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빌 브라이슨 혹은 미국의 ‘유년기’
―우리 시대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의 자전 에세이로 읽는 1950∼1960년대 미국사회사
재기발랄한 문체로 여행·과학·언어·역사 분야를 막론하는 글쓰기를 왕성하게 해온 빌 브라이슨의 자전적 에세이이자 1950∼1960년대 미국의 사회문화사이다. 출생 시점부터 십 대 시절까지 빌 브라이슨의 ‘개인사’적 배경이 되는 것은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의 ‘사회사’다. 패권국 미국의 1950∼1960년대는 어땠을까? 빌 브라이슨은 그 시절을 “미국만큼 생동감 넘치고 즐거운 시간과 공간이 있었을까? 어떤 나라도 그런 번영을 누린 적이 없었다”(5쪽)고 회고한다.
미국의 숱한 매체에서 각기 다른 종말론을 쏟아내고, 설문조사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곧 세계 대전과 유사한 지구적 재앙이 닥쳐올 것 같다고 응답할 때, 종말 위기와는 별개로 미국인들은 새 집에 실내 수영장을 들여놓을 계획을 세웠으며 노후계획을 세우며 바쁘게 지냈다. 세계 인구의 5퍼센트에 불과한 미국인이 나머지 95퍼센트 인구보다 많은 재산을 차지했던 이 풍요의 시대를 방증하는 또 한 가지 키워드는 ‘베이비 붐’이다. 빌 브라이슨은 바로 그 베이비 붐 세대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유년기 기억 위에 ‘유년기 미국’의 초상을 가로놓아 개인사와 시대사가 만나는 아주 특별한 역사 에세이를 만들어낸다.
성장 과정은 평탄했다. 특별히 고민하거나 땀 흘려 애쓰며 지낼 필요가 없었다. 누구에게나 흔한 일을 겪으며 지냈다. 따라서 내 이야기가 너무 밋밋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하지만 넓은 안목에서 보면 내 삶에서 가장 무서우면서도 오싹하고 흥미진진했으며,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랍고 유익했고, 유난히 욕심을 부리고 모든 일에 열심이었으며, 불안해하면서도 무사태평했고, 당황하면서도 차분하게 지냈지만, 한편으로는 무력하기만 한 시절이었다. 우연한 일치였는지 그때는 미국도 그랬다. (본문 8쪽, 서문)
상상 그 이상의 풍경들, 유쾌함에서 통쾌함으로 나아가며 미국 읽기
사상 최고의 풍요를 누렸던 그 시절의 미국이 아름답기만 했던 것만은 아니다. 저자는 경제적으로는 활달하되 이념적으로는 경직되어 있던 시공간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풍자’를 택한다. 예리한 관찰력과 대담한 입담으로 풍자해낸 과거는 막연한 향수를 넘어, 사실을 바탕으로 진실을 직시함으로써 독자에게 유쾌함 이상의 통쾌함을 선사한다. 원자폭탄의 위력에 매료돼 방사능 낙진마저 반겨 맞았던 원자력 부흥의 시대 분위기, 반공 이데올로기를 조장했던 정치 사기극, 소련과의 우주경쟁, 억압적일 정도로 성을 금기시하던 풍습, 세상의 모든 신상품을 소비하기 위해 “더 일해서 더 많은 것을 사는 쪽을 택”하는 길을 택한 미국 중산층…. 그리고 원자변기?미사일 우편물?텔레비전을 시청용 의상, 엑스레이로 발 크기를 측정하는 구둣가게 등 상상 그 이상의 상상력이 현실화되었던 ‘유년기 미국’이 위트가 담긴 신랄한 문체 속에 되살아난다.
모든 꿈 그리고 죽음조차도 흥미를 자아내던 상상력의 시대
빌 브라이슨은 “억세게 물리적이고 때로는 비상식이 지배했지만 평화롭기 그지없는”(58쪽) 정감 어린 유년기의 놀이문화와 신종 장난감을 손에 쥔 듯 들뜬 모습의 무기개발자들을 대비시킨다. 이를테면 핵폭탄 개발의 목적은 ‘평화적’인 것이라는 아집에 빠져 있던 과학자 에드워드 텔러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핵폭탄을 이용해 대기의 먼지량을 조절해서 지구의 기후를 바꿔버리면, 미국의 북부 지역에서 겨울을 영원히 사라지게 하고 소련은 영원히 추운 겨울에 시달리게 할 수도 있다 … 핵탄두를 실험하기 위한 표적으로 달을 이용할 수 도 있다 … 그렇게 되면 지구에서 쌍안경으로도 폭발을 볼 수 있으므로 많은 사람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165쪽) 타인의 무자비한 죽음을 상상하는 것마저도 환호를 받던 세계였다.
