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사치는 형체가 없고 주관적인 속성을 띠지만 본질적으로 매혹적인 것이다.
사치의 근원에는 파스칼이 『팡세』에서 정의한 세 가지 욕망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권력과 지배에 대한 욕망인 ‘도미난디dominandi'',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물건을 얻으려는 욕망인 ‘카피엔디capiendi'',
그리고 감각과 관능성에 대한 욕망인 ‘첸티엔디centiendi''가 그것이다.
따라서 사치는 종교적인 욕망이나 예술적인 욕망만큼 고상하지도 않고 열정적이지도 않지만, 문명에서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사치, 인류가 꾼 꿈의 기록
20억 달러!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들이 올해 1분기 해외에서 쓴 카드 사용액으로 사상 최고치 기록이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율화 이후 2001년 570만, 2003년 664만, 2005년 1,037만 등으로 여행객 수가 꾸준히 늘어 2011년 현재 일일 해외여행객만 10만 명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 어마어마한 해외여행객들은 과연 여행지에서 무엇을 할까? 대부분 여행지의 역사적 건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박물관에 소장된 찬란한 유산을 보며 감탄해 마지 않는다. 여행지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문명의 정점에 있는 최고의 사치품(표식)을 만나는 것이다.
며칠 전 한강 세빛둥둥섬에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가 모피 패션쇼를 개최하자, 국내외 단체들이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동물협회뿐만 아니라, 각종 시민 단체에서 상류층의 사치품인 모피패션쇼로 인해 동물학대는 물론, 위화감이 조성되고 부의 양극화를 부추긴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인류의 사치 행위로 인한 표식들(박물관의 소장품과 명품 모피)에 대해 우리는 왜 다른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사치와 문명』의 저자, 장 카스타레드는 그것이 바로 ‘문화와 역사가 없는 물질적 사치’와 ‘문화적 동력이 된 사치’의 차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넘어서는 고차원적인 행위, 문화 예술적 욕망 등을 모두 ‘사치’라 규정하고 있다. 이런 관점을 토대로 기원전과 기원후로 나누어 유럽,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역사에 새겨진 주요 문명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문명 구성원들의 사치 행위(예술품, 유적, 그림, 조각 등)를 예술과 문명의 범주에서 흥미롭게 분석해 나간다. 더불어 물질적으로 경도된 현대 문명의 사치 현상을 우려하며 러시아, 일본, 브릭스 등 신흥 경제대국들의 명품선호 현상과 이에 기반한 경제문화적 현상을 깊이있게 파헤친다. 저자는 영혼의 보완물로 작용하며, 소유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삶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사치’의 복원을 염원하면서 끝을 맺는다.
사치는 문명을 이끄는 동인이다
1882년 프랑스 브라상푸이에서 출토된 2만 2,000년 전의 조각상이 출토되었다. 그간 출토된 많은 여인의 조각상들은 대부분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다소 과장되게 표현된 것이 특징인데, 이 여인상은 특이하게도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있었다. 두건을 쓰는 행위 자체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도, 자연의 위력에 맞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행위도 아니었다. 구석기 시대 인류 역시 삶의 부수적인 부분인 ‘사치’를 열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사 시대 유물을 캐다 보면 굴 껍데기와 생선 가시, 새의 뼈가 쌓인 더미에서 반지와 항아리, 장난감 등을 발견하게 된다. 오래된 동굴 벽화에서 예술과 회화를 보면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를 엿볼 수 있다. 또한 묘지나 종교 유적에서 발견된 최초의 장신구들 역시 치장에 대한 욕구를 찾아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사치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고자 하는 욕구, 자신이 소유한 물건에 개성을 부여하려는 의도, 짐승보다 나아지고 싶다는 무의식적인 열망. 이 모든 것에서 비롯된 모든 사치 행위들은 결국 문명을 형성시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 책은 수메르 문명, 마야와 아스텍 문명, 그리스 문명, 로마 문명, 아프리카 문명, 중국 문명 등 각 문명들의 사치의 시원(始原)을 찾아 떠나는 지적인 여행이 될 것이다.
