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1. 케케묵은 고문서 한 장이 우리가 알던 조선사를 뒤집다
- 역사학계의 블루오션 고문서의 무궁무진한 가치
고문서는 그동안 일반인뿐만 아니라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도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비변사등록》 등 관찬 사료들은 끊임없이 논의되고 해석된 반면, 당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직접 작성했기에 진정한 1차 사료라고 할 수 있는 고문서는 전문 연구자조차 거의 없는 실정이다.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내용을 담고 있어 정치사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기존 학계에서 연구 가치가 크지 않은 사료로 취급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문서는 정말 쓸모없는 자료일까?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는 한 장의 고문서에서 출발하여 조선시대를 살펴본다. 예를 들어 ‘최덕현의 수기’는 어쩔 수 없이 이혼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35냥을 받고 아내를 보내는 남편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혼 사실을 증빙하는 조선 후기의 이혼 문서인 셈이다. 저자는 이 고문서 한 장을 단초로 문서 작성자가 누구인지, 작성 시기는 언제인지, 돈을 주고 최덕현의 아내를 데려간 사람은 누구인지 등을 면밀히 추적한다. 나아가 수기 내용처럼 조선시대에 이혼이 실제로 가능했는지, 신분이나 시기에 따라 이혼과 재혼 풍습이 어떻게 다른지 등을 밝힌다. 그 결과 평민이나 천민은 조선시대에도 이혼이 자유로웠으며, 조선 전기까지는 왕족이나 귀족도 이혼을 할 수 있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는 유교 이념이 뿌리내린 조선시대에 이혼이나 재혼이 불가능했다는 역사적 상식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이렇게 고문서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몰랐던 조선시대의 진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내용 해독에 그친다면 고문서는 그저 케케묵은 문서에 불과하지만, 날카로운 통찰로 해석해내고 낱낱이 흩어져 있는 고문서들을 꿰어준다면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가득 담은 스토리텔링의 보고로 거듭난다. 또한 이 책은 이렇게 찾아낸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고문서에서 의문점을 발견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한 장의 고문서가 또 다른 고문서와 연결되고, 이 고문서들이 모자이크처럼 조선의 일상 전체 그림을 만드는 고문서 읽기를 체험한다. 주어진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직접 조선의 일상을 추적함으로써 고문서로 역사를 읽는 맛을 느낄 수 있다. 고문서의 진정한 가치를 밝히고, 고문서를 통해 숨겨진 조선의 일상사를 복원하는 독서 체험을 선사하는 것은 이 책만의 독보적인 특징이다.
2. 이혼, 노름, 상속, 관리 등용 등 조선의 일상을 엿보다
- 민초들이 직접 남긴 기록으로 생생하게 재현되는 조선의 일상사
고문서가 밝히는 조선시대는 색다르다. 근엄한 사대부의 삶만이 아니라 평민이나 천민이 겪었던 이혼, 노름, 재산 분배 등과 같은 삶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흔적은 곧 조선시대 사람들의 표정이다. 우리는 흔히 조선시대 남자는 권위적이고 엄한 가부장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말썽꾼 아들 용안을 둔 김광팔의 탄원서에는 자식을 염려하는 아비의 마음이 절절히 드러난다. 아들이 관노청에 근무하다가는 큰 사고를 칠 것이라 염려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불호령을 내리는 조선시대 가부장이 아니라 자식 걱정에 잠 못 이루는 평범한 우리네 아버지와 닮아 있다.
용안을 관노 일에서 빼준 것은 비단 제 원려에서 비롯된 것일 뿐만 아니라 전임 수령께서도 용안을 관노로 그대로 두었다가는 후에 커다란 폐단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시 수령께서 이를 고려하셔서 돈을 받고 특별히 용안을 관노에서 면제해주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새로 부임한 수령께서 이러한 과정을 살펴보시지도 않은 채 용안을 다시 관노로 등록하시니, 만일 끝내 이와 같이 하신다면 저는 이곳에 정착해 살 가망이 전혀 없습니다. (중략) 이런 연유를 갖추어 감히 호소하오니 헤아리신 후 제 아들 용안에게 부과된 관노 일을 면제해주도록 지시하소서. _‘김광팔의 탄원서’ 중에서(116쪽).
