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
수학자이자 통일운동가로서 안재구 교수의 삶은 익히 알려져 있다. 수학자로서 변혁운동의 길에 들어선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안재구 교수는 미분기하학 분야에서는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았고, 그가 재직했던 경북대학교 수학과에서 발간한 《경북 매스매티컬》 잡지는 세계의 유수 대학과 교류를 할 만큼 학문적 성취를 이뤄내기도 했다. 그랬던 학자가 남민전과 구국전위 사건으로 두 차례나 사형을 구형받고, 그 중 한번은 사형선고를 받았던 이력은 그동안 여러 매체나 언론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소개돼 왔다.
그럴 때마다 세간은 30~40대 시절 이미 수학자로서 성공과 명망을 손에 쥐었던 안재구 교수가 왜 1970년대 중반 변혁과 통일이라는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길로 들어섰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그가 강단에 있었던 시절이 엄혹한 유신 시절이었고, 당시 그가 학생운동에 동정적이라는 이유로 교수재임용에서 탈락돼 강단에서 쫓겨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그에 대한 분노가 그를 저항의 길로 안내했다고 하기에는 그 대가가 죽음을 각오해야 할 만큼 너무 참혹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러한 안재구 교수의 전사(前史)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수학자 안재구’이기에 앞서 해방 정국 속에서 목숨을 담보로 반분단의 길로 뛰어들었던 소년 전사(戰士)의 붉은 피가 그의 삶을 지탱하던 본질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비로소 알게 된다. ‘사형수 수학자 안재구’의 삶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어디를 향해 걸어왔는지를. 비로소 우리는 ‘남민전 전사’라는 호칭이 그의 삶의 본류였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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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길》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세계적인 수학자답게 뛰어난 기억력으로 해방 직후 현대사를 정밀하게 복원해놓은 현대사의 교과서”라 추천했듯이 해방 직후의 상황을 원고지 4000매라는 엄청난 분량으로 정리한 대단한 역작(力作)이다. 책의 공간은 저자의 고향인 밀양이다. 그곳에서 저자는 항일운동가로서 해방 직후 밀양군 인민위원회를 이끌었던 할아버지와 여러 할배, 아재, 그리고 밀양의 진보인사들의 삶과 활동을 통해 친일이 친미로 바뀌며 조국이 분단되어 가는 과정을 몸소 체험했다.
밀양중학교 1학년 때 노동절 집회 참가사건으로 퇴학당한 뒤 본격적으로 반미반분단 투쟁에 뛰어든 저자는 미군정의 비호 아래 친일사대세력들이 득세하는 과정에서 소년선전대, 야산대, 남로당 연락원(레포) 활동을 수행하면서 치열하게 투쟁했다. 그 와중에 여러 차례 생사를 오가야만 했던 저자는 17세의 나이에 초등교사 생활을 하였고, 6.25전쟁의 폐허를 겪은 뒤 결국 사선을 이탈해 대학 입학이라는 새 삶의 공간으로 옮겨가고야 말았다.
7년이라는 결코 길지 않은 세월이지만 파란만장한 당시 현대사의 굴곡을 생생히 정리하다보니 원고지 4000매라는 방대한 분량의 책으로 묶여졌다.
*
그 분량만큼 대단한 것은 바로 저자의 뛰어난 기억력이다.
저자는 투쟁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은 물론 현장에서 묵묵히 역사를 지켜봐왔을 밀양의 저자거리 모습과 동지들과 나눈 대화, 그들과 함께 사선을 넘나들며 오갔던 밀양 산천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돌 하나에까지 혼신의 힘을 담아 역사의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밀양 산천의 모습이 화폭처럼 생생하게, 처연한 기운까지 살아 움직이듯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그 어떤 대하소설보다 더 많은 등장인물의 스토리가 마치 장편영화처럼 흘러가고, 그들이 엮어가는 사건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또한 저자는 당시 자신이 겪었던 해방 직후의 시대상황과 정세를 그 어떤 역사책보다 더 생동감 있게 해설하고 있다.