문명의 전환점은 사치의 발견으로 특정 지어진다
문명의 전환점에선 언제나 극단적인 사치 현상이 발생했다. 프랑스에서는 루이 14세 시대에, 로마에서는 아우구스투스 시대에, 그리스에서는 페리클레스 시대에 사치의 정점을 이루었다. 이때의 사치 활동으로 지어진 많은 건축물과 예술품들을 통해 우리는 각 문명의 특징을 규정 지을 수 있다. 엄격한 논리를 기반으로 하는 문자와 화려한 정원을 통해 세계사에 기여했으나 방종한 사치로 인해 비극적 종말을 맞은 수메르 문명, 수천 개의 도기와 건물채의 흔적을 통해 조로아스터교를 숭배했던 화려한 문명의 존재를 짐작할 수 있는 소아시아 지역의 복합적 문명, 우상의 구체화라는 종교적인 제한 때문에 그림이나 조각을 찾아볼 수 없지만 행위나 의식, 정밀한 건축을 통해 나타나는 이슬람 문명, 신비롭고 마법적인 언어와 주술이 생활 전반을 장악했던 아프리카의 마술적 문명, 장인정신과 ‘선 禪’‘이라는 철학을 통해 사치를 발전시킨 일본의 절충주의적 문명 등. 이 책은 각기 처한 자연적,사회적 상황에 따라 문명 속에서 독창적인 형태로 사치를 구가해온 인류의 발자취를 흥미롭게 추적해 간다.
▣ 작가 소개
저 : 장 카스타레드
Jean Castarede
경제학자이자 역사학자, 수필가로 프랑스 국립행정학교(ENA)와 고등상업학교(HEC)를 졸업하고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경영자?창업가 학교(EDC)의 럭셔리 브랜드 MBA 과정의 창설 멤버로 활동하면서 레지옹 도뇌르 훈장과 국가 공로 훈장, 예술 문학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프랑스 전지역을 오가며 여러 문화 단체를 이끌고 있는 그는『프랑스 사치의 역사』,『기원에서 현대까지』, 『사치』를 비롯하여 역사와 문명,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저서를 집필했다.
역 : 이소영
세대학교와 동 대학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통번역대학원(ESIT)에서 한불번역을 전공했다. 대전프랑스문화원 통번역 팀장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좋은 책들을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경쟁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과 『더 나은 삶을 위한 철학자들의 제안』, 『좋은 부모의 용기 있는 한마디, 안 돼!』, 『빠리언니들』, 『나쁜 딸 루이즈』가 있다.
▣ 주요 목차
저자 서문 : 사치, 인류를 꿈꾸게 한 욕망의 파편들
추천사 : 인류 문명의 예술적 근원을 찾아
1부 기원전의 사치
사치의 시작, 수메르
사치의 탄생 |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성립 | 기원전 3000년 말기의 소아시아 | 건축, 사치의 토대 | 바빌론의 성벽과 공중정원 | 의복과 장신구, 매혹의 시작 | 보석 : 지도층의 상징이 된 금 | 도자기와 조각상 : 예술의 전조 | 낭비와 남용 | 바빌로니아 왕국의 부흥과 네부카드네자르 2세| 페르시아의 등장과 바빌로니아의 멸망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소아시아 지역의 복합적 사치
호사를 누린 국가 아시리아 | 소아시아를 제패한 페르시아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이집트 파라오 시대의 탐미적 사치
고대 이집트의 매혹 | 정성 들여 가꾼 공간 | 교역 산업의 번성 | 가볍게 늘어뜨려 입은 옷과 땋은 머리 | 금 접시에 담긴 진수성찬 | 만능의 묘약, 향수 | 마음의 즐거움을 추구한 사치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히브리인들의 종교적 사치
사치를 발전시키지 않은 히브리 민족 | 다윗 왕과 팔레스타인의 빛나는 전성기 | 예루살렘 성전, 유대 민족이 누리던 찬란한 시절의 상징 | 척박한 대지 위에 정립된 엄격한 도덕 | 진정한 사치는 마음과 종교의 사치 | 한 가지 예외 : ‘아가서’에 기술된 완전한 사치 | 장신구와 실내 사치품의 변화 | 사치의 일탈과 비판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그리스인들의 인본주의적 사치
민본주의와 인본주의의 탄생 | 감성보다는 지성에 호소한 예술 | 아테네와 스파르타 | 신전과 연극, 회랑과 묘지 | 도기의 제작 | 수도와 목욕 | 낙소스의 아몬드와 코린트의 마르멜로 | 올림픽과 디오니소스제전 | 고전주의의 탄생 | 화장품과 미용 용품 | 향수의 마력 | 사상가들과 사치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지중해 근방의 융합형 사치
