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조선의 여성들, 역사의 눈으로 다시 만나다
- 여성 인물을 통해 만나는 조선 사회
『조선의 여성, 역사를 말하다』는 조선 시대를 살았던 25인의 여성과 무명의 여성들에 대한 해석이다. 어우동, 장녹수, 혜경궁 홍씨, 허난설헌, 황진이 등 이미 잘 알려진 여성이 있는가 하면 신태영, 신천 강씨, 이숙희, 남평 조씨, 계월향, 한계 등 아마도 첫 대면에 가까운 낯선 여성이 더 많다. 공적(公的) 공간에서 아웃사이더였으나 가족의 중심에 서 있던 여성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방식으로 삶을 꾸려 나갔을까? 저자가 시종 고민을 놓지 않은 지향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저 여성 인물을 소개하는 작업이 아니라 여성 인물을 통해 조선 시대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어떻게 다르게 읽을 수 있는지의 고심이었고, 다른 하나는 조선 시대의 여성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스펙트럼을 여는 것이었다.
왜 조선은 정절을 요구하면서도 첩에 대해 관대했는지, 학문하는 여성들의 계보는 어떻게 이어졌는지, 왕실 여성들의 야망과 희망이 어떻게 굴절되는지, 계월향이 분단국 대한민국에서 왜 잊힌 존재가 되는지, 길쌈보다 공부를 좋아한 이숙희가 왜 열녀의 길을 걷고자 했는지……. 각종 기록을 토대로 하여 기록 외적(記錄外的) 사실을 밝히는 저자의 질문을 따라가 보면 그동안 간과했던 역사상을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여성들의 안과 밖, 그 천의 개성을 읽는다”
- 논란의 중심에 선 여성들을 통해 만난 조선
이 책은 여성 인물을 통해 만나는 조선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이다. 여성들은 조선 사회에서 심장부를 차지한 존재가 아니라 지엽적인 말단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여성 인물이라는 프리즘을 이용해 조선 사회를 바라보는 작업은 비주류의 시선으로 역사를 이해하는 일이며, 결과적으로 기존에 간과해온 역사의 또 다른 진실을 탐구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저자는 여성 인물의 활약상보다는 여성들이 처한 시대적 환경을 설명하고 해석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였다.
1480년(성종 11) 10월, 어우동은 수많은 논의 끝에 목매달아 죽이는 형벌인 교형에 처해졌다. 법대로라면 유배형으로 끝날 수 있었는데 사형이란 과도한 법집행은 한 개인의 비도덕성보다는 조선 왕조의 사회적 진로와 지향점 속에서 결정되었다. 이 책에서는 어우동의 스캔들 자체보다는 어우동 사건이 터지고 난 후 위정자들이 어우동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을 통해 조선이 어떤 지향성을 추구한 국가였는지 말하고 있다. 숙종 대에 생존했던 신태영도 마찬가지다. 남편으로부터 이혼 소송을 당한 이후에 본인은 유배되고 남편도 이혼에 실패하는 일련의 과정을 검토하면서 왜 조선은 이혼을 엄격히 금하면서 첩에 대해서 관대했는지 질문을 던진다. 허난설헌의 남편 김성립은 정말로 허난설헌에게 기우는 짝이었는지, 혹시 허균이 누나 난설헌을 애도하면서 생산해낸 자료들을 맹신한 결과는 아닌가를 저자가 재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선시대 여성들을 둘러싼 사건이나 소동이 비록 ‘작은 역사’이지만 일상의 물결을 넘나들면서 여성의 시선에서 그 안과 밖을 조명해 보면 조선시대의 또 다른 단면을 만나게 된다.
- ‘작은 역사’의 중심에 서 있던 여성들
신태영, 신천 강씨, 원이 엄마, 계월향, 한계 등의 공통점은 개인의 삶에 대해 알려주는 자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개인 자료는 전혀 없고 『숙종실록』『추관지』등 역사자료에 기록된 논란에만 등장하는 신태영, 만약 묘지에서 편지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그 존재조차 몰랐을 신천 강씨와 원이 엄마, 『연려실기술』에 행적만 짧게 전하는 계월향, 묘지명만 남아 있는 한계 등을 접한 저자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자료들을 샅샅이 뒤져나가면서 이 새로운 여성들과 그들의 삶의 방식에 역사의 시선을 비춘다.
