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우리 인문학자의 눈으로 읽어낸 인류문명사 1만 년!
인류문명의 기원에서부터 21세기 후기자본주의 시대까지 문명사의 궤적을 한눈으로 꿰뚫다!
도서출판 길이 순수 국내 저자의 연구 성과물만을 엄선해 국내 학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자 기획 · 출간 중인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본격 학술서 시리즈 ‘인문정신의 탐구’의 열한 번째 책이다. 이번 책의 지은이는 경상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아도르노 연구자 김유동이다. 그는 이번 책에서 충적세, 즉 신생대 제4기의 마지막 시기인 약 1만 년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인류 문명사를 한눈에 조망하겠다는 야심 찬 시도를 감행하고 있다. 현대인의 삶이 펼쳐지는 ‘물과 공기’, 즉 모더니티라는 시공간이 궁극적인 관심대상이지만, 그것을 분석적 방법으로 파고들다 미로 속에서 길을 읽기보다는 다른 문명과의 대비 속에서, 나아가 ‘충적세 문명’ 전체 속에서 살펴보고자 한 것이 그 발단이었다. 지은이는 자신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소유와 지배’는 ‘문명’이 발생하면서 인간에게 얹혀진 업보요 원죄이지만, 모더니티의 문화구조가 생겨나 기 전에는 ‘자연’과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휴머니즘적 가치와 인문주의적 지성의 제도화가 동서양 어디 서나 ‘소유와 지배’라는 악(惡)의 해독제 역할을 했음을 확인한다. 그러나 모더니티의 문화구조 속에서 ‘자본 의 논리’가 득세하는 정도에 비례해 ‘하나로 엉킨 생명의 연대’를 해체하고, 산의 맥(脈)을 끊고 강의 흐름을 막으며 차별을 극대화하는, 생명에 기초한 ‘가치’와 ‘의미’ 일반의 몰락을 목격하게 된다. ‘인문학의 위기’는 삶과 세상의 위기가 드러나는 ‘징후’에 불과할 것이다. 이 글은 그런 ‘가치’와 ‘의미’ 내지 그 ‘무의미와 덧없 음’에 대한 ‘기억’이나마 기록하려는 끼적임이었다.
금융자본주의가 세계 민중 전체와 생명 전체를 향해 불칼을 휘두르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파국에 직면한 문명을 징후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지식인의 존재를 낡아빠진 것으로 폐기하고는 지식인을 전문가로 대체하려 하는 포스트모던한 현대세계는 모든 사유를 쓰레기장에 처박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 혼돈’에 직면해, 김유동은 혼돈 너머의 미래에 대해 막막함을 느낀다. 물론 재스민 혁명과 월가의 데모 등 그에 대한 변혁과 반동의 기운이 퍼져나가고는 있으나, 이 시대 지식인의 책무는 단순히 변혁적인 결론 자체에만 의탁해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사유를 다시 가동시키는 데 있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사유를 다시 가동시키기 위해 김유동은 발터 벤야민과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관점을 취한다.
헤겔이 인간중심주의적이고 서구중심주의적인 ‘완성’ 같은 것을 염두에 두면서 ‘자유가 확장되는 역사’ 같 은 것을 구상했다면, 그런 근대적 발상이 충분히 해체된 시대에, 위기의 징후들이 도처에서 터져나오는 시 대에 헤겔적 낙관주의는 발터 벤야민이나 테오도어 아도르노적인 “역사에 대한 비관적 전망”과 “구원의 관 점”으로 바뀌는 것이 필연이라고 본다. 벤야민의 ‘구원적 비평’의 관념이나 ‘역사철학 테제 9’ 또는 아도르 노가 [미니마 모랄리아]의 결론에서 말한 ‘구원의 관점’은 역사나 삶을 바라보는 나의 무의식을 지배할 것이다.
진보사관과 서구중심주의가 무너뜨린 문명의 잔해 위에서
전체를 위한 사유를 다시 가동시키려는 시도!
이러한 관점에서 지은이가 유용한 척도로 제시하는 것은 동양의 문화구조이다. 문명의 발생은 필연적으로 지배의 발생을 가져왔지만, 동양의 문화구조는 ‘지배’를 완화하면서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좀 덜 모순적이고 좀 더 상보적인 관계로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다. 진보사관이나 서구중심주의가 인류 문명을 파국으로 이끌었다면, 이제 그 잔해들 속에서 ‘전체’를 재구성하는 실험을 감행하는 데 있어 원시와 동양의 척도가 유의미할 수 있다.