사치품 무역으로 호사를 누린 페니키아 | 냉혹했던 카르타고인들 | 향유 제조에 탁월했던 크레타인들 | 지고의 사치를 구현한 알렉산드로스 대왕 | 신격화된 여왕 클레오파트라 | 인더스 문명의 흥망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로마인들의 과도한 사치
에트루리아인들의 사치 | 로마의 사치는 정복자의 사치 | 무절제한 향락을 제지하기 시작한 로마 | 서유럽의 태동 | 안락에 대한 뚜렷한 취향 | 외양에 대한 숭배 | 로마인들이 발명한 비키니 | 아름다움을 위해서는 고통도 불사한 사람들 | 원형경기장에서 벌어지던 각종 경기 | ‘각방’의 사치 | 희귀한 물건의 수집 | 식탁 위의 사치 | 새로운 철학 논쟁 | 화려했던 비잔틴 제국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2부 기원후의 사치
인도의 조화로운 사치
최초의 문명에서 『마하바라타』까지 | 식민 지배와 카스트 제도 | 마하라자들의 보석 애호 | 부드러운 양탄자와 세련된 실내장식 | 라자스탄의 면제품 | 육체와 정신의 조화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이슬람교의 세련된 사치
사막에서 알람브라 궁까지 | 헐벗음과 찬란함 사이의 사치 | 이슬람 문화의 토대가 된 세련미 | 아랍의 사치 | 지참금 대신에 보석으로 치장한 신부 | 아라비아의 향수, 신성함의 증표 | 궁정 생활에 담긴 아랍의 예식 | 정밀한 도시 건축 | 군주와 칼리프, 술탄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마야와 아스텍, 잉카의 경이로운 사치
안데스 산맥 최후의 대제국, 잉카 | 쿠스코, 대지의 중심 | 농경 문화에 기반한 전사 문명 | 마야인들과 아스텍인들의 자연 숭배 | 채집에서 농업으로 | 정글 한가운데 온전히 보존된 유적 | ‘예술을 위한 예술’의 대척점에서 | 만능의 열매, 카카오 | 높은 교역 가치를 지닌 고무와 향 | 진귀한 원료의 교역 | 성대한 가정의례와 종교의식 | 지식과 의학의 사치 | 기도와 전투 | 공놀이와 유희의 사치 | 옥과 깃털, 표범 가죽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아프리카의 마술적 사치
사라져버린 자취들 | 아프리카 소국의 성립 | 소국들의 분열 | 조각과 함께 나타난 사치 | 점토의 사치 | 제련소의 발전 | 직물의 사치 | 금 부적과 상아 | 조각 예술의 편차 | 모로코에서 북아프리카 일대까지 나타나는 암벽화 | 조각 예술과 경작 기술의 조합 | 반투 문명, 예외적인 정복자의 문명| 가면과 연극 : 사치의 정수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중국의 철학적 사치
고급관리 제도, 중국 사치 문화의 근간 | 제국, 혁신의 사치 | 문명 교류의 대동맥, 비단길 | 비단의 탄생 | 비할 데 없이 훌륭한 칠기 | 기품과 완벽함, 항구성의 상징인 옥 | 청동 예술, 독창성의 사치 | 중국 도자기의 명성 | 중국 예술의 집합체, 건축 | 성대한 만찬 | 환상적인 자수와 연꽃 | 개인의 평안을 추구했던 불교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일본의 절충주의적 사치
‘섬나라’라는 정체성 | 무시할 수 없었던 중국의 영향 | 일본 사회의 무사도 정신 | 다도와 정원에 담긴 ‘선’의 예술 | 연극 ‘노’와 하이쿠, 가부키, 판화 | 일본의 근대 : 급속한 제국주의화 | 유럽식 사치 문화의 유입 | 이미지에 집착하는 소비 성향 | 경기 침체에도 불티나게 팔리는 브랜드 제품 | 패션 빅팀 : 명품 중독자3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사치 산업의 새로운 거점, 브릭스BRICs
명품 시장의 신예 주자, 브라질 | “더 크고, 더 화려하게” 러시아의 재도약 | 창조성으로 들끓는 인도 | 차세대 명품 시장의 리더, 중국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맺는 글 사치는 본능의 ‘욕망’이 아닌 마음의 ‘요구’다
주 | 참고문헌 | 사진저작권
사치는 형체가 없고 주관적인 속성을 띠지만 본질적으로 매혹적인 것이다.
사치의 근원에는 파스칼이 『팡세』에서 정의한 세 가지 욕망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권력과 지배에 대한 욕망인 ‘도미난디dominandi'',
자신이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 물건을 얻으려는 욕망인 ‘카피엔디capiendi'',
그리고 감각과 관능성에 대한 욕망인 ‘첸티엔디centiendi''가 그것이다.