해방 직후 미군정의 행태와 친미사대로 옷을 갈아입은 친일세력들의 횡포, 우익깡패들의 행패들을 직접 겪은 경험을 토대로 고발하고, 정판사 사건과 여운형 선생의 암살, 남조선 단독정부 수립 과정, 예비검속과 보도연맹 등 굵직한 사건의 본질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또한 남로당의 독선과 오류, 좌익세력들의 파벌과 분열에 대해서도 밑바닥 민중의 입을 통해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대목은 당시 식민과 해방, 분단이라는 비운의 현대사를 겪어야만 했던 조선의 소년들이 어떻게 고뇌하고 번민했는지를 저자의 삶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고 있는 부분이다. 그 와중에 60여 년이 지난 오늘에까지 가슴에 품고 있는, 이름 없이 조국산하에 피를 뿌린 동지와 동기들, 때로는 좌절과 낙망 속에 분노하고 갈등하던 조선의 소년들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되살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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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구 교수의 ‘어떤 현대사’는 아직 미완이다. 기왕에 나온 《할배, 조선소는 왜놈소랑 우는 것도 다른강?》이 어린 시절 고향의 할배, 할매, 아재, 아지매들과 고향 산천의 아름다운 사계로부터 조선 민족의 기개를 배우고 식민지 민족해방의 길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면, 《끝나지 않은 길》은 석 달 만에 끝난 해방의 기쁨과 뒤이어 불어 닥친 ‘가짜 해방’의 혼돈 속에 한 소년이 역사적 운명의 삶을 받아들이고 이를 헤쳐 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안재구 교수의 그 다음 삶도 이러한 삶의 연장에 서 있다. 해방이 끝내 분단으로 종결되는 참담한 패배 속에서 그는 수학자의 길을 갔다. 그러나 그 길 역시 10대 시절 가슴에 아로새겨진 역사적 운명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었다. 세상과 담을 쌓고 수학이라는 학문 속에 파묻혀 살았던 것처럼 보였으나 4.19혁명은 그의 심장을 다시 일깨웠고, 그는 수학자라는 울타리에 의지한 채 역사적 운명을 새롭게 모색했다. 그 뒤의 이야기는 익히 알려진 대로 남민전이라는 거대한 저항투쟁으로 표출됐다.
“앞으로 나의 글은 자유당 이승만 정권과 4·19혁명, 박정희 군사정권 시대와 유신체제와의 투쟁,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 구국전위 사건으로 인한 두 번의 감옥살이 16년, 그리고 오늘의 6·15시대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이 책의 여는 글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안재구 교수의 ‘어떤 현대사’는 아직도 반환점을 돌지 못한 ‘끝나지 않은 길’이다. 팔순을 넘긴 나이에 그의 현대사가 언제쯤 완성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식민과 해방, 분단과 통일로 이어지는 우리들의 현대사를 이만한 깊이와 주제, 방대한 분량과 생생한 증언으로 남기는 작업은 이제 안재구 교수가 마지막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바로 이 책(나아가 앞으로 나올 책)의 역사적 의미와 성과가 있다.
▣ 작가 소개
저 : 안재구
1933년 10월 24일 아버지 안의환(安義煥), 어머니 김태숙(金兌淑)의 장남으로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외갓집에서 출생했다. 그 뒤 고향 밀양에서 항일혁명가인 할아버지 우정(于正) 안병희(安秉禧) 선생 슬하에서 성장했다. 1947년 5월 밀양중학교 1학년 때 노동절 집회 참가사건으로 퇴학당했다. 이에 항거해 투쟁하다가 구속됐고, 5월 미소공동위원회 재개를 계기로 정치범을 석방할 때 석방됐다. 1948년 2월 2·7구국투쟁에 참가했고, 그 후 남로당 밀양군당 조직 레포(연락원)와 농민위원회 오르그(조직지도원)로 활동했다. 1949년 6월 초등교원 채용 준교사시험에 합격한 뒤, 1949년~1951년 대구시 달성군 구지국민학교 교사로 지냈다.