‘소유와 지배’에 기초한 인위의 문명은 그 ‘타자’인 자연 또는 ‘원시문화’, 그리고 ‘동양의 문화’와의 대비 속에서 그 의미와 무의미(덧없음)을 찾을 수 있다. 인간과 뭇 생명들의 삶이 인위의 지배, 기술의 지배를 받게 되기까지, 이러한 세상을 만들어낸 서양의 문화구조는 무엇인가, 다른 문명은 어떠했는가라는 화두에서 출발하니, 동양과 인도가 진지한 관심대상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지은이의 의견에 따르면, 아시아 대륙은 유럽에 비해서는 좀더 자연과 조화된 문화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동양은 서양과는 다른 문화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중국이나 인도, 일본 등에서는 상업과 대도시가 일찍부터 상당히 번창했지만, 경제나 상업의 계기가 자립화하여 균형을 무너뜨리고 상업주의나 자본주의로 치닫는 것을 ?제하는 문화구조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동양은 가파른 역사의 궤도를 달려온 서양문명과의 근본적인 ‘차이’를 자각하면서 서양에 대한 비판적 ‘척도’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지은이의 견해이다.
부분적 현상들을 통해 전체를 예감하며
‘징후를 읽어내는’ 비교문화구조학적 성찰!
그러나 지은이는 그저 동양과 서양을 양손에 쥐고 이 둘 사이의 차이와 우열을 도식적으로 도출해내지는 않는다. 그러한 도식적이고 단순한 비교 · 대조는 파편화된 두 조각을 억지로 엮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원시와 동양의 척도로 문명사를 재구성하기 위해 이 책은 ‘비교문화구조학’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전체’는 하나로 얽혀 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느끼면서도 파편화된 학문적 인식으로는 ‘전체의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인식의 초조’는, ‘문화’나 ‘문화구조’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다. 이러한 초조는 포스트구조주 의적인 ‘현실 해체’나 문학 · 예술에서 나타나는 ‘재현의 위기’에 의해 더욱 가중된다. … ‘문화’는 개개 현상 들이 일어나는 분위기나 구조, ‘지층’으로서, 상대적 독립성을 갖는 ‘부분으로서의 전체’이다. … ‘비교문화구 조학’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구상하게 된 이유는 기존 학문들에 대한 아쉬움이다. 전체는 하나로 엉켜 있는데 도 불구하고 기존학문은 대체로 조각그림들만을 보여주며, 그나마 대개 부분을 전체로 착각하는 부분성의 오 류나 전문주의의 왜곡에 빠진다.
다만 ‘문화’라는 용어가 ‘자본의 논리’에 포획당하게 되면서 이 책에서는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부분으로서의 전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문화’를 ‘문화구조’라는 용어로 대체한다.
이 책에서 시도하는 ‘문화구조 연구’는 ‘징후읽기’이다. 전체나 문화구조는 개념을 통해 규정할 수도 재현을 통해 그려낼 수도 없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있는 ‘부분적 현상들’을 전체가 발현되는 ‘징후’로 여기고는, 이 징후들을 해석함으로써 ‘전체’를 예감해보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도 김유동의 이 책은 벤야민이나 아도르노의 저작들과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징후읽기는, ‘연결된 전체’에 대한 예감 없이 ‘부분들’이나 ‘사실들’을 헤집고 다니면서 ‘분석’하는 행위와는 구별된다. 자신의 문화를 떠나 다른 문화 속으로 들어가 낯선 행태나 풍경을 만나게 될 때, 그것 을 ’다른 관습, 다른 문화‘의 징후로 받아들이면서, ’낯선 문화 전체‘에 대해 상상을 하게 된다. … 문화에 대한 연구는 어떤 문화구조 속으로 ’들어가‘ 현상들을 전체의 징후로서 해석하는 과정이면서, 또한 ’밖으로 나와‘ 다른 문화구조들과 비교하고, 문화구조들 간의 상호작용과 연결성을 상상하는 작업이다.