따라서 사치는 종교적인 욕망이나 예술적인 욕망만큼 고상하지도 않고 열정적이지도 않지만, 문명에서는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사치, 인류가 꾼 꿈의 기록
20억 달러!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우리나라 국민들이 올해 1분기 해외에서 쓴 카드 사용액으로 사상 최고치 기록이다. 1989년 해외여행 자율화 이후 2001년 570만, 2003년 664만, 2005년 1,037만 등으로 여행객 수가 꾸준히 늘어 2011년 현재 일일 해외여행객만 10만 명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 어마어마한 해외여행객들은 과연 여행지에서 무엇을 할까? 대부분 여행지의 역사적 건축물 앞에서 사진을 찍고, 박물관에 소장된 찬란한 유산을 보며 감탄해 마지 않는다. 여행지의 역사 속으로 들어가 문명의 정점에 있는 최고의 사치품(표식)을 만나는 것이다.
며칠 전 한강 세빛둥둥섬에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펜디가 모피 패션쇼를 개최하자, 국내외 단체들이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인 적이 있다. 동물협회뿐만 아니라, 각종 시민 단체에서 상류층의 사치품인 모피패션쇼로 인해 동물학대는 물론, 위화감이 조성되고 부의 양극화를 부추긴다며 비난하고 나섰다.
인류의 사치 행위로 인한 표식들(박물관의 소장품과 명품 모피)에 대해 우리는 왜 다른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 『사치와 문명』의 저자, 장 카스타레드는 그것이 바로 ‘문화와 역사가 없는 물질적 사치’와 ‘문화적 동력이 된 사치’의 차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간의 기본 욕구를 넘어서는 고차원적인 행위, 문화 예술적 욕망 등을 모두 ‘사치’라 규정하고 있다. 이런 관점을 토대로 기원전과 기원후로 나누어 유럽, 아시아, 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역사에 새겨진 주요 문명들을 하나하나 살펴보며 문명 구성원들의 사치 행위(예술품, 유적, 그림, 조각 등)를 예술과 문명의 범주에서 흥미롭게 분석해 나간다. 더불어 물질적으로 경도된 현대 문명의 사치 현상을 우려하며 러시아, 일본, 브릭스 등 신흥 경제대국들의 명품선호 현상과 이에 기반한 경제문화적 현상을 깊이있게 파헤친다. 저자는 영혼의 보완물로 작용하며, 소유가 아니라 ‘존재’ 자체로 삶을 풍요롭게 해줄 수 있는 ‘사치’의 복원을 염원하면서 끝을 맺는다.
사치는 문명을 이끄는 동인이다
1882년 프랑스 브라상푸이에서 출토된 2만 2,000년 전의 조각상이 출토되었다. 그간 출토된 많은 여인의 조각상들은 대부분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 다소 과장되게 표현된 것이 특징인데, 이 여인상은 특이하게도 머리에 두건을 두르고 있었다. 두건을 쓰는 행위 자체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행위도, 자연의 위력에 맞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행위도 아니었다. 구석기 시대 인류 역시 삶의 부수적인 부분인 ‘사치’를 열망하고 있었던 것이다. 선사 시대 유물을 캐다 보면 굴 껍데기와 생선 가시, 새의 뼈가 쌓인 더미에서 반지와 항아리, 장난감 등을 발견하게 된다. 오래된 동굴 벽화에서 예술과 회화를 보면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시도를 엿볼 수 있다. 또한 묘지나 종교 유적에서 발견된 최초의 장신구들 역시 치장에 대한 욕구를 찾아볼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사치가 인류의 역사와 함께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에 들고자 하는 욕구, 자신이 소유한 물건에 개성을 부여하려는 의도, 짐승보다 나아지고 싶다는 무의식적인 열망. 이 모든 것에서 비롯된 모든 사치 행위들은 결국 문명을 형성시키고 발전시켜 나가는 원동력이 되었다. 이 책은 수메르 문명, 마야와 아스텍 문명, 그리스 문명, 로마 문명, 아프리카 문명, 중국 문명 등 각 문명들의 사치의 시원(始原)을 찾아 떠나는 지적인 여행이 될 것이다.
