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출판사서평
팬티가 쌓인 곳에 문화가 쌓였다!
속옷으로 보는 뜻밖의 문화사
「요미우리 문학상」 「고단샤 에세이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에세이스트로 명성을 떨친 요네하라 마리. 국제학교를 다닌 유년시절과 일류 동시통역사로서의 직업적 경험을 통해 그간 세계 문화를 인류학적으로(『마녀의 한 다스』), 음식문화사적으로(『미식견문록』) 고찰해온 그가 이번에는 속옷에 초점을 맞추었다.
저자는 “속옷은, 특히 하반신에 입는 속옷은 사회와 개인, 집단과 개인, 개인과 개인 사이를 분리하는 최후의 물리적 장벽이다”라고 말한다. 속옷을 시대상과 문화적 특성을 담은 특별한 소재로 본 것이다. 『팬티 인문학』은 무경계 지식인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된 색다른 문화사를 보여준다.
아담의 무화과나무 잎은 왜 떨어지지 않았을까?
예수가 입고 있는 것은 팬티인가?
요네하라 마리가 속옷과 관계되는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유치원 시절부터다. 십자가에 예수 그리스도상이 걸려 있다. 예수가 하복부에 두른 것은 수건인가, 천 조각인가, 아니면 팬티라고 말해도 괜찮을 것인가? 그림 속 아담과 이브는 항상 무화과나무 잎 하나로 앞을 가리고 있다. 그 잎은 왜 떨어지지 않았을까? 저자는 지칠 줄 모르는 탐구심으로 40여 년 전에 품은 의문을 파고들고, 다양한 자료와 역사적 유추로 타당성 있는 결론을 얻어낸다.
「출애굽기」 28장 42절, 39장 28절 등에 따르면, 계단이 설치된 제단에서 행사를 주재하는 사제는 사회 기강이 어지러워지지 않도록 아마포로 만든 속옷을 입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이 속옷의 원어는 복수형으로 (…) 두 갈래로 된 속옷을 의미한다. (…) 예수 그리스도가 팬티를 입고 있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던 것이다!
-41~42쪽에서
속옷에 대한 고찰은 팬티의 기원이 남방인가 북방인가, 기마민족인가 농경민족인가, 기마가 먼저인가 팬티가 먼저인가, 하는 기원의 문제는 물론이고, 시대별 생활상을 보여주는 데까지 이른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유럽의 여러 나라가 소련의 지배하에 들어간 사실은 정치적?사회적?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만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팬티에 대한 다음의 내용은 체제 변화가 서민층 여성들의 사생활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새롭게 환기한다.
소련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팬티를 생산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 밝은색에 레이스가 달린 실크 팬티는 바느질집에 특별히 주문하여 만들었다. 다만 이런 가게는 레닌그라드와 모스크바 이외에는 없었고, 간부의 부인과 딸, 톱스타, 스타 발레리나 등만이 즐길 수 있는 사치였다. 기본적으로 팬티는 직접 만들어 입는 것이었다. (…) 전후 독일에서 소련인 장교의 부인들은 어딘가 외출할 때 속옷 차림으로 당당히 집을 나섰다. 서민 출신인 그녀들은 아름다운 레이스가 달린 실크 팬티와 브래지어가 속옷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23~24쪽에서
『죄와 벌』『안네의 일기』『고지키』 등 동서양과 시대를 넘나드는 문학작품에서 인터넷 속옷 동호회 사이트의 글까지, 요네하라 마리가 섭렵한 다양하고 방대한 자료에서는 그의 지적 편력과 왕성한 호기심이 여실히 드러난다.
일류 통?번역가였던 만큼 언어에 관한 탐구도 빠지지 않는다. 그는 구두처럼 단수형shoe과 복수형shoes이 모두 존재하지 않고 복수형만 있는 팬티briefs나 바지trousers의 언어적 근원을 따라가면, 현대 유럽 언어에서는 사라진 쌍수형(두 개 또는 한 쌍의 것을 세 개 이상의 복수複數와 구별하여 이르는 문법 용어)에 이르게 됨을 밝힌다. 이것으로 보아 이 단어들이 당시 팬티와 바지가 두 쪽으로 분리된 형태였거나, 두 개로 분리된 것을 제작과정에서 하나로 합해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언어를 향해 뻗은 예민한 촉수는, 속옷마다 다른 뉘앙스를 어떻게 해야 온전히 옮길 수 있는가 하는 고민으로 이어진다.
