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셀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즐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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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버트런드 러셀
출판사항푸른역사, 발행일:2011/07/29
형태사항p.179 A5판:21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94079530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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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역사는 즐거운 학문이다

역사, 정말 고리타분한 암기 과목일 뿐인가
역사는 학창 시절 필수적으로 익혀야 할 과목이다. 점점 시간이 줄어드는 추세이긴 하지만 학교는 최소한의 분량이나마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역사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 입시에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암기해야 하는 양은 엄청난, 투자 대비 효과는 크지 않은 고역일 뿐이다.
역사뿐만이 아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무언가를 알고 싶어 한다. 아이들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왜?”라는 질문에 진땀 흘린 경험이 있는 어른들이라면 이 말이 참이라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학교 입학 후 아이들은 마지못해 공부한다. “왜?”라는 물음도 점차 잦아든다. 우리는 바로 이 지점에 어린이들의 호기심어린 질문을 던져야 한다. 대체 왜?

역사 읽기는 즐거워야 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1872~1970)은 《러셀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즐기다-쾌락으로서의 역사 읽기》에서 그것이 나쁜 교육 방법 때문이라고 답한다. 러셀의 말을 들어보자. 중ㆍ고등학교 시절에는 점수 따기 위주의 지긋지긋한 암기식 역사 교육이 행해진다. 그러다가 대학에 진학하면 역사 교육은 두 가지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일반 학생들을 위한 학점 따기 위주의 개론. 중ㆍ고등학교와 별반 다를 것 없는 암기 위주다. 다른 하나는 평생 역사 연구를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역사 전공자들을 상대로 한 강의. 이 교육에서 비전문가인 독서 대중이 들어갈 자리는 없다. “그들만의 리그”가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러셀이 제시하는 문제 해결 방법은 무엇인가? 역사 읽기의 즐거움을 되살리는 것이다. 예컨대 셰익스피어를 보자. 그는 기쁨을 주기 위해 글을 썼다. 하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셰익스피어에게 기쁨을 느끼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셰익스피어를 즐길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해야 한다. 셰익스피어라는 이름만 들어도 신물이 날 정도로 그의 작품 읽기를 강요하는 것은 셰익스피어에 대한 모독이자 학생들의 인격에 대한 무례다. 역사 또한 마찬가지다. 역사 읽기를 강요하면서 몇몇 역사적 사건의 연도와 몇몇 유명인의 이름 외우기만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역사에 대한 모독이자 학생들의 인격을 무시하는 처사다.

쾌락으로서의 역사 읽기를 위해
최근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가 발간한 《기획회의》에서 ‘한국의 저자 3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된 옮긴이 박상익은 러셀의 이 같은 문제제기와 나름의 대안 제시를 오롯이 우리말로 옮기면서 역사 교육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다시금 일깨운다. 러셀이 꼬집은 반세기 전 영국의 역사 교육을 보라. 지금 우리의 교육 현실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이는 러셀의 이 책이 지금 우리에게 유의미할 수 있는 이유다.
비록 출세나 승진에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니지만, 역사에는 많은 효용이 있다. 흙탕물처럼 혼돈스러운 우리네 현실에서 역사적 시야는 무엇이 더 영속적이고 중요한 것인지를 판별할 수 있게 해준다. 역사 읽기에서 얻을 수 있는 지혜와 통찰이 고리타분한 암기 강요로 인해 묻힌다면 그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다. 러셀이 ‘쾌락으로서의 역사 읽기’를 강조한 것은 역사 읽기의 이 같은 효용 때문이다. 그럼, 러셀이 안내하는 역사 읽기의 즐거움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역사,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

러셀은 역사를 읽는 방법을 큰 틀에서 거시적 역사와 미시적 역사로 나눈다. 러셀에 따르면, 역사에는 거시적 역사와 미시적 역사가 있다. 두 종류의 역사는 모두 가치를 갖고 있다. 거시적 역사는 어떻게 세계가 오늘의 세계로 발전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시적 역사는 우리로 하여금 흥미로운 역사적 인물들을 만나게 해주며 인간 본성에 대한 지식을 향상시켜준다. 그렇다면 러셀이 말하는 거시적 역사와 미시적 역사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역사인가?