16세기 여성으로 추정되는 신천 강씨의 편지에는 한 양반가 여성이 남편 때문에 얼마나 속을 끓였는지 구구절절 나오고, 미암 유희춘의 부인 송덕송(1521~1577)이 남편에게 쏟아내는 솔직한 언사와 당당함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조선 시대에 부부가 내외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원이 엄마’ 편지에는 남편을 ‘자내(자네)’라 부르는데 모두 열네 번 나온다. 문장을 끝맺는 어투도 친구나 아랫사람에게 말하듯 ‘~소’, ‘~네’라고 했다. 저자는 여성이 친정의 배경과 경제력으로 가정 안에서 영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병자일기』를 남긴 남평 조씨(1574~1645)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면, 한 양반가 여성의 생활 방식은 물론 삶에 대한 태도나 속내를 관찰할 수가 있다.
이러한 ‘작은 역사’는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비변사등록』 등 연대기자료에서는 ?아볼 수 없는 사실(史實)이다. 그런 면에서 정치,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나 인물 중심의 역사가 아니라 생활 속의 역사를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찾아낸 또 다른 역사상은 유쾌한 만큼 소중하다.
- 조선시대 여성들의 학문 계보도
조선시대 여성들의 학문 계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흐르고 있었다. 김호연재(1681~1722)는 삶이란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남편마저도 침범할 수 없는 높은 자존의 길을 보여주었고, ‘내 글이 장독이나 덮는 종이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임윤지당(1721~1793)의 학문에 대한 신념은 사회적 유전자가 되어 『정일당유고』를 남긴 강정일당으로 이어졌다. 『태고신기』의 이사주당(1739~1821)은 수신으로서 태교, 온 집안사람이 참여하는 태교를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이제 사회공동체가 태교에 참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빙허각은 외숙모 이사주당의 계보를 이어 『규합총서』를 저술한다. 저자는 현재 학계와 일반에서 『규합총서』여성 생활 경제서 정도로 이해하는 것은 편견이며 여성실학자로 다시 읽기를 권한다.
- 금기의 울타리에 가로막힌 존재들의 슬픔
조선 사회는 여성들에게 정절의 수호가 여성의 타고난 임무라고 강조했다. 열녀가 나오면 가문의 영광으로 치하했고 각종 세금을 면제하는 등 경제적 혜택까지 주었다. 병자호란기 화란에 직면하여 순절을 선택한 공주 이씨의 죽음은 결과적으로 여성이 정조를 위해 자결하는 것을 독려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여 여성의 행동을 제약하는 커다란 족쇄가 되었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아내와 딸에게는 정숙한 행동과 순결을 요구했으나 기녀들에게는 성적 또는 감정적인 충족을 얻고자 했다. 기녀란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하지 않은 일탈의 공간이었다. 그런데 매창 이야기에서는 기녀의 절개를 소중히 여기고 열광하는 남성들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에서 여성의 정절을 또 다른 방식으로 강조하는 이데올로기를 떠올린다. 관기로서 양반가의 첩으로 들어갔다 정절을 이유로 자결한 한계에게 양반 남성들이 기생첩의 절개를 기리기 위해 묘지를 짓고 묘갈을 세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었다.
- 책의 제목에 ‘역사’라는 단어를 넣은 이유
분단국 대한민국에서 잊힌 존재가 된 평양 기생 ‘계월향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라는 것이 얼마나 우리 자신의 현재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계월향은 남쪽에 논개가 있다면 북쪽에 계월향이 있다고 일컬어진 임진왜란의 2대 의기로 손꼽힌다. 해방 이후에도 유명했던 계월향 이야기는 대한민국에서 점차 잊혀졌다. 근거지가 평양이었기에 우리 사회는 더는 계월향을 호명하지 않은 채 남쪽 지역의 논개만을 기억하고 추앙해왔다. 북한에서 계월향은 여전히 인기 있는 역사 인물로 살아 있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불온한 인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많은 사람이 ‘사실’이라 믿는 역사 안에는 사회 구성원 사이에 내재된 권력 관계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한 인물이 시대나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당대 또는 후대에 어떻게 재해석되고 다르게 이해되는지에 대해 보여주면서 문제를 제기한다. 이 책의 제목에 ‘역사’라는 단어를 집어넣은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조선시대 여성들을 역사의 눈으로 만나보자.
