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유배인과 여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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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김순이 외
출판사항여름언덕, 발행일:2012/11/11
형태사항p.255 국판:23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90985910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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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물의 감옥, 제주섬에 갇힌 유배인들
유배流配란 죄인을 먼 곳으로 귀양 보내는 형벌로, 죄의 경중에 따라 유배지의 원근遠近을 결정했는데, 죄가 무거울수록 멀리 떨어진 곳으로 보냈다. 그런 만큼 한반도 땅끝에서도 바다 건너 몇백 리나 더 떨어진 데다 사면이 물로 둘러싸인 천연의 감옥인 제주섬은 조선왕조 5백 년간 정치범 수용소라 불릴 정도로 선호되었던 유배지였다. 조선시대에만 약 2백여 명이 제주에 유배됐는데, 임금 자리에서 축출된 광해군을 비롯해 역모 사건에 휘말린 왕자 등 왕족부터 김진구ㆍ정온ㆍ송시열ㆍ김정희 같은 정계 및 사림의 거목, 보우 등의 고승까지 다양했다. 대부분 정치범인 유배인들은 비록 죄인의 몸이지만 실상 중앙정계의 중심인물이자 명문의 후손들로, 그들은 학문을 베풀고 풍속을 교화하는 등 제주 문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또한 당대의 지성인이었던 그들은 당시 제주의 풍속을 살필 수 있는 뛰어난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유배인은 나라의 큰 죄인이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가족을 동반할 수 없고 유배지에서 자유로이 활동할 수 없었다. 그러나 정치적 배경과 가문의 위세에 따라 유배생활은 천차만별이었다. 우암 송시열은 온 가족을 솔가하다시피 하여 왔고, 김진구는 아들 내외가 따라와 수발을 들었으며, 김윤식은 유배인지 유람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향락을 즐기기도 했다. 반면 생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막걸리를 만들어 팔거나 지역 토호의 딸과 정략결혼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각자 처한 상황은 달랐지만, 유배인이란 결국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신세였다. 유배가 풀려 돌아가면 다시 권세와 영화를 누릴 수도 있겠으나, 언제 어느 때 사약을 받고 죽을지도 몰랐다. 유배인들은 대개 낯선 제주섬에서의 유배생활을 돌봐줄 여인을 얻어 함께 지냈다.

유배객을 보살핀 제주의 여인들
이 책은 제주에 유배 온 유배인 중 몇을 선정하여 그들의 유배생활을 들여다보고 제주섬에서 유배생활을 견뎌내도록 그들을 뒷받침해준 제주 여인들에 대해 조명하고 있다. 제주 여인들은 생활력이 강하고 기개가 있었다. 세찬 바람과 거친 자연환경에 맞서 굴하지 않고 싸우며 사는 여인들이었다. ‘아들을 낳으면 고래와 자라의 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남자들은 바다로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제주 여인들은 남자에게 의존하여 살아가지 않았다. 험한 바다에서 물질을 하며 생계를 책임졌고, 심지어 조선시대 어디에도 없었던 여정女丁이라는 제도로 군역軍役을 감당하기도 했다. 바람 앞의 등불과도 같은 처지의 유배인들이 제주에서 유배생활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데는, 제주 여인들이 어기찬 생활력과 당찬 기개로 뒷받침해준 덕분이 컸던 것이다.
제주 사람들은 유배인들을 ‘유배객流配客’이라 불렀다. ‘객’이란 ‘나그네’라는 뜻이니, 언제 떠날지 모르는 사람,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처지를 의미한다. 유배인들은 하나같이 임금이 계시는 북쪽을 오매불망 바라보며 유배가 풀려 돌아가기만을 기다리며 살았고, 유배가 풀리는 순간 떠나버리곤 했다. 유배객이 떠난 자리에는 제주에서 그들을 보살핀 여인들과 자식들이 남겨졌다.
유배인들과 혼인한 제주 여인과 그 자식들이 유배가 풀린 뒤 그들을 따라가지 못한 것은 조선시대 초부터 제주인이 육지로 이주하는 것을 금지한 ‘출륙금지령’ 때문이었다. 제주 사람들은 노역에 징발되거나 공물을 운송하는 등 나라에서 허락한 경우를 제외하고 육지로 나올 수 없었다. 특히 여인들은 더욱 엄격하게 출륙이 금지되어 있었다. 이 때문에 제주 여인들 사이에서는 “유배인을 따라 가지 않는다. 다만 자식에 의지하여 살아갈 뿐이다”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제주 유배 문화에 사람의 향기를 더하다
조선시대 사대부들은 유배 중에 얻은 첩실과 그 소생에 대해 기록하는 것을 금기시하여, 유배인들끼리 주고받은 시문이나 유배 중에 쓴 글을 모은 문집에서 매우 애매모호하게 언급될 뿐이다. 비록 유배인의 처지라도 남성인 그들은 역사의 한 장으로 남았지만, 그들의 생활을 지탱해주었던 여인들은 기록되지 못하고 그늘에 묻혔던 것이다. 유배인과 유배 문화는 제주 문화의 다양한 지층 중 한 축을 형성하고 있다. 유배 문화를 올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제주 유배인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아야 한다. 특히 유배인들과 관계를 맺은 제주 여인들은 그들의 인간적인 면을 고스란히 드러내주는 중요한 부분으로, 새롭게 조명된 그들의 이야기는 제주 유배 문화에 감동과 향기를 덧입히고 있다.

