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으로 역사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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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한국서양사학회
출판사항푸른역사, 발행일:2011/11/15
형태사항p.403 국판:22
매장위치사회과학부(B1) , 재고문의 : 051-816-9500
ISBN9788994079578 [소득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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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 출판사서평

몸에서 역사를 보다

몸이란
몸짱, S라인, 베이글녀에서 식스팩, 꿀벅지, 방부제 피부까지. 어여쁜 몸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각오를 보이는 세태의 반영일까. 갖가지 몸 관련 신조어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런 때문인지 튀어나온 배는 자기관리의 실패를 보여주는 전형적 증거라며 너도나도 헬스장 런닝 머신 위에서 땀을 흘린다. 예쁘고 잘생기면 급여가 10% 높다는 연구까지 등장, ‘얼굴값’의 중요도를 높인다. 그야말로 아름다운 몸 가꾸기 열풍이다.
그러나 몸은 그리 간단한 ‘존재’가 아니다. 겉으로 보이는 외모로 협소화되기에는 몸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인간의 면모들이 너무나 많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생물학적 유기체이자 사회경제적 역할을 책임지는 담당자다. 개인의 몸은 문화의 결을 반영하면서도 환경의 변화에 따라 변모한다. 몸은 개인과 사회를 연결하는 매개체이며 생식과 노동과 소비와 지배의 대상이다. 특히 권력은 아득한 옛날부터 개인이나 집단 차원에서 몸을 가시적으로 또는 비가시적으로 통제해 자신의 존립기반을 강화해왔다. 성과 인종, 계급 사이의 차별은 현실에서는 몸에 규제와 폭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그리고 그러한 억압에 대한 해방운동도 그 몸을 속박하는 규제와 폭력에 저항하는 형태로 표출된다. 요컨대 몸은 인간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거울이다.

몸과 생명을 바라보는 서양의 지적 발자취
한국서양사학회는 몸의 이 같은 중요성을 고려, 제13회 전국학술대회에서 “서양에서 몸과 생명의 정치”라는 주제로 여러 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함께 논의했다. 《몸으로 역사를 읽다-몸과 생명정치로 본 서양사》는 이 학술대회 발표문을 재편집하여 몸에 대한 서양의 지적 발자취를 살핀다. 서양에서 몸은 군사, 정치, 경제, 문화의 맥락에서 훈육과 생명정치biopolitics의 초점이 되어 왔다. 고대에는 건강하고 아름다운 신체가 ‘건전한 정신’을 반영하는 것으로 여겨져 숭배의 대상이 되었다. 반면, 중세 시대에는 몸의 욕망을 죄악으로 여겼고 그러한 유산은 청교도적 도덕을 강조한 근대 부르주아 사회에서도 여전히 공고하게 남아 있었다. 근대 이후 자본주의는 노동 통제의 일환으로 스포츠를 비롯한 유희와 여가의 긍정적 가치를 높였다. 또한 국가는 학교, 군대, 감옥 같은 다양한 제도와 기관을 통해 몸을 관리하고 감시함으로써 효율적으로 권력을 굳힐 수 있었다. 이와 함께 몸을 둘러싼 근대 과학의 연구들은 19세기 후반 제국주의에 봉사하는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다.
이 책은 몸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지나치게 편향되어 몸에 대한 다양한 이해를 스스로 막고 있는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에 경종을 울린다. 몸의 역사에 관한 이론과 방법,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몸과 권력, 몸을 둘러싼 담론 등 몸에 대한 다양한 주제 탐색을 통해 몸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 단초를 제공한다. 때로는 숭배의 대상으로 받들어지다가, 때로는 죄악의 근원으로 몰려 경시되던 몸에 대한 총체적 이해의 디딤돌을 놓는다.