동서고금과 분과학문의 경계을 넘나드는 방대한 전거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노력
‘전체’에 대한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보고자 했던 지은이는 필연적으로 분과학문들의 주요 업적들과 함께 동서양의 신화 · 경전 · 고전들을 뒤적이게 되었다. 총 10개의 장(章)과 장 사이의 간주곡들을 통해 오시리스 신화, [반야심경], [길가메시 서사시],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괴테의 [파우스트], 헤벨과 발자크, 헤세의 [황야의 이리],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카프카의 「법 앞에서」까지 동서고금의 텍스트들을 두루 훑는다. ‘동서고금’ 운운은 흔히들 하는 말이지만, 말만 동서고금이지 동과 서, 고와 금이 따로 노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이 책의 지은이는 각각의 텍스트가 그것이 쓰였던 문화구조 내에서 그리고 나아가 ‘충적세 문명’에서 어떤 함의를 가지는가를 살핀다.
이로써 화석화되었던 텍스트들이 생명력을 부여받으며, 오늘의 사유에 유의미한 기여를 한다. 지은이 김유동의 말마따나, 이제 살아난 텍스트들이 징후로써 전체인 문화구조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렇게 각 문화구조들의 풍경과 그것들이 생산한 텍스트들을 통해 전방위에서 징후를 읽어내려는 시도는, 그 어떤 고정관념이나 편견에도 치우치지 않는 ‘전체’에 대한 관조적 태도를 유지할 때 가능할 수 있다. 그리고 지은이는 이러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대안이나 전망을 내놓지 않으면서 ‘전체’를 그저 관조하고 문명을 ‘구원적 비평’의 대상으로 삼는 이 책은 그래서 일견 구름을 잡으려 할 때처럼 손에 확연히 잡히지는 않는다. 지은이의 말대로 이 책은 “구름이 흘러가면서 이런저런 모양이 만들어졌다 흩어지듯, 물거품처럼 흩어질 계기와 징후를 가지고 이런저런 방식으로 ‘별자리’들을 만들어보는” 사유의 놀이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김유동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베를린 자유대학과, 프레드릭 제임슨(Fredric Jameson)의 초청으로 미국 듀크 대학에서 연구한 바 있다. 현재 경상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아도르노 사상』(문예출판사, 1993), 『아도르노와 현대사상』(문학과지성사, 1997)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미니마 모랄리아』(도서출판 길, 2005), 『계몽의 변증법』(문학과지성사, 2001), 『아도르노』 (한길사, 1997), 『후기 마르크스주의』(한길사, 2000)가 있다. 그 밖에 "포스트모더니즘, 아도르노, 제임슨", "세계화의 재앙과 인문학의 위기" 등의 논문을 썼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
서론: 비교문화구조학을 위하여
제1장 원시인간의 문화구조
간주곡 1: 카시 파괴의 전설
제2장 문명의 발생
1. 초(超)고대문명에 대한 의문
2. 문명과 문화구조들의 발생
제3장 인도의 문화구조
간주곡 2: 반야심경
간주곡 3: 노자의 『도덕경』
제4장 동양의 문화구조
간주곡 4: 이집트의 오시리스 신화
간주곡 5: 『길가메시 서사시』
제5장 중동과 유대인의 문화구조
간주곡 6: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제6장 서양 고대의 문화구조
제7장 서양 중세의 문화구조
간주곡 7: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간주곡 8: 괴테의 『파우스트』
제8장 서양 근대의 문화구조
간주곡 9: 헤벨의 「뜻밖의 재회」와 발자크
제9장 현대의 문화구조 1―파국으로 가는 길
간주곡 10: 헤세의 『황야의 이리』
제10장 현대의 문화구조 2―후기 자본주의
간주곡 11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에필로그: 간주곡 12; 카프카의 「법 앞에서」
주(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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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인문학자의 눈으로 읽어낸 인류문명사 1만 년!
인류문명의 기원에서부터 21세기 후기자본주의 시대까지 문명사의 궤적을 한눈으로 꿰뚫다!