조선시대판 〈사랑과 전쟁〉처럼 불륜과 재혼이 반복되는 결혼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고문서도 있다. 1602년(선조 35) 3월 10일 박의훤은 자녀 여덟 명에게 재산을 분배하면서 분재기(재산을 분배할 때 작성한 문서)를 남긴다. 이 ‘박의훤의 분재기’에 따르면 그는 다섯 명의 여자와 부부 관계를 맺었는데, 전처 네 명은 모두 불륜 때문에 박의훤을 떠났다. 분재기에 담긴 그의 목소리는 침착하지만, 전처들의 비행을 낱낱이 고발하는 냉정함이 엿보인다. 한편으로는 당시 아내였던 여배와 낳은 어린 두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전처들의 잘못을 과장해서 재산을 빼앗아가지 못하도록 대비하는 치밀함도 읽을 수 있다.
본처 은화는 남의 남편인 박언건과 몰래 간통해 그에게 시집가서 살다가 죽었다. 둘째 아내 진대는 내가 젊은 시절 나를 따라와 살 때에는 나름 강상이 있었지만 후에 사내종과 통간해 죽일 죄에 해당하는 실행을 저질렀다. (중략) 셋째 아내이며 나의 아들 박천석의 어미인 몽지는 홍천귀와 몰래 간통해 자식을 많이 낳았는데, 홍천귀가 먼저 죽자 뒤따라 죽었다. (중략) 넷째 아내 가질금은 내가 젊어서 관문에 출입할 때 화간해 아내로 삼은 후 멀리 읍내에서 살도록 했다. 상간할 때 마침 딸을 낳았으나 가질금은 근본이 문란한 여인으로 후에 오륙 명이나 되는 사내와 몰래 간통하며 남편 바꾸기를 제 마음대로 했다. 그러다가 …… 내가 거처하는 마을에 …… 딸을 따라와 살면서 …… 나를 즉시 죽게 해달라고 밤낮으로 하늘에 애타게 빌었다. _‘박의훤의 분재기’ 중에서(35~36쪽).
이외에도 자신을 내쫓고 어머니에게 욕을 한 아내를 고발한 ‘김용갑의 탄원서(45~47쪽)’, 죽음을 앞두고 노름꾼 아들을 둔 아버지가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면서도 큰손자를 걱정하는 ‘양경원의 유훈서(109~111쪽)’ 등은 조선시대의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일을 겪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오롯이 담은 기록이다. 이렇게 당대를 살았던 개개인의 표정과 목소리까지 살아 있는 고문서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그대로 복원한다.
3. 구체적 사건과 시대적 맥락이 어우러진 진짜 조선의 풍경
- 미시사와 거시사를 넘나드는 새로운 역사 해석
고문서는 소소하고 세세한 일들을 담고 있지만, 고문서를 통해 읽은 역사는 미시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고문서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맥락과 시대적 풍습을 아우르는 역사적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이혼, 노름, 지방 관리와 중앙 서리, 요호부민, 처와 첩 등은 조선시대를 살았던 개개인의 이야기면서, 당시 문화의 한 축을 이루고 그 문화에 영향을 받았던 풍속이기도 하다. 따라서 거시사를 꿰는 기반 없이 고문서를 해독한다면 자칫 작은 사실이나 사건을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
이 책은 고문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읍지, 문집, 족보 등 다양한 관찬 사서와 기록을 넘나들며 조선시대의 일상과 풍속을 함께 확인한다. 고문서를 통해 확인한 세세하고 구체적인 사건은 정확한 미시사를 만들고, 이는 탄탄한 거시사를 만드는 기반이 된다. 역사 전체를 포괄하는 거시적 맥락에서 파악한 미시사는 풍부한 역사 서술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미시사와 거시사가 어우러지는 설명은 기존의 평면적 역사 서술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살아 숨 쉬는 조선시대를 보여준다.
