상이 담긴 보고서다. 대중을 울리고 웃긴 영화, 대중가요, 스포츠 주인공들의 활약상과 가십거리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있다. 20세기를 끌고 간 최고 지성들의 사상과 문학도 알기 쉽게 요약?정리되어 있다.
혹독한 고난을 딛고 세계에 유례가 없는 압축 성장을 이룬 한국의 현대사는 얼룩진 과오와 함께 사실대로 기록되어 있다. 정치·경제·사회사도 윤색과 가감 없이 팩트 중심으로 정리되어 있고 세계의 흐름과 변화도 한 눈에 알 수 있도록 했다. 책을 덮고 나니 수십 권의 인물 평전을 읽은 느낌이다. 두고두고 참고할 만 한 소장가치도 있다. 로마사, 삼국지 만큼 흥미진진하다. 공직자, 정치인, 언론인 등 여론 주도층이 읽는다면 정책과 논점과 대안을 발견할 것이다. 청소년들이 읽는다면 꿈이 구체화될 것이고 도전의욕이 다져질 것이다. 논술고사를 준비하는 학생이 읽는다면 다양한 지식과 괜찮은 문장을 만날 것이다.
- 50대 남성 독자
▣ 작가 소개
저자 : 김정형
‘역사 속의 오늘’ 제목으로 조선일보(2002.12~2003.11)에 1년, 주간조선(2004.9~2006.8)에 2년 연재했다. CBS 라디오에서도 같은 이름으로 방송전파(2006.6~7)를 탔다. 저서 ‘역사 속의 오늘’(생각의나무, 전2권, 2005년)은 그 산물이다. 월간지 뉴스메이커에서도 ‘100년의 기록, 100년의 교훈’(2010.1~2011.12) 제목으로 2년 동안 연재했다. 서울에서 태어나 대광고와 성균관대 도서관학과를 졸업했다. 조선일보 편집국 조사부로 입사해 현재는 독자센터에 근무하고 있다.
▣ 주요 목차
1980년
‘서울의 봄’과 5·17 계엄확대
5·18 광주민주화운동
전두환 대통령 취임
언론 통폐합과 언론인 대량 해직
불교계 ‘10·27 법난’
조용필 1집 앨범 ‘창밖의 여자’ 발매
김혜자와 드라마 ''전원일기''
이주일 TV 방송 데뷔
컬러TV 방송 시작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 당선
이란·이라크전 발발
-박스 / 이슬람 시아파와 수니파
레흐 바웬사와 폴란드 자유노조 결성
테드 터너와 CNN 개국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출간
앨빈 토플러 ‘제3의 물결’ 출간
제러미 리프킨 ''엔트로피-새로운 세계관'' 출간
칼 세이건과 TV 다큐멘터리 ''코스모스'' 방송
안드레이 사하로프 소련 반 체제인사 유배
캐나다 퀘벡주의 분리 독립 운동
-박스 / 미국·캐나다 관계
에릭 하이든 동계올림픽 사상 첫 전 종목 석권
왕정치 세계 최다 홈런 수립
-요미우리 자이언츠 V9
1981년
손정의 소프트뱅크 창립
성철 조계종 종정 추대
홍신자 ''래핑 스톤'' 무용단 창단
IBM PC 등장
-박스 / 게리 킬달
에이즈(AIDS) 최초 보고
-박스 / 에이즈 바이러스 최초 발견 논쟁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 당선
마하티르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 취임
뮤지컬 ''캣츠’와 캐머런 매킨토시
-박스 / 레 미제라블 / 오페라의 유령 / 미스 사이공
MTV 개국
다이애나 스펜서 ‘세기의 결혼’
세계 최초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 발사
프랑스 고속철도 ‘테제베(TGV)’ 개통
-박스 / 신칸센
잭 웰치 제너럴 일렉트릭(GE) 회장 취임
스티븐 제이 굴드 ''인간에 대한 오해'' 출간
위르겐 하버마스 ‘의사소통 행위이론’ 출간
등소평, 모택동의 무오류성 공식 부정
1982년
야간 통행금지 37년 만에 해제
프로야구 출범
부산 미 문화원 방화
한강종합개발 착공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파동
마이클 잭슨 앨범 ‘스릴러’ 발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ET'' 개봉
스탠리 프루지너 인간 광우병의 감염 입자 ''프리온'' 단백질 발견
영국·아르헨티나 포클랜드 전쟁
존 나이스비트 ''메가트렌드'' 출간
1983년
삼성반도체 64K D램 개발
동아건설 리비아 대수로 공사 수주
김정룡 간염 백신 ''헤파박스-B'' 개발
KAL 007기 사할린 상공에서 피격
버마 아웅산 폭발사건
KBS TV ‘이산가족을 찾습니다’ 생방송