1952년 3월 경북대 사범대학 수학과에 입학해 1958년 3월 문리대 대학원 수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고 1970년 경북대에서 이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경북대 문리대 수학과에서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교수를 역임했다. 하지만 1976년 2월 20년간 재직해 온 경북대 교수직에서 ‘국가관 미확립’이라는 구실과 학생운동에 동정적이라는 이유로 재임용 탈락됐다. 1976년 9월~1979년 10월 체포될 때까지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에 가입해 중앙위원회 중앙위원과 교양선전선동부책 겸 통일전선부책으로 활동했다. 남민전 사건으로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세계 수학자들의 항의와 진정으로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1988년 12월 가석방됐다.
1990년 서강대학교 총학생회에서 개설한 ‘과학과 사람’이라는 강좌를 강의했고, 1991년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와 수원캠퍼스에서 교양학부 강사로 재직하면서 ‘현대사회와 과학’이라는 강좌를 강의했다. 1994년 6월 14일 구국전위 조직사건으로 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1999년 8월 15일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석방 후 청년학생, 노동청년에게 세계관, 인생관 등 철학과 해방투쟁사에 관한 내용을 강연하고 과학기술과 수학사에 관한 내용과 사회비평에 관한 문필활동을 활발히 벌여왔다.
저서로는 《우리가 함께 부르는 노래》(광야, 1989), 《철학의 세계 과학의 세계》(죽산, 1990), 《수학문화사》(일월서각, 1990), 《할배, 왜놈소는 조선소랑 우는 것도 다른강》(돌베개, 1996), 《아버지 당신은 산입니다》 (아름다운사람들, 2003) 《끝나지 않은 길1,2》등 있고, 기타 수학에 관한 교양서적이 다수 있다.
▣ 주요 목차
여덟 밀양의 2.7 구국투쟁
아홈 야산대
열 산사람의 삶
열하나 밀양군당 레포
열둘 파국과 이탈
열셋 아기 선생
열넷 헐뜯기는 조국
닫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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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자이자 통일운동가로서 안재구 교수의 삶은 익히 알려져 있다. 수학자로서 변혁운동의 길에 들어선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안재구 교수는 미분기하학 분야에서는 세계적 권위를 인정받았고, 그가 재직했던 경북대학교 수학과에서 발간한 《경북 매스매티컬》 잡지는 세계의 유수 대학과 교류를 할 만큼 학문적 성취를 이뤄내기도 했다. 그랬던 학자가 남민전과 구국전위 사건으로 두 차례나 사형을 구형받고, 그 중 한번은 사형선고를 받았던 이력은 그동안 여러 매체나 언론을 통해서도 여러 차례 소개돼 왔다.
그럴 때마다 세간은 30~40대 시절 이미 수학자로서 성공과 명망을 손에 쥐었던 안재구 교수가 왜 1970년대 중반 변혁과 통일이라는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길로 들어섰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그가 강단에 있었던 시절이 엄혹한 유신 시절이었고, 당시 그가 학생운동에 동정적이라는 이유로 교수재임용에서 탈락돼 강단에서 쫓겨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그에 대한 분노가 그를 저항의 길로 안내했다고 하기에는 그 대가가 죽음을 각오해야 할 만큼 너무 참혹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러한 안재구 교수의 전사(前史)를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수학자 안재구’이기에 앞서 해방 정국 속에서 목숨을 담보로 반분단의 길로 뛰어들었던 소년 전사(戰士)의 붉은 피가 그의 삶을 지탱하던 본질이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비로소 알게 된다. ‘사형수 수학자 안재구’의 삶이 어디에서 비롯되고, 어디를 향해 걸어왔는지를. 비로소 우리는 ‘남민전 전사’라는 호칭이 그의 삶의 본류였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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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길》은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세계적인 수학자답게 뛰어난 기억력으로 해방 직후 현대사를 정밀하게 복원해놓은 현대사의 교과서”라 추천했듯이 해방 직후의 상황을 원고지 4000매라는 엄청난 분량으로 정리한 대단한 역작(力作)이다. 책의 공간은 저자의 고향인 밀양이다. 그곳에서 저자는 항일운동가로서 해방 직후 밀양군 인민위원회를 이끌었던 할아버지와 여러 할배, 아재, 그리고 밀양의 진보인사들의 삶과 활동을 통해 친일이 친미로 바뀌며 조국이 분단되어 가는 과정을 몸소 체험했다.