저자 인터뷰
▶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는 고문서를 통해 조선의 역사를 살펴보는 책입니다. 그런데 고문서는 일반인에게 매우 생소한데요. 선생님이 고문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원에 들어가서 박물관에 조교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박물관 유물 수장고에 들어가보니 한쪽 모퉁이에 신문지와 문서가 쌓여 있더군요. 도자기를 구입할 때 도자기가 깨지지 않도록 완충재로 활용한 종이였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강의 시간에 배웠던 것과 비슷한 고문서가 있었습니다. 중요한 도자기는 크게 유의해서 다루었지만, 고문서에는 관심도 없었던 것이죠. 당시만 해도 박물관에서조차 도자기나 민속품만 유물로 생각하고 고문서는 폐지처럼 취급하다 시피 했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남은 고문서들을 유물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태워버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이 고문서들이 너무 아깝고 그 내용이 궁금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고문서를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 역사학자 대부분은 역사책을 사료로 연구할 텐데요. 고문서를 중심으로 역사를 연구하는 것이 갖는 장점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는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처럼 정리된 자료가 남아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왕이 승하하면 사초를 정리해서 실록을 만들었습니다. 혹은 사관들이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사초를 정리해서 일기를 만들었지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중요한 기록들은 남았지만 사서의 기초가 되는 문서들은 없애버리곤 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사서 편찬 작업이 없었기 때문에 문서는 많이 남아 있는 대신 정리된 사서는 없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역사를 연구하려면 문서를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조선왕조실록》나 《승정원일기》로 공부를 했고, 또 그것으로 만족했습니다. 대신 고문서는 연구되지도 않았고 가치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문화와 일상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소소한 정보가 없습니다. 관심이 없었던 것이죠.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었는지를 《조선왕조실록》으로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고문서에는 나와 있습니다. 사람들이 실록을 1차 사료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다시 정리되었다는 점에서 2차 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문서는 당시 사람들이 직접 작성한 1차 사료입니다. 1차 사료인 고문서로 연구를 해야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고문서에 담긴 구체적인 정보는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너무 사소한 이야기라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요.
책에서도 언급했는데요, 일반적으로 조선 후기에 부유한 평민들이 공명첩을 구입해서 양반이 되려 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제가 실제로 고문서 연구를 하다 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평민들은 공명첩을 구입하지 않으려 하고, 국가에서는 공명첩을 강매하려 했습니다. 평민이 공명첩을 사도 이웃들은 그 사람이 평민이라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인정해주지 않았던 거예요. 기존 역사적 통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고문서를 보면 이렇게 구체적인 사실들을 확인하고, 역사적 통설에서 잘못된 부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일상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은 고문서 연구의 큰 장점입니다.
▶ 한 장의 고문서로부터 시작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다른 고문서로 내용이 이어지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습니다. 읽는 사람은 즐겁지만 글을 쓸 때 들인 노력은 보통이 아니었겠죠?
여러 고문서를 연결해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는 제가 20년 넘게 고문서를 연구하면서 얻은 성과를 집대성한 책입니다. 고문서를 찾는 과정 역시 굉장히 지난한데요, 10년 전에 발견한 고문서와 연결되는 또 다른 고문서를 10년 후에 찾거나, 어떤 집안의 고문서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른 집안의 고문서를 보다가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러 고문서를 연결해서 글을 쓰는 일은 1~2년 만에 자료를 모아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닙니다. 오랜 기간 모은 자료를 모두 놓고, 글을 쓸 때는 한 장의 고문서에서 의문점을 찾고 단서를 발견해서 다른 고문서로 차례차례 옮겨가며 추리를 해나가는 방식으로 구성을 했습니다. 이렇게 글을 쓴 이유는 독자들에게 역사를 읽는 재미를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흥미롭고 자유로운 글쓰기를 통해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과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선생님의 이후 연구에 큰 기대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제 연구의 가장 큰 관심사는 신분과 신분 사이에 있던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어 양반과 평민 사이에 요호부민이 있는데요, 요호부민 연구를 통해 이들뿐만 아니라 양반이 어떠했고 평민이 어떠했는지를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평민과 천민 사이에 있던, 속량된 노비에 관한 책도 정리할 예정입니다. 또 고문서 자료를 축적해서 할 수 있는 연구도 하고 싶습니다. 조선시대 서울 시내 집값을 기록한 고문서들을 모두 모은다면 굉장히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시기에 어느 지역이 발전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그 통계 자료로 미시사와 거시사를 아우를 수 있는 연구도 가능해집니다.