몸에 대한 서양의 지적 계보학

19세기 말~20세기 초 프랑스, 영국, 러시아
첫 장 〈미셸 푸코와 몸의 역사〉는 몸과 생명정치에 관한 푸코의 연구를 개괄해 소개한다. 푸코는 몸이 사회·문화적으로 형성된다는 인식 아래 권력이 개인을 역사 속의 주체로 생산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이 때문에 그는 권력에 순응하기보다 그것에 저항하는 자율적 주체의 성장을 외면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 글은 푸코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몇몇 시도, 특히 주디스 버틀러의 ‘퍼포먼스’ 전략을 상세하게 소개한다.
2장 〈모아진 몸〉은 프랑스 제3공화정기의 인구 감소 논쟁을 탐색한다. 사실 근대국가는 개인의 몸에 대한 훈육과 규율을 통해 각 개인을 자율적인 주체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인구 또는 국민이라고 하는 집합적인 개념에 대해 국가는 어떤 방식으로, 또 어떤 과정으로 권력을 행사했는가. 이 글에서 필자는 통치성 개념을 먼저 면밀하게 분석한 다음, 인구 감소 논쟁의 이면에 깃들어 있는 국가 권력의 의도를 끄집어낸다. 당시 국가 권력은 인구의 질과 양 모두를 유지하고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주권과 훈육 못지않게 통치성 개념이 현대국가를 형성하는 중요한 삼각축의 하나였던 것이다.
3장 〈‘여자다운 몸’과 정치적 평등〉은 여성의 몸이 남성과 다르게 길들여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특히 19세기 말 20세기 초 영국의 여성참정권운동을 중심으로 여성의 신체 이미지를 둘러싼 논란을 소개한다. 필자는 당대의 만평, 포스터, 사진 등 풍부한 시각자료를 통해 참정권운동가들의 역설적인 행태를 조명한다. 즉 그들은 자신의 참정권 요구를 정당화하기 위해 오히려 날씬한 몸매로 표현되슴 빅토리아 시대의 여성 훈육의 이미지를 활용했다는 것이다. 1920년대 참정권운동이 과격하게 변했을 때에도 국가 권력에 강제로 침탈당하는 연약한 여성의 몸을 강조함으로써 오히려 남녀평등권을 확대하라는 압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어서 4장 〈범죄인가 권리인가〉는 제정 러시아에서 벌어진 낙태 논쟁을 다시 조명한다. 차르 정부는 전통적으로 결혼, 가족생활, 성적 일탈에 이르기까지 여성과 관련된 모든 문제를 통제했다. 1차 러시아 혁명 이후 의사, 변호사를 비롯한 전문직 종사자를 중심으로 그러한 규제를 둘러싸고 열띤 논란이 전개되었는데, 낙태 문제도 그 중심 문제의 하나였다. 논쟁에 참여한 사람들은 개인의 자율성, 남녀평등, 법의 규칙 등 근대적 개념을 도입해 결혼, 매매춘, 낙태 등의 문제에 관심을 나타냈다. 필자에 따르면, 이러한 논쟁은 기존 정치질서에 대한 비판임과 동시에 새롭고 더 나은 정치질서를 위한 청사진이기도 했다.

고대 로마 그리고 중세 교회
지금까지 주로 19세기 말~20세기 초 프랑스, 영국, 러시아의 사례를 연구 대상으로 삼은 이전 글들과 달리, 5장과 6장은 서양의 먼 과거로 여행을 떠난다. 5장 〈고대 로마의 몸과 권력〉은 로마 건국기의 여성 루크레티아 살해 사건을 다룬다. 리비우스의 기록에 남아 있는 이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필자는 성폭행을 당한 후 자살의 길을 택한 루크레티아 사건을 다시 구성한 다음, 여성에 대한 영향력이 바로 남성의 권력 이미지와 밀접하게 관련되었다는 결론을 내린다.
6장 〈중세 말 육체와 성에 대한 교회의 이념과 규율 메커니즘〉은 중세 교회가 몸과 성에 관한 가르침과 규율을 통해 세속인들의 종교적 순종을 확보한 방식을 추적한다. 교회는 고해성사에서 성에 관한 문제를 다루는 한편, 육체에 대한 사후세계의 처벌을 강조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사람들의 일상생활에까지 교회 권력을 행사했다. 교회는 신자들의 육신과 성을 단순하게 억압하기보다는 오히려 신자 스스로 자신의 행동과 양심을 검증하고 관리하는 방식으로 권력의 지배를 굳혔다.

근대 이후 서유럽 사회
뒷부분의 4개 장은 다시 근대 이후 서유럽 사회의 사례를 다룬다. 7장 〈성性 만드는 사람들〉은 최초로 성과학연구소를 설립한, 그 자신이 동성애자였던 히르쉬펠트의 생애와 활동을 추적한다. 그는 동성애자의 해방을 위해 싸웠던 선구자였지만, 나치 집권 후 극심한 탄압에 시달렸다. 이 글은 동성애에 대한 그의 주장을 모더니즘과 관련해 어떤 맥락에서 이해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탐색한다.
8장 〈18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사형제도 비판론의 전개(1760~1795)〉는 계몽사상가 중에서도 특히 볼테르의 사형제도 비판을 살핀다. 볼테르는 관용론에서 특히 몸 자체에 대한 관용을 주장했다. 그는 몸을 인간 정신과 거의 대등한 수준에서 변호하고자 했다. 그는 물질의 본래성을 중시하면서 정신과 물질과 몸 자체를 등식화하는 사유를 발전시켰다. 그의 사형제도 비판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9장 〈전간기 영국의 남성성 담론의 재구성과 파시즘〉은 1차 세계대전 후 부상당한 제대군인들의 남성성을 역사의 전면에 내세워 몸의 문제를 검토한다. 살아서 돌아온 군인들은 대부분 정신적, 육체적 손상을 입은 피해자들이었다. 이들은 목에 걸린 가시와 같은 존재다. 그들의 존재는 대다수 사람들이 빨리 잊고 싶은 불편한 기억을 끊임없이 되살려주는 표상이기 때문이다. 이 글은 망각을 향한 집단적 욕구와 부상당한 몸의 상호관계와 갈등에 초점을 맞춘다.
마지막으로 10장 〈나치 집단수용소와 생명정치〉는 나치 집단수용소를 중심으로 생명과 권력의 관계, 생명 권력의 메커니즘과 그것이 수감자들의 삶에 미친 영향을 성찰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몸을 통해 본 서양사 그리고 생명정치