밀양중학교 1학년 때 노동절 집회 참가사건으로 퇴학당한 뒤 본격적으로 반미반분단 투쟁에 뛰어든 저자는 미군정의 비호 아래 친일사대세력들이 득세하는 과정에서 소년선전대, 야산대, 남로당 연락원(레포) 활동을 수행하면서 치열하게 투쟁했다. 그 와중에 여러 차례 생사를 오가야만 했던 저자는 17세의 나이에 초등교사 생활을 하였고, 6.25전쟁의 폐허를 겪은 뒤 결국 사선을 이탈해 대학 입학이라는 새 삶의 공간으로 옮겨가고야 말았다.
7년이라는 결코 길지 않은 세월이지만 파란만장한 당시 현대사의 굴곡을 생생히 정리하다보니 원고지 4000매라는 방대한 분량의 책으로 묶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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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량만큼 대단한 것은 바로 저자의 뛰어난 기억력이다.
저자는 투쟁의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은 물론 현장에서 묵묵히 역사를 지켜봐왔을 밀양의 저자거리 모습과 동지들과 나눈 대화, 그들과 함께 사선을 넘나들며 오갔던 밀양 산천의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돌 하나에까지 혼신의 힘을 담아 역사의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밀양 산천의 모습이 화폭처럼 생생하게, 처연한 기운까지 살아 움직이듯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그 어떤 대하소설보다 더 많은 등장인물의 스토리가 마치 장편영화처럼 흘러가고, 그들이 엮어가는 사건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또한 저자는 당시 자신이 겪었던 해방 직후의 시대상황과 정세를 그 어떤 역사책보다 더 생동감 있게 해설하고 있다.
해방 직후 미군정의 행태와 친미사대로 옷을 갈아입은 친일세력들의 횡포, 우익깡패들의 행패들을 직접 겪은 경험을 토대로 고발하고, 정판사 사건과 여운형 선생의 암살, 남조선 단독정부 수립 과정, 예비검속과 보도연맹 등 굵직한 사건의 본질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또한 남로당의 독선과 오류, 좌익세력들의 파벌과 분열에 대해서도 밑바닥 민중의 입을 통해 생생히 전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욱 중요한 대목은 당시 식민과 해방, 분단이라는 비운의 현대사를 겪어야만 했던 조선의 소년들이 어떻게 고뇌하고 번민했는지를 저자의 삶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내 보이고 있는 부분이다. 그 와중에 60여 년이 지난 오늘에까지 가슴에 품고 있는, 이름 없이 조국산하에 피를 뿌린 동지와 동기들, 때로는 좌절과 낙망 속에 분노하고 갈등하던 조선의 소년들을 역사의 주인공으로 되살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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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구 교수의 ‘어떤 현대사’는 아직 미완이다. 기왕에 나온 《할배, 조선소는 왜놈소랑 우는 것도 다른강?》이 어린 시절 고향의 할배, 할매, 아재, 아지매들과 고향 산천의 아름다운 사계로부터 조선 민족의 기개를 배우고 식민지 민족해방의 길을 알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면, 《끝나지 않은 길》은 석 달 만에 끝난 해방의 기쁨과 뒤이어 불어 닥친 ‘가짜 해방’의 혼돈 속에 한 소년이 역사적 운명의 삶을 받아들이고 이를 헤쳐 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안재구 교수의 그 다음 삶도 이러한 삶의 연장에 서 있다. 해방이 끝내 분단으로 종결되는 참담한 패배 속에서 그는 수학자의 길을 갔다. 그러나 그 길 역시 10대 시절 가슴에 아로새겨진 역사적 운명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었다. 세상과 담을 쌓고 수학이라는 학문 속에 파묻혀 살았던 것처럼 보였으나 4.19혁명은 그의 심장을 다시 일깨웠고, 그는 수학자라는 울타리에 의지한 채 역사적 운명을 새롭게 모색했다. 그 뒤의 이야기는 익히 알려진 대로 남민전이라는 거대한 저항투쟁으로 표출됐다.