코미디와 공포의 경계에 서 있던 반공 이데올로기의 시대
‘반공’이 최고의 정의였던 시대의 다양한 에피소드는 ‘코미디와 호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적색 공포 속에서 초등학생조차 납득할 수 없는 방공호 훈련이 행해지는가 하면, 낚시 허가를 얻는 데도 프로 레슬링 게임에서도 충성 서약을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코미디였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을 공산주의자로 지목해 그들의 삶을 파괴시키기도 했던 반공 이데올로기는 실재하는 공포이기도 했다.
풍요의 시대가 가져온 환상과 소비 풍조
“경제는 멈출 수 없는 기관차가 됐다.”(37쪽) 경제적 풍요의 시대는 곧 더 일해서 더 많은 것을 소비하려 했던 새로운 삶의 형태가 등장시켰으며 새로운 상품을 쏟아내는 광고와 TV 매체의 발달을 가져왔다. “의사들이 즐겨 태우는 담배”라는 광고 카피가 허용될 정도였으며, 화학첨가제에 먹을거리가 포함된 꼴인 식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바야흐로 더 좋은 세상이 아니라, 더 나은 이익을 보장받으면 무슨 일이든 저질러지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었다.”(308쪽)
지금, 우리가 미국의 유년을 되돌아보는 이유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 산책』은 때로는 당혹감을 불러일으킨다. 단지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체험에 풍부한 사료를 더한 이 생동감 넘치는 자전 에세이는 전혀 별개의 존재인 제3자의 것이 아닌 미국의 이야기인 까닭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나라 밖에서 벌인 전쟁의 무대였고 그 전쟁의 그늘에서 반세기를 보낸 우리에게, 미국의 황금기를 돌아보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그 모든 역사적 사실의 불편함을 끌어안고도 미국의 얼굴을 요목조목 뜯어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현대사를 읽는 시점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미국의 유년기는 곧, 한국의 현재를 만든 요소들을 끝없이 반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작가 소개
저 : 빌 브라이슨
Bill Bryson
브로드웨이의 베스트셀러인『나를 부르는 숲』으로 잘 알려진 여행 작가. 미국 아이오와 주 디모인에서 태어났다. 영국으로 건너가 「더 타임스」와 「인디펜던트」 신문에서 여행작가 겸 기자로 활동하다, 20년 만에 미국으로 돌아가 뉴햄프셔 주 하노버 시에 정착했다. 영국 「더 타임스」로부터 ''현존하는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러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나를 부르는 숲』은 뉴욕타임스에 3년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으로, 빌 브라이슨이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도전한 종주 기록을 담은 책이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한국으로 치면 백두대간에 해당하는, 미국 동부를 관통하는 2,100마일의 등산로이다.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지지만 곰의 습격이나 예상치 못한 기후 변화, 추위 등의 위험으로 가득 찬 대자연과 싸우며 6개월 이상 걸어야만 종주를 마칠 수 있다. 빌 브라이슨은 그저 집 근처에 애팔래치아 산맥이 있다는 이유로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를 결심하고, 그 이후부터 자신이 종주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 합리화시킨다. 이유가 있어서 결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결심부터 하고 이유는 나중에 짜맞추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종주 도전은 결국 무참하게 실패로 끝나고 마는데, 그 과정을 눈물나게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애팔레치아 트레일을 종주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준비물이나 주의 사항 등의 정보는 물론이고,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묘사와 미국 역사에 대한 배경 설명, 등산로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미국인들에 대한 묘사 등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외에도 방대한 양의 과학 정보를 재미있게 풀어낸 과학 교양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오랜 지인이 편집장으로 있는 주간지 「Night & Day」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고독한 이방인(I''m a Stranger Here Myself)』을 비롯하여 『햇볕에 타버린 나라에서(In a Sunburned Country)』,『브라이슨의 성가신 단어 사전(Bryson''s Dictionary of Troublesome Words)』, 『모국어(Mother Tongue)』,『잃어버린 대륙(The Lost Continent)』,『작은 섬에서 부친 편지(Notes from a Small Island)』,『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니고(Neither Here Nor There)』,『빌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일기(Bill Bryson''s African Diary)』,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학』,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등의 저서가 있다.