▣ 작가 소개
저자 : 전경목
골방이나 창고 한구석에서 마냥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고문서를 찾아내 그 의미를 해석하는 연구자이자 고문서에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을 되살리는 이야기꾼. 고문서는 글자가 흘려 쓰여 있고 자전에 나오지 않는 속자도 많아 알아보기조차 어려우며, 당시 제도와 풍습에 관한 깊은 이해 없이는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고문서에 담겨 있는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사건은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아무 관련이 없을 것 같은 고문서들이 퍼즐 조각처럼 은밀한 연관관계를 드러내면서 당시 사회의 전체 모습을 재현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것이 바로 고문서가 아니면 결코 맛볼 수 없는 재미라고 이야기하면서, 이 책을 통해 독자들도 고문서의 매력에 흠뻑 빠지기를 기대한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헌관리학과 교수이다. 전북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원에서 〈조선 후기 교생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조선 후기 산송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고문서를 통해서 본 우반동과 우반동 김씨의 역사》, 《조선시대 책의 문화사》(공저), 《조선의 백과지식》(공저), 《승총명록으로... 보는 조선후기 향촌 지식인의 생활사》(공저), 《고문서에게 물은 조선 시대 사람들의 삶》(공저) 등이 있다.
“고문서에는 숨겨진 마력이 있다. 아무 관련이 없을 것 같은 고문서들을 살펴보다 어느 순간 문서 간의 은밀한 연관관계가 발견될 때가 있다. 이렇게 고문서들을 모자이크하듯 하나씩 맞추다 보면 조선시대 사회상이 눈앞에 생생하게 복원된다. 마치 탐정처럼 범인을 추적하고, 실타래처럼 뒤얽힌 사건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재미는 고문서 연구가 아니고서는 맛볼 수 없다. 또한 고문서에서는 나와 비슷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고문서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조선시대 사람들의 맨 얼굴이 보인다. 그들은 근엄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가진 대쪽 같은 선비가 아니라, 우리처럼 웃고 울고 화내고 즐거워할 줄 아는 이웃이다. 이들의 은밀한 삶을 엿보는 재미는 고문서 읽기를 통해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 주요 목차
들어가는 말 고문서, 재채기와 콧물, 그리고 역사의 비밀상자 열기
[내면 들여다보기] 최덕현의 수기, 조선시대 이혼 풍습을 꿰뚫어 보다
1. 엽전 35냥을 받고 아내의 재혼을 허락한다
2. 조선시대에 이혼이 가능했을까
3. 평민 아내를 빼앗은 양반, 아내에게 매 맞는 남편
[뒤집어 보기] 양사헌의 탄원서, 노름에 중독된 조선 후기를 들추어내다
1. 노름빚 갚았다는 사실을 증빙해주소서
2. 양사헌, 도박으로 패가망신하다
3. 노름으로 얼룩진 조선 후기 사회
[용어를 통해 보기] 황우영의 고신, 관리와 서리의 은밀한 관계를 담다
1. 나리의 임명장 뒷면에 제 이름을 남깁니다
2. 지방 양반과 단골리의 은밀한 관계망
3. 부채를 내려주는 관리, 책력을 선물하는 단골리
[의심해 보기] 최춘건의 공명첩, 돈으로 양반을 샀다는 통념을 깨다
1. 억울하게 공명첩을 사지 않도록 해주소서
2. 공명첩을 구입하면 정말 양반이 되었을까
3. 양반이 되기 위한 요호부민의 생존 전략
[양면 또는 다면 보기] 김해의 혼서, 처첩의 차이와 차별을 드러내다
1. 따님을 며느리로 맞이하기 위해 혼서를 보냅니다
2. 처에게는 예물, 첩에게는 몸값
3. 서생 아내보다 관리의 후처
4. 부유한 첩을 얻어 출세한 남자들
주
[부록] 원문
1. 케케묵은 고문서 한 장이 우리가 알던 조선사를 뒤집다
- 역사학계의 블루오션 고문서의 무궁무진한 가치