▣ 작가 소개
저자 정해은 鄭海恩
중앙대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조선 후기 무과 급제자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 일하고 있다. 1990년부터 한국여성연구소 여성사연구실에서 활동하면서 조선 시대 여성의 삶과 사유 방식을 다양한 시각으로 재구성해보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조선의 여성을 둘러싼 제도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로 『우리 여성의 역사』(공저, 1999), 『혼인과 연애의 풍속도』(공저, 2005), 『전통 시대 법과 여성』(공편, 2005), 『조선 사회 이렇게 본다』(공저, 2010)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조선 후기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씨」, 「조선 전기 어우동 사건에 대한 재검토」, 「조선 시대 태교 담론에서 바라본 이사주당의 태교론」, 「조선 후기 이혼의 실상과 『대명률』의 적용」 등이 있다.
저자의 말
무엇보다도 신태영, 신천 강씨, 계월향, 한계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이 여성들의 공통점은 개인의 삶에 대해 알려주는 자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개인 자료는 전혀 없고 논란 속에만 등장하는 신태영, 딸에게 보낸 편지만 있는 신천 강씨, 『연려실기술』에 행적만 짧게 전하는 계월향, 묘지명만 남아 있는 한계였지만 주변 사람들에 대한 자료들을 샅샅이 뒤져가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작업은 큰 보람이자 기쁨이었다.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던 평범하고 잊힌 사람들의 생존 방식과 사고, 성향, 희노애락의 감정을 당대 사회 안에서 이해하고 역사적으로 해석하는 일은 매우 행복한 작업이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여성 인물을 통해 만나는 조선 사회
1부 논란의 중심에 선 여성들
왜 어우동만 사형을 당했을까?
‘9년 동안 이혼 소송에 시달린 여성, 신태영
2부 여성으로 산다는 것
남편과 일상을 공유하다, 송덕봉
남편의 첩 때문에 속을 끓이다, 신천 강씨
공부가 즐거운 소녀, 이숙희
‘자내’를 그리워하며 편지를 쓰다, 원이 엄마
한글로 쓴 일기를 남기다, 남평 조씨
3부 학문하는 여성 계보
허난설헌과 남편 김성립을 위한 변론
삶이란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김호연재
사회적 유전자를 남기다, 임윤지당
배 안의 열 달 기름이 10년 가르침보다 낫다, 이사주당
부인 가운데 어찌 인재 없으리오, 이빙허각
남편 대신 글을 짓다, 강정일당
4부 왕실 여성 다시 읽기
『내훈』에 담긴 야망, 소혜왕후
여종에서 후궁이 된 여성, 장녹수
그대가 왕이 된 것은 나의 공이다! 문정왕후
왕위를 넘본 여성으로 낙인찍히다, 소현세자빈 강씨
부마는 재혼할 수 없다, 숙정공주
내가 아니면 누가 이 일을 말하겠는가? 혜경궁 홍씨
5부 역사와 기억의 싸움
야사에서 기억하는 여성, 황진이
역사의 진실 그리고 덧붙여진 이야기, 논개
대한민국에서 잊힌 인물, 계월향
기녀의 절개를 다시 생각하다, 매창
기생첩의 자결을 기리는 사회, 한계
6부 전쟁에 직면한 여성의 선택
행주대첩에 참여한 여성들
병자호란기 강화도 최초 순절 여성, 공주 이씨
조선의 여성들, 역사의 눈으로 다시 만나다
- 여성 인물을 통해 만나는 조선 사회
『조선의 여성, 역사를 말하다』는 조선 시대를 살았던 25인의 여성과 무명의 여성들에 대한 해석이다. 어우동, 장녹수, 혜경궁 홍씨, 허난설헌, 황진이 등 이미 잘 알려진 여성이 있는가 하면 신태영, 신천 강씨, 이숙희, 남평 조씨, 계월향, 한계 등 아마도 첫 대면에 가까운 낯선 여성이 더 많다. 공적(公的) 공간에서 아웃사이더였으나 가족의 중심에 서 있던 여성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어떤 방식으로 삶을 꾸려 나갔을까? 저자가 시종 고민을 놓지 않은 지향점은 두 가지다. 하나는 그저 여성 인물을 소개하는 작업이 아니라 여성 인물을 통해 조선 시대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어떻게 다르게 읽을 수 있는지의 고심이었고, 다른 하나는 조선 시대의 여성에 대한 다양한 해석의 스펙트럼을 여는 것이었다.