지금의 세상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을까?-거시적 역사
“지금의 세상이 어떻게 존재하게 되었을까?” 역사를 공부할 때 가장 처음 맞닥뜨리는, 그렇지만 쉽사리 답을 내기 어려운 근원적 질문이다. 러셀은 거시적 역사가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이라고 말한다. 거시적 역사는 먼저 태양에서 행성들이 분리되는 것에서 시작하여 나일 계곡과 바빌로니아에서의 농경 생활과 같은 문명의 시작으로 이어진다. 러셀은 여기까지의 역사, 즉 기록된 역사가 시작되는 시점까지를 어린이에게 설명하기 위해서는 영화나 그림을 보면서 해설을 곁들이는 편이 좋다고 말한다.
거시적 역사를 읽을 때 유의할 점도 잊지 않는다. 러셀은 거시적 역사를 쓰는 일부 역사가가 역사의 “철학”을 논증하려는 욕망을 느낀 나머지 인간의 역사가 발전하는 특정 공식을 발견했다고 생각한다며 비판한다. 과연 역사 발전 공식이 있는 것일까? 세계는 그렇게 간단하고 단순한 공식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역사를 통해 배워야 할 것들은 많다. 하지만 사실의 절반 이상을 생략하고 잘라냄으로써만 만들어지는 단순하기 그지없는 역사의 공식을 배워서는 곤란하다. 역사철학을 만들어낸 사람들을 신화 작가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로 간주하고 멀리해야 한다.
러셀은 이 같은 역사철학 말고 역사가 수행할 수 있는 두 가지 다른 기능이 남아 있다고 강조한다. 하나는 비교적 작은 규모의 겸손한 일반화를 통해 (역사철학과 반대되는) 역사 과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인물 연구를 통해 “드라마나 서사시의 장점”을 “진실”이라는 장점과 결합시키는 것이다. 두 타입의 역사가 가져다주는 만족감은 양극으로 갈라진다. 전자는 인간을 객관적으로, 마치 천문학자가 천체를 대하듯 바라본다. 후자는 상상력에 호소하며, 마치 숙련된 기수에게 말에 관한 지식을 전수하듯이 인간에 관한 지식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인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미시적 역사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미시적 역사는 이러한 질문에 도움을 준다. 러셀은 흥미로운 역사적 인물들을 만나게 해주며 인간 본성에 대한 지식을 향상시켜준다는 점에서 미시적 역사가 역사 이해에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미시적 역사의 이해를 위해 러셀이 첫 번째로 제시하는 방법은 과거의 위대한 역사가들의 작품을 읽는 것이다. 부인의 아름다움을 다른 사람이 제대로 알아보게 하기 위해 부인의 벗은 몸을 신하가 몰래 볼 수 있도록 했다가 결국 부인과 그 신하에게 죽임을 당하는 허영심 많은 리디아의 왕 칸다울레스 이야기처럼, 역사의 무게와 엄숙함 때문이 사사로운 이야기를 수록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망설이는 법이 없었던 헤로도토스. 운명과 자만에 떼밀려 파멸적이되 수치스럽지 않은 종말을 맞이한 전형적 영웅과도 같았던 아테네를 세련되고 정밀하게 다뤘던 투키디데스. 완벽하고도 위엄 있는 인간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대단히 구체적인 인물들을 그렸던 플루타르코스. 거대한 사건에 대한 흐름에 대한 감각이 확고하고도 정확했던 에드워드 기번이 러셀이 추천하는 역사가들이다.
러셀은 여기에 덧붙여 전기와 회고록의 폭넓은 섭렵을 제안한다. 그것을 통해 역사가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으며 놀랍도록 신기한 일들이 역사 속에서 실제로 발생했다는 사실을 생생하게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위인은 연구하면 할수록 더욱 위대해진다. 반면 가까이 파고 들어가면 갈수록 우스꽝스러운 인물도 있다. 러셀은 전자의 예로 스피노자와 링컨을, 후자의 예로 나폴레옹을 든다. 나아가 독일인들의 프랑스에 대한 복수(제2차 세계대전)가 결혼식에 대리인을 내세우고는 황후와의 정사를 즐기기에 바빴던 나폴레옹의 우스꽝스러운 면모를 역사가들이 주목하지 않은 채 군사 정복자에 대한 찬양과 초인에 대한 숭배열 고조에만 열을 올린 탓이라고 비판한다.
러셀은 매우 다른 타입의 위인들을 만나는 것도 즐겁고 놀라운 일이라며 추천한다. 사회주의의 창시자 로버트 오언과 잔인한 폭군 차르 니콜라이 1세의 젊은 시절 우호적인 만남, 서로 좋아했을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던 괴테와 베토벤의 껄끄러움, 스승으로서 제자에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 추측하지만 실상은 서로를 경멸했던 아리스토텔레스와 알렉산드로스, 짧은 기간 우정을 나눈 뒤 냉혹한 적으로 돌변했던 볼테르와 프리드리히 대왕 등이 그러한 일의 예다.
이처럼 미시적 역사는 인간 본성에 관한 우리의 지식을 증대시키는 면에서 매우 귀중하다. 왜냐하면 역사는 인간이 새로운 상황에 처할 때 어떻게 행동할 것인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역사의 좀 더 진지한 국면들-군사사, 경제사, 문화사