역 : 강주헌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브장송 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건국대학교 등에서 언어학을 강의했으며, 2003년 ‘올해의 출판인 특별상’을 수상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뛰어난 영어와 불어 번역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처음에 그는 전문적으로 번역을 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저 좋아서 취미로 하던 번역 작업이 IMF 구제금융 위기 사태가 발생한 후, 생계수단이었던 창고업을 그만두면서 번역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번역과 공식 인연을 맺은 것은 『여자는 왜 여자답게 말해야 하는가』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번역한 책으로는 『문명의 붕괴』,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지식인의 책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영한대역), 『스펜서 존슨의 선물』(영한대역), 『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 『우체부 프레드』, 『오프라 윈프리, 위대한 인생』, 『나의 프로방스』,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 『예수처럼 기도하라』,『리더십골드』 등 100여 권이 있고,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등을 썼다.
▣ 주요 목차
서문 평범하지만 특별했던 그 시절을 기억하며
01. 풍요의 시대
02. 키드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03. 우리는 모두 영웅이었다
04. 모든 꿈이 가능했던 시대
05. 소박하지만 모두를 열광시켰던 놀잇거리들
06. 섹스 그리고 호기심 천국
07. 핵과 공산주의 : 코미디 혹은 공포
08. 철없던 시절의 철없던 학교 풍경
09. 가족이란 이런 것
10. 미국 가족농업의 마지막 황금기
11. 미국도 안전지대일 수만은 없다
12. 우리들만의 천국
13. 행복했던 시대의 끝자락에서
14.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빌 브라이슨 혹은 미국의 ‘유년기’
―우리 시대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의 자전 에세이로 읽는 1950∼1960년대 미국사회사
재기발랄한 문체로 여행·과학·언어·역사 분야를 막론하는 글쓰기를 왕성하게 해온 빌 브라이슨의 자전적 에세이이자 1950∼1960년대 미국의 사회문화사이다. 출생 시점부터 십 대 시절까지 빌 브라이슨의 ‘개인사’적 배경이 되는 것은 전쟁이 끝난 후, 미국의 ‘사회사’다. 패권국 미국의 1950∼1960년대는 어땠을까? 빌 브라이슨은 그 시절을 “미국만큼 생동감 넘치고 즐거운 시간과 공간이 있었을까? 어떤 나라도 그런 번영을 누린 적이 없었다”(5쪽)고 회고한다.
미국의 숱한 매체에서 각기 다른 종말론을 쏟아내고, 설문조사에서는 수많은 사람들이 곧 세계 대전과 유사한 지구적 재앙이 닥쳐올 것 같다고 응답할 때, 종말 위기와는 별개로 미국인들은 새 집에 실내 수영장을 들여놓을 계획을 세웠으며 노후계획을 세우며 바쁘게 지냈다. 세계 인구의 5퍼센트에 불과한 미국인이 나머지 95퍼센트 인구보다 많은 재산을 차지했던 이 풍요의 시대를 방증하는 또 한 가지 키워드는 ‘베이비 붐’이다. 빌 브라이슨은 바로 그 베이비 붐 세대의 일원으로서 자신의 유년기 기억 위에 ‘유년기 미국’의 초상을 가로놓아 개인사와 시대사가 만나는 아주 특별한 역사 에세이를 만들어낸다.
성장 과정은 평탄했다. 특별히 고민하거나 땀 흘려 애쓰며 지낼 필요가 없었다. 누구에게나 흔한 일을 겪으며 지냈다. 따라서 내 이야기가 너무 밋밋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하지만 넓은 안목에서 보면 내 삶에서 가장 무서우면서도 오싹하고 흥미진진했으며,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놀랍고 유익했고, 유난히 욕심을 부리고 모든 일에 열심이었으며, 불안해하면서도 무사태평했고, 당황하면서도 차분하게 지냈지만, 한편으로는 무력하기만 한 시절이었다. 우연한 일치였는지 그때는 미국도 그랬다. (본문 8쪽, 서문)
상상 그 이상의 풍경들, 유쾌함에서 통쾌함으로 나아가며 미국 읽기
사상 최고의 풍요를 누렸던 그 시절의 미국이 아름답기만 했던 것만은 아니다. 저자는 경제적으로는 활달하되 이념적으로는 경직되어 있던 시공간을 복원하는 방식으로 ‘풍자’를 택한다. 예리한 관찰력과 대담한 입담으로 풍자해낸 과거는 막연한 향수를 넘어, 사실을 바탕으로 진실을 직시함으로써 독자에게 유쾌함 이상의 통쾌함을 선사한다. 원자폭탄의 위력에 매료돼 방사능 낙진마저 반겨 맞았던 원자력 부흥의 시대 분위기, 반공 이데올로기를 조장했던 정치 사기극, 소련과의 우주경쟁, 억압적일 정도로 성을 금기시하던 풍습, 세상의 모든 신상품을 소비하기 위해 “더 일해서 더 많은 것을 사는 쪽을 택”하는 길을 택한 미국 중산층…. 그리고 원자변기?미사일 우편물?텔레비전을 시청용 의상, 엑스레이로 발 크기를 측정하는 구둣가게 등 상상 그 이상의 상상력이 현실화되었던 ‘유년기 미국’이 위트가 담긴 신랄한 문체 속에 되살아난다.