부끄럽기 때문에 감추는 것이 아니라
감추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생긴다
어려서부터 내셔널리즘과 코즈모폴리터니즘의 균형을 맞춰가며 살아온 요네하라 마리. 그만의 독특한 시각과 열린 태도는 이 책에서도 빛난다. 저자는 속옷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알몸을 가리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천착한다. 그는 프라하에서 살다가 고국으로 돌아온 뒤, 일본인이 수치심을 느끼는 기준에 놀라움을 느낀다. 웃을 때 입을 가릴 만큼 조심성 있으면서도 온천이나 대중탕의 탈의실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알몸을 드러낸다. 더 놀라운 것은 알몸이 되어서 수건으로 앞을 가리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누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알몸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부끄러움으로 자각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요네하라 마리는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접하면서 같은 시대라도 지역에 따라 어떤 행동이 수치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서양인은 온천에 들어갈 때에는 수영복을 입지만 사우나에 들어갈 때에는 알몸이다. 일본인은 온천에 들어갈 때에는 알몸이고 사우나에서는 수건으로 몸을 감싼다. 알몸을 보여도 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각각 관습적으로 다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주 짧은 기간에도 수치심의 대상이 급격하게 변하기도 한다. 1970년대 일본 농촌에서는 알몸이나 속옷 차림으로 일을 하거나 길을 걷는 사람이 많았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으므로 보는 사람이나 보여주는 사람 모두 수치심을 못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새로운 군대가 들어오면서 서양인의 기준에 맞춰 몸을 가리게 되었다. 수치심의 발생에 관한 저자의 통찰은 제법 흥미롭다.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 외국인과 부끄러움에 관한 태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의식한다. → 외국인의 입장을 이해한다. → 감춘다. → 부끄러움을 의식한다. 부끄럽기 때문에 감추는 것이 아니라, 감추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의 경우 외국인이 많았던 도시보다 알몸에 대한 수치심을 자각하는 시기가 더 늦은 것인지도 모른다.
-108쪽에서
이렇듯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을 만큼 당연하게 여겨온 일상의 단면도 요네하라 마리의 폭넓은 경험, 지식과 만나면 낯설고 참신하게 다가온다.
속옷에는 모든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 일생을 걸어도 부족하다!
요네하라 마리는 속옷이 시대의 흐름과 문화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방대한 역사나 경제를 보통 사람의 시선으로 포착해볼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심각한 역사적 사건과 사소한 이야기를 연결하는 접점이 된다고 본다.
소소하다고 치부할 법한 속옷 하나로 역사를 뒤집어보고, 문화를 새롭게 분석하는 요네하라 마리. 그는 호기심을 가지고 그것을 인간과 문화의 본질을 좇는 재미로 승화하는 일이라면 자신의 일생을 걸어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팬티 인문학』은 그의 이상과 포부가 만든, 세계 문화를 향한 이색적인 프레임이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요네하라 마리
米原万里
195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러시아어 동시통역가, 에세이스트, 소설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1960~64년에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수학했다. 도쿄외국어대학 러시아어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학 대학원 러시아어·러시아문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80년에 설립된 러시아통역협회에서 초대사무국장을 맡았고, 95~97년에는 회장에 역임했다. 1992년 <일본여성방송인간담회SJ상>을 수상한 이래, 95년 『헤픈 미녀냐, 정숙한 추녀냐』로 제46회 <요미우리 문학상>, 1997년 『마녀의 한 다스』로 제13회 <고단샤 에세이상>, 2002년 『프라하의 소녀시대』로 제33회 <오야 소이치 논픽션상>, 2003년 『올리가 몰리소브나의 반어법』으로 제13회 <분카무라 두마고상>을 수상했다. 2006년 5월 25일 향년 56세에 난소암으로 별세했다. 저서로 『문화 편력기』등 다수가 있다.