▣ 작가 소개

저자 : 김순이
문화재청 문화재 감정위원. 1946년 제주 출생.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했다. 제주도 민속자연사박물관 민속연구원, 제주도지 편찬상임위원, 제주도 문화재감정관 등을 역임했다. 1988년 『문학과 비평』에 시 마흔 살 외 9편으로 등단했으며 『제주 바다는 소리쳐 울 때 아름답다』 등 시집 7권을 출간했다. 제주 역사 속 여성들에 주목하여 「문화영웅으로서의 여신들」 「제주 여성의 삶과 공간」 「제주의 기녀들」 등의 논문을 꾸준히 발표하고 있다.

저자 : 표성준
한라일보 기자. 1972년 제주 출생. 서강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했다. 제주 역사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특별 취재 제주 유배인과 여인들을 2012년 1월부터 9월까지 한라일본에 연재했다. 현재 제주대학교 대학원 사학과에 다니며 제주 역사의 수면 아래 잠긴 문제들을 탐색하는 데 천착하고 있다.

▣ 주요 목차

들어가는 글_ 흘러가는 물은 돌아오지 못하고

간옹 이익과 김만일의 딸
권력의 칼자루에 맞서 정의를 묻다
조선 최고의 지성과 제주 명문가의 결합
제주의 대학자 김진용·고홍진 배출
인척관계로 명문가를 이끈 여인
남편의 학풍과 기개를 후손에게 잇다

왕족 이건 형제와 제주 여인들
역모 사건에 휘말린 조선의 왕자
한이로다, 저 세상에도 앎이 있다니!
출륙금지령으로 발 묶인 제주 여인과 자식들
여론 들끓은 조선왕실 패행 사건 전말
시서화 삼절이 남긴 『제주풍토기』

김춘택과 석례
삼대에 걸쳐 유배형을 대물림하다
이 몸의 집안은 다른 집안과 달라
장다리는 한 철이요, 미나리는 사철이라
머리에 죽잠을 꽂은 명창 석례
시대의 틀을 깨고 기녀에게 지기라 불러
입에서 나오는 것마다 시, 걸음걸이도 문장
제주여, 나를 기억해다오

조정철과 홍윤애
절망의 나락에서 꽃핀 드라마틱한 사랑
영양실조로 치아가 빠지는 처절한 귀양살이
연인을 위해 죽음을 택하다
혹독한 고문의 참상, 정조를 노하게 하다
수의에 대한 전설이 생겨나다
제주목사가 되어 돌아오다
연인의 무덤에 통곡하며 바치는 추모시

박영효와 과수원댁
혁명을 꿈꾼 철종 임금의 부마
시대의 지성, 망명과 유배의 나날들
비밀에 싸인 독짓골 과수원댁
제주에 개화의 씨앗을 뿌리다
여인을 위해 양자를 들여주다

김윤식과 의주녀
변방에서 유배인의 우두머리가 되다
날마다 일기를 쓰는 까닭은?
편지와 신문을 애타게 기다리며
귤림시회, 기망에 모여 시를 읊다
유배인가, 유람인가?
난리를 예고하는 불길한 징조들
일본의 제주 어장 침탈 사건
민란에 앞장 선 제주 여인들
「대일본장서」로 일본을 경악케 하다

김진구와 오진
원악도로 내쳐진 왕비의 오라버니
‘삼한갑족 예문종가’의 교육 비법
제주의 인재들에게 정성을 쏟다
제주에서 아들을 얻다
너무 유순하고 착한 것이 단점이라

김정희와 예안 이씨
추사의 또 하나의 명작
차라리 내가 죽고 그대가 살아
겨울 바다를 건너온 초의의 우정
산방굴암에서 명복을 비노니
불구덩이에서 연꽃을 피우듯 반야심경을 쓰다
가자, 가자, 우리 함께 저 높은 곳으로

작가 소개

목 차

역자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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