군사사-전쟁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일깨우다
러셀은 거시적 역사와 미시적 역사에 대한 고찰 후 역사의 좀 더 진지한 국면들을 살핀다. 먼저 군사사. 러셀은 군사사에서 전투 방식의 변화가 사회의 전반적 삶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군사적 성공과 다른 형태의 성공 사이의 관계에 대한 것에 주목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잔 다르크가 헨리 5세의 잉글랜드에게 패배한 프랑스를 일으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러셀은 프랑스 성공의 참다운 원인이 포병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화약 덕분에 서유럽에는 “전제 정부”와 “시민 질서”가 나란히 도입되었다고 강조한다.
러셀이 특히 주목하는 것은 프랑스 혁명이다. 프랑스 혁명은 새로운 종류의 전쟁을 도입했다. 전 국민이 무언가 지켜야 할 가치가 있다고 믿고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그런 전쟁 말이다. 과거의 전쟁은 왕들과 소수의 귀족들에게 국한된 일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혁명 이후 전쟁은 일반 국민에게가지 영향력을 확대했다.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각국 정부는 전쟁을 국민적 차원으로 확대시킬 필요성을 점점 더 절감하게 되었고, 국민교육이라고 하는 잠재적 무기를 그 목적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정부 형태로서의 민주주의는 모든 국민을 전쟁에 참여토록 만드는 장점이 있었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이유 중 하나다.
흔히들 전쟁에서의 승리는 언제나 우월한 경제에 기초한다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역사는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는 것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동일한 기술과 동일한 결의를 가졌다는 전제 위에서는 우월한 경제적 재원을 지닌 편이 궁극적인 승리를 거둔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화약으로 초래된 변화에 견줄 수 있는 중대한 변화가 전쟁에 도입되었다. 마치 화약이 귀족에 대한 국왕의 세력 우위를 가져다주었듯이, 현대의 무기는 상대적으로 산업화가 덜 된 국가에 대한 거대 산업국의 세력 우위를 가져다주었다.

경제사-보통 사람에게 관심을 집중하다
경제사는 역사에서 각별히 중요한 분야다. 경제사는 기존의 역사에 비해 비범한 개인이 아닌 보통 사람에게 관심을 집중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경제사가들은 틀에 박힌 형식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들이 다룬 시대의 악폐에 대해 말하면서 다른 시대가 더 나았다고 간주하는 점 말이다. 그러나 그러한 태도는 종종 잘못된 추정으로 판명된다.
경제사는 어떤 국면에서는 도시와 농촌 사이의 영원한 충돌을 보여준다. 문화는 언제나 주로 도시의 것이었고, 신앙심은 주로 시골의 것이었다. 기원전 600년에서 서기 200년에 이르는 장구한 기간 동안 도시는 농촌을 압도했다. 그러나 야만인의 침입은 작은 지역들 단위로 식량을 자급자족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동시에 그들은 정복자들로 이루어진 지방의 귀족계급을 형성했고, 점차 봉건제를 발달시켰다. 이탈리아를 제외한 유럽의 속인 문화는 도시적ㆍ상업적 문화가 아니라 지방적ㆍ귀족적 문화였다. 하지만 산업혁명은 모든 미덕이 땅과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한 톨스토이의 관점을 한낱 유물로 만들었다.
경제적 사실과 일반 문화의 관계에 대한 현대의 관점은, 생산양식이 그 시대의 정치ㆍ법률ㆍ문학ㆍ철학ㆍ종교의 성격을 결정짓는 근본적 원인이라고 하는 마르크스의 이론에 의해 심대한 영향을 받았다. 모든 포괄적 이론이 그러하듯, 이 이론 역시 하나의 교조로 받아들인다면 잘못이지만, 가설 제시의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가치 있는 것이다. 러셀이 보기에 그가 범한 가장 중대한 오류는, 하나의 원인으로서의 “지성”을 무시했다는 점이다. 러셀은 지성이 어떤 신비로운 방식으로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라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분명 지성의 생성에는 원인이 있으며, 이 원인은 부분적으로 사회 환경에 있다. 그러나 이 원인은 또한 부분적으로 생물학적이고 개인적이다. 비범한 능력을 지닌 사람은 선천적으로 평균적인 사람과는 다르다. 그리고 비범한 능력이 없다면 생산 방식에서의 근본적 변화는 일어날 수 없다.

