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끊임없이 파괴되고 있는 아마존의 북서부 지역 혼도니아, 그곳에서 ''고립된 인디언''이 발견된다. 그리고 그를 지켜주고자 아마존의 탐험가이자 인류학자인 세르타니스타들이 모인다. 하지만 그 일대는 광산업자와 개발업자, 목장주들의 땅이 되어가고 있는 곳. 자신들의 지역에 고립된 인디언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개발을 못하게 될 수 있다. 그들은 숲에서 인디언을 쫓아내거나 다른 아마존 부족들에게 그랬듯이 조용히 없앨 수도 있다. 그들보다 먼저 찾아야만 한다. 하지만 무기라곤 1.5미터의 화살뿐인 인디언은 도움마저 거부하고 그들을 피해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간다. 그의 발길을 따라가는 흥미진진한 기록!
아마존의 그늘진 심장부, 그곳에서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 파괴와 약탈의 역사
한 부족 전체가 독이 묻은 설탕부대를 숲에 놓아둔 자들에 의해 몰살되었다. 그런 일은 무척 빈번했다. 1957년 고무 채취업자들이 비소가 든 설탕부대를 싣고 와서는 나중에 타파유나 인디언들의 시체가 발견되자 전염병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6년 후, 혼도니아의 한 고무 회사 소속 감독관은 비행기에서 설탕 꾸러미를 떨어뜨리고는, 신타 라르가 족들이 그를 주우려 꾸러미 주위로 모여들자 폭격을 퍼부었다.
아마존 개발의 역사는 곧 파괴와 약탈의 역사였다. 벌목업자들은 자신들의 개발지역에서 원주민 마을을 발견하기라도 할라치면 그들을 쫓아내고 마을을 파괴한 후 흔적을 말끔히 지웠다. 광산업자들은 아마존 원주민들을 잔인하게 짓밟고 그들의 재산과 토지를 강탈했다. 어떤 광산업자들은 원주민들이 금을 숨겨두고 있다고 믿고 고문하기도 했다. 원주민들을 몰아내기 위해 고용한 총잡이들이 저지른 만행은 신흥개발지역 어디에서든 흔하게 들을 수 있었다.
브라질의 새로운 법에는 우림지대의 어느 지역에 인디언이 살고 있다면 그곳은 그들의 소유이며, 외부인은 절대로 간섭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브라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아마존에 얼마나 많은 부족이 살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만일 어느 목축업자가 목초지로 개간하고자 하는 숲속에서 아직껏 알려진 적이 없는 원주민 부족을 만난다면, 그는 당연히 그 원주민을 쫓아내려고 할 터였다. 여전히 아마존을 자원과 개발의 탐욕의 대상으로 보는 이들에게 발견된 인디언은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고립된 인디언도 그런 파괴와 약탈 과정에서 살아남은 한 명이었을까. 탐욕스러운 개발의 시기에 발견된 인디언은 그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들, 개발의 이익을 얻으려는 자들에게 소리 없이 살해당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고립된 인디언과 접촉하여 그를 지켜주고자 아마존의 전문가, 세르타니스타들이 모인다.
고립된 인디언 구출 작전
― 그를 지키려는 사람들
말라리아에 걸린 횟수로 모험 경력을 뽐내는 세르타니스타는 브라질에만 있는 직업으로, 정글 탐험가이자 인류학자이자 정부 소속 공무원이다. 《아마존 최후의 부족》에서 고립된 인디언을 찾는 그들은 원주민에 대한 편견 없는 시선과 인류학적 호기심으로 무장했다. 하지만 그들은 지역 전체의 경제적 이익보다 소수 인디언의 권리를 더 중요하게 여겼기에 그 지역의 토지 소유권을 주장하는 목축업자들의 적이었다. 고립된 인디언을 구하고자 모인 이들은 열대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뿐만 아니라 그들의 위협과 협박도 감수해야 했다.