왜 조선은 정절을 요구하면서도 첩에 대해 관대했는지, 학문하는 여성들의 계보는 어떻게 이어졌는지, 왕실 여성들의 야망과 희망이 어떻게 굴절되는지, 계월향이 분단국 대한민국에서 왜 잊힌 존재가 되는지, 길쌈보다 공부를 좋아한 이숙희가 왜 열녀의 길을 걷고자 했는지……. 각종 기록을 토대로 하여 기록 외적(記錄外的) 사실을 밝히는 저자의 질문을 따라가 보면 그동안 간과했던 역사상을 만날 수 있다.
“조선시대 여성들의 안과 밖, 그 천의 개성을 읽는다”
- 논란의 중심에 선 여성들을 통해 만난 조선
이 책은 여성 인물을 통해 만나는 조선 사회의 또 다른 단면이다. 여성들은 조선 사회에서 심장부를 차지한 존재가 아니라 지엽적인 말단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여성 인물이라는 프리즘을 이용해 조선 사회를 바라보는 작업은 비주류의 시선으로 역사를 이해하는 일이며, 결과적으로 기존에 간과해온 역사의 또 다른 진실을 탐구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저자는 여성 인물의 활약상보다는 여성들이 처한 시대적 환경을 설명하고 해석하는 데 더 많은 공을 들였다.
1480년(성종 11) 10월, 어우동은 수많은 논의 끝에 목매달아 죽이는 형벌인 교형에 처해졌다. 법대로라면 유배형으로 끝날 수 있었는데 사형이란 과도한 법집행은 한 개인의 비도덕성보다는 조선 왕조의 사회적 진로와 지향점 속에서 결정되었다. 이 책에서는 어우동의 스캔들 자체보다는 어우동 사건이 터지고 난 후 위정자들이 어우동 사건을 풀어나가는 방식을 통해 조선이 어떤 지향성을 추구한 국가였는지 말하고 있다. 숙종 대에 생존했던 신태영도 마찬가지다. 남편으로부터 이혼 소송을 당한 이후에 본인은 유배되고 남편도 이혼에 실패하는 일련의 과정을 검토하면서 왜 조선은 이혼을 엄격히 금하면서 첩에 대해서 관대했는지 질문을 던진다. 허난설헌의 남편 김성립은 정말로 허난설헌에게 기우는 짝이었는지, 혹시 허균이 누나 난설헌을 애도하면서 생산해낸 자료들을 맹신한 결과는 아닌가를 저자가 재검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선시대 여성들을 둘러싼 사건이나 소동이 비록 ‘작은 역사’이지만 일상의 물결을 넘나들면서 여성의 시선에서 그 안과 밖을 조명해 보면 조선시대의 또 다른 단면을 만나게 된다.
- ‘작은 역사’의 중심에 서 있던 여성들
신태영, 신천 강씨, 원이 엄마, 계월향, 한계 등의 공통점은 개인의 삶에 대해 알려주는 자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개인 자료는 전혀 없고 『숙종실록』『추관지』등 역사자료에 기록된 논란에만 등장하는 신태영, 만약 묘지에서 편지가 발견되지 않았다면 그 존재조차 몰랐을 신천 강씨와 원이 엄마, 『연려실기술』에 행적만 짧게 전하는 계월향, 묘지명만 남아 있는 한계 등을 접한 저자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자료들을 샅샅이 뒤져나가면서 이 새로운 여성들과 그들의 삶의 방식에 역사의 시선을 비춘다.
16세기 여성으로 추정되는 신천 강씨의 편지에는 한 양반가 여성이 남편 때문에 얼마나 속을 끓였는지 구구절절 나오고, 미암 유희춘의 부인 송덕송(1521~1577)이 남편에게 쏟아내는 솔직한 언사와 당당함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를 금치 못하게 한다. 조선 시대에 부부가 내외한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원이 엄마’ 편지에는 남편을 ‘자내(자네)’라 부르는데 모두 열네 번 나온다. 문장을 끝맺는 어투도 친구나 아랫사람에게 말하듯 ‘~소’, ‘~네’라고 했다. 저자는 여성이 친정의 배경과 경제력으로 가정 안에서 영향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병자일기』를 남긴 남평 조씨(1574~1645)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면, 한 양반가 여성의 생활 방식은 물론 삶에 대한 태도나 속내를 관찰할 수가 있다.
이러한 ‘작은 역사’는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 『비변사등록』 등 연대기자료에서는 ?아볼 수 없는 사실(史實)이다. 그런 면에서 정치,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나 인물 중심의 역사가 아니라 생활 속의 역사를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렇게 찾아낸 또 다른 역사상은 유쾌한 만큼 소중하다.