문화사-인간의 내적 동기와 심리를 탐구하다
현대 사회학의 한 학파는 오직 사회학만이 인간을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관찰함으로써, 그리고 심리적 설명에 대한 시도 없이 오로지 신체적 행동만을 관찰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과학성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러셀은 이러한 관점이 내적 동기라는 측면을 무시할 가능성이 있다며 비판한다. 인간의 느낌을 무시하는 사회학은 가장 핵심적인 것을 빠뜨리는 것이다. 또한 이 이론은 개인의 영향력을 과소평가한다는 점에서 잘못을 범하고 있다.
이는 우리를 역사의 또 다른 분야인 이른바 문화사로 인도해준다. 가장 넓은 의미에서 문화사는 종교, 예술, 철학, 과학을 모두 포함한다. 러셀은 문화사의 가치를 이 같이 정리한 후 문화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측면으로 철학의 역사, 특히 철학의 종교에 대한 관계를 언급한다. 러셀의 말을 들어보자. 그리스인들 사이에서 철학은 종교에 대한 반란으로 시작되었다. 그들은 올림포스의 신들을 거부했다. 그들은 보편적 인과개념을 형성했으며, 현존 우주가 자연 법칙을 따라 어떻게 운행되는지를 발견하고자 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이성이 최고의 지위를 갖는다고 선포되었고,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지만 모든 것이 원칙적으로 엄밀한 조사에 부쳐졌다. 그러나 그리스 철학은 이 찬란한 초기의 모습을 이어가지 못했다. 신앙부흥운동의 특징을 지닌 오르페우스교가 이성주의 성향을 지녔던 그리스인들을 사로잡고 만 것이다. 세계에 대한 냉철한 이성적 관점은 편협하고 범속한 정신을 보여주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우리 시대에는 이러한 난센스에 대한 강력한 해독제가 있다. 과학이 그것이다. 이는 지적인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시대의 가장 바람직한 양상�며, 우리를 새로운 미신 또는 낡은 미신에 함몰되지 않도록 해주는 가장 큰 힘이다.
러셀은 문화사에서 가장 매혹적인 연구 주제 중 하나가 13세기에 완결된 가톨릭적 종합의 점진적 구축 과정이라고 말하며 이 같은 교회에 대한 고찰이 거의 연구가 되어 있지 않은 역사 연구의 한 분야, 조직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다. 기술 진보가 이루어진 모든 시대에는 조직도 늘어났는데, 이것은 우리 시대에 더욱 그러하다. 개인이 단독으로 창의력을 가지고 하는 일은 점점 수가 줄고 있다. 반면 개인이 어떤 조직에 의존해서 수행하는 일들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조직과 관련해 고려해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그것은 대중에서 무엇을 제공하는가? 둘째, 그것은 조직 구성원에게 무엇을 제공하는가? 셋째, 그것은 지도자들에게 무엇을 제공하는가? 이상주의를 목표로 내건 어떤 조직도, 사회가 그 지도자들을 통제할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폭정으로 타락하고 말 것이다.
규제와 자유를 최적의 비례로 결합시키는 문제도 러셀이 문화사에서 중요시하는 것이다. 무질서와 독재라고 하는 양극단의 위험을 피하기 위해 우리 시대가 해결해야 할, 그것도 신속히 풀어야 할 과제다. 자유와 규제 사이의 딜레마를 해결하는 방법은 타협에서 찾아야 한다. 러셀은 개인적 성취의 여지를 허락하지 않는 사회 체제를 찬양할 수 없으며, 과도한 개인주의로 사회 체제가 불안정해지는 것도 인정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역사, 혼돈스러운 현실을 헤쳐 나갈 수 있는 도구