“앞으로 나의 글은 자유당 이승만 정권과 4·19혁명, 박정희 군사정권 시대와 유신체제와의 투쟁,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사건, 구국전위 사건으로 인한 두 번의 감옥살이 16년, 그리고 오늘의 6·15시대로 이어질 것이다”라고 이 책의 여는 글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안재구 교수의 ‘어떤 현대사’는 아직도 반환점을 돌지 못한 ‘끝나지 않은 길’이다. 팔순을 넘긴 나이에 그의 현대사가 언제쯤 완성될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식민과 해방, 분단과 통일로 이어지는 우리들의 현대사를 이만한 깊이와 주제, 방대한 분량과 생생한 증언으로 남기는 작업은 이제 안재구 교수가 마지막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여기에 바로 이 책(나아가 앞으로 나올 책)의 역사적 의미와 성과가 있다.
▣ 작가 소개
저 : 안재구
1933년 10월 24일 아버지 안의환(安義煥), 어머니 김태숙(金兌淑)의 장남으로 대구시 달성군 구지면 외갓집에서 출생했다. 그 뒤 고향 밀양에서 항일혁명가인 할아버지 우정(于正) 안병희(安秉禧) 선생 슬하에서 성장했다. 1947년 5월 밀양중학교 1학년 때 노동절 집회 참가사건으로 퇴학당했다. 이에 항거해 투쟁하다가 구속됐고, 5월 미소공동위원회 재개를 계기로 정치범을 석방할 때 석방됐다. 1948년 2월 2·7구국투쟁에 참가했고, 그 후 남로당 밀양군당 조직 레포(연락원)와 농민위원회 오르그(조직지도원)로 활동했다. 1949년 6월 초등교원 채용 준교사시험에 합격한 뒤, 1949년~1951년 대구시 달성군 구지국민학교 교사로 지냈다.
1952년 3월 경북대 사범대학 수학과에 입학해 1958년 3월 문리대 대학원 수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했고 1970년 경북대에서 이학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경북대 문리대 수학과에서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교수를 역임했다. 하지만 1976년 2월 20년간 재직해 온 경북대 교수직에서 ‘국가관 미확립’이라는 구실과 학생운동에 동정적이라는 이유로 재임용 탈락됐다. 1976년 9월~1979년 10월 체포될 때까지 남조선민족해방전선 준비위원회에 가입해 중앙위원회 중앙위원과 교양선전선동부책 겸 통일전선부책으로 활동했다. 남민전 사건으로 1심에서 사형선고를 받았지만 세계 수학자들의 항의와 진정으로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1988년 12월 가석방됐다.
1990년 서강대학교 총학생회에서 개설한 ‘과학과 사람’이라는 강좌를 강의했고, 1991년 경희대학교 서울캠퍼스와 수원캠퍼스에서 교양학부 강사로 재직하면서 ‘현대사회와 과학’이라는 강좌를 강의했다. 1994년 6월 14일 구국전위 조직사건으로 구속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1999년 8월 15일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석방 후 청년학생, 노동청년에게 세계관, 인생관 등 철학과 해방투쟁사에 관한 내용을 강연하고 과학기술과 수학사에 관한 내용과 사회비평에 관한 문필활동을 활발히 벌여왔다.
저서로는 《우리가 함께 부르는 노래》(광야, 1989), 《철학의 세계 과학의 세계》(죽산, 1990), 《수학문화사》(일월서각, 1990), 《할배, 왜놈소는 조선소랑 우는 것도 다른강》(돌베개, 1996), 《아버지 당신은 산입니다》 (아름다운사람들, 2003) 《끝나지 않은 길1,2》등 있고, 기타 수학에 관한 교양서적이 다수 있다.
▣ 주요 목차
여덟 밀양의 2.7 구국투쟁
아홈 야산대
열 산사람의 삶
열하나 밀양군당 레포
열둘 파국과 이탈
열셋 아기 선생
열넷 헐뜯기는 조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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