고문서는 그동안 일반인뿐만 아니라 역사학자들 사이에서도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비변사등록》 등 관찬 사료들은 끊임없이 논의되고 해석된 반면, 당대를 살았던 사람들이 직접 작성했기에 진정한 1차 사료라고 할 수 있는 고문서는 전문 연구자조차 거의 없는 실정이다.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내용을 담고 있어 정치사 중심으로 역사를 서술하는 기존 학계에서 연구 가치가 크지 않은 사료로 취급받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문서는 정말 쓸모없는 자료일까?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는 한 장의 고문서에서 출발하여 조선시대를 살펴본다. 예를 들어 ‘최덕현의 수기’는 어쩔 수 없이 이혼을 현실로 받아들이면서 35냥을 받고 아내를 보내는 남편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이혼 사실을 증빙하는 조선 후기의 이혼 문서인 셈이다. 저자는 이 고문서 한 장을 단초로 문서 작성자가 누구인지, 작성 시기는 언제인지, 돈을 주고 최덕현의 아내를 데려간 사람은 누구인지 등을 면밀히 추적한다. 나아가 수기 내용처럼 조선시대에 이혼이 실제로 가능했는지, 신분이나 시기에 따라 이혼과 재혼 풍습이 어떻게 다른지 등을 밝힌다. 그 결과 평민이나 천민은 조선시대에도 이혼이 자유로웠으며, 조선 전기까지는 왕족이나 귀족도 이혼을 할 수 있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는 유교 이념이 뿌리내린 조선시대에 이혼이나 재혼이 불가능했다는 역사적 상식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이렇게 고문서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우리가 몰랐던 조선시대의 진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단순히 내용 해독에 그친다면 고문서는 그저 케케묵은 문서에 불과하지만, 날카로운 통찰로 해석해내고 낱낱이 흩어져 있는 고문서들을 꿰어준다면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가득 담은 스토리텔링의 보고로 거듭난다. 또한 이 책은 이렇게 찾아낸 이야기를 들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고문서에서 의문점을 발견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하나하나 보여준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한 장의 고문서가 또 다른 고문서와 연결되고, 이 고문서들이 모자이크처럼 조선의 일상 전체 그림을 만드는 고문서 읽기를 체험한다. 주어진 이야기를 읽는 것이 아니라 직접 조선의 일상을 추적함으로써 고문서로 역사를 읽는 맛을 느낄 수 있다. 고문서의 진정한 가치를 밝히고, 고문서를 통해 숨겨진 조선의 일상사를 복원하는 독서 체험을 선사하는 것은 이 책만의 독보적인 특징이다.
2. 이혼, 노름, 상속, 관리 등용 등 조선의 일상을 엿보다
- 민초들이 직접 남긴 기록으로 생생하게 재현되는 조선의 일상사
고문서가 밝히는 조선시대는 색다르다. 근엄한 사대부의 삶만이 아니라 평민이나 천민이 겪었던 이혼, 노름, 재산 분배 등과 같은 삶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흔적은 곧 조선시대 사람들의 표정이다. 우리는 흔히 조선시대 남자는 권위적이고 엄한 가부장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말썽꾼 아들 용안을 둔 김광팔의 탄원서에는 자식을 염려하는 아비의 마음이 절절히 드러난다. 아들이 관노청에 근무하다가는 큰 사고를 칠 것이라 염려하는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불호령을 내리는 조선시대 가부장이 아니라 자식 걱정에 잠 못 이루는 평범한 우리네 아버지와 닮아 있다.
용안을 관노 일에서 빼준 것은 비단 제 원려에서 비롯된 것일 뿐만 아니라 전임 수령께서도 용안을 관노로 그대로 두었다가는 후에 커다란 폐단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시 수령께서 이를 고려하셔서 돈을 받고 특별히 용안을 관노에서 면제해주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새로 부임한 수령께서 이러한 과정을 살펴보시지도 않은 채 용안을 다시 관노로 등록하시니, 만일 끝내 이와 같이 하신다면 저는 이곳에 정착해 살 가망이 전혀 없습니다. (중략) 이런 연유를 갖추어 감히 호소하오니 헤아리신 후 제 아들 용안에게 부과된 관노 일을 면제해주도록 지시하소서. _‘김광팔의 탄원서’ 중에서(116쪽).
조선시대판 〈사랑과 전쟁〉처럼 불륜과 재혼이 반복되는 결혼생활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고문서도 있다. 1602년(선조 35) 3월 10일 박의훤은 자녀 여덟 명에게 재산을 분배하면서 분재기(재산을 분배할 때 작성한 문서)를 남긴다. 이 ‘박의훤의 분재기’에 따르면 그는 다섯 명의 여자와 부부 관계를 맺었는데, 전처 네 명은 모두 불륜 때문에 박의훤을 떠났다. 분재기에 담긴 그의 목소리는 침착하지만, 전처들의 비행을 낱낱이 고발하는 냉정함이 엿보인다. 한편으로는 당시 아내였던 여배와 낳은 어린 두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기 위해 전처들의 잘못을 과장해서 재산을 빼앗아가지 못하도록 대비하는 치밀함도 읽을 수 있다.