모든 꿈 그리고 죽음조차도 흥미를 자아내던 상상력의 시대
빌 브라이슨은 “억세게 물리적이고 때로는 비상식이 지배했지만 평화롭기 그지없는”(58쪽) 정감 어린 유년기의 놀이문화와 신종 장난감을 손에 쥔 듯 들뜬 모습의 무기개발자들을 대비시킨다. 이를테면 핵폭탄 개발의 목적은 ‘평화적’인 것이라는 아집에 빠져 있던 과학자 에드워드 텔러의 주장은 다음과 같다. “핵폭탄을 이용해 대기의 먼지량을 조절해서 지구의 기후를 바꿔버리면, 미국의 북부 지역에서 겨울을 영원히 사라지게 하고 소련은 영원히 추운 겨울에 시달리게 할 수도 있다 … 핵탄두를 실험하기 위한 표적으로 달을 이용할 수 도 있다 … 그렇게 되면 지구에서 쌍안경으로도 폭발을 볼 수 있으므로 많은 사람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165쪽) 타인의 무자비한 죽음을 상상하는 것마저도 환호를 받던 세계였다.
코미디와 공포의 경계에 서 있던 반공 이데올로기의 시대
‘반공’이 최고의 정의였던 시대의 다양한 에피소드는 ‘코미디와 호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 적색 공포 속에서 초등학생조차 납득할 수 없는 방공호 훈련이 행해지는가 하면, 낚시 허가를 얻는 데도 프로 레슬링 게임에서도 충성 서약을 요구하는 것은 일종의 코미디였다.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을 공산주의자로 지목해 그들의 삶을 파괴시키기도 했던 반공 이데올로기는 실재하는 공포이기도 했다.
풍요의 시대가 가져온 환상과 소비 풍조
“경제는 멈출 수 없는 기관차가 됐다.”(37쪽) 경제적 풍요의 시대는 곧 더 일해서 더 많은 것을 소비하려 했던 새로운 삶의 형태가 등장시켰으며 새로운 상품을 쏟아내는 광고와 TV 매체의 발달을 가져왔다. “의사들이 즐겨 태우는 담배”라는 광고 카피가 허용될 정도였으며, 화학첨가제에 먹을거리가 포함된 꼴인 식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바야흐로 더 좋은 세상이 아니라, 더 나은 이익을 보장받으면 무슨 일이든 저질러지는 세상이 다가오고 있었다.”(308쪽)
지금, 우리가 미국의 유년을 되돌아보는 이유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 산책』은 때로는 당혹감을 불러일으킨다. 단지 기억에 의존하지 않고, 자기 체험에 풍부한 사료를 더한 이 생동감 넘치는 자전 에세이는 전혀 별개의 존재인 제3자의 것이 아닌 미국의 이야기인 까닭이다. 그렇다면 미국이 나라 밖에서 벌인 전쟁의 무대였고 그 전쟁의 그늘에서 반세기를 보낸 우리에게, 미국의 황금기를 돌아보는 것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그 모든 역사적 사실의 불편함을 끌어안고도 미국의 얼굴을 요목조목 뜯어볼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인지도 모른다. 우리의 현대사를 읽는 시점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미국의 유년기는 곧, 한국의 현재를 만든 요소들을 끝없이 반추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 작가 소개
저 : 빌 브라이슨
Bill Bryson
브로드웨이의 베스트셀러인『나를 부르는 숲』으로 잘 알려진 여행 작가. 미국 아이오와 주 디모인에서 태어났다. 영국으로 건너가 「더 타임스」와 「인디펜던트」 신문에서 여행작가 겸 기자로 활동하다, 20년 만에 미국으로 돌아가 뉴햄프셔 주 하노버 시에 정착했다. 영국 「더 타임스」로부터 ''현존하는 가장 유머러스한 작가''라는 평을 듣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의 여러 언론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나를 부르는 숲』은 뉴욕타임스에 3년 연속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으로, 빌 브라이슨이 미국 애팔래치아 트레일에 도전한 종주 기록을 담은 책이다. 애팔래치아 트레일은 한국으로 치면 백두대간에 해당하는, 미국 동부를 관통하는 2,100마일의 등산로이다.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지지만 곰의 습격이나 예상치 못한 기후 변화, 추위 등의 위험으로 가득 찬 대자연과 싸우며 6개월 이상 걸어야만 종주를 마칠 수 있다. 