도서출판 길이 순수 국내 저자의 연구 성과물만을 엄선해 국내 학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자 기획 · 출간 중인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본격 학술서 시리즈 ‘인문정신의 탐구’의 열한 번째 책이다. 이번 책의 지은이는 경상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아도르노 연구자 김유동이다. 그는 이번 책에서 충적세, 즉 신생대 제4기의 마지막 시기인 약 1만 년 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인류 문명사를 한눈에 조망하겠다는 야심 찬 시도를 감행하고 있다. 현대인의 삶이 펼쳐지는 ‘물과 공기’, 즉 모더니티라는 시공간이 궁극적인 관심대상이지만, 그것을 분석적 방법으로 파고들다 미로 속에서 길을 읽기보다는 다른 문명과의 대비 속에서, 나아가 ‘충적세 문명’ 전체 속에서 살펴보고자 한 것이 그 발단이었다. 지은이는 자신이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다음과 같이 밝힌다.
‘소유와 지배’는 ‘문명’이 발생하면서 인간에게 얹혀진 업보요 원죄이지만, 모더니티의 문화구조가 생겨나 기 전에는 ‘자연’과 자연을 거스르지 않으려는 휴머니즘적 가치와 인문주의적 지성의 제도화가 동서양 어디 서나 ‘소유와 지배’라는 악(惡)의 해독제 역할을 했음을 확인한다. 그러나 모더니티의 문화구조 속에서 ‘자본 의 논리’가 득세하는 정도에 비례해 ‘하나로 엉킨 생명의 연대’를 해체하고, 산의 맥(脈)을 끊고 강의 흐름을 막으며 차별을 극대화하는, 생명에 기초한 ‘가치’와 ‘의미’ 일반의 몰락을 목격하게 된다. ‘인문학의 위기’는 삶과 세상의 위기가 드러나는 ‘징후’에 불과할 것이다. 이 글은 그런 ‘가치’와 ‘의미’ 내지 그 ‘무의미와 덧없 음’에 대한 ‘기억’이나마 기록하려는 끼적임이었다.
금융자본주의가 세계 민중 전체와 생명 전체를 향해 불칼을 휘두르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파국에 직면한 문명을 징후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또한 지식인의 존재를 낡아빠진 것으로 폐기하고는 지식인을 전문가로 대체하려 하는 포스트모던한 현대세계는 모든 사유를 쓰레기장에 처박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 혼돈’에 직면해, 김유동은 혼돈 너머의 미래에 대해 막막함을 느낀다. 물론 재스민 혁명과 월가의 데모 등 그에 대한 변혁과 반동의 기운이 퍼져나가고는 있으나, 이 시대 지식인의 책무는 단순히 변혁적인 결론 자체에만 의탁해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기보다는 사유를 다시 가동시키는 데 있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사유를 다시 가동시키기 위해 김유동은 발터 벤야민과 테오도어 아도르노의 관점을 취한다.
헤겔이 인간중심주의적이고 서구중심주의적인 ‘완성’ 같은 것을 염두에 두면서 ‘자유가 확장되는 역사’ 같 은 것을 구상했다면, 그런 근대적 발상이 충분히 해체된 시대에, 위기의 징후들이 도처에서 터져나오는 시 대에 헤겔적 낙관주의는 발터 벤야민이나 테오도어 아도르노적인 “역사에 대한 비관적 전망”과 “구원의 관 점”으로 바뀌는 것이 필연이라고 본다. 벤야민의 ‘구원적 비평’의 관념이나 ‘역사철학 테제 9’ 또는 아도르 노가 [미니마 모랄리아]의 결론에서 말한 ‘구원의 관점’은 역사나 삶을 바라보는 나의 무의식을 지배할 것이다.
진보사관과 서구중심주의가 무너뜨린 문명의 잔해 위에서
전체를 위한 사유를 다시 가동시키려는 시도!
이러한 관점에서 지은이가 유용한 척도로 제시하는 것은 동양의 문화구조이다. 문명의 발생은 필연적으로 지배의 발생을 가져왔지만, 동양의 문화구조는 ‘지배’를 완화하면서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를 좀 덜 모순적이고 좀 더 상보적인 관계로 만들었다고 보는 것이다. 진보사관이나 서구중심주의가 인류 문명을 파국으로 이끌었다면, 이제 그 잔해들 속에서 ‘전체’를 재구성하는 실험을 감행하는 데 있어 원시와 동양의 척도가 유의미할 수 있다.