- 조선시대 여성들의 학문 계보도
조선시대 여성들의 학문 계보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흐르고 있었다. 김호연재(1681~1722)는 삶이란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라며 남편마저도 침범할 수 없는 높은 자존의 길을 보여주었고, ‘내 글이 장독이나 덮는 종이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임윤지당(1721~1793)의 학문에 대한 신념은 사회적 유전자가 되어 『정일당유고』를 남긴 강정일당으로 이어졌다. 『태고신기』의 이사주당(1739~1821)은 수신으로서 태교, 온 집안사람이 참여하는 태교를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이제 사회공동체가 태교에 참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빙허각은 외숙모 이사주당의 계보를 이어 『규합총서』를 저술한다. 저자는 현재 학계와 일반에서 『규합총서』여성 생활 경제서 정도로 이해하는 것은 편견이며 여성실학자로 다시 읽기를 권한다.
- 금기의 울타리에 가로막힌 존재들의 슬픔
조선 사회는 여성들에게 정절의 수호가 여성의 타고난 임무라고 강조했다. 열녀가 나오면 가문의 영광으로 치하했고 각종 세금을 면제하는 등 경제적 혜택까지 주었다. 병자호란기 화란에 직면하여 순절을 선택한 공주 이씨의 죽음은 결과적으로 여성이 정조를 위해 자결하는 것을 독려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일조하여 여성의 행동을 제약하는 커다란 족쇄가 되었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아내와 딸에게는 정숙한 행동과 순결을 요구했으나 기녀들에게는 성적 또는 감정적인 충족을 얻고자 했다. 기녀란 자신의 정체성을 위협하지 않은 일탈의 공간이었다. 그런데 매창 이야기에서는 기녀의 절개를 소중히 여기고 열광하는 남성들의 이율배반적인 모습에서 여성의 정절을 또 다른 방식으로 강조하는 이데올로기를 떠올린다. 관기로서 양반가의 첩으로 들어갔다 정절을 이유로 자결한 한계에게 양반 남성들이 기생첩의 절개를 기리기 위해 묘지를 짓고 묘갈을 세웠다는 것은 자가당착이었다.
- 책의 제목에 ‘역사’라는 단어를 넣은 이유
분단국 대한민국에서 잊힌 존재가 된 평양 기생 ‘계월향 이야기’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과거라는 것이 얼마나 우리 자신의 현재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계월향은 남쪽에 논개가 있다면 북쪽에 계월향이 있다고 일컬어진 임진왜란의 2대 의기로 손꼽힌다. 해방 이후에도 유명했던 계월향 이야기는 대한민국에서 점차 잊혀졌다. 근거지가 평양이었기에 우리 사회는 더는 계월향을 호명하지 않은 채 남쪽 지역의 논개만을 기억하고 추앙해왔다. 북한에서 계월향은 여전히 인기 있는 역사 인물로 살아 있지만 대한민국 사회에서는 불온한 인물이 되어버린 것이다. 많은 사람이 ‘사실’이라 믿는 역사 안에는 사회 구성원 사이에 내재된 권력 관계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한 인물이 시대나 환경의 변화에 따라 당대 또는 후대에 어떻게 재해석되고 다르게 이해되는지에 대해 보여주면서 문제를 제기한다. 이 책의 제목에 ‘역사’라는 단어를 집어넣은 이유이기도 하다. 다시 조선시대 여성들을 역사의 눈으로 만나보자.
▣ 작가 소개
저자 정해은 鄭海恩
중앙대학교를 졸업한 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조선 후기 무과 급제자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서 일하고 있다. 1990년부터 한국여성연구소 여성사연구실에서 활동하면서 조선 시대 여성의 삶과 사유 방식을 다양한 시각으로 재구성해보는 연구를 진행해왔다. 최근에는 조선의 여성을 둘러싼 제도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저서로 『우리 여성의 역사』(공저, 1999), 『혼인과 연애의 풍속도』(공저, 2005), 『전통 시대 법과 여성』(공편, 2005), 『조선 사회 이렇게 본다』(공저, 2010)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조선 후기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씨」, 「조선 전기 어우동 사건에 대한 재검토」, 「조선 시대 태교 담론에서 바라본 이사주당의 태교론」, 「조선 후기 이혼의 실상과 『대명률』의 적용」 등이 있다.