본처 은화는 남의 남편인 박언건과 몰래 간통해 그에게 시집가서 살다가 죽었다. 둘째 아내 진대는 내가 젊은 시절 나를 따라와 살 때에는 나름 강상이 있었지만 후에 사내종과 통간해 죽일 죄에 해당하는 실행을 저질렀다. (중략) 셋째 아내이며 나의 아들 박천석의 어미인 몽지는 홍천귀와 몰래 간통해 자식을 많이 낳았는데, 홍천귀가 먼저 죽자 뒤따라 죽었다. (중략) 넷째 아내 가질금은 내가 젊어서 관문에 출입할 때 화간해 아내로 삼은 후 멀리 읍내에서 살도록 했다. 상간할 때 마침 딸을 낳았으나 가질금은 근본이 문란한 여인으로 후에 오륙 명이나 되는 사내와 몰래 간통하며 남편 바꾸기를 제 마음대로 했다. 그러다가 …… 내가 거처하는 마을에 …… 딸을 따라와 살면서 …… 나를 즉시 죽게 해달라고 밤낮으로 하늘에 애타게 빌었다. _‘박의훤의 분재기’ 중에서(35~36쪽).
이외에도 자신을 내쫓고 어머니에게 욕을 한 아내를 고발한 ‘김용갑의 탄원서(45~47쪽)’, 죽음을 앞두고 노름꾼 아들을 둔 아버지가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면서도 큰손자를 걱정하는 ‘양경원의 유훈서(109~111쪽)’ 등은 조선시대의 평범한 사람들이 어떤 일을 겪었고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오롯이 담은 기록이다. 이렇게 당대를 살았던 개개인의 표정과 목소리까지 살아 있는 고문서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그대로 복원한다.
3. 구체적 사건과 시대적 맥락이 어우러진 진짜 조선의 풍경
- 미시사와 거시사를 넘나드는 새로운 역사 해석
고문서는 소소하고 세세한 일들을 담고 있지만, 고문서를 통해 읽은 역사는 미시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고문서를 해석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맥락과 시대적 풍습을 아우르는 역사적 안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이혼, 노름, 지방 관리와 중앙 서리, 요호부민, 처와 첩 등은 조선시대를 살았던 개개인의 이야기면서, 당시 문화의 한 축을 이루고 그 문화에 영향을 받았던 풍속이기도 하다. 따라서 거시사를 꿰는 기반 없이 고문서를 해독한다면 자칫 작은 사실이나 사건을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
이 책은 고문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지만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읍지, 문집, 족보 등 다양한 관찬 사서와 기록을 넘나들며 조선시대의 일상과 풍속을 함께 확인한다. 고문서를 통해 확인한 세세하고 구체적인 사건은 정확한 미시사를 만들고, 이는 탄탄한 거시사를 만드는 기반이 된다. 역사 전체를 포괄하는 거시적 맥락에서 파악한 미시사는 풍부한 역사 서술을 가능하게 한다. 이렇게 미시사와 거시사가 어우러지는 설명은 기존의 평면적 역사 서술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던 살아 숨 쉬는 조선시대를 보여준다.