‘소유와 지배’에 기초한 인위의 문명은 그 ‘타자’인 자연 또는 ‘원시문화’, 그리고 ‘동양의 문화’와의 대비 속에서 그 의미와 무의미(덧없음)을 찾을 수 있다. 인간과 뭇 생명들의 삶이 인위의 지배, 기술의 지배를 받게 되기까지, 이러한 세상을 만들어낸 서양의 문화구조는 무엇인가, 다른 문명은 어떠했는가라는 화두에서 출발하니, 동양과 인도가 진지한 관심대상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지은이의 의견에 따르면, 아시아 대륙은 유럽에 비해서는 좀더 자연과 조화된 문화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동양은 서양과는 다른 문화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인데, 중국이나 인도, 일본 등에서는 상업과 대도시가 일찍부터 상당히 번창했지만, 경제나 상업의 계기가 자립화하여 균형을 무너뜨리고 상업주의나 자본주의로 치닫는 것을 ?제하는 문화구조가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기에 동양은 가파른 역사의 궤도를 달려온 서양문명과의 근본적인 ‘차이’를 자각하면서 서양에 대한 비판적 ‘척도’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지은이의 견해이다.
부분적 현상들을 통해 전체를 예감하며
‘징후를 읽어내는’ 비교문화구조학적 성찰!
그러나 지은이는 그저 동양과 서양을 양손에 쥐고 이 둘 사이의 차이와 우열을 도식적으로 도출해내지는 않는다. 그러한 도식적이고 단순한 비교 · 대조는 파편화된 두 조각을 억지로 엮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원시와 동양의 척도로 문명사를 재구성하기 위해 이 책은 ‘비교문화구조학’이라는 방법을 사용한다.
‘전체’는 하나로 얽혀 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느끼면서도 파편화된 학문적 인식으로는 ‘전체의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 ‘인식의 초조’는, ‘문화’나 ‘문화구조’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킨다. 이러한 초조는 포스트구조주 의적인 ‘현실 해체’나 문학 · 예술에서 나타나는 ‘재현의 위기’에 의해 더욱 가중된다. … ‘문화’는 개개 현상 들이 일어나는 분위기나 구조, ‘지층’으로서, 상대적 독립성을 갖는 ‘부분으로서의 전체’이다. … ‘비교문화구 조학’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구상하게 된 이유는 기존 학문들에 대한 아쉬움이다. 전체는 하나로 엉켜 있는데 도 불구하고 기존학문은 대체로 조각그림들만을 보여주며, 그나마 대개 부분을 전체로 착각하는 부분성의 오 류나 전문주의의 왜곡에 빠진다.
다만 ‘문화’라는 용어가 ‘자본의 논리’에 포획당하게 되면서 이 책에서는 ‘상대적으로 독립적인 부분으로서의 전체’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문화’를 ‘문화구조’라는 용어로 대체한다.
이 책에서 시도하는 ‘문화구조 연구’는 ‘징후읽기’이다. 전체나 문화구조는 개념을 통해 규정할 수도 재현을 통해 그려낼 수도 없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보고 느낄 수 있는 ‘부분적 현상들’을 전체가 발현되는 ‘징후’로 여기고는, 이 징후들을 해석함으로써 ‘전체’를 예감해보려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도 김유동의 이 책은 벤야민이나 아도르노의 저작들과 일맥상통한다.
이러한 징후읽기는, ‘연결된 전체’에 대한 예감 없이 ‘부분들’이나 ‘사실들’을 헤집고 다니면서 ‘분석’하는 행위와는 구별된다. 자신의 문화를 떠나 다른 문화 속으로 들어가 낯선 행태나 풍경을 만나게 될 때, 그것 을 ’다른 관습, 다른 문화‘의 징후로 받아들이면서, ’낯선 문화 전체‘에 대해 상상을 하게 된다. … 문화에 대한 연구는 어떤 문화구조 속으로 ’들어가‘ 현상들을 전체의 징후로서 해석하는 과정이면서, 또한 ’밖으로 나와‘ 다른 문화구조들과 비교하고, 문화구조들 간의 상호작용과 연결성을 상상하는 작업이다.