저자의 말
무엇보다도 신태영, 신천 강씨, 계월향, 한계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커다란 즐거움이었다. 이 여성들의 공통점은 개인의 삶에 대해 알려주는 자료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개인 자료는 전혀 없고 논란 속에만 등장하는 신태영, 딸에게 보낸 편지만 있는 신천 강씨, 『연려실기술』에 행적만 짧게 전하는 계월향, 묘지명만 남아 있는 한계였지만 주변 사람들에 대한 자료들을 샅샅이 뒤져가면서 그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하는 작업은 큰 보람이자 기쁨이었다.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던 평범하고 잊힌 사람들의 생존 방식과 사고, 성향, 희노애락의 감정을 당대 사회 안에서 이해하고 역사적으로 해석하는 일은 매우 행복한 작업이었다.
▣ 주요 목차
머리말 여성 인물을 통해 만나는 조선 사회
1부 논란의 중심에 선 여성들
왜 어우동만 사형을 당했을까?
‘9년 동안 이혼 소송에 시달린 여성, 신태영
2부 여성으로 산다는 것
남편과 일상을 공유하다, 송덕봉
남편의 첩 때문에 속을 끓이다, 신천 강씨
공부가 즐거운 소녀, 이숙희
‘자내’를 그리워하며 편지를 쓰다, 원이 엄마
한글로 쓴 일기를 남기다, 남평 조씨
3부 학문하는 여성 계보
허난설헌과 남편 김성립을 위한 변론
삶이란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김호연재
사회적 유전자를 남기다, 임윤지당
배 안의 열 달 기름이 10년 가르침보다 낫다, 이사주당
부인 가운데 어찌 인재 없으리오, 이빙허각
남편 대신 글을 짓다, 강정일당
4부 왕실 여성 다시 읽기
『내훈』에 담긴 야망, 소혜왕후
여종에서 후궁이 된 여성, 장녹수
그대가 왕이 된 것은 나의 공이다! 문정왕후
왕위를 넘본 여성으로 낙인찍히다, 소현세자빈 강씨
부마는 재혼할 수 없다, 숙정공주
내가 아니면 누가 이 일을 말하겠는가? 혜경궁 홍씨
5부 역사와 기억의 싸움
야사에서 기억하는 여성, 황진이
역사의 진실 그리고 덧붙여진 이야기, 논개
대한민국에서 잊힌 인물, 계월향
기녀의 절개를 다시 생각하다, 매창
기생첩의 자결을 기리는 사회, 한계
6부 전쟁에 직면한 여성의 선택
행주대첩에 참여한 여성들
병자호란기 강화도 최초 순절 여성, 공주 이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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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취소반품 불가 사유
- 단순변심으로 인한 반품 시, 배송 완료 후 7일이 지나면 취소/반품 신청이 접수되지 않습니다.
- 주문/제작 상품의 경우, 상품의 제작이 이미 진행된 경우에는 취소가 불가합니다.
- 구성품을 분실하였거나 취급 부주의로 인한 파손/고장/오염된 경우에는 취소/반품이 제한됩니다.
- 제조사의 사정 (신모델 출시 등) 및 부품 가격변동 등에 의해 가격이 변동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반품 및 가격보상은 불가합니다.
- 뷰티 상품 이용 시 트러블(알러지, 붉은 반점, 가려움, 따가움)이 발생하는 경우 진료 확인서 및 소견서 등을 증빙하면 환불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제반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
- 각 상품별로 아래와 같은 사유로 취소/반품이 제한 될 수 있습니다.
상품군 | 취소/반품 불가사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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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잡화/수입명품 | 상품의 택(TAG) 제거/라벨 및 상품 훼손으로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된 경우 |
계절상품/식품/화장품 | 고객님의 사용, 시간경과,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가전/설치상품 | 전자제품 특성 상, 정품 스티커가 제거되었거나 설치 또는 사용 이후에 단순변심인 경우, 액정화면이 부착된 상품의 전원을 켠 경우 (상품불량으로 인한 교환/반품은 AS센터의 불량 판정을 받아야 합니다.) |
자동차용품 | 상품을 개봉하여 장착한 이후 단순변심의 경우 |
CD/DVD/GAME/BOOK등 | 복제가 가능한 상품의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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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테스크탑 PC 등 | 홀로그램 등을 분리, 분실, 훼손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하여 재판매가 불가할 경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