역 : 노재명
1961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일본 구마모토대학 비교문학과에서 일본근대문학을 전공했다. 현재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몽십야』, 『월식』, 『여자의 결투』, 『아베일족』, 『국화와 칼』, 『얼마만큼의 애정』, 『지금 사랑해』, 『공부를 돈으로 바꾸는 기술』, 『효웅 오다 노부나가 』(전3권), 『왜 세계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 누쿠이 도쿠로의 『증후군 시리즈』(전4권)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무화과나무 잎은 왜 떨어지지 않았나
40년 동안 품은 수수께끼
착한 아이의 네 가지 약속
예수 그리스도의 ‘이상한’ 팬티
무화과나무 잎은 왜 떨어지지 않았나
팬티와 드로어즈의 차이
‘우의友誼’ 속옷의 시대
노란 끝자락의 비밀
종이紙라는 이름의 신
금욕과 화려함
알몸의 변辯
수치심은 어떻게 생겨났나
금욕과 화려함
속옷의 간소화, 그 배경에는…
알고 보면 흔하지 않은 것
기묘한 연대감
윗도리 자락에 떠 있는 달
알고 보면 흔하지 않은 것
복수형의 수수께끼
팬티는 말馬과 함께 들어왔을까?
타이츠를 둘러싼 두 가지 비극
몽골 소녀의 억울한 눈물
경찰 제복에서 할렘 팬츠까지
서양인의 눈에 비친 기이한 광경
경찰 제복에서 할렘 팬츠까지
속옷과 민족주의
훈도시를 둘러싼 심각한 오역?
기마가 먼저인가 팬티가 먼저인가
에필로그
해설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팬티가 쌓인 곳에 문화가 쌓였다!
속옷으로 보는 뜻밖의 문화사
「요미우리 문학상」 「고단샤 에세이상」 등 유수의 문학상을 수상하며 에세이스트로 명성을 떨친 요네하라 마리. 국제학교를 다닌 유년시절과 일류 동시통역사로서의 직업적 경험을 통해 그간 세계 문화를 인류학적으로(『마녀의 한 다스』), 음식문화사적으로(『미식견문록』) 고찰해온 그가 이번에는 속옷에 초점을 맞추었다.
저자는 “속옷은, 특히 하반신에 입는 속옷은 사회와 개인, 집단과 개인, 개인과 개인 사이를 분리하는 최후의 물리적 장벽이다”라고 말한다. 속옷을 시대상과 문화적 특성을 담은 특별한 소재로 본 것이다. 『팬티 인문학』은 무경계 지식인의 면모가 유감없이 발휘된 색다른 문화사를 보여준다.
아담의 무화과나무 잎은 왜 떨어지지 않았을까?
예수가 입고 있는 것은 팬티인가?
요네하라 마리가 속옷과 관계되는 문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유치원 시절부터다. 십자가에 예수 그리스도상이 걸려 있다. 예수가 하복부에 두른 것은 수건인가, 천 조각인가, 아니면 팬티라고 말해도 괜찮을 것인가? 그림 속 아담과 이브는 항상 무화과나무 잎 하나로 앞을 가리고 있다. 그 잎은 왜 떨어지지 않았을까? 저자는 지칠 줄 모르는 탐구심으로 40여 년 전에 품은 의문을 파고들고, 다양한 자료와 역사적 유추로 타당성 있는 결론을 얻어낸다.
「출애굽기」 28장 42절, 39장 28절 등에 따르면, 계단이 설치된 제단에서 행사를 주재하는 사제는 사회 기강이 어지러워지지 않도록 아마포로 만든 속옷을 입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이 속옷의 원어는 복수형으로 (…) 두 갈래로 된 속옷을 의미한다. (…) 예수 그리스도가 팬티를 입고 있었을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던 것이다!
-41~42쪽에서
속옷에 대한 고찰은 팬티의 기원이 남방인가 북방인가, 기마민족인가 농경민족인가, 기마가 먼저인가 팬티가 먼저인가, 하는 기원의 문제는 물론이고, 시대별 생활상을 보여주는 데까지 이른다. 예를 들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동유럽의 여러 나라가 소련의 지배하에 들어간 사실은 정치적?사회적?이데올로기적 측면에서만 언급되는 경우가 많다. 팬티에 대한 다음의 내용은 체제 변화가 서민층 여성들의 사생활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는 사실을 새롭게 환기한다.