저자 인터뷰
▶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는 고문서를 통해 조선의 역사를 살펴보는 책입니다. 그런데 고문서는 일반인에게 매우 생소한데요. 선생님이 고문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원에 들어가서 박물관에 조교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박물관 유물 수장고에 들어가보니 한쪽 모퉁이에 신문지와 문서가 쌓여 있더군요. 도자기를 구입할 때 도자기가 깨지지 않도록 완충재로 활용한 종이였습니다. 그런데 그중에 강의 시간에 배웠던 것과 비슷한 고문서가 있었습니다. 중요한 도자기는 크게 유의해서 다루었지만, 고문서에는 관심도 없었던 것이죠. 당시만 해도 박물관에서조차 도자기나 민속품만 유물로 생각하고 고문서는 폐지처럼 취급하다 시피 했습니다. 심지어 이렇게 남은 고문서들을 유물이라 생각하지 못하고 태워버리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 이 고문서들이 너무 아깝고 그 내용이 궁금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고문서를 하나씩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 역사학자 대부분은 역사책을 사료로 연구할 텐데요. 고문서를 중심으로 역사를 연구하는 것이 갖는 장점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는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처럼 정리된 자료가 남아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왕이 승하하면 사초를 정리해서 실록을 만들었습니다. 혹은 사관들이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사초를 정리해서 일기를 만들었지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중요한 기록들은 남았지만 사서의 기초가 되는 문서들은 없애버리곤 했습니다. 반면 일본은 사서 편찬 작업이 없었기 때문에 문서는 많이 남아 있는 대신 정리된 사서는 없습니다. 그래서 일본에서 역사를 연구하려면 문서를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조선왕조실록》나 《승정원일기》로 공부를 했고, 또 그것으로 만족했습니다. 대신 고문서는 연구되지도 않았고 가치도 몰랐습니다.
하지만 《조선왕조실록》에는 조선시대 사람들의 문화와 일상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소소한 정보가 없습니다. 관심이 없었던 것이죠. 당시 사람들이 무엇을 입고 무엇을 먹었는지를 《조선왕조실록》으로는 구체적으로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이 고문서에는 나와 있습니다. 사람들이 실록을 1차 사료라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에 의해 다시 정리되었다는 점에서 2차 사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문서는 당시 사람들이 직접 작성한 1차 사료입니다. 1차 사료인 고문서로 연구를 해야 당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알 수 있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 그렇다면 고문서에 담긴 구체적인 정보는 역사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너무 사소한 이야기라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을 텐데요.
책에서도 언급했는데요, 일반적으로 조선 후기에 부유한 평민들이 공명첩을 구입해서 양반이 되려 했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제가 실제로 고문서 연구를 하다 보니 그렇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평민들은 공명첩을 구입하지 않으려 하고, 국가에서는 공명첩을 강매하려 했습니다. 평민이 공명첩을 사도 이웃들은 그 사람이 평민이라는 것을 이미 다 알고 있기 때문에 인정해주지 않았던 거예요. 기존 역사적 통설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고문서를 보면 이렇게 구체적인 사실들을 확인하고, 역사적 통설에서 잘못된 부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그들의 일상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점은 고문서 연구의 큰 장점입니다.
▶ 한 장의 고문서로부터 시작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다른 고문서로 내용이 이어지는 과정이 흥미롭습니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습니다. 읽는 사람은 즐겁지만 글을 쓸 때 들인 노력은 보통이 아니었겠죠?
여러 고문서를 연결해 하나의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고문서, 조선의 역사를 말하다》는 제가 20년 넘게 고문서를 연구하면서 얻은 성과를 집대성한 책입니다. 고문서를 찾는 과정 역시 굉장히 지난한데요, 10년 전에 발견한 고문서와 연결되는 또 다른 고문서를 10년 후에 찾거나, 어떤 집안의 고문서와 관련된 이야기를 다른 집안의 고문서를 보다가 발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여러 고문서를 연결해서 글을 쓰는 일은 1~2년 만에 자료를 모아서 할 수 있는 작업이 아닙니다. 오랜 기간 모은 자료를 모두 놓고, 글을 쓸 때는 한 장의 고문서에서 의문점을 찾고 단서를 발견해서 다른 고문서로 차례차례 옮겨가며 추리를 해나가는 방식으로 구성을 했습니다. 이렇게 글을 쓴 이유는 독자들에게 역사를 읽는 재미를 주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재미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흥미롭고 자유로운 글쓰기를 통해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과 소통하고 싶었습니다.
▶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선생님의 이후 연구에 큰 기대를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제 연구의 가장 큰 관심사는 신분과 신분 사이에 있던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어 양반과 평민 사이에 요호부민이 있는데요, 요호부민 연구를 통해 이들뿐만 아니라 양반이 어떠했고 평민이 어떠했는지를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평민과 천민 사이에 있던, 속량된 노비에 관한 책도 정리할 예정입니다. 또 고문서 자료를 축적해서 할 수 있는 연구도 하고 싶습니다. 조선시대 서울 시내 집값을 기록한 고문서들을 모두 모은다면 굉장히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습니다. 어느 시기에 어느 지역이 발전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고, 그 통계 자료로 미시사와 거시사를 아우를 수 있는 연구도 가능해집니다.