역사 아마추어가 쓴 즐거운 역사
러셀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지성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수리논리학 분야의 저작들과 평화운동, 핵무장 반대운동을 비롯한 사회정치운동으로 유명하다. 1950년에는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역사학의 아마추어로 자처하지만 역사학 관련 저술도 집필한 바 있다. 우리말로도 번역된《서양철학사》는 고대의 그리스 철학에서 현대의 분석철학까지, 서양의 주요 사상을 사회·정치적 배경 속에서 다루고 있다. 철학사는 딱딱하다는 선입견과 달리 러셀의 재치와 유머가 빛나는《서양철학사》는 이미 영미 철학을 대표하는 20세기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러셀 자신이 겸손의 뜻으로 말한 “아마추어”라는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될 이유다.
이 책 또한 마찬가지다. 자칭 역사학의 아마추어라면서 몸을 낮춘 그가 역사학자들의 영역에 슬그머니 도전장을 내밀었다. 고대에서 중세를 거쳐 근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유장한 세계 역사를 길지 않은 분량의 글로 흥미롭게 녹여냈다. 전문 역사학자들을 향해, 역사에는 이토록 재미있는 국면도 있노라고, 독서 대중에게 역사를 읽히려면 이렇게 접근해야 한다고 한수 가르쳐줄 기세다. 독자들은 20세기의 석학 러셀의 시선을 따라 세계 역사를 한눈에 조감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러셀이 차려놓은 지성의 향연을 누리자
인간의 현실은 언제나 흙탕물이다. 오직 “역사적 시야”를 구비했을 때 우리는 혼돈 가운데서 무엇이 더 영속적이고 더 중요한 것인지를 분별할 수 있다. 물 위의 거품에 현혹되지 않고 심해의 흐름을 짚을 줄 아는 통찰력을 배양할 수 있다. 이 책의 저자 러셀은 역사 읽기를 통해 우리가 이런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우리가 무엇보다도 주목할 점은 러셀이 “쾌락으로서의 역사 읽기”를 제시한다는 사실이다. 러셀은 역사 읽기야말로 우리가 고달픈 일상 속에서 잠깐씩 누리는 여가 시간을 즐겁고 보람차게 보낼 수 있게 해주는 훌륭한 수단이라고 말한다. 사실 역사 읽기가 우리에게 지혜와 통찰을 준다고 아무리 강조한들, 정작 독자들이 아무런 흥미와 재미를 느끼지 못하고 외면해 버린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역사를 인명·지명·사건이나 줄줄 외우는 따분한 암기 과목으로 치부하도록 만드는 우리의 암담한 교육 현실에서 러셀의 관점은 캄캄한 동굴 저쪽 끝에서 비치는 한줄기 빛처럼 신선하게 다가온다. 모쪼록 러셀이 차려놓은 지성의 향연에서 마음껏 즐거움을 누리시기 바란다.

▣ 작가 소개

저 : 버트런드 러셀

Bertrand Arthur William Russell,B.A.W. 러셀
영국의 논리학자, 철학자, 수학자, 사회사상가로서 19세기 전반에 비롯된 기호논리학을 집대성한 인물. 버트런드 러셀은 20세기 지식인 가운데 가장 다양한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던 사람으로로 철학, 수학, 과학, 역사, 교육, 윤리학, 사회학, 정치학 분야에서 40권 이상의 책을 쉬지 않고 출간할 정도로 왕성한 지식욕을 가진 인물이었다.

그는 1872년 영국 몬머스셔의 명문 귀족의 아들로 태어나 케임브리지 대학을 졸업하고 그 대학의 강사가 되었다. 그러나 제1차 세계대전 중 반전운동(反戰運動)에 참여한 것이 화근이 되어 사직했고, 1918년에는 6개월간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후 유럽 및 러시아와 미국 등을 방문하여 대학의 강의를 맡기도 했으나 주로 저술활동에만 전념했다.

그의 탁월함은 자신의 지능을 최대한 사용하는 놀라운 능력(그는 하루에 거의 고칠 필요가 없는 3,000 단어 분량의 글을 썼다고한다)과 기억력이 밑받침 되었지만 그의 활동력의 원천은 심오한 휴머니즘적 감수성이었다. 그의 사상은 분리된 두 개의 주제를 갖고 있었다. 그 하나는 절대 확실한 지식의 탐구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삶에 대한 관심이었다. 전자는 그의 스승이며 협력자였던 화이트 헤드와의 공저 "수학원리"로 결실을 맺어 현대의 기호논리학과 분석철학의 기초를 이루었다. 이 책은 수학적 대상을 실재라고 간주하여 논리에 의해 기초를 세우고 수학을 논리로부터 도출하려는 그의 시도를 담고 있었다.