그들은 ''푸나이''로 알려진 브라질 원주민 인권보호단체에 소속되어 고립된 인디언 부서를 담당하는 탐사대였다. 숲에서 살아갈 운명을 타고난 마르셀로, 원주민들이 애벌레를 먹으면 함께 먹으며 2년 동안 맨발로 지낸 알테어, 토착민들의 삶과 문화를 비디오에 담고자 카메라를 들고 동분서주하는 빈센트, 부족이 위기에 몰리자 집단자살을 결행한 카노에 부족의 생존자 푸라와 아오이모로 그리고 그녀의 동료 원숭이가 함께 모여서 고립된 인디언, 일명 ''구덩이 인디언''을 찾아 나선다.
그는 활시위를 당긴 채 두 시간 동안 마비된 듯 꼼짝하지 않았다
― 추적과 만남
''구덩이 인디언''에 대해 오랜 기간 수집한 증거들로 볼 때, 그들이 뒤쫓는 인디언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족이 틀림없었다. 그는 움막 안에 구덩이를 판다든지 하는, 그를 찾기 위해 푸나이 탐사대와 동행한 원주민들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특징을 지녔다. 또 그들이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갖고 접근하더라도 고립된 인디언이 호의적으로 반응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미지의 부족과 탐사대의 첫 대면을 돌아보면 그 인디언도 낯선 자들의 접근에 적대적일 수 있었다. 대원들은 인디언의 흔적을 쫓다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인디언과 마주한다.
사람들이 그를 잡으려고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나뭇잎 사이로 화려한 색상의 옷을 걸친 남자들의 윤곽을 보았다. 그들 중 한 명이 휘파람을 불어 가늘게 떠는 소리를 냈다. …… 밖에 있는 남자들이 뭐라고 소곤거렸다. 어느 순간 그는 그들을 보았고, 그들은 그를 보았다. 남자들은 움막 밖으로 튀어나온 화살촉을 발견하고 목소리를 한껏 낮추었다. 잠시 뒤, 그들은 손바닥을 위로 향한 채 천천히 다가왔다. 그러다 화살을 움직이자, 흠칫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그가 그들을 못 믿는 만큼, 그들 또한 그를 믿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수적 열세에다 포위까지 당한 그는 얼어붙은 듯 움막 안에 서 있었다. 그만 활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서 평화를 도모해야 할까? 아니면 전쟁을 선포해야 할까? 그는 활시위를 당긴 채 두 시간 동안 마비된 듯 꼼짝하지 않았다.
《아마존 최후의 부족》은 구덩이 인디언을 추적하는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다. 숲에서 만난 다른 원주민들의 고유한 삶과 문화, 문명의 위협 속에서 숨 가쁘게 마지막 혈통을 이어가는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대원들은 끊임없이 원주민들과 함께하며 공감하고, 고립된 인디언이 느낄 외로움의 크기를 가늠해보기도 한다. 전통의 보존과 생존 사이에서 원주민들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늘 고민하고 갈등한다. 원주민들과의 만남과 접촉이 그들의 우주를 파괴하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의도와 달리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대원들이 집요하게 접촉을 시도하는 바람에 ''구덩이 인디언''은 계속 도주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세르타니스타들이 그의 움막을 발견할 때마다 인디언은 그것을 영영 버리고 더 깊이, 더 멀리 들어가곤 했다. 세르타니스타들이 지금처럼 계속 단서를 찾아다닌다면 인디언은 결코 한 곳에 정착할 수 없으리라. 탐사대원 마르셀로는 그와 마주한 날 이렇게 적었다. ''고립된 인디언은 혼자이고, 혼자 살다가 죽기를 원하는 것 같다. 그는 그럴 권리가 있다.''
이 책은 또한 고립된 인디언 이야기를 기본축으로 하되, 아마존 원주민들의 삶과 멸종 직전의 부족 이야기 등 흥미로운 서사들을 함께 펼쳐 나간다. 서로 적대시하던 카노에와 아쿤추 부족이 살인과 증오에도 불구하고 용서하고 화해에 이르는 이야기부터 다른 최후의 생존자들 이야기까지 인류학적인 시선으로 그들의 전통과 문화를 바라보고 문명과 야생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르타니스타들의 고민과 딜레마를 통해 슬픈 열대의 리얼 쌩얼을 보여준다.