▣ 작가 소개
저자 : 전경목
골방이나 창고 한구석에서 마냥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고문서를 찾아내 그 의미를 해석하는 연구자이자 고문서에서 우리가 알지 못했던 조선시대 사람들의 삶을 되살리는 이야기꾼. 고문서는 글자가 흘려 쓰여 있고 자전에 나오지 않는 속자도 많아 알아보기조차 어려우며, 당시 제도와 풍습에 관한 깊은 이해 없이는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고문서에 담겨 있는 사소하고 하찮아 보이는 사건은 당시의 시대상을 생생하게 보여주며, 아무 관련이 없을 것 같은 고문서들이 퍼즐 조각처럼 은밀한 연관관계를 드러내면서 당시 사회의 전체 모습을 재현하기도 한다. 저자는 이것이 바로 고문서가 아니면 결코 맛볼 수 없는 재미라고 이야기하면서, 이 책을 통해 독자들도 고문서의 매력에 흠뻑 빠지기를 기대한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고문헌관리학과 교수이다. 전북대학교 사학과를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원에서 〈조선 후기 교생에 관한 연구〉로 석사학위를, 〈조선 후기 산송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저서로는 《고문서를 통해서 본 우반동과 우반동 김씨의 역사》, 《조선시대 책의 문화사》(공저), 《조선의 백과지식》(공저), 《승총명록으로... 보는 조선후기 향촌 지식인의 생활사》(공저), 《고문서에게 물은 조선 시대 사람들의 삶》(공저) 등이 있다.
“고문서에는 숨겨진 마력이 있다. 아무 관련이 없을 것 같은 고문서들을 살펴보다 어느 순간 문서 간의 은밀한 연관관계가 발견될 때가 있다. 이렇게 고문서들을 모자이크하듯 하나씩 맞추다 보면 조선시대 사회상이 눈앞에 생생하게 복원된다. 마치 탐정처럼 범인을 추적하고, 실타래처럼 뒤얽힌 사건을 하나하나 풀어내는 재미는 고문서 연구가 아니고서는 맛볼 수 없다. 또한 고문서에서는 나와 비슷한 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고문서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조선시대 사람들의 맨 얼굴이 보인다. 그들은 근엄하고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가진 대쪽 같은 선비가 아니라, 우리처럼 웃고 울고 화내고 즐거워할 줄 아는 이웃이다. 이들의 은밀한 삶을 엿보는 재미는 고문서 읽기를 통해 누릴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 주요 목차
들어가는 말 고문서, 재채기와 콧물, 그리고 역사의 비밀상자 열기
[내면 들여다보기] 최덕현의 수기, 조선시대 이혼 풍습을 꿰뚫어 보다
1. 엽전 35냥을 받고 아내의 재혼을 허락한다
2. 조선시대에 이혼이 가능했을까
3. 평민 아내를 빼앗은 양반, 아내에게 매 맞는 남편
[뒤집어 보기] 양사헌의 탄원서, 노름에 중독된 조선 후기를 들추어내다
1. 노름빚 갚았다는 사실을 증빙해주소서
2. 양사헌, 도박으로 패가망신하다
3. 노름으로 얼룩진 조선 후기 사회
[용어를 통해 보기] 황우영의 고신, 관리와 서리의 은밀한 관계를 담다
1. 나리의 임명장 뒷면에 제 이름을 남깁니다
2. 지방 양반과 단골리의 은밀한 관계망
3. 부채를 내려주는 관리, 책력을 선물하는 단골리
[의심해 보기] 최춘건의 공명첩, 돈으로 양반을 샀다는 통념을 깨다
1. 억울하게 공명첩을 사지 않도록 해주소서
2. 공명첩을 구입하면 정말 양반이 되었을까
3. 양반이 되기 위한 요호부민의 생존 전략
[양면 또는 다면 보기] 김해의 혼서, 처첩의 차이와 차별을 드러내다
1. 따님을 며느리로 맞이하기 위해 혼서를 보냅니다
2. 처에게는 예물, 첩에게는 몸값
3. 서생 아내보다 관리의 후처
4. 부유한 첩을 얻어 출세한 남자들
주
[부록]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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