빌 브라이슨은 그저 집 근처에 애팔래치아 산맥이 있다는 이유로 애팔래치아 트레일 종주를 결심하고, 그 이후부터 자신이 종주를 해야 하는 이유를 찾아 합리화시킨다. 이유가 있어서 결심을 하는 것이 아니라 결심부터 하고 이유는 나중에 짜맞추는 것이다. 이렇게 시작한 종주 도전은 결국 무참하게 실패로 끝나고 마는데, 그 과정을 눈물나게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애팔레치아 트레일을 종주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준비물이나 주의 사항 등의 정보는 물론이고, 아름다운 자연에 대한 묘사와 미국 역사에 대한 배경 설명, 등산로에서 마주치는 다양한 미국인들에 대한 묘사 등은 미국이라는 나라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되는 책이다.
이외에도 방대한 양의 과학 정보를 재미있게 풀어낸 과학 교양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오랜 지인이 편집장으로 있는 주간지 「Night & Day」에 연재했던 글들을 모은 『고독한 이방인(I''m a Stranger Here Myself)』을 비롯하여 『햇볕에 타버린 나라에서(In a Sunburned Country)』,『브라이슨의 성가신 단어 사전(Bryson''s Dictionary of Troublesome Words)』, 『모국어(Mother Tongue)』,『잃어버린 대륙(The Lost Continent)』,『작은 섬에서 부친 편지(Notes from a Small Island)』,『여기도 아니고, 저기도 아니고(Neither Here Nor There)』,『빌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일기(Bill Bryson''s African Diary)』,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미국학』,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국산책』, 『빌 브라이슨 발칙한 미국 횡단기』 등의 저서가 있다.
역 : 강주헌
1957년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브장송 대학교에서 수학한 후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건국대학교 등에서 언어학을 강의했으며, 2003년 ‘올해의 출판인 특별상’을 수상했다.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뛰어난 영어와 불어 번역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처음에 그는 전문적으로 번역을 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그저 좋아서 취미로 하던 번역 작업이 IMF 구제금융 위기 사태가 발생한 후, 생계수단이었던 창고업을 그만두면서 번역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가 번역과 공식 인연을 맺은 것은 『여자는 왜 여자답게 말해야 하는가』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번역한 책으로는 『문명의 붕괴』, 『촘스키, 누가 무엇으로 세상을 지배하는가』, 『지식인의 책무』,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영한대역), 『스펜서 존슨의 선물』(영한대역), 『바빌론 부자들의 돈 버는 지혜』, 『우체부 프레드』, 『오프라 윈프리, 위대한 인생』, 『나의 프로방스』, 『일상, 그 매혹적인 예술』, 『예수처럼 기도하라』,『리더십골드』 등 100여 권이 있고, 『기획에는 국경도 없다』 등을 썼다.
▣ 주요 목차
서문 평범하지만 특별했던 그 시절을 기억하며
01. 풍요의 시대
02. 키드의 눈으로 바라본 세계
03. 우리는 모두 영웅이었다
04. 모든 꿈이 가능했던 시대
05. 소박하지만 모두를 열광시켰던 놀잇거리들
06. 섹스 그리고 호기심 천국
07. 핵과 공산주의 : 코미디 혹은 공포
08. 철없던 시절의 철없던 학교 풍경
09. 가족이란 이런 것
10. 미국 가족농업의 마지막 황금기
11. 미국도 안전지대일 수만은 없다
12. 우리들만의 천국
13. 행복했던 시대의 끝자락에서
14.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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