소수의 권리를 보호할 가치가 있는가?
― 도덕적 딜레마
보호구역에서 발견된 천연자원은 국가의 경제 발전을 위해 개발해야 한다. 땅을 보호함으로써 부족을 보호하는 것은 어렵지도 않고 차고 넘쳤다. 그러나 부족민이 단 한 명뿐이라면 어떤가? 그 한 명을 과연 부족이라고 부를 수나 있을까? 오직 한 명뿐인 인디언 종족이 정말로 존재할 수 있을까? 고립된 인디언의 문화는 그가 존재하지 않는 한 사라진다. 그렇다면 그 문화는 곧 사멸할 것 아닌가?
스팅과 마돈나는 아마존 보호를 외치는 콘서트를 열었고, 미국 정치가들은 열대우림에 대한 브라질의 관리능력을 의심했다. 앨 고어 상원의원이 "브라질의 생각과는 달리, 아마존은 브라질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라고 떠들었을 때, 많은 브라질인은 그것을 국가주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여겼다. 그 발언은 북미 인디언이 점유하던 숲과 평원 위에 세워진 강대국에게서 나온 계급적 위선의 냄새가 풍기는 뻔뻔한 것이었다. 브라질 밖에서는 환경론자들과 토착민의 권리를 옹호하는 편이 선이고, 목재업자와 목축업자들이 악으로 보일지 모르나, 브라질 안에서 본다면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늘어나는 빈민가와 폭력이 도시에 만연한 상황에서 본래의 막대한 자연자원을 브라질인들이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겨졌다. 브라질 최대의 리서치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브라질 국민 5명 중 3명이 환경 보호단체의 활동을 불신했다. 그들이 보기엔 열대우림을 지키고 소수부족을 보호한다는 것은 엄청난 경제적 가능성을 무시한 처사였다.
아마존 혼도니아의 숲을 둘러싸고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자들 역시 고립된 인디언을 지켜주려는 사람들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청문회가 열리고, 개발 금지 구역으로 선언하려는 푸나이의 노력에 목장주들은 과포레 연락대가 거기에 그 인디언을 데려다놓은 것이 분명하다며 대립했다. 또한 콧수염 논쟁, 즉 ''구덩이 인디언''이 수염을 기르고 있었는데 목장주들은 아마존 인디언들 중 콧수염을 기른 경우는 없다며 그가 절대 인디언일 리 없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토착민의 권리 확대를 지지하는 단체들을 비난하면서 토착민을 옹호하는 것은 브라질의 주권을 약화시키려는 목적을 감추기 위한 위장술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런 지난한 과정 속에서 ''포레 연락대''의 마르셀로는 국제기관으�부터 자금을 얻어내고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브라질의 개발과 발전을 가로막기 위해서 있지도 않은 인디언들을 불러들인 고질적인 거짓말쟁이로 몰려 결국 혼도니아를 떠나게 된다.
그는 그럴 권리가 있다
― 해고와 복귀 그리고……
어쨌든 그의 존재를 입증해야지만 그를 보호할 수 있었다. 2000년 말 인디언이 살던 숲의 대부분이 사라지자 남은 대원들은 그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계속 탐험을 해나간다. 단 접근은 하되 접촉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탐사를 계속한다. 그러는 동안 고립된 인디언은 추상적인 대상에서 하나의 인격체로, 완전히 낯선 사람에서 친구로 바뀌었다. 고립된 인디언은 대원들이 선물로 두고 간 씨앗을 키우기도 하고,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빠질 뻔한 알테어를 구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알테어 역시 해고되고 또 다른 전설적인 세르타니스타 포수엘로를 수장으로 하는 새로운 팀이 구성된다. 시간이 지나자 조심스럽게 마음을 여는 듯 보였던 구덩이 인디언은 이 새로운 팀이 자신을 보호하려 했던 남자들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리 없었다. 그러던 중에 새로운 팀원 중의 한 명이 추적 중에 인디언의 화살에 맞는다.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어갔다. 시간이 흘러 마르셀로가 정치적 희생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푸나이로 복귀한다. 그는 다시 예전의 대원들을 소집해 일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인디언과의 접촉을 피하는 대신 그의 생존을 확인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립된 인디언이 혼자 죽을 권리를 존중하는 것뿐이었다. 탐사대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결국 ''구덩이 인디언''은 브라질 정부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보호구역에서 지낼 수 있게 된다.