철학자로서의 그의 업적은 특히 이론철학에서 두드러지고 있다.그는 무어, 비트겐슈타인 등과 더불어 케임브리지 학파의 일원으로 19세기 말부터 영국에서 유력한 학설이었던 관념론에 대한 실재론을 주장했었다. 하지만 그는 곧 헤겔학파, A.마이농 등 당대의 철학 흐름 변화를 따라 자신의 사상을 조금씩 발전시켰으며 신실재론을 주장하기에 이른다. 그는 인식론과 존재론을 사상의 소재로 활용했으며 영국 고유의 경험론을 그 바탕에 깔고 있었다. 그의 사상은 빈학파나 논리적 실증주의를 중시하는 철학자 및 논리학자에게 자극을 주게 된다. 논리학자로서의 러셀은 프레게의 업적을 계승했으며, 페아노와 쿠츨러 등의 영향을 받았다고 전해지며 데데킨트와 칸토어 등의 현대수학의 성과를 근거로 19세기 전반에 비롯된 기호논리학을 집대성했다.

현실 사회에 대한 진솔한 관심과 스스로가 자유로운 무정부주의, 좌파, 회의적 무신론적 기질이라고 불렀던 그의 성향은 제1차 세계대전 때에는 평화주의자로,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핵 무장 반대자로서 사회변혁운동에서 일관성 있게 표현되었으며 1950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고 1979년 웨일즈에서 사망할 때까지 문필가, 철학자, 무정부주의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외계의 지식』,『철학이란 무엇인가』,『서양 철학사』,『사회개조의 제원리』, 『심리분석』, 『서양철학사』, 『물질의 분석』, 『의미와 진실의 탐구』, 『수리철학 서설』 등이 있으며, 특히 1950년에는 『철학에 있어서의 과학적 방법』, 『자유와 조직』, 『권위와 개인』 등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역 : 박상익
역사,인문 분야 작가. 대학생이던 1970년대에 고전독서회에서 《실낙원》을 통해 밀턴을 처음 접한 박상익은, 공동체와 모국어에 대한 깊은 애정을 온몸으로 실천한 밀턴의 삶과 사상에 매료되어 밀턴 연구를 지속한다. 밀턴 산문의 백미白眉로 불리는 《아레오파기티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이를 토대로 《언론자유의 경전 아레오파기티카》라는 제목으로 한 권의 책을 펴냈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10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밀턴 탄생 400주년이 되는 올해 밀턴 연구의 두 번째 열매인 《밀턴 평전》을 펴내었다.

그는 현재 우석대학교 역사교육과에서 서양사를 가르치고 있으며, 인문사회과학대학 학장을 지냈다. 저서로는 《번역은 반역인가》, 《어느 무교회주의자의 구약성서읽기》 등이 있고, 역서로는 《의상철학》, 《영웅숭배론》, 《뉴턴에서 조지 오웰까지》, 《호메로스에서 돈 키호테까지》, 《서양문명의 역사 1?2》 등 다수가 있다.

▣ 주요 목차

옮긴이의 말

쾌락으로서의 역사 읽기
쾌락으로서의 역사
즐기지 않는다면 효용도 없다
역사의 거시적 발전
어린이에게 역사를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개인의 중요성
문명확산의 두 유형
낙관적 역사철학
비관적 연사철학
역사 과학과 인물 연구
헤로도토스
투키디데스
플루타르코스
에드워드 기번
나폴레옹
로버트 오언과 차르 니콜라스
아리스토텔레스와 알렉산드로스
인간 본성에 대한 성찰을 제공하는 역사
작은 일에 집착하는 인간
귀족을 몰락시킨 대포
내셔널리즘 시대의 전쟁
공업화와 전쟁
경제사의 장점
좋았던 옛 시절?
도시의 승리
봉건제와 농촌의 승리
연방주의자 대 반연방주의자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
마르크스의 오류
내적 동기의 탐구
인간의 감정을 무시하는 사회학의 한계
개인의 역할
위대한 인물의 내면
선택과 가치판단
그리스의 철학과 종교
아우구스티누스와 플라톤
중세전성기의 교회
교회대분열
종교개혁
근대 이후의 가톨릭교회
조직과 개인
조직의 목적과 탈선
인물 평가의 어려움
지도자에 대한 견제의 중요성
세계국가의 가능성
규제와 자유
지성과 도덕성은 양립 가능하다
예외적 개인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엔 미래가 없다
정신의 시간적 영역을 확대해주는 역사
영속적인 것을 분별하는 안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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