조정래 ''태백산맥'' 연재
''이규태 코너'' 조선일보에 연재
윤석화와 연극 ''신의 아그네스''
조치훈 일본 최초 ‘대삼관’ 달성
김수정 만화 ‘아기공룡 둘리’ 연재
이만기 제1회 천하장사 등극
-박스 / 김성률
한국 청소년축구 ‘세계 4강 신화’ 달성
강동석 16년 만의 귀국 연주회
페트라 켈리와 독일 녹색당 첫 연방의회 진출
마돈나 데뷔 앨범 ‘마돈나'' 발매
베니그노 아키노 필리핀 야당 지도자 피살
미국 그레나다 침공
1984년
백남준 작 ''굿모닝 미스터 오웰'' 퍼포먼스 위성중계
-박스 / 플럭서스
박노해 시집 ‘노동의 새벽’ 출간
문훈숙과 ''유니버설 발레단'' 창단
스티브 잡스 ‘매킨토시’ 컴퓨터 출시
교황청, 해방신학자 레오나르두 보프 신부 소환
초끈이론 제1혁명
리처드 스톨먼 ‘GNU 프로젝트’ 가동
인디라 간디 인도 총리 피살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출간
일리야 프리고진 ''혼돈으로부터의 질서'' 출간
칼 루이스 올림픽 육상 4관왕
-박스 / 육상 100m 세계기록 변천사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74경기 연승
-박스 / 슈테피 그라프
인도 보팔시 독가스 유출 참사
1985년
온산 공해병 사태
사회구성체 논쟁
남북 이산가족 40년 만에 상봉
-박스 / 남북 이산가족 상봉사
민중미술과 ‘한국미술 20대의 힘전’
김근태 고문 폭로
임영웅과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63빌딩 개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에 선출
G5 ‘플라자 합의’… 일본 장기 불황의 씨앗
오쇼 라즈니쉬 미국서 추방
아프리카 기아와 ''Live Aid'' 콘서트
세르게이 붑카 장대높이뛰기 ‘마의 6m’ 뛰어넘어
-박스 / 옐레나 이신바예바
1986년
대한민국 사상 첫 국제무역수지 흑자
우리나라 첫 전전자교환기 ‘TDX-1’ 개통
화성 연쇄살인사건
부천경찰서 성고문 사건
고은 연작시 ‘만인보’ 연재
조수미 세계 무대 데뷔
서울 아시아경기대회 개막
소련 체르노빌 원전 화재
올로프 팔메 스웨덴 총리 피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축출
라인홀트 메스너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
오프라 윈프리 쇼 TV 방송 시작
이란·콘트라 사건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6월 민주 항쟁
-박스 / 이한열
노태우 6·29 선언
노동자 대투쟁
제9차 헌법개정과 역대 개헌
-박스 / 헌법 개정사 표
김영삼·김대중 대통령 후보 단일화 실패
노태우 대통령 당선
김현희 KAL 858기 폭파
안병직·이대근 ‘낙성대연구실’ 설립
-박스 / 식민지 수탈론과 식민지 근대화론
선동열·최동원 맞대결 무승부
허영만 만화 ''오! 한강'' 연재
-박스 / 만화작가 김세영
강수연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인 첫 여우주연상
-박스 / 한국 영화의 국제영화제 주요 수상 기록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
5공비리·광주특위 청문회
전두환 백담사 유폐
노무현 ‘5공 청문회 스타’ 부상
한겨레신문 창간
장정구 세계챔피언 15차 방어에 성공
김수녕 서울올림픽 양궁 2관왕
조동일 ''한국문학통사''(전5권) 완간
미 팬암기 폭발(로커비 사건)
미소라 히바리 마지막 콘서트 성황
스티븐 호킹 ''시간의 역사'' 출간
1989년
전교조 결성
문익환 목사 방북
임수경 방북
노태우의 7·7 선언과 동구권 수교
조훈현 제1회 응창기배 우승
정명훈 바스티유 오페라단 상임지휘자 취임
분당?일산 신도시 건설
경실련 창립과 서경석
이찬진 ''아래아한글'' 개발
평화의댐 완공과 논란
베를린 장벽 붕괴
중국 천안문 사태
바츨라프 하벨 체코 대통령 선출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에 차우셰스쿠 처형
이매뉴얼 월러스틴 ''근대 세계체제'' 제3권 발간
미국 파나마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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