서울과 도쿄 같은 도시에서는 100만 명 정도의 사람이 보통 80제곱킬로미터의 땅을 차지하고 있다. 맨해튼과 그 주변 지역에서는 똑같은 면적에 대략 250만 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만일 80제곱킬로미터의 땅에 홍콩에서 가장 붐비는 지역에서와 같은 밀도로 인구가 분포되어 있다면 약 601만 명의 사람이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타나로 토착민 보호구역에는 단 한 명만이 살고 있다.
▣ 작가 소개
저 : 몬테 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워싱턴포스트의 남미 특파원으로 근무했다. 이전에는 워싱턴과 이라크에서 같은 신문사의 기자로 활동했다. 일리노이 주 출신인 그는 현재 아내와 딸과 함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살고 있다.
역 : 정회성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일본 도쿄 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하고, 성균관대학교와 명지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지금은 번역과 창작을 함께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보이』,『공주와 고블린』,『로코코 거리』, 『꿈의 메신저』, 『떠오르는 여자 가라앉는 남자』, 『1984』, 『코리앤더』, 『에덴의 동쪽』,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어느 수학자의 변명』, 『리브라』, 『에메랄드 아틀라스』 등이 있고, 저서로는 『똑똑한 어린이 영어 일기』, 『포인트 잉글리쉬』, 『영문법 나만 따라와』, 『친구』, 『내 친구 이크발』『피그맨』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
01장 야생을 택한 사람들
마르셀로와 알테어 | 개발 붐 | 숲 속으로 | 목격자 | 흔적
02장 원주민들 속으로
세르타니스타 | 자연과 하나 된 삶 | 전통과 생존 사이에서 | 두 번째 움막 | 새로운 멤버 | 숲속의 전쟁
03장 사람 없는 땅
정복자들의 상상 | 총잡이들 | 개발론자들 | 땅의 주인
04장 원주민 마을
소문의 확인 | 사라진 마을 | 빈센트의 비디오 | 위험한 증언
05장 우연한 전환
약속의 땅 | 우연한 전환 | 푸라의 피리 | 집단 자살 | 미완성 구덩이 | 이봐 친구!
06장 그의 세계로 향한 창
거래의 조건 | 복잡한 문제 | 두 부족의 만남 | 정령들의 소환 | 어려운 설득
07장 미개인들
인디언을 바라보는 시선 | 오와이모로의 죽음
08장 떠나보냄
구덩이 속의 인디언 | 세르타니스타를 위한 가이드 | 빗나간 화살 | 악화되는 상황
09장 전투 경계선
콧수염 논쟁 | 트롤리 문제 | 논란의 배후
10장 권력
청문회 | 증언과 조작 | 목장주들
11장 짐승도 신도 아닌 그들
낯익은 움막 | 외로움의 크기 | 영혼의 표지 | 이름 없는 존재 | 용서와 화해 | 마지막 혈통 | 새로운 국면
12장 전설적인 세르타니스타
돈키호테의 열정 | 생존자들 | 카라피루 | 극적인 만남 | 고독한 대변인
13장 또 한 번의 시도
새로운 팀 | 사라진 의심 | 최선의 방법 | 갑작스런 해고
14장 새로운 시작
다시 푸나이로 | 재소집 | 혼자 죽을 권리
15장 단 한 명뿐인 부족
보호구역 | 그는 달아나지 않았다 | 각자의 결론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끊임없이 파괴되고 있는 아마존의 북서부 지역 혼도니아, 그곳에서 ''고립된 인디언''이 발견된다. 그리고 그를 지켜주고자 아마존의 탐험가이자 인류학자인 세르타니스타들이 모인다. 하지만 그 일대는 광산업자와 개발업자, 목장주들의 땅이 되어가고 있는 곳. 자신들의 지역에 고립된 인디언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개발을 못하게 될 수 있다. 그들은 숲에서 인디언을 쫓아내거나 다른 아마존 부족들에게 그랬듯이 조용히 없앨 수도 있다. 그들보다 먼저 찾아야만 한다. 하지만 무기라곤 1.5미터의 화살뿐인 인디언은 도움마저 거부하고 그들을 피해 더 깊은 숲으로 들어간다. 그의 발길을 따라가는 흥미진진한 기록!