소련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팬티를 생산한 적이 없었다고 한다. (…) 밝은색에 레이스가 달린 실크 팬티는 바느질집에 특별히 주문하여 만들었다. 다만 이런 가게는 레닌그라드와 모스크바 이외에는 없었고, 간부의 부인과 딸, 톱스타, 스타 발레리나 등만이 즐길 수 있는 사치였다. 기본적으로 팬티는 직접 만들어 입는 것이었다. (…) 전후 독일에서 소련인 장교의 부인들은 어딘가 외출할 때 속옷 차림으로 당당히 집을 나섰다. 서민 출신인 그녀들은 아름다운 레이스가 달린 실크 팬티와 브래지어가 속옷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23~24쪽에서
『죄와 벌』『안네의 일기』『고지키』 등 동서양과 시대를 넘나드는 문학작품에서 인터넷 속옷 동호회 사이트의 글까지, 요네하라 마리가 섭렵한 다양하고 방대한 자료에서는 그의 지적 편력과 왕성한 호기심이 여실히 드러난다.
일류 통?번역가였던 만큼 언어에 관한 탐구도 빠지지 않는다. 그는 구두처럼 단수형shoe과 복수형shoes이 모두 존재하지 않고 복수형만 있는 팬티briefs나 바지trousers의 언어적 근원을 따라가면, 현대 유럽 언어에서는 사라진 쌍수형(두 개 또는 한 쌍의 것을 세 개 이상의 복수複數와 구별하여 이르는 문법 용어)에 이르게 됨을 밝힌다. 이것으로 보아 이 단어들이 당시 팬티와 바지가 두 쪽으로 분리된 형태였거나, 두 개로 분리된 것을 제작과정에서 하나로 합해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언어를 향해 뻗은 예민한 촉수는, 속옷마다 다른 뉘앙스를 어떻게 해야 온전히 옮길 수 있는가 하는 고민으로 이어진다.
부끄럽기 때문에 감추는 것이 아니라
감추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생긴다
어려서부터 내셔널리즘과 코즈모폴리터니즘의 균형을 맞춰가며 살아온 요네하라 마리. 그만의 독특한 시각과 열린 태도는 이 책에서도 빛난다. 저자는 속옷을 탐구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알몸을 가리게 된 이유에 대해서도 천착한다. 그는 프라하에서 살다가 고국으로 돌아온 뒤, 일본인이 수치심을 느끼는 기준에 놀라움을 느낀다. 웃을 때 입을 가릴 만큼 조심성 있으면서도 온천이나 대중탕의 탈의실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알몸을 드러낸다. 더 놀라운 것은 알몸이 되어서 수건으로 앞을 가리는 것이다. 여기서 저자는, “누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알몸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신을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부끄러움으로 자각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부끄러워”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요네하라 마리는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을 접하면서 같은 시대라도 지역에 따라 어떤 행동이 수치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서양인은 온천에 들어갈 때에는 수영복을 입지만 사우나에 들어갈 때에는 알몸이다. 일본인은 온천에 들어갈 때에는 알몸이고 사우나에서는 수건으로 몸을 감싼다. 알몸을 보여도 되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이 각각 관습적으로 다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주 짧은 기간에도 수치심의 대상이 급격하게 변하기도 한다. 1970년대 일본 농촌에서는 알몸이나 속옷 차림으로 일을 하거나 길을 걷는 사람이 많았다.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행동이었으므로 보는 사람이나 보여주는 사람 모두 수치심을 못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새로운 군대가 들어오면서 서양인의 기준에 맞춰 몸을 가리게 되었다. 수치심의 발생에 관한 저자의 통찰은 제법 흥미롭다.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 외국인과 부끄러움에 관한 태도가 다르다는 사실을 의식한다. → 외국인의 입장을 이해한다. → 감춘다. → 부끄러움을 의식한다. 부끄럽기 때문에 감추는 것이 아니라, 감추기 때문에 부끄러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방의 경우 외국인이 많았던 도시보다 알몸에 대한 수치심을 자각하는 시기가 더 늦은 것인지도 모른다.