문명의 전환점은 사치의 발견으로 특정 지어진다
문명의 전환점에선 언제나 극단적인 사치 현상이 발생했다. 프랑스에서는 루이 14세 시대에, 로마에서는 아우구스투스 시대에, 그리스에서는 페리클레스 시대에 사치의 정점을 이루었다. 이때의 사치 활동으로 지어진 많은 건축물과 예술품들을 통해 우리는 각 문명의 특징을 규정 지을 수 있다. 엄격한 논리를 기반으로 하는 문자와 화려한 정원을 통해 세계사에 기여했으나 방종한 사치로 인해 비극적 종말을 맞은 수메르 문명, 수천 개의 도기와 건물채의 흔적을 통해 조로아스터교를 숭배했던 화려한 문명의 존재를 짐작할 수 있는 소아시아 지역의 복합적 문명, 우상의 구체화라는 종교적인 제한 때문에 그림이나 조각을 찾아볼 수 없지만 행위나 의식, 정밀한 건축을 통해 나타나는 이슬람 문명, 신비롭고 마법적인 언어와 주술이 생활 전반을 장악했던 아프리카의 마술적 문명, 장인정신과 ‘선 禪’‘이라는 철학을 통해 사치를 발전시킨 일본의 절충주의적 문명 등. 이 책은 각기 처한 자연적,사회적 상황에 따라 문명 속에서 독창적인 형태로 사치를 구가해온 인류의 발자취를 흥미롭게 추적해 간다.
▣ 작가 소개
저 : 장 카스타레드
Jean Castarede
경제학자이자 역사학자, 수필가로 프랑스 국립행정학교(ENA)와 고등상업학교(HEC)를 졸업하고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프랑스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경영자?창업가 학교(EDC)의 럭셔리 브랜드 MBA 과정의 창설 멤버로 활동하면서 레지옹 도뇌르 훈장과 국가 공로 훈장, 예술 문학 훈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프랑스 전지역을 오가며 여러 문화 단체를 이끌고 있는 그는『프랑스 사치의 역사』,『기원에서 현대까지』, 『사치』를 비롯하여 역사와 문명,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저서를 집필했다.
역 : 이소영
세대학교와 동 대학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통번역대학원(ESIT)에서 한불번역을 전공했다. 대전프랑스문화원 통번역 팀장으로 활동했으며 현재는 좋은 책들을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경쟁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과 『더 나은 삶을 위한 철학자들의 제안』, 『좋은 부모의 용기 있는 한마디, 안 돼!』, 『빠리언니들』, 『나쁜 딸 루이즈』가 있다.
▣ 주요 목차
저자 서문 : 사치, 인류를 꿈꾸게 한 욕망의 파편들
추천사 : 인류 문명의 예술적 근원을 찾아
1부 기원전의 사치
사치의 시작, 수메르
사치의 탄생 |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성립 | 기원전 3000년 말기의 소아시아 | 건축, 사치의 토대 | 바빌론의 성벽과 공중정원 | 의복과 장신구, 매혹의 시작 | 보석 : 지도층의 상징이 된 금 | 도자기와 조각상 : 예술의 전조 | 낭비와 남용 | 바빌로니아 왕국의 부흥과 네부카드네자르 2세| 페르시아의 등장과 바빌로니아의 멸망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소아시아 지역의 복합적 사치
호사를 누린 국가 아시리아 | 소아시아를 제패한 페르시아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이집트 파라오 시대의 탐미적 사치
고대 이집트의 매혹 | 정성 들여 가꾼 공간 | 교역 산업의 번성 | 가볍게 늘어뜨려 입은 옷과 땋은 머리 | 금 접시에 담긴 진수성찬 | 만능의 묘약, 향수 | 마음의 즐거움을 추구한 사치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히브리인들의 종교적 사치
사치를 발전시키지 않은 히브리 민족 | 다윗 왕과 팔레스타인의 빛나는 전성기 | 예루살렘 성전, 유대 민족이 누리던 찬란한 시절의 상징 | 척박한 대지 위에 정립된 엄격한 도덕 | 진정한 사치는 마음과 종교의 사치 | 한 가지 예외 : ‘아가서’에 기술된 완전한 사치 | 장신구와 실내 사치품의 변화 | 사치의 일탈과 비판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그리스인들의 인본주의적 사치