아마존의 그늘진 심장부, 그곳에서 지금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 파괴와 약탈의 역사
한 부족 전체가 독이 묻은 설탕부대를 숲에 놓아둔 자들에 의해 몰살되었다. 그런 일은 무척 빈번했다. 1957년 고무 채취업자들이 비소가 든 설탕부대를 싣고 와서는 나중에 타파유나 인디언들의 시체가 발견되자 전염병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6년 후, 혼도니아의 한 고무 회사 소속 감독관은 비행기에서 설탕 꾸러미를 떨어뜨리고는, 신타 라르가 족들이 그를 주우려 꾸러미 주위로 모여들자 폭격을 퍼부었다.
아마존 개발의 역사는 곧 파괴와 약탈의 역사였다. 벌목업자들은 자신들의 개발지역에서 원주민 마을을 발견하기라도 할라치면 그들을 쫓아내고 마을을 파괴한 후 흔적을 말끔히 지웠다. 광산업자들은 아마존 원주민들을 잔인하게 짓밟고 그들의 재산과 토지를 강탈했다. 어떤 광산업자들은 원주민들이 금을 숨겨두고 있다고 믿고 고문하기도 했다. 원주민들을 몰아내기 위해 고용한 총잡이들이 저지른 만행은 신흥개발지역 어디에서든 흔하게 들을 수 있었다.
브라질의 새로운 법에는 우림지대의 어느 지역에 인디언이 살고 있다면 그곳은 그들의 소유이며, 외부인은 절대로 간섭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다. 하지만 브라질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아마존에 얼마나 많은 부족이 살고 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만일 어느 목축업자가 목초지로 개간하고자 하는 숲속에서 아직껏 알려진 적이 없는 원주민 부족을 만난다면, 그는 당연히 그 원주민을 쫓아내려고 할 터였다. 여전히 아마존을 자원과 개발의 탐욕의 대상으로 보는 이들에게 발견된 인디언은 불편한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고립된 인디언도 그런 파괴와 약탈 과정에서 살아남은 한 명이었을까. 탐욕스러운 개발의 시기에 발견된 인디언은 그의 존재를 부정하는 사람들, 개발의 이익을 얻으려는 자들에게 소리 없이 살해당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고립된 인디언과 접촉하여 그를 지켜주고자 아마존의 전문가, 세르타니스타들이 모인다.
고립된 인디언 구출 작전
― 그를 지키려는 사람들
말라리아에 걸린 횟수로 모험 경력을 뽐내는 세르타니스타는 브라질에만 있는 직업으로, 정글 탐험가이자 인류학자이자 정부 소속 공무원이다. 《아마존 최후의 부족》에서 고립된 인디언을 찾는 그들은 원주민에 대한 편견 없는 시선과 인류학적 호기심으로 무장했다. 하지만 그들은 지역 전체의 경제적 이익보다 소수 인디언의 권리를 더 중요하게 여겼기에 그 지역의 토지 소유권을 주장하는 목축업자들의 적이었다. 고립된 인디언을 구하고자 모인 이들은 열대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뿐만 아니라 그들의 위협과 협박도 감수해야 했다.
그들은 ''푸나이''로 알려진 브라질 원주민 인권보호단체에 소속되어 고립된 인디언 부서를 담당하는 탐사대였다. 숲에서 살아갈 운명을 타고난 마르셀로, 원주민들이 애벌레를 먹으면 함께 먹으며 2년 동안 맨발로 지낸 알테어, 토착민들의 삶과 문화를 비디오에 담고자 카메라를 들고 동분서주하는 빈센트, 부족이 위기에 몰리자 집단자살을 결행한 카노에 부족의 생존자 푸라와 아오이모로 그리고 그녀의 동료 원숭이가 함께 모여서 고립된 인디언, 일명 ''구덩이 인디언''을 찾아 나선다.