동서고금과 분과학문의 경계을 넘나드는 방대한 전거
고정관념이나 편견에 치우치지 않으려는 노력
‘전체’에 대한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보고자 했던 지은이는 필연적으로 분과학문들의 주요 업적들과 함께 동서양의 신화 · 경전 · 고전들을 뒤적이게 되었다. 총 10개의 장(章)과 장 사이의 간주곡들을 통해 오시리스 신화, [반야심경], [길가메시 서사시],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괴테의 [파우스트], 헤벨과 발자크, 헤세의 [황야의 이리],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카프카의 「법 앞에서」까지 동서고금의 텍스트들을 두루 훑는다. ‘동서고금’ 운운은 흔히들 하는 말이지만, 말만 동서고금이지 동과 서, 고와 금이 따로 노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이 책의 지은이는 각각의 텍스트가 그것이 쓰였던 문화구조 내에서 그리고 나아가 ‘충적세 문명’에서 어떤 함의를 가지는가를 살핀다.
이로써 화석화되었던 텍스트들이 생명력을 부여받으며, 오늘의 사유에 유의미한 기여를 한다. 지은이 김유동의 말마따나, 이제 살아난 텍스트들이 징후로써 전체인 문화구조를 드러내는 것이다. 이렇게 각 문화구조들의 풍경과 그것들이 생산한 텍스트들을 통해 전방위에서 징후를 읽어내려는 시도는, 그 어떤 고정관념이나 편견에도 치우치지 않는 ‘전체’에 대한 관조적 태도를 유지할 때 가능할 수 있다. 그리고 지은이는 이러한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대안이나 전망을 내놓지 않으면서 ‘전체’를 그저 관조하고 문명을 ‘구원적 비평’의 대상으로 삼는 이 책은 그래서 일견 구름을 잡으려 할 때처럼 손에 확연히 잡히지는 않는다. 지은이의 말대로 이 책은 “구름이 흘러가면서 이런저런 모양이 만들어졌다 흩어지듯, 물거품처럼 흩어질 계기와 징후를 가지고 이런저런 방식으로 ‘별자리’들을 만들어보는” 사유의 놀이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 작가 소개
저자 : 김유동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베를린 자유대학과, 프레드릭 제임슨(Fredric Jameson)의 초청으로 미국 듀크 대학에서 연구한 바 있다. 현재 경상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아도르노 사상』(문예출판사, 1993), 『아도르노와 현대사상』(문학과지성사, 1997)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미니마 모랄리아』(도서출판 길, 2005), 『계몽의 변증법』(문학과지성사, 2001), 『아도르노』 (한길사, 1997), 『후기 마르크스주의』(한길사, 2000)가 있다. 그 밖에 "포스트모더니즘, 아도르노, 제임슨", "세계화의 재앙과 인문학의 위기" 등의 논문을 썼다.
▣ 주요 목차
프롤로그
서론: 비교문화구조학을 위하여
제1장 원시인간의 문화구조
간주곡 1: 카시 파괴의 전설
제2장 문명의 발생
1. 초(超)고대문명에 대한 의문
2. 문명과 문화구조들의 발생
제3장 인도의 문화구조
간주곡 2: 반야심경
간주곡 3: 노자의 『도덕경』
제4장 동양의 문화구조
간주곡 4: 이집트의 오시리스 신화
간주곡 5: 『길가메시 서사시』
제5장 중동과 유대인의 문화구조
간주곡 6: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제6장 서양 고대의 문화구조
제7장 서양 중세의 문화구조
간주곡 7: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간주곡 8: 괴테의 『파우스트』
제8장 서양 근대의 문화구조
간주곡 9: 헤벨의 「뜻밖의 재회」와 발자크
제9장 현대의 문화구조 1―파국으로 가는 길
간주곡 10: 헤세의 『황야의 이리』
제10장 현대의 문화구조 2―후기 자본주의
간주곡 11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
에필로그: 간주곡 12; 카프카의 「법 앞에서」
주(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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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제수단 | 환불시점 | 환불방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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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 | 취소완료 후, 3~5일 내 카드사 승인취소(영업일 기준) | 신용카드 승인취소 |
계좌이체 |
실시간 계좌이체 또는 무통장입금 취소완료 후, 입력하신 환불계좌로 1~2일 내 환불금액 입금(영업일 기준) |
계좌입금 |
휴대폰 결제 |
당일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6시간 이내 승인취소 전월 구매내역 취소시 취소 완료 후, 1~2일 내 환불계좌로 입금(영업일 기준) |
당일취소 : 휴대폰 결제 승인취소 익월취소 : 계좌입금 |
포인트 | 취소 완료 후, 당일 포인트 적립 | 환불 포인트 적립 |
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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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상품의 시리얼 넘버 유출로 내장된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감소한 경우 | |
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