민본주의와 인본주의의 탄생 | 감성보다는 지성에 호소한 예술 | 아테네와 스파르타 | 신전과 연극, 회랑과 묘지 | 도기의 제작 | 수도와 목욕 | 낙소스의 아몬드와 코린트의 마르멜로 | 올림픽과 디오니소스제전 | 고전주의의 탄생 | 화장품과 미용 용품 | 향수의 마력 | 사상가들과 사치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지중해 근방의 융합형 사치
사치품 무역으로 호사를 누린 페니키아 | 냉혹했던 카르타고인들 | 향유 제조에 탁월했던 크레타인들 | 지고의 사치를 구현한 알렉산드로스 대왕 | 신격화된 여왕 클레오파트라 | 인더스 문명의 흥망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로마인들의 과도한 사치
에트루리아인들의 사치 | 로마의 사치는 정복자의 사치 | 무절제한 향락을 제지하기 시작한 로마 | 서유럽의 태동 | 안락에 대한 뚜렷한 취향 | 외양에 대한 숭배 | 로마인들이 발명한 비키니 | 아름다움을 위해서는 고통도 불사한 사람들 | 원형경기장에서 벌어지던 각종 경기 | ‘각방’의 사치 | 희귀한 물건의 수집 | 식탁 위의 사치 | 새로운 철학 논쟁 | 화려했던 비잔틴 제국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2부 기원후의 사치
인도의 조화로운 사치
최초의 문명에서 『마하바라타』까지 | 식민 지배와 카스트 제도 | 마하라자들의 보석 애호 | 부드러운 양탄자와 세련된 실내장식 | 라자스탄의 면제품 | 육체와 정신의 조화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이슬람교의 세련된 사치
사막에서 알람브라 궁까지 | 헐벗음과 찬란함 사이의 사치 | 이슬람 문화의 토대가 된 세련미 | 아랍의 사치 | 지참금 대신에 보석으로 치장한 신부 | 아라비아의 향수, 신성함의 증표 | 궁정 생활에 담긴 아랍의 예식 | 정밀한 도시 건축 | 군주와 칼리프, 술탄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마야와 아스텍, 잉카의 경이로운 사치
안데스 산맥 최후의 대제국, 잉카 | 쿠스코, 대지의 중심 | 농경 문화에 기반한 전사 문명 | 마야인들과 아스텍인들의 자연 숭배 | 채집에서 농업으로 | 정글 한가운데 온전히 보존된 유적 | ‘예술을 위한 예술’의 대척점에서 | 만능의 열매, 카카오 | 높은 교역 가치를 지닌 고무와 향 | 진귀한 원료의 교역 | 성대한 가정의례와 종교의식 | 지식과 의학의 사치 | 기도와 전투 | 공놀이와 유희의 사치 | 옥과 깃털, 표범 가죽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아프리카의 마술적 사치
사라져버린 자취들 | 아프리카 소국의 성립 | 소국들의 분열 | 조각과 함께 나타난 사치 | 점토의 사치 | 제련소의 발전 | 직물의 사치 | 금 부적과 상아 | 조각 예술의 편차 | 모로코에서 북아프리카 일대까지 나타나는 암벽화 | 조각 예술과 경작 기술의 조합 | 반투 문명, 예외적인 정복자의 문명| 가면과 연극 : 사치의 정수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중국의 철학적 사치
고급관리 제도, 중국 사치 문화의 근간 | 제국, 혁신의 사치 | 문명 교류의 대동맥, 비단길 | 비단의 탄생 | 비할 데 없이 훌륭한 칠기 | 기품과 완벽함, 항구성의 상징인 옥 | 청동 예술, 독창성의 사치 | 중국 도자기의 명성 | 중국 예술의 집합체, 건축 | 성대한 만찬 | 환상적인 자수와 연꽃 | 개인의 평안을 추구했던 불교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일본의 절충주의적 사치
‘섬나라’라는 정체성 | 무시할 수 없었던 중국의 영향 | 일본 사회의 무사도 정신 | 다도와 정원에 담긴 ‘선’의 예술 | 연극 ‘노’와 하이쿠, 가부키, 판화 | 일본의 근대 : 급속한 제국주의화 | 유럽식 사치 문화의 유입 | 이미지에 집착하는 소비 성향 | 경기 침체에도 불티나게 팔리는 브랜드 제품 | 패션 빅팀 : 명품 중독자3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사치 산업의 새로운 거점, 브릭스BRICs
명품 시장의 신예 주자, 브라질 | “더 크고, 더 화려하게” 러시아의 재도약 | 창조성으로 들끓는 인도 | 차세대 명품 시장의 리더, 중국 | 이 모든 것 속에서 사치는 어떻게 발전했는가?
맺는 글 사치는 본능의 ‘욕망’이 아닌 마음의 ‘요구’다
주 | 참고문헌 | 사진저작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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