그는 활시위를 당긴 채 두 시간 동안 마비된 듯 꼼짝하지 않았다
― 추적과 만남
''구덩이 인디언''에 대해 오랜 기간 수집한 증거들로 볼 때, 그들이 뒤쫓는 인디언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부족이 틀림없었다. 그는 움막 안에 구덩이를 판다든지 하는, 그를 찾기 위해 푸나이 탐사대와 동행한 원주민들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특징을 지녔다. 또 그들이 아무리 선한 의도를 갖고 접근하더라도 고립된 인디언이 호의적으로 반응할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미지의 부족과 탐사대의 첫 대면을 돌아보면 그 인디언도 낯선 자들의 접근에 적대적일 수 있었다. 대원들은 인디언의 흔적을 쫓다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인디언과 마주한다.
사람들이 그를 잡으려고 살금살금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나뭇잎 사이로 화려한 색상의 옷을 걸친 남자들의 윤곽을 보았다. 그들 중 한 명이 휘파람을 불어 가늘게 떠는 소리를 냈다. …… 밖에 있는 남자들이 뭐라고 소곤거렸다. 어느 순간 그는 그들을 보았고, 그들은 그를 보았다. 남자들은 움막 밖으로 튀어나온 화살촉을 발견하고 목소리를 한껏 낮추었다. 잠시 뒤, 그들은 손바닥을 위로 향한 채 천천히 다가왔다. 그러다 화살을 움직이자, 흠칫 놀라서 뒤로 물러섰다. 그가 그들을 못 믿는 만큼, 그들 또한 그를 믿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수적 열세에다 포위까지 당한 그는 얼어붙은 듯 움막 안에 서 있었다. 그만 활을 내려놓고 밖으로 나가서 평화를 도모해야 할까? 아니면 전쟁을 선포해야 할까? 그는 활시위를 당긴 채 두 시간 동안 마비된 듯 꼼짝하지 않았다.
《아마존 최후의 부족》은 구덩이 인디언을 추적하는 단순한 모험담이 아니다. 숲에서 만난 다른 원주민들의 고유한 삶과 문화, 문명의 위협 속에서 숨 가쁘게 마지막 혈통을 이어가는 모습을 함께 보여준다. 대원들은 끊임없이 원주민들과 함께하며 공감하고, 고립된 인디언이 느낄 외로움의 크기를 가늠해보기도 한다. 전통의 보존과 생존 사이에서 원주민들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 늘 고민하고 갈등한다. 원주민들과의 만남과 접촉이 그들의 우주를 파괴하는 것은 아닌지? 반문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의도와 달리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대원들이 집요하게 접촉을 시도하는 바람에 ''구덩이 인디언''은 계속 도주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세르타니스타들이 그의 움막을 발견할 때마다 인디언은 그것을 영영 버리고 더 깊이, 더 멀리 들어가곤 했다. 세르타니스타들이 지금처럼 계속 단서를 찾아다닌다면 인디언은 결코 한 곳에 정착할 수 없으리라. 탐사대원 마르셀로는 그와 마주한 날 이렇게 적었다. ''고립된 인디언은 혼자이고, 혼자 살다가 죽기를 원하는 것 같다. 그는 그럴 권리가 있다.''
이 책은 또한 고립된 인디언 이야기를 기본축으로 하되, 아마존 원주민들의 삶과 멸종 직전의 부족 이야기 등 흥미로운 서사들을 함께 펼쳐 나간다. 서로 적대시하던 카노에와 아쿤추 부족이 살인과 증오에도 불구하고 용서하고 화해에 이르는 이야기부터 다른 최후의 생존자들 이야기까지 인류학적인 시선으로 그들의 전통과 문화를 바라보고 문명과 야생 사이에서 갈등하는 세르타니스타들의 고민과 딜레마를 통해 슬픈 열대의 리얼 쌩얼을 보여준다.