-108쪽에서
이렇듯 아무런 의문도 품지 않을 만큼 당연하게 여겨온 일상의 단면도 요네하라 마리의 폭넓은 경험, 지식과 만나면 낯설고 참신하게 다가온다.
속옷에는 모든 흥미로운 이야기가 담겨 있다
내 일생을 걸어도 부족하다!
요네하라 마리는 속옷이 시대의 흐름과 문화의 변화를 고스란히 담는 매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방대한 역사나 경제를 보통 사람의 시선으로 포착해볼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으며, 심각한 역사적 사건과 사소한 이야기를 연결하는 접점이 된다고 본다.
소소하다고 치부할 법한 속옷 하나로 역사를 뒤집어보고, 문화를 새롭게 분석하는 요네하라 마리. 그는 호기심을 가지고 그것을 인간과 문화의 본질을 좇는 재미로 승화하는 일이라면 자신의 일생을 걸어도 부족하다고 말한다. 『팬티 인문학』은 그의 이상과 포부가 만든, 세계 문화를 향한 이색적인 프레임이 될 것이다.
▣ 작가 소개
저 : 요네하라 마리
米原万里
1950년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러시아어 동시통역가, 에세이스트, 소설가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1960~64년에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서 수학했다. 도쿄외국어대학 러시아어학과를 졸업하고 도쿄대학 대학원 러시아어·러시아문학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80년에 설립된 러시아통역협회에서 초대사무국장을 맡았고, 95~97년에는 회장에 역임했다. 1992년 <일본여성방송인간담회SJ상>을 수상한 이래, 95년 『헤픈 미녀냐, 정숙한 추녀냐』로 제46회 <요미우리 문학상>, 1997년 『마녀의 한 다스』로 제13회 <고단샤 에세이상>, 2002년 『프라하의 소녀시대』로 제33회 <오야 소이치 논픽션상>, 2003년 『올리가 몰리소브나의 반어법』으로 제13회 <분카무라 두마고상>을 수상했다. 2006년 5월 25일 향년 56세에 난소암으로 별세했다. 저서로 『문화 편력기』등 다수가 있다.
역 : 노재명
1961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서강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일본 구마모토대학 비교문학과에서 일본근대문학을 전공했다. 현재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역서로는 『몽십야』, 『월식』, 『여자의 결투』, 『아베일족』, 『국화와 칼』, 『얼마만큼의 애정』, 『지금 사랑해』, 『공부를 돈으로 바꾸는 기술』, 『효웅 오다 노부나가 』(전3권), 『왜 세계는 전쟁을 멈추지 않는가?』, 누쿠이 도쿠로의 『증후군 시리즈』(전4권) 등이 있다.
▣ 주요 목차
무화과나무 잎은 왜 떨어지지 않았나
40년 동안 품은 수수께끼
착한 아이의 네 가지 약속
예수 그리스도의 ‘이상한’ 팬티
무화과나무 잎은 왜 떨어지지 않았나
팬티와 드로어즈의 차이
‘우의友誼’ 속옷의 시대
노란 끝자락의 비밀
종이紙라는 이름의 신
금욕과 화려함
알몸의 변辯
수치심은 어떻게 생겨났나
금욕과 화려함
속옷의 간소화, 그 배경에는…
알고 보면 흔하지 않은 것
기묘한 연대감
윗도리 자락에 떠 있는 달
알고 보면 흔하지 않은 것
복수형의 수수께끼
팬티는 말馬과 함께 들어왔을까?
타이츠를 둘러싼 두 가지 비극
몽골 소녀의 억울한 눈물
경찰 제복에서 할렘 팬츠까지
서양인의 눈에 비친 기이한 광경
경찰 제복에서 할렘 팬츠까지
속옷과 민족주의
훈도시를 둘러싼 심각한 오역?
기마가 먼저인가 팬티가 먼저인가
에필로그
해설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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