미셸 푸코는 일찍이 감옥과 임상의학에 관한 계보학적 연구들에서 생명과 권력 또는 몸과 정치의 문제를 탐색한 바 있다. 그의 선구적인 작업 이래 지난 한 세대에 걸쳐 몸의 역사를 둘러싼 인문학적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졌으며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연구 성과물이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몸과 생명 인식에 관한 서양의 지적 계보학을 추적하고 이런 인식이 구체적인 역사의 장에서 어떻게 발현되었는가라는 문제를 구체적으로 살피려는 노력은 별로 없었다. 이 책은 서양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또 유럽 근대 여러 나라의 사례를 검토해 지금까지 축적된 이 분야의 학문적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새로운 연구의 디딤돌로 삼으려는 기획 의도가 깃들어 있다.
이 책은 성, 낙태, 동성애, 몸의 손상, 사형제도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시간상으로도 고대에서 현대까지 넓게 걸쳐져 있다. 그뿐만 아니라 다분히 계몽적인 성격의 글에서 매우 경험적이고 실증적인 글까지 포함한다. 개별 글 모두가 제각기 자기 완결적이어서 ? 장들 사이의 유기적인 연결도 부족하다. 그러나 이런 한계가 있음에도 이 책은 몸과 생명 그리고 권력 문제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중요한 시발점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문제 제기 성격이 강하긴 하지만 이 책이 계기가 되어 앞으로 우리 인문학 및 사회과학 분야에서 좀 더 심층적이면서도 인식의 지평을 확대할 수 있는 연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

▣ 작가 소개

고 원 :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
오경환 : 성신여자대학교 사학과 교수
이남희 : 서울대학교 여성연구소 책임연구원
기계형 :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 HK연구교수
최혜영 : 전남대학교 사학과 교수
유희수 : 고려대학교 사학과 교수
김학이 : 동아대학교 사학과 교수
장세룡 : 부산대학교 한국민족문화연구소 HK교수
염운옥 :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 연구교수
김용우 : 한국교원대학교 강사

▣ 주요 목차

머리말: 몸, 생명, 그리고 권력|이영석

1장 미셸 푸코와 몸의 역사|고원
왜 푸코일까?|푸코의 난점들|권력과 몸의 정치학|푸코와 마르크스|권력과 저항|푸코 이후의 푸코

2장 모아진 몸|오경환
개인, 인구, 통치|프랑스 제3공화국의 인구 감소 논쟁|개인, 인구, 통치성: 푸코의 점층적 분석과 그에 대한 비판|이중체로서의 개인|이중적으로 추상화된 인구|몸과 인구의 통치성|나가며

3장‘여자다운 몸’과 정치적 평등|이남희
근대 미시권력과 여성의 몸|19세기 산업화 이후 중간계급 여성의 훈육|‘신여성’, ‘억센여성’, ‘참정권운동가’|참정권운동 진영의 대응-순응 또는 전복?

4장 범죄인가 권리인가|기계형
낙태 논쟁, 범죄인가 권리인가|정교회 및 국가와 낙태|여성들과 낙태|의사들 및 법률가들과 낙태|나오는 글

5장 고대 로마의 몸과 권력|최혜영
들어가는 말|루크레티아 성폭행 사건: 상이한 여성상의 존재|여성의 몸과 권력 이미지, 지배 담론-리비우스의 루크레티아를 중심으로|나가는 말

6장 중세 말 육체와 성에 대한 교회의 이념과 규율 메커니즘|유희수
육체적 욕망과 교회 권력|육체와 성에 대한 교회의 이념|고해성사에서의 성 규율 방식|지옥에서의 처벌 구조|규율 메커니즘과 재기독교화

7장 성性만드는 사람들|김학이
“성性의 아인슈타인”|타인과 다른 이들|남과 여 사이|자연과 트랜스|성, 민주주의, 파시즘| 맺음말

8장 18세기 후반 프랑스에서 사형제도 비판론의 전개(1760~1795)|장세룡
사형제도와 생명정치|볼테르와 몸의 톨레랑스|루소와 디드로의 사회계약론적 비판|베카리아의 공리주의적 비판|혁명가들의 사형제도 폐지 논쟁|내리지 못한 결론

9장 전간기 영국의 남성성 담론의 재구성과 파시즘|염운옥
살아 돌아온 병사들|‘거세’된 남성?|보훈과 복지|우생학과 인구 재생산의 위기감|파시즘의 남성성 담론|강한 남성의 회복?

10장 나치 집단수용소와 생명정치|김용우
‘수용소의 세기’와 생명정치|“영원한 바벨탑”|무엇을 위한 폭력인가|생명정치와 나치 수용소|생명정치와 수용소의 ‘초국적transnational’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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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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