소수의 권리를 보호할 가치가 있는가?
― 도덕적 딜레마
보호구역에서 발견된 천연자원은 국가의 경제 발전을 위해 개발해야 한다. 땅을 보호함으로써 부족을 보호하는 것은 어렵지도 않고 차고 넘쳤다. 그러나 부족민이 단 한 명뿐이라면 어떤가? 그 한 명을 과연 부족이라고 부를 수나 있을까? 오직 한 명뿐인 인디언 종족이 정말로 존재할 수 있을까? 고립된 인디언의 문화는 그가 존재하지 않는 한 사라진다. 그렇다면 그 문화는 곧 사멸할 것 아닌가?
스팅과 마돈나는 아마존 보호를 외치는 콘서트를 열었고, 미국 정치가들은 열대우림에 대한 브라질의 관리능력을 의심했다. 앨 고어 상원의원이 "브라질의 생각과는 달리, 아마존은 브라질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입니다"라고 떠들었을 때, 많은 브라질인은 그것을 국가주권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여겼다. 그 발언은 북미 인디언이 점유하던 숲과 평원 위에 세워진 강대국에게서 나온 계급적 위선의 냄새가 풍기는 뻔뻔한 것이었다. 브라질 밖에서는 환경론자들과 토착민의 권리를 옹호하는 편이 선이고, 목재업자와 목축업자들이 악으로 보일지 모르나, 브라질 안에서 본다면 상황은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늘어나는 빈민가와 폭력이 도시에 만연한 상황에서 본래의 막대한 자연자원을 브라질인들이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여겨졌다. 브라질 최대의 리서치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브라질 국민 5명 중 3명이 환경 보호단체의 활동을 불신했다. 그들이 보기엔 열대우림을 지키고 소수부족을 보호한다는 것은 엄청난 경제적 가능성을 무시한 처사였다.
아마존 혼도니아의 숲을 둘러싸고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자들 역시 고립된 인디언을 지켜주려는 사람들을 내버려두지 않았다. 청문회가 열리고, 개발 금지 구역으로 선언하려는 푸나이의 노력에 목장주들은 과포레 연락대가 거기에 그 인디언을 데려다놓은 것이 분명하다며 대립했다. 또한 콧수염 논쟁, 즉 ''구덩이 인디언''이 수염을 기르고 있었는데 목장주들은 아마존 인디언들 중 콧수염을 기른 경우는 없다며 그가 절대 인디언일 리 없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토착민의 권리 확대를 지지하는 단체들을 비난하면서 토착민을 옹호하는 것은 브라질의 주권을 약화시키려는 목적을 감추기 위한 위장술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이런 지난한 과정 속에서 ''포레 연락대''의 마르셀로는 국제기관으�부터 자금을 얻어내고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브라질의 개발과 발전을 가로막기 위해서 있지도 않은 인디언들을 불러들인 고질적인 거짓말쟁이로 몰려 결국 혼도니아를 떠나게 된다.
그는 그럴 권리가 있다
― 해고와 복귀 그리고……
어쨌든 그의 존재를 입증해야지만 그를 보호할 수 있었다. 2000년 말 인디언이 살던 숲의 대부분이 사라지자 남은 대원들은 그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계속 탐험을 해나간다. 단 접근은 하되 접촉은 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우고 탐사를 계속한다. 그러는 동안 고립된 인디언은 추상적인 대상에서 하나의 인격체로, 완전히 낯선 사람에서 친구로 바뀌었다. 고립된 인디언은 대원들이 선물로 두고 간 씨앗을 키우기도 하고, 자신이 파놓은 함정에 빠질 뻔한 알테어를 구해주기도 한다. 하지만 알테어 역시 해고되고 또 다른 전설적인 세르타니스타 포수엘로를 수장으로 하는 새로운 팀이 구성된다. 시간이 지나자 조심스럽게 마음을 여는 듯 보였던 구덩이 인디언은 이 새로운 팀이 자신을 보호하려 했던 남자들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 리 없었다. 그러던 중에 새로운 팀원 중의 한 명이 추적 중에 인디언의 화살에 맞는다.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어갔다. 시간이 흘러 마르셀로가 정치적 희생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다시 푸나이로 복귀한다. 그는 다시 예전의 대원들을 소집해 일을 마무리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인디언과의 접촉을 피하는 대신 그의 생존을 확인한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고립된 인디언이 혼자 죽을 권리를 존중하는 것뿐이었다. 탐사대의 헌신적인 노력 끝에 결국 ''구덩이 인디언''은 브라질 정부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보호구역에서 지낼 수 있게 된다.
서울과 도쿄 같은 도시에서는 100만 명 정도의 사람이 보통 80제곱킬로미터의 땅을 차지하고 있다. 맨해튼과 그 주변 지역에서는 똑같은 면적에 대략 250만 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만일 80제곱킬로미터의 땅에 홍콩에서 가장 붐비는 지역에서와 같은 밀도로 인구가 분포되어 있다면 약 601만 명의 사람이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타나로 토착민 보호구역에는 단 한 명만이 살고 있다.
▣ 작가 소개
저 : 몬테 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워싱턴포스트의 남미 특파원으로 근무했다. 이전에는 워싱턴과 이라크에서 같은 신문사의 기자로 활동했다. 일리노이 주 출신인 그는 현재 아내와 딸과 함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살고 있다.
역 : 정회성
충남 논산에서 태어나 일본 도쿄 대학에서 비교문학을 공부하고, 성균관대학교와 명지대학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지금은 번역과 창작을 함께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보이』,『공주와 고블린』,『로코코 거리』, 『꿈의 메신저』, 『떠오르는 여자 가라앉는 남자』, 『1984』, 『코리앤더』, 『에덴의 동쪽』,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어느 수학자의 변명』, 『리브라』, 『에메랄드 아틀라스』 등이 있고, 저서로는 『똑똑한 어린이 영어 일기』, 『포인트 잉글리쉬』, 『영문법 나만 따라와』, 『친구』, 『내 친구 이크발』『피그맨』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
01장 야생을 택한 사람들
마르셀로와 알테어 | 개발 붐 | 숲 속으로 | 목격자 | 흔적
02장 원주민들 속으로
세르타니스타 | 자연과 하나 된 삶 | 전통과 생존 사이에서 | 두 번째 움막 | 새로운 멤버 | 숲속의 전쟁
03장 사람 없는 땅
정복자들의 상상 | 총잡이들 | 개발론자들 | 땅의 주인
04장 원주민 마을
소문의 확인 | 사라진 마을 | 빈센트의 비디오 | 위험한 증언
05장 우연한 전환
약속의 땅 | 우연한 전환 | 푸라의 피리 | 집단 자살 | 미완성 구덩이 | 이봐 친구!
06장 그의 세계로 향한 창
거래의 조건 | 복잡한 문제 | 두 부족의 만남 | 정령들의 소환 | 어려운 설득
07장 미개인들
인디언을 바라보는 시선 | 오와이모로의 죽음
08장 떠나보냄
구덩이 속의 인디언 | 세르타니스타를 위한 가이드 | 빗나간 화살 | 악화되는 상황
09장 전투 경계선
콧수염 논쟁 | 트롤리 문제 | 논란의 배후
10장 권력
청문회 | 증언과 조작 | 목장주들
11장 짐승도 신도 아닌 그들
낯익은 움막 | 외로움의 크기 | 영혼의 표지 | 이름 없는 존재 | 용서와 화해 | 마지막 혈통 | 새로운 국면
12장 전설적인 세르타니스타
돈키호테의 열정 | 생존자들 | 카라피루 | 극적인 만남 | 고독한 대변인
13장 또 한 번의 시도
새로운 팀 | 사라진 의심 | 최선의 방법 | 갑작스런 해고
14장 새로운 시작
다시 푸나이로 | 재소집 | 혼자 죽을 권리
15장 단 한 명뿐인 부족
보호구역 | 그는 달아나지 않았다 | 각자의 결론
감